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상해>의 타이틀만 보면 ‘아버지’가 이 드라마속 갈등의 중심에 있을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더 중요한 갈등은 자식들이 겪는 일들이다. 첫째의 혼전임신, 둘째의 동거, 셋째의 왕따 트라우마 그리고 네 형제가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배다른 형제까지. 이 모든 일들은 아버지의 시선보다는 자식들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이따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씩,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어떤 문제에 대한 시선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아버지가 아니라 자식들이 이상해

 

 

 


아버지 변한수(김영철 분)가 집으로 데려온 또다른 아들 안중희(이준 분)는 가족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다. 물론 그는 변한수의 친아들이 아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한 이윤석이 친구 변한수의 죽음을 통해 신분을 뒤바꾼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변한수는 실제로 이윤석이고, 안중희는 과거 사망한 변한수의 아들이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사연을 말할 수 없는 변한수는  안중희를 아들로 받아들이고, 같이 살자는 그의 돌발 제안도 수용한다.

 

 

 


가족회의를 통해 그를 데려올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네 남매는 거부감을 표시한다. 복잡한 사정을 모르는 네 남매에게 안중희는 배다른 형제일 뿐이고, 그의 존재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대한 그들의 당황스러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제껏 모르고 살았던 이복 형제의 등장은 충격을 넘어서 배신으로까지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 착한 네 남매는 엄마 나영실(김해숙 분)의 의견을 따른다. 엄청난 갈등 끝에 나영실이 안중희를 받아들이겠다며 중심을 잡은 이후이기 때문에, 네 남매가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결국 부모님 뜻에 따르는 네 남매. 그러나 이들의 본색은 안중희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안중희에게 쉽게 정을 줄 수 없는 그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들의 행동은 생각보다 조직적이고 가학적이다. 일단 네 남매가 합심하여 안중희를 무시하는 부분은 ‘왕따’와도 다를 바가 없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그동안 셋째 변미영(정소민 분)과 김유주(이미도 분)의 관계를 통해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반된 시선을 다뤘다. 그러나 학교 때 김유주의 괴롭힘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은 변미영조차 안중희에 대한 왕따에 암묵적으로 동참한다. 심지어 변미영은 안중희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던 상황. 안중희에 대한 불편함은 일에도 영향을 미쳐 변미영은 일터에서도 집안에서도 연신 굳은 표정으로 안중희를 피한다. 전혀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다. 안중희가 수차례 관계를 개선하려 손을 내밀어 보지만, 관계의 회복은 좀처럼 쉽지 않다. 5월 7일 방영된 20회에 이르러서야 변미영은 안중희에게 사과를 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왕따 피해자였으면서도 왕따 가해자 혹은 방관자들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단순히 어떤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와 합심하여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배제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누군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의 어버이날 선물을 사는 문제에서 호의를 베풀 때 조차 “그쪽과 부담 덜고 싶은 맘 없다. 신경끄라”고 말하는 차가운 행동들은 결코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거라면 애초에 그가 합가하겠다고 했을 때, 찬성표를 던져서는 안됐다. 자신들의 의견이 아닌 부모님의 결정을 존중한 것이라 해도 이런 식의 행동은 부모님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마음을 여는 것 까지는 무리일 지라도 최소한 왕따의 형식으로 한 사람의 위치가 설정되는 것은 어쩐지 좀 불편한 일이다. 가뜩이나 왕따 문제에 대한 피해자의 시선을 다룬 바 있는 드라마에서 말이다.

 

 

 


 


동거에 대한 시선....이번에도 자식들이 이상해

 

 

 


 

이런 문제점은 둘째 변미영(이유리 분)의 동거를 보는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에서 아직 동거는 드러내 놓고 할 수 있는 성질의 행동양식이 아니다. 그러나 동거의 문제는 도덕적 잣대의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함께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결혼만이 꼭 선택지는 아닐 수 있다. 단지 문제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동거를 한 사람들이 마치 어떤 흠결이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들은 동거를 더욱 음지의 영역으로 몰고 간다. 물론 동거를 경험한 사람을 애인이나 결혼 상대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그러나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마치 무조건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것처럼 몰고 가는 시선에는 오류가 있다.

