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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3 '또라이' 무한도전? 그것이야 말로 문화 사대주의 (25)


 타블로의 형이라는 '이선민'씨의 글이 화제다. 요지인 즉슨 '뉴욕에 가서 한국인 망신 시켰다'는 것.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음식점에서 조차 아무거나 주는 음식 받아 먹으며 톡톡히 무시를 당했고 한국에서나 통할법한 개그를 하며 속으로 비웃음을 당했다는 것이 요지다. 


 물론 서양 사람들이 동양인에 대해 갖는 감정이 무조건적으로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랜 미국 생활경험이 있는 그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이런 비판을 가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비판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단지 호의적인 한국의 프로그램을 비판했다는 것과는 상관 없이 이 비판이 '한국망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그의 사상이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개그, 미국인들은 비웃는다는 생각 자체가 사대주의


 물론 미국사람들은 대부분, 강한 자문화 중심주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일단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이 자신들의 문화를 자랑스러워하고 더러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특히 동양권이라면) 깔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 쯤은 안다. 


 그러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미국에 가서 개그좀 했다고 "역시 한국은 또라이 구나" 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건 그 사람들의 잘못된 기준에 비판을 가해야 할 문제지 결코 '나라 망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선민씨의 비판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는 그런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미국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으면서 단지 한국에서 '나라망신' 시킨 [무한도전]측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깔보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가진 것이 차라리 더 잘못이다. 한국에 몇 일 놀러오는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던가? 그들에게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  [무한도전]멤버들은 여행자로서 뉴욕행을 했다. 그런 그들에게 통역을 대동하지 않았다고 비판을 가하는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다. 


 미국인들이 그의 말대로 [무도]측이 mbc에서 왔는지 케이블 채널에서 왔는지 알게 뭐란 말인가? 그들은 어짜피 신경도 안쓴다. 미국인이 '오! 한국 공중파에서는 이런 저질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구나! 역시 한국인은 다 또라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편견이다. 이선민씨 말대로 그들이 한국에 뭐 얼마나 관심이 있다고 '나라망신 시키는구만, They are so retarded~ hahaha" 거리겠는가 말이다. 그가 그렇게 동양인들을 무시한다 믿어 마지 않는 뉴요커들은 그들이 방송사에서 왔다는 사실조차 무시할테니 걱정하지 말라 이거다.



  이선민씨의 비판은 '창피하다'는 것인데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한국국적을 버리고 캐나다 국적을 획득한채 한국에서 돈벌어먹으며 살고있는 이선민씨도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다지 자랑스러운 한국인은 아니다.


 영어좀 잘하고 미국의 명문대 좀 나왔는지는 몰라도 결국 이선민씨가 유재석씨나 박명수보다 더 유명한것도 아니고 더 돈을 많이 버는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 그의 글에서도 썼든 그들은 수십억씩 버는 사람들이다. 이선민씨가 그런식으로 '한국인 망신'을 시킨다고 광분한 그들은 이선민씨보다 영어 좀 못해도 엄청나게 '성공'했다. 영어가 사람의 성공의 잣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영어 없이도 성공한 그들이 몇 일 갔다 오는 뉴욕 여행길을 위해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정도의 트레이닝을 쌓아야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통역이라도 대동하라고? 그러나 [무한도전]을 몇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말 안해도 멤버들의 생 리얼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쯤은 인지하고 있다. 그런 리얼을 버리고 쉽게 쉽게 간다면 무도의 '리얼한' 매력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무도]의 뉴욕행이 부적절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부적절한 것은 한국인 국적도 아닌 그가 '한국망신'시킨다며 길길히 날뛴 것이다. 영어에는 F- word 까지 섞어가면서 엄청난 분노를 표출 했는데 그것은 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넘어갈 일이지 결코 '한국망신, 나라 망신'이라며 확대시킬 일은 아니었다. 


 '아'다르고 '어'다르다 했다. 좀 더 부드럽게 '안타까웠다'는 식으로 썼다면 훨씬 이런 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에 쏟아부으면서도 영어 못하는 한국의 현실도 비판했는데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굳이 [무도]에서 그렇게까지 뻗어나간 그의 비판의 의중을 모르겠다.


 그는 어떻게 보면 특권층이다. 미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그가 어쨌든 생각이 열린 부모님을 만났고 그 부모님의 희생이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 열심히 해보려는 학생들까지 비하하는 '유학생 발언'까지. 그가 하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방송에까지 출연하는 유명인이다. 그가 말하듯이 공중파 방송이 생각하고 방송해야 하듯, 그도 뇌를 몇번은 거쳐서 글을 써야 한다고 본다. 그가 비판하는 방송 만큼, 아니, 어쩌면 더 그는 생각이 없는 '캐나다인'이다.


 미국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화두가 되어야 할 이번 방송에 [무도]가 나라망신 시켰다며 욕먹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보인다. 그렇게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과 그는, 별로 다를바도 없어 보인다. 그가 그렇게 전 국민에게 실망한 영어로 한마디 하자면....


 " You think you are something 'cause you speak English well and know about American culture, but you're not even a Korean. There is no reason for you to be so mad about it. Could you please stay out of this and shut up?" 


 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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