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추석 연휴만큼이나 많은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전파를 탔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정리할 수 있었다. 각각의 키워드를 통한 예능 트렌드는 어떤 것이었을까.

 

 

 

 


아이돌

 

 

 


이번 추석에는 아이돌이 없었다면 파일럿 예능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돌을 활용한 예능이 득세했다. 명절때마다 방영되는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아육대>) 뿐 아니라 <아이돌 요리왕> <내일은 시구왕> <붐샤카라카>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우설리> 등 아이돌 위주의 예능이쏟아져 나왔다.  <톡쏘는 사이> <부르스타> <헬로 프렌즈 친구추가><노래싸움-승부>등에서도 아이돌 출연진들이 한 명 이상은 등장하는 등, 아이돌이라는 키워드를 떼놓고 파일럿을 생각하기는 힘들 정도가 되었다.

 

 

 

 


아이돌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시청률도 중간은 가는 현상을 보인 경우가 많았지만, 몇몇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대거 등장했을 뿐, 깊은 고민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채, 그저 아이돌을 많이 출연시켜 시청률을 올려보려는 ‘꼼수’에 가까운 기획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결

 

 

 


이번 명절에도 여전히 경쟁의 성격을 띤, ‘대결’ 혹은 ‘경연’ 이라는 키워드로 제작된 예능이 다수 등장했다. <노래싸움-승부>는 여전히 ‘노래’가 예능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예능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노래를 원래 잘하는 스타들이 아니라 노래를 ‘배워서’ 도전하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두었지만, 기본적으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노래 예능의 포맷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싸움-승부> 2부는 추석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노래예능이 유효함을 증명했다.

 

 

 

 


<붐샤카라카>는 노래가 아닌 춤 대결로 승부를 보려 한 예능이었다. 30곡에 달하는 안무를 30초씩 춰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 누가 더 많은 곡의 춤을 외웠느냐가 포인트가 되었다. 다른 안무를 소화하는 스타들 –특히 아이돌 가수-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으나 특별하게 신선한 기획이라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신스틸러>는 연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기파 조연배우들이 참석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애드리브와 연기력을 펼치고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네티즌의 투표로 뽑는다는 식이다. 연기대결이라는 콘셉트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은 것임은 틀림없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는지는 의문이다. 연기는 노래나 춤처럼 짧은 시간에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결’ 과 ‘경연’은 예능프로그램에 있어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임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공감과 소통

 

 

 

 


 

예능에도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 통행이 유행하면서 세대간의 공감 혹은 네티즌과 연예인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예능 역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설리>는 아이돌들이 연기를 하는 가운데, 대본을 네티즌이 직접 쓴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화상채팅이 활성화 되면서 직접 연예인들으 보면서 의견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 까닭이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누리꾼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쌍방 소통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특정 연령층만 공감할 수 있는 스타일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아쉬움을 남겼다.

 

 

 


<톡쏘는 사이> 역시 SNS로 누리꾼의 지령을 받아 연예인들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예전 MBC가 네티즌이 정해준 루트대로 여행을 하는 <톡하는 대로>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다시 시도된 콘셉트다.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연예인들이 혼자만의 판단이 아닌, 누리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지점이 포인트다. SNS를 사용해 트렌디함과 시청자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헬로 프렌즈 친구추가>는 네티즌과의 소통은 아니지만 아니지만 세대간의 공감과 소통의 장을 여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40대 출연진들과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출연진들이 등장하여 10대들의 언어를 파헤쳐 보고 공감을 한다는 콘셉트다. 이미 예전 <상상플러스>등이 시도한 콘셉트가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과연 이런 콘셉트가 얼마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라차차 타임슬립-새소년>은 반대로 10대가 아닌 30대 이상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서 그 시절의 물건과 상황을 다시 체험한다는 콘셉트로 ‘그땐 그랬지’ 하는 그 시절만의 분위기를 상기시키게 만들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 이상의 웃음이나 공감 포인트가 필요해 보인다.

