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되는 의식인 결혼식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다. 스타들이라고 해서 결혼의 의미가 가볍지는 않을터. 결혼에 대한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는 것은 결코 잘못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결혼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사랑을 맹세하고 확인하는 결혼식이 허례허식과 의무로 가득 찬 의식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결혼식은 특히나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기 힘들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고 각자의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단순히 하객 수가 많을 수록 성공적인 결혼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결혼식에는 하객으로 수천명이 방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친구가 많겠지만 어떤 사람은 친구가 적다. 넓은 지인을 두루두루 챙기는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도 있지만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결혼식만큼은 예식장 인원을 채울만큼 ‘많은’ 하객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적은 수의 하객으로 인해 텅빈 웨딩홀은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친분이 아니라 머릿수를 채워야 하는 결혼식에 대한 고민은 만만치 않다.
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뒷말이 나오는 것도 싫고 결혼식 사진에 적은 하객이 찍히는 것도 왠지 자존심 상한다. 모든 것이 여의치 않다면 ‘하객알바’를 동원해서라도 머릿수를 채워야 한다. 자존심을 다치는 것 보다는 그저 하루 뿐이라도 친구들이 있어 보이는 것이 낫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 진심어린 축하보다는 단순히 인맥관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일쑤다.
모든 것을 떠나서 비싼 결혼식 비용을 채우려면 어찌되었건 축의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억대를 호가하는 호텔 결혼식은 더욱 그렇다. 그동안 뿌렸던 수많은 결혼식의 축의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역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일률적이다. 그렇게 돈을 들이고 많은 하객을 불러모았지만 짧으면 30분, 길어야 두 시간 정도에 끝나는 결혼식은 어딘지 모르게 허무하다. 그러나 여전히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란 어렵다.
스몰웨딩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정신없이 끝나 버리는 결혼식의 풍경에 반감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몰웨딩은 그리 가볍지 않다. 일단 체면을 중시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결코 찬성하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 뿌렸던 축의금에 대한 본전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의 결혼식에서 그저 밥만 먹고 왔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으니 말이다.
스타들에게 있어서도 스몰 웨딩을 결심하는 일이 결코 쉬울 리 없다. 1월 19일 결혼한 비와 김태희의 결혼식은 엄청난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간소했다. 호텔도 아닌 한 성당에서 ‘미사예배’ 형식으로 치러진 결혼식의 하객은 약 5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명을 넘나드는 유명인들의 결혼식 하객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수치다. 결혼식은 비공개라 할지라도 결혼식장 앞에서 마치 런웨이처럼 포즈를 취하는 연예인 하객들의 기사 사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결혼소식에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중소기업 인수합병’ 수준의 재산 규모였다. 둘이 합쳐 약 500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연예계의 중점 토픽으로 다뤄질 만큼 그들의 재산 규모는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재산 규모에 대한 보도가 부끄러워질만큼 그들의 결혼식은 작고 아담했다. 비가 결혼발표에서 “현재 시국이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최대한 조용하고 경건하게 (결혼식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고 밝힌 그대로였다.
이런 스몰 웨딩을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바로 가수 이효리였다. 이효리의 결혼은 제주에서 소수의 하객만 초대한 채 치러졌다. 일단 제주도는 이효리가 여러차례 밝혔던 만큼, 그에겐 의미가 큰 장소였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하객들이 참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제주도에서 자신과 정말 친한 사람들만 초대하여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각종 명품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스타들의 웨딩드레스도 없었다. 본인이 직접 공수한 ‘합리적인 가격의’ 드레스는 이효리에게 맞춤 옷처럼 잘 어울리며 결혼식을 더욱 빛냈다. 김태희는 아예 본인의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에 나섰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드레스를 입고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스타들의 결혼식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원빈과 이나영의 깜짝 결혼식 역시 강원도 정선의 한 밀밭에서 50여명의 하객만으로 치러졌다. 평범한 밀밭을 화보 촬영장으로 만들만큼 아름다운 신랑신부의 모습이 화제가 된 것과 더불어 그들이 대접한 음식이 아궁이에 올린 솥에서 끓인 잔치국수였다는 것 또한 화제가 되었다. 스타들의 화려함을 생각해 보면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무조건 크고 화려한 결혼식도 좋지만, 스타들의 이런 스몰 웨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결혼식이 가진 진정성에 있다. 얼마든지 크고 화려하게 할 수도 있는 스타들이 정말 자신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만 불러서 자신들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의미가 있는 옷을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 그것이 이제는 얼만큼의 하객을 ‘유치’ 했고, 얼마나 화려한 장소에서 했는가 보다 더 큰 로망이 되고 있다. 어쩌면 때로는 화려한 결혼식보다 더 큰 용기와 결정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