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사후, [선덕여왕] 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모두 다 비호감이다.


너무나도 정치적이어서 인간에 대한 애정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선덕여왕, 무매력에 무개성인 김유신, 어린애처럼 줏대 없어 보이는 비담까지 드라마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나 궁금해 질 정도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비호감 1위' 김춘추다.




당초 김춘추는 [선덕여왕] 의 '비밀병기' 로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선덕여왕] 의 김영현 작가가 "비담이 첫 번째 비밀병기라면, 김춘추는 두 번째 비밀병기다." 라고 할 정도로 김춘추의 등장은 [선덕여왕] 의 히든카드였다. 아니나다를까 김춘추가 [선덕여왕]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과연 김춘추가 [선덕여왕] 에서 얼마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김춘추 역의 유승호는 합류 직전 "사람들이 내가 나오면 드라마가 50%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많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선배님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연기하겠다." 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첫 등장은 나쁘지 않았다. 다소 코믹스럽고 푼수끼 어린 모습으로 나타난 '김춘추' 유승호의 등장은 미실파와 덕만파로 갈라져 있던 [선덕여왕] 의 인물구도에 신선함을 불어 넣었다. 잘생긴 외모에 해맑게 웃는 순수함을 갖춘 유승호의 '비쥬얼' 도 합격점이었고 연기톤도 나쁘지 않았다.


억양 자체는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감정 표현이라든지 상황 대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고 [선덕여왕] 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빠지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과연 김영현이 '비밀병기' 라고 할만큼 김춘추 캐릭터는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김춘추는 [선덕여왕]에서 '비호감 중의 비호감' 으로 남아있다. 선덕여왕의 최측근이자 참모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매력은커녕 얄밉고 가소로운 생각이 먼저 든다. 선덕여왕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그 앞에서 후계구도에 너무 적극적으로 간섭하고 있는 것도 별로지만, 비담파를 제거하는 과정이 너무 조잡스럽다.


특히 비담에 대한 춘추의 견제는 선덕여왕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실에 대한 개인적인 증오심, 비담을 제거해야만 왕위에 오를 수 있다는 사리사욕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비담을 제거하고자 하는 그의 모습은 멋진 지략가 혹은 괜찮은 참모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음흉스러워 소름끼치는 권력자의 피비린내 나는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끊임없이 비담을 제거하고자 하고, 후계구도에 있어서 자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캐릭터로만 남아있다. 개인적인 증오와 두려움 때문에 자기 방어적으로 남을 쳐내려고 하는 지금의 김춘추는 중상모략과 권모술수만을 일삼는 비겁한 인물이자, 권력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무시무시한 인간일 뿐이다. 작가의 말과 달리 김춘추가 '비밀병기' 가 아니라 '비호감' 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춘추에게는 정치적인 철학도, 확고한 인사전략도, 그렇다고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왕의 자리', 그리고 '절대권력' 이다. 미실은 사람을 얻어 나라를 얻으려 했고, 비담은 나라를 얻어 사람을 얻으려 했지만 김춘추는 사람을 제거하는 것으로 '권력' 을 얻으려 한다. 나라가 아닌 권력, 국가 대사가 아닌 자신의 사리사욕에 눈 먼 그는 참으로 한심스럽고 징그럽다.


안타깝게도 김춘추는 [선덕여왕] 의 비밀병기가 아니라 '함정' 이자 '장애물' 이었다. 김춘추, 그리고 유승호를 제대로 활용해 보자 했던 [선덕여왕] 제작진의 포인트는 완전히 틀린 것이었고 그것은 결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결국 김춘추 캐릭터가 지금껏 했던 일이라고는 긴장감 넘치던 대립구도를 흐려놓고 수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집중도를 약화시킨 것, 꽤 괜찮은 정치 드라마를 권력대립의 더러운 이권투구의 현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쯤이면 김춘추의 이 '권력지향' 을 더이상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더 이상 캐릭터들을 망쳐 놓지 말고 제발 빨리 [선덕여왕] 이 막을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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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과 운명을 함께 했던 설원이 오늘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쳤다.


비담에게 미실의 뜻을 전하며 눈을 감은 그는 여태껏 [선덕여왕]에서 가장 빛나는 조연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두고두고 아쉽다. 마무리가 너무 허무했다. '진짜 남자' 설원의 죽음이라고 하기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선덕여왕] 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모두 '패기' 가 넘치는 젊은이들이었다. 유신, 알천, 비담 등은 이제 갓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사람들이다. 덕만이 끝내 미실을 이기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에는 젊은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패기와 열정이 가장 큰 밑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용감무쌍함이야 말로 청춘의 특권 아닌가.


그러나 이 중에서 유독 설원랑만큼은 달랐다. 사리사욕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그가 주군이었던 미실 곁에 끝까지 남았던 이유는 그녀에 대한 경원과 사랑, 그리고 무조건적인 존경과 충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충성은 음흉하기 보다는 끝없이 순수했다. "모든 것은 미실 궁주에게 달려있다." 며 단 한번도 미실의 뜻을 의심하지 않는 설원랑의 모습은 적이라고 해도 본 받아야 할 만큼 멋있었다.


미실 곁에서 맴도는 우유부단하고 사리사욕 가득 찬 남성들과 달리 그의 결정은 언제나 자신의 주인인 미실의 뜻을 근간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선택되었다. 즉,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실의 안위이며, 미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덕만의 입장에서 보면 설원랑이야 말로 가장 빨리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미실의 입장에서 보자면 설원랑이야 말로 진정한 충신인 셈이다.


그는 비록 [선덕여왕] 에서 덕만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주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충성' 을 바친다는 점에서 진정한 화랑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뜻 보다는 주인의 뜻을 우선하는 설원랑의 충심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담보 된 충심이었기에 감동적이었다.


설원랑의 단정한 품새는 신뢰를 담보하며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말투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포쓰를 보여줬다. 격정적일 때에는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차가울 때는 더 없이 차가운 그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아주 괜찮은 1등 신랑감이다.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미중년이라고 할 만큼 설원랑의 성품은 매력적이었다.


아무리 악역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그가 선택한 주인과 그가 선택한 삶의 방향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갔다. 그것이 비록 성공을 담보하는 '역사의 승리자' 의 길은 아닐지라도 한 사람의 신하로서, 한 사람의 연인으로서,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만큼 꽤 괜찮은 인생을 걸어갔던 셈이다.


이렇게 '괜찮은 인생' 을 살아갔던 설원이었기에 그의 마지막도 그만큼의 가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실만큼 장엄하고 위대하게 포장되지는 않아도 미실의 뜻을 이어받아 비담을 키우다시피 한 그의 마지막이라면 어느정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덕여왕] 속 설원의 죽음은 너무나 허무했고, 너무나 초라했다. 설원의 죽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기분이었다.


설원의 마지막이 어울리는 곳은 장렬히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었다. 장수로서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한게 전사하는 모습이 가장 설원다운 멋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장 방송에다가 촬영 지연까지 겹치면서 [선덕여왕] 은 설원의 마지막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전쟁씬을 찍을 시간이 없었던 탓에 '말'로만 계속 전쟁을 하다보니 설원이 어떻게 싸우다, 어떻게 졌는지 보여주지 못했고 뜬금없이 기력이 쇠해 죽는 장면만 보여줬다. 황당하고 뜬금없었다.


50회 넘게 설원을 진정 '멋진 사람' 으로 만들어 놓고 죽음을 이런 식으로 초라하고 뜬금없이 만들어 놓으니 보는 사람으로서도 힘이 빠졌다. 설원이 아무리 조연이라고 해도 미실에게는 진정한 충신이요, 덕만에게는 진정한 견제자였으며, 비담에게는 진정한 조력자였는데 이러한 사람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장방송의 '폐해' 라고 할 만큼 형편 없었다고 평하고 싶다.


[선덕여왕] 제작진은 바쁘더라도 그려낼 캐릭터는 '제대로' 그려내 줬으면 좋겠다. 말로만 전쟁을 하고, 말로만 권력 투쟁을 하고, 갑자기 필요한 인물을 허무하게 죽여버리는 행태는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디 남은 시간동안 [선덕여왕] 이 이런 식의 실수를 하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래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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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이제 한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2009년 방송 된 드라마에서 "최고의 캐릭터" 는 과연 누구였을까.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2009 드라마 캐릭터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내의 유혹] 에서 장서희는 동시대 가장 뛰어난 연기자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서희에 의한, 장서희를 위한, 장서희에 의한 [아내의 유혹]은 장서희가 있었기에 폭발적이었고, 장서희가 있었기에 파괴적이었으며, 장서희가 있었기에 매혹적이었다. 복수극의 여왕 답게 장서희는 이 드라마 한편으로 전성기의 포쓰를 회복했다.


신애리 역의 김서형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드라마 전반을 장악한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을 시청률 1위 드라마로 등극시키며 대활약했다. 지고지순한 현모양처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팜므파탈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 그녀는 9일 '복수의 전모' 를 모두 드러내는 과정에서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의 연기를 선보였다.


신애리에게는 꿀리지 않는 당당함을, 정교빈에게는 분노와 증오가 혼재되어 있는 감정의 폭발을, 고모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시누이에게는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함을, 시부모에게는 터질듯한 원망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한 장서희는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기복을 유려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게 만들었다.


아무리 '막장 통속극' 이라고 욕을 먹었어도 [아내의 유혹] 이 빛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장서희라는 여배우가 그 중심을 굳건히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기를 모르고, 정체를 모르는 이 여배우는 통속극을 가장 통속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대중과 가장 민감하고 신속하게 교감할 수 있는 놀라운 연기력을 지니고 있다. 경륜이 있고, 연륜이 있고, 드라마를 운영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여배우가 바로 '장서희' 라는 배우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으로 주목 받은 뒤 꾸준한 필모, 드라마그래피를 만들어 온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의 팜므파탈 '애리' 역을 맡아 전국민의 미움(혹은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 거듭났다. 전 국민이 김서형의 성대모사를 한 번씩은 따라해 볼 정도로 그녀는 애리라는 캐릭터를 증오와 분노, 동정과 아픔으로 뒤범벅 된 아주 괜찮은 인물로 성장시켰다.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도 김서형이 연기했기에 조금 순화된 느낌이랄까.