 

 

 

 


 


추석 특집으로 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은 살아남고 어떤 것은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는 빛나는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만한 프로그램 보다는 지난날의 성공에 기댄 프로그램이나, 2% 부족해 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더 눈에 띄었다. 과연 이번 추석에 제작된 프로그램들 중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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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벌써 반이 넘게 지나갔다. 상반기에는 히트작이 대거 출현하며 연예계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는 상반기 유행했던 유행어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히트작들에서 쏟아져 나온 유행어들은 대중의 공감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 되었다. 상반기 TV가 내놓은 유행어는 무엇이 있을까.

 

 

 

 



‘미래는 바뀔 수 있습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답게, 유행어의 대부분은 드라마에서 빠져나왔다. 이 중 가장 먼저 시작을 알린 드라마가 바로 <시그널>이다. <시그널>은 한국에서 흥행이 어렵다는 장르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채널에서 무려 시청률 12%가 넘는 기염을 토하며 시즌 2에 대한 열망까지 키운 작품이다. 작품의 완성도에서 이만한 작품이 당분간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그널이 준 충격은 대단했다.

 

 

 

 


그 충격을 방증하듯, 시그널은 다양한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배우 이제훈이 극중 조진웅을 무전기로 부르며 던진 “이재한 형사님?”이라는 한마디부터 시작해, “미래는 바뀔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시그널>의 유행어는 시청자들 가슴속에 남아 아직까지도 깊은 여운을 주고 있다.

 

 

 


 


‘그 어려운 걸’ 해낸 태후지 말입니다.

 

 

 

 

 


38%의 높은 시청률로 2016 상반기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는 그 인기만큼이나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어 낸 유행어 제조기였다. 군대 말투인 ‘말입니다’는 물론이고, ‘그 어려운 걸 해낸다’, ‘그럼 살려요’ 등, 유시진 역할을 맡은 송중기에게 빠진 시청자들은 그 말투마저 애정을 가지고 유행어로 만들었다.

 

 

 

 


<태후>는 중국에서까지 열풍을 일으키며 송중기는 단숨에 한류스타의 주류로 우뚝 섰고, 송혜교의 이름값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을 정도였으니, 이 드라마가 가진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각종 기사나 방송에서도 이 말투는 계속 패러디 되며 <태후>에 대한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나 심심하다 진짜.’

 

 

 

 


2%대로 시작해 10%대로 종영한 tvN의 <또! 오해영>은 존재 자체가 반란이었다. 서현진과 에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월화 11시라는 시간에 방영된 <또! 오해영>은 애초에 시청률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 크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종영할 때 즈음에는 서현진과 에릭의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성의 공감대를 무엇보다 잘 형성한 탓에 이 드라마에 대중은 무한한 애정을 쏟았다.

 

 

 

 


극중 오해영(서현진 분)이 박도경(에릭 분)의 텅빈 방 안을 향해 “일찍 일찍 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라고 소리친 장면은 서현진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더불어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고, 시청자들은 그 말을 패러디하며 유행어로 만들었다. <또! 오해영>은 콘텐츠의 힘이 톱스타나 물량공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상반기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친구를 만나느라 ‘샤샤샤’

 

 

 

 


가요계에서도 오랜만에 유행어가 탄생했다. 트와이스의 'cheer up'에서 멤버 사나의 파트에 나오는 ‘샤샤샤(shy shy shy)’라는 구절은 노래의 포인트가 되며 원더걸스 'tell me'의 ‘어머나’ 이후 가장 큰 파급력을 남긴 단어가 됐다. 각종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샤샤샤’ 애교가 요구되고 자막에서도 활용되는 등, ‘샤샤샤’는 트와이스와 ‘cheer up'을 대표하는 한 마디가 되었다.

 

 

 

 

 

트와이스의 'Cheer up'은 지금까지 올해 가장 오래 1위에 머무른 노래로 기록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차트 순위권에 올라있다. 이런 성과는 아이돌의 노래가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 문화에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하다. 트와이스는 ‘cheer up’ 한 곡으로 명실상부 걸그룹을 대표하는 그룹중 하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예능 유행어 전멸

 

 

 

 


 

