방송인 김구라가 KBS <이야기 쇼-두드림>에 이어 SBS <화신>까지 합류하며 지상파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KBS <우리 동네 예체능>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화신>은 김구라를 구원투수로 발탁하고 포맷을 변경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이는 김구라에게도 오랜만의 집단 토크쇼 복귀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도전이다. 아쉬운 점은 그가 MBC <라디오 스타>에 복귀하기는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MBC는 김구라 영입을 이토록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김구라의 화신선택은 라디오 스타포기선언

 

 

김구라에게 <라디오 스타>는 방송생활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다. <라디오 스타>야말로 독설과 해박한 지식으로 중무장 한 김구라가 가장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물어 볼 것은 확실히 물어 보는 김구라의 저돌적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고, 이를 통해 그는 비호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MC로서의 진행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또한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가 신정환의 낙마, 갑작스런 독립 편성 등 중차대한 위기 상황을 맞을 때마다 특유의 넉살과 자신감으로 프로그램에 묵직한 안정감을 부여했다. 원년 MC로서 최선을 다해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성실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에 <라디오 스타>는 난무하는 토크쇼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하면서 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2년 김구라가 위안부 비하 발언 파문으로 방송 하차를 결정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김구라가 tvN <택시>로 방송 복귀를 결정하자 대중의 관심은 그가 언제 <라디오 스타>로 복귀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김구라의 <라디오 스타> 재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당시 김재철 MBC 사장으 김구라는 이사회에서 지적해 복귀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고, 이 때문에 그의 <라디오 스타> 컴백은 안타깝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김구라는 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이 분명히 있다. 방송사 사장으로서 이런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담담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김재철이 해임되고, 김구라에 대한 지상파의 빗장이 하나 둘씩 풀려가는 이 시점에도 유독 MBC만큼은 그의 캐스팅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BS, SBS 등이 적극적으로 김구라 영입에 나서는 것과는 상반 된 모습이다.

 

 

결국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 대신 비슷한 포맷의 집단 토크쇼인 <화신>에 출연을 결정하며 본격적인 지상파 예능 컴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실상 <라디오 스타> 복귀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시청자들로선 아쉽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김구라 입장에서 보면 오랜만의 심야 토크쇼 출연제의를 아마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MBC의 러브콜을 하염없이 기다리느니, 차라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하루 빨리 자리를 잡는 쪽이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MBC는 왜 김구라 영입을 주저하나

 

 

그렇다면 도대체 왜 MBC는 김구라 영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표면상의 이유는 김구라에 대한 여론이 아직까지 완전히 호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캐스팅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 케이블까지 김구라를 출연시키고 있는 마당에 MBC만 나홀로 김구라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어딘지 이상해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은 MBC 내부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

 

 

가장 큰 원인은 김재철 해임 후, 새 사장 선임을 놓고 MBC의 분위기가 전에 없이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김구라 복귀 같은 문제는 최종적으로 새 사장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52일 이사회 투표로 새 사장이 선임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 사장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6~7월은 돼야 김구라 영입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잡힐 듯 하다.

 

 

게다가 MBC는 아직까지 김구라 복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던 김채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사장 대행을 맡고 있는 안광한 부사장은 김재철과 함께 이른바 김재철 체제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4명의 새 사장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불법 정치파업에 적극 대응하고 사규를 어긴 사람들을 징계하는 것이 경영진의 책임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혀 노조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안광한 사장대행을 두고 김재철 시즌2’ 혹은 김재철의 아바타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라 현재의 체제에서는 김구라가 MBC로 돌아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철 사장이 정면에서 반대한 일을 안광한이 추진할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새 사장이 선임되고 나서야 가타부타 결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김재철 체제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안광한이나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이 선임된다면 김구라의 MBC 복귀는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 뿐 아니라 MBC가 상대적으로 타 지상파 방송보다 여유로운 입장이라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다. 김구라 없는 <라디오 스타>는 다소 재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고, <세바퀴> 역시 박명수를 투입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김용만의 도박 파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KBS, 시청률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은 SBS와 달리 굳이 김구라 영입에 목을 매달 정도로 급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추이를 지켜보며 김구라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김구라는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MBC 내부의 여러 가지 민감한 사항들과 방송 내외적 문제들로 인해 그토록 염원하던 <라디오 스타> 복귀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화신>을 통해 좋은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과연 시청자들은 언제쯤 김구라의 모습을 MBC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부디 MBC가 능력 있는 MC를 내버려 두지 않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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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이 MBC 사장에서 해임된 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MBC는 여전히 김재철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가 남긴 어두운 그림자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가 가장 사랑했던 방송 MBC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망가진 신뢰, 무너진 공정성

 

 

김재철 시대에 MBC가 입은 가장 큰 상처는 지난 50여 년간 켭켭이 쌓아올린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시사인의 보도에 따르면 김재철 취임 이 후, MBC의 신뢰도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018.0%를 기록했던 신뢰도가 2년 만에 6.1%로 떨어지며 퇴행을 거듭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다. 일반 대중조차 MBC의 역주행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후 플러스><W> 등의 시사 프로그램 폐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보복인사, MBC 노조와의 격렬한 대립, 해고·파면 등의 무자비한 언론인 탄압 등이 계속 되면서 MBC는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고 휘청거렸다. 대선 기간에는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내며 특정당을 지지하는 행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뉴스 데스크>의 시청률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수습불가의 상황이 계속된 셈이다.

