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시작한 <도둑놈 도둑님>(이하<도둑님>)에는 몇 가지 편견이 존재했다. 첫째는 주말극이라는 것. 대부분 주말 심야시간대의 작품은 ‘막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씨청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꼬인 출생관계, 특히 악녀로 대변되는 뚜렷한 선악구도,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의 답답한 상황등이 다소 지나칠 정도로 개연성을 무시한 채 표현된다. 주말극의 주 시청층이 주부라는 점을 다분히 인식한 구성이다. <도둑님>역시 50부작에 달하는 주말극으로 방송을 시작했고,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두 번째는 여주인공을 맡은 서현에 대한 편견이었다. 아이돌 출신 서현은 그동안 몇 번의 연기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상황은 아니었다. 긴 호흡의 주말극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반부의 똑똑한 전개, 그러나 예고된 막장.

 

 

 


6회가 방영된 <도둑님>은 이런 편견을 꽤 슬기롭게 극복해가고 있다. 사실 <도둑님>의 내러티브는 복잡하지 않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의롭고 꿋꿋한 주인공과 그에 대비되는 악한 세력의 구도는 전형적이고 단조롭다. 그러나 이런 구도를 <도둑님>은 독특한 설정으로 극복한다.

 

 

 


<도둑님>은 친일파와 독립군의 후손이라는 지점을 건드렸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대기업을 운영할 정도로 화려한 삶을 살지만, 독립군의 후손은 도둑질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처지다. 국가에 피해를 입힌 사람들의 후손이 오히려 잘 살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후손은 오히려 범죄자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 이 지점은 ‘불공정 사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며, 드라마를 막장공식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여기에 빠른 전개가 더해지자 호평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따져보면 <도둑님>은 선악구도,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의 구성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선과 악의 대립은 지나치게 뚜렷하고 주인공들은 나름대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절대 권력 앞에 번번이 꿈을 좌절당한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찾아내는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막는 절대 권력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결은 익숙한 설정이고, 드라마의 흐름을 무리 없이 이해시키기에 적합한 설정이다.

 

 

 


 

그러나 그만큼 캐릭터는 전형적이다. 특히 홍일권(장광 분)과 그의 딸 홍미애(서이숙 분)의 캐릭터는 그저 ‘악’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특히 홍미애의 대사는 지나치다싶을 만큼 노골적이다. 6회분에서 강소주(서주현 분)에게 “너는 밥을 따로 먹으라.”며 구박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노골적인 표정과 노골적인 대사, 그리고 노골적인 행동은 감정이입할 대상을 말그대로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독립군과 친일파라는 소재를 차용한 것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유효했으나 앞으로 남은 46회동안 촘촘한 설정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막장스럽지 않게’ 가져갈 수 있을지는 의문인 것이다. 이에 대해 <도둑님>의 pd역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둑님>의 오경훈PD는 제작 발표회에서 “처음에는 깐깐하고 진지하게 만들겠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막장적 요소가 어느 정도 들어간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주 시청층을 잡기 위해서는 막장 요소를 넣지 않을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 초반의 깐깐함으로 후반부에 약간 무리하고 파격적인 설정을 이해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돌 출신' 서현이 연기자 서주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사실상 막장은 주말극 시청률의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초반부의 탄탄함이 후반부까지 유효할 것이냐 하는 지점이다. 후반부 이야기와 마무리가 깔끔해야 드라마의 평가는 좋게 바뀔 수 있다. 방영 내내 답답한 전개를 이어가다가 후반부에 급하게 마무리되는 성질의 드라마에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소녀시대 출신의 서현은 서주현이라는 본명으로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알리는 중요한 시점이다. 성인 연기자로 전환되고 2회가 지난 지금, 서주현의 연기는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발음이나 발성, 표현에 있어서 주인공을 표현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막장으로 전환되었을 때, 캐릭터의 붕괴가 일어날 확률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막장극에서 ‘착한’ 주인공이 단순한 정의감으로 벌이는 일들은 때때로 답답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착하기만한 주인공은 오히려 지지율이 낮다. 막장으로 치달을수록 오히려 강렬한 분위기를 내뿜는 악역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캐릭터가 전형적일수록, 주인공에 대한 연기력의 평가 역시 높지 않은 경향이 있다. 전형적인 선악구도 속에서 정의로운 강소주 캐릭터는 사실 신선하다고 볼 수는 없다. 

