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 박해진이 캐스팅 되었을 때, <치인트>의 원작 웹툰의 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박해진은 주인공 ‘유정’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자로 이미 원작 팬들의 일명 ‘가상 캐스팅’ 1순위에 꼽혔던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캐스팅에서 팬들은 볼맨소리를 내뱉었다. 홍설역의 김고은이나 백인호 역의 서강준 백인하 역의 이성경 모두 원작팬들의 기대와는 다른 캐스팅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배우의 이미지가 역할에 들어맞지 않는다면 논란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인트>의 초반부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가 일단 시작되자 드라마는 드라마의 장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치인트>를 망친 것은 캐스팅 보다는 후반부 스토리였다. 캐릭터가 붕괴되며 스토리가 무너졌고 드라마는 혹평에 직면했다. 반사전제작의 완성도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치인트>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 <치인트>가 영화로 다시 돌아온다. 원작의 막강한 인기를 바탕으로 콘텐츠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에는 원작자 순끼가 스토리 구성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영화화에 있어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캐스팅. 드라마로 유정역을 연기했던 박해진이 또 다시 유정역할을 선택했다. 드라마에서 유정의 캐릭터가 후반부로 갈수록 붕괴되었던 까닭에 다시 한 번 이 역할을 선택한 박해진의 선택이 주목받았다. 유정 역할에 박해진 말고 다른 대안을 섣불리 생각하기 힘든 상황에서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박해진 이후의 캐스팅은 더욱 놀라웠다. 줄줄이 영화 <치인트>에 출연을 확정지은 배우들이 원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듯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여주인공 홍설역으로 출연을 확정한 오연서는 원작 팬들의 가상 캐스팅 명단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배우다. 고양이같은 눈매와 긴머리등 이미지가 만화 주인공의 이미지와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백인호 역의 박기웅 역시 원작 가상캐스팅 명단에 자주 등장하던 배우였다. 뿐만 아니라 백인하역의 유인영 역시 팬들의 캐스팅 후보로 자주 거론되던 배우로 이미지로 따지자면 더 이상 적역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역할과의 이미지가 일치한다.

 

 

 

 


 

일명 ‘싱크로율’이라 부르는 원작의 이미지와 배우의 이미지의 일치율이 이정도로 완벽하게 들어맞는 캐스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가상 캐스팅은 팬들의 바람일 뿐, 캐스팅의 조건은 제작사나 방송사, 그리고 배우들의 스케줄이나 연출가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 팬들이 바라는 캐스팅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영화 <치인트>만큼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큼 싱크로율이 높다. 따라서 화제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드라마 <치인트>에서 확인했듯,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싱크로율이 아니다. 물론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캐스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의 기승전결을 잘 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는 보통 두 시간 정도의 길이에서 짧으면 세시간 사이로 진행이 된다. 원작 <치인트>는 지금 4부가 진행되고 있을 만큼 길이가 길다. 그 안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뺀다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영화에 담는 것만으로 버거울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화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 이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길면 세 시간 안에 캐릭터를 설명하고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이야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지점은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들 중에는 원작 팬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원작 팬들을 넘어서 원작에 생소한 새로운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 하는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잇다.

 

 

 


 

일단 영화 <치인트>는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캐스팅보드를 완성한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만화와 드라마가 다르듯, 영화도 완전히 다른 장르다. 만 원가량의 티켓을 사들고 극장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를 영화 내에서 발견하지 못한다면 영화는 쉽게 외면당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캐스팅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은 상승한 상황이다. 영화 <치인트>가 캐스팅 이상의 완성도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비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과연 드라마 뿐 아니라 원작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캐스팅만으로는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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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이하<태후>)는 사실상 판타지에 근거해 만들어 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느 군인도 전시 상황에 직접적으로 파병되지 않는다. 봉사나 의료등 원조 활동은 할 수 있어도 사람이 살고 죽는 상황에 투입되는 병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태후>의 배경이 된 우르크의 실질적 모델인 이라크에 한국군이 파병되기는 했으나 의료와 복구활동을 지원한 것이었다. 군 안에서 군인이 죽고 사는 문제는 전시상황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유시진(송중기 분)처럼 미국과 연합해 작전을 수행한다 해도 그들과 함께 전투 병력에 투입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국군과 미국군은 지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었던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 분)과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설정은 판타지에 가깝다.

