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남편찾기가 마지막에서야 그 윤곽을 제대로 갖췄다. 저돌적인 고백과 키스신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미래의 덕선을 연기하는 이미연이 남편을 두고 '공인'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파일럿이 공인일리는 없으니, 바둑기사로 유명한 최택(박보검 분)이 남편임이 확실한 상황.

 

 

 

남편이 누구냐는 문제를 놓고 수차례 저울질을 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던 남편찾기의 결론이 났지만 원성이 사그러들기는 커녕 증폭되었다. 문제는 택이가 남편이라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다. 남편은 누가 되든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응팔>이 남편찾기에 반전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결국은 개연성마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1. 캐릭터의 붕괴

 

 

 

 

'남편 찾기'가 전작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서 이어져 온 터라 이미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낄 거라 의식한 제작진은 초반 남편 찾기를 한 번 더 꼬아두는 묘수를 생각해 낸다. 선우(고경표 분)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 덕선(혜리 분)은 선우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선우의 마음이 덕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 분)에게 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덕선은 첫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낸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반, 실제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던 정환(류준열)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채게 되자 덕선은 또 정환에게 마음이 기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택이 마음을 고백하고 키스를 하자 덕선은 이번에도 역시 그의 마음을 허락한다.

 

 

 

4명의 소꿉친구중, 무려 세명을 좋아하는 신공을 발휘한 덕선은 현실에서라면 '헤픈 여자' 취급받기 십상이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만 하면 그대로 그에게 마음을 주는 덕선은 순수해보이기 보다는 줏대없고 경박한 여자처럼 묘사되었다. 그 이유는 선우에 대한 마음을 제외하고 덕선의 감정선이 제대로 충분히 표현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정환에 대한 감정은 어떻게 정리를 한 것인지, 택이에게 왜 마음이 더 쏠린 것인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없으니 덕선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기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과정에서 남성 캐릭터들의 붕괴역시 피할 수 없었다. 초반 정환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린 탓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정환 캐릭터는 중반 이후, 현저히 줄어들며 의아함을 자아냈다. 버스신이나 고백신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 <응팔>의 1등 공신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얽힌 에피소드들은 지나치게 축소되거나 생략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먼저 깨닫고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캐릭터이기에 이런 홀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고 덕선을 떠나게 되는지가 포인트임에도 그 포인트가 생략되자 그의 캐릭터는 주인공에서 갑자기 분량없는 조연 수준으로 전락했다. 중요한 캐릭터임에도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은 분량조절의 실패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택이의 캐릭터 역시 이 과정에서 붕괴되었다.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형태로 그려진 정환과는 달리 사랑을 쟁취하는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군인인 정환이 근무하는 사천까지 찾아가 "덕선이를 잡으라"는 말을 정환으로부터 듣고야 마는 택이는 잔인해 보이기까지 했다. 정환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그에게서 그 말을 들었어야 했을까. 이후 아무 껄끄러움 없이 덕선에게 하는 기습 키스는 전혀 로맨틱해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미래 남편인 김주혁의 캐릭터 역시 붕괴되었다. 초반에는 장난기 많고 유쾌한 성격으로 그려지던 그는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에 진중하고 순한 성격의 인물로 변질되었다. 낚시를 위한 포석이라고는 하나, 캐릭터가 가진 기본 성격을 180도로 뒤집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덕선과 살면서 성격이 바뀐 택이라고 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었다.

 

 

 

2. 뿌려진 떡밥 회수 실패

 

 

 

 

제작진은 남편찾기가 화제가 되자 "남편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실 어느정도 비중을 두고 한 캐릭터를 서포트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김주혁의 캐릭터가 정환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미래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이미연과 김주혁의 대화 속에서도 일명 '떡밥'을 상당히 뿌렸다. 그 중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말을 탄생시킬 만큼 강력한 것들도 있었다.

