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종영한 <가면>의 여주인공, 수애의 연기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12역을 맡아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서은하와 가난하지만 심성이 곱고 서은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불안에 떠는 변지숙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그러나 과연 수애의 연기력을 뒷받침해 줄만한 이야기가 그 곳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가면>이 신선했던 것은 초반의 4회분이었다. 서은하의 죽음, 최민우(주지훈)의 기억 상실, 변지숙의 신분 변화, 민석훈 (연정훈 분)의 계략이 휘몰아 치면서 <가면>은 단숨에 시청률 1위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전개된 <가면>의 이야기 구조는 점점 그 중심을 잃었다. 변지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었으며, 악녀인 최미연(유인영 분)역시 악녀로서 앞뒤가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개연성을 잃어버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일하게 캐릭터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있던 최민우는 민석훈에게 계속 휘둘리기만하며 역시 흔들렸고, 마지막 해피엔딩역시 급작스럽고 개연성없는 결말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이 드라마의 타이틀인 가면을 쓴 수애는 연정훈이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대본 이상의 연기를 하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과연 <가면>을 수애의 대표작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섣불리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가면>은 그렇게 좋은 연기자들을 데리고도 그 연기자들을 활용하지 못하며 여주인공인 수애의 연기력 외에는 여주인공을 전혀 살리지 못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주지훈은 이 드라마로 최소한 까칠한 듯 하지만 자상한왕자님의 이미지라도 가져갔지만 수애는 갈팡질팡하는 캐릭터 탓에 이 드라마의 구멍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주인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드라마라면 지금 종영까지 단 4회를 남겨두고 있는 <너를 사랑한 시간>은 빼 놓을 수 없다. <너를 사랑한 시간>2011년 대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스토리 구조는 이미 어느정도 탄탄하게 짜여 있던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너를 사랑한 시간>은 납득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최원(이진욱 분)과 오하나(하지원 분)의 러브라인이다. 그러나 종영을 4회 남긴 시점에서도 오하나는 여전히 다른 남자인 차서후(윤균상 분)과 연애중이다.

 

 

 

하지원의 연기는 문제가 없다. 다소 강한 캐릭터로 주목받아온 그가 사랑스러운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고, 하지원 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지만 문제는 스토리였다. 하지원이 분한 오하나위 캐릭터는 초반 4회를 끝으로 도무지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하나 캐릭터는 도대체 매력을 찾기 힘들다. 첫사랑에 갈팡 질팡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첫사랑을 대하는 방식이나 자신 곁에 머물러 준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 것이다.

 

 

 

오하나는 친구는 친구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돌아온 첫사랑을 놓지도 못한다. 그 과정에서 오하나는 도저히 30대의 감성을 표현해 내지 못한다. 일 때문에 가야한다는 애인에게 어린아이처럼 떼쓰기도 하고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당당하게 묻지도 못한다. 연애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 그의 캐릭터는 무너졌다. 30대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라, 20대의 감성을 억지로 연기해 내려하는 하는 30대처럼 보인다.

 

 

 

오하나의 갈팡질팡만이 줄기가 되다 보니 몇 회 째 스토리가 반복되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그런 오하나를 무조건 사랑하는 최원의 감정은 도무지 공감이 가지도, 집중이 되지도 않는다. 이제는 하지원의 연기력마저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시청률은 5%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초반 하지원이 받은 호평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연기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명백히 스토리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의 문제다.

 

 

 

이 드라마에 필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이고, 그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고 진부한 삼각관계로 스토리를 끌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반갑지 않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여배우들이 드라마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배우가 훌륭해 보이기 위해서는 좋은 연기력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무대와 캐릭터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슬프게도, 수애와 하지원이라는 좋은 배우들이 증명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화정>과 <상류사회>는 월화극 1, 2위를 다투는 드라마지만 시청률이 채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고 10%를 넘기는 드라마들이 드물어지면서 시청률의 의미에 대한 자성론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화정>이나 <상류사회>는 전형적으로 ‘시청률’ 싸움에서 강한 소재를 들고 나왔다. <화정>은 공주의 신분회복과 성공 스토리를 들고 나왔다. <화정>은 여성 캐릭터의 신분회복을 그렸다는 점에서 ‘대장금류’ 사극의 연장선상에 있는 드라마이고 <상류사회>는 재벌을 소재로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감춘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런 자극 속에서 시청률은 상승해 <화정>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런 선전 속에서도 두 드라마 모두 호쾌한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은 아쉽다. 시청률에 자유로울 수 있는 드라마는 없지만 <화정>이나 <상류사회>류의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화제성을 잡기 힘든 드라마들이기 때문이다.