 

 

 

 

대위를 헬기로 직접 데려온다거나 목숨을 담보하는 비밀공작원 같은 일을 군인에게 수행하게 한다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한국군의 상황이 과장되어 있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이상의 판트지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여심을 흔들어야 하고, 보통의 평범한 군인으로는 그 과정이 녹록치 않다. 다소 판타지에 근거해 있더라도 애국심을 기반으로 하여 나라를 위한 위험 인무에 투입되는 군인이라는 설정을 만들어 낸 것은 확실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르크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여 다소 황당무계한 군인의 설정 자체를 설득력 있게 만들려고 한 흔적도 엿보인다. 일단 상황 자체가 판타지이기 때문에 군인 이라는 직업도 사실상 작가의 재창조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가 전체적인 완성도 역시 높은 드라마냐 하는 문제에는 쉽사리 그렇다는 대답을 내리기 힘들다. 총알을 수차례 맞고 피범벅이 되어 심정지까지 온 환자가 몇 번의 심폐소생술로 눈을 뜬 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돌아다니는 모습은 판타지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리얼리티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리얼리티는 꼭 현실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정한 바운더리나 설정자체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드라마의 개연성이고 리얼리티다. 예를들어 외계인이나 초능력자 혹은 불사신이라는 설정이면 심정지 후 바로 살아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유시진은 현실에 없는 군인 캐릭터기는 하지만 그저 인간일 뿐이다. 그 인간은 심정지 후, 아무렇지도 않게 작전을 수행할 만큼 강하지 않다. 의료 지식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의료진이 아닌 일반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상황 설정은 명백한 '드라마의 리얼리티' 위반이다.현실에 없는 우르크라는 지역, 그리고 현실에 없는 군인 캐릭터등은 작가의 상상력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의료진의 자문마저 제대로 구하지 않는 어설픈 설정은 명백한 연출과 대본의 오류라 할만하다.

 

 

 

 

더 아쉬운 것은 <태후>가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척박하기로 유명하다. 밤샘 촬영은 물론, 생방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촬영기간 등은 언제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명 '쪽대본'이 난무하게 된다. 쪽대본은 작가가 대본을 미리 완성하지 못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쪽지 형식으로 그때 상황에 맞춰 전달되는 급조한 대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급조한 대본은 작가의 필력이나 상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나아가 드라마의 질적 저해를 가져오는 없어져야 할 악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쪽대본이 존재할리 없던 '사전제작 드라마'에서 이런 쪽대본 스러운 막장 설정이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다. 충분히 사유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전개과정이 어설펐다는 것은 문제 자체가 사전제작에 있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설정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의 전반적인 구성이었다. <태후>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사실상 없다. 우르크에서 재난이 일어나고 문제가 생기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휴머니즘이나 전쟁에 대한 상처를 보듬는 드라마는 아니다. 13회에 이르러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갑자기 이야기 전개는 북한군과의 스토리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일어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전개가 펼쳐진다. 이해하기 힘든 전개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힘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이 너무 중구난방이다 보니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실상 모든 사건은 유시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미 그 둘은 사랑을 시작했고 문제는 그들이 사귀고 난 후다. 드라마에서 이미 이루어진 커플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밀고 당기기를 하는 동안에는 유지될 수 있는 남녀사이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극적인 상황자체가 필요하다. 그것이 서울한복판의 총격전이고 유시진의 총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처리하면서 드라마의 후반부가 어그러지고 있다.

 

 

 

 

그동안 김은숙작가는 스타작가로 군림해 오면서도 마지막이 아쉬운 작가 중 하나기도 했다.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 , 높은 인기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조차 마지막의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그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사전제작인 <태양의 후예>조차 이런 평가를 듣는다는 것은 드라마 제작 환경 탓이 아닌 역량의 문제다.

 

 

 

 

 

이런 아쉬움은 <태양의 후예>뿐 아니라 <치즈인더트랩>(이하<치인트>)에서도 나타났다. 초반의 재미를 깡그리 앗아간 후반부의 전개는 여타 막장드라마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만큼 시청자들의 야유를 받았다. 기승전결이라는 드라마의 기본적인 구성을 무시한 채, 이야기의 중심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문제점은 도저히 사전제작이라고 보기 힘든 엄청난 오류였다.

 

 

 

 

 

쪽대본으로도 퀄리티가 낮아지고 사전제작으로도 퀄리티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드라마가 가야 할 방향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중국자본의 힘을 빌어 <함부로 애틋하게><사임당,허스토리><보보경심:><화랑 더 비기닝>등 사전제작 드라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사전제작의 퀄리티를 담보할 수 있을까. 물론 <시그널>처럼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킨 드라마들도 있다. 사전제작은 분명 한국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전제작 안에서 그만큼의 꼼꼼한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않는다면 끝으로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님을, 몇몇의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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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치인트>)>가 종영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유효하다. 원작을 충실히 따라갔던 초반부에서는 호평을 들었으나 삼각관계가 부각된 후반부에서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실종된 남자 주인공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선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개연성이 무너져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

 

 

 

웹툰은 어느 순간 킬러 콘텐츠가 되었다. 드라마 콘텐츠의 부족을 메우는 가장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웹툰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기 때문에 홍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완성도 있는 내용 역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웹툰과 드라마의 내레티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웹툰 업계에서는 최강자로 불리우는 강풀의 만화 대부분은 가장 활발하게 영상화가 진행된 콘텐츠 이지만, 유독 영상화가 된 이후의 흥행력은 약했다. 만화가 가진 긴장감이나 과장등이 영상으로 전개될 경우,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풀은 웹툰의 강점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이용하는 작가다. 만화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간 판타지는 영상화로 옮기는 과정이 그만큼 까다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웹툰을 기반으로 한 성공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웹툰의 분위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치인트>만 보더라도 웹툰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제대로 포착해 낸 초반의 내용전개에 있어서는 호평을 들었다.