 

 

 


<도둑님>은 과연, 막장의 향연 속에서도 서현을 연기자 서주현으로 인식 시킬만큼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초반부의 전개가 아깝지 않도록 후반부에 대한 세심한 노력이 수반될 때만이 그런 반전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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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특집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은 항상 정규편성을 염두 해 두고 만들어지지만 좋은 반응을 얻는 일이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명절에는 기존의 예능을 살짝 비튼 것만으로 호평을 얻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두 개나 나왔다. 바로 <썸남썸녀>와 <복면가왕>이 그것이다.

 

 

 

 

<썸남썸녀>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탄생한 예능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이하<우결>)으로 시작된 짝짓기 예능의 또 다른 변주일 것으로 생각 됐던 <썸남썸녀>는 그러나 그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일단 <썸남썸녀>에 러브라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썸남썸녀>라는 제목에서 보이듯 출연진들 사이에서 ‘썸’이 발생하고 그 ‘썸’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러나 <썸남썸녀>는 인위적인 러브라인이 사라질 때, 예능이 얼마나 신선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우결>류의 가상 연애 프로그램에는 사실상 이제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없다. 실제 커플이 탄생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데다가 결국 프로그램이 끝나면 서로 연락도 안하는 데면데면한 관계로 남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스텝들 사이에서 가장 실제처럼 누가 연기를 잘하느냐를 평가받는 그림이다. <우결>에 대한 호평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썸남썸녀>에서는 출연진들이 인위적인 ‘썸’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진실성이 묻어났다. 채정안이 자신의 이혼 경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결혼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산부인과 검진에 대한 의견까지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던 것이다.

 

 

 

 

<룸메이트>같은 셰어하우스 예능에도 러브라인을 우겨넣는 판국에 서로에게 소개팅을 시켜주고 각자의 인연을 각자 스스로 찾는 형식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는 오히려 진정성을 배가 시킨 것이다. 실제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 스타들을 섭외한 것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그들이 진실로 프로그램에 임하든 그렇지 않든 시청자들이 몰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현실감이 생생하게 전해진 것은 이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 가능성을 높게 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화제의 프로그램은 바로 <복면가왕>이다. <복면가왕>은 그동안 식상하리만큼 반복되었던 경연 프로그램에 ‘가면’이라는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얼마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최고의 가수들마저 경연에 몸을 던진 <나가수>의 출범 이후, <불후의 명곡>으로 되풀이된 가수들의 경연은 이제 사실상 새로울 것이 없다.

 

 

 

<나가수>가 시즌3를 내놓았지만 파급력이 예전만 못한 이유는 긴장 속에 진행되는 경연의 결과가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수의 라인업도 더 이상 <나가수> 시즌 1만큼 충격적이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목소리’만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겠다는 <복면가왕>은 신선하다. 편견없이 노래를 듣고 그 노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순간을 예능적인 재미로 승화시켰다. 댄스그룹인 EXID의 솔지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신선한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지와 <복면가왕>은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성공적인 관심을 획득했다. 시청률 또한 9.8%로 10%에 육박하며 정규편성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가수들을 섭외해 노래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의 패턴 역시 전형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회차가 진행될 수록 가면을 벗기도 전에 정체가 탄로나 버려 신선함이 줄어들 가능성 또한 크다. 그러나 어쨌든 초반의 관심몰이에는 성공했다는 것 자체로 일단은 성공적이다.

 

 

 

아직 초반의 관심일 뿐이고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썸남썸녀>와 <복면가왕>이 던지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이제 더 이상 원조라는 자부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형식과 방식이었다. 뻔한 연애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진솔한 얘기가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든지 얼굴을 가린 채 노래를 부르며 그들 정체의 반전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예능의 분위기는 훨씬 살아났다.

 

 

 

원조들이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검열이 필요하다. 그리고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단순히 소재가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것, 그것을 해내는 것에대한 중요성을 <썸남썸녀>와 <복면가왕>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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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의 시청률이 성공적으로 30%에 안착하며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10%만 넘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드라마들 속에서 장보리의 선전은 실로 눈이 부시다. 참으로 오랜만에 30%를 돌파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보리>의 흥행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과 전형적 선악구도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드라마 고질병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드라마다. 이 선악구도에서 힘겹게 자기 것을 찾는 주인공에 비해 너무 쉽게 모든 함정을 빠져나가는 악인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긴장감을 위해 악인의 득세를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렸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장보리>는 30%가 넘었다. 비판과는 상관없이 기본적인 재미를 담보한다는 이야기다.  <장보리>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막장이라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장보리>에 시선을 고정하며 호감을 느낀 것이다. 