은재에게 악다구니를 지르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던 애리의 모습은 지겹고 처절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쌍했다. 누구보다 강해보이지만 실상 누구보다 약한 자존감을 갖고 있는 애리는 부모를 잃은 유년 상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번도 제대로 된 누군가의 헌신적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고, 한 번도 부모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들지 못했던 한 소녀의 씁쓸한 현실을 김서형은 너무나도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아내의 유혹] 에서 애리는 자신의 악행의 가장 큰 '피해자' 다. 그녀는 아무도 사랑하지도, 아무도 소중하게 생각해주지 않는 삶 속에서 일명 '튀는' 행동으로 주목받고, '튀는' 행동으로 자신을 망가뜨렸다. 누구보다 황폐한 인간미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던 이 불쌍한 여주인공의 악다구니는 그래서 허무하고 안쓰럽다.


드라마라는 전제가 없다고치고 만약 '애리' 가 실존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인물이라면 과연 우리는 그토록 그녀가 원하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그녀가 배우고 성장했던 사회 속에서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인물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내의 유혹] 속 애리는 어쩌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는 스스로 보기 나름이다. 때로는 쾌락으로, 때로는 철학적으로 볼 수도 있다. 나는 [아내의 유혹] 에서 때때로 사회에서 버려진 '탈부모 가정 아동' 의 극단의 형태를 봤다. 우리 사회에는 부디 이 불쌍하고 가여운 '애리' 같은 아이들이 없기를, 그들 모두가 건강하고 건실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새삼 바래본다.




당초 [꽃보다 남자] 의 구준표 역에 이민호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방송가와 대중의 시선은 모두 회의적이었다. 이민호가 여러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였으나 거의 단발적인 조연에 불과했고 가능성 또한 완전히 확인된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호가 [꽃남] 의 원톱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허나 이민호는 이러한 주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꽃남] 출연 이후, 자신의 네임밸류를 최상으로 끌어 올리며 차세대 톱스타 자리를 예약하고 있다. "이게 무슨 츠카사냐!" 고 분노했던 [꽃남] 원작팬들도 이민호의 호감스러운 마스크와 출중한 연기력에 이제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구준표 역에 이민호를 캐스팅 한 것은 파격을 넘어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 이민호에게 있어서 [꽃남] 은 축복이자 굴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다 넓고, 보다 길게 연기 생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인기를 얻은 것은 축복할만한 일이지만 그 인기의 강도가 너무 강하다보니 자칫 향후 연기 생활 설계를 수렁으로 몰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꽃남] 종영 이 후, 반드시 구준표를 벗어나 꽃미남 이미지가 아닌 이민호 자체의 연기력과 가능성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왕의 남자] 에서 꽃미남 이미지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준기가 [마이걸][개와 늑대의 시간][화려한 휴가][일지매] 등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기대한 캐릭터를 배반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 드라마그래피를 최상으로 끌어 올린 전례를 봤을 때 이민호도 반드시 이준기의 길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멈춰서도 안 된다. 지금의 기회가 굴레이자 저주라고 생각하고 교만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바로 배우 이민호의 운명이다. 원로 배우 이순재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공로상 받았으니 연기 그만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절대 아니다. 내년에는 연기상 후보로 당당히 이 무대에 서겠다." 멈춤을 모르고, 교만을 모르고, 위선을 몰랐던 위대한 연기자의 조언이 이민호에게 고언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기한 날 보다 연기할 날이 더 많은 배우. 보여준 것 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 그래서 가능성이 넘쳐 흐르는 배우. 이 젊은 꽃미남 배우가 꽃미남을 넘어서서, 구준표를 넘어서서 자신의 캐릭터와 색깔로 대중을 울고 웃기는 진정한 배우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의 창창한 앞날에 축복의 눈길을 보내며 그가 안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중견배우 김미숙이 너무나도 '처절하게' 연기한 백성희는 [찬란한 유산] 의 모든 '비밀' 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남편이 죽자마자 양딸과 아들을 내쫒은 것도, 길을 잃어버린 은우를 고아원에 갖다 버린 것도, 보험금을 가로채고도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한 것도, 장숙자를 대표 이사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한 것도 모두 그녀가 저지른 악행이었다.


그녀가 끊임없이 악행을 저질렀던 이유는 그녀 스스로 매번 악다구니처럼 질러댄 것처럼 "돈" 때문에, 그리고 딸 "승미" 때문이었다. 돈을 지키기 위해, 딸을 지키기 위해 백성희는 매번 거짓말을 쳤고 그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쳤다. 그녀의 운명이 파멸로 치달을 때에도 특유의 당당함과 뻔뻔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데에는 그녀가 끝끝내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란한 유산] 마지막회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토록 갈구하고 욕망했던 돈은 휴지조각처럼 사라졌고, 애지중지 했던 딸에게는 "엄마가 왜 내 엄마야!" 라는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돈이 사라지고 딸의 운명을 사지로 몰고 갔음을 깨달았던 순간 백성희는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던 자존심을 완전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가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살시도까지 했던 이유는 그녀 삶의 가치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백성희가 마지막 회에서 보여줬던 표정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 자체였다. 승미가 거짓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것에 반해 백성희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욕망을 채워나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 그녀의 모습은 인간 백성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녀가 얼마나 지독히도 처절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


감정적이고 정열적이었던 여자. 황량하고 천박하고 쓸쓸했던 여자. 우울하고 차갑고 모든 것에 냉소적이었던 여자. 좌절과 실패에 허우적대며 스스로를 처량하게 만들었던 여자. 그리고 끝끝내 불행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 모든 등장인물이 행복에 웃음 짓고,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 때 홀로 어두운 터널에 갇힌 듯 외로워 보였던 그녀의 얼굴에는 구원받지 못한 한 인간에 대한 지독한 연민이 서려있었다.


아름다운 키스씬으로 무난한 마무리를 보여준 [찬란한 유산] 의 마지막 회에서 왜 이리도 지독하게 백성희의 얼굴만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 것일까. 그녀 자신조차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것이라면 아무래도 나만큼은 그녀를 용서해 줘야 할 것 같다. 이제 그만 제발 '편해' 지라고.




[스타일]이라는 드라마는 패션 잡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고 감각적으로 그린다는 데에서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라 할 만 했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내용 구성은 기존 트렌디 드라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맴도는 뻔하디 뻔한 드라마이다. 물론 거의 모든 드라마가 차용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각관계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 그 사각관계를 드라마 '스타일'안에서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일]은 그 사각관계를 뻔한 캐릭터에 입혀 놓음으로써 더욱 더 뻔하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버리고 말았다. 이지아의 '이서정'은 기존 어리버리하고 실수가 잦은 귀여운 캐릭터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서 [베토벤 바이러스]의 두루미를 떠올리게 했고, 류시원은 15년 연기 경력이 창피할 정도로 수준 낮은 연기를 했다. 오로지 이 드라마에서 빛났던 것은 박기자 역할을 소화해 낸 김혜수 뿐이었다.


김혜수의 오랜만의 브라운관 컴백 작품인데다가 그의 카리스마 있는 '박기자' 역할은,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흥미를 자극해 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김혜수가 없으면 [스타일] 도 없다고 할 정도로 김혜수가 존재했기에 [스타일]도 존재할 수 있었다. 20%도 안 되는 시청률에서 거의 80%에 가까운 지분을 김혜수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김혜수의 연기만 보면 이 드라마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그 이상, 이 드라마만이 가진 매력을 피력해줄 어떤 요소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엣지 있는 그녀의 연기가 말 그대로 '엣지' 있는 작품에서 다시 빛나길 바란다.




[선덕여왕]의 히로인은 누가 뭐래도 고현정이었다. 50회라는 긴 분량을 전체적으로 아우른 고현정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매력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악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주연 그 자체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꾸미고 차례차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나가는 모습은 주인공보다 훨씬 더 막강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현정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캐릭터의 분량이 많은 덕도 있고 행동 패턴에 시청자들의 감정을 움직게 하는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현정 자체가 뿜어내는 아우라, 그리고 일명 '눈썹 연기' 라고 불리는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력에 힘입은 바 컸다.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여자를 그 어떤 연기자도 대신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있고 뚜렷하게 표현해 내었다. 때로는 마음속에 독을 품은채 보이는 온화한 미소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고 때로는 "이것이 미실의 사람들이다." 며 죽은 왕 앞에서 소리치는 권력에의 탐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감정을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처절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을 역할이었다. 


[선덕여왕] 이 그려낸 '미실' 이라는 정치가는 확고한 자기 주관과 철저한 정치 철학을 가진 진정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사람을 다룰 줄 알고, 적절히 자신을 포장할 줄 알며, 민중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았던 그녀는 진실한 정치인은 아니었으나 백성들이 가장 믿고 따를만한 '거대한 정치인' 은 맞았다. 여성이었고, 진골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많은 것을 시도했고 많은 것을 이룩했던 그녀야말로 진정 신국의 주인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50회 분에서 덕만은 이런 말을 한다. "나 아주 잠깐, 미실에게서 왕을 봤어. 진정한 왕을"


신국을 사랑했고, 백성을 연모했으며,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가고자 했던 사람. 사욕을 버리고 국익을 선택하며, 스스로가 깨질지언정 국가가 무너지는 것만은 막고자 했던 사람. 열정적이고, 패기 넘쳤으며, 노련했고, 철두철미했던 사람. 황폐하고 초라했지만, 스스로를 고귀하고 우아하게 만들 줄 알았던 사람. 뜨겁고 강렬했지만 차갑고 냉철했던 사람. 황량하고 메말랐지만 사람의 본질을 꿰뚫었던 사람. 그랬던 사람, 미실. 우리 역시 그 미실에게서 진정한 왕의 모습을 봤다.




배우 김남길은 2009년 [선덕여왕]이 배출한 최고의 '배우' 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그는 [선덕여왕]에서 빠질 수 없는 최고의 캐릭터로 성장해 있다. 미실의 아들로 태어나 정적인 문노의 손에서 길러지고, 덕만의 편이 되었다가 결국 반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는 흔들림 없이 소화해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실 사후, 그의 존재감이 [선덕여왕]에서 절대적인 포스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담은 친어머니를 죽이라는 진흥제의 칙서를 자신의 주인인 덕만에게 전달하지 못했고, 이 후에는 김유신과 대립한다. 그 순간, 비담이 직면했던 것은 벼랑 끝에 몰려 죽음을 맞이 했던 어미의 비참한 운명과 그 어미의 운명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이었다. 그가 결국 반란을 통해 덕만의 뒷통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왕이 되라" 는 어미의 유언과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빼앗으라." 던 어미의 마지막 충고 때문이다.