 

 

드라마 대표적 성공작인 <미생>역시 만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기 때문에 명작이 될 수 있었다. 회사와 사회생활에 대한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그 안에 있는 인간미를 포기하지 않은 덕택에 <미생>이 전해주는 감동은 배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호평을 이끌어낸 이유는 연출력에 있었다. <치인트><미생>모두 초반에는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논란은 연기자들의 연기와 감독의 세심한 디렉팅으로 인해 완전히 와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치인트>는 그 감독의 판단미스로 성공적인 결말까지 끌고 가는데 실패했다. 출연진들의 분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원작자, 작가, 출연진들과의 소통부재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원작자의 불만 표출, 대본과 방송내용과의 차이점, 출연진조차 알지 못하는 결말 등이 복합적으로 대두되며 이윤정 PD의 독단적인 행보가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흔히들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웹툰처럼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는 PD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원작의 흥행성과 콘텐츠를 염두해 둔 탓에 작가는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어지고 굳이 유명한 작가를 섭외할 필요성 역시 없다. 그렇기 때문에 PD의 연출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PD는 원작의 느낌을 어떻게 화면에서 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작가들에게 실제로 회사생활 시킴으로써 현실감을 더 부여해 내라는 요구를 했고, 만화가 윤태호가 했듯이 직접 무역회사나 바둑인들을 찾아 인터뷰를 했다. 그저 웹툰의 내용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고자 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더욱 생동감있고 진실성이 생길 수 있었다. 단순히 원작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성을 이해한데 대한 결과물이었다.

 

 

 

<치인트>는 이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원작의 팬들이 어느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두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자 방향성을 잃고 중구난방이 된 것이다. 결국 백인호(서강준 분)의 캐릭터가 주인공보다 부각되면서 연출자의 지나친 편애처럼 비춰진 것은, 사심방송이라는 비난을 몰고오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

 

 

 

원작도 중요하지만 그 원작을 어떻게 해석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퇴근 흥행한 <내부자들>은 영화로서는 드물게 웹툰 원작으로서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내부자들>19세 핸디캡을 달고도 성공적인 성적으로 대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탄탄한 원작의 힘도 있었지만 영화만의 결말을 만들어 내고 뛰어난 연출력으로 기승전결을 만들어낸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이 없었다면 이런 성적은 불가능했다.

 

 

 

어떤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누가 출연하느냐 역시 아주 중요한 흥행요소가 될 수 있지만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은 웰메이드 콘텐츠다. 웹툰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영상의 파급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에따른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연출력이 웹툰의 영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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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배드엔딩이나 열린결말도 해피엔딩일 수 있다. 그 결말이 그 작품에 꼭 필요한 형태로 그려졌다면 대중은 언제든지 박수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만족하고 기분 좋게 받아들인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 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관객이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대중예술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끝 차이로 명작과 망작이 나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즈인더트랩(이하<치인트>)>가 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목에서 삐걱대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원작자 심지어 주연배우까지 이 작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초반 호응을 얻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제 <치인트>는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아무리 이 2회가 공들여 만들어졌다 해도 지금까지 받아온 실망감이 채워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심지어 <치인트>의 원작자인 순끼는 웹툰의 결말을 공유하며 결말을 다르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드라마 제작팀이 그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글을 남겼다. 결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가 웹툰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드라마 <치인트>는 웹툰의 엑기스를 뽑아 만든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서브를 맡은 백인호(서강준 분)의 분량이 이유없이 지나치게 늘어나며 주연인 유정(박해진 분)의 분량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아예 까메오 수준으로 줄어든 분량에 유정의 캐릭터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었고 무대는 백인호와 홍설(김고은 분)의 관계로 중심이 옮겨갔다.

 

 


 

