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해피투게더>에서는 씬스틸러 배우 오연아가 출연해 두 명의 선배 이름을 거론했다. 하나는 정우성, 다른 하나는 김혜수의 이름이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두 배우는 오연아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다. 정우성은 오연아가 배우를 포기하려 했을 때 즈음 오연아를 추천한 장본인으로, 지금의 씬스틸러 오연아를 있게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오연아의 입을 통해서 밝혀졌다. 정우성은 뒤늦게 개봉한 <소수의견>이라는 영화를 보고 '후배가 좋은 길로 갈 수 있다면 끌어줘야 되지 않겠냐’라고 말하며 영화 <아수라>에 오연아를 추천했다고 한다. 무명배우였던 오연아를 눈여겨보고 기억해 두었다가 영화에 추천하는 것은 정우성 같은 톱스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명 배우의 커리어는 정우성과 하등 관련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배우들의 연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에피소드다.
정우성은 평소에도 배려심 깊고 주변 사람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배우 이범수는 예능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하여 “단역배우 시절 회식에 참가하기가 애매했다. 누구하나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나도 가도되나 싶었다”며 “(회식에 가서) 앉아있으면, 내가 음식 받을 차례임에도 다른 높은분이 ‘여기요’하면서 집어가고 있었다. 어느 톱스타가 그 모습을 5분 10분 지켜보고 있더니, ‘아주머니, 저쪽 테이블 갖다 주세요. 그쪽 지금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는 것이었다. 회식자리에서 전체상황을 모두 보고 있었던 것.” 이라며 “그 배우가 바로 정우성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범수는 “정우성을 정말 멋진남자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김정태 역시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여 “영화 <똥개>를 정우성과 함께 찍었는데, 그 당시 돈이 부족하여 집을 빼야 할 위기에 몰렸다. 친했던 정우성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는데 매니저가 ‘우성이 형한테 얘기해 보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전화번호를 눌러 이야기를 꺼냈는데 한동안 말이없던 정우성이 ‘생각할 시간을 주실거죠?’라며 정중하게 전화를 끊었다.” 고 말하며 “이어 이틀 후 돈이 입금되었다. 지금은 갚았지만, 당시 정우성이 아니었다면 아찔한 상황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한 적도 있었다.
이밖에도 정우성은 스태프들은 물론, 팬들에게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다. 몰려드는 팬들에게 사인과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정우성은 “피곤하지 않냐”는 조영구의 물음에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더 있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안겼다.
서로 대립하는 상황을 촬영하면서도 “자기 리액션 너무 좋다.”고 오연아를 치켜세워준 김혜수 역시, 영화계에서의 미담은 유명하다. 2014년 천우희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눈물을 흘릴 때, 함께 울어줄만큼 깊은 공감을 했던 김혜수는 이어 인터뷰에서도 “천우희는 지금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했으면 좋겠다"며 "잘 하는 배우들을 발견할 때, 그 배우들이 다른 작품에서 부각될 때 너무 기쁘다. 잘하는 배우들은 어디에서도 다 잘 한다"며 후배를 격려했다.
<직장의 신>에 김혜수와 함께 출연했던 송지인은 “김혜수는 나처럼 비중이 작았던 배우도 시사회에 초대해 주는 것은 물론, 최근 있을 영화와 드라마 오디션 진행 상황과 일정표, 조감독 연락처, 영화사 등이 모두 적힌 리스트를 직접 보내주셨다. 작품하느라 바쁠테고 저 같은 후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마음을 써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했다. 정말 감동했다.”며 김혜수의 후배 사랑을 증명했다.
<굿바이 싱글>에 함께 출연한 마동석은 “이래서 김혜수, 김혜수 하는 구나 했다.”며 김혜수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했다. 이에대해 김혜수는 “배려도 상호간에 마음이 통해야 배려를 하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며 "동석 씨도 정말 많은 배려를 하는 배우다"며 마동석에 대한 칭찬을 먼저 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혜수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특히 현장에서는 많은 분들의 배려를 받는다. 오로지 자기 캐릭터와 연기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이 배려를 해주신다"며 "배우들끼리도 마찬가지다. 메인 배우가 있고 그 외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현장에 있는데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서포트 해준다. 감정적인 배려, 연기적인 배려를 받는 것이다”고 말하며 "물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쯤은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있었던 현장은 대부분 늘 그래왔던 것 같다"며 "배려를 주고 받으면서 배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닌가 싶다"며 소신을 밝혔다.
김혜수는 무엇이든 메모장에 적는 습관이 있는데 무명 배우들의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까지 휴대폰 메모장에 빼곡하게 기록해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 적는다. 아티스트 같은 경우는 내가 캐스팅 디렉터까지는 아니지만 기억해 뒀다가 어떤 좋은 작품이 있을 때, 그 배우에게 맞는 캐릭터가 나왔다 싶을 때 추천을 해주기도 한다. 메모장에 보면 70세 넘는 분들도 있다"며 "일반적으로 한 배우가 주목을 받는다고 했을 때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의 모습을 나 혼자 기억하고 있다면 '어? 저 배우 나 예전에 어떤 작품에서 봤는데. 진짜 좋다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하고 싶어지지 않냐. 나도 마찬가지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때 가장 좋다"고 말하며 단순히 자신이 톱스타의 위치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을 넘어 다같이 잘되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낮은 위치에서 높은 곳을 우러러 보기는 쉽지만, 높은 위치에서 낮은 자리를 바라보고 그들을 충분히 배려하기란 어렵다. 사람이란 대우를 받는 만큼 그 대우에 익숙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미 성공이라는 이름을 거머쥐고도 자신보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 볼 줄 알고 그들이 진정으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정우성과 김혜수의 태도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단순히 배우로서가 아니라 영화와 연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영화인으로서 보여주는 태도는 단순히 연예인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이든 그들과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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