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럴 수는 있다. 예능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방송을 하거나, 삐뚤어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시키는 행위에 시청자들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아는 형님>에 쏟아진 논란은 단순히 김희철의 표정에서 비롯되었다. 상황은 이렇다. 게스트 가인이 운전면허가 없다고 하자 민경훈이 사고쳤니? 취소당했어?”라고 묻는다. 그 때 뒤에 있던 김희철이 어깨를 잡으며 하지 말라고 말한다. 김희철이 소속되어 있는 슈퍼 주니어의 멤버 강인을 다분히 의식한 개그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실제로정색을 했다면서 논란이 인 것이다.

 

 

 

 

이 사건으로 논란을 의식한 제작진은 물론, 당사자들인 김희철과 민경훈까지 해명을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논란이 될 여지가 전혀 없는 일을 논란으로 만들어 괜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런 황당한 상황은 단순히 이번 한 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예능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를 고스란히 들어낸 단적인 예다.

 

 

 

 

프로 불편러라는 말이 생겨났다. 무슨 사안이든지 불편함을 느끼고 아니꼬워 하는 사람들을 비아냥 거리는 말로 인터넷 신조어다. 그런 말이 등장할 만큼 한국 분위기는 지금 화로 가득 찬 상태고 그 화를 제대로 표출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결국 그 화가 향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만만한 연예계 속 연예인들인 경우가 많다.

 

 

 

 

 

단순히 김희철의 정색이 논란이 된 사항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상황이 이미 자연스러워져버린 분위기가 오히려 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능속에서 스타들은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 제약은 단순히 누군가를 비하하고 반사회적인 개그를 하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예능 속에서 연예인들은 지나치게 솔직해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도, 분위기 파악을 못해도 안 된다. 그 모든 행동에서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자 연예인들이 예능에 출연했을 때, 그들의 위치는 굉장히 애매하다. 진행자의 요구를 거부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겸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병풍이 되어서도 안 된다. 애교를 거절했다는 것만으로도 카라 출신 강지영은 비난의 물결에 휩싸였고, 시키는대로 랩을 했던 AOA의 지민은 먼저 자신을 디스한 래퍼에게 대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쿨하지 못한여자가 되었다. 김하늘은 감자옹심이를 고집스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비호감이 되었고 윤보미는 음식을 잘 먹었다는 이유로 혜리를 따라한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역사 문제를 잘 모르는 연예인들에 대한 비난도 상상이상으로 강하다. ‘긴또깡 사건으로 논란에 직면했던 설현과 지민은 쇼케이스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해야 했다.

 

 

 

 

남자 연예인들도 이런 분위기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는 형님>의 김희철 뿐 아니라, 박명수나 정준하는 태도 논란으로 수차례 논란이 된 대표적인 연예인들이다. 김제동역시 얼마 전 <미운 우리새끼>에서 소개팅을 했던 상대방 대한 무례한 태도로 큰 논란이 일었다.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성격에 대한 이해, 앞 뒤 맥락에 대한 파악,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사자의 기분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그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느냐다.

 

 

 

 

 

이런 비난의 흐름은 도대체가 맥락이 없다. 그저 뭔가 저들이 거슬린다는 이유 하나로 논란은 점화되고 분위기는 삭막해진다. 그러나 예능의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와 감정들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는 편이 좋지만, 모든 인간들은 완벽하지 않다. 그들의 작은 실수 하나에도 꼭 지적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때로는 실수도 아닌 단순한 해프닝을 곱게 넘기지 못하는 시선이 훨씬 더 불편하고, ‘이상하다.