 

 

 

일단 덕선이 선우를 좋아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정환이라는 점이다. 미래의 인터뷰에서 김주혁은 "눈오는 날 무엇이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덕선이 선우에게 차인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대답은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든 질문이다. 물론 이 사실을 덕선의 일기장에서 봤거나 우연히 그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말에는 뉘앙스라는 것이 있다. '눈이 오는 날' 생각나려면 눈이 오는 장면과 덕선이 선우에게 차이는 장면이 매치가 되어야 되는데  단순히 일기장 속의 분위기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로 그 상황을 상상하여 대답했다는 것은 어색하다. 직접 보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욱 강렬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런 발언은 "결혼 전 만난 여자"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이미연이 김주혁을 두고 "결혼 전 여자를 많이 만났다"고 말하는 장면은 앞 뒤 맥락으로 판단해 볼 때, '대학 때' 이야기인 것 같은 뉘앙스를 주었다. 그러나 택은 대학에 가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 '일기장'이나 '결혼 전'이라는 단어들로 이 상황들을 무마시킨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수학여행'에 관한 대화가 있다. 이미연이 수학여행 이야기를 꺼내자 김주혁은 "나도 거기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택은 중학교 중퇴로, 그 이전부터 바둑 영재로 집중 관리를 받은 캐릭터다. 수학여행 같은 것을 갔을리가 만무하다. 도대체 이런 디테일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정환에게 덕선이 선물한 핑크색 셔츠에 관한 이야기의 마무리나 정환이 덕선에게 고백하며 꺼내놓은 피앙새 반지에 대한 이야기도 '시간상 못하는' 꼴이 되고야 말았다. 반전을 만들려다가 앞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는가 하는 부분마저 망각한 모양새다.

 

 

 

3. 용두사미 된 스토리

 

결국 이런 문제점이 한꺼번에 불거지자 스토리는 용두사미가 되었다. 초반 가족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 <응팔>은 어느 순간 짜증스러운 남편찾기에만 몰두하는 드라마가 됐고, 그 로맨스는 설득력을 잃었으며 그 설득력을 잃은 로맨스의 결말마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야 만 것이다.

 

 

 

남편찾기라는 소재가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뻔히 결말을 알고 있는 로맨스라도 과정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고 신선할 수 있다. 그러나 남편찾기와 반전이라는 두가지 사안에 얽매여 <응팔>이 내놓은 결말은 참으로 황당하다. 이럴바엔 차라리 뻔하더라도 '어남류'가 나았다. 캐릭터를 붕괴시키고 스토리를 망가뜨리면서까지 '남편찾기'에 집착한 결과는 초반의 엄청난 호응을 생각해 보았을 때, 안타깝기만 하다.

 

 

 

단순히 택이가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응팔>의 크나큰 실책이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스토리를 바꾸며 중심을 잃어버리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한 번 확인한 셈이다. 웰메이드가 될 수 있었던 드라마가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탄식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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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하<응팔>)>은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다르게 가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핵심에는 여전히 로맨스가 있다. 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은 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한 선우(고경표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선우의 시선이 자신의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에게 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첫사랑을 접는다. 그러나 덕선에게는 그에게 마음이 향해있는 이가 둘이나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김정환(류준열 분)과 최택(박보검 분)이다.

 

 

 