 

 

불행한 사실은 김재철 해임 이 후에도 이런 경향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MBC는 정치권의 거짓말을 풍자의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컬투의 베란다쇼>의 방송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을 빚었다. 김현종 교약제작국장이 담당 PD정치 편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미 아이템 선정까지 마친 방송을 편성에서 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방송 역사 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행적 행태다.

 

 

<컬투의 베란다쇼>거짓말편은 이상득, 정두언 전 의원을 비롯해 김병관, 심재철 등 최근 대중적 관심을 받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거짓 해명을 아이템으로 다룬 에피소드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여권 인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돼 있는 이 아이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했으며, 담당 PD가 언론의 중립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국장이 개인적 판단을 근거로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져버렸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게 됐다.

 

 

최근 문제가 된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MBC 사측은 김재철의 사장 사퇴를 풍자하는 방송을 내보낸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담당 PD의 일방적 교체를 결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PD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라디오 편성기획부 발령이 결정됐다. 김재철은 나갔지만 안광한 부사장을 위시한 김재철 체제는 여전히 공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 MBC는 짙고 깊게 드리운 김재철의 그림자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남긴 폐해

 

 

김재철은 사장 재임 기간 동안 무너진 신뢰와 공정성을 만회하기 위해 수익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청률이라도 1등을 해서 MBC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MBC 내부에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그러나 대책 없는 폐지, 졸속 편성, 자극적인 프로그램의 남발은 시청률 상승은커녕 드라마 왕국 MBC’ ‘예능천국 MBC’의 명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특히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시작으로 <놀러와><최강연승 퀴즈쇼Q><배우들>이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쫓겨나 듯 폐지된 것은 제작진과 T청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시청률이 절대적인 판단 근거로 자리 잡으면서 프로그램에 내재 되어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완전히 무시된 것이다. ‘없애고 보자식의 졸속 행정은 결국 채널 경쟁력 약화로 직결됐고, 내부의 제작의욕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을 낳았다.

 

 

기존의 편성표를 완전히 뒤집는 변칙 전략도 서슴지 않았다. 시청률 회복을 이유로 <뉴스 데스크>8시대로 옮겨가면서 여러 프로그램의 시간대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동했고, 그 결과 일일극은 물론이거니와 뉴스 시청률까지 떨어지는 등 큰 혼란이 야기됐다. KBS 9시 뉴스를 견제하기 위해 방송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신설한 일일사극 <구암 허준>은 기대와 달리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MBC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반칙과 편법이 난무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막장 드라마도 전에 없이 횡행했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만사 OK’ 식의 제작 풍토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랑했나봐><오자룡이 간다><백년의 유산> 등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건드는 드라마들이 대거 만들어졌다. 불륜, 복수, 배신 등의 자극적 소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미를 발견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등장인물들이 TV 안방극장을 장악한 것이다. 한 때 창조적이고 실험적 소재로 한국 드라마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MBC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렇듯 김재철이 절대반지로 내세운 시청률 지상주의는 시청률을 올리기는커녕 건전한 방송문화와 활기찬 제작 분위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만을 가져왔으며, 질 낮은 소재와 저속한 표현만이 가득한 작품을 수도 없이 양산했다. 절차와 과정은 상관없이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강조하는 김재철 식 경영이 낳은 폐해였다.

 

 

이제는 김재철 체제를 극복해야 할 때

 

 

MBC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복원하고 예전의 1등 방송사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게 남아있는 김재철 체제를 철저히 극복해야만 한다. ‘김재철 시즌2’가 계속되는 한 MBC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언론으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품격 있는 방송사의 자세를 견지하며, 방송 문화를 선도하는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 지금의 MBC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과연 MBC는 김재철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고 새 시대에 걸맞는 방송사로 다시 거듭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두려는 정치 권력의 야욕이 계속 되는 한 제 2의 김재철, 3의 김재철은 계속 등장할 것이란 사실이다. 올바른 방송문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하나로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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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사극 <구암 허준>이 연일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 시청률 6.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을 기록하며 첫 방송을 시작한 <구암 허준>255%대 시청률로 떨어진 이래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때 MBC의 야심작이라고까지 평가 받았던 <구암 허준>은 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일까.