 

 

 


 

극중 변미영은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다. 나이도 34살이고 충분히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이며,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그 결정에 대하여 누군가가 비난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미영은 동거 사실을 부모님은 물론 남매들에게도 숨긴다. 괜한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들통 난 동거 사실에 부모님은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변미영은 순식간에 죄인 취급을 받는다. 이는 충분히 세대간의 갈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모님 세대가 자식의 동거, 특히 딸의 동거에 대하여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전반적인 이해가 한국사회에는 있다. 더군다나 변미영의 동거 상대는 과거 수차례 갈등이 있었던 건물주 오복녀(송옥숙 분)의 아들 차정환(류수영 분)이다. 반대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미영은 말한다.

 

 


“이렇게까지 화내실일인지 이해가 안가요. 속이고 말한 건 잘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어요. 동거가 왜 나빠요?  좋아하는 성인남녀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지내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미성년자도 아니고 30대 성숙한 성인이잖아요. 동거가 그렇게 부도덕하고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생각하시는 것 보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동거를 해요.”

 

 

 


이에 “그렇게 당당한데 왜 속였냐. 왜 처음부터 떳떳하게 밝히지 않았냐.” 고 묻는 나영실에 변미영은 “이러실까봐요. 무조건 반대하시고 중죄인 취급하시잖아요.”라며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 엄마 아빠 세대의 가치관과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달라요.” 라고 논리적으로 말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게 부모 가치관 무시하고 네 멋대로 살 거면 나가!” 라는 감정적인 대답이다. 이것이 바로 세대간의 갈등이다. 변미영의 말에 제대로 반박은 할 수 없으나 동거는 도저히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세대간의 갈등은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지만 같은 나이 또래인 남매들이 동거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동거하다 걸렸는데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는 첫째 변준영(민진웅 분)의 시선이 대표적이다. “온 가족 극진한 배웅 받으면서 나갈 때 양심의 가책 안받았냐.”, “뭘 잘 했다고 큰 소리냐. 넌 엄마 아버지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 며 끊임없이 ‘감정적’인 부분을 지적한다. 동거가 왜 잘못됐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없고, 그저 그 일에 대해 부모님이 상처받은 상황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참지 못한 변미영은 “그런 오빠는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나 되냐!” 고 소리친다. 변준영은 고시생 신분으로 여자친구를 혼전임신 시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변준영의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다. “나도 말할 주제안되지만 그래도 넌 그러면 안돼. 내가 잘못하면 그건 부모님께 큰 실망이지만 니가 잘못하면 그건 큰 배신이라고! 부모님께 네가 어떤 의미인지 몰라? 부모님이 너한테 얼마나 기대하고 의지하고 큰 자부심을 가지시는지 몰라서 그래!”라고 소리친다. 이건 ‘나는 그래도 되지만 너는 그러면 안된다’는 이중 잣대에 불과하다. 부모님의 기대를 핑계로 자신의 허물은 작은 것으로, 남의 허물은 큰 것으로 만들어 버리며 죄책감까지 심어주는 최악의 대화법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게 얼마나 버겁고 힘든 일인줄 알아? 나만 왜! 가슴 답답하고 가슴 짓눌리게 내가 왜 다 감당해야 하냐고!” 라는 변미영의 절규가 훨씬 더 와 닿는다. 그러나 끝까지 모여 앉은 남매들이 변미영에게 ‘언니가 잘못했다. 실망이다’고 한 마음이 돼서 비난하는 것으로 장면은 끝맺어진다. 형제가 넷이나 있지만 변미영의 입장에서 공감해주고 이해해 줄 사람은 이 집에 없다. 누군가 잘못했을 때, 쌍심지를 켜고 비난하고 죄책감을 심어줄 사람들만이 가득하다. 더군다나 그들이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나 되는지조차 의문이다. 한마음 한 뜻으로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폭력적인 행동에 다름 아니다.

