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주지훈이라는 연기자에게 있어서 기대할 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터다. 그가 가는  길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연기자 중 가장 그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중 하나였다고 할 만했던 것이다. 단지 얼굴, 혹은 이미지로 승부하려는 일부 모델들과는 다르게 주지훈이 보여주고 있는 성장과정은 확실히 '배우'의 모습이었다. 


 주지훈이 나온 작품 중 가장 명작이라 평가 받는 [마왕]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치밀한 스토리와 충격적인 결말등으로 시청률에 상관없이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할 만 했다. [마왕]이후 [엔티크]나 [키친]등의 실험적인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 역시 좋아보였다. 연기력도 일취월장했고 확실히 연예인 보다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했다. 또한 개성적인 마스크 또한 신선했고,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만큼의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바로 '마약'이라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주지훈'에게 있어 절대 해서는 안되었던 실수였다. 그것은 지금껏 쌓아온 주지훈의 경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심지어 재기 불능의 상태까지 만들 수 있는 중대한 잘못이다. 


  물론 주지훈 말고도 몇몇 연예인들은 같은 잘 못을 했고, 다시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약 복용 혐의가 있었을 당시에는 수많은 질타와 비판이 있었으나 신기할 정도로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주지훈'은 그들과 다르다. 가수나 예능인의 경우보다 '배우'의 경우 받을 수 있는 이미지의 손실은 상상이상으로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가수나 예능인의 경우는 아이돌 가수가 아니고서야 '이미지' 보다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그들 역시 이미지를 바탕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지만 일단, 이미지 자체보다는 가수의 경우에는 '노래'. 예능인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진행 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으면 언제든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의 경우는 '이미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 더군다나 주지훈의 경우, 이제 막 주연급으로 부상한 배우다. 아직 탄탄한 기반을 가지지 못한 그가 '마약'을 누를 만한 그 무언가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중들의 지지기반도 부족하고 아직 '주지훈의' 작품을 만나지도 못했으며 모든 것을 뒤집어 엎을만한 연기력도 없다. 


 설사 연기력이 있다고 해도 그렇다. 배우에게서 대중들이 찾는 것은 연기력 뿐 아니라 그 역할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하는 일치도이다. 주지훈은 '마약'으로 인해 그런 일치도를 찾을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에서 연기하는 배우에게서 '마약'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라서는 몰입이 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물론, 배우의 경우에도 마약복용 후, 복귀한 예가 있다. 하지만 결국 조연급 배우 아니면 주연급으로 발탁이 되었다 해도 이렇다 할 기회를 만나지는 못했다. 주지훈이 꽤나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던 와중에 터진 이번 스캔들로 인해 주지훈이 '만약' 복귀 한다고 해도 결코 비중있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없게 될 확률이 크다.


 배우가 기회를 만나지 못하면 그것만큼 몰락하는 방법도 없다. 또한 주지훈의 경우, 마약의 밀반입에도 연관이 되어 있을 확률이 있어보이는데 이것은 명백한 '범죄'다. 물론 '마약'은 일생의 실수로서 갱생시설에 들어가 치료를 받은 후에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어쩌면 용서가 가능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약 복용이라는 범죄 이상의 더 큰 범죄에 연계된 스캔들이 이렇게 크게 터져 버린 것은, 그의 '배우' 생활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결정적인 실수인 것이다. 


 젊은날의 호기심과 혈기로 한 번쯤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의 '연기자'다. 그런 그를 대중들이 쉽게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된다. 그런 위치에 있었던 만큼 훨씬 더 조심하고 훨씬 더 자제했어야 했다. 지금의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잃을 생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쨌든, 주지훈은 안타깝고 아까운 연기자다. 하지만  주지훈을 대체할 연기자들은 여전히 너무나 많다. 주지훈이 굳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아깝지만, 배우 하나를 잊는 것 만큼 대중들이 빨리 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잘못이니 십자가를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주지훈의 경우를 예로 삼아서라도 결코 연예인들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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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의 유혹] 이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혹자는 [아내의 유혹] 의 대성공을 의외라고 평가하긴 하지만 불륜과 복수라는 만고 불변의 흥행 소재를 사용해 실패한 드라마는 거의 없다.


작년 시청률 40%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조강지처 클럽] 역시 넓은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 난 남편에서 복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복수극' 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그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청춘의 덫 : 복수극의 명작


복수극의 원형을 말하라고 한다면 드라마 [청춘의 덫]을 빼놓을 수 없다. 1979년 이정길, 이효춘, 박근형, 김영애 주연으로 처음 TV에 방송됐던 이 드라마는 같은 해 박근형, 한진희, 유지인, 원미경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됐고 그 인기에 힘입어 소설로도 출간됐다. 20여년 동안 세간에 회자되어 오던 이 복수극이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고 다시 TV에 등장한 것은 1999년 [청춘의 덫] 리메이크 판을 통해서였다.


당시 [미술관 옆 동물원] 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심은하와 전광렬, 유호정, 이종원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999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옛 남자를 몰락시키기 위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청춘의 덫] 은 "당신 부숴버릴거야." 라는 심은하의 절규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79년 방영 이후, [청춘의 덫] 의 기본 얼개는 복수극의 전형이 된다.



에미 : 잔혹 복수극의 역사를 창조하다


1985년 극장에 걸렸던 영화 [에미] 는 지금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김수현이 시나리오를 쓰고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여배우 전혜성과 윤여정의 신 들린 듯한 연기로 그 해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전혜성은 파격적 연기 때문에 학교에서 제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내용의 줄거리는 인신매매 당한 딸(전혜성)을 찾아나선 한 어머니(윤여정)의 이야기로 딸을 유괴하여 죽인 인신매매범들을 어머니가 색출하여 차례차례 죽인다는 내용이다.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고, 염산을 뿌리며, 이불을 덮어씌우고 칼로 난자하는 등의 장면은 훗날 잔혹한 복수극의 원형을 마련하며 박찬욱 등에게 강한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적 완성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서슴없이 건드렸다는데 의의가 있는 복수극이라고 하겠다.



