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둘이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스토리지만 그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같이 웃고 울고 설레는 감정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역시 로맨스로서 대중 앞에 선을 보인 드라마다. 그러나 초반부터 엄청난 혹평이 쏟아지며 만족스러운 시청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비난은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주연을 맡은 아이유는 그 비난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었다.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연기자들이 연기의 중심을 잃었다는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그러나 종영한 지금,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연기자에 있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달의 연인>은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었다. 물론 10%를 밑도는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어쨌든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회는 두자릿 수를 넘겨 11.3%를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초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준기나 강하늘 등의 호연에 힘입어 캐릭터를 지지하는 목소리 역시 커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유의 연기력 역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눈에 익을수록 혹평이 줄어 들었다. 로맨스로서 왕소(이준기 분)와 해수(아이유 분)의 사랑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그러나 <달의 연인>은 이야기 구조 자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인물간의 관계에 중심이 서질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큰 러브라인은 왕소와 해수를 중심으로 돌아갔지만, 이 두 사람은 결국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새드 엔딩도 제대로 감정을 이끌어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새드엔딩에 좀처럼 공감을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달의 연인>의 인물들은 모두 가엾다. 주인공 왕소와 해수는 오해로 인해 멀어지고 해수와 혼인한 왕정(지수 분) 역시 해수로부터 사랑을 얻지 못한다. 결국 해수의 도피처로 이용만되는 느낌이다. 이밖에도 10황자 왕은(백현 분) 13황자 백아(남주혁 분), 악역인 왕요(홍종현 분)는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이쯤되면 작정한 듯이 등장인물들 모두를 불행의 늪으로 끌고 갔다고 생각이 될 정도다. 애틋하고 아련한 설정을 위해 고군분투한 것 같지만 문제는 이 스토리 라인이 촘촘하지 못한 탓에 사청자들의 반감을 키웠다는 점이다.

 

 

 

 


초반에 삼각관계의 중심에서 있던 왕욱(강하늘 분)은 후반부에는 아예 존재감이 없었다. 캐릭터를 활용하는 능력에 있어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부분이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가 급전개 된 것을 보면 굳이 초반에 그렇게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었다. 이준기와 아이유 역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스토리라인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스토리 안에서 그 감정을 공감하게 만들려면 그들의 사연과 설정이 촘촘하게 짜여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저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어 여운을 남기려는 목적 하나를 바라보며 달려간다. 중간에 시청자들이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해와 파멸의 길로 달려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질까 아닐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작품은 끝까지 그 기대를 배반한다. 현대로 돌아와서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 하나만 있어도 그런대로 이해가 될 마지막에 제작진은 끝까지 재를 뿌린다. 이 빈자리를 채우는 화장품 PPL은 애틋함이 아닌 코미디로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연기자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탓에 사전제작을 의심케 만드는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급하게 마무리된 널뛰기 전개에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야기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긴다.

 

 

 

 


원작에 비해 턱없이 모자른 20부작이라는 분량이 문제였다면 초반부 이야기를 최대한 줄이고 이야기를 압축하는 감각이 필요했다. 그런 감각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제작진에 대한 실망감은 크다. 연출 면에 있어서도 막대한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해야 할 장면에서 축소 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예를들면 결혼식 장면이나 황제 즉위식의 경우가 그러하다. 제작비 문제로 축소된 것이겠지만 사전제작으로 조금 더 신경써서 만들 수 있었던 장면들마저 굳이 ‘사전제작’일 필요가 없을 정도의 연출로 실망감을 안긴 것이다.

 

 

 

 


사전제작은 분명 드라마 제작 환경에 필요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사전제작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작품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사전제작에 기대되는 것들, 이를테면 완성도나 개연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진리를 <달의 연인>은 확인시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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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달의 연인>은 야구 중계가 시작하는 당일 날에도 결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야구 중계가 9시 20분 이전에 끝나면 방영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전했을 뿐이다. 이 상황은 묘하게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작년 이맘때 쯤 방영되었던 <그녀는 예뻤다>의 결방 소식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과 박서준의 호연과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를 잘 살린 스토리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맘때 공중파가 ‘습관적으로’ 내보내는 가을 야구가 문제였다. 언제 끝이 나는지 정확한 시간이 기약이 없는 야구 경기는 방영 시간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그녀는 예뻤다>를 방영한 MBC측은 “야구가 끝나는 시간을 봐서 결정하겠다.”며 확실한 결방여부를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간을 보던 방송사측은 결국 10시 반쯤 8시 뉴스데스크를 방영하고 예능 <라디오 스타>를 편성하며 <그녀는 예뻤다>를 최종 결방했다. 이에 <그녀는 예뻤다>시청자 게시판은 성토의 장이 되었다. 한창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가 결방된 데 대한 것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결방여부를 놓고 저울질 하며 시청자들을 농락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를 이용해 시청자들의 채널을 MBC 쪽으로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중요한 스포츠 중계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일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스포츠 이벤트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일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공지가 되고 결방이 되는 상황에서도 탐탁치 않아 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 비교해 TV채널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중에는 스포츠 중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채널도 있다. 늘어난 채널만큼이나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욕구 역시 다양화 되었다. 과거에도 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없었던 시청층은 분명히 존재했겠지만  전국민이 한 마음으로 올림픽 경기를 응원하고 월드컵을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그런 시청자들의 욕구나 취향은 무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방송사들이 일괄적으로 방영하는 스포츠 경기에 대한 불만역시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등,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할 장소가 생겨났기도 하지만, 2016년에도 여전히 일괄적으로 방영 내용에 개선이 없는 방송사 측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인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방송사들이 해설자만 바꿔 똑같은 화면을 내보낼 이유는 없다.