비정하고 매몰찼던 어미는 칙서를 통해 아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야 한다." 는 절망과 복수심을 선사했다. 칙서의 내용이 발견되는 그 순간, 나 뿐만 아니러 너 또한 무너진다는 것을 은연 중에 확인시키면서 어미는 죽는 그 순간에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들 '비담' 에게 모든 운명을 물려주게 됐다. 미실이 살아있을 때 끈끈하고 공고한 것처럼 보였던 덕만의 내부 결속이 오히려 미실이 죽는 그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남길은 이제 서서히 '변해가는' 이 엄청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낼까. 발목부상부터 신종플루까지 만만치 않은 신고식을 치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빨리 완쾌하여 좋은 연기 보여주기를!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도드라지는' 캐릭터는 바로 아역배우 진지희 양이 연기하고 있는 정해리다. 신경질적인데다가 예의도 없고, 식탐에다 각종 욕심만 가득해서 "다 내거야!!!" 를 외치는 이 아이는 보면 볼 수록 재미있고 매력있는 캐릭터다.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도 울고 갈 정도의 확고한 자기 개성은 요즘 드라마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독특하다.


"야, 이 빵꾸똥꾸야!" 를 외치는 해리의 비명소리는 어느 순간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들려 나도 모르게 "야, 이 빵꾸똥꾸야!" 를 외치게 만들 정도가 됐다. 못된 바람이지만 해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과천선 하지 말고 쭉 '못되기를' 그래서, 너무나도 매혹적인 "빵꾸똥꾸" 콤보를 계속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외에도 기억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미남이시네요]의 장근석, 박신혜, 이홍기, 정용화, [밥줘] 의 차화진, [선덕여왕]의 덕만, 춘추, 유신, 알천, 죽방, 고도, [솔약국집 아들들]의 이필모, 유선,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 이승기, 문채원, 배수빈, 반효정, [아이리스] 의 이병헌, 김태희, 김소연,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한지민 등이 있겠다.




위에서 거론한 캐릭터 뿐 아니라 아마 많은 사람들에겐 특별히 기억되는 자신만의 '드라마 캐릭터' 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 누가 됐든 그 드라마, 그 배우, 그 캐릭터를 떠올릴 때마다 아련한 추억과 그때 느꼈던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최고의 캐릭터' 가 되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때로는 우리를 웃기고, 때로는 우리를 울리기도 하면서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2009년 드라마, 그리고 그 속의 캐릭터들.


당신이 뽑은 최고의 2009년 '캐릭터' 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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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우와 고현정으로 대표되는 기대작 [여배우들]이 한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배우들]은 그 예고편만으로 여배우들의 실생활을 까발리는 듯한 다큐멘터리 같은 분위기에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막상 벗겨 보면 별거 없는 속이 빈 강정 같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연기파 배우서부터 톱스타까지 골고루 출연하는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만은 사실이다.

 

 

고현정과 최지우는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최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지우 보다는 고현정이 훨씬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며 사실 최지우보다 고현정에게 훨씬 기대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단 최지우가 고현정보다 훨씬 기대감을 ‘덜’ 같게 하는 인물인 이유는 무엇인가.

 

 

최지우,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뛰어넘지 못하다

 

 

최지우는 한류스타다. 일본에서라면 고현정이라는 브랜드보다 훨씬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사실 [여배우들]이 일본에서 성공할 만한 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본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배우는 오로지 ‘최지우’ 뿐이고 이름조차 생소한 다른 유명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일본인이라면 가지기 힘들다.

 

이 작품이 기대가 되는 것은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많은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극적 긴장감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에서 사실 ‘극적 긴장감’보다는 ‘그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미 가능성을 열어 보인 인물들에게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용이하다. 그것이 알려진 배우들을 영화에 캐스팅 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지우는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 에서도 고현정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졌다. 기사 제목은 고현정의 발언을 중심으로 꾸며졌고 최지우는 그 발언에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로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다.

 

 

언론의 반응 뿐 아니라 대중의 반응도 최지우 보다는 고현정에 훨씬 집중되어 있다. 예고편 역시 고현정 중심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는데다가 이미 ‘미실’이라는 캐릭터로 자신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증명한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도 남아 있는 터일 것이다.

 

 

최지우가 고현정에 비해 ‘찬 밥’신세가 되어 버린 것은 최지우의 행보가 다소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겨울연가]라는 대박 작품을 만난 이 후, 최지우는 [겨울연가]의 이미지에 더 갖혀 버렸다. [겨울연가] 이 후 선택한 [에어시티], [스타의 연인]은 최지우가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최지우의 성공작이었던 ‘트렌디 드라마’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지우는 안정성을 택했지만 결국 팬덤도 없고 시청률도 없는 작품을 남기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었다.

 

 

영화며 드라마 모두, 최지우가 ‘한류스타’라는 포지션을 이용해 선택할 수 있는 류의 작품이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최지우는 차라리 시청률을 포기하고서라도 좀 더 깊이 있는 작품을 했어야 했다. 설령 시청률에서 드라마가 실패 하더라도 최지우의 이미지에 새로운 느낌을 덧 씌울 수 있을 만한 작품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지우는 결국 안일한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증폭시킬만한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 그 방법은 시청률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치가 없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화제가 되지 못한 드라마는 최지우가 비상하는데 제동을 걸고 만 것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배우’보다는 ‘스타’에 치중한 전략에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고현정은 살 수 밖에 없었던 ‘미실’

 

 

고현정도 복귀 후, [모래시계]라는 작품을 뛰어넘기는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고현정은 계속 ‘의외의 선택’을 해 나간다. [여우야 뭐하니]의 잡지사 기자나 [히트]의 형사 역은 고현정의 공주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선택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고현정은 토크쇼에 나와서 코를 풀고 호탕한 웃음을 보이는 등, 자신의 이미지를 ‘톱스타’로 한정짓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고현정은 위험했다. 더 이상 ‘복귀한 고현정’이라는 타이틀은 유효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고현정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미미해져 갔다. [모래시계]라는 작품 말고는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대표할 수 있는 이름은 없었다. 그것은 [겨울연가]의 영광에 기대어 있는 최지우와도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고현정에게는 다른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연기력’이다. 고현정이란 배우가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깔끔한 연기력이 밑바탕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현정이 계속 [모래시계]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택을 한다면 고현정이라는 브랜드는 쉽사리 흠집이 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현정은 ‘미실’을 만났다. [선덕여왕]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은 캐릭터를 만남으로써 고현정은 단숨에 자신의 위치를 격상시킨다. 고현정이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은 드라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질의 것이었고 죽음을 맞이한 이 후까지 계속 회자되고 있다.

 

 

고현정이 연기한 ‘미실’은 설사 드라마가 지금보다 시청률이 반도 안 나왔을 지라도 엄청난 매력으로 고현정의 존재감만은 드러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물론 고현정의 엄청난 연기력도 한몫했지만 고현정의 그런 연기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고현정’이라는 이름값이 아닌, ‘연기력’과 ‘캐릭터’로 ‘미실’이라 불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인 고현정은, 이제 당분간은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섰다. 그것은 엄청난 일이다. 일단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배우에게 쉽사리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최지우와 고현정은 서로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한류스타’ 타이틀을 뛰어 넘으려거든 최지우도 자신의 ‘캐릭터’를 만나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겨울연가]에 기대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고현정이 훨씬 더 주목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최지우에게 기대 되는 것보다 고현정에게 기대되는 것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현정의 파워에 최지우는 무릎꿇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자신의 파워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물음에 현명하게 답을 내리는 것만이 최지우가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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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이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고현정의 하차 이 후에 춘추와 비담, 유신 등 그 동안 덕만파로 편입되어 있던 인물들이 속속 자신의 '야욕' 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게 타이틀롤인 이요원의 연기는 여전히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무난하기는 하지만 극을 이끌어 가기에는 엄청나게 역부족이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단순한 이요원의 '연기'


이 드라마의 히로인은 누가 뭐래도 고현정이었다. 50회라는 긴 분량을 전체적으로 아우른 고현정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매력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악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주연 그 자체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꾸미고 차례차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나가는 모습은 주인공보다 훨씬 더 막강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현정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캐릭터의 분량이 많은 덕도 있고 행동 패턴에 시청자들의 감정을 움직게 하는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현정 자체가 뿜어내는 아우라, 그리고 일명 '눈썹 연기' 라고 불리는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력에 힘입은 바 컸다.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여자를 그 어떤 연기자도 대신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있고 뚜렷하게 표현해 내었다. 때로는 마음속에 독을 품은채 보이는 온화한 미소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고 때로는 "이것이 미실의 사람들이다." 며 죽은 왕 앞에서 소리치는 권력에의 탐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감정을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처절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을 역할이었다. 


50회 이상 드라마의 '흐름' 이 미실 중심으로 편제되면서 타이틀롤이었던 이요원은 미실의 그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고현정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덕만 캐릭터 자체가 미실보다 임팩트가 약했던 탓도 있었지만 이요원에게는 캐릭터에 대한 치열한 연구가 고현정만큼 보이지 않는다. 고현정이 엄청난 화면 장악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상황과 대사, 상대 배역에 따라 목소리 톤과 표정을 바꿔가며 맛깔나게 연기한 것과 달리 이요원의 연기는 너무나 '평면적' 이어서 느낌을 살리지 못한다.


사실 이요원은 결혼하고 나서야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특이케이스다. 그 이전까지 이요원은 특별한 재능이나 성과를 보여준 일이 없었고 단지 가능성있는 여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요원이 결혼과 함께 공백기를 갖은 후 컴백을 하자 톱 배우들이 받는 대우를 받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이미지 메이킹의 승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극에서는 '이미지' 로만 승부를 볼 수 없다.


현대극에서는 이요원 특유의 평범한 연기력이 무난하다고 보여질 수 있지만 사극 연기는 현대극과 다르다. 다소 과장된 연기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요원은 현대극에서나 사극에서나 변화하지 않았다. 게다가 더욱 문제인 것은 극 중 신분이 화랑이든, 공주든, 여왕이든간에 대사톤이나 캐릭터 색깔자체도 동일선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는 점점 진화하고 성장하는데 그 역할을 맡은 이요원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캐릭터 내부의 성장동력까지 완전히 죽어버리고 있다. 


