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회 청룡영화상의 여우주연상의 이름이 호명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적지 않은 사람들의 입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김민희의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었다.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를 통해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으로 관객을 홀렸으나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인해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미 영화 감독들이 직접 뽑은 수상자들에게 시상하는 디렉터스컷에서 감독들이 뽑은 남우·여우주연상으로 이병헌과 김민희가 선정된 사실이 있지만 청룡에서까지 같은 결과를 볼줄은 몰랐던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민희는 디렉터스컷에는 물론 청룡영화상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청룡의 트로피는 김민희가 없는 자리에서 김민희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청룡은 이 선택으로 많은 것을 증명한 영화제가 되었다.

 

 

 

 


1. ‘청룡영화상’은 참가상이 아니다.

 

 

 

 

 

 

 

청룡영화상와 같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제인 대종상은 그 권위를 잃어버리고 ‘참가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배우들이 원하여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상의 권위를 찾기 보다 상을 무기로 참석을 강요하고 권위적인 시상 방식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원로들의 권위에 파묻혀 잡음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배우들의 불참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대리 수상’이 눈에 띄게 많았던 작년의 대종상은 그야말로 축제가 아닌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러나 청룡영화상은 여우 주연상을 참석하지 않은 김민희에게 돌리며 ‘참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청룡영화상은 각분야 전문가들의 투표와 네티즌 투표를 합산하여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상식은 참가한 인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여우주연상이나 남우주연상같은 화제성이 높은 상은 불참인원에게 수여되면 그만큼 모양새가 좋지 않다. 청룡영화상에 있어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불참한 역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오히려 화제성은 증가했다. 감히 누가 김민희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가려고 생각했을까. 그 의외성은 천우희나 이정현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던 이전의 수상 결과 못지않게 신선하고 충격적인 결과로 화제성을 낳았다. 

 

 

 



2. 중요한 건 ‘사생활’이 아닌 배우의 ‘연기’

 

 

 

 

 

그럼으로써 청룡이 증명한 두 번째는 ‘사생활’이 배우의 연기를 재단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 역시, 여전히 희화화 될 만큼 큰 구설에 오른 일이 있었지만 <내부자들>로 당당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민희 역시 불륜설로 엄청난 구설에 오르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상의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사실 청룡의 여우주연상은 연기력이 가장 뛰어난 배우 자체 보다는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기력만 본다면 후보에 오른 배우들 중 누가 받아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고, 올해 강한 인상을 남긴 <덕혜옹주>의 손예진이나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이라는 더 쉬운 선택지도 있었다.

 

 

 

 


그러나 <아가씨>의 김민희는 확실히 ‘저 여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세계가 어디까지 일까.’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자체만 보면 김민희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변신을 하게 될지가 가장 기대되는 배우로 급부상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가를 꾸준히 증명해 온 손예진이나 윤여정에 비해 김민희는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커리어중 가장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할 여지가 더욱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펼쳐진 불륜스캔들은 대중의 반감을 사기엔 충분했지만 김민희가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 것을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부인할 수는 없었다. 헐리우드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파격적인 수상 결과가 청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공정성’과 ‘배우의 독보적인 개성’이라는 두가지 화두의 의미를 던지며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3. 가볍지 않은 상의 무게

 

 

 


결국 이를 통해 증명한 것은 청룡영화상의 권위다. 꺼림칙하고 논란이 될 만한 수상결과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치며 상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청룡영화상은 지난 몇 년간의 수상결과를 통해 흥행 결과나 인지도에 상관없이 좋은 연기를 펼치고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면 수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그런 신선한 충격은 대중의 찬사를 얻기에 충분했다. 김민희의 수상 역시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상을 수여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른 것보다는 작품을 보고 그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을 본다는 것. 그런 기본을 지킨다는 인식이 강하게 들게 만든 청룡영화상은 확실히 한국에서 배우들이 가장 타고 싶어 하는 영화상의 이미지를 굳혔다. 수상을 한 사람들은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는 증표가 되어준다는 것. 그런 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치즈인더트랩(<치인트>)>가 종영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유효하다. 원작을 충실히 따라갔던 초반부에서는 호평을 들었으나 삼각관계가 부각된 후반부에서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실종된 남자 주인공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선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개연성이 무너져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

 

 

 

웹툰은 어느 순간 킬러 콘텐츠가 되었다. 드라마 콘텐츠의 부족을 메우는 가장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웹툰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기 때문에 홍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완성도 있는 내용 역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웹툰과 드라마의 내레티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웹툰 업계에서는 최강자로 불리우는 강풀의 만화 대부분은 가장 활발하게 영상화가 진행된 콘텐츠 이지만, 유독 영상화가 된 이후의 흥행력은 약했다. 만화가 가진 긴장감이나 과장등이 영상으로 전개될 경우,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풀은 웹툰의 강점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이용하는 작가다. 만화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간 판타지는 영상화로 옮기는 과정이 그만큼 까다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웹툰을 기반으로 한 성공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웹툰의 분위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치인트>만 보더라도 웹툰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제대로 포착해 낸 초반의 내용전개에 있어서는 호평을 들었다.