 

 

 

 

이 두 드라마에서 아쉬운 점은 단순히 시청률에 있지 않다. 두 두라마를 이끌어가는 여주인공인 이연희와 유이의 연기력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은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화정>의 이연희는 꾸준히 시달리던 연기력 논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미스코리아>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성장했다는 평을 받았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오히려 퇴보한 연기력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어색한 발성과 발음은 차치하고라도 감정표현에 있어서도 전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있다.

 

 

 

 

<화정>은 이연희를 위한 드라마다. 이연희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고 그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극이 전개된다. 그러나 <화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화제성을 끌어 모은 것은 차승원이다. 광해군을 맡은 차승원은 호연을 펼쳤다. 그러나 드라마의 중심을 이연희로 끌고 가자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연희는 드라마 속에서 겉도는 연기력을 보이며 오히려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방해가 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연희가 맡은 ‘정명공주’의 캐릭터와 너무나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연희의 배우로서의 가능성마저 평가절하당한 것은 이연희 본인의 역량에 문제다. 상대역인 서강준 역시 연기경험의 부족으로 어색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메인 커플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이런 현상은 <상류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여주인공인 유이는 새는 발음이 거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색한 감정표현에 어색한 발음까지 더해지자 유이의 연기력 논란은 회를 거듭할수록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연기자의 발음과 발성은 연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이의 발음과 발성은 기본이 되어있지 못하다. 물론 특유의 톤을 개성으로 만들어 독보적인 연기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발음을 극복할 만큼의 탁월한 연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이의 발성은 귀에 거슬려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야 만다.

 

 

 

 

 

상대역인 성준 역시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야심가를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면서 주인공 커플에 대한 몰입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오히려 조연 커플인 박형식-임지연 커플이 더 눈에 띄는 이유다. <상류사회>가 <화정>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을 제외한 이야깃거리에 집중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고두심이나 박형식의 호연에 힘입은 바 컸다. 유이는 여주인공으로서 얻을 수 있는 관심의 반경에서 한참 벗어나있다.

 

 

 

 

여주인공들에게 마땅히 쏟아져야 할 관심대신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단순히 이연희나 유이의 연기력 뿐 아니라 그들이 맡은 캐릭터에 의외성이나 참신함이 없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경우, 캐릭터에 대한 비난이 연기자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일례로 <가면>의 수애는 캐릭터의 문제점을 연기력으로 극복해 냈다. 서은하와 변지숙을 오가는 1인 2역의 캐릭터 속에서 수애는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분석력으로 ‘믿고보는’ 수애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을 주었다. 변지숙 캐릭터가 상당히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얻었지만 수애의 연기력 만큼은 이 드라마에서 빛을 발했다.

 

 

 

 

<너를 사랑한 시간>의 하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옛 연인에게 흔들리는 역할을 맡아 답답함을 자아냈지만 하지원은 아직 사랑을 하고 싶은 30대 여성의 심리를 사랑스럽게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주로 강한 역할을 맡았던 하지원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도 상당한 매력이 있음을 보여준 예가 아닐 수 없었다. 

 

 

 

 

캐릭터와 연기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다.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나봉선 역을 맡아 빙의가 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본래 지나치게 소심하고 유약한 캐릭터에서 빙의가 된 후, 오지랖 넓고 성욕이 강하며 할말 다하는 캐릭터로 변모해 두가지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감정표현은 물론, 강약 조절까지 완벽한 박보영의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합쳐지자 드라마의 몰입도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시청률 역시 tvn 금토 드라마에서 <미생>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드라마 자체의 스토리와 연출에 있지만, 그 몰입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연기자다. 특히나 ‘여성성’이 강한 한국 드라마 경향에 있어서 여주인공의 연기력은 드라마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예쁜 여주인공이 아니라 시청자들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여주인공을 원한다. 배우가 예뻐 보이려 하지 않고 연기 할 때, 오히려 더 예쁘다는 진리를 여배우들은 마음속에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