 

 

 


공중파가 스포츠 중계를 방영하는 것이 관례라면, 드라마 역시 그 시간대 방영하는 것이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불가피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드라마를 위해 tv를 켠 시청자들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 중계가 과연 그렇게까지 불가피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방송삼사가 협의 해 종목별 방송을 한다면 그나마 납득이 가능하지만 똑같은 내용이 어느 공중파 프로그램에서건 방영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가을 야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그런 불만이 더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야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큰 이벤트 보다 훨씬 더 소수의 팬들이 즐기는 문화다. 물론 야구 팬층은 두텁지만 그 팬층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만큼 두텁지는 않다. 한 때, 절정에 달한 가을 야구는 광고효과가 큰 방송사의 효자상품이었다. 이를 독점 중계한다는 것은 방송사에 큰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여전히 광고시장에서 가을 야구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측에 쏟아지는 광고 수요는 유효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을 야구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하고, 외려 드라마의 시청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제는 야구가 팬들을 제외하고 시청자들이 전반적으로 즐기는 오락거리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스포츠 채널이 도맡던 야구 중계를 공중파 방송사가 돌아가면서 독점 방송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 효과마저 예전만 못하다.

 

 

 

 


 

더욱 큰 문제는 야구 중계 때문에 굳이 정규 방송을 시청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얼마든지 케이블 중계를 찾아볼 여지도 크다.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방영되어도 무방한 야구 중계로 인해 드라마를 사랑하는 팬들의 취향이 무시당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방영결과를 확실히 사전에 공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야구 끝나는 시간을 빌미로 애매한 답변을 내놓는 것은 확실히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행위처럼 비춰지기 쉽다. <달의 연인>이 <그녀는 예뻤다>처럼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팬층을 쌓은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야구 중계로 인해 다시금 방송사의 드라마 게시판이 성토의 장으로 돌변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애매한 방송사측의 태도와 편성이 답답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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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라는 배우가 <왕의 남자>로 얻은 ‘예쁜 남자’ 타이틀을 지워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이준기는 자칫 <왕의 남자>의 ‘공길’ 캐릭터의 너무 강렬한 이미지에 매몰될 수 있었지만 남성다운 이미지를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투영해 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이준기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예쁜 남자 타이틀은 결국 더 이상 이준기를 따라다니지 못했고 이준기가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준기는 그 이후로도 좋은 발성과 깨끗한 대사처리, 묵직한 연기력으로 각종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단순히 캐릭터에 매몰될 배우가 아님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이준기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고군분투 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준기가 받아든 성적표가 시원치 않다. 특히 <일지매>를 제외하고는 이준기가 선택한 퓨전사극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준기는 유독 퓨전 사극을 많이 선택한 배우다. 이준기의 필모그래피만 보아도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 그리고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달의 연인>까지 모두 퓨전 사극의 성격을 띄는 작품들이었다. 이 중 <일지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지 못하며 아쉬운 성적을 낸 것이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달의 연인>마저 한 번도 10%의 시청률을 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번에는 아예 5%대의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처음부터 사전제작에 꽃미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저조한 시청률이다.

 

 

 

 

 

 

 

물론 여전히 화제성은 있다. 화제성 조사 기관 다음소프트와 굿데이터의 방송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이 드라마에 쏟아진 화제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화제성지수 1위라는 말로 위로를 하기에는 그 화제성의 중심이 미묘하게 어긋나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인한 화제성이라기보다는, 여주인공 아이유에 대한 반감, 엑소 출신 백현에 대한 조롱등이 화제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물론 이준기를 비롯해 강하늘까지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의 활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은 여자 주인공에게 연심을 느끼는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며 로맨스 드라마에 필수적인 설렘 지수를 높였다. 그러나 <달의 연인>의 전반적인 내용을 구제하기는 무리였다. 일단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러브라인의 설정에 공감이 가질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기 힘들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이다. 칭찬이 쏟아지는 것은 이준기와 강하늘 뿐, 그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는 현저히 낮다. 결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케미스트리가 살지 못하는 결과가 이어졌다.