남편찾기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부터 시작된 남편찾기는 <응답하라 1994(이하<응사>)>에서 그 절정을 보여준다.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의 매력을 동시에 어필하며 둘 중 누구에게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마음이 기울까에 관한 저울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흥미롭던 남편찾기는 나중에 가면서 그 본질이 변질되었다. 삼각관계에 치중한 스토리는 남편의 정체가 알려지는 순간 그 힘을 잃어버리는 숙명이 있었고, 그걸 의식한 제작진은 남편찾기의 결말을 유예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같은 자리를 맴돌았고 결국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이 흔들리는 결말을 초래하고 말았다. 남편은 결국 쓰레기였지만 그 과정에서 불쌍하고 비참해져버린 칠봉이 캐릭터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응팔>은 응답하라 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남편찾기의 행방역시 호기심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응팔>역시 김정환과 최택 사이에서의 지나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 왔다. 20부작 중 16회가 방영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의 러브라인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주인공들의 사랑의 작대기는 이미 드러났지만 그들은 자신의 마음조차 상대방에게 고백하지도 못한 상태고, 러브라인의 행방은 몇 주동안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야기의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고백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긴장감으로 수회에 걸친 분량을 할애하는 것은 무리수였다. 그들의 러브라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기 보다는 그 엇갈린 관계에 대한 답답함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응팔>을 시청하는 이유가 러브라인의 행방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남편찾기라는 소재는 처음 <응칠>에서 시도되었을 당시에는 신선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성이 지루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스토리에서 정환이 남편이라 하면 택이의 입장이 지나치게 안타깝고 그렇다고 택이가 남편이라면 스토리의 중심이 위태롭다. 차라리 유동룡(이동휘 분)을 남편으로 만들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섞인 조롱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지나친 간보기에 대한 폐해는 크다. 시청자들이 <응팔>에 열광한 이유는 가족과 이웃의 따듯한 정과 그 시대상을 반영한 분위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앞서 말했듯, <응팔>은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특유의 분위기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러나 러브라인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옮겨오자 문제가 터지고야 만 것이다. <응팔>의 문제점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구심점인 스토리가 여전히 남편 찾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응팔>에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하나로 모으는 이야기가 남편찾기 밖에는 없다. 가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지만 매회 다른 에피소드일 뿐, 다음 회를 위한 포석은 아니다. 드라마라기 보다는 시트콤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이 때문에 나온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갖추게 하는 것은 남편이 누구냐하는 결말에 가깝다. 그러나 사실 이 결말은 드라마의 주제를 설명하거나 드라마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결말이라고 볼수는 없다. 결국 곁다리인 남편찾기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은 명확하다. 누가 누구랑 이어지느냐 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니다.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안에서 어떤 문제점이 생기고 어떤 과정으로 그들이 그 뻔한 결말에 도달할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요소다. 이런 면에서 살펴볼 때 <응팔>의 로맨스를 살리는 데 있어서 꼭 남편 찾기가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남편찾기의 공식 속에서 <응팔> 제작진은 아직도 남편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시청자와 줄다리기를 한다. 결국 쓰레기가 남편이었던 <응사>때와 별다를 바 없는 줄다리기다. 그러나 그 줄은 이미 팽팽하지 못하다. 시청자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응팔>은 힘을 지나치게 준 나머지, 상대방의 맥을 빠트리는 우를 범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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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1박 2일>을 시즌3까지 끌고 온 데는 <1박 2일>이 가진 콘텐츠가 아직도 어느정도는 대중들에게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고수하고 있는 <1박 2일>은 포맷의 변화 없이도 그동안 상당히 굳건하게 버텨주었다.

 

 

시즌3에 이르러서 김준호, 김주혁, 데프콘, 정준영이 새로 투입된 것은 상당히 그럴듯한 전략이었다. 그동안 식상해진 분위기를 뒤엎고 신선한 얼굴들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김주혁과 정준영은 예능의 새로운 얼굴로서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슴없이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이야기 하고 영구흉내까지 낸 김주혁이나 무전기로 PD흉내를 내 다른 멤버를 속이는 특이한 4차원 감성을 보여준 정준영은 잘만하면 <1박 2일>의 시청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안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1박 2일>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 이유는 바로 <1박 2일>이 그동안 시즌3까지 끌어오며 한 번도 변화를 주지 않는 ‘포맷’에 있다. 대한민국을 여행하며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명소를 소개시킨다는 취지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1박 2일>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사실 다 보여주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1박 2일>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만큼 특별한 곳은 없다. 입수를 하는 등, 고생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이제는 식상할 뿐이다. 그래서 결국 그들이 집중한 것은 복불복이다.

 

 

시즌3의 첫 회부터 <1박 2일>의 까나리 사랑은 계속되었다. 멤버들에게 까나리가 섞인 음료를 먹이는 것으로 복불복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까나리를 먹는 그들의 찌푸린 표정은 새롭지 않다. 처음에 복불복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그 그림은 꽤 그럴 듯한 웃음코드였지만 이제 더 이상 그들의 까나리 복불복에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시즌3에 이어서까지 까나리를 넣은 음료로 대중들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는 제작진의 크나큰 실책이다. 그것은 단지 까나리가 아니라, 복불복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시즌3에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그들의 안이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신선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본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의 엄태웅만 봐도 처음 등장할 당시는 ‘순둥이’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엄태웅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그것은 단순히 엄태웅의 예능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작진이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식상한 장면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증명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출연자는 결국 도태된다. 성시경만 봐도 <1박 2일> 속에서는 전혀 제 갈 길을 찾지 못했지만 <마녀 사냥>에서는 화려한 언변과 솔직함으로 19금 토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물론 <1박 2일>과 <마녀 사냥>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문제는 <1박 2일>속에서 성시경이라는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주지 않은 제작진의 판단착오다. 그 인물이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에 취약한가를 모르면서 예능이 제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이번에 새로운 <1박 2일>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문제에 봉착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처음에 주목받던 캐릭터들이 그 빛을 잃고 점점 더 구석으로 몰리는 상황은 단순히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이 그들의 끼를 펼칠만한 장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안은 채, 또 다시 복불복과 입수로 점철된 장면들의 나열로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면 그 문제는 결코 극복될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강호동 같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판을 구성하는 리더격 인물도 없다. 예능에 익숙치 않은 그들이 홀로 자신들의 캐릭터를 찾고 그 캐릭터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말 그대로 바람에 불과하다. 이제 <1박 2일>은 캐릭터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1박 2일>에는 새롭게 보여줄 그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캐릭터가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위기와 그들의 장점을 살릴 포맷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진짜사나이>의 박형식이 이렇게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특별히 재치가 뛰어나거나 예능감이 넘쳐흐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군대’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그가 맡은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려는 이등병 이미지가 먹혀들었기에 지금의 박형식이 있을 수 있었다. ‘군대’라는 상황적 설정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이야기다.