게다가 이요원은 가장 기본적인 대사처리나 발성 역시 고현정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다. 이요원은 대사를 칠 때 "네/그렇습니다/미실은/다른 것을 준비할 겁니다/" 로 딱딱 끊어 읽어 상당히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것이 배우 나름대로 캐릭터의 단호함과 당당함을 연출하려고 하는 일종의 설정인지 몰라도 가족과 다름 없는 춘추나 유신과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대사를 이런 식으로 쳐버리니 인간적인 매력은 없고 기계적인 느낌만이 강하게 난다. 




미실과 비담은 있는데 선덕여왕은 없는 이상한 드라마


물론 이요원의 연기가 빛났던 부분도 몇 장면있다. 그러나 그것은 52회에 걸친 대장정의 기간 동안 극히 일부분이었을 뿐, 그동안 이요원의 연기가 극 전체를 아우른다거나, 무게 중심을 확실히 잡는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임팩트 있게 뇌리에 박힌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그저 '무난' 할 뿐이다. 허나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은 대작사극의 주인공이 그저 '무난' 하고 '평범' 할 뿐 이라면 그 배우는 낙제점이다. 타이틀롤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게 할만큼의 포스를 보여줘야 한다.


고현정이 없는 지금 [선덕여왕] 의 중심은 단연 이요원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이요원이 극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자 힘의 원천으로만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요원의 연기와 캐릭터에서 별다른 매력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주조연인 비담에게 집중하고 있다. 지금의 [선덕여왕] 은 제목만 '선덕여왕' 일 뿐 50회 짜리 [선덕여왕-미실새주] 를 끝내고 번외편인 [선덕여왕-비담의 난] 을 시작하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주조연이 주연의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이요원의 연기가 너무나 단선적, 단편적, 무변화 한 밍숭맹숭한 연기이기 때문이다.


[선덕여왕] 을 보고 두고두고 아쉬운 것은 미실 고현정, 비담 김남길 등 덕만과 대립하는 연기자들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200% 뽑아내는데 주인공인 이요원은 덕만 캐릭터의 100%도 끌어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강을 해칠만큼 고생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주인공의 본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고생하고, 누구나 힘들어한다.


"나 힘들어요" "나 고생해요" 라고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연기력과 캐릭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제발 남은 10회라도 비담, 유신, 춘추 등이 주인공이 아닌 온전히 '덕만' 에게 집중하고, 덕만의 편이 되어 선덕여왕을 응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절제하지 말고 폭발하는 연기를 펼쳐라, 이요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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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에는 멋진 화랑들이 많이 등장한다.


비담 김남길, 알천 이승효 등이 대표적이고 춘추 유승호도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남자는 따로 있다. 바로 미실의 마지막을 지켰고, 미실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그녀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된 사람 바로 '설원랑' 이다.





덕만을 둘러싸고 있는 남성들은 '패기' 가 넘치는 젊은이들이다. 유신, 알천, 비담 등은 이제 갓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사람들이다. 덕만이 끝내 미실을 이기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에는 젊은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패기와 열정이 가장 큰 밑천이 될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용감무쌍함이야 말로 청춘의 특권 아닌가.


이에 비해 미실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은 모두 '음흉' 했다.


그들이 미실을 따르는 이유는 미실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미실의 곁에 머물고 있는 그들은 미실이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그녀에게 반항하고, 그녀를 탓했으며, 그녀를 재촉했다. 죽음을 앞두고 결연해 진 미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냥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다. 세종. 미생, 보종 등 심지어 남편과 아들, 동생까지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실' 이 아니라 '자기 자신' 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유독 설원랑만큼은 달랐다. 사리사욕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그가 미실 곁에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경원과 사랑, 그리고 무조건적인 존경과 충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충성은 음흉하기 보다는 끝없이 순수했다. "모든 것은 미실 궁주에게 달려있다." 며 단 한번도 미실의 뜻을 의심하지 않는 설원랑의 모습은 적이라고 해도 본 받아야 할 만큼 멋있다.


설원랑은 유신이나 비담처럼 폭발적이거나 열정적이지는 못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하다.


미실 곁에서 맴도는 우유부단하고 사리사욕 가득 찬 남성들과 달리 그의 결정은 언제나 자신의 주인인 미실의 뜻을 근간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선택되었다. 즉,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실의 안위이며, 미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덕만의 입장에서 보면 설원랑이야 말로 가장 빨리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미실의 입장에서 보자면 설원랑이야 말로 진정한 충신인 셈이다.


그는 비록 [선덕여왕] 에서 덕만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주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충성' 을 바친다는 것 자체만으로 진정한 화랑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뜻 보다는 주인의 뜻을 우선하는 설원랑의 충심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담보 된 충심이다. 미실의 남편이면서도 끊임없이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세종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설원랑의 모습은 더더욱 빛이 난다.


또한 설원랑은 '신하' 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남자' 로서도 멋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정갈하고 단정한 품새는 신뢰를 담보하며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말투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포쓰를 보여준다. 격정적일 때에는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차가울 때는 더 없이 차가운 그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아주 괜찮은 1등 신랑감이다.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미중년이라고 할 만큼 설원랑의 성품은 매력적이다.


특히 남자로서 한 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쳤던,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한 여자의 말과 행동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설원랑의 모습은 [선덕여왕] 의 여러 남자들 중에서도 유독 도드라진다.


미실에 대한 설원랑의 충성은 주인에 대한 충성을 넘어서서 한 여자에 대한 마음 깊숙이 나오는 사랑에서 시작됐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도 단 한번도 자신의 여자로 살지 않았던 미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운명을 함께 한다. "설원랑에게는 미안합니다." 미실이 남긴 이 한 마디에는 그녀가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은 결국 설원밖에 없음을 상징한다. 미실의 곁에 끝까지 남아 그녀를 지킬 연인은 설원랑 단 한 사람 뿐인 것이다.


설원랑은 진지왕, 세종 등 미실의 남자들 중 가장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다. 그래서 주류 권력으로 편입하지도 못하고, 언제나 행동 대장 역할을 하며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드라마에서 미실만큼 얄밉고, 미실만큼 악독하게 그려졌던 까닭은 미실의 손과 입, 눈과 귀 역할을 설원 스스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악역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그가 선택한 주인과 그가 선택한 삶의 방향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비록 성공을 담보하는 '역사의 승리자' 의 길은 아닐지라도 한 사람의 신하로서, 한 사람의 연인으로서,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만큼 꽤 괜찮은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선덕여왕] 에서 설원랑은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냉정하면서도 격정적이고 차분하면서도 합리적인 남자, 누구보다 똑똑하면서 누구보다 현명한 남자, 한 여자에게 바치는 굳건한 사랑과 흔들림없는 충성은 유신, 알천, 비담 등 젊은 것들은 따라갈 수 없는 '꽃중년' 설원랑의 진면목이다.


아마 미실은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설원이 자신의 뜻을 받들고,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기에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설원, 그대야말로 진정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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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고의 캐릭터를 뽑아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쉽게 내려질 수 있겠다.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도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도,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인 덕만도 아닌, 바로 [선덕여왕]의 미실. 이 두 글자만이 올해의 드라마를 대표하는 가장 큰 단어라 할 수 있겠다.


 너무나도 처절했다. 미실은 악역이었으나 악역이 아니었고, 강했으나 부드러웠으며, 아름다웠지만 한없이 슬펐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미실이 보여준 모든 것은 '고현정'이 가진 무엇이 아니었고 온전히 미실로 다시 태어났다. 


 찬양할 수 밖에 없는 미실. 그녀를 보는 시청자도 그녀의 감정을 온전히 느꼈다. 그것은,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의 역량, 그 이상이었다. 미실, 올해 가장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녀로 인해, 선덕여왕은 실질적인 마지막회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껏 최고의 '악역'으로 평가받던 김명민의 '장준혁'마저 뛰어넘는 듯한 힘을 발휘했다. 
 


 미실, '마지막 회'를 장식하다


 고현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다. 드라마였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온전히 미실이었다. 그 동안 긴 호흡을 이렇게 까지 긴장감 있게 이끌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미실의 덕이었다. 

 
 미실이 드라마를 관통하며 보여준 감정변화는 마지막회에 가서 그 빛을 발했다. 미실은, [선덕여왕] 50회에서 책략가였고 여왕이었고 주인공이었으며 어머니였다. 


 자신이 연모한 신라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여인, 여걸 미실과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는 아들을 차마 쓰다듬지 못하는 그녀의 애처로운 손길을 어깨에 묻은 마른 풀을 뜯어내며 표현한 모정을 동시에 설득시킬 수 있던 것은 오직 '고현정'의 미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이 미실은 올해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를 뛰어넘어 꼭 받아야 만 할 연기를 펼친 고현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극에서 이제껏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을 최초로 연기한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게 표현해 낸 표현력은 정말 대단했다. 


 [무릎팍 도사]에 나와 '너무나도 [모래시계]를 뛰어넘고 싶다'고 말 하던 고현정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 악역은 그렇게도 공감했던 [하얀거탑]의 장준혁과도 닮아있었다. 전혀다른 캐릭터였지만 이 두 악역의 죽음은 슬펐고 안타까웠으며 너무나도 처절했다는 점에서 그 동질감이 있었던 것이다. 김명민은 [하얀거탑]에서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미실은 장준혁처럼 주인공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인공을 빛나게 해 주어야 할 악역이었고 시청자들마저 등을 돌려야 할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빛은 '선덕여왕'이 될 덕만이 다 가지고 있었고 미실은 어디까지나 '그림자'였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제 아무리 강하다 한들,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어둠에 잠식당한 세상에는 새벽빛이 찾아들기 마련이고 태양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악역이었지만 철저히 홀로 빛났던 장준혁과는 달리 주인공에게 잠식당할 수 밖에 없는 조연, 미실은 훨씬 더 까다로웠다. 때때로는 '다 너 때문이다'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미실의 사람은 실수할 수 없다!'며 가차없이 검을 휘두르며 주인공을 끝까지 괴롭혔던 이 인물에게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안타까운 것은, 이 인물이 자신의 냉철함 뒤에 여인으로써, 또 한 사람의 '꿈을 꾸는 사람'으로써 보여준 그 모든 감정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실은 냉철하면서도 뜨거웠다. 마지막회에서 미실은 눈에 눈물을 머금을 지언정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것으로도 이미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에는 이미 흘러 넘칠만큼의 눈물이 맺혔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지언정 신라를 나눌 수 없었던 여인은, '그만 할래요'라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체념과 회한을 담았다. 


