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단 이틀만에 90만에 육박하는 성적을 내면서 관심의 중심에 섰다.

 

 물론 비판 여론도 있다. 독점하듯 가득 채운 스크린 수, 톱스타들의 물량공세, 대대적인 홍보까지. 이정도면 흥행을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노릇일 수도 있다. 게다가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등의 영화를 떠 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도둑들은 이 모든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흥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숨은 적재 적소의 유머와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가득 메워져 있는 이영화는, 흐름만 잘 탄다면 7~800만까지도 갈 수 있는 파급력을 갖췄다 말해도 좋을 듯 하다. 일단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결코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의 마음을 잘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영화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연기자들이 하나같이 튀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연기로는 불평을 받지 않았던 배우들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이 전지현이었다. 아직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가 가득 남아있는 전지현의 연기는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지현의 이름값, 거품이었던 시점에서

  전지현은 그동안 톱스타로 군림해 왔지만 톱스타의 이름값을 한 작품이 얼마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전지현하면 아직까지 떠 오르는 [엽기적인 그녀]만이 그가 가지고 있는 '전지현 톱스타'의 지지기반이었다. 그 외에 전지현은 각종 CF에서만 그녀의 매력을 드러내며 작품에서 전혀 존재감을 발현하지 못했다. 엽기녀 이후 선택한 모든 영화들이 엽기녀를 이용하기도 했고 떨쳐 버리려는 시도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지현은 혹평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전지현이 끊임없는 혹평이 시달렸던 것은 전지현의 연기력이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부정확한 발음과 한계를 보여주는 감성 표현, 이미지 변신의 불가능 등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전지현의 연기는 고개를 절로 흔들게 했고 전지현 이름값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해외 진출 성적도 시원치 않음에 따라 전지현은 어느 순간 대중의 관심에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 버린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전지현이 예니콜로 출연한 도둑들은 전지현이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전지현은 도둑들에서 굳이 자신의 장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 전지현의 역할은 엽기적인 그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좋을 만한 캐릭터다. 엉뚱한 행동으로  곳곳의 웃음포인트를 전지현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지현 전성기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딱 달라 붙는 작업복을 입고 건물을 뛰어내리는 전지현의 몸매 역시, 전지현의 캐릭터를 더욱 호감으로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전지현은 날씬한 몸매와 코믹연기라는 두가지 장점을 골고루 활용하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지현, 예전 이미지 활용, 독똑한 선택

 

 이전의 이미지를 재활용했으면서도 정체되었다고 생각한 연기력이 아니라 상당히 발전되었다고 느껴졌다는 점에서 전지현의 이번 영화는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다. 단순히 요즘 대세라는 김수현과의 키스신 때문이 아니었다. 키스신이 데뷔후 처음이라는 점 역시 그동안 전지현이 얼마나 역할에 한정을 두고 있었는 가를 알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도 담배를 피는등의 연기를 했지만 그건 단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도둑들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욕을 내뱉는 등의 연기, 예전의 전지현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내 이질감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지현에게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더욱 전지현이 주목되는 이유는 영화 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혜수와의 매력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매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전지현은 펩씨역의 김혜수와 은근한 라이버리를 형성하며 재미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다. 김혜수의 연기력이야 이전부터 알려진 바이지만 전지현은 그렇지 않았다. 전지현이 그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면 둘의 관계에 재미가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전지현은 김혜수와의 관계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며 극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연기력이야 단순비교가 불가능하지만 존재감이 김혜수의 포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는  것은 전지현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지현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가장 중요한 캐릭터 중 한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전지현만이 주목받는 그런 스토리라고는 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영화들만이 제작되었지만 이제 전지현은 주변과 융합하고 어울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성장할 기회는 놓치지 않았으니 전지현의 이번 행보는 성공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 하다.

 

 앞으로 전지현이 얼마나 더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전지현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전지현의 꺼져가던 매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디 다음에도 현명한 선택이로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재평가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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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양이 출연한 드라마 [싸인]이 호평과 좋은 스토리에도 불구,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논란을 낳았다.


 박신양과 김아중, 두 주연배우가 불참한 탓도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드라마 스페셜 부문에서 정겨운이 남자 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상도 수상하지 못해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상을 꼭 수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눠먹기식 수상 결과가 남발되는 과정에서도 싸인이 이런 홀대를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MBC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로열패밀리로 호평을 들었던 염정아가 무관에 그치며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낸 것이다. 그들의 연기력으로 보나 흥행력으로 보나 무관에 그칠 성적은 아니었는데 다른 드라마에 화제성이나 시기 면에서 밀리고 만 것이다. 이는 연기대상이 곧 줏대없고 기준 없는 그렇고 그런 연말 시상식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만 것이다.


 박신양은 연기대상에 불참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같이 호흡을 맞췄던 김아중 역시 연기대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단 이 부분에서 수상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수애가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을 두 개나 거머쥔 것을 보면 박신양이나 김아중이 굳이 수상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진정 연기력으로만 승부하는 연기대상이라면 박신양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수상을 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반면에 사회를 맡은 지성과 최강희가 출연한 보스를 지켜라는 무려 7개의 상을 가져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누가 보더라도 몰아주기식 수상이 아닐 수 없었다.


