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된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리멤버>는 긴박감 넘치는 내용과 연기자들의 호연에 힘입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주인공인 서진우(유승호 분)에게 닥치는 시련은 녹록치 않다. 처음에는 박동호(박성웅 분)의 변호를 믿었지만  남규만(남궁민 분)이 가진 돈과 권력앞에 무릎 꿇은 그로 인해 아버지는 사형수가 되었고, 이후 변호사가 되어 재심을 신청하려 하지만 살인을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쓸 뻔 한다. 이후 가까스로 진행된 재심에서조차 그는 함정에 빠진다. 이 와중에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는 무관심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겨우 일이 해결되려고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야마는 스토리속에서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 어쩔 수가 없다. 가장 궁극적인 악역인 남규만이 쉽게 무너지면 드라마 역시 결말로 치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영까지 스토리는이제 절반을 걸어왔을 뿐이다. 아직 결말을 보여주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점인 것이다. 내용이 해결은 되지 않고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남은 회차의 양을 생각해 봤을 때, 아직 주인공이 헤쳐 나가야 할 것은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남규만에 관련하여 지금 나올 수 있는 절정 포인트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사형수가 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재심, 그 안에서의 음모, 그리고 재심에서의 승기, 그리고 또 좌절. 문제는 앞으로도 이패턴에서 크게 다른 구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드라마는 하나의 사건, 즉 극중 서진우의 아버지인 서재혁(전광력 분)의 누명을 벗기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미 그 사건을 둘러싸고 기승전결이 세 차례나 지나갔다. 서재혁이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아 사형수가 되는 것, 서진우가 재심을 신청하다 살인범으로 몰리고 누명을 벗는 것, 재심 과정에서 다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이 그것이다. 한 사건을 두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가 결국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다시 가로 막히는 것에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답답함은 <리멤버>가 드라마가 아닌 영화적 내러티브를 따르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리멤버>를 집필하고 있는 윤현호 작가는 영화 <변호인>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 탓인지 <리멤버>의 기승전결 방식은 영화에서 보여준 그것과 비슷하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후(기) 변호사가 된 아들이 4년만에 그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다(승). 우여곡절 끝에 재판이 열리고(전) 결국 아버지의 누명을 벗긴다(결)는 뻔하다면 뻔한 구성이다. 윤현호 작가는 이 구성에 양념을 치고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래도 너무 길었다. 영화라면 길어야 세 시간만에 끝날 이야기가 드라마로 넘어오니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는 일 뿐이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점점 답답해 지고야 마는 것이다.

 

 


 

악한 재벌에게 대항하여 승리한다는 비슷한 소재로 천만을 기록한 <베테랑>을 예로 들어보자. 최종 악인은 조태오(유아인)이고 그에게 통쾌한 승리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그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길에는 갖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 어려움은 두시간이라는 런닝타임에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시청자들은 마지막의 통쾌함을 보며 그간의 답답함을 다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다르다. 전체적인 기승전결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시퀀스가 갖는 기승전결 역시 중요하다. 일단영화와 비교할 수 없이 길이가 길기 때문이다. 같은 적에게 대항하여 계속 절망의 늪에 빠지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림이 아닐 수 있다.

 

 


 

같은 법정 드라마로 성공을 거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너목들>)는 민준국(정웅인 분)을 처단하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그 최종 목표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기승전결을 만드는 대신 여러가지 사건을 만들어 여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분)의 변호사로서의 성장스토리를 내세웠다. 중반 이후 민준국을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면서 갈등을 고조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솜씨는 드라마를 명작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

 

 

 


<리멤버>는 초점을 단 하나, '남규만 처단' 에 맞추면서 오히려 드라마적인 매력을 반감시키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서진우가 변호사로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그가 복수를 위해 어떤 준비를 치밀하게 했는지를 좀 더 파고들었어도 됐을 법 한데 서진우는 거대 권력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고 계속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내러티브는 초중반보다는 중후반에 집중하고 초반에는 다채로운 재판 모습을 통해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며 서서히 사건에 접근해가는 신중함을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것도 사실이다. 초반부터 상대를 잡기 위한 힘을 너무 많이 써 버린 <리멤버>가 후반부로 갈 수록 다시 시청자를 끌어모을만한 힘을 다시 발산할 수 있을까. 중반에 도착한 지금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 아닌 돌파구를 찾을 때가 왔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군대를 다녀오고 23살이 되었지만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속 유승호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앳된 얼굴이다. 아역부터 시작하여 당당하게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배우지만 여전히 그의 이미지는 남동생이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했다. 성인이 된 후, <보고싶다>등의 멜로에도 출연을 했지만 유승호의 이미지를 바꾸는 선택은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이 있을 터다. 배우로서 어린나이에 피하지 않고 군대를 다녀오고  제대로 나이를 먹고 당당하게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그의 이미지를 호감으로 돌려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를 대견하고 기특하게 보는 시선 자체에 그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유승호는 초반 4회까지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리멤버>에 출연했다. 그런 선택에 있어서 아역 이미지를 벗는다는 조바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승호는 아직도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할 만큼 어려보이는 얼굴을 이용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선택이 오히려 아직 청소년에서 성인 배우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그에게 있어서 딱 맞는 선택이 되고 있다.