 

 

강호동의 힘으로 어떻게든 돌아갔던 시즌1의 <1박 2일>은 더 이상 없다. 그들이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던 강호동조차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할만한 비책은 아니다. 그만큼 이미 <1박 2일>은 너무 식상하고 익숙하다. <1박 2일>자체가 변할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캐릭터를 새롭게 바꿔도 더 이상의 재미는 불가하다. <1박 2일>이 변해야 그 안에 있는 캐릭터도 힘을 얻는다.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1박 2일>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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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사극 <구암 허준>이 연일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 시청률 6.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을 기록하며 첫 방송을 시작한 <구암 허준>255%대 시청률로 떨어진 이래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때 MBC의 야심작이라고까지 평가 받았던 <구암 허준>은 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일까.

 

 

 

 

김재철이 허준에 집착했던 이유

 

 

<구암 허준>26일 방문진에 의해 해임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야심작이었다. 20121130, MBC 51주년 창사 기념식에 참석한 김재철은 혁신은 계속 되어야 한다”, “하다 못해 분식집도 혁신을 해야 살아남는 것처럼 MBC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말을 쏟아내며 채널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심지어 내년에 시청률 1등을 하지 못하면 그만둘 각오를 하고 있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식적으로 <구암 허준>의 제작을 천명했다. “2013년에는 <뉴스데스크> 이 후 공영성을 강화한 드라마가 편성될 것이다. 현재 <허준> 시즌 2가 준비 중이라며 소문으로만 떠돌던 <허준> 리메이크 설을 사실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9시대 시청률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20133~4월이 되면 1등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허준>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재철의 발언 이 후, <허준>의 리메이크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선덕여왕>의 김근홍 PD, <허준>의 최완규 작가가 손을 잡았고 김주혁, 백윤식, 박진희, 남궁민 등이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정식 명칭으로 <구암 허준>이 확정되고 318일이 첫 방송 날짜로 결정된 것 역시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김재철을 위시한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단기간 내에 상당한 규모의 위용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MBC<구암 허준> 편성은 여러 가지로 무리수인 측면이 있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오후 7시부터 11시 사이 주시청시간대에 특정 방송 분야의 프로그램이 편중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MBC<구암 허준>을 편성하면 140분 가까운 시간을 드라마에 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타 방송사에 비해 약 40분이나 많은 시간이다. 방송법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키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철이 <구암 허준> 제작을 강행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단연 시청률 때문이다. 전통적인 강자인 KBS 9시 뉴스와 경쟁하기에는 드라마가 가장 경쟁력 있는 장르인데다가, 과거 64.2%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허준>의 리메이크라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시대 일일 드라마를 처음 시도하면서 지극히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다.

 

 

게다가 허준은 75<집념>을 시작으로 <동의보감>(1991), <허준>(1999)까지 MBC가 창사 이래 무려 세 번이나 드라마화 한 소재다. 그만큼 제작 노하우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궁합도 좋았다. 앞서 방송 된 세 작품 모두 작품성,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측면에서 김재철에게 허준은 수렁에 빠진 MBC 9시대를 건져낼 유일한 구세주였던 셈이다.