유정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그의 상황에 동조하게 만들어진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백인호 주인공 만들기에 치중했다. 결국 결말로 다가갈수록 연출의 심각한 결함은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가지 않고 원작을 훼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는 주연배우 박해진과 이윤정 PD의 불화설로까지 번지며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남은 2회다. 그러나 과연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진행시켜온 억지 로맨스와 이해 할 수 없는 분량의 배치, 그리고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뒤집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해피엔딩’이 되더라도 그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제작진의 심각한 실책이고 능력부족이다.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결말도 아름다울 수 없다. <응답하라 1988(이하<응팔>)>역시 마지막으로 갈수록 지지부진한 남편찾기와 다소 뜬금없는 전개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그나마 <응팔>은 가족애라는 따듯함이 있었기에 다른 드라마들 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드라마는 <치인트>나 <응팔>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는 갑자기 타이틀롤인 임산옥(고두심 분)이 암이 걸리는 강수를 택했지만, 그동안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자녀들의 캐릭터를 수습하는데는 실패했다. 따듯하고 청량한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중간 중간 막장으로 치닫는 내용 덕택에 주인공의 죽음은 감동적이기 보다는 억지스러웠다. 자녀들이 뉘우치고 회개하는 모습마저 별 감흥이 없었다면 그 드라마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드라마는 호평을 받았던 <가족끼리 왜이래>를 교묘히 따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 모든 것이 그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 설득력이 업었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없기로는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을 따라갈 드라마는 없다. 시청자들은 이미 <금사월>을 어느정도 막장이라는 전제하에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제가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사월(백진희 분)과 강찬빈(윤현빈 분)의 캐릭터 붕괴다. 그들은 중심 로맨스를 책임지고 있지만 오히려 악역보다 더 비호감으로 전락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신득예(전인화 분)의 복수에 동정하지 않는 금사월은 도무지 착한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답답하여 차라리 악녀처럼 묘사가 되고 강찬빈역시 아버지 강만후(손창민 분)의 모든 악행을 알고도 덮는 다소 파렴치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작가는 금사월이 한 모든 행동이 사실은 연기였으며 신득예를 돕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처럼 스토리를 전환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신득예를 향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질고 독한 말을 쏟아낸 것은 물론, 강찬빈과 신접살림까지 차리고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까지 방영된 마당에 갑작스런 이런 변화는 어이없을 정도로 개연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사월>역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피엔딩’을 맞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마지막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웃으며 끝난다 해서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다.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갈 때만이 시청자들의 환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각종 잡음과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저하될 수준의 내용전개를 보인 후, 갑작스런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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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는 tvn 월화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웹툰 영상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확실히 드라마 <치인트>는 캐릭터를 만드는데는 성공했다.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유정역의 박해진을 비롯하여 원작과는 다르지만 드라마에서 새로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홍설역의 김고은과 백인호역의 서강준까지 가세하며 웹툰 팬들은 물론, 드라마를 처음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모으는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분명 드라마 <치인트>는 성공작이다. 그러나 드라마 <치인트>는 원작에 비해 불친절하다. 원작의 길이를 감당할 수 없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꼭 해야할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분명 실책처럼 보인다. 원작에는 있고 드라마에는 없는 <치인트>의 이야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치인트>는 기본적으로 원작의 골격을 따른다. 원작을 기반으로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원작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며 어떻게든 원작 팬들을 끌어안고 가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분위기까지 복제하는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들의 행동의 동기다. 웹툰 <치인트>는 ‘로맨스릴러’라고 불리며 달콤하지만 어딘지모르게 석연치 않은 남자 주인공 유정의 행동을 묘사하는데 주력했다.

 

 

 드라마는 길이와 분량의 문제로 이런 부분을 대거 생략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정의 행동은 웹툰에서보다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조작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다소 섬뜩한 유정의 행동은 웹툰에서는 단점이자 매력으로 표현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다소 감정선이 약하기 때문에 악역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친구의 손을 박살내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유정의 행동은 이해는 가지만 조금 지나쳐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유정이 아니라 백인호에 있다. 원작에서 백인호의 행동의 동기는 유정에 대한 복수심이다. 처음 홍설을 만나는 계기 역시 유정을 미행하다 옆에 있는 홍설의 존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기 때문. 그러나 드라마는 서브 남자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힘을 쏟았다. 홍설과 만나는 장면 역시 우연한 계기인데다가 웹툰에서 유정이 했던 행동들, 가령 반찬고를 붙여준다거나 하는 행동들을 백인호에게 하게 함으로써 홍설에 대한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웹툰에서는 다소 제멋대로지만 속정이 깊은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을 향한 순애보를 펼치는 캐릭터가 되면서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더욱 증가했지만 문제는 이 캐릭터 때문에 발생하는 전체적인 스토리의 구조적인 문제다.

 

 

 

분량이 커진 백인호 캐릭터 때문에 일단 홍설 캐릭터가 무너졌다. 원작에서 홍설은 백인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선을 지키면서도 그와의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똑부러진 모습을 보이지만 드라마 속에서 홍설은 백인호에게도 여지를 주고 관심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짙다. 유정과 사귀고 있으면서도 자칫 ‘어장관리’를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쉬운 부분이다. 백인호에게 신경쓰는 사이 갈팡질팡하는 여자 주인공의 매력은 원작보다 떨어지고 말았다.