 그 말은, 어쩌면 미실이 이제 자신을 내려 놓고 '미실'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편안해 지고싶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미실을 들끓게 한것은 덕만. 미실을 포기하게 한 것도 덕만. 하지만 그 덕만보다 그 안에서 갈등하던 미실이 훨씬 생동감 있었다. 그랬기에 이 드라마는 '선덕여왕'이 아니라 '미실'이었다.


 아마도 수많은 글에서 '미실'은 찬양될 것이다. 하지만 그 찬양이 하나쯤 더해져도 어떠랴. 그만큼 미실은 대단했다. 이제 다음회를 어찌 볼 수 있을까. 미실은 갔으나, 우리는 미실을 보낼 수가 없을 것이다. 부디 드라마이지만 미실이 저 세상에서는 행복하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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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의 포텐이 제대로 터지고 있다.


마치 마지막 회를 두고 달려가는 듯 [선덕여왕] 49회는 여태껏 방송했던 에피 중에 가장 레전드 급의 수준을 보여줬다.


특히 "미실을 죽여라" 라는 진흥제의 칙서를 둘러 싼 미실과 비담의 심리적 갈등은 그야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왜 미실은 진흥제의 '칙서' 를 불태우지 않고 보관했던 것일까. 대체 왜.




미실이 진흥제의 '칙서' 를 버리지 않았던 이유


사실 "미실을 죽여라" 라고 쓰여져 있는 진흥제의 칙서는 미실의 위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칼날과 같은 존재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권위를 유지하는 미실이지만 그 위엄이 사실은 진흥제의 칙서를 날조하고 위조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죽은 진흥제의 한마디에 천하의 미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흥제의 칙서야말로 미실로서는 반드시 불태워 없애야 하는 1급 기밀 문서다. 진흥제의 칙서가 세상에 알려지는 그 순간 미실의 '운명' 도 끝장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실은 진흥제의 '칙서' 를 고이 간직했다. 불태워 없애버리기는 커녕 자신만이 알고 있는 곳에 신줏단자 모시듯 모셔놨다. 진흥제에 대한 단순한 연민 혹은 죄책감 때문에 그러했을까. 어쩌면 일말의 양심이 작용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론 성이 안 찬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그녀가 고작 '양심' 때문에 칙서를 모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녀가 칙서를 버리지 않았던 첫번째 이유는 설원을 비롯한 측근들의 안위에 있었다.


진흥제의 칙서에는 "설원에게 부탁하기를, 미실을 죽여라." 라고 쓰여져 있다. 그런데 설원은 미실의 가장 첫번째 가는 측근이다. 미실은 반란을 일으킬 때 실패했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죽음이 곧 설원의 죽음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는 미실은 칙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설원이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뚫어놓고자 했다. 즉, 반란이 실패했을 경우 설원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김으로서 설원에게 반란의 수괴를 죽였다는 '공' 을 실어주고자 한 것이다.


비록 설원이 미실의 최측근이었다고 할지라도 미실을 죽이고 반란을 제압하는 공을 세운다면 덕만의 입장으로서 설원을 처단하는 것은 힘들어진다. 게다가 "미실을 죽이라" 고 했던 진흥제의 칙서를 보고 미실을 죽였다고 한다면 설원을 처단할 수 있는 명분은 더더욱 힘을 잃게 된다. 말 그대로 설원은 반란의 수괴를 제거한, 그것도 모자라 진흥제의 유언을 충실히 따른 '진흥제의 충신' 이 되기 때문이다. 진흥제의 충신이 된 그를 제거하는 것은 진흥제를 부정하는 것, 그렇기에 덕만은 절대로 설원을 벌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미실의 난' 의 책임은 미실과 그 측근들이 모두 끌려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미실 혼자서 짊어지고 가는 십자가가 된다. 자신 홀로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미실의 모습은 측근과 가문을 보전하고 훗날을 기약하려는 노회한 정객의 노련함을 보여준다. 즉, 미실은 죽되 미실의 가문과 측근들은 살아남게 함으로써 덕만이 온전히 신국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려는 처절하고도 치열한 정치력의 발로였다는 것이다.





그녀가 칙서를 남겨 둔 두번째 이유는 바로 '비담' 에게 있다.


설원이 미실에게 "왜 그 칙서를 남겨 두십니까?" 라고 물었을 때, 미실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비담입니다." 왜 그녀는 그 때에 비담을 거론했을까. 칙서를 남겨두는 근본적인 이유가 비담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말인데, 과연 칙서와 비담은 어떠한 관계에 있길래 그녀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제작진은 이 부분을 훗날 일어날 '비담의 난' 의 복선으로 강하게 깔아놓고 있는 듯 하다. 미실은 "미실을 죽여라" 라고 했던 진흥제의 칙서가 자신 뿐만 아니라 비담 자체에게도 상당한 부담감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고, 이 칙서의 내용이 비담에게 알려질 때에 비담이 받을 충격 또한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폐위 된 아버지와 제거대상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운명, 그의 말 그대로 "항상 방해만 되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비담에게 황제의 칙서는 말 그대로 심리적 사형선고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미실은 자신이 죽게 됨으로써 비담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고통을 역이용 해 덕만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기를 기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49회 방송분에서 비담은 친어머니를 죽이라는 칙서를 자신의 주인인 덕만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오히려 비담은 미실을 찾아가 "나를 왜 청유 보내셨습니까?" 라고 물었고 "그건...니가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라며 간접적으로 아들을 제거하지 않으려 했던 친어머니의 모성애를 확인한다. 그 순간, 비담이 직면했던 것은 벼랑 끝에 몰린 어미의 처참한 모습과 그 어미의 운명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이었다.


비정하고 매몰찼던 어미는 칙서를 통해 아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야 한다." 는 절망과 복수심을 선사했다. 칙서의 내용이 발견되는 그 순간, 나 뿐만 아니러 너 또한 무너진다는 것을 은연 중에 확인시키면서 그녀는 죽는 그 순간에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들 '비담' 에게 모든 운명을 물려주게 됐다. 결국 비담의 입장으로선 진흥제의 뜻을 따르는 덕만과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케 된 것이고 이는 곧 '비담의 난' 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실이 살아있을 때 끈끈하고 공고한 것처럼 보였던 덕만의 내부 결속이 오히려 미실이 죽는 그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녀가 칙서를 남겨둔 세번째 이유는 바로 '미실' 자신에게 있다.


40년 동안 신국을 통치하면서도 그녀는 칙서를 버리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공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에 두었다. 그렇게 위험한 물건을 꽁꽁 싸매 놓은 것도 아니고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에 두었다는 것은 '완전무결' 해 보이는 미실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심지어 그녀는 그 칙서를 설원에게 맡기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자신이 보관하기도 하면서 수시로 자신의 곁에 두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번째로 칙서를 설원에게 맡기는 등의 행동을 통해 미실의 최측근인 설원의 충성을 확실히 보장받으려고 했다는 것, 두번째로 칙서를 자신이 보관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곁에 두고자 했던 것은 그 칙서의 내용을 되새김질 하며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는 결의를 다지고자 했다는 것이다.


칙서의 내용으로만 따지자면 미실은 절대로 신국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살아 있어서는 더더욱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미실은 살아 남았고, 40년간 신국을 통치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권력에 집착했던 그녀는 "미실을 죽이라" 고 했던 칙서를 읽고 또 읽으며 삶에 대한 집착과 권력에의 욕망을 더 키워나갔을 것이다. 미실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인 칙서를 통해 삶에 대한 결의를 다졌을 뿐 아니라 설원과 같은 최측근의 충성심까지 동시에 얻어내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실제로 설원의 충성을 확인하기 위해 칙서를 그에게 맡겼던 미실은 반란을 일으키며 칙서를 다시 돌려 받는다. 미실에 대한 설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칙서를 활용했던 그녀가 반란으로 자신의 운명을 내 던질 때는 반대로 본인의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다시금 칙서를 받아든 것이다. 결국 칙서는 그녀가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정반대로 증명했던 물건, 그녀가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물건이었다.





칙서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를 간직한 채 미실은 [선덕여왕] 50회를 끝으로 파란만장한 삶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선덕여왕] 50회가 마치 '마지막 회' 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미실이 지금껏 겪어왔던 처절한 정치 인생과 그 어떤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웠던 패기에 시청자들이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이었고, 진골이었으며, 가장 존경했던 진흥제에게까지 버림받았던 비운의 여성이었지만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지금껏 극을 이끌어 온 그녀의 카리스마는 [선덕여왕] 이 끝나더라도 아마 대중에게 강렬히 남아 있을 것이다.


확고한 정치 철학과 비전, 어떻게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던 이 신국의 여걸은 그 삶이 도덕적으로 옳았든, 옳지 않았든간에 충분히 존경받고 인정받을만 하다. 미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여황제' 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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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덕여왕]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제외하고 아예 모든 이야기를 창조한 허구에 가깝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신라가 멸망할 때 까지 사라지지 않았던 골품제에 미실처럼 저런 식으로 반기를 들고 나오는 인물이 있다고 생각 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한 번 뿌리 박힌 사상을 몰아내는 것은 어렵다. 골품제라고 명명되지만 않았을 뿐, '양반', '재벌' 등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그 권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선덕여왕]을 드라마적 가치로 평가하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창조된 스토리 내에서 엄청나게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물론 연장방영이 결정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중간 중간 늘어지고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은 아쉬운 데다가 때때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행동으로 인물들의 묘사를 진행시켜 나갈 때면 안타깝지만 아직도 이 드라마는 그 '중심'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실'을 연기하는 고현정이 있다. 




 미실, 짧은 운명의 여왕이 되다.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가진 힘은 너무도 강력해서 아무도 미실을 넘보기 힘들다. 그러나 미실은 드라마 내에서 스스로 자멸의 길로 향하고 있다. 자신을 따르던 귀족들의 반감마저 사게 하는 위험한 행보를 스스로 걷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급박하고 절실한 상황인 것 만은 알겠지만 너무 지나친 설정이다. 