 

 

 

<장보리>의 시청률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일단 <장보리>의 이야기 구조가 쉽다는 데서 그 첫 번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장보리>는 기본적으로 뚜렷한 선악구도와 출생의 비밀, 그리고 악인의 악행으로 인한 선인의 위기와 해결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기승전결, 특히 그 해결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기에 많은 회차 동안에 <장보리>는 동어 반복의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이 때문에 사실 몇 주정도 놓치더라도 큰 흐름을 따라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전개를 보인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진부하고 식상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장보리>는 진부함 속에서도 악인을 극한으로 밀어 붙이며 이야기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실 <장보리>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전작들을 확인 해 보면 <아내의 유혹>정도를 제외하고 극의 강약 조절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악하고 독한 나머지 시청자들이 몰입하는데 오히려 부적절한 결과를 낸 것이다. 

 

 

 

 

허나 <장보리>에서는 김순옥 작가의 장기인 인물의 악행을 극으로 끌면서도 선한 쪽의 이미지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극이 지나치게 난잡해지는 것을 방지했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악하다면 자칫 드라마 전반에 걸쳐 강약조절에 실패할 수 있는 점을 염두해 두고 선한 주인공에게 시선이 가도록 만들어 악한 인물의 악행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의 캐릭터가 착하다 못해 바보스러워 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든 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쨌든 드라마 전반에 걸쳐서 몰입도는 분명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감정이입을 끌어내는 데는 사실상 주인공 장보리 보다는 악녀 역을 맡은 연민정(이유리 분)의 힘이컸다. 연민정은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로 극의 전반을 쥐고 흔드는 캐릭터다. 연민정의 악행으로 인해 모든 사건이 발생하고 긴장감이 조성된다. 연민정은 날 때부터 힘도 배경도 없어 혼자서 모든 성공을 갈취하다시피 이뤄내는 인물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위해 거의 연민정을 주연 이상으로 활용한다. 주인공의 러브라인이나 스토리보다 연민정의 악행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민정은 도저히 개인으로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어려운 모든 역할을 혼자서 해내야 한다.

 

 

 

 

연민정은 모든 이야기를 제일 먼저 파악하고 먼저 손을 쓰며 위기의 상황에 몰릴 때 조차 능수능란한 거짓말로 상황을 회피한다. 사실 연민정의 이런 초인적인 모습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자아냈다. 그리고 연민정의 득세를 위해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실상 희생되었다. 연민정의 거짓말에 모든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속아넘어가고 연민정 악행의 모든 증거를 쥐고 있는 문지상(성혁분)같은 캐릭터들마저 증거를 재빨리 꺼내놓거나 속시원히 밝히지 못한채 ‘연민정에게 직접들으라’며 등을 돌리기 일쑤였다. 굳이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증거를 속시원히 풀어놓지 못한 것은 오로지 연민정의 악행이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연민정이 의기양양 모든 것을 이뤄낼 동안 시청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간다. 대체 연민정이 언제쯤 무너질까 하는 호기심은 이미 그가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도 궁금해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장보리>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문지상이 공장으로 연민정을 데려가 연미정의 약혼자인 이재희(오창석분)에게 언약식 스크린을 보여주는 모습의 희열은 배가된다. 결국 또 연민정의 계략에 휘말릴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터진 연민정의 몰락은 여느 영화의 반전 못지않았고 시청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과 희열을 선사한다. 결국 <장보리>의 시청포인트는 착한 주인공이 언제 성공할까 하는 것이 아닌, 나쁜 악녀가 언제 망할까 하는 지점이다. 그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깊은 공감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것은 연민정을 연기하고 있는 이유리의 사실적인 연기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장보리 역을 맡은 오연서를 비롯하여 주조연 할 것 없이 대체로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구심점은 누가 뭐래도 연민정이다. 그리고 연민정의 끝간데없이 악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 넣는 것이 바로 이유리다. 이유리는 최근 그 누구보다 이유없이 악한 인물을 제대로 연기하며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실상 <왔다! 연민정>이라 불려도 이 드라마는 할 말이 없다.