 염정아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해서 MBC 드라마 여자 주인공 중에서 염정아를 능가하는 연기력을 보인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염정아는 로열패밀리에서 구박받고 핍박받는 며느리에서 야망과 욕망을 숨긴 철의 여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엄청난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염정아는 이런 연기력과 상관없이 잊혀진 얼굴이 되고 말았다. 화제성면에서 더 뛰어났던 다른 드라마들에 가려서 염정아는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쉬운 점은 또 있었다. 결국 중견연기자들이 수상할 수 없는 한계를 이번 연기대상은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연기력 하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해숙이나 김영철이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하면서 연기대상 역시 연기력이 아닌, 젊은 배우 붙들어 놓기에 쓰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연기대상이라는 의미가 무얼까. 그 해를 빛냈던 작품을 치하하는 의미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그 본질은 진정으로 연기를 제대로 해 낸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고 화제성도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 시청자들이 인정한 연기를 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는 것은 연기대상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연기대상 시상식은 점차 그 권위가 떨어져가고 있다. 차라리 삼사를 통합하여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이 선정한 연기대상 시상식을 여는 편이 훨씬 더 긴장감있고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각 방송사가 따로 진행하며 자신들의 수상 남발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참으로 눈꼴시린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신양의 불참은 어쩌면 이런 의미일지도 모른다. 박신양은 이미 SBS에서만 두번이나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모두 좋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몰고 온 작품에 출연한 탓이었다. 박신양은 그 상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연기대상이 그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가 연기대상을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박신양이나 염정아가 무조건 수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상 결과가 결국은 나눠먹기식 방송사 입맛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굳이 연기대상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부터 제대로 해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연기대상 시상식이 점점 전파낭비,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점점 보고 싶어지지 않는 연기대상,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연기대상을 이제는 그만 만들고 좀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시상식이 될 수 있도록 방송사가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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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해의 신부화장 논란이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배우로서 이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극중 상황과 캐릭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장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다해가 아주 괜찮은 연기를 하는 배우임에는 틀림 없지만 이런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선덕여왕] 의 '이요원'의 자세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다해 논란의 본질은 아주 간단하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캐릭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하고 등장하니 시청자들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여배우인 이다해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있다. 그래도 드라마의 유일하다면 유일한 원톱 히로인인데 안 예쁘게 나오라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년이라고 해서 꼭 이쁘지 말라는 법 있냐며 강변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배우 입장에서 본 논리다. 시청자들이 보는 대중 드라마의 히로인이라면 시청자들을 불편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캐릭터에 자신의 외모를 맞춰 가는 것이 맞다. 다소 비루해지고, 다소 헝클어지더라도 이를 연기력으로만 잘 커버한다면 시청자들은 이다해의 캐릭터에 훨씬 더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추노]의 유일한 옥의 티가 '언년이' 라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야 백배 천배 낫다.


언제 어디서든 여배우가 이뻐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럴려면 미용실 안에 앉아 있거나, 광고를 찍어야지 힘들게 [추노]같은 사극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추노]를 선택했다면 배우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캐릭터와 일치 시켜야 하는 것이 옳다. 망가지는 연기를 한다고 배우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듯 외모가 다소 손상된다고 해서 여배우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다해는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선덕여왕]의 타이틀롤 이요원은 이다해에게 귀감이 될 만한 존재다. 이요원은 [선덕여왕] 에 출연하면서 존재감 논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결국은 선배인 고현정에게 MBC 연예대상까지 양보할 수 밖에 없었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 누구보다 고생한 여배우임은 확실했다. 제 몸 하나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열정을 갖고 연기를 하는 모습이 분명 이요원에게는 발견됐다.


이요원은 드라마 초기 남장을 했을 때,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빗물을 홀딱 맞으며 강한 햇빛이 내리 쬐는 야외촬영의 압박을 견뎌내면서도 [선덕여왕] 의 타이틀롤로서 자신의 책임을 모두 다했다. 그녀 역시 얼마나 힘들고 싫었겠는가. 여배우에게 피부와 미모는 생명과 같은 것인데 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작품에 몰입했던 이유는 배우로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의식이 그리 가볍지 않았기 때문일터다. 예쁘게 보이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그녀는 [선덕여왕] 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다해는 이요원만큼, 아니 이요원보다 더 출중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게다가 상황적으로도 이요원보다 '덜' 고생하고, '더' 예뻐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울리지도 않는 신부화장을 때려치우고 언년이 캐릭터를 200% 빛나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 예쁘게 보이는 것 대신에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극대화 시킴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덴의 동쪽] 파문 당시 여배우의 주체성 운운하며 작품 하차까지 했던 그녀의 자의식이라면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배우 김해숙은 [가을동화] 를 찍을 때에 자신의 캐릭터를 더 초라하고 못나게 그리기 위해 연기하는 전날 라면 두개를 먹고 퉁퉁 부은 얼굴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면서 "여배우로서 항상 갈등하고 고민하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 라는 말을 남겼다. 이다해가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한 대배우의 고언이다.