 

 

 

 

왕따 같은 폭력을 다루면서도 폭력적인 시선에 의외로 관대한 <아버지가 이상해>속 인간군상. 갈등이 있기에 드라마는 활력을 더 가질 수 있지만, 그 갈등에 대한 시선이 지나치게 편협하다면 그것도 문제다. 과연 이런 문제점들을 <아버지가 이상해>는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가끔씩 보이는 설정의 오류는 캐릭터마저 비호감으로 만들 여지가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가 ‘자식들이 이상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물에 대한 세심한 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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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uyung1218.tistory.com BlogIcon 마음속의빛 2017.05.15 0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자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상황을 비틀어 나열하시는 거 같아 걱정이네요.

    이전에 변혜영이 했던 주장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의 입장이 다르고, 동거에 대한 선입견이 다른 문제인거죠.

    이걸 '내 생각에 답은 이게 맞는데 이 드라마 참 이상하네'라고 정해놓고
    글에 살을 붙이는 건 위험합니다. 그거야말로 편협적일 수 있거든요.

    남이 하는 편협은 잘 보이지만, 내가 하는 편협은 안 느껴질테니 주의하세요.


따지고 보자면 <혼술남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과 별 볼일 없는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 분)이 어떻게 사랑을 싹틔울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진정석은 까칠한 것 같지만 여주인공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박하나는 때때로 보이는 그의 친절함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 안에서 나타나는 위기나 삼각관계 역시 전형성을 탈피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혼술남녀>는 이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데 성공했다. 배경은 노량진. 주인공들은 공시생과 학원 강사들이다. 제목에 ‘혼자 마시는 술’의 준말인 ‘혼술’을 사용한 만큼, 이 드라마는 혼술을 하게 되는 제각각의 이유를 부각시키며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사용되는 것이 노량진 공시생들의 지독히도 현실적인 모습이다. 공무원에 합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강사들 역시 인기를 얻고 한 계급 더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현실. <혼술남녀>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진정석의 말버릇처럼 ‘퀄리티 떨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은 진창에서 허우적 댈 수밖에 없고 시험에 합격하거나(공시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학원 강사)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그러나 <혼술남녀>는 그 청춘들의 일상을 마냥 비참하고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 “공시생이 컵밥만 먹을 거라는 것, 후줄근 한 추리닝만 입고 다닐 거라는 건 편견”이라며 “그건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라고 말하는 기범(키 분)은 패션에 신경을 쓰고 화장실 딸린 고시원에서 다소 럭셔리(?)하게 살아간다.

 

 

 

 


서로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탓에 공시생끼리 만들어 내는 우정 역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연애 상담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통 20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공시를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물론 있지만, 그 부담감이 그들을 모두 대변하는 단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혼술남녀>는 캐치해냈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현실성은 배가된다.

 

 

 


현실에 절망하고 힘들어 하는 청춘의 모습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정과 사연으로 그곳에 모여 있는 20대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혼술남녀>가 짚어낸 지점이다.

 

 

 

 


그런 개성들이 한데 어우러진 <혼술남녀>는 그래서 절망적이기 보다는 코믹하다. 아무도 자신의 강의에 관심이 없어 힘든 상황에 놓인 박하나가 수강생이 다른 사람에게 주려다 거절당한 커피를 건네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지만 그 장면을 목도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삶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묻어있다.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지 않으면 터뜨릴 수 없는 웃음. 그 웃음을 <혼술남녀>는 곳곳에 배치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까칠하지만 능력있는 남자와 힘없는 여자가 사랑을 키워나가는 큰 줄기 속에서 그 페이소스 진한 웃음으로 만들어 내는 캐릭터의 향연은 <혼술남녀>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웃기지만 짠하고 현실적이지만 경쾌한 이율배반적인 상황들은 마치 우리 삶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혼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혼자 술을 먹는 것 보다는 같이 먹는 술이 더 맛있다. <혼술남녀>의 주인공들 역시, 혼자 술을 마시며 마치 광고처럼 만족스럽고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드라마를 시작했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혼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마치 유행이라도 되는 양 신조어까지 탄생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실 따듯한 누군가의 품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그 말처럼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지만, 결국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심리다. 그런 달고 짠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혼술남녀>는 결국 공감이라는 가장 큰 무기로 어필하는데 성공한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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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우리갑순이>tvN <혼술남녀>는 모두 공시생을 다룬 드라마다. <우리 갑순이>는 주인공들을 공시생으로 설정했고, <혼술남녀>는 공시생과 노량진 학원 강사들을 주인공으로 노량진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나뉜다. <우리 갑순이>는 공시생을 다뤘지만 이 시대 청춘들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포착해 내지 못하며 주인공들에 대한 반감을 키웠고, <혼술남녀>는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는 캐릭터들을 통해 이야기에 대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 갑순이>의 문영남 작가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 그들의 취업난에 눈을 돌렸지만, 막장의 대가 답게 그들의 상황도 막장으로 치달았다. 공시생이라는 소재로 눈을 돌린 것 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바로 그런 소재를 다루는 능력에 있었다.