 

 

 

<리멤버>에서 유승호는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진우 역할을 맡았다.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서진우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유승호는 우려가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해내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서진우 역할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고등학생은 초반 박성웅이 맡은 박동호의 활약에 비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무기력하면 할수록, 그의 처지는 점차 억울하게 변해가고 그는 그 분노와 절망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다.

 

 

 

 

4회에서는 비로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가 고등학생의 교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어 나타난다. 변호사라는 역할을 맡기에 유승호는 아직 어리게만 보인다. 그러나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과거가 있기에 그가 변호사가 되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을 수 있었다. 마치 유승호가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다는 메타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거대 권력에 맞서 싸워 나가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지 않기란 힘들다. 유승호는 현명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고등학생부터 자신의 현재 나이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며 자신의 성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리멤버>에는 유승호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는 박성웅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로 주인공보다 훨씬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초반 4회에서 유승호는 박성웅이 연기한 캐릭터 뒤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제부터 박성웅 캐릭터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할 시점이 왔다. 유승호가 대등한 연기를 펼칠 수 있다면 유승호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감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벌써 <리멤버>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12%를 넘겼다. 지금의 분위기를 밀고 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 더 큰 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 유승호는 제대 후 첫 히트작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히트작 속에서 유승호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유승호는 더 이상 국민 남동생의 틀에 갇힌 배우가 아니게 될 것이다.

 

 

 

유승호가 그 타이틀을 벗는 데는 강박적인 노력이나 의도적인 선택이 필요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는 것, 그게 전부였다. 설사 자신에게 온전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가 국민 남동생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미 그런 타이틀에서 자유로운 진짜 배우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선덕여왕>의 고현정은 미실을 연기하며 연기 대상을 수상했다.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악역이었지만 고현정의 설득력있는 연기와 존재감은 주인공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임팩트를 발휘했다. 고현정이라는 톱스타가 악역을 맡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작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이유리는 고현정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하는 톱스타가 아니었다. 그러나 막장극의 조연이라는 핸디캡까지 모두 뛰어넘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인 연민정을 설득력있게 포장하고 기대를 뛰어넘은 연기를 보인 이유리는 엄청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바야흐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전성시대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인다면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진가는 훨씬 더 뇌리에 각인된다.

 

 

 

 

청룡영화상에서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역을 맡았다. 자신의 재력을 믿고 사람들을 물건 취급하고 뭐든 돈으로 해결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악역이었지만 관객들은 이 캐릭터에 열광했다. 유아인의 연기력이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손색 없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정의의 편에선 황정민 보다 악역인 유아인의 존재감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했다. 덕분에 유아인은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2015년을 유아인의 해로 만들었다.

 

 

 

 

<내부자들>에서도 착한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와 백윤식이 맡은 이강희 역할이다.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가 단순히 착하기만 한 캐릭터라면 이정도의 호응을 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복수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진 불합리함에 대한 포효다. 그 스스로도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복수일 뿐고 소리치고 그와 우연찮게 손을 잡게 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은 말한다. ‘너도 죄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 역시 권력에 아부하는 깡패였고 그들의 뒤를 봐주며 온갖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런 그의 복수가 통쾌한 것은 그가 선한 인물이고 정의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감정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이병헌은 그를 따라다닌 추문을 벗어던질 계기를 마련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500만을 훌쩍 넘어 순항중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현상은 지속되었다. <육룡이 나르샤>의 박혁권은 명백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박혁권의 과한 화장과 여성스런 몸짓은 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설정으로 자리 잡았고, 그가 죽음으로서 퇴장을 하는 시점에서 그 캐릭터의 죽음을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이 다수였다. 그에게는 심지어 길태미 예쁘다의 준말인 태쁘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이는 미녀배우 김태희의 애칭과 동일한 별명이다. 그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역시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악한 속성을 가진 이들이다. 영화 <베테랑>을 드라마로 옮겨 온 것 같은 분위기는 절대 악에 도전하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정의의 갑옷으로만 치장하지 않았다. 박성웅이 맡은 변호사 박동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속물이다.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무려 조폭. 그 역시도 조폭이 되고자 했던 과거까지 있다. 그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협박과 회유에 가깝다. 의뢰인을 빼내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폭행 사건을 조작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통쾌함마저 안겼다. 박동호는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지만, 주인공 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드라마 1~2회를 장악했다.

 

 

악역을 맡은 남궁민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설득력을 높였다. 그가 만들어 낸 남규만이라는 캐릭터는 <베테랑>의 유아인이 맡았던 조태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악랄하다. 그는 법 위에 서 있는 절대 악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의 연기력과 결합된 캐릭터는 그라는 연기자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증가시킨다. 그가 강력하면 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배가 되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진다.

 

 

 

악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주인공의 들러리가 되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 악역도 개성시대. 악역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배우는 역할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바를 다 할 때 가장 빛이난다는 사실이 진리임이 증명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