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이제 2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2008년 연예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남은 2개월 동안 [한밤의 연예가 섹션] 은 2008년 연예계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 시간으로 "2008년 드라마 속 최고의 캐릭터" 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2008년 드라마 캐릭터 BEST 10 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불멸의 이순신] 의 이순신, [하얀거탑] 의 장준혁 역으로 '센세이션' 을 일으켰던 김명민이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 로 다시 한 번 '대박' 을 터뜨렸다. 시청률은 18%~20% 수준으로 평작에 가깝지만 지금 그가 연기하고 있는 '강마에' 역할은 김명민이 아니면 누구도 연기할 수 없는 최고의 캐릭터임이 확실한 듯.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김명민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베토벤 바이러스] 는 사실 MBC에서 [일지매] 를 위해 깔아 놓은 하나의 '포석'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연기 본좌 '명민좌' 의 카리스마는 [베토벤 바이러스] 를 수목 드라마 중 가장 눈에 띠게 빛나는 드라마로 만들어 놨다. "이 안에 똥있다." 라는 명대사까지도 아름답게 만들어 버리는 그 타고난 능력! 당신이야 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진짜 연기파 배우임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한동안 침체기를 걸었던 배우 김하늘이 2008년 화려하게 '부활' 했다. 영화 [6년째 연애중] 의 미묘한 감정 연기를 잘 잡아내는 탁월함을 선보인 그녀는 결국 드라마 [온에어] 의 톱스타 '오승아' 역을 열연하며 그 동안의 부진을 말끔하게 털어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안하무인, 고집불통이지만 여린 내면과 슬픈 과거를 가지고 오승아 캐릭터는 지금까지 배우 김하늘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던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사실 [온에어] 는 처음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전문직 드라마에서 급격하게 멜로 드라마로 전향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김하늘은 그 속에서도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확고히 잡아내며 [온에어] 라는 드라마 자체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펼쳐 보였다. 여기에 더해 서영은 역할을 신들린 듯 소화했던 송윤아와의 치열한 연기대결과 자존심 싸움 역시 [온에어] 를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악역이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여자, 신도영. 시청률 4%라는 처참한 기록에서 출발한 [태양의 여자] 는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고 사그라든 신도영의 운명처럼, 연일 놀라운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2008년 가장 주목받은 드라마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물론 [태양의 여자] 의 상승세를 이끈 1등 공신을 뽑으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 김지수!' 라고 대답할테고 말이다.
이미 여러 작품 속에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김지수는 [태양의 여자] 의 신도영 역할을 마치 '혼이 씌운 듯' 연기해 대내외적인 극찬을 받았다. 김혜자와 함께 유력한 2008년 KBS 연기대상 후보인 그녀는 그간 흥행력이 없다는 악평까지 말끔하게 해결하며 [태양의 여자] 와 함께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어쩌면 '신도영' 역은 김지수를 위해 태어난 운명의 캐릭터는 아닐런지.
'국민 엄마' 가 집을 나갔다! 시청률 40%를 기록하며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 된 [엄마가 뿔났다] 에서 배우 김혜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김한자' 라는 인물을 깊은 내면 연기와 철저한 캐릭터 탐구를 통해 가슴을 울리는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엄마의 가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속에서도 [엄마가 뿔났다] 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김혜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한 번도 '흐지부지' 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없는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 딱 김혜자만큼의 색깔과 개성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혜자스러워서' 사람들은 김혜자를 사랑했다. 자주 만나기는 힘들지만 만나기만 하면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천상 배우로, 악녀부터 현모양처까지 모든 캐릭터를 아우르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김혜자는 연기를 하면서도 '연기 같지 않은' 연기로 여전히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진짜 연기를 하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 의 주인공은 김혜자였지만, 김혜자만큼 빛난 사람이 있다면 단연 '장미희' 를 꼽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인 '고은아' 역을 능청스럽고 유려하게 소화해 낸 그녀는 2007년 불어닥쳤던 학력 위조 파문을 말끔하게 씻어버리고 중견배우로서 어떻게 대중을 움직이고,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지 온 몸으로 보여준 천상 '스타' 라고 할만 하다.
단 한번도 보톡스를 맞지 않았음에도 여전한 젊음을 유지하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대한민국 어떤 배우도 쉽사리 따라갈 수 없는 '장미희' 만의 캐릭터는 [사의 찬미] 를 지나 [엄마가 뿔났다] 에 이르기까지 장미희에게 여전히 "아름다운 밤" 을 선사하고 있다. 장미희가 하는 대부분의 대사는 100% 클리셰였지만, 그 클리셰를 만든 주인공인 장미희은 여전히 진부하지 않은 신선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한성별곡] 에서 '정조대왕' 역할을 소름끼치게 소화해 내면서 연기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배우 안내상이 2008년에는 [조강지처 클럽] 에서 '국민밉상' 으로 다시 태어났다. "저 사람이 내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정조 대왕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돌변한 모습으로 국민밉상 '한원수'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한 그는 [조강지처 클럽] 을 온전히 자신의 드라마로 만들면서 1년여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다.