[추노]는 이미 30%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웬만한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보는 유명한 작품이 됐다. 이제 이다해도 제대로 된 '프로의식' 을 발휘할 때가 왔다. 언제 어디서든 예뻐보여야 하는 것이 과연 시청자가 원하는 것인지 그녀 스스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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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가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를 들고 나왔다.


채림, 엄기준, 김승수, 김정화, 최다니엘 뿐 아니라 정애리, 천호진, 강부자, 김해숙, 이한위까지 대한민국 대표 연기자들을 포진한 MBC 새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는 첫 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진행을 선 보였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바로 '밝은 분위기' 였다.


그야말로 주말드라마다운 주말드라마였다.




사실 주말드라마하면 KBS 주말드라마를 빼 놓을 수 없다.


[딸부잣집] 으로 시작해 [젊은이의 양지][목욕탕집 남자들][첫사랑][파랑새는 있다][아씨][야망의 전설][종이학][유정][사랑하세요][꼭지][태양은 가득히][푸른 안개][내사랑 누굴까][저 푸른 초원 위에][보디가드][진주목걸이][애정의 조건][부모님 전상서][슬픔이여 안녕][소문난 칠공주][행복한 여자][며느리 전성시대][엄마가 뿔났다][내 사랑 금지옥엽] 까지.


근 20년 가까이 주말드라마 '왕좌' 를 놓치지 않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는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KBS 주말드라마는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시청률 20%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고정 시청자층이 확실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작가로서 KBS 8시대는 탐날만한 시간대다. 지금 방송 되고 있는 [내 사랑 금지옥엽] 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최근 KBS 주말드라마는 치정과 집착이 뒤섞여 가족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표류하고 있다. [애정의 조건][소문난 칠공주] 도 그런 편이었지만 [내 사랑 금지옥엽] 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단적 상황과 에피소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재미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완급 조절이 전혀 없고 끝까지 심각함으로 극을 이끌어가다 보니 이 드라마가 과연 주말드라마 맞나 싶을 정도다.


주말드라마라고 하면 적어도 소소한 서민들의 이야기와 일상의 결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포착하는 통찰이 있어야 하는데 [내 사랑 금지옥엽] 에는 그러한 것이 거의 없다. 전작인 [엄마가 뿔났다] 가 60대 주부의 삶을 애정 가득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했던 것에 반하면 더욱 형편이 없다. [엄마가 뿔났다]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볼 드라마라면 말이다.


그런데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는 주말드라마로서의 미덕을 흠뻑 갖추며 적어도 [내 사랑 금지옥엽] 보다는 훨씬 가족 드라마다운 면모를 띄고 있다. 거기에 적절한 애정 라인과 코믹과 로맨스를 적당히 버무리는 작가의 완급 조절도 박수를 쳐 줄만 하다. KBS 주말드라마 특유의 개성을 MBC 주말드라마가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극단적인 상황 설정보다는 상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 다소 극적이지만 추하기 보다는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하는 중년의 로맨스, 귀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이 수려하게 그려진 가운데 [잘했군 잘했어] 는 드라마 곳곳에 드라마틱함과 리얼리티를 반반씩 섞어 놓으며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필력이 확실하고 필력을 받혀주는 연출력까지 빛을 발하면서 [잘했군 잘했어] 의 첫 회는 안일한 [내 사랑 금지옥엽] 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뛰어났다. 앞으로 이끌어 나갈 이야기들의 복선을 하나하나 깔아 놓은 가운데 시종일관 유머와 밝은 이미지를 놓치지 않는 시도에는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 뿐인가. 드라마 전반에 포진한 배우들에게는 믿음을 넘어서 맹신에 가까운 신뢰가 형성된다.


이미 미씨 탤런트로서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할 줄 아는 채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채림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고 [그사세] 에서 재평가 받은 엄기준은 이번엔 능글거리지만 은근한 순정파의 유쾌함을 덧 입었다. 여기에 언제나 평균 이상하는 김승수와 젊은 연기자로서 자기 입지를 확실히 한 김정화, 말이 필요없는 중견 배우 정애리, 김해숙, 강부자, 이한위, 천호진 등이 가세하면서 [잘했군 잘했어] 의 진용은 KBS를 가볍게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잘했군 잘했어] 는 MBC 주말드라마의 '부활' 을 선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는 서민들의 삶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사랑에 대한 고찰이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삶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더 성숙해질지는 지켜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첫 회만큼의 감성만 간직한다면 [잘했군 잘했어] 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KBS 주말드라마여 긴장해라. 그리고 반성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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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청룡영화상도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상식이 열리는 12월이 돌아온다. 가요대상도 그 명맥이 흐지부지해지고 이제 연말 시상식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연기대상이 기다려지는데, 올해 방송사별 연기대상을 감히 이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본다. 