인어아가씨 : 막장 복수극의 시작


[보고 또 보고][하늘이시여] 의 히트 작가 임성한의 빅히트 드라마다. 장서희가 주연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한혜숙과 박근형이었다.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배우와 결혼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방송작가가 되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인어아가씨] 는 일일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스릴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드라마다.


연장에 관련해서 스스로 쌓은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워낙 인기가 좋았던 탓에 대만, 베트남 등지에도 수출되는 등 장서희를 한류스타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여주인공 '은아리영' 을 연기했던 장서희는 병을 깨고 자해를 하고, 아버지와 바람난 여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등 복수에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를 선보여 그해 MBC 연기대상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올드보이 :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최고 히트작


이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영화 [올드보이] 역시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악명과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다. 잔혹성도 잔혹성이지만 폐쇄적 공포와 인간의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는 듯한 박찬욱 특유의 연출력은 '복수' 로 얼룩져 있는 [올드보이] 의 처절함을 더욱 배가시켰다. [올드보이] 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복수극이 됐다.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친 최민식과 냉철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유지태의 연기 대결도 볼만했고, 근친상간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사용하여 복수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흥분과 스릴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올드보이] 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박찬욱 복수 3부작 중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린로즈 : 국내 스릴러 복수 드라마의 시작


[그린로즈] 는 여러모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제작 환경이 열악한 시점에 스타트를 끊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고수라는 건실한 배우의 열연과 이다해 특유의 청순미가 빛났던 이 작품은 [청춘의 덫] 류의 불륜 복수극에서 벗어나 스릴러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연출, 극본, 연기 3박자가 고루 들어 맞은 작품이라는 소리다.


[그린로즈] 이 후에 한국 복수극은 [청춘의 덫] 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륜 복수극과 다른 종류의 스릴러 복수극이 여러 편 만들어 지면서 장르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린로즈]-[부활]-[마왕] 등으로 이어지는 스릴러 복수극이 바로 그 주류라 하겠다.



친절한 금자씨 : 21세기 에미


박찬욱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 역시 복수극을 거론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물론 호평과 혹평도 극명하게 엇갈렸던 영화였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이 영화가 85년도 제작됐던 영화 [에미] 의 전형성을 21세기 식으로 비꼬아 새로운 장르적 변주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박찬욱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당시 [대장금] 열풍으로 전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이영애가 '금자씨' 역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올드보이] 에서 열연한 최민식이 연기했다. 이 외에도 신하균, 강혜정 등 박찬욱 사단의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 : 누아르 복수극의 시작


배우 이준기는 [개와 늑대의 시간]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개늑시] 전의 이준기가 [왕의 남자] 에 갇힌 꽃미남 배우에 불과했다면 [개늑시] 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완성시키고 성장시킨 작품이다. 더 나아가 이 드라마는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누아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작품성 측면에서도 크나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이준기가 [개늑시] 를 만난 것은 운명이자 대단한 행운이다.


[개늑시] 는 비록 30~4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실험성과 도전의식으로만 평가해도 100점 만점에 100점을 넘고도 남는 작품이었다. [개늑시] 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간 날 때 찾아보기를.




태양의 여자 : 클리셰의 반란


[태양의 여자] 는 '뻔한'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 선악의 극명한 대립, 여기에 삼각관계까지. 아주 익숙한 설정들이 여러가지로 짬뽕됐다. 척 하면 삼천리, 안 봐도 비디오다. 악녀 김지수는 죗값을 치룰테고, 그녀에 의해 갖은 고생 다한 이하나는 꿋꿋하고도 행복하게 아주 잘 살거다. 마치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해서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적 플롯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온갖 '조악한 소재' 가 뒤범벅 된 이 드라마가 엽기가 아니라 은은한 향기를 뿜어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고 인간군상의 모난 대립 속에서 치열한 삶의 집착을 보여줬다. 자극적일 것만 같았던 소재들이 사실은 주제가 아니라 '군더더기' 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태양의 여자] 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리셰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법이다. [태양의 여자] 는 클리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90년대 감성을 2000년대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태양의 여자] 만큼 우왕좌왕 하지 않고,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거침없이 끝을 향해 달려갔던 드라마가 2008년에 과연 몇이나 되는가? 적어도 [태양의 여자] 는 낡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세련됐고, 유려했다.



아내의 유혹 : 고품격 명품 막장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 누리고 있는 인기는 소재의 덕이 가장 크다. 바로 '불륜' 과 '복수' 다.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불륜과 복수가 그려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춘의 덫] 이 그랬고, [내 남자의 여자] 가 그랬다. 그 소재의 진부성이야 말해 봤자 입만 아픈 것이지만 [아내의 유혹] 에서 불륜과 복수는 또 다른 차원에서 밀도감 있게 그려진다. 이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성질의 것이다.


복수라는 커다란 주제 의식 하에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조차 드라마틱하게 넘겨 내는 것은 [아내의 유혹] 의 큰 장점이다. 적어도 [아내의 유혹] 의 스토리 전개는 자극적이기는 해도, 황당하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색깔이 확연하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륜과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이 정도로 맛깔나게 바꿔 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이런 별명이 붙는다. '고품격 명품 막장드라마'.


위에서 거론한 작품 뿐 아니라 부활, 마왕, 신의 저울, 복수는 나의 것, 세븐데이즈, 오로라 공주 등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복수극은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매년 한 두편씩 TV와 스크린에 등장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복수극이 정체하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식상하지 않은 고전적 장르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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