 

 

드라마 대표적 성공작인 <미생>역시 만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기 때문에 명작이 될 수 있었다. 회사와 사회생활에 대한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그 안에 있는 인간미를 포기하지 않은 덕택에 <미생>이 전해주는 감동은 배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호평을 이끌어낸 이유는 연출력에 있었다. <치인트><미생>모두 초반에는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논란은 연기자들의 연기와 감독의 세심한 디렉팅으로 인해 완전히 와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치인트>는 그 감독의 판단미스로 성공적인 결말까지 끌고 가는데 실패했다. 출연진들의 분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원작자, 작가, 출연진들과의 소통부재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원작자의 불만 표출, 대본과 방송내용과의 차이점, 출연진조차 알지 못하는 결말 등이 복합적으로 대두되며 이윤정 PD의 독단적인 행보가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흔히들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웹툰처럼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는 PD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원작의 흥행성과 콘텐츠를 염두해 둔 탓에 작가는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어지고 굳이 유명한 작가를 섭외할 필요성 역시 없다. 그렇기 때문에 PD의 연출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PD는 원작의 느낌을 어떻게 화면에서 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작가들에게 실제로 회사생활 시킴으로써 현실감을 더 부여해 내라는 요구를 했고, 만화가 윤태호가 했듯이 직접 무역회사나 바둑인들을 찾아 인터뷰를 했다. 그저 웹툰의 내용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고자 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더욱 생동감있고 진실성이 생길 수 있었다. 단순히 원작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성을 이해한데 대한 결과물이었다.

 

 

 

<치인트>는 이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원작의 팬들이 어느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두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자 방향성을 잃고 중구난방이 된 것이다. 결국 백인호(서강준 분)의 캐릭터가 주인공보다 부각되면서 연출자의 지나친 편애처럼 비춰진 것은, 사심방송이라는 비난을 몰고오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

 

 

 

원작도 중요하지만 그 원작을 어떻게 해석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퇴근 흥행한 <내부자들>은 영화로서는 드물게 웹툰 원작으로서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내부자들>19세 핸디캡을 달고도 성공적인 성적으로 대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탄탄한 원작의 힘도 있었지만 영화만의 결말을 만들어 내고 뛰어난 연출력으로 기승전결을 만들어낸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이 없었다면 이런 성적은 불가능했다.

 

 

 

어떤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누가 출연하느냐 역시 아주 중요한 흥행요소가 될 수 있지만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은 웰메이드 콘텐츠다. 웹툰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영상의 파급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에따른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연출력이 웹툰의 영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선덕여왕>의 고현정은 미실을 연기하며 연기 대상을 수상했다.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악역이었지만 고현정의 설득력있는 연기와 존재감은 주인공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임팩트를 발휘했다. 고현정이라는 톱스타가 악역을 맡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작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이유리는 고현정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하는 톱스타가 아니었다. 그러나 막장극의 조연이라는 핸디캡까지 모두 뛰어넘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인 연민정을 설득력있게 포장하고 기대를 뛰어넘은 연기를 보인 이유리는 엄청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바야흐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전성시대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인다면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진가는 훨씬 더 뇌리에 각인된다.

 

 

 

 

청룡영화상에서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역을 맡았다. 자신의 재력을 믿고 사람들을 물건 취급하고 뭐든 돈으로 해결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악역이었지만 관객들은 이 캐릭터에 열광했다. 유아인의 연기력이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손색 없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정의의 편에선 황정민 보다 악역인 유아인의 존재감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했다. 덕분에 유아인은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2015년을 유아인의 해로 만들었다.

 

 

 

 

<내부자들>에서도 착한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와 백윤식이 맡은 이강희 역할이다.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가 단순히 착하기만 한 캐릭터라면 이정도의 호응을 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복수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진 불합리함에 대한 포효다. 그 스스로도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복수일 뿐고 소리치고 그와 우연찮게 손을 잡게 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은 말한다. ‘너도 죄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 역시 권력에 아부하는 깡패였고 그들의 뒤를 봐주며 온갖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런 그의 복수가 통쾌한 것은 그가 선한 인물이고 정의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감정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이병헌은 그를 따라다닌 추문을 벗어던질 계기를 마련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500만을 훌쩍 넘어 순항중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현상은 지속되었다. <육룡이 나르샤>의 박혁권은 명백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박혁권의 과한 화장과 여성스런 몸짓은 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설정으로 자리 잡았고, 그가 죽음으로서 퇴장을 하는 시점에서 그 캐릭터의 죽음을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이 다수였다. 그에게는 심지어 길태미 예쁘다의 준말인 태쁘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이는 미녀배우 김태희의 애칭과 동일한 별명이다. 그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역시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악한 속성을 가진 이들이다. 영화 <베테랑>을 드라마로 옮겨 온 것 같은 분위기는 절대 악에 도전하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정의의 갑옷으로만 치장하지 않았다. 박성웅이 맡은 변호사 박동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속물이다.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무려 조폭. 그 역시도 조폭이 되고자 했던 과거까지 있다. 그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협박과 회유에 가깝다. 의뢰인을 빼내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폭행 사건을 조작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통쾌함마저 안겼다. 박동호는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지만, 주인공 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드라마 1~2회를 장악했다.