 

 

 

 

이를테면 허갑돌(송재림 분)이 돈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단적인 예다. 허갑돌은 지하철에서 신갑순(김소은 분)과 함께 살 집을 얻을 보증금 500만원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 설정 자체에 공감을 표하기란 어렵다. 핸드폰 어플만 다운받아도 계좌 이체가 가능한 것이 요즘 세상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은행에 잠깐 들러 ATM기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그 편이 돈 거래 기록도 남고, 돈을 잃어 버릴 상황도 만들지 않는 훨씬 더 간편하고 좋은 방법임에도 굳이 현금을 들고 다니는 허갑돌 캐릭터는 마치 2016년을 살고 있지 않은 듯 하다

 

 

 

 

 

갑돌이는 이후 또 빌린 500만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이번엔 퍽치기다. 두 번이나 같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비판은 차치한다고 해도한 번 500만원을 잃어버리고도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운반하는 갑돌이의 지능에 의문을 제기 할 수밖에 없다

 

 

 

 

 

여주인공 갑순이를 대하는 방식 역시 지나치게 고루하다. 10년을 사귀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그 이전에 동거를 생각할 만큼 요새 청춘들은 순진하지 않다. 아무도 합격하지 못한 공시생에, 당장 누구도 책임질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에도 남자 친구와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는 갑순이는 도무지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은 캐릭터다. 설령 현실에 있다고 하여도 그런 캐릭터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굳이 그렇게 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간섭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겠지만, 문제는 그들이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결국 남자 주인공도 여자 주인공도 도무지 응원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린 스토리의 실책이다.  

 

 

 

 

 

동거 생활에도 게임으로 시간을 탕진하는 갑돌이의 모습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청춘의 치열함보다는 허갑돌의 황당함에 초점을 맞추며 공감보다는 자극을 택한 것이다.문제는 자극은 확실히 있지만, 그 인물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은 막지 못했다. 차라리 열심히 하지만 고배를 마시고 현실에 벽에 부딪히는 청춘으로 그렸다면 그들에게 동정이라도 할 수 있을 터인데, 이야기를 뜯어보면 결국 그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불행해 지고야 마는 캐릭터다. 열심히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캐릭터에게 시청자들은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 결혼했어요>출연으로 케미 커플이라는 찬사를 들은 그들은 이 드라마에서 만큼은 비호감 커플이 되어 버렸다.

 

 

 

 

 

<혼술남녀><우리 갑순이>보다 훨씬 더 경쾌하다. 고시원에서 살아가며 학원에 다니는 노량진 공시생의 삶을 그렸지만, 기범(키 분)이나 진공명(공명 분)의 캐릭터는 무조건 비굴하고 비참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진공명은 공무원을 하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캐릭터다. 그들은 후줄근하게 다니지도 않고, 패션에도 신경을 쓴다. 또한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고 친구의 관계,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을 나눈다. 편견처럼 자리잡힌 공시생의 답답하고 어두운 삶을 탈피하고 코믹한 터치로 그려내며 오히려 캐릭터에 집중해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박하나(박하선 분)는 노량진에 입성한 강사지만, 종합반도 맡기 힘든 열악한 스펙의 소유자다. 그가 학원에서 성장해 나가려는 고군분투는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을 동반한다. 열심히 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그의 삶은 극단적으로 그려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 때로는 비굴하고 비참하더라도 꿋꿋이 내일을 살아가려는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같은 공시생의 삶이지만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러나 현시대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와 그렇지 못한 드라마가 다루는 청춘의 현실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소재 자체 보다도 그 소재를 어떤 터치로 그려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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