KBS


 연기대상-엄마가 뿔났다 [김혜자]
 

 김혜자가 없었다면 뿔난 엄마도 이렇게 까지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치 우리 엄마가 TV에 출연하는 듯한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혜자는 엄마가 뿔났다의 타이틀롤인 "엄마"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는 단지 엄마로서의 모성애를 부각시킨 기존의 캐릭터와는 달리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보여주는 한사람의 여자로서, 아니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그려내는데 성공했고 그 이면에 김혜자라는 연기자가 존재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연기력으로 따지자면 강부자나 이순재, 장미희 역시 호연을 펼쳤고 특히 장미희는 의외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200%끌어올리는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김혜자의 상징성이라든가 연기력은, 드라마의 중심을 흐뜨러 트리지 않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꼭 '김혜자'가 대상을 수상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아마 시청률과 화제성, 작품성을 골고루 따져보아도 어느면에 있어서나 김혜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우수 연기상-태양의 여자[김지수]


 물론 훌륭한 연기를 한 연기자들도 많았지고 당연히 상을 받을 그 연기자들을 제외하고, 김지수는 브라운관에서 거의 처음으로 그녀가 "우수"나 "특별상"정도에 그칠 만한 배우가 아님을 태양의 여자에서 증명해 보였다. 그동안 [여자, 정혜]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고 가능성을 점쳤으나 브라운관에서는 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 배우였으나, 근는 드디어 해내고야 말았다.
 
  [태양의 여자]에서 김지수가 아니었다면 그 연기를 소화해 낼 수 있었던 사람이 누가있었을까 하는 물음에 쉽게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만큼 김지수가 흡입력있는 연기를 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는 단순 악역에 그치지 않고 심경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떠받치고 있어야 하는 까다로운 배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최우수 작품상-그들이 사는 세상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표현되기에는 너무 아깝고 훌륭한 드라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단지 트렌디 드라마로 남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출연진들의 이야기가 어느하나 빠지지 않고 작품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사랑이야기에 머물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방송가의 실생활을 현실감있게 그려내면서도 그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제껏 그 어느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이다.

 물론 영화시상식과는 달리 작가상은 있어도 최우수 작품상의 시상부문은 존재하지 않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시상부문을 만들어서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직 드라마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중반을 넘긴 지금 이 드라마가 보여준 가능성과 대단함은 끝까지 감동으로 남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노희경이 왜 훌륭한 작가인지 확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PS-여자 신인상 분명히 윤아 줍니다.




 MBC

연기대상-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



 이번 연기대상을 김명민을 안주면 이건 MBC의 횡포나 다름없다.  그러나 시청률면에서 [이산]이나 [에덴의 동쪽]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뉴하트]는 워낙 오래전에 방송되었던 터라 화제성 면에서 뒤쳐지는 듯.  뭐, 이서진에게 돌아간다면 조금 많이 황당하겠지만 만약 송승헌이 타면....그것은 김명민보고 MBC에서 연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자본투입대비 실적으로 봤을때도 [베바]가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솔직히 작품상으로 [베토벤 바이러스]가 처음의 기대치에 끝까지 부응했느냐 하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 물론 나름 괜찮은 작품이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산으로 가는 스토리와 흔들리는 캐릭터들은 이 드라마가 처음에 보여주었던 그 감동과 희열을 30%도 유지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 처음의 대단함이 너무 충격적이고 신선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크게 실망할 뻔한 드라마다.

 어쨌든, 드라마는 드라마고 김명민은 엄청났다. 그가 보여준 '강마에'는 연기로 사람이 어디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나하는 물음에 거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솔직히 시청률이나 이벤트성으로 상을 받는 사람이야 셀 수 없지만 정말 연기를 잘해서 연기대상을 받는 사람은 드문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김명민은, 대중의 반응을 '연기'하나만으로 좌지우지 했으며 이전과는 색다른 모습과 대단한 연기에의 열정을 시청자들 조차 느낄 수 있게 표현해 내면서 '배우'라는 타이틀을 다시한번 공고히 했다.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거탑]에서 보여준 연기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이 배우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뭐, 본인은 연기하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 질 수도 있겠지만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특별상-내생에 마지막 스캔들[최진실]



 [내생에 마지막 스캔들]에서 중년임에도 트렌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최진실. 드라마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으셨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sbs

 하..솔직히 sbs가 너무 상업주의로 가는 탓과 여러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참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가끔씩 [달콤한 나의도시]나 [신의 저울]같은 드라마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청률이 안나오니 바로 금요드라마 폐지라니.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이번 대상 줄 사람을 꼽으라면, 참 꼽을 사람이 없는데가 바로 sbs다. 확 눈에 띌만한 연기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 뭐, 필요하다면 공동수상도 서슴지 않은 경험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어떻게 나눠줄까 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연기대상-누굴까? 모두 함께 예상해 보아요




 솔직히 [바람의 화원] "문근영"이 호연을 펼쳤지만 과연 대상까지 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시청률도 너무 약하다. 단지 시청률에 목멘다면 [조강지처 클럽]에서 한사람이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솔직히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지만 그동안 그렇게 연기를 잘하고도 한번도 수상하지 못한 "김해숙"이 파격적으로 수상하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에어]팀 중 한명에게 주기도 애매하고 "이준기"에게 주지도 않을 것 같고. 같은 맥락에서 [식객]의 "김래원"도 너무 약하고. 정말 혹시 "문근영"이 타게 된다면 화제성은 있을 것이다. 천사같은 마음씨와 열심히 하는 그 노력과 좋은 연기로 나타난 결과를 보아 그녀에게 주어도 괜찮을 듯.