대부분 드라마에서 나온 유행어의 흐름을 보면, 예능의 유행어 제조가 부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수만은 유행어를 주도했던 <개그 콘서트> 는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파급력을 줄 만큼의 콘텐츠가 되지 못했고, 기타 예능의 활약도 상반기에는 두드러지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끌어당길 수 있는 획기적인 예능은 공중파 보다는 <아는 형님> 등, 케이블에서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파급력은 크지 못하다. 하반기의 예능은 어떤 식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행어는 단순히 유행어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 때 유행했던 단어들을 살펴보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콘텐츠에 열광했는지를 알 수 있다. 2016년 하반기에는 어던 유행어에 또 대중이 반응할지 알 수 없지만 하반기의 콘텐츠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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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는 소녀들>은 걸그룹 소녀들 8, 슬기, 쯔위, 지호, 미나, 다현, 김남주, 전효성, 경리를 데려다 놓고 누가누가 잘먹는지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아이돌을 데려다가 얼마나 잘 먹느냐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려 한다. 프로그램 속에서 소녀들은 두 명씩 대결을 펼쳐 자신이 직접 메뉴 선정을 한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소녀들의 모습을 본 8인의 연예인 판정단의 점수와 네티즌 투표를 합산해 최종 결과를 도출한다. 첫 번째 승리자는 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되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반응은 싸늘하다. 예쁜 아이돌과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라는 조합 속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하며 논란만 증폭시켰다. 종국에는 가학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며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잘먹는 소녀들>이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제작진의 패착이다.

 

 

 

 

 

대세 소재를 우겨 넣었지만....

 

 

 

 

 

<잘먹는 소녀들>에는 대세가 된 소재들이 즐비하게 등장한다. 대세가 된 먹방에서부터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까지 하며 <마이리틀텔레비젼>의 형식까지 가져왔다. 누리꾼들은 소녀들이 먹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시청하며 누가 잘 먹는지 투표까지 한다. 아프리카 tv라는 사이트에서 먹는 모습으로 방송을 하는 먹방 BJ (broadcasting jockey/ 인터넷 방송진행자를 일컫는 말)들 중 몇몇은 엄청난 시청자수와 막대한 수익을 자랑한다. 단순히 남이 먹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뭐가 그리 즐거울까 싶지만 내가 먹지 못하는 것을 남이 대신 먹어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상당한 모양이다. 대리만족과 사람이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 시청자들을 묶어두며 먹방 BJ’는 대세가 되었다.

 

 

 

 

이 아이템에서 착안한 것이 바로 <잘먹는 소녀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세 소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단 투표 자체가 팬덤 싸움에 불과하다. 채팅창에는 종종 자신의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들이 타 아이돌을 비난하는 내용이 올라오고,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잘먹느냐가 일정한 기준으로 판단되기 보다는 그저 인물에 대한 선호도로 판가름 나는 상황 속에서 먹방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소년들이 아니라 소녀들...여성 아이돌인가.

 

 

 

 

 