 

 

 

 

구암 허준왜 부진한가

 

 

그러나 김재철의 호언장담과 달리 <구암 허준>의 성적은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고 있다. 방송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시청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KBS 1TV 9시 뉴스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도 뒤쳐져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 중이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MBC의 야심작 <구암 허준>은 왜 부진한 것일까. KBS 9시 뉴스의 강세는 단연 첫 번째 이유로 꼽아야 한다. 지난 40년간 시청자들에게 9시 시간대는 뉴스 타임이었다. 이를 뿌리째 흔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구암 허준>이 아무리 경쟁력 있는 드라마라고 할지라도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단기간에 바꾼다는 건 쉽지 않다. 앞선 시간대에 방송하는 <MBC 뉴스데스크>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9시 시간대에 사극을 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다. 모름지기 일일극은 한두 번 걸러서 봐도 이야기와 캐릭터가 단번에 파악될 만큼 단순한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중간이라도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암 허준> 같은 사극은 연속적으로 보지 않으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내용 파악이 어려운 장르다. 시청자들이 중간에 유입될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본 시청자라고 할지라도 드라마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대에 TV 앞에 앉는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이는 너무 불친절한 요구다. MBC가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이런 식의 무리한 편성은 아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 주 시청층인 30~50대 여성들이 사극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젯거리다. 일상생활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 홈드라마에 익숙한 주부들에게 사극의 무겁고 진지한 진행은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주부 시청자 대부분은 7시대 MBC <오자룡이 간다>, 8시대 KBS <힘내요 미스터 김>을 시청하고 9시대는 남편이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채널권을 양보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주부 시청자들을 규합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셈이다.

 

 

편성에 따른 외적 문제 뿐 아니라 작품 내적으로 원작의 그늘이 너무 큰 것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구암 허준>의 원작인 1999년 작 <허준>은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다.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구암 허준>으로선 원작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완전히 신선한 것이 아니라면 <허준>을 잊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구암 허준>에 흥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주연배우들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허준 역의 김주혁은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있는 전광렬의 위상에 못 미치고, 유의태 역의 백윤식 또한 이순재에 비하면 무게감이 다소 부족하다. 극이 진행 되면서 점차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대중의 구미를 확 당길만한 연기자가 없다는 것이 초반 시청률 확보에는 분명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구암 허준>은 안팎의 기대와 달리 잘못된 편성전략, 주 시청층 공략 실패, 시청 패턴에 대한 이해 부족, 작품 내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약점을 노출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MBC의 야심작에서 졸지에 애물단지로 내몰린 지금, 과연 <구암 허준>5%대 시청률에서 벗어나 김재철의 공언대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까. 김재철이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구암 허준>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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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야심작 <구암 허준>18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선덕여왕>의 김근홍 PD<허준><주몽>의 최완규 작가가 손을 잡고 김주혁, 백윤식, 박진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만큼 드라마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허준은 드라마와 영화로 숱하게 만들어지며 흥행 불패신화를 써내려간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역대 허준을 소재로 한 작품은 무엇이 있었을까. , 허준을 연기한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집념>과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처음 허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들어진 작품은 1975MBC 일일연속극 <집념>이다. <개구리 남편><교동마님>으로 유명한 표재순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이은성이 극본을 맡았으며 김무생, 이순재, 이효춘, 전양자 등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 한 드라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어의 자리에 오르는 허준의 일대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집념>에서 허준 역할을 맡은 배우는 김무생으로, 그는 특유의 선 굵은 연기를 통해 허준 캐릭터를 실감나게 구현해 당대의 연기파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이 드라마는 제 12회 백상 예술대상 TV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주연을 맡은 김무생 또한 남자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PD 수첩>으로 유명한 박건식 PD는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1975년 우리 동네 이장 집에 등장한 TV는 바로 동네의 축제였다. 많은 프로그램 속에 유독 잊혀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집념>이었다. 허준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속에서 김무생은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환자에게 침을 꽂았다. 열정적으로 의술을 설명하며 동의보감을 저술하던 그의 모습에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 인간의 정열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 진실이 어린 소년의 눈에도 보인 것이다.” (PD저널, “내 인생의 빛-김무생 주연의 MBC 드라마 집념’” )

 

 

 

 