 

 

 

 

 

 

 

남자 주인공들은 멋있고 매력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 자체는 진부하기 짝이 없고 그 진부함을 커버할 만큼의 매력이 여주인공에게는 없다. 아이유라는 배우에게 쏟아진 비난은 남자 주인공들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할수록 더욱 높아졌다. 이야기의 흐름이 재기발랄하고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배우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달의 연인>의 아이유는 이 의존도를 감당할만큼의 연기력이나 이미지를 담보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준기가 선택한 ‘사극 로맨스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이런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전작 <밤을 걷는 선비>역시 원작 만화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였지만, 드라마가 원작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밤을 걷는 선비> 역시 이준기의 상대역인 이유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주연급의 파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현재 <달의 연인>에서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답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준기는 연기력으로 자신에게 한계가 될 수 있었던 이미지를 지운 배우다. 그만큼 이준기가 보여주고 있는 연기력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달의 연인>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연기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기의 선택에는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이준기가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것은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에 대한 신뢰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기의 연기력이 그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려면 시청자들의 이준기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이준기의 연기력을 마음 놓고 감상할 만큼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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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애틋하게>와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이하 <달의 연인>) 은 모두 사전제작 드라마다. 사전제작 혹은 반사전제작 드라마가 속속들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 환경은 커진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열악했다. 배우들과 작가, 연출자들은 물론 스텝들까지 밤을 지새우다시피 드라마를 찍어야했고 아슬아슬하게 방송시간에 맞추는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이 이어졌다. 당연히 퀄리티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은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고 방송사고도 종종 일어났다. 스토리도 미리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쪽대본은 난무했다. 시청자 반응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였고 툭하면 축소나 연장이 되는 등, 시청자와의 약속도 저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출현은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처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완성도를 높이고 드라마의 전반적인 제작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인 현상같았다. 확실히 사전제작 드라마가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현상은 단순히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자정 노력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시장이 커진 만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 중국시장을 다분히 의식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와 <달의 연인> 모두 그런 분위기에서 사전제작이 이루어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목적을 가지고 제작됐다고 해도 사전제작에 공을 들여 드라마의 질 자체가 높아질 수 있다면 박수를 칠만 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두 드라마 모두 사전제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드라마 스토리 라인과 연기력 연출까지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애틋함을 강요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 애틋함을 위해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인물 대부분이 비통하고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다. 드라마는 무거워지고 이야기는 어두워진다. 그 분위기를 살려 특유의 느낌을 만들어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야기는 늘어지고 시청자들은 지친다. 결국 동시간대 꼴지를 차지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수지와 김우빈을 주연으로 쓰고도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달의 연인> 역시 이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준기와 강하늘등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연기자들은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문제는 그 외의 요소다.  특히 드라마의 전반에 등장하는 아이유는 여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퓨전사극이고 현대의 영혼이 과거에 빙의한다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아이유가 극 자체에서 어색해 보이는 것은 크나큰 문제다. 아직 사극의 분위기에 녹아들기에는 아이유의 내공이 현격히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는 인기그룹 엑소 출신의 백현은 소위 '발연기'의 전형을 보여주며 희화화까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조연들 역시 그다지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며 드라마는 결국 이준기와 강하늘, 두 사람이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방영 전 아이유를 연기 천재라 부르며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pd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가수의 이미지를 벗을 만큼의 연기력과 완성도를 애초에 구축하지 못한 아이유 본인의 책임도 있지만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음에도 그런 구멍들을 캐치해내지 못한 연출자의 책임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전제작 드라마에 기대되는 것은 높은 퀄리티다. 반 사전제작으로 제작된 <시그널>처럼 연출과 연기 스토리의 삼박자가 완벽한 작품은 사전제작의 모범사례라 할만하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태양의 후예>도 나중에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라인과 ppl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초반에는 좋은 반응을 얻었던 <치즈 인 더 트랩>도 마찬가지다. 결국에는 내용이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흐르며 원작 팬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사전제작은 반드시 정착되어야 할 시스템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전제작에서 기대되는 완성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사전제작의 의미가 없다. 스토리를 다듬고 연기자들의 연기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이루어진 후 그 연기를 살릴 수 있는 연출력이 더해진 사전제작 시스템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 할 만 하다. 그러나 사전제작에서 기대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작품은 결국 생방송처럼 급박하게 제작되는 드라마들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퀄리티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도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면 그만큼 사전제작 시스템이 필요한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사전제작 드라마들의 장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과연 사전제작 시스템은 중국 시장을 겨냥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착될 수 있을까.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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