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도 다양한 드라마들이 많이 탄생되며 히트작들이 우리를 찾았다. 다른 때 보다 주목할만한 캐릭터들이 대거 쏟아진 해였다. 2016년에는 어떤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화제가 되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주목을 받았는지 알아보았다.

 

 

<시그널> 이재한

 

 

 

 

<시그널>은 올해를 통틀어 드라마 작품상을 받아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과거로 연결되는 무전을 통해 미제사건을 해결하면서 벌어지는 반전과 긴장감은 어떤 드라마도 해내지 못한 영역을 보여준다.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열띤 성원을 받은 이 작품은 무게감과 메시지, 그리고 배우의 연기력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이런 소재로 이만한 완성도를 드라마로 보여준 것에 대한 찬사는 입이 아프게 해도 모자르다.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가지만 그 중에서도 <시그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이재한(조진웅 분)이다. 과거의 형사 역할을 맡아 정의감에 불타는 그의 캐릭터는 드라마 안에서 가장 위테로운 처지에 놓여있으면서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활약 덕택에 그 캐릭터를 연기한 조진웅은 가장 섹시한 배우의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그에 대한 호감도 역시수직상승했다. 드라마를 한 번 고사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것은 물론이다. 차수연역의 김혜수와 박해영역의 이제훈과의 케미스트리역시 대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키가 된 이재한 형사가 올해의 캐릭터에 빠질 수는 없다. 팬들은 여전히 이 드라마의 시즌2를 오매불망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작품.

 

 


<태양의 후예> 유시진

 

 

 

 

 

2016년의 가장 큰 히트작. 무려 38%의 시청률을 올리며 2016년 최고 시청률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중 <태후>의 남자 주인공이자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유시진을 연기한 송중기였다. 이 드라마 한 편으로 단숨에 국내 인기가 수직 상승한 것은 물론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하며 누구보다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송중기가 연기한 유시진이라는 캐릭터는 해외에 파병되는 군인 대위 역할로서, 정의감과 애국심에 불타는 것은 물론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해는 화법과 화려한 액션까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최적화 된 남주로 활약했다. 작가 ‘김은숙 표’ 남자 주인공의 계보를 이으며 새로운 역사까지 써내려간 유시진의 활약은 그야말로 범접불가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시진의 캐릭터로 군인체 말투가 유행이 되었고 대사들도 화제가 되었다. 같이 출연한 여주인공 강모연 역의 송혜교 역시 호감지수가 함께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작가 김은숙의 주가가 올라간 것은 물론 공동집필한 김원석 작가도 주목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오해영> 오해영

 

 

 

 


tvN <또 오해영>은 애초에 기대작이 아니었지만 10%가 넘는 시청률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다.  특히 타이틀 롤 오해영 역할을 맡은 서현진은 이 드라마로 데뷔 이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오해영은 항상 동명을 가진 ‘예쁜 오해영’과 비교당해 오며 살아온 콤플렉스 덩어리 흙수저다. 사랑에 크게 상처받았지만,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큰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고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오해영 역을 맡은 서현진의 ‘생활 밀착형 연기’는 이 드라마로 빛을 발했으며, 차기작 <낭만닥터>에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나갔다. 같이 출연한 박도경 역의 에릭과의 케미스트리도 돋보였다. "빨리좀 들어와 주라, 나 심심하다 진짜” 같은 대사는 유행어로 확대 재상산되며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했다.

 

 

 


<디마프> 노인들

 

 

 


 

대부분 드라마에서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메인이 아닌,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 등 주변을 맴도는 캐릭터일 뿐이다. 그러나 tvN <디어마이프렌즈>(이하<디마프>)는 이 노인들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하여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편견에 갇힌 노인들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가진 고민들이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것들을 통하여 드라마는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전한다. 작가 노희경의 필력이 빛나는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노희경작품은 로맨스보다는 가족과 소외된 계층을 보듬는 소재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어루만져진 인생들은 어느하나 불쌍하지 않은 인생이 없고, 처량하지 않은 인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스러운 노인들의 이야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바탕이 된 드라마.  그 안에서 노인들의 캐릭터들은 젊은이들 보다 어쩌면 더 매력적이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는 것도 즐겁다.