  그동안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신중히 움직이던 미실이 김춘추와 덕만에 아무리 자극을 받았다지만 이런 쿠데타에 가까운 위험한 행보를 급작스럽게 전개해 나간다는 것은 사실 드라마 내에서 조차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라면 탁월한 선택이지만 자칫 드라마 내에서 미실의 본질적인 모습을 잃게 하며 그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는 전개인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뛰어난 카타르시스와 재미는 이런 느낌을 어느정도 상쇄했다. 그리고 고현정의 뛰어난 연기와 카리스마는 미실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했다.


 드라마에서 미실은 '여왕'이라고 해도 좋았다. 미실이 이제까지 보여준 카리스마와 또 다른 방식으로 그녀는 한마디로 '멋있었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용상에 과감히 앉는 그녀의 행동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이미'여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아니, 주인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고현정'이라는 연기자가 연기하는 '미실'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이렇게 할 동안 대체 네놈들은 무얼 했느냐"며 귀족들을 호령하는 모습은 여왕 그 자체의 모습이라 할 만했다. 드라마 내에서 절대 다른 사람이 범접할 수 없게 만드는 기운을 뿜어 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스스로 자멸의 길에 들어서는 시작점에 이 장면이 놓여 있었지만 그 몇 초 동안 미실은 중심이었고 여왕이었고 바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드라마 내에서 미실은 여왕이 되었다. 그 동안 여왕 못지않은 권력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가지고도 왕후가 아닌 것이 싫다'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여인은 이제 상징적으로 왕좌에 앉으므로써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위치에 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미실은 이제 그 몇 시간, 혹은 며칠간의 여왕 자리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놓게 될 것이다. 미실의 죽음이 벌써부터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보여준 극적인 재미를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상징적인 주인공으로서 여기까지 극을 이끌고 나온 것은 바로 미실이었다. 그런 그녀가 권력욕의 제물이 되어 드라마에서 퇴장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미실은 어쨌거나 자신이 '여왕'임을 증명했다. 그 타이틀을 가지지 못했다 한들, 왕좌에 앉기까지 하는 등, 그 만큼의 행동은 모두 했는데 타이틀 따위가 중요할까 싶다. 미실이 스스로 쟁취해 낸 그 며칠간의 여왕. 짧은 운명의 가련한 여왕이라도 미실은 누려봤으니 행복할까, 아니면 모두가 인정하지 않았기에 불행할까. 그 해답은 '드라마 속' 미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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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선덕여왕] 의 기세가 요즘들어 한 풀 꺾인 기세다.


비담의 등장과 덕만의 공주 등극 이 후에 펼쳐진 에피소드의 임팩트가 다소 약해진데다가 출연진이 많아지면서 분량과 편집 조절에도 일정 부분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지지부진한 시청률 답보 상태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김춘추' 유승호다.




유승호가 등장하면 50%는 따논 당상?


당초 유승호는 [선덕여왕] 의 '비밀병기' 로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선덕여왕] 의 김영현 작가가 "김남길이 첫 번째 비밀병기라면, 유승호는 두 번째 비밀병기다." 라고 할 정도로 유승호의 등장은 [선덕여왕] 의 히든카드였다. 아니나다를까 유승호가 [선덕여왕]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과연 유승호가 [선덕여왕] 에서 얼마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유승호 본인은 합류 직전 "사람들이 내가 나오면 드라마가 50%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많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선배님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연기하겠다." 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역을 탈피해 본격적인 성인 배우로서 첫 무대에 오른만큼 [선덕여왕] 은 유승호에게 엄청난 기회의 장이자 배우로서 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곳임이 분명했다.


첫 등장은 나쁘지 않았다. 다소 코믹스럽고 푼수끼 어린 모습으로 나타난 '김춘추' 유승호의 등장은 미실파와 덕만파로 갈라져 있던 [선덕여왕] 의 인물구도에 신선함을 불어 넣었다. 잘생긴 외모에 해맑게 웃는 순수함을 갖춘 유승호의 '비쥬얼' 도 합격점이었고 연기톤도 나쁘지 않았다. 억양 자체는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감정 표현이라든지 상황 대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고 [선덕여왕] 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빠지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과연 김영현이 '비밀병기' 라고 할만큼 유승호의 연기력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유승호의 등장 이 후, 정확히 말하자면 김춘추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선덕여왕] 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예상에 따르면 유승호의 등장이 기존 시청자층을 단단히 결속시키는 한편 새로운 시청자들까지 끌어 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 였었는데 이러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오히려 5% 가까이 시청자층이 빠져나가면서 [선덕여왕] 내부에는 알게 모르게 상당한 침체 분위기가 엿보이기까지 한다.


과연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




비밀병기가 아닌 함정이 되어버린 '김춘추 캐릭터'


정확히 말해서 [선덕여왕] 이 인기를 견인했던 것은 그동안 공고히 쌓아오던 '덕만파' 와 '미실파' 의 대립구도였다. 한 방 날리고, 한 방 먹는 관계를 통해 갈등을 심화시켰던 [선덕여왕] 의 스토리 전개는 그래서 쫄깃하고 긴장감 넘칠 수 있었다. 그런데 김춘추의 등장과 함께 [선덕여왕] 의 이러한 대립구도는 일대 파란을 맞이했다. 덕만과 미실 사이에 김춘추가 등장하고 세력이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덕만vs미실' 의 구도가 약화된 것이다.


극을 떠받치는 대들보가 흔들리는 와중에 [선덕여왕] 은 3주에 가까운 시간을 김춘추의 행동반경에 포커스를 맞추며 에피소드를 진행시켰다. 주인공인 덕만이나 시청률의 반을 책임지고 있는 미실의 등장이 축소되자 시청자들은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김춘추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산발적인 에피소드들은 이야기를 진전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주춤거리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한 마디로 사이드로 붙어야 하는 김춘추 캐릭터를 힘겹게 메인으로 가지고 왔다가 뒷통수를 맞은 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상당히 공을 들였던 김춘추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것도 문젯거리로 작용했다.


당초 시청자들이 김춘추에게 기대했던 것은 김춘추를 중심으로 한 세력 재편이 아니었다. 역사 그대로 김춘추는 철저히 덕만의 편에서 미실의 몰락을 부채질 하는 가장 '확실한' 참모여야만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유승호가 연기하는 김춘추는 덕만의 편도, 미실의 편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어린아이처럼 그려졌다. 오만과 자만으로 가득차 도와줘야 하는 이모마저 적대시하는 초반 김춘추의 모습은 미실보다 얄밉고, 미생보다 가소로웠다.


제작진 나름대로는 춘추가 어떻게 덕만의 세력으로 들어가게 되었는가를 조금 더 세심하게 보여줄 생각으로 이러한 대립구도를 그린 것이었겠지만 오히려 이 대립구도는 긴장을 가중시키기는 커녕 짜증만 유발했고, 메인 스토리인 덕만vs미실 구도를 완전히 와해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완전히 비호감처럼 비춰지는 김춘추의 캐릭터는 풋내기 애송이처럼 보일 정도로 무매력 캐릭터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미실이 춘추의 귓가에 대고 "네 아비, 네 어미 모두 내가 죽인 것이다." 라며 강력한 한 방을 먹일 때 시청자 게시판에 "속이 다 시원하다!" 는 말이 속출할 정도였다.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미실이 악역이 되고, 춘추는 동정을 받아야 할 시점에서 반응이 거꾸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춘추 캐릭터가 [선덕여왕] 에서 그리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드라마가 될 수 있기를


안타깝게도 김춘추는 [선덕여왕] 의 비밀병기가 아니라 '함정' 이자 '장애물' 이었다. 김춘추, 그리고 유승호를 제대로 활용해 보자 했던 [선덕여왕] 제작진의 포인트는 완전히 틀린 것이었고 그것은 결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결국 김춘추 캐릭터가 지금껏 했던 일이라고는 긴장감 넘치던 대립구도를 흐려놓고 수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집중도를 약화시킨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기에 덧붙여 배우 유승호에게는 자신의 캐릭터를 충실히 연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보다 얄밉지 않게, 보다 진중하게, 보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는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첫 성인 연기 도전이니만큼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기대에 비해 캐릭터 창조능력이 뛰어나지는 못했던데다가 김춘추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픔 혹은 가능성을 충분히 표현하는데는 다소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선덕여왕] 은 다시금 메인스토리인 '덕만vs미실' 구도를 회복하고 김춘추를 덕만의 참모로 합류시킴으로써 비로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진용을 회복해 가고 있다. 지금 [선덕여왕] 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에피소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회복시키면서 캐릭터 하나하나를 충실히 돌봐주는 센스다. 이미 비밀병기였던 김춘추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지 못한 상태에서 더이상의 지지부진은 퇴보를 의미한다.


[선덕여왕] 이 하루 빨리 김춘추 캐릭터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기대에서 벗어나 진정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 전개를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예전처럼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뚝심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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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덕여왕]의 기세가 무섭다. 40% 중반을 돌파하며 50%라는 성적까지 바라볼 지경이다. 이는 실로 엄청난 반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선덕여왕]은 뭐니뭐니해도 '재미있는' 드라마 인 것 만은 확실하다. 단지 시청률로 증명된 것만은 아니다. [선덕여왕]에서 그동안 '덕만'이 다시 공주 자리로 복귀하며 안겨 준 희열은 실로 대단했다. 공주 복귀 이후에도 아직까지 미실보다 매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겠으나 경쟁구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며 흥미가 배가되었다. 

 
 그러나 사실 연말까지의 연장 탓인지 다소 늘어지는 구성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의 40분을 극복할 정도로 뒤의 10분이 재미있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인 미실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이러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약간은 내용적인 측면이나 구성에서 다소 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45%의 시청률이 증명하듯, 드라마 [선덕여왕]이 가진 매력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죽어버린 캐릭터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알천'이다. 




 알천랑, 의도적인 배제인가?



