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최고, 1등만을 기억한다. 이건 드라마 시청률도 마찬가지다.
2009년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드라마는 [선덕여왕][찬란한 유산][아내의 유혹][솔약국집 아들들] 등이 있었다.
그런데 시청률 40%를 넘긴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버벅대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드라마도 있었다.
2009년 방영 된 드라마 중 시청률이 가장 '낮았던' 드라마는 무엇이 있을까? 2009년 '최저 시청률'의 드라마의 면면을 살펴보자.
2009년 '최저 시청률' 드라마
[친구]로 800만 흥행 신화를 쓴 곽경택 감독이 리메이크작으로 만든 TV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은 '800만 신화' 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싸늘한 외면을 받았다. 현빈, 김민준이 열연했던 이 드라마는 비록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회가 거듭될수록 완성도를 높이며 작품성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청춘스타' 의 틀을 깨고 꾸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현빈의 연기는 영화 [친구] 의 장동건과는 완전히 차별화 된 매력이 있었다고 본다.
[프라하의 연인]의 김주혁과 [주몽]의 한혜진이 만났지만 시청률은 형편 없었다. 억지성 짙은 스토리 전개, 식상하고 진부한 캐릭터 설정, 김 빠지는 관계 설정은 김주혁, 한혜진 같은 좋은 연기자들조차 빛을 잃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와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클리셰 냄새만 지독하게 나는 드라마로만 머물렀던 [떼루아]는 매니아 층조차 만들지 못한 채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 김주혁과 한혜진은 하루 빨리 [떼루아] 의 악몽을 잊고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공주는 돌아왔지만 시청자는 떠나갔다. 황신혜와 오연수의 오랜만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경쟁작인 [선덕여왕] 의 그늘에 가려 빛조차 보지 못했다. 아줌마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황신혜와 오연수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며 주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노력했으나 내실 있는 스토리 전개가 뒷받침 되지 못했고 캐릭터와 인물관계가 진부함의 늪에 빠져들면서 오히려 호된 비판만을 받은 채 막을 내려야 했다. [공주가 돌아왔다]는 평범하고 안일한 기획으로는 철저히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2009년 최저 시청률 7위에는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 가 랭크됐다. '시청률의 무덤' 이라고 불리는 MBC 주말 8시대에 급하게 편성되면서 말 그대로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 되버린 셈. 게다가 상대작이 시청률 40%대를 왔다갔다 한 [솔약국집 아들들]이었으니 대진운까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률과 상관없이 [탐나는도다]는 연출, 극본, 연기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지며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수작으로 기록됐다. 주말이 아니라 미니나 월화로 들어갔더라도 훨씬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텐데 라인업이 좋지 않아 '비운의 작품' 이 된 듯하다.
[커피 프린스 1호점] 을 만든 이윤정 PD와 이윤정 작가의 차기작이었지만 '겉멋' 만 잔뜩 든 드라마로 막을 내린 작품이다. 방영 전부터 김연아 마켓팅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더니 당초 '피겨 드라마' 라는 홍보와는 달리 이도 저도 아닌 드라마로 좌충우돌 하다가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커프] 때의 달달함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 구성이 눈에 거슬렸고 극본과 따로 노는 연출은 실망감을 더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는 옛말이 딱 어울리는 드라마 인 듯 싶다.
전설은 전설로만 남았어야 했나보다. 작년 평균 18%대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던 [전설의 고향]이 올해에는 제대로 된 힘도 쓰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다. 전혀 공포스럽지 않은 극본, 새로울 것 없는 연출, 어설픈 CG 등으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던 [전설의 고향]은 시청자들의 싸늘한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전설의 고향] 자체가 워낙 대중에게 매력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방영 될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에는 제발 신선하고 좋은 소재를 개발하여 좋은 기획작품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다.
단언컨대 이 드라마는 만들어져서는 안 될 드라마였다. 시청률은 그렇다치고 작품성 자체가 형편 없었던데다가 조기 종영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엔딩조차 제대로 맺어지지 않아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그러나 엔딩만 엉망이었던 것이 아니라 드라마 전개자체도 '엉망진창' 이었다. 캐릭터는 매 회마다 좌충우돌 하며 말도 안되는 행동만을 일삼았고 스토리는 상식선에서 이해 불가한 이야기만 계속 전개됐기 때문이다. 이현세의 명작을 이 따위로 망쳐 놓는 것도 참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MBC 주말드라마의 저주는 계속 된다. 벌써 몇 번째 말아먹는 주말 드라마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MBC가 포기하다시피 한 시간대라 그런지 공격적인 면모도, 신선한 면모도 전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주인공을 맡은 기태영과 유진의 연기력은 굳이 흠 잡을 데 없는 듯 하지만 문제는 재미가 없어서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에 MBC 주말드라마의 거목인 김정수 작가가 컴백한다고 하니 [인연만들기]는 포기하고 차기작을 기대해 봐야 할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시청률이 '맨땅에 헤딩' 하면서 오랜만에 컴백한 박성수 PD도 함께 물을 먹었다. [내 멋대로 해라] 로 마니아 드라마의 원조격으로 군림했던 박성수 PD가 [닥터 깽] 에서 주춤하더니 [맨땅에 헤딩] 으로 완전히 하락세를 걷는 모양이다. 더불어 박성수를 믿고 첫 연기 데뷔를 했던 유노윤호 역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혹독한 연기 신고식을 치뤘다. 아무래도 유노윤호는 하루 빨리 동방신기 사태를 정리하고 가수 활동에만 매진해야 할 것 같다.
무슨 말이 필요하리요. 2009년 가장 '망한' 드라마를 꼽으라면 10명이면 10명 모두 꼽을 드라마 [드림] 이 역시 최저 시청률 3.3%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2009년 최저 시청률 1위에 랭크됐다. [쌍화점] 의 주진모, [꽃보다 남자] 의 김범에 가요계 섹시스타로 자리잡은 손담비까지 가세했지만 대중은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다. 경쟁작이 [선덕여왕] 이었던 탓에 대진운 자체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스토리도 영 정형수 작품 답지 않게 최악이었고, 재미도 없어서 누구와 붙든 성공할 드라마는 아니었다. 아울러 손담비는 유노윤호와 함께 가수활동에만 매진하길 바란다.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진운이 안 좋아서, 라인업이 안 좋아서라는 핑계는 [탐나는도다] 정도는 되야 할 수 있는 핑계다. [드림], [맨땅에 헤딩] 등의 드라마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유는 드라마 자체의 결점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안일한 기획과 뻔한 설정,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연기자들을 데리고 좋은 시청률을 노렸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양심없는 일이다. 2009년 '최저 시청률' 을 기록한 이 드라마들의 제작진들이 지금의 실패를 거울 삼아 다음 기회에는 보다 멋진 작품을 들고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