 

 

 



<W> 강철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드라마 속에서 진짜 만찢남이 등장하자 반응이 뜨거웠다.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로 만화 주인공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현실화 된다는 설정을 사용하여 호응을 이끌어냈다. 초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아쉬운 지점들이 엿보이지만, 남자주인공 강철의 캐릭터만큼은 주목할만하다.

 

 

 


누군가의 창조물일 뿐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그의 캐릭터는 확실히 다른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세상이 사실은 누군가의 창착물이었다는 충격을 받는 캐릭터로, 만화를 찢고 나온 만큼 완벽하지만 또 그만큼 약점이 많다. 그로인해 발생되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드라마 스토리가 설정값을 감당할 만큼의 기지를 조금만 더 발휘했다면 굉장한 명작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작품.

 

 

 


강철 역할을 맡은 이종석은 이번에도 ‘믿고 보는’ 이종석의 역할을 다 해냈다. 다소 난해한 설정에도 굴하지 않고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새로운 성격의 드라마로서 MBC에서만큼은 올해 가장 주목받아 마땅한 작품으로 꼽힐만 하다.

 

 

 


<38사기동대> 백성일, 양정도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탁월한 스토리 라인에 OCN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38사기동대>에는 멋진 사기꾼 콤비가 있다. 사기로 감옥에서 출소한 양정도(서인국 분)와 공무원 백성일(마동석 분)이 그들이다.

 

 

 


고액 세금 체납자에게 사기를 쳐서 세금을 걷는다는 설정으로 악인과 선인이 뚜렷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악과 선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러나 악에는 악으로 응징하는 주인공들은 확실히 정의의 사도처럼 보인다. 괜히 착한척 하면서 악인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형식의 답답함보다 그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선사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대리만족하게 된다.

 

 

 


양정도와 백성일은 그들이 원하는 각기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게 된다. 능글맞은 천재 사기꾼 양정도와 세금을 징수해 악인을 처단하고 싶어하는 백성일은 다른듯하지만 서로 호흡이 잘 맞아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들의 케미스트리를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고있노라면 어느새 그들이 위험할 때마다 제발 통쾌한 반전이 있기를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

 

 

 


송중기 다음은 박보검이었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으로 여심 사냥에 나섰다. 세자 캐릭터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아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박보검은 비주얼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차세대 대표 배우로서 주목받았다. 특이한 점은 캐릭터를 넘어서 박보검에 대한 신드롬이 일었다는 점이다. 바른생활과 예의바른 태도로 미담의 주인공으로 자주 거론되는 박보검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그 주가를 더욱 올렸다.

 

 

 


 

캐릭터 자체로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박보검이라는 배우의 개성과 맞물려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다.

 

 

 


<질투의 화신> 이화신

 

 

 


다소 뒷통수를 때리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속 이화신(조정석 분)은 질투로 인해 남성이 어디까지 졸렬해질 수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라니! 이 캐릭터가 보여주는 기지로 만들어지는 웃음은 확실히 비범하다. 자신을 좋아했던 표나리(공효진 분)가 자신의 절친 고정원(고경표 분)과 사랑에 빠지자 질투를 하게 되는 캐릭터로, 자신의 마음을 제때 인정하지도 않고 유방암까지 걸리지만 그 모든 것이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다.

 

 

 


그 역할을 연기한 조정석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다. 코미디부터 진지함 양극단을 오가는 캐릭터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표현한 조정석은 확실히 캐릭터를 살리는데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연기자로 주목할만했다.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표현한 조정석은 2016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이미지가 소비되기 보다는 오히려 호감도가 증가한 배우로 주가를 올렸다.

 

 

 


<쇼핑왕 루이> 루이

 

 

 


 

‘키우고 싶은 남자’ 루이 (서인국 분)의 매력은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38사기동대>와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착한 재벌 3세 캐릭터를 연기한 서인국은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주며 '키스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야기가 다소 진해지고 자극적으로 변하는 와중에 순수하고 청량한 인물들의 사랑이야기는 호응을 얻었고 마침내 낮은 시청률로 시작해 <질투의 화신>을 누르고 깜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루이는 기억 상실증에 걸려 오갈데가 없어 여주인공 고복실(남지현 분)에게 얹혀 살며 졸졸 따라다니며 애정을 표현한다. 재벌때 습관이 남아 할줄 아는 것도 없고 매일 사고를 치지만 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낭만닥터> 김사부

 

 

 


또 의학드라마인가 싶었지만 한석규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게다가 드라마 역시 흥미롭게 전개되며 20%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낭만닥터>는 의학드라마에 현재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을 녹여 시의성을 담아냈다. 이에 대한 반응역시 긍정적이다.