 

 

 

또한 드라마가 원작과는 다르게 삼각관계에 지나치게 편중되었다는 지적역시 피해갈 수 없다. 원작은 유정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과거사와 현재 행동의 관계, 그리고 홍설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이는 심경의 변화에 집중하며 미스테리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줄다리기가 포인트다. 그러나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마음에 미스테리함을 남기기 보다는 그들이 삼각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유정의 과거역시 드라마에서는 백인호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자료로만 사용된다. 그러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뻔한 스토리가 펼쳐진 감이 없지 않다.

 

 

 

분량조절은 웹툰과 드라마의 특성상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 모양새다. 덫 속의 치즈라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유혹은 누가 봐도 유정을 표현한 단어다. 그러나 그 유정보다 더 달콤한 백인호 때문에 웹툰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데는 실패하고 만 것이다.

 

 

 

분량을 조절해야 했다면 오영곤(지윤호 분)과 홍설의 갈등관계를 더 빠르게 해결시키는 편이 옳았다. 둘의 갈등 관계가 결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이어지면서 보기에 다소 지치는 경향이 짙었다. 주인공 유정이 무엇보다도 키 포인트였던 드라마에서 그 키포인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 사전제작으로 일찌감치 촬영을 끝마쳤지만 원작과 비교했을 때, 손색없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남은 4회동안 <치인트>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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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드라마 제작발표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었다. 원작팬들의 지나친 간섭은 <치인트>와 시어머니를 조합한 단어인 치어머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였으니 그 관심이 어느정도였는지 알만하다.

 

 

 

다행이도 주인공 유정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끊임없이 거론되었던 박해진의 ok사인이 쉽게 떨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캐스팅에 있었다. 일단 여주인공 홍설역에 김고은의 출연이 확정되자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뒤이어 캐스팅 된 서강준, 남주혁, 이성경, 박민지 역시 치어머니들의 기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마디로 캐스팅 당시 박해진을 제외하고는 <치인트>에 쏟아지는 불만은 상당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시작하자 웹툰과 드라마는 엄연히 다른 장르라는 것이 밝혀졌다. 웹툰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박해진은 원작팬과 드라마팬 모두를 만족시키며 엄청난 연기 내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내 딸 서영이><별에서 온 그대>등에서 착하고 지고지순한 역할을 연기했던 내공과 <나쁜 녀석들>등에서 사이코 패스 역할을 맡았던 내공이 합쳐져 여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남을 조종하여 사람들의 여론을 만들거나 이간질 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데 능숙한 신개념 캐릭터인 유정에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치인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방식은 이런 원작과의 일치성이 아니다. 물론 원작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전개되기는 하지만 원작에서 상당한 회차 이후 사귀게 되는 유정과 홍설 커플은 드라마 삼 회 만에 고백을 하는 형태로 그려졌다. 드라마의 호흡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키기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치인트>는 스토리 자체보다 캐릭터의 힘으로 인기를 얻은 웹툰이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설득력있게 자신이 맡은 바를 표현하지 못했다면 이야기의 구성 자체가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가장 논란이 거셌던 홍설 역할의 김고은은 이런 우려를 피해가며 한숨을 돌렸다. 원작의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평범하면서 귀여운 홍설의 이미지를 재창조해냈다. 김고은이 생각보다 호연을 보여주자 논란은 사라졌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주인공 홍설이 아니다. 유정을 비롯해 백인(서강준 분), 은택(남주혁 분)등 꽃미남 배우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윤정 PD는 히트작 <커피프린스 1호점>등에서 보여주었듯, 여심을 잡는 연출을 무기로 하는 PD. 일단 평범한 여자 캐릭터들 사이에 꽃미남들을 채워넣어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치인트>에서도 화려한 남성 캐릭터의 외모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수수한 편이다. 원작과 100% 일치한다는 평을 듣는 박해진은 물론 잘 된 캐스팅이 아니라는 평을 들었던 서강준이나 남주혁 모두 여심을 설레게 할 만큼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들은 뛰어난 비주얼을 무기로 여심을 설레게 할 만한 로맨스의 중심에 서며 일종의 판타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판타지는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원작과의 싱크로율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원작을 충분히 이용하면서도 원작과 다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치인트>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었다.

 

 

 

<치인트>의 이런 성공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웹툰과 드라마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장르라는 것이다. 웹툰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시킬 수 있는 연기자를 캐스팅 하여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그리하여 <치인트>는 논란들을 의미없게 만들며 오히려 그 논란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유리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표현력이 웹툰과는 달라도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캐스팅이 아무리 잘 되어도 실패할 수 있고 미스 캐스팅논란이 일어도 성공할 수 있다. 결국 뚜껑은 열어보아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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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는 방영전부터 캐스팅과 제작과정이 일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영전 캐스팅 상황이나 대강의 내용 정도만 알려지는 타 드라마와는 달리, 이 드라마는 캐스팅의 설왕설래부터 시작하여, 미팅 현장, 대본 연습, 첫 촬영 날짜까지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화제성이 가능한 이유는 이 드라마가 동명의 인기 원작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연재되면서 한 포털 사이트의 대표 만화가 된 탓에 <치인트>의 드라마 제작 소식은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 제작 결정과 동시에 만화 댓글에는 웹툰 자체보다 누가 캐스팅이 되어야 한다는 댓글이 주르륵 달릴 정도였으니, <치인트>드라마 제작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만한일이다.