 

 

 

 

<장보리>의 흥행은 연민정이 더욱 발악할수록 가속화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미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연민정의 몰락을 얼마나 더 속 시원하게 그려내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보리>가 끝까지 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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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8.31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가요. 좋은 하루 되세요. ^^


남상미는 한 인터뷰에서 <결혼의 여신>의 여주인공을 선택하면서 욕먹을 각오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남상미가 맡은 송지혜 역할은 과연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을만한 캐릭터였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는 우유부단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비호감의 그늘에 갇혀 버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염증을 느끼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상미가 비난 받을 것을 알면서도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비난을 받더라도 그 비난이 나중을 위한 이유있는 캐릭터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면 그나마 낫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는 것도 아닐 뿐더러 단지 갈등 상황을 위해 캐릭터의 행동을 공감가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2000년 방영된 <불꽃>과 그 이야기 구조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크나큰 약점이다. 

 

 

<불꽃>은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작가 김수현의 작품으로, 이영애가 주인공 김지현역을 맡아 시청률 40%를 넘긴 작품이다. 먼저 <불꽃>의 내용을 살펴보자. 김지현은 평범한 집안 출신의 미모의 드라마 작가로 외적인 조건은 물론, 재력까지 갖춘 집안 출신인 최종혁(차인표)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다. 지현은 종혁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 못하지만 적극적인 그의 구애에 약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다정다감한 성격의 이강옥(이경영)을 만나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지현과 강옥은 각각 약혼자가 있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고 지현은 결국 재벌남인 종혁과 결혼을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은 시작된다.

 

 

<결혼의 여신>역시  평범한 집안 출신의 매력적인 라디오작가인 송지혜(남상미)가 재벌남이며 외모까지 수려한 강태욱(김지훈)의 적극적인 구애로 약혼하지만 지혜는 태욱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찾은 여행지에서 ...김현우(이상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재벌남인 태욱과 결혼을 해 불행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얼핏 놓고 봐도 이 두 드라마는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의 직업은 물론 이야기의 줄기가 되는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표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드라마 스토리는 유사해도 구조와 대사, 장면까지 유사하지 않는다면 표절 판결을 받아내기란 힘들다. 스토리는 한 작가의 독점적인 권리일 수 없다. 스토리는 얼마든지 변형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과거의 수많은 명작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드라마와 영화 산업이 풍성해졌듯이 말이다. 드라마에서도 수없이 신데렐라 스토리와 불륜 드라마가 리바이벌 되는 이유다. 그렇다 해도 기본 설정이 저정도로 유사한 것은 법적으로 표절 문제를 가리기는 힘들지라도 양심상의 문제다. 누가 보더라도 두 드라마의 유사성은 쉽사리 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문제는 없다 할지라도 심리적인 불편함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물론 <결혼의 여신>은 <뿔꽃>과는 다른 구성도 추가했다. 그러나 그 구성은 거의 대부분 자극적이고 적나라하다.  여주인공인 지혜가 현우와 하룻밤을 지내는 장면은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었고 또 다른 불륜커플인 신시아 정(클라라)과 노승수(장현승)은 부인인 권은정(장영남)에게 당당하고 뻔뻔하다. 신시아 정은 급기야 '오피스 와이프' 이야기까지 꺼내며 권은정의 말문을 막았다. 문제는 이런 설정이 재밌고 흥미롭게 흘러가기 보다는 거북하고 불편하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기 보다는 진부하다는 것도 문제다. 한마디로 불편하면서도 흥미롭지도 않다.

 

 

 <결혼의 여신>의 문제점은 앞으로의 전개 과정이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라도 그 과정을 설득력있고 흥미롭게 풀어야 하지만 <결혼의 여신>은 그 지점에서 실패했다. <불꽃>의 이영애는 사랑하는 남자였던 이경영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약혼자와 맞딱드린 현실이라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의 여신>의 남상미는 단순히 우유부단할 뿐이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는 있지만 그 과정이 전혀 설득력있게 펼쳐지고 있지 않다. 결국 여주인공이 비호감으로 전락했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마저 답답해지고 말았다.

 

 

 <결혼의 여신>이 그 드라마 고유의 매력과 시청포인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 드라마가 시청률도 호평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너무 안일한 설정과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의 실수는 드라마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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