 

 

 

한석규는 김사부(본명:부용주) 라는 괴짜 의사 역할을 맡았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변방 병원에서 은둔하는 그는, 후배들의 성장과 고군분투를 지켜보며 그들의 스승이 되는 캐릭터다. ‘천재 의사’에서 ‘진정한 스승’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그의 괴팍한 표현하는 한석규의 존재감은 이 드라마 전반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동주역의 유연석과 윤서정 역의 서현진 역시 호연을 보여주며 이 드라마에는 연기 구멍이 전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긴박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으로 이 드라마는 의학 드라마의 성공신화를 다시 한 번 썼다.

 

 

 


하반기 드라마들, 스타작가들의 컴백

 

 

 


 

<푸른바다의 전설> 심청

 

 

 


스타작가들이 컴백하면서 하반기 드라마에 쏟아진 관심역시 대단했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이하<별그대>)이후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전지현은 이 드라마에서 한 사람만 보는 인어 역할을 맡았다. 사실상 드라마에서 전지현은 캐릭터로서는 거의 원맨쇼에 가깝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인어로서 인간 세상 적응기를 보여주어야하고 뛰어난 비주얼도 보여주어야 한다. 코믹함과 로맨스, 스릴러에까지 모두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소 아쉽다. 전지현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캐릭터의 감옥에 갇힌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별그대>의 천송이처럼 백치미가 넘치지만 그 능동성은 더욱 떨어진다. 남성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운명은 얼핏 로맨틱하지만 그만큼 운신의 폭은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로 화제성을 모으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어, 심청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도깨비> 김신

 

 

 


상반기에는 유시진이 있었다면 하반기는 김신이 있다. 김은숙 작가는 하반기에 또한번 흥행의 역사를 썼다. 시청률 추이를 봤을 때, tvN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도깨비>는 벌써부터 인기가 심상치가 않다. 도깨비 김신 역할을 맡은 공유는 이 드라마에서 두말하면 입이 아플만큼 매력적이다. 그 도깨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스토리라인은 확실히 비범하다. 시종일관 무게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멋있어 보이고 싶어하고 겁을 먹기도 하며 호들갑을 떨고 저승사자와 기싸움을 하는 도깨비는 인간적이면서도 멋있다. 남자 주인공이 어떻게 해야 가장 멋있을지 아는 작가의 획기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수미상관이란 말이 있듯, 올해 드라마 캐릭터는 김은숙 작가로 시작해 김은숙 작가로 끝맺음을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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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esuslike.tistory.com BlogIcon Mind Hunter 2016.12.14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반기에 tvN 시그널이 빠진 것 같네요.

  2. 2016.12.21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엄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실 환상에 근거해 있을 때가 많다.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는 이런 환상을 근거로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예를 들자면 엄마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내하며, 죽는 순간에까지 자식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주는 든든한 존재로 묘사된다. 아니면 극단적인 형태로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고 관계가 틀어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특별히 엄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아니라면 드라마에서 엄마는 주변인물에 불과하다. 그런 주변인물에게 특별히 캐릭터를 부가하기보다는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더 쉽다. 이야기에 특별히 관여하기 보다는 그저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드라마에서 퇴장하는 캐릭터다. 딱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슬리는 캐릭터도 아니다.

 

 

 

 

<또 오해영>에 출연하여 주인공 오해영의 엄마 황덕이역할을 맡은 배우 김미경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영이 엄마처럼 현실적인 캐릭터는 처음이라며 실제로는 엄마들이 속 썩이는 딸들에게 욕도 하고 등짝도 때리는데 연기할 때는 한없이 희생적인 엄마가 되려니 답답했다고 밝혔다. 많은 원로 배우들이 누군가의 엄마역할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드라마에서 엄마의 역할이 한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오해영>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완전히 다르게 그리며 엄마 캐릭터의 존재감을 한 껏 끌어 올렸다. <또 오해영>속의 황덕이는 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그 애정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감내하지도, 또는 딸과 지나치게 척을지지도 않는다. 결혼 전 날 파혼을 해 구설수의 주인공이 되고도 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해영을 보며 우리 해영이 내다 버립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미친년이에요.” 라고 남편에게 말하며 해영의 혼수로 장만했던 물건들을 마당에 내놓을 만큼 강경책을 쓰거나, 밥먹고 있는 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엄마다. 지극히도 현실적으로 딸의 행복을 원하면서도 딸의 모습이 꼴보기 싫은 이중적인 마음을 표현해 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캐릭터다. 이렇게 현실적인 엄마이기 때문에 파혼의 진실을 알고 나서 눈물 흘리는 그의 모습은 훨씬 더 가슴에 깊게 와 닿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주변인물인 엄마가 이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것은 하나의 큰 이정표라고 느껴질 만큼 신선했다.

