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일요 예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MBC <일밤-매직콘서트>가 비슷한 시기에 막을 내리고 새로운 코너들이 대거 출범하면서 치열한 기세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1~2주간의 준비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방송사는 대규모 제작발표회와 기자회견을 가지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변화의 기로에 선 일요 예능에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SBS <일요일이 좋다>, 유재석-강호동 ‘드림팀’이 떴다
일요 예능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쪽은 역시 <일요일이 좋다>다. <해피선데이>, <일밤>의 추격을 따돌리고 장시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일요일이 좋다>는 <K팝스타>의 후속으로 강호동의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 <맨발의 친구들>을 편성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견제하기 위해 조기에 ‘빅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복귀 이 후,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강호동은 누구보다 성공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X맨> 시절 호흡을 맞췄던 장혁재 PD와 다시 손을 잡았을 뿐 아니라 주특기인 야외 버라이어티를 선택해 특유의 파워풀하고 유쾌한 진행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작정이다. 여러 멤버들을 아우르며 프로그램을 리드하는 솜씨는 <천생연분><1박 2일>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검증 된 만큼, 그가 예전의 기량을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멤버 라인업 역시 흠 잡을 데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윤종신, 유세윤, 은혁 등 기존의 ‘강호동 라인’이 대거 합류해 안정감을 더하는 가운데 김범수, 김현중, 윤시윤, 유이가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정도면 예능 베테랑들과 신선한 얼굴들이 조화롭게 섞인 훌륭한 캐스팅이다. 강호동이 앞에서 끌고, 장혁재 PD가 뒤에서 밀며 캐릭터 발굴에 힘쓴다면 ‘제 2의 이승기’ 탄생도 기대해 볼 만 하다.
문제는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기선을 제압하며 화제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쥐어야 한다. 적어도 10% 초중반 시청률은 나와 줘야 비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유재석의 <런닝맨>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런닝맨>이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맨발의 친구들>로선 다소 여유를 갖고 프로그램을 정비하는 시간을 벌게 됐다. 본의 아니게 강호동이 유재석에게 큰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이처럼 <일요일이 좋다>는 지난 8년간 예능계를 양분해 온 ‘유재석-강호동’ 드림팀을 내세워 동시간대 1위 자리 수성은 물론이거니와 평균 시청률 20%대 탈환을 노리고 있다.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인해 깨져버렸던 ‘유-강 체제’가 이번을 계기로 다시 복원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 진다.

KBS <해피선데이>, ‘이영자 카드’로 과거 영광 되찾는다
지난 4년간 <남자의 자격>과 <1박 2일>로 ‘국민 예능’으로 추앙받았던 <해피선데이>도 단단히 설욕전을 준비 중이다. 시청률이 좋지 않았던 <남자의 자격>을 과감히 폐지시키고 최근 대세인 가족 예능을 내세워 전통적 시청자 층인 중장년층 공략에 나선다. 설 특집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이번에 정규 편성이 확정 된 <스타 패밀리쇼-맘마미아>(이하 맘마미아)가 바로 그것이다.
<맘마미아>의 메인 MC는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다. 과거 <슈퍼 선데이-금촌댁네 사람들>을 통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 그는 19년 만에 <맘마미아>를 통해 일요 예능에 극적으로 복귀한다. <안녕하세요><청춘불패2> 등을 진행하며 KBS의 대표 여성 진행자로 자리매김 한 만큼 이번 프로그램이 10% 초중반대의 시청률만 기록해 줘도 연말 연예대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베테랑 진행자 박미선과 샤이니 민호 역시 MC진에 합류했다. 특히 박미선은 센스 있는 진행실력과 탁월한 정리 능력으로 이영자의 파워풀한 진행과 어울리는 최적임자로 인정받고 있다. KBS로선 현재 방송 활동 중인 여성 MC 중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이영자-박미선’ 카드를 모두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뚫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차별화 된 전략이 매우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진운이 그리 좋지는 않다. 비슷한 가족 예능인 <아빠 어디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부담인데, 강호동의 새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과도 맞서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 시청자층이 어떤 계층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기호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1등도 좋지만 확고한 ‘2등 전략’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해피선데이>의 대들보 격인 <1박 2일>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시즌 2를 이끌었던 최재형 PD와 맏형 김승우가 하차한 가운데 이세희 PD와 배우 유해진이 새롭게 들어오며 사실상 ‘시즌 3’ 체제로 물갈이 됐다. 시청률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좀처럼 예전의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1박 2일>에 얼마나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원년멤버 이수근, 김종민을 비롯해 기존 멤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쯤 되면 <해피선데이>의 전략은 명확해진다. ‘이영자-박미선’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가족 코너와 <1박 2일>로 대표되는 남성들의 야외 버라이어티를 앞뒤로 배치함으로써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해피선데이>가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MBC <일밤>, 윤후와 김수로의 ‘양동작전’ 시작됐다
<아빠 어디가>의 예상치 못한 선전에 축제 분위기인 <일밤> 또한 취약 시간대인 6시대에 군대 버라이어티 <진짜 사나이>를 편성해 시선몰이에 나섰다.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미르, 손진영, 샘 해밍턴이 멤버로 나선 <진짜 사나이>는 일주일 간 군에 진짜 입소해 전에 없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 몰이에 성공한 TvN <푸른거탑>의 인기를 공중파로 옮겨 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주 시청층도 명확하다. 당연히 군대를 갔다 온, 혹은 군대를 가야 할 남성 시청층이다. 남자에게 군대란 두렵고 힘든 곳인 동시에 젊은 날의 추억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런 향수를 잘 자극해서 보여준다면 <진짜 사나이>가 의외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이 시간대 채널권을 가지고 있는 30~50대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는 고민해 봐야 할 듯싶다. 일요 예능은 대체로 시청층이 넓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경쟁작이 <런닝맨>과 <1박 2일>이라는 점은 큰 부담이다. 이 두 프로그램이 합쳐서 4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 파이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사나이>가 얼마큼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전작인 <매직 콘서트>처럼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불명예 퇴장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리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빠 어디가> 역시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강력한 경쟁작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가운데 현재의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15%대 시청률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3주간 시청률이 1% 이상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집 고르고, 시장 보는 형식화 된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에이스’ 윤후의 예능감이 날이 갈수록 상승 중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민국, 준, 준수, 지아 등 꼬마 출연진들 역시 매번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제작진이 미처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이나 다채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내며 웃음 포인트까지 담당 중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연말 연예대상에서 MBC가 윤후를 비롯한 꼬마 친구들에게 연예대상을 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일요 예능 대전, 최후의 승자는 누구?
지금 일요 예능은 전에 없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피 선데이>의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고 세 프로그램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재, 새롭게 출범하는 코너들 속에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쪽은 과연 누가 될까. 유재석-강호동, 이영자-박미선, 윤후-김수로 등 당대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이 일요 예능에 벌써부터 서릿발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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