더 나아가 불거진 가학성 논란이 인 것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이 소녀들이라는 데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평소 먹는 데에 열중하는 이미지를 가진 코미디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 체중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마른 여성 아이돌들이 얼마나 예쁘게 잘 먹느냐를 평가 받는 것은 재미를 담보하기 보다는 묘한 이질감을 자아낸다. 평소에 그정도 몸매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야 할텐데, 방송에서 아무리 잘먹는다 한들,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아님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먹는 소녀들>에서 첫 1(1위가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를 차지한 쯔위 스스로도 평소때 먹는 걸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할 정도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마른 여성 아이돌들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모습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가학적인 시선이다. 더군다나 먹는 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식사 예절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양의 문제일 뿐, 누가 더 잘먹고 못 먹고를 판단하는 재능의 영역은 역시 아닌 것이다. 먹는 것을 평가할 수 있다면 자는 것, 숨쉬는 것 같은 일도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먹방과 평가를 합친 것 자체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인터넷 방송에서야 먹방을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보다 다수를 상대하는 채널에서는 그런 좁은 시청층을 공략하는 것 자체도 오류다. 먹방은 스토리안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져야 설득력이 있다. 단순히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며 재미를 느낄 것이라는 판단 자체가 <잘먹는 소녀들>이 가진 가장 큰 실패의 이유다. 시청률은 채 1%를 넘지 못했다. 잘못된 기획이 논란만 있고, 보는 사람은 없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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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는 군대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기 때문에 다른 예능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노선을 취할 수 있었다. 다소 강압적이고 절제된 군대의 환경에서의 예능감은 일반적인 예능에서의 예능감과는 달랐던 것이었다. 군대라는 환경은 쉽게 웃음을 보일수도 없고 과장된 행동을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진짜사나이>에서 탄생한 스타들은 일반적인 예능공식에 능한 예능인들이 아니었다. 군대라는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보여주거나 뛰어난 먹성, 혹은 의외의 애교를 보여준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었다. 박형식, 혜리 등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주가가 단숨에 상승한 케이스였다. 군대를 잘 알고 있는 연예인들 보다는 군대라는 환경을 경험해 보지 못해 제식동작을 틀리거나 용어를 헷갈려 하는 연예인들의 어설픔이 <진짜사나이>의 웃음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웃음 포인트는 지속되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연예인들이 군대라는 환경에 적응해 가면 갈수록 웃음은 반감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은 새로운 인물들을 투입하였는데 더 큰 문제가 나타났다. 반복되는 실수는 패턴화 되었고 그 웃음에는 곧 익숙해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진짜 사나이>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군대라는 환경은 독이 되기 시작했다. 예능인들이 예능감을 펼쳐보이면 군대라는 환경에 가로막혀 ‘개념없는’짓이 되고, 군대에 너무 잘 적응하면 재미가 없으며, 적응을 못하며 어긋나는 박자에 대한 웃음은 곧 식상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희망이 있었던 것은 ‘여군특집’이었다. 여성의 군대체험이라는 소재로 혜리가 포함되어있던 1기부터 3기에 이르기까지 방영만 하면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여군특집 4기는 10%대 초반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꼴지를 기록했다. 이제 더 이상 여군도 통하지 않는 단계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진짜 사나이>에 쏟아지는 악평은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심지어 ‘가짜 사나이’라는 오명마저 얻었다. 그런 악평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군대라는 배경에 대한 괴리감이다. 군대는 길어야 일주일이 채 되지 못하는 촬영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남자들에게는 최소 21개월 동안 의무 복무를 해야하는 곳이고 여성이 입대한다 하더라도 훈련만 5주가 넘는다.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군대를 가는 것은 입대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체험’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러나 예능의 특성상 그 체험은 과장되고 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체험기간 동안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거나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쥐어짜내려고 하는 것은 감동보다는 가식에 가깝다.


 

 

 

일명 군데리아(군대에서 제공되는 햄버거의 별칭)의 맛에 찬사를 보내는 등, 군대식을 찬양하는 모습 또한 군필자들에게는 실소를 터지게 하는 장면이다. 군데리아는 한 번 쯤 먹어볼만한 별미가 아니다. 일주일회 1회 이상, 아침마다 제공되는 군데리아의 맛에 물리지 않은 군인들을 찾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밥을 먹으면서 그 밥맛이 어떤지를 논하면서 먹을 수 있는 훈련소는 단 한군데도 없다. 밥을 먹을 때는 조용히 밥 먹는 것만 집중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떠들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분위기 자체가 군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이상화 하는 <진짜 사나이>에 쏟아지는 평가가 점점 악화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예능'이라는 이유로 실제 군대라면 욕설이라도 날아올 일들은 너무도 당연한 듯이 전개되는 경우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군대의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면 할 수록, 오히려 실제와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야 만다.

 

 

 


군대는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다. 사실 가장 부조리하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도 바로 군대다. 그런 부조리함은 <진짜 사나이>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이다. 사실은 그 부조리함과 답답함이 군대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훈련을 열심히 받고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자랑스러운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호도에 공감이 갈 수는 없다. 웃음도 사라지고 공감대도 없으니 당연히 시청률을 떨어진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군대를 다루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다. <진짜 사나이>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여군 특집에서 출연자 중에는 스타 탄생이 없었다. 오히려 마이너스 결과를 받아든 출연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 쉬운 맞춤법이나 기본 상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연예인들에게서 웃음을 찾아야 할까, 한숨을 지어야 할까. 11자 복근에 명품 몸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도 팔 굽혀 펴기를 단 하나도 하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운동신경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군대는 며칠 동안 훈련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극기 훈련장이 아니다. 진짜 사나이는 진짜 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웃음 포인트를 모두 들키고도 같은 패턴으로 일관하는 <진짜사나이>에 남은 수명은 아마도 이제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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