 

 

 

 

 

 

<디어 마이 프랜즈>(<이하 <디마프>)에서도 엄마는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딸 박완(고현정 분)과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에 가깝다. 둘 사이에 애정은 분명히 있지만, 툭하면 집에 찾아오는 엄마는 싫다. 엄마는 딸이 잘되었으면 좋겠지만, 그 애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각종 오지랖과 간섭이라는 형태로 표현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가끔씩 딸에게는 너무나도 버겁다.

 

 

 

 

<디마프>는 엄마를 한없는 사랑을 가지고 희생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고, 때로는 두렵고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읊조린다. 간암에 걸린 엄마, 치매에 걸린 엄마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그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성은 누군가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다. 그 고뇌는 연기자들의 섬세하고 절절한 연기력으로 훨씬 더 공감가게 그려진다.

 

 

 

엄마로 등장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그들도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똑바로 마주 바라봐준 것만으로도 캐릭터에는 엄청난 설득력이 생긴다. 엄마를 엄마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자식들의 한계,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그 애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의 불안전함. 이 모든 것들이 섞여 있는 드라마 안에서 시청자는 그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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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은 참으로 이상하다. 둘다 나를 낳아주신 분인데도 어머니를 부르는 감정과 아버지를 부르는 감정은 참으로 다르다. 엄마는 엄만데 아버지는 아빠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족인데 왠지 모르게 멀게만 느껴지고 둘이 함께 있으면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임에도 누구보다 멀게 느껴지는 그 이름, 아버지. 

 

 


 

방송에서 그런 ‘아버지’를 소재로 삼은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미 예능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육아를 하는 장면이 흥행몰이를 몇 년간 해 온 터다. 엄마는 당연히 육아를 해야 하고 아빠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빠가 육아를 하는 장면은 화제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를 활용한 육아 예능의 포인트는 능숙하고 익숙한 육아를 하는 아빠들에 포인트가 있지 않았다. 오히려 어색하고 미숙한 아빠들이 자녀들과의 관계를 다시 형성하는 모습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그런 어색한 관계가 아닌, 꽤나 친근한 아빠들인 경우에도 아이들의 매력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면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의 기획단계에서의 의도는 확실히 ‘아빠의 육아’에 의외성을 노린 것만큼은 분명하다.

 


최근에야 아빠의 육아 참여가 당연시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라는 존재는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디마프>)의 김석균(신구 분)은 딱 그런 캐릭터다. 부인은 하녀 부리듯 부리고 무시한다. 돈도 잘 쓰지 않고 버럭 버럭 미운 말만 골라서 해댄다. 자식에게는 또 어떠한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딸에게 “그러길래 누가 치마를 입으랬냐”며 오히려 다그친 적이 있을 정도다. 도저히 예뻐할래야 예뻐할 수 없는 캐릭터지만, 왠지 어딘가에 존재하는 아빠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는 역시 ‘아빠’였다. 딸이 남편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위에게 찾아가 그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과거 딸을 성추행 했던 사람을 폭행했던 탓에 직장에서 쫒겨나고 말았던 사실이 밝혀진다. 그저 짜증스럽기만 했던 그의 행동들 덕분에 그의 반전은 훨씬 더 아프게 가슴을 울린다. 이어 그는 고백한다. 자식에게 사과하는 법을 몰랐노라고. 그렇대도 그의 행동들을 잘했다고 추켜세울 수는 없다. 자식이 그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관계의 단절을 만든 것도, 부인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게 만든 것도 그다. 그러나 그의 진심만큼은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식의 일이라면 앞뒤 돌아보지 않는 그도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 아버지 같아서, 그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다. 