 

 

악역을 맡은 남궁민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설득력을 높였다. 그가 만들어 낸 남규만이라는 캐릭터는 <베테랑>의 유아인이 맡았던 조태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악랄하다. 그는 법 위에 서 있는 절대 악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의 연기력과 결합된 캐릭터는 그라는 연기자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증가시킨다. 그가 강력하면 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배가 되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진다.

 

 

 

악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주인공의 들러리가 되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 악역도 개성시대. 악역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배우는 역할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바를 다 할 때 가장 빛이난다는 사실이 진리임이 증명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병헌은 그동안 숱한 스캔들에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톱스타였다.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크고 작은 애정 관계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민정과 결혼을 한 시점까지 이병헌은 스타인 동시에 연기파배우라는 흔치 않은 배우로 대중에게 다가선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결혼 후 휘말린 스캔들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그에게 심상치 않은 상흔을 입힐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엄밀히 그는 협박을 받은 피해자였지만 대중은 그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가정을 두고 다른 여성과의 관계를 도모한 파렴치한이라는 이미지는 한국 연예인에게 있어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이었다. 그가 상대 여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까지 공개됐고 그 사건에 대한 각종 패러디와 조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병헌은 스타였다. 한국 배우 중 드물게 헐리우드에까지 진출해 세계적인 스타들과 작품을 찍은 그에게는 아직 작품활동의 기회가 남아있었고 그렇기에 기사회생의 기회 역시 열려있었다. 스캔들 이후에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협녀, 칼의 기억>등 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했다. 그러나 흥행은 녹록치 않았고 그에대한 조롱은 오히려 심해졌다. 흥행 실패는 마치 이병헌의 과오처럼 해석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미지의 회복은 불가능한 일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부자들>이 개봉했다. <내부자들>의 개봉 전에도 이병헌에 대한 우려섞인 질타는 끊이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다른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것 조차 긍정적인 일이 아니었다. 이병헌은 영화의 마이너스 요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부자들>의 개봉 이후, 평가는 뒤집혔다. <내부자들>은 마치 이병헌을 위한 영화와도 같았다. 조승우와 백윤식등 다른 주연 배우들 역시 상당한 호연을 펼치지만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 역할의 매력은 그들을 뛰어넘는 측면이 존재한다.

 

 

 

안상구는 고위층의 비리나 떳떳치 못한 행동에 대한 뒤처리를 담당해 주는 안상구를 연기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고위층에게 피의 복수를 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그의 행동의 동기는 어설픈 정의가 아니다.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주려는 분노에서 기인한다. 오히려 그의 현재 이미지에서 적절한 캐릭터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정의로운 캐릭터를 맡았다면 오히려 대중에게 반감을 심어줄 수 있는 노릇이다.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도도 상당하지만 그 캐릭터를 살린 것 역시 이병헌이다. 영화가 끝날 때쯤에 생각나는 것은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아니라 그가 연기한 안상구다. 난다긴다하는 연기파 배우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단연 두드러졌고 그를 배우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윤태호 작가의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시나리오 역시 관객이 이병헌에게 집중하게 하지 않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관객은 어느새 이병헌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닌 영화의 내러티브에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영화의 흐름 속에서 이병헌의 스캔들을 떠올릴 여지는 점점 줄어든다. 이병헌에 대한 비호감만으로 영화를 보지 않기엔 영화가 주는 재미가 크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리고 이병헌의 연기 자체에 대한 평가는 상당하다. 그가 과거에 저지른 스캔들은 영화의 흥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인해서 자신에게 족쇄처럼 채워져 있단 비난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부자들>의 흥행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병헌 이라는 배우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점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가 흥행했다는 것이 아닌, 이병헌을 활용한 영화가 흥행했다는 지점은 대단히 괄목할만한 부분이다. 쇼비지니스계 역시 이익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다. 이병헌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이병헌의 입지는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도 흥행의 숫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내부자들>로 이병헌은 기사회생의 발판은 물론, 호평까지 얻어냈다.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자신의 강점을 살린 전략은 통했다. 대중은 아직도 이병헌의 스캔들을 기억한다. 아마도 그 사건은 그를 평생 따라다닐 만큼 강력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스캔들을 기억하는 대중들도 <내부자들>을 본다. 이런 추세라면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중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은 쉽게 잊지는 않지만, 배우가 좋은 작품에서 자신의 몫을 해낼 때 쉽게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