 예측해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지만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는 것. 그러나 아무리 변수가 있다고 해도 이 사람들이 상을 수상하지 못하면, 상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에미상]처럼 통합 상을 만들어서 공중파에서 번갈아가면서 중계해도 재미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상은 누가 탈까? 그것 참, 어려운 질문이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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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순, 도금봉, 문희, 김지미 등 60~70년대를 종횡무진했던 여배우들은 어느새 '전설' 로 남아 한국 연예계에서 영원한 별로 빛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는 여배우 중 '전설' 로 남을 여배우는 과연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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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문희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천재" 다. 나문희 스스로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지만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역시 나문희는 천재야!" 라고. 나문희는 연기를 가장 연기답게 한다. 꾸밈없고 솔직하게, 진정성이 담긴 채로 거짓이 없다. 슬프면 슬픈만큼, 기쁘면 기쁜만큼 감정의 과잉이나 기복 없이 진솔하고 담백하다. 그래서 나문희의 연기를 보면 꼭 우리네 일상을 보는 듯 친근하고 익숙하다.


나문희는 표정만으로 연기를 하는 예사 배우가 아니다. 그녀는 눈과 코와 입과 몸짓으로 모두 연기한다. 철저하고 정확하게, 그러나 대단히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마치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그녀 존재의 일부인것마냥 나문희의 연기는 조금의 빈틈도, 흐트러짐도 없이 정갈하고 깔끔하며 담백하고 진솔하다. 그래서 나문희는 천재이고, 깊은 내면의 연기자이며, 눈 떨림 하나에도 전율을 줄 수 있는 진짜 배우다.


코믹과 신파에서 가장 자유로운 중견배우인 나문희는 [굿바이 솔로] 와 [거침없이 하이킥] 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지만 신 들린듯한 줄타기를 행복하게 해 나가고 있다. 나문희가 걸어온 배우의 길이 화려하지 않지만 빛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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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자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주인공" 이다. 그녀는 전성기를 구가했던 70~80년대나, 중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금이나 여전히 주인공이다. "주인공 아니면 안 한다." 던 김혜자의 말 속에는 배우로서 한 번도 꺾이지 않았던 자존심과 자신감이 녹아들어가 있다. 한 번도 '흐지부지' 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없는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 딱 김혜자만큼의 색깔과 개성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혜자스러워서' 사람들은 김혜자를 사랑했다.


배우로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80~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 김혜자의 TV 출연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김혜자는 똑같은 캐릭터에, 똑같은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고,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 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미덕을 발휘했다. 중견배우로서 드물게 '다작하지 않는' 김혜자의 거취는 언제나 배우로서 가져야 할 신중함과 고독이 묻어난다.


자주 만나기는 힘들지만 만나기만 하면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천상 배우로, 악녀부터 현모양처까지 모든 캐릭터를 아우르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김혜자는 연기를 하면서도 '연기 같지 않은' 연기로 여전히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진짜 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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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두심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엄마" 다. 오빠의 학업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제주도에서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녀는 이제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전원일기] 에서 김혜자를 끔찍이도 모시던 고두심은 세월이 지나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세 딸을 거느린 어머니가 됐고, 결국엔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르는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가 됐다. 마치 한 여성의 성장기를 보는 것처럼 고두심은 그렇게 진짜 엄마가 됐다.


방송 3사에서 모두 연기대상을 받은 유일무이한 배우이자 [한강수 타령] 과 [꽃 보다 아름다워] 로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던 고두심의 업적은 그대로 한국에서 여배우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가 됐다. 고두심은 '배우 고두심' 이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끝끝내 배우로 남아있었기에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것은 몇 몇 작품의 실패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고두심의 존재감이다.


고두심은 여느 여배우처럼 예쁜 외모를 무기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도 않았고, 수 많은 광고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팔지도 않았다. 고두심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곳은 언제나 카메라가 돌고 수 없이 이어지는 대사들이 부딪히는 그 곳, 감독의 큐 싸인과 스태프들의 땀방울이 흥건한 '드라마 현장' 그 곳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고두심은 눈물과 땀 냄새가 진동하는 그 '삶의 현장' 속에서 여전히 삶을 드러내보이는 배우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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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해숙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열정" 이다. 그저 그런 배우가 될 뻔했다. 연기는 잘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진 못했다. 이모, 고모로 늙어가 엄마가 되고 그렇게 세월에 휩쓸려 나갈 뻔 했다. 그러나 김해숙은 드라마 [가을동화] 로 자신의 모든 열정을 불태우며 중견배우로서 가장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만의 '길' 을 열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보인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가을동화] 에서 심금을 울리는 내면연기와 함께 김해숙은 고두심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연기자로 사람들 앞에 당당해졌다. 언제나 캐릭터를 받아들면 "이 여자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이 여자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를 먼저 생각한다는 이 배우, 얼굴이 망가지는 건 두렵지 않아도 캐릭터가 망가지는 건 수치스럽고 두렵다는 이 배우는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 본연의 욕망을 초월해 진정한 배우로서의 '이상향' 을 발견해 냈다.