 

 


 

TvN에서 새롭게 방영될 예정인 <아버지와 나>는 그런 아버지라는 존재와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예고편에서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아버지와의 여행이) 어색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에릭남처럼 끈끈한 부자관계를 형성해온 관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버지라는 존재와의 단 둘만의 동행이 편안하지 않은 출연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예능이 기획될 수가 있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조금만 더 부드럽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관계였다면 그들의 예능적인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졌을 것이었다. 굳이 일반인인 아버지를 출연시켜 가면서 아들과의 관계를 조명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그 둘 사이의 장벽에서 오는 어색함과 그 관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예능 속에서도 아직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다소 껄끄럽고 어색하게 그려진다. 그런 관계가 더 현실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아버지들이 그런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사이가 극복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이라는 그 본질적인 사실을 말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랑은 표현해야 하고, 말해야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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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10주년 특별기획으로 시작한 드라마 <디어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의 중심은 상대적으로 젊은 박완(고현정 분)의 로맨스가 아니다. 그의 첫사랑인 조인성등은 특별출연 정도이고 삼각관계 비슷한 기운을 형성하는 한동진(신성우 분)은 유부남이다. 로맨스에 집중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은 오히려 젊은 층이 아닌 노인들에게 있다. 그것도 세련되고 앞서나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노인들이 아니다. <디마프>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오히려 스스로 꼰대임을 자처한다. 젊은이들에게 세월을 무기로 꼬장꼬장하게 굴거나 스스로도 모순 투성이인 논리로 억지를 부린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굉장히 현명하게 나이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만큼 넉넉한 품을 갖지도 않았다. 그냥 그들은 나이가 먹었을 뿐, 젊은 이들과 별다를 바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그런 노인들을 목도하는 것이 재미있을까 싶지만 <디마프>의 노인들에게는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시작부터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김영옥, 박원숙, 신구, 주현등 내로라 하는 시니어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시니어 어벤져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파격적인 캐스팅을 선보인 <디마프>는, 그들에게 하나 하나의 스토리를 제공하며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들고 있다. 70대를 넘긴 노인들이 각각의 스토리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드라마의 메인으로 활약한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설정이다. 그러나 <디마프>는 그 파격을 시도했다.

 

 

 

노희경은 ‘디어마이프렌즈 미리보기’에서 제작 비화를 밝히며“이들(노인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근데 이제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보나?”라며 의문을 던졌다.  이어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가 첫 번째였고, 그걸 받아준 방송사가 있었고, 고마운 마음이 있고요”라며 자신이 쓴 이야기를 방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한류스타도, 아이돌도 없는 <디마프>의 이야기를 무려 10주년 특집으로 방영할 용기가 있는 방송사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국민 엄마로 알려진 김혜자는 누구보다 작품을 고르는데 까다로운 배우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누구 엄마인 역할’에 머무른 역할이 아닌, 인물의 개성이 살아있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한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윤여정“환갑 넘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결심했다”며 “50년 연기했지만 내 연기가 식상하고 뻔할까봐 두렵다”고 인터뷰에서 밝힐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배우다. 그런 연기에 대한 자존심을 가진 배우들이 단순히 ‘누구 엄마’라는 역할을 뛰어넘은 노인들이 가득한 <디마프>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누구의 할머니나 엄마가 아니라 그들은 그 작품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자신들도 욕망과 꿈이 있다고 소리치고, 친구들이나 자식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기까지 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고 힘들어 하고 설레기도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노희경 작가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노력하면서도 따듯한 시선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노희경은 “어른들도 귀엽고 예쁘고 애틋할 것”이라며 <디마프>가 부모님과 소주 한잔 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의 바람처럼 어른들도 단순히 저물어가는 노인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서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디마프>는 상기시킨다.

 

 

이런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영되기란 힘든 일이다. 일단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고, 해외 판매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tvN이라는 채널은 무려 10주년 특집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 드라마를 방영했다. 첫 회에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디마프>의 시청률은 오히려 회가 진행될수록 떨어졌다. 노희경 작가는 작품성에 비해 시청률만큼은 잘 나오지 않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마프> 방영을 결정한 것은, 색다른 시도를 두려워 하지 않는 방송사의 모험이다. 단순히 성과주의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닌,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보여줄 가치가 있다는 결정에는 박수를 보낼 만 하다. <응답하라>시리즈, <미생> <시그널> 등 공중파에서 방영되기 어려운 소재들을 연이어 채택하며 신新 드라마 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tvN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tvN이 이런 방향성을 놓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 채널로 끝까지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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