[조강지처 클럽] 은 작품성 면에서 보자면 하등 안내상에게 자랑스러운 작품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허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연기자임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임으로써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30~40%를 넘나드는 '흥행 드라마' 의 주인공이었다는 명예로운 타이틀까지 덤으로 획득하게 됐다. 아마 이변이 없는 한 2008년 SBS 연기대상은 안내상의 몫이 아닐까 싶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확실히 달라졌다. '국민 여동생'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국민 남동생' 신윤복으로 다시 태어나더니 이제는 출중한 연기력으로 신윤복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200% 살려내고 있다.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면서 여러가지 구설도 많았고, 배우로서 부침도 심했지만 [바람의 화원] 에서 문근영이 보여주는 연기력은 발군이라 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
비록 [바람의 화원] 은 [베토벤 바이러스][바람의 나라] 에 이어 수목 드라마 시청률 꼴찌를 기록 중이지만 작품성 측면에서 보자면 여타 드라마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 이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간에 분명히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음을 대중에게 확인시켜줬으니 걱정하지 말기를! 이제 그녀를 '국민 여동생' 이 아니라 '배우' 로 부를 날이 머지 않을 것 같다.
이준기는 항상 '평균 이상' 을 하는 배우다. [왕의 남자] 때도 그랬고, [개와 늑대의 시간] 때도 그랬으며, 이번 [일지매]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왕의 남자] 공길 역으로 처음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그는 '반짝스타' 정도의 취급 밖에는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공길 캐릭터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히고 도전하며 공길이 아닌 배우 '이준기' 로 사람들에게 인정 받게 됐다.
드라마 [일지매] 는 이준기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연기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드라마인 동시에 [왕의 남자][마이걸][개와 늑대의 시간][화려한 휴가] 로 이어지는 이준기의 멀티 히트작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게 됐다.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였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폭넓은 연기력으로 '일지매' 라는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이준기에게 박수를 보내자!
2007년 [경성스캔들] 에 강지환이 있었고, 2008년 [쾌도 홍길동] 에 또한 강지환이 있었다. [굳세어라 금순아] 를 통해 TV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90일, 사랑할 시간][불꽃놀이] 를 거쳐 2007년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경성스캔들] 에서 열연했던 그는 [쾌도 홍길동] 에서 한층 자유분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주목받는 '배우' 이자 '스타' 로 자리매김했다.
팬들에게는 강교주로, 사람들에게는 홍길동으로 불리우는 강지환은 소지섭과 함께 출연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 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2008년, 여의도와 충무로를 넘나드는 최고의 '히트 메이커' 로 기억되게 됐다. 배우 강지환은, [경성스캔들] 에서 '조마자'를 쫓아다니던 철없던 청년이 [쾌도 홍길동] 에서 익살과 엄숙을 넘나드는 희대의 영웅으로 변신한 것처럼, 그렇게 조용하고도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2008년 '정조' 는 TV 속에서 가장 사랑받은 임금이다. 2007년 방영된 [한성별곡] 의 안내상에 이어 [이산] 에서 정조대왕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 이서진은 안내상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정조대왕을 만들어 내며 현대극과 사극을 망라해 어떤 캐릭터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임을 만인에게 증명해 보였다. 주인공으로서 한 순간도 그 존재감을 잃지 않았던 그는 타고난 '주인공' 이라고 해도 뭐라 딴지를 걸 수 없을 정도로 무게감 있었다.
[허준][상도][대장금][서동요] 를 잇는 이병훈 PD의 야심작이었던 [이산] 은 노련미 넘치는 이순재에 이어 이서진이 제 몫을 확실히 해내며 2008년 M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그 위세를 떨치게 됐다. 진중하고 엄격했으며 동시에 인간미 있었고 온화했던 '정조대왕' 은 그렇게 이병훈과 이서진의 손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위에서 거론한 10명의 캐릭터 뿐 아니라 아마 많은 사람들에겐 특별히 기억되는 자신만의 '드라마 캐릭터' 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 누가 됐든 그 드라마, 그 배우, 그 캐릭터를 떠올릴 때마다 아련한 추억과 그때 느꼈던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최고의 캐릭터' 가 되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때로는 우리를 웃기고, 때로는 우리를 울리기도 하면서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2008년 드라마, 그리고 그 속의 캐릭터들.
당신이 뽑은 최고의 '캐릭터' 는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