 

 

 

박해진은 완벽한 남자이지만 이면에 어두운 성격을 감추고있는 남자 주인공 유정역으로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그가 출연을 결정하자 팬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문제는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등이 줄줄이 캐스팅이 되는 과정에서 팬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드라마 제작 전부터 캐스팅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 탓에, <치인트>시어머니를 합친 단어인 치어머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치인트> 드라마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모양새가 마치 시어머니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웃지못할 별명이었다.

 

 

 

그러나 사실 만화가 원작이 되는 드라마의 성공여부는 캐스팅에 있지 않다. 일례로 <노다메 칸타빌레(이하 <노다메>)>의 한국판인 <내일도 칸타빌레>의 실패를 보면 캐스팅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다메>는 일본 만화는 물론,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성공한 후, 한국의 팬덤까지 거느릴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했다. 그렇기에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잡음이 일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네티즌들의 입김이 엄청났고, 결국 가장 지지도가 높았던 심은경이 주인공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판은 일본판을 어설프게 따라가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오케스트라 악기를 다루는 연기자들의 폼이 어색했던 것은 물론, 여자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더군다나 11부로 완결이 되었던 일본판 드라마의 과정을 16부로 늘리는 과정에서 드라마 내용이 오히려 늘어지고 평범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패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본의 감성을 한국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연출과 대본의 탓이 가장 크다. 일본식 유머나 과장이 강한 만화의 특성을 그대로 녹여내 일본의 정서를 표현한 <노다메>와는 달리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의 감성을 어설프게 따라하려다 오히려 어색하고 낯뜨거운 장면들을 양산해 냈다. 이를테면 선배대신 오라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여주인공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더군다나 이미 <노다메>는 익숙한 콘텐츠였다. <베토벤 바이러스>같은 오케스트라를 소재로한 드라마가 이미 한국에도 존재했으며, 볼만한 사람들은 이미 <노다메>를 모두 시청한 후였다. 새로울 것 없는 소재는 시청자들에게 식상하게 다가왔다.

 

 

 

최근 방영중인 <밤을 걷는 선비>역시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흡혈귀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방영전부터 기대가 된 드라마다. 이준기는 독특한 설정을 100%이해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문제는 드라마의 구조다.

 

 

 

만화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있는 이 드라마는, 원작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를 보이지 못한다. 오히려 세계관은 협소해졌고, 사건들은 평이해졌다. 그렇기에 만화가 주었던 신비롭고 음습한 기운을 이 드라마는 완벽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내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분위기까지 가져오지 못한 실책이었다.

 

 

 

물론 만화와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는 다르다. 그 구조가 다르기에 만화를 그대로 드라마의 기승전결에 구겨 넣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작이 가진 감성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면서 어설프게 원작의 설정만 빌려오는 경우다.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원작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하며, 그렇다고 원작과는 또다른 매력을 창조해 내지도 못한다. 실패는 필연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 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드라마도 있다. 바로 지난해 최고의 콘텐츠였던 <미생>이 그 예다.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 느낌을 그대로 TV속에 담아냈다. 시청자들은 원작에서 느꼈던 공감대를 브라운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미생>이 제작될 당시에도 캐스팅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미생>이 보여준 완성도는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고, 결국 케이블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그 해 가장 훌륭한 드라마를 꼽을 때 항상 이름을 올렸음은 물론이다.

 

 

 

<치인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실 원작을 보면, 웹툰으로서의 몰입도는 충분하지만 드라마로서의 사건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출과 대본, 그리고 연기의 삼박자가 맞을 때, 웰메이드 드라마는 탄생한다. 방영전부터 과도한 언론에의 노출과 논란은 오히려 독이될 수도 있다. 뚜껑을 열었을 때, 그만큼 실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노다메 칸타빌레>의 경우에서 확인했다. 진정한 승부는 드라마가 방영 전에 얼마나 화제가 되었느냐가 아니라, 첫회가 방송되는 그 시점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치인트>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작에 단순히 기대가는 것이 아닌, 원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브라운관에 옮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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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readcorps.tistory.com BlogIcon -_________-0 2015.09.05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 공장인 tvN에서 만드는거라 기대반 걱정반이네요.ㅋㅋ 되도록 잘 뽑아줬으면 한다는..ㅎㅎㅎ^^

    다음에 또 들릴께요..^^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러브라인’이다.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들은 공중파에 입성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뒤흔드는 커플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러브라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비중이 기존의 드라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드라마들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드라마 속의 러브라인들은 다소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이른바 ‘남남 커플’이 채우고 있다.