 

 

 

 

유재석에게 유느님이라는 칭호가 쏟아지고, 박보검 에게 바른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예의 바른 연예인들에 대한 호감도는 분명히 높다. 그들의 행동은 보기에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태도를 신격화하고 그들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높히는 것은, 그 반대급부에 대한 저항감이나 거부감으로 비롯된 현상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행동할 수는 없고, 본인만의 개성이 있다. 연예인들도 사람이고 그들에 대한 문제점을 세세하게 찾아내기 이전에, 마음을 조금만 넓혀 이해를 해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 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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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형님>의 시청률이 3%를 넘었다. 그러면서 고정 출연진 중 하나인 김영철이 과거에 했던 공약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 “3%를 넘으면 하차하라는 김희철의 발언에 오케이를 외쳤던 것. <아는 형님>은 김영철의 하차를 두고 분량을 뽑아내며 웃음을 창출해냈다. 김영철이 하차는 결국 번복 되었다. 김영철은 잔류하는 대신 시청률 5%를 넘으면 현재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새로운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설왕설레가 이어졌다. 이런 공약을 코미디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아무리 예능이라도 공약은 공약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것. 어느새 연예인들의 공약은 유행처럼 번졌고 꼭 지켜야 할 사명이 있는 것처럼 인식이 되었다. 특히나 예능 <무한도전>은 공약을 잘 지키기로 유명하다. 시청자들은 물론, 출연진들 조차 잊고 있었던 과거의 발언을 꺼내어 멤버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는 것은 <무한도전>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다.

 

 

 

 

정치인들보다 연예인들이 공약을 지키는데 더 익숙한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작은 발언들도 허투루 넘기지 않게 되기에 이르렀다. 배우들의 영화 관객 수 공약, 시청률 공약이 난무하고 코미디언들의 공약도 개그 소재로 쓰인다. 김영철의 공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공약이 화제가 되는 데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그 공약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대중이 기억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이 그것이다. 김영철의 공약은 대중이 기억하는 공약이 되었다. 기억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아는 형님>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공약이 되었다.

 

 

 

 

여기에는 공약을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느새 <아는 형님>이 김영철이 공약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할 만큼의 영향력 있는 예능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는 형님>은 학교 콘셉트로 포맷을 바꾼 후, 서로 반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프로그램의 활기를 배가 시켰다. 원래 예능인으로서 주목을 받은 인물들을 제외하고도 민경훈, 김희철, 이상민 등은 신의 한수가 되며 프로그램의 신선함을 더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철저하게 B급 정서를 표방하며 자유롭게 발언들이 오고가는 분위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재미를 찾아냈다.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5%의 벽 역시 꿈만은 아님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철이 하차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을 두고 설왕설레가 오고 간 것은 <아는 형님>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가 하차 하지 않아서 불편해하기도, 코미디 소재일 뿐이라고 넘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가 주목을 받은 적은 근래에 없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김영철은 이영자나 김희애 성대모사를 제외하고는 예능인으로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캐릭터였다. 일회성 게스트로서 성대모사를 선보이는 기회는 주어졌지만 고정 게스트로서의 역량을 확인시킨 적은 드물었다. 그러나 <아는 형님>에서는 그의 캐릭터가 중요한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사실상 무리수를 가장 많이 던지며 재미없다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캐릭터지만, 이는 오히려 <아는 형님>의 균형을 잡아준다. 김영철은 서로 자기 색이 강한 캐릭터들 사이를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튀고 색이 강하다면 서로 어우러지기 힘들 수 있다. 김영철은 오히려 상대방의 놀림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일명 노잼 캐릭터로서의 가치를 구축해냈다.

 

 

 

물론 민경훈이나 김희철 등에 비해서 김영철은 확실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의 비난이나 놀림을 받아내며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역할은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그런 역할을 맡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김영철이 <아는 형님>의 물을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님은 확실하다.

 

 

 

 

김영철 하차 기자회견같은 소재가 나올 수 있었던 것 또한 김영철의 하차 공약 덕분이었다. 분명 김영철은 <아는 형님>에서 나름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다. 그가 하차하느냐 하지 않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아는 형님>이 새로운 방향의 예능으로서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캐릭터도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런 새로운 형식의 예능을 발전시켜 나간 <아는 형님>은 지상파를 위협할 JTBC의 강력한 무기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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