 선덕여왕에서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들이 아주 풍성하게 등장한 다는 것이었다. 작가진 측에서 비장의 무기라고 말한 '비담'은 현재 가장 많은 주목과 관심을 끌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초반부터 김유신의 인기를 앞지른 '알천'은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비담과 같이 흔들리지도 않으면서 김유신과 같이 답답하지도 않은 캐릭터가 바로 이 '알천랑'이라는 캐릭터였다. 그는 비쥬얼적인 면에서도 화랑에 잘 맞아 떨어진 데다가 전쟁터에서 진정한 장수다운 멋진 모습을 보였고 전면적으로 천명공주의 편에 서서 일을 도모하게 됨에 따라 그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알천랑은 어떨까. 알천랑은 문노의 한방에 쓰러지고 마는 나약한 화랑으로 어느샌가 '둔갑' 했다. 더군다나 악역인 '보종'과의 비재에서 패하기 까지 한 전력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유신과 비담의 캐릭터가 전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인기 캐릭터인 알천의 비중을 어쩔 수 없이 다소  죽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천보다 현저하게 인기가 떨어졌던 유신의 캐릭터는 이제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는데 가까이 있는 알천이 너무 돋보이면 상대적으로 유신의 캐릭터가 힘을 잃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너무나 갑작스러울 뿐더러 아쉽기까지 하다. 알천은 그동안 주인공들의 주변에서 계속적인 지지를 보인 캐릭터였다. 심지어 그가 주인공의 편에 전면적으로 서 있지 않았을 시기에도 그는 자신만의 정의로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며 멋진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알천이 주인공의 편에 완전히 합류하면서 그 역할이 엄청나게 축소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야 알천이 역할이 가장 중요해 질 수 있는 시점임에도 덕만공주는 비담과 유신을 활용하는 것의 반의 반만큼도 알천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이것은 물론 덕만공주의 잘못이 아니라 스토리상의 문제점이라 하겠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굳이 죽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보종랑에게 진 적이 있다'고 마치 설명하듯 말해주기 보다는 비재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여 결국은 지더라도 보종에게도 끝까지 맞서는 힘있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훨씬 더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 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회는 과거 회상 장면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그 장면들을 줄이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알천같은 캐릭터를 살리는데 할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토록 리더십있고 책임감있으며 능력마저 있는 이 캐릭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면 열심히 유신을 변호하거나 '공주님이시다'라는 대사 밖에 없으니 이 어찌 아쉽지 아니한가. 물론 알천랑은 이전에도 1인자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2인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멋진 알천랑은 이제 뒤에서 주인공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엑스트라'수준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대사도 현격히 줄어들었으며 활약은 거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역사적으로도 알천은 유신보다 나이도 많았을 뿐더러 무예도 뛰어났다고 한다. 아니, 역사적인 사실을 모두 떠나서 기껏 잘 닦아오고 만들어온 캐릭터를 이렇게 매력이 사라지게 만들다니 그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선덕여왕은 앞으로 한동안은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중심이라 할지라도 뒤에서 인기를 얻은 저력을 발휘한 캐릭터들도 한 번씩은 보듬어 주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부디 선덕여왕이 가진 가장 큰 매력, 바로 '캐릭터의 힘'을 잃어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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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요원이 처음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을 맡게 되었다고 했을 때 쏟아지는 우려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동안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도 아니었고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라고 할 수도 없었으며 '이요원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요원보다 먼저 등장한 탓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더 주목 받는 것은 '미실'역의 고현정이라 할 수 있다. 고현정, 알천랑, 비담 까지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되는 와중에 정작 주인공, '이요원'의 인기는 말그대로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요원은 눈에 거슬리는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요원은 극의 흐름을 저해하고 있지도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답답함으로 일관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요원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없고, 더군다나 '개성이 없다'. 이요원에게 쏟아진 우려들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더 매력적인 캐릭터에 '가려졌을' 뿐이다. 






  선덕여왕의 인기를 견인하는 중요축은 누가 뭐래도 훗날 여왕이 될 덕만과 미실의 세력권 다툼에 있다.


 이 두 여인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맞서 싸울 것 인가, 결국엔 승리할 덕만의 모습이 어떻게 그져질 것인가 하는 것. 선덕여왕은 드라마의 '결말'보다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한 드라마다. 결말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그 결말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호기심은 이 드라마에게 40%라는 시청률을 선사했다.


 다양한 호기심을 증폭시킬만한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게 만들며 이야기의 흐름을 완벽히 상승세로 돌려놓은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칭찬할 점은 그 와중에 다양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악역이지만 악역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미실은 물론이거니와 정의감은 불타 오르지만 답답하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갈줄 아는 알천랑, 또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며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 비담. 이 세 캐릭터는 지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요원'에게 만은 그 관심이 미미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천명 공주가 전면에 나서며 덕만을 구하려 할 때 그 인기가 훨씬 더 상승했을 정도다. 대중들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표하는 UCC제작에도 알천랑과 비담, 천명공주가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주 등장했다.


 물론 스토리상 이요원은 지지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이요원은 '덕만파'를 이끄는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덕만파에서 조차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는 할 수가 없다.


 고현정은 '미실파'에서 단연 그 존재감이 가장 크다. 아니, 선덕여왕 드라마 자체에 있어서 고현정의 존재감은 이요원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것은 물론 미실측의 인물들이 미실이나 설원랑정도를 제외하고 큰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고현정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 역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의 히로인은 누가 뭐래도 고현정이었다. 극 전반을 아우른 고현정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매력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악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주연 그 자체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꾸미고 차례차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나가는 모습은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동반한 '주인공' 그 자체였다.



 고현정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캐릭터의 분량이 많은 탓도 있고 행동 패턴에 시청자들의 감정을 움직게 하는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탓도 있지만 이 모든것을 고려하고라도 고현정의 '연기력'없이는 이 캐릭터의 설득력이 이렇게 까지 증폭될  수 없었다. 


 고현정은 '미실'을 그 누구도 고현정 대신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있고 뚜렷하게 표현해 내었다. 때때로는 마음속에 독을 품은채 보이는 온화한 미소로 시청자들에게 섬뜩함을 선사했고 때때로는 "이것이 미실의 사람들이다."며 죽은 왕 앞에서 소리치는 권력에의 탐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감정을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처절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을 역할이었다. 
 

 허나, 이요원은 비담이나 고현정 같은 캐릭터가 조금만 돋보여도 그 뒤에 가려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은 이요원에게 있어 외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요원의 부족한 카리스마를 다른 데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극이 돌아가는 '재미'에 이요원은 엄청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는 못하다. 다소 밋밋한 연기력이라 할지라도 논란을 증폭시킬 정도의 수준낮은 연기만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익숙해 지지만, 덕만의 지지자들은 다소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을 설득시킬만한 카리스마와 패기에 이요원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의 중심은 이요원과 고현정의 대립에 있으나 극의 재미는 스토리를 떠나 이요원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은 크나큰 약점이다. 어쨌든 자신을 어필하고 미실과 대등한 카리스마를 내뿜어야 할 이요원이 조연에 가려진다면 그것은 결국, 이 드라마가 끝날지라도 기억되는 것은 '선덕여왕'이 아니라 '미실'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주변인물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비담도 덕만파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하루 빨리 이요원이 대단한 카리스마를 녹여내는 연기자로 성장해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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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 에는 참 많은 남자들이 나온다.


최근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담 뿐 아니라 비밀병기로 손 꼽히고 있는 춘추가 등장 전 부터 관심을 받고 있고, 알천-유신 등 덕만의 보디가드들 역시 든든하다.


그러나 이 '젊은 남성' 들 사이에서 유독 빛나는 '중년의 남성' 이 있다. 바로 미실의 영원한 반려자, 설원랑이다.




덕만을 둘러싸고 있는 남성들은 '패기' 가 넘치는 젊은이들이다. 유신, 알천, 비담 등은 이제 갓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사람들이다. 덕만이 끝내 미실을 이기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에는 젊은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패기와 열정이 가장 큰 밑천이 될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용감무쌍함이야 말로 청춘의 특권 아닌가.


이에 비해 미실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은 모두 '음흉' 하다.


그들이 미실을 따르는 이유는 미실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미실의 곁에 머물고 있는 그들은 미실이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그녀를 버리고 새로운 둥지를 틀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세종. 미생, 보종 등 심지어 남편과 아들, 동생까지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실' 이 아니라 '자기 자신' 인 셈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유독 설원랑만큼은 눈에 띤다. 사리사욕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그가 미실 곁에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경원과 사랑, 그리고 무조건적인 존경과 충성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충성은 음흉하기 보다는 순수하다. "모든 것은 미실 궁주에게 달려있다." 며 단 한번도 미실의 뜻을 의심하지 않는 설원랑의 모습은 적이라고 해도 본 받아야 할 만큼 멋있다.


설원랑은 유신이나 비담처럼 폭발적이거나 열정적이지는 못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하다.


미실 곁에서 맴도는 우유부단하고 사리사욕 가득 찬 남성들과 달리 그의 결정은 언제나 자신의 주인인 미실의 뜻을 근간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선택된다. 즉,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실의 안위이며, 미실을 보호하는 것이다. 덕만의 입장에서 보면 설원랑이야 말로 가장 빨리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미실의 입장에서 보자면 설원랑이야 말로 진정한 충신인 셈이다.


그는 비록 [선덕여왕] 에서 덕만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주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충성' 을 바친다는 것 자체만으로 진정한 화랑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뜻 보다는 주인의 뜻을 우선하는 설원랑의 충심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담보 된 충심이다. 미실의 남편이면서도 끊임없이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세종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설원랑의 모습은 더더욱 빛이 난다.


또한 설원랑은 '신하' 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남자' 로서도 멋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정갈하고 단정한 품새는 신뢰를 담보하며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말투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포쓰를 보여준다. 격정적일 때에는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차가울 때는 더 없이 차가운 그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아주 괜찮은 1등 신랑감이다.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미중년이라고 할 만큼 설원랑의 성품은 매력적이다.


특히 남자로서 한 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치는 설원랑의 모습은 [선덕여왕] 의 여러 남자들 중에서도 유독 도드라진다.

미실에 대한 설원랑의 충성은 주인에 대한 충성을 넘어서서 한 여자에 대한 마음 깊숙이 나오는 사랑에서 시작됐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도 단 한번도 자신의 여자로 살지 않았던 미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발을 씻어준다. 미실의 곁에 끝까지 남아 그녀를 지킬 연인은 설원랑 단 한 사람 뿐인 것 처럼 보인다.


설원랑은 진지왕, 세종 등 미실의 남자들 중 가장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다. 그래서 주류 권력으로 편입하지도 못하고, 언제나 행동 대장 역할을 하며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드라마에서 미실만큼 얄밉고, 미실만큼 악독하게 그려지는 까닭은 미실의 손과 입, 눈과 귀 역할을 설원 스스로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악역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그가 선택한 주인과 그가 선택한 삶의 방향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비록 성공을 담보하는 '역사의 승리자' 의 길은 아닐지라도 한 사람의 신하로서, 한 사람의 연인으로서,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만큼 꽤 괜찮은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선덕여왕] 에서 설원랑은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냉정하면서도 격정적이고 차분하면서도 합리적인 남자, 누구보다 똑똑하면서 누구보다 현명한 남자, 한 여자에게 바치는 굳건한 사랑과 흔들림없는 충성은 유신, 알천, 비담 등 젊은 것들은 따라갈 수 없는 '꽃중년' 설원랑의 진면목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중요한 일들은 설원랑에게 맡기는 미실의 모습을 보며 이런 말이 떠오른다.