 

 

 

현재 동시간대 1위로 방영중인 <피노키오>에서 기재명 역을 맡은 윤균상은 드라마 중반까지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예였다. 그것은 그의 연기력이나 외모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탓도 있지만 드라마 스토리 전개상 안타까운 형제의 비극이 두드러진 영향이 크다.

 

 

 

 

 

 

기재명과 기하명(이종석 분), 두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드라마 전반적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을뿐더러 감옥에 가는 형의 손을 부여 잡고 흘린 눈물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형제들의 브로맨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기하명과 최인하(박신혜 분)의 러브라인보다 기재명과 기하명의 이야기가 훨씬 기대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기재명이감옥에 갇혀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3년 전 사건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강력한 시청 포인트가 될 것이다.

 

 

 

OCN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나쁜 녀석들>은 선이 굵고 남성적인 스타일의 드라마로 러브라인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의 성공 배경에는 그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네 남자의 조합이 있었다. 오구탁(김상중 분)-박웅철(마동석 분)-이정문(박해진 분)-정태수(조동혁 분)가 한 팀이 되어 이루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여타 러브라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긴박감과 박진감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유일한 주요 여자 배역이었던 유미영(강예원)의 존재감은 남성 출연진들에 비해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러브라인 없이 남성들 간의 조합과 관계설정으로도 그들이 가진 시너지효과가 폭발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바로 얼마전 종영한 하반기 최고의 콘텐츠 <미생> 역시 로맨스의 비중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상식(이성민 분)과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의그림은 웬만한 로맨스를 뛰어넘는 화학작용을 발휘해 낸다. 처음에는 마땅치 않게 생각했던 낙하산 장그래를 인정하고 그를 감싸며 오상식이 장그래를 ‘우리 애’라고 부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해주었다.

 

 

 

 

 

<미생>은 전반적으로 남자와 남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생>이 배경으로 삼은 원 인터네셔널은 종합무역상사로서 남성의 위계질서가 강력한 회사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나 워킹맘 선지영(신은정 분)등 여자 출연진들의 스토리 역시 남성적인 한국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여자 직원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다루는데 더 비중을 둔다.

 

 

 

그렇기에 갈등도 남자와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 분)와 장그래역시 초반에는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를 통해 콧등을 짠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신입사원 한석율(변요한 분)이나 장백기 역시 남자 상사와 다양한 형태로 겪는 갈등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이처럼 남자와 남자 사이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미생>은 사회를 이야기 하고 시청자들의 가슴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수작으로 남았다. <미생>은 러브라인이 없으면 방송이 불가하다는 공중파의 견해에 따라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케이블로 옮겨 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원작의 공감대를 최대한 살린 것이 바로 <미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러브라인은 필수가 아니다. 러브스토리 역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엄청난 성공 뒤에는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강력한 스토리의 힘이 있다. 그 안에서라면 굳이 러브라인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의 조합, 여자와 여자의 조합이라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현대의 드라마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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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이후 호쾌하게 시청률이 좋은 미니시리즈가 전멸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방영되는 월화, 수목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도 10% 안팎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침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월화드라마 1위를 기록중인 <닥터 이방인>과 수목드라마 1위인 <너희들은 포위됐다>모두 10%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별그대>의 반토막도 안되는 시청률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 반등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닥터 이방인>은 이종석과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박해진을 내세워 2회만에 12%를 넘기며 호쾌한 출발을 알렸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는 더욱 상황이 좋았다. 이승기, 차승원등의 톱스타는 물론 <응답하라 1994>로 화제성을 끌어모은 고아라까지 등장시키며 2회만에 시청률 14%를 넘기며 대박 드라마의 조짐을 알렸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두 드라마 모두 초반보다 시청률이 떨어지며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그것은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스토리와 연출을 감행한 제작진의 탓이 크다. 방영 전부터 높았던 관심에 기반하여 기본만 해도 기본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사실상 초반의 어수선함이 문제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어수선은 고아라의 극중 이름이다).

 

 

초반 <너포위>는 은대구(이승기)의 과거 트라우마와 서판석(차승원)과 얽힌 관계, 그리고 형사로서의 성장 과정에 포인트를 맞췄다. 그러나 문제는 주인공의 과거는 그다지 몰입도가 높지 않았고 형사로서 해결해야 하는 사건들은 긴장감이나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종영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에서야 드라마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며 궤도를 찾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 은대구의 과거 비밀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은대구와 어수선(고아라)의 러브라인이 부각되면서 기본적인 재미는 제공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던 시청층까지 빨아들일 정도의 재미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뛰어난 작품성으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이는 주인공의 사연에 몰입이 되도록 만들지 못한 탓이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서 중심에 서있는 은대구의 과거와 트라우마가 그다지 엄청나게 궁금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한 것이다. 드림 캐스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 드라마였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된 꼴이다.