 

 

 

 

김재철이 허준에 집착했던 이유

 

 

<구암 허준>26일 방문진에 의해 해임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야심작이었다. 20121130, MBC 51주년 창사 기념식에 참석한 김재철은 혁신은 계속 되어야 한다”, “하다 못해 분식집도 혁신을 해야 살아남는 것처럼 MBC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말을 쏟아내며 채널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심지어 내년에 시청률 1등을 하지 못하면 그만둘 각오를 하고 있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식적으로 <구암 허준>의 제작을 천명했다. “2013년에는 <뉴스데스크> 이 후 공영성을 강화한 드라마가 편성될 것이다. 현재 <허준> 시즌 2가 준비 중이라며 소문으로만 떠돌던 <허준> 리메이크 설을 사실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9시대 시청률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20133~4월이 되면 1등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허준>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재철의 발언 이 후, <허준>의 리메이크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선덕여왕>의 김근홍 PD, <허준>의 최완규 작가가 손을 잡았고 김주혁, 백윤식, 박진희, 남궁민 등이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정식 명칭으로 <구암 허준>이 확정되고 318일이 첫 방송 날짜로 결정된 것 역시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김재철을 위시한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단기간 내에 상당한 규모의 위용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MBC<구암 허준> 편성은 여러 가지로 무리수인 측면이 있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오후 7시부터 11시 사이 주시청시간대에 특정 방송 분야의 프로그램이 편중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MBC<구암 허준>을 편성하면 140분 가까운 시간을 드라마에 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타 방송사에 비해 약 40분이나 많은 시간이다. 방송법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키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철이 <구암 허준> 제작을 강행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단연 시청률 때문이다. 전통적인 강자인 KBS 9시 뉴스와 경쟁하기에는 드라마가 가장 경쟁력 있는 장르인데다가, 과거 64.2%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허준>의 리메이크라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시대 일일 드라마를 처음 시도하면서 지극히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다.

 

 

게다가 허준은 75<집념>을 시작으로 <동의보감>(1991), <허준>(1999)까지 MBC가 창사 이래 무려 세 번이나 드라마화 한 소재다. 그만큼 제작 노하우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궁합도 좋았다. 앞서 방송 된 세 작품 모두 작품성,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측면에서 김재철에게 허준은 수렁에 빠진 MBC 9시대를 건져낼 유일한 구세주였던 셈이다.

 

 

 

 

구암 허준왜 부진한가

 

 

그러나 김재철의 호언장담과 달리 <구암 허준>의 성적은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고 있다. 방송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시청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KBS 1TV 9시 뉴스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도 뒤쳐져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 중이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MBC의 야심작 <구암 허준>은 왜 부진한 것일까. KBS 9시 뉴스의 강세는 단연 첫 번째 이유로 꼽아야 한다. 지난 40년간 시청자들에게 9시 시간대는 뉴스 타임이었다. 이를 뿌리째 흔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구암 허준>이 아무리 경쟁력 있는 드라마라고 할지라도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단기간에 바꾼다는 건 쉽지 않다. 앞선 시간대에 방송하는 <MBC 뉴스데스크>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9시 시간대에 사극을 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다. 모름지기 일일극은 한두 번 걸러서 봐도 이야기와 캐릭터가 단번에 파악될 만큼 단순한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중간이라도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암 허준> 같은 사극은 연속적으로 보지 않으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내용 파악이 어려운 장르다. 시청자들이 중간에 유입될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본 시청자라고 할지라도 드라마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대에 TV 앞에 앉는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이는 너무 불친절한 요구다. MBC가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이런 식의 무리한 편성은 아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 주 시청층인 30~50대 여성들이 사극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젯거리다. 일상생활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 홈드라마에 익숙한 주부들에게 사극의 무겁고 진지한 진행은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주부 시청자 대부분은 7시대 MBC <오자룡이 간다>, 8시대 KBS <힘내요 미스터 김>을 시청하고 9시대는 남편이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채널권을 양보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주부 시청자들을 규합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셈이다.

 

 

편성에 따른 외적 문제 뿐 아니라 작품 내적으로 원작의 그늘이 너무 큰 것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구암 허준>의 원작인 1999년 작 <허준>은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다.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구암 허준>으로선 원작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완전히 신선한 것이 아니라면 <허준>을 잊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구암 허준>에 흥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주연배우들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허준 역의 김주혁은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있는 전광렬의 위상에 못 미치고, 유의태 역의 백윤식 또한 이순재에 비하면 무게감이 다소 부족하다. 극이 진행 되면서 점차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대중의 구미를 확 당길만한 연기자가 없다는 것이 초반 시청률 확보에는 분명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구암 허준>은 안팎의 기대와 달리 잘못된 편성전략, 주 시청층 공략 실패, 시청 패턴에 대한 이해 부족, 작품 내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약점을 노출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MBC의 야심작에서 졸지에 애물단지로 내몰린 지금, 과연 <구암 허준>5%대 시청률에서 벗어나 김재철의 공언대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까. 김재철이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구암 허준>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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