1976년에는 동명의 영화 <집념>이 제작됐다. 이순재가 ‘2대 허준으로 낙점됐고 김창숙, 박병호 등이 힘을 보탰다. <삼현육각><삼호탈출> 등으로 유명한 최인현 감독이 연출을, 각본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이은성의 몫이었다. 영화 <집념>은 드라마 못지않게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준수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16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촬영상 등을 휩쓸었고 제 13회 백상 예술대상에서는 대상,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훗날 작가 이은성은 <집념>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198411월부터 부산일보에 소설 하나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총 4권 분량(···)으로 계획 된 <소설 동의보감>이다. 첫 권 한권 분량을 10년 넘게 다듬을 정도로 공을 들인 이 소설은 결국 작가 이은성의 일생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은성의 친구이자 방송기자인 이진섭은 그는 하나의 인간상을 추구하고 작품으로 형상화 하는 일에 끈질기고 처절할 만큼 욕심을 부렸다”(1991년 한국애서가클럽 “<소설 동의보감>과 이은성발표문 중)는 말로 이은성의 남다른 집필 의욕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여러 출판사에서 문전박대 당했던 <소설 동의보감>을 창비에 소개해 발간하도록 도와준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881, 88올림픽 기념 특집극을 쓰던 이은성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소설 동의보감>은 끝내 결말을 맺지 못한 채 3권 분량의 미완의 작품으로 세상에 남고 말았다. 이 후, 이 소설은 허준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의 원작으로 명성을 떨치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의보감>‘<허준> 신드롬

 

 

1991년에는 <소설 동의보감>을 원작으로 한 MBC 월화드라마 <동의보감>이 방송됐다. 서인석이 주인공인 허준 역을 맡아 열연했고, 이순재가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로 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김용림, 최불암, 이응경, 이경진, 이원종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14회 분량으로 방송 된 이 드라마는 짧은 분량임에도 허준의 일생을 진지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999, MBC는 다시 한 번 허준이 주인공인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한국 민중사극의 원조 격인 드라마 <허준>이다. 한동안 현장을 떠나있었던 이병훈 PD의 브라운관 컴백작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피디한 전개를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사극은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공식을 무참히 깨버린 <허준>은 랩과 피아노 선율이 섞인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하는 등 젊은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쓴 작품이기도 했다. 그 결과 <허준>은 남녀노소가 모두 열광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최고 시청률은 64.2%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고, 평균 시청률은 무려 53%(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방송 점유율은 85%에 달했다.

 

 

 

 

출연 배우들 또한 생애 더할 나위 없는 전성기를 누렸다. ‘4대 허준전광렬은 혼신을 다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음은 물론이고 생애 첫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그의 명성은 가히 국민배우급의 위용을 자랑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91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유의태 역에 캐스팅 된 이순재 역시 명배우다운 칭송을 받았다. 이순재는 75<집념>부터 99<허준>까지 허준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 모두 출연하는 진기록을 남긴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허준>이 낳은 빅 스타는 예진아씨 역의 황수정이었다. 허준을 마음으로 연모하며 의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예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녀는 단아하고 정갈한 매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이 후, 그녀는 이른바 필로폰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당대의 톱스타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외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던 임현식, 이희도, 최란, 김해숙 등 또한 큰 사랑을 받았다.

 

 

수상실적 역시 화려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 전광렬이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황수정이 MBC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을, 임현식이 MBC 연기대상 캐릭터 인기상을 받았다. 연출자인 이병훈 PD는 연출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방송협회 방송대상 우수 작품상, 국회 대중문화 미디어 상, 한국방송PD연합회 올해의 프로듀서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의 연출가로 명성을 떨쳤다.

 

 

사회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허준>의 흥행과 함께 원작인 <소설 동의보감>이 방송기간 내내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전국의 한의원 역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극 중에서 허준이 고열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매실로 치료하는 장면이 방송되자마자 매실이 불티나게 팔려 없어서 못 먹는품귀현상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매실음료 역시 <허준> 신드롬 덕분에 만들어 진 히트상품이다.

 

 

드라마 주제곡을 담은 OST 음반도 대박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메인 타이틀곡 <불인별곡>과 배경음악으로 쓰인 각종 피아노곡이 실린 이 앨범은 2000년 한 해에만 30만장 가까이 팔려 나가며 <허준> 신드롬을 실감케 했다. OST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이처럼 <허준>은 사극 하나가 사회 문화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구암 허준>, ‘흥행 불패 신화이어갈까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이번에는 <구암 허준>이 다섯 번째 바통을 이어받았다. 첫 방송 시청률 6.7%로 무난한 출발을 보여준 <구암 허준>은 과연 지금까지 방송 된 역대 허준 드라마들처럼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MBC가 자존심을 걸고 만든 120부작 <구암 허준>이 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내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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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루아가 생각보다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다고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던 가운데 지금 8회 이상이 방송되었다.