재능과 노력, 열정의 황금비율로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나이 들어갈수록 절정으로 치달아가고 있는 김해숙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마 끊임없이 연기하는 배우로 살다 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전설적인 여배우' 로 기억 되는 것 그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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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종옥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자존심" 이다. [무릎팍 도사] 에서 배종옥이 털어 놓았던 것처럼 그녀는 사람들에게 깐깐하고 도도한 '자의식 있는' 여배우의 상징으로 오랜 시간 인정받았다. 데뷔 초기 독특한 목소리 탓에 연기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 목소리 자체가 배종옥의 심벌이 됐고, 따박따박 할 말 다 하면서 마치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이 쏟아 붓는 듯한 폭포수 같은 까탈스러움은 배종옥의 '운명 공동체' 가 됐다.


배종옥에게는 남의 눈치를 보거나 시류에 영합하는 비겁함 대신에 여배우로서 간직해야만 하는 충만한 자의식과 자존심이 가득하다. 철저한 엘리트주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전무결함은 세월이 흘러 사람들과 화해하면서 인간미까지 갖추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배종옥에게 기대하고 발견하는 것은 시간조차 침범하지 못하는 '배종옥스러움' 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배우로나 사람으로나 배종옥은 배종옥, 그 자체로 아름답고 깔끔하다.


배종옥은 [무릎팍 도사] 에서 '스타' 가 되고 싶다고 강변했지만, 배종옥은 스타 이전에 배우이며, 배우 이전에 전설이다.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엄마와 손을 마주잡고 눈물을 흘리던 억척 큰 딸은 [내 남자의 여자] 에서 처절한 치정의 극단을 보여줬고, [천하일색 박정금] 에선 여성으로서의 자의식과 인간미를 모두 포용한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 이것이 바로 '전설적인 여배우' 로 남을 배종옥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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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채시라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불패(不敗)" 다. 채시라는 연기자로서 단 한 번도 대중과의 교감에 실패한 적 없는 불패의 배우다. 몇 번의 삐걱거림은 있었어도 그것이 채시라의 드라마 그래피를, 더 나아가 채시라의 커리어에 상처를 주지는 못했고 그 삐걱거림조차 연이은 후속타의 대 성공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은폐하는 것이 바로 채시라였다. 채시라는 배우로서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천상 배우다.


시청률 '불패' 의 배우답게 채시라는 장르를 불문하고 항상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사극이면 사극, 시대극이면 시대극, 트렌디면 트렌디, 멜로면 멜로 채시라에게 불가능한 작품이나 영역은 없었고 작품 자체의 장르적 결함자체도 채시라를 만나게 되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면서 채시라는 성장했다. 어떤 빈틈도 허용치 않는 완전무결한 청정함을 자랑하면서.


채시라는 '사랑스러운 배우' 는 아니었으나 '멋진 배우' 였다. 채시라의 등장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채시라의 말 한마디는 사람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한 순간에 폭발시켜 버리는 과잉된 감정의 자의식을 채시라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배우로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채시라의 연기에 '전율' 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채시라는 조용하고 천천히 전설적인 여배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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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애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완벽함" 이다. 사생활과 연기를 통틀어 여배우로서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희애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욱 멋스러워져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롤 모델' 로 성장했다. 배우로서 김희애가 제시한 것은 작품과 연기력 뿐 아니라 '김희애 스타일' 그 자체였다. 가장 우아하게, 가장 고고하게, 가장 도도하게, 그렇게 김희애는 젊어지는 대신 멋스럽게 늙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아들과 딸] 에서 뭇 여성들의 질곡의 삶을 대변했던 김희애는 [완전한 사랑] 으로 신파의 끝을 달렸고, [내 남자의 여자] 에선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40대의 불 같은 사랑' 을 표현했다. 배우 김희애는 기본적으로 정확한 발음과 계산된 연기로 무장되어 결코 '해체 불가능' 한 연기파이며, 그것이 줄곧 연극톤의 과잉으로 이어질 때에도 김희애답게 소화함으로써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덴 조금도 실패함이 없었다.


20대부터 줄곧 유지해 온 김희애만의 개성은 가볍고 유쾌하기 보다는 무겁고 진중했다. 젊은 나이에 간직했던 배우로서의 진지함은 40대로 접어든 지금에 중견 배우다운 진중함과 고독으로 발전해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세월의 흔적 속에서 더더욱 영롱한 영혼을 발견케 하는 아름다움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가벼움과 거리를 멀리 했기에 진지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그 이름, 그 이름이 바로 배우 '김희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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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진실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최진실" 이다. 최진실은 그 어떤 키워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다. 90년대에는 좌중을 압도하는 스타로, 2000년대에는 '40살의 트렌디 드라마' 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전천후 연기자로 탈바꿈한 그녀는 난잡한 사생활이나 스캔들조차 '최진실' 이기에 용서받았다. 가장 최진실다운 방법으로, 가장 최진실스러운 이미지로.


최진실은 조성민과의 이혼 이 후, 과거 최진실을 상징했던 소비지향적임, 사치스러움, 현대여성의 트렌디함, 발랄하고 똑소리 나는 큐트함을 모두 외면하고 철저한 '생활형 연기자' 로 임팩트를 줬다. 그렇게 그녀는 20대의 '아이콘' 에서 40대의 '아이 엄마' 로 돌아오는 동시에 과거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했던 모든 이미지들을 전면에서 부정하고 배신하는 것으로써 과거의 영광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었다.