"잘 키운 설원랑 하나, 열 유신 안 부럽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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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의 시청률이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덕만의 각성 이 후, 스토리가 탄력을 받은데다가 미실과 덕만의 한판 승부가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개성이 점차 살아나는 가운데 [선덕여왕] 의 주인공들을 보다보면 '삼국지' 의 인물들이 오버랩된다. 과연 [선덕여왕] 의 주인공들은 삼국지의 누구와 닮아 있을까.




유비 vs 덕만


[삼국지] 의 유비는 천한 돗자리 장수로 시작해 촉나라의 황제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아왔다. 조조만큼 머리가 비상한 것도, 손권만큼 선대의 자산이 두터웠던 것도 아니었으나 그가 황제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제갈량, 방통, 마량,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의 황제 중 가장 무능했으면서도 백성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유비의 존재감은 조조조차 '반드시 제거' 해야 하는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데에는 헌제의 황숙이라는 '한 황숙' 의 타이틀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특유의 캐릭터였다.


유비와 마찬가지로 최근 각성한 덕만에게 뿜어져 나오는 힘의 원천은 황실의 공주라는 타이틀과 미실이 말한 것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덕만은 알천, 유신, 비담 등을 차례로 포섭하여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절대권력 미실을 제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거행한다. 덕만 자체의 능력은 미실에 비해 그리 뛰어난 것이 아니나 사람을 끌어당기고 사람을 사용하는 인덕과 매력은 여왕으로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셈이다.


게다가 덕만은 '하늘의 뜻' 을 이어받았다는 명목 아래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신라를 집어삼키겠다는 야망은 황실의 공주라는 정통성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를 보면 '유황숙' 이라는 칭호를 즐겨 듣길 좋아했던 유비의 정통성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조조 vs 미실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 이라는 말은 조조를 상징하는 가장 정확한 말이다. 그는 허자장의 말처럼 간악한 영웅이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적재적소에 썼고, 수많은 현자들과 장군들을 거느리며 위세를 떨쳤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가려 썼고,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는 가차없이 제거했다. 치밀한 전략으로 삼국 중 가장 강대한 국가를 건설했으나 때때로 냉정하고 차가운 그의 이미지 때문에 그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악역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을 가려쓰는 조맹덕의 '카리스마' 는 여전히 치명적이지만 매력적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선덕여왕] 에서 조조와 같은 인물이 바로 미실이다. 미실은 정적인 김서현 가문조차 포용할 정도로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에 장애가 되는 사람이라면 심지어 아들과 동생조차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냉혹한 성품을 지닌 여인이기도 하다. 하늘의 뜻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백성들을 현혹하는 짓까지도 서슴지 않으면서도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자신의 재능을 만천하에 떨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조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조운 vs 김유신


유비와 제갈공명의 평생의 '보디가드' 이자 촉나라 오호장군 중 하나인 조운은 강인한 뚝심으로 주군을 섬긴 충신으로 유명하다. 위나라 군사들의 사이를 뚫고 아두를 구해온 일화는 유명하며 관우, 장비 등이 죽은 뒤에도 촉나라 노장으로서 자존심을 지킨 그는 뚝심과 끈기를 지닌 남자로 상징된다. 여러 주인을 섬겼으나 유비를 만난 뒤에는 '목숨' 까지 바칠 정도로 무식한 열정을 지닌 그의 모습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러 장군들 중 가장 매력적이다.


덕만을 사모하며 그녀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김유신의 모습은 조자룡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조자룡이 그랬던 것처럼 김유신 역시 덕만에 대한 충성과 사랑을 버리지 않으며, 어떤 위험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담대함을 보여준다. 비록 [선덕여왕] 의 유신랑은 삼국지의 조자룡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하지만 그의 뚝심과 끈기는 조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빛나는 가치이기도 하다. 서서히 자신의 개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유신이 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유 vs 미생


이유는 '폭군' 동탁의 두뇌역할을 했던 동탁의 최측근 가신이었다. 동탁에게 여포를 데려다 준 것도, 낙양을 불태운 것도, 권력을 장악한 동탁의 독재가 계속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바로 이유였다. 그는 무식하고 무모한 동탁을 제어하고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악독하고 탐욕스러운데다 재능의 한계까지 있었으나 화웅, 여포 등의 인물들을 뽑아 주군을 보필하고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유만한 인물도 드물었다.


미실의 동생 미생 역시 이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생은 미실의 카리스마를 보좌하고, 미실의 신화를 만들어내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헛점투성이에다가 다소 촐랑거리는 성격이지만 미생이 끝까지 미실의 곁에 남을 수 있는 것은 땅 속에서 부처상을 끄집어내는 권모술수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캐치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은 이유만큼 탐욕스러운데다가 여자까지 밝히는 호색한이지만 미실과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운명공동체다.





방통 vs 천명


'복룡이나 봉추 중 한명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다' 는 사마휘의 평은 봉추 방통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인지 알게 한다. 못생기고 험악스러운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에 버금가는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어 삼국지 최고의 현자 중 한명으로 추앙되고 있는 그는 말년에 주군인 유비를 대신해 낙봉파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다. 제갈량조차 "하늘도 무심토다!" 라고 탄식할 정도로 그의 죽음은 안타까웠다.


최근 [선덕여왕] 에서 장렬히 최후를 마친 천명공주의 삶 역시 방통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천명과 방통의 삶을 완전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으나 유비 대신 죽음을 선택한 방통과 덕만 대신 죽임을 당한 천명의 모습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유비는 방통의 죽음을 통해서 그토록 원하던 익주를 얻었고, 덕만은 천명의 죽음을 통해서 '어출쌍생이면 성골남진' 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으니 방통과 천명의 삶과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가지게 된 셈이다.





순욱 vs 서리


조조는 순욱을 일컬어 '나의 장자방' 이라고 했다. 그만큼 조조가 성장하는 데 있어 순욱이라는 인물의 역할은 지대했다. 순유, 정욱, 곽가, 유엽, 만총 등 빛나는 조조의 책사 중에서도 다양한 계책과 시기적절한 판단을 내놓는 순욱의 존재감은 조조에게 각별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조의 야망이 한나라 재건이 아닌 새나라의 건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욱은 서서히 조조와 의견대립을 보였고, 결국 권력의 주변부로 내몰리는 수모까지 겪게 된다. 결국 위공사건으로 인해 조조에게 '자살권유' 를 받은 순욱은 자살을 함으로써 조조와 영원히 결별한다. 그는 죽음 직전까지도 "조공께서 거병하신 이유를 제대로 아시오!" 라고 충고할 정도로 정도를 걸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삼국지의 순욱과 완전히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선덕여왕] 의 상천관 서리 역시 순욱과 같은 삶을 산 인물이라고 할 것이다. 상천관 서리는 미실이 신당을 장악하고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천체를 관측하고 천의를 따랐던 그녀는 천의가 미실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주인으로 섬겼다. 허나 그렇게 믿고 따르던 미실이 천의를 거스르고 자신의 야망에 충실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미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미실의 자살권유로 인해 죽임을 당하던 때에 그녀는 천의를 등진 미실 대신 천의와 맞닿은 덕만을 선택했다. 어쩌면 서리 역시 순욱과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미실' 이 아니라 '천의' 즉, 자신이 믿고 있는 하늘의 뜻 그것 뿐이 아니었을까.





위연 vs 비담


위연은 삼국지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인물이다. 몇 차례나 주군을 바꾸며 출세가도를 달렸고, 제갈량의 못마땅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호장군과 함께 촉나라에서 가장 활약한 인물이기도 했다. 관우, 장비의 죽음 뒤에 제갈량은 하는 수 없이 '능력이 출중' 한 위연을 기용할 수 밖엔 없었으나 훗날 오장원에서 숨을 거둘 때 "위연은 반골의 상이니 내가 죽으면 바로 죽이라" 는 명을 내릴 정도로 그를 경계했다. 삼국지에서 위연은 제갈량이 죽자 촉나라에 반기를 들어 반란을 일으켰다가 마대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비담 역시 위연과 마찬가지다. 비담은 미실의 아들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덕만과는 어울릴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그는 운명적으로 덕만과 조우하고, 덕만은 다소 버릇없고 잔인한 그를 '능력이 출중' 하다는 것 하나만으로 발탁한다. 훗날 선덕여왕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비담의 난' 을 일으켰던 그는 진정한 반골의 상이자 목구멍 속의 바늘이었던 셈이다. 마치 공명이 우려했던 위연의 그것처럼. 





제갈공명 vs 김춘추


유비와 제갈공명의 만남은 한 마디로 '운명적' 이었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서 비로소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삼국 중 가장 약한 나라였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강한 나라이기도 했던 촉나라의 힘의 원천은 제갈공명으로부터 비롯됐다. 유비의 유일한 브레인이자, 촉나라 최고의 현자였던 그는 유비가 황제가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을 당대 최고의 책사이자 충신이라는 찬사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이제 조금있으면 등장할 김춘추 역시 덕만에게 있어서는 확실한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신, 알천, 비담 등 걸출한 무인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략을 구사하고 술수를 활용하는 참모진이 약한 덕만파에게 있어 재기발랄한 춘추의 합류는 덕만이 선덕여왕으로 성장하는데 활력소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선덕여왕]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비밀병기' 김춘추가 덕만의 참모로서 얼마나 활약할 지 기대가 된다.





삼국지 vs 선덕여왕

지금까지 삼국지의 인물들과 [선덕여왕]의 주인공들을 비교해 봤다. 물론 위의 삼국지는 진수의 삼국지가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초로 했음을 알려드리는 바다. 삼국지와 [선덕여왕]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난세를 살아가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사람을 얻기도 하고, 사람을 버리기도 하면서 난세를 평정했던 당대 최고의 영웅들. 그 영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며 새삼 고전의 위대함과 드라마의 재미를 동시게 느끼게 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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