 와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워 신선함을 구축하고자 했던 떼루아는 오랜만에 신선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김주혁은 그 와중에 20%를 넘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이대로라면 20%는 커녕 15%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떼루아, 왜 부족할까?

 떼루아에서 주인공들 사이에 매개가 되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바로 '와인'이다. 태민(김주혁)이 비싼 와인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걸 우주(한혜진)이 습득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되고 그 일로 태민이 사직서를 내는 계기가 되며 전통주 술집이었던 '남초'가 태민에 의해 와인 레스토랑 '떼루아'로 바뀌게 되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단 설정자체는 특별할건 없지만 흥미로와 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천재적 후각을 가진 우주가 태민의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점점 받게되는 주목도와 천재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와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잘 버무리기만 한다면 이 드라마의 매력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혜진이 연기하는 '우주'라는 캐릭터는 능력도 없으면서 저돌적이기만 한, 무대뽀형 캐릭터에 더 가깝다. 후각으로 상한 와인을 가려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능력은 없이, 단순히 열심히 하려다 실수만 반복한다. 위기의 순간이 닥칠때 마다 우주가 자기도 모를 능력을 발휘해서 일을 처리했다면 이 캐릭터는 더 빛났을 것이다. 물론 와인 초보기는 하나, 우주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생각이었거든, '떼루아'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해야 했다. 

 그러나 이 캐릭터는 8회가 지나도록 남의 도움없이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하고 극의 긴장감을 불어 넣다가도 순식간에 태민이 등장하거나 조이(기태영)이 등장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고 만다.

 김주혁이 연기하는 태민 역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제까지 수없이 써먹었던 까칠한 능력남이라는 설정은 이 캐릭터를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었다. 떼루아를 좋은 레스토랑으로 만드는 노력보다는 양대표나 지선(유선)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보이는 이 캐릭터는, 개성이 뚜렷하지도 않고 크게 어필할 것도 없어 보인다.

 전혀 독특할 것이 없는 사각관계역시, 이 드라마에는 독이다. 지선과 태민은 사랑하는 사이고 지선은 능력있고 예쁜 여성이지만 태민 집안 반대때문에 헤어졌고 태민은 이사실을 모른다. 매너좋고 따뜻한 조이는 우주를 좋아하게 되지만 우주는 태민을 사랑하게 될것이다. 결국 주인공들의 사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나온 이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사각관계 캐릭터들의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 강회장의 반대로 헤어졌던 지선의 눈물에 힘들어 하는 태민과 모든것을 다 퍼주고도 결국은 사랑을 얻지 못할 조이의 얄궂은 운명에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뻔한 설정에 하품이 먼저 나니,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더 큰 문제점은 우주가 왜 더 썸씽도 많았고 따듯하고 정겨운 조이대신 까칠하고 무심함으로 일관하다가 그렇게 잘해주지도 않는 태민에게 더 끌리느냐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몇가지 태민의 따듯한 마음씨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기는 했지만 '좋아하게 된다'로 감정선이 움직이기 까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클라이 막스는 8회의 엔딩이었다. 태민이 우주를 자신의 할아버지인 강회장의 집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억지성이 짙었다. 갑자기 왜 우주를 끌고 가서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라고 소개시켰는지, 태민의 그동안의 냉철하고 예리한 성격에 비춰보았을 때, 한 번 화가 났다고 그렇게 까지 할 스타일은 아니라 사료된다. 또한 괜히 자기 종업원을 끌고 가서 할아버지에게 소개시킨 의도가 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주변엔 그런 여자들 밖에 없다.그러니까 지선이 미워하지 마라'라는 사실을 강조하려 끌고 간 것 같은데 정말, 굳이 우주를 끌어들여야 했는지 억지 스럽다.

 그리고 그 일로 과민하게 반응하는 우주. "네가 뭔데 나도 눈물이 나올까봐 들먹이지 않은 우리 아빠 엄마를 들먹이느냐"라는게 화나는 요지인거 같은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태민이 그렇게 우주가 화날만 하게 막말을 하지는 않은 듯 한데 1억이 넘는 와인을 태민 앞에서 쏟아 버리는 우주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어찌되었건 떼루아가 와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진부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매니아 층에게도, 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어필하지 못한 채 끝나게 될 가능성이 클것 같다. 와인은 매력적인 소재지만, 이 드라마 안에 와인은 별로 없어 보이니 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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