최진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더 이상 없을 때 원하는 것을 만들어 냄으로써 생존 본능스러운 자기 방어적 영역을 구가했고, 그 영역 속에서 새로운 '최진실 월드' 를 창조했다. 결국 지금도 최진실은 시청자들의 변함없는 충성을 바탕으로 변함없이 최진실 월드 속에서 배우 최진실로 남아있다. 역사평론가 강준만의 말처럼 최진실은 그 어떤 클로즈업에도 이그러지지 않는 오밀조밀함과 단단함을 자랑하며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최진실 신드롬' 을 현재 진행형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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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당당함" 이다. [무릎팍 도사] 에서 하희라가 말했던 것처럼 김혜수에게선 범접할 수 없는 스타로서의 비범함과 배우로서의 아우라가 풍겨져 나온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김혜수의 스타일은 육감적인 몸매와 센스있는 패션만으로는 절대 완성될 수 없는 '오직' 김혜수이기에 완성 가능한 김혜수 스타일의 카리스마다.


김혜수는 어느 영화제, 어느 행사, 어느 자리에 있어도 당당하고 여유롭다. 짓궂은 농담을 "하하하" 웃으며 넘겨버리는 호탕함에, 등장 자체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해 버리는 존재감까지 김혜수는 배우와 스타로서 가져야만 하는 미덕을 한 몸에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때때로 너무 강해 청소년기의 과도한 자기 절제를 유발시키기도 했고, 20대의 배우 김혜수를 줄곧 옥죄어 버리는 초자아적 불안증을 파생시켰다 할지라도 30대에 들어선 김혜수는 그 조차도 극복해내며 자신이 이룩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지를 발견해냈다.


평상의 당당함과 비범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배우로서는 머뭇거릴 때가 많았던 김혜수가 30대를 넘어서며 배우와 스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던데에는 김혜수만이 간직하고 있는 고민과 생각, 자기 억제의 두려움까지도 당당하게 부딪혀 깨트려버리는, 배우로서의 자신감과 존재감이 살아 숨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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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도전" 이다. 영화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 해 [밀양] 에 이르는 시간까지 전도연은 여배우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고, 어떤 연기를 해야하는지를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제시했다. 물론 쉬운 시간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전도연은 오해와 의혹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편견과 처절하게 싸워야 했고, 그 싸움의 현장 속에서 배우로서의 아름다움을 쟁취해야만 했다.


전도연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질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자신을 어떻게 새롭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더욱 골몰했다. 연기에 골몰하는 과정 속에서 전도연은 청춘 스타가 누려야 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배우로서는 그 어떤 여배우보다도 '모범 답안' 에 가까운 정답을 내 놓았다. 전도연은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커버했고, 종국에는 약점조차도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관객과 소통했다. 그 소통의 과정은 배우 전도연이 '여왕' 으로 성장하는 '성장기' 의 역사로 기록된다.


충무로에서 영원한 '티켓파워' 를 손에 거머 쥔 전도연은 어느새 'Only 전도연' 으로 성장했고 '칸의 여인' 으로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러나 '충무로의 여제' '영화의 여왕' '칸의 여인' 등의 거창한 수식어와 관계 없이 전도연은 '전도연' 자체만으로 전설이 됐다. 마치 그녀의 영화들이 전설적인 영화들로 자리잡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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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은하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신비" 다. 처음 TV에 등장했을 때, 심은하는 일개 신인 여배우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보여줄 것은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을 것은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통해 신비스러운 '심은하' 의 존재감을 완성했다. 심은하는 절대적으로 인간 심은하가 아닌 '배우' 심은하로 관객과 소통했고 그것이 곧 심은하를 전설로 만들었다. [온에어] 의 장기준의 말처럼 심은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이전에 동경하게 만들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로 처음 스크린에 발을 들여 놓았던 심은하는 [미술관 옆 동물원]과 [텔미 썸씽] 으로 심은하 파워를 입증했고 [청춘의 덫] 으로 절정의 인기를 맛 봤다. 그리고 그 절정의 순간에서 그녀는 한치의 미련도 없이 연예계를 은퇴했다. 사람들의 열렬한 구애와 열광에도 불구하고 심은하는 미동 조차 하지 않고 대중 앞에서 사라지는 꼿꼿함으로 영원히 신비스러운 여배우로 남게 됐다.


때때로 심은하는 '컴백설' 과 '유세설' 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신비스러운 자태를 유지하며 여배우로서의 생을 마감하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종말' 을 고했고, 그것으로 '종말' 을 '전설' 로 바꿔버린 심은하는 어쩌면 이미 현존하고 있는 진짜 전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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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스타" 다. 김희선은 불 같이 타올라 불 같이 사그라졌지만 그 뜨거움과 강렬함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 삼켰다. 나오는 드라마마다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했고, 하고 다니는 악세서리는 그 다음날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유행 아이콘이 됐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 사람들은 김희선에게 최첨단의 유행과 극단의 스타일을 캐치해 냈다.


김희선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 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스타였다. 김희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김희선이 하는 잦은 실수에도 너그러이 눈을 감아주는 아량을 베풀었고, 그 어떤 여배우에게도 바치지 않았던 충성을 맹세했다. [컬러] 에서 시작한 김희선 신드롬은 [미스터 Q]와 [토마토] 로 절정에 올랐고 [안녕 내사랑] 으로 '영원한'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그렇게 김희선은 철저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국 연예계를 자신의 이름으로 불태웠다.


지금의 김태희, 전지현이 아무리 날고 긴다한들 90년대 김희선의 '인기' 에 비할 수 있을까. 부족한 연기력조차도 사랑스럽게 만들었던 김희선이라는 이름의 배우는 추석이면 어김없이 '김희선 특집쇼' 로 전국의 30%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 모았고, 화장품 광고 하나로 화장품 매출을 3배나 올리는 '기적' 을 행한, 그런 배우였다. 가히 90년대 김희선은 '전설의 스타, 전설의 여배우' 라 할 만 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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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어머니로 아줌마로 우리에게 기억되어있는 이 중견배우가 가지는 파워가 그동안 스크린에서도 TV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영화 무방비 도시에서 그녀는 그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을 묻어버렸다. 

 김해숙의 영화 "무방비 도시". 이렇게 불려도 이 영화는 괜찮다. 왜냐하면 사실이 그러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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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서 섬뜩함을 자아내는 김해숙.

김해숙은 사실 이 영화에서 손예진, 김명민에 대면 영화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연급의 비중이 아니다. 하지만 김해숙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는 단 몇장면 만으로도 그 빛을 발했다.

 전설적인 소매치기가 가지고 있어야 할 그 독한 내공도 김해숙이라는 배우에 의해서 빛을 발했다.

 출소하자마자 다시 소매치기를 제안하는 상대에게 칼을 씹어서 피를 흘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김해숙이 아니라면 그 누가 그 칼날을 진짜 칼날이라 믿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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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숙은 이 빈약한 영화에 있어서 순간적인 몰입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소매치기를 벗어나보려 하지만 다른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한 여인의 아픔이 김해숙을 통해 보였고 독기를 품은 강렬한 철의 여인의 모습이 또 김해숙을 통해 보였고 또 세상에 둘도 없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모습이 김해숙을 통해 보였다.

 사실 무방비도시는 약간 아쉬운 영화다. "소매치기"라는 특이한 소재를 차용해 일단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그 특이한 소재에 얽매여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는 미치질 못했다. "범죄&스릴러"영화가 주는 긴장감이 이 영화 전반에 걸쳐 약하다. 물론 그동안 파헤쳐 지지 않았던 소매치기들의 실상을 표현한 부분에서의 볼거리란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 수록 전형적인 비극적인 모자관계로 흐르는 듯한 느낌은 아무래도 아쉽다.  

 게다가 두 주연 배우의 연기도 무난하지만 특별하지 못하다. 김명민과 손예진 모두 연기력하면 인정 받을 수준까지 올라선 배우지만 역할에 잘 스며들뿐 김명민도 그 기대이상을 보여주지 않고 특히 손예진는 팜므파탈이란 느낌을 살려내는데 2%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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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영화에서 김해숙은 온전히 빛난다. 김해숙만이 이 영화에서 200%활용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범죄자가 된 여인의 비극과 모성을 누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파고들어 표현하고 있다.

 진정한 주연은 인정받는 인물.

 작년 드라마 황진이에서 주인공은 황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백무역을 연기한 김영애가 드라마 전반을 살렸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토리 구성면에서는 약간 아쉬운점이 있더라도 영화 전반의 긴장감과 감동의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그리 어색하지 않게 잡아내게 한데는 김해숙이라는 연기자의 역할이 지대했다.

 김명민과 손예진이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연기를 펼치는 동안 김해숙은 또한번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도 그 인물이 진정한 "강만옥"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 인물에 김해숙이 보였다면 관객들의 눈물이 그 2분의 1만큼이나 흘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역시 그녀가 훌륭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손예진과 김명민을 봤다고 얘기했지만 김해숙에게는 강만옥이라는 이름 석자를 붙여주었을 것이다. 그러한 까닭은 김해숙이 연기한 인물은 적어도 스크린 안에서는 실제가 되고 엄청난 표현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해숙은 주연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 배우, 주연을 압도하는 조연, 김해숙의 모습이다.

 다른 중견연기자들이 똑같은 누군가의 어머니나 할머니, 또는 그냥 주책바가지 아줌마 연기를 해낼때 김해숙의 "변신"은 이미 다른 연기자들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것도 국민 어머니라는 별칭까지 얻어낸 김해숙이라는 배우가 다시 또다른 어머니를 창조해 냈다. 그것은, 한국 영화계에 있어도 남들과는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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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방비 도시라는 영화를 통해 진정으로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하여 기쁘고 반갑다. 그것이 "국민 어머니" 김해숙이라는 배우이기에 더욱 더.

 매 작품마다 자신을 재발견하게 할 수 있는 배우는 훌륭하다. 어느 곳 어느 자리에서나 그 배우는 항상 빛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지금 김해숙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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