 

 

 

닥터 이방인도 마찬가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스타덤에 오른 이종석을 전면에 내세웠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의학 드라마를 내세웠지만, 드라마의 긴장감은 딱 4회까지만 유지되었다. 이종석이 시종일관 외치던 과업은 허술한 얼개로 흥미도를 떨어뜨렸고 그나마 볼만하던 수술장면들은 겉절이로 전락하며 오히려 드라마 전반의 짐이되고 말았다.

 

 

의사로서 성장도, 탈북자로서의 고뇌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눈길을 돌렸다. 이쯤되면 시청률 1위라는 직함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개연성은 아니다. 개연성을 다소 무시하더라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런 재미가 부족하다면 드라마의 개연성과 완성도에 더욱 흠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재미는 물론 작품성도 잡지 못한 시청률 1위 드라마들은 톱스타의 이름값을 못하며 종영할 전망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연출가와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하더라도 플롯이 흥미롭지 못하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다. 결국 힘겹게 시청률 1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시청률 1위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과연 이승기와 차승원이 없는 <너포위>와 이종석이 없는 <닥터 이방인>이 이정도의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드라마가 작가의 작품이 되지 못하고 배우의 작품이 되어 버린 까닭에 드라마는 점차 흥미도를 잃어버렸다. 드라마의 소재와 배우 모두 좋았기에 이 두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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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 시청률 왕좌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던 <기황후>가 끝나고 드디어 새로운 드라마의 라인업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주부터 방영을 시작한 KBS<빅맨>과 이번 주에 첫 방영을 시작하는 <닥터 이방인>과 <트라이앵글>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과연 이 세 드라마 중 어느 드라마가 월화 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빅맨> ...시청률 싸움에서는 가장 불리해

 

 

 

 

KBS<빅맨>은 아쉽게도 세 드라마 중 가장 불리한 위치에 서있다. 첫째로 첫 방송이 <기황후>와 맞붙어 이미 높은 시청률로 출발하지 못한 점은 타격이 크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 심장을 꺼내가려는 대기업 총수 부부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강지환)에게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포인트다. 그래서 사실상 대기업 총수 부부인 강동석(엄효섭)과 최윤영(차화연)이 얼마나 악독하고 소름끼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자신들의 아이를 위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짓은 물론 파렴치한 짓이지만 그들에게 들이대는 칼날이 그다지 통쾌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을 하려면 주인공의 상황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시청률에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단순한 악의 무리가 아니라 그 배경에 놓인 설정들을 하나 하나 이해하고 있어야 주인공에게 동감을 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는 중간 유입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안타깝지만 시청률 싸움에서 <빅맨>은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닥터 이방인>... 배우의 호감도 높은 의학 드라마

 

 

 

 

반면에 <닥터 이방인>은 여러 요소에서 장점을 발견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의학 드라마는 점이다. 한국에서 의학드라마는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있다. <닥터 이방인>은 북한 출신 천재 의사라는 흥미가 당기는 설정을 통해 그 긴장감을 더 높일 수 있는 기저를 마련했다. 진부함과 신선함을 어떻게 잘 조화해 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인공을 맡은 이종석이라는 배우의 호감도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까닭에 아직까지 그에 대한 호감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여세를 몰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의 캐스팅이 다소 약한 점, 그동안 의학드라마가 수도 없이 반복되며 보였던 패턴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다만 첫 방송의 호감도만은 세 드라마 중 가장 높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 이 호감도의 흐름을 탄다면 무난히 월화드라마에서 우위를 점한 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라이앵글>...식상함 극복이 관건!

 

 

 

 

<허준><올인>등, 히트작을 많이 낸 작가인 최완규 작가의 신작인 <트라이앵글>은 다른 환경에 처한 세 형제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최완규 작가는 남성적이고 선 굵은 스토리와 소재로 여러 차례 드라마를 성공시킨 전력이 있다.게다가 <기황후>의 후광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최완규 작가는 작가 특유의 패턴을 발전시키지 못하며 다소 흥행에 부진한 전력이 있다.

 

<트라이앵글> 역시 그동안 작가가 반복해온 조폭과 카지노, 형사등의 작가가 반복해 온 소재를 한데 몰아넣은 느낌이 강해 독특함보다는 식상함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또한 임시완 김재중등 아이돌 배우 중심의 캐릭터들은 화제성은 있을지언정 대중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임시완은 아이돌임에도 연기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아직까지 그 중심의 스토리를 이끌어 간 경험이 없고 김재중 역시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의 성적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배우의 호감도가 그다지 높은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완규작가의 저력은 기대해 볼만 하고 배우들의 열연이 담보되기만 한다면 이 드라마의 성공 역시 충분히 가시권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작가의 자기 패턴 복제의 극복과 신선함, 그리고 연기자들의 매력이 얼마나 드라마 안에서 잘 표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점을 극복한다면 <트라이앵글>역시 충분히 승산이 있다.

 

 

 

월화드라마의 새로운 경쟁이 오늘 시작될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각각의 취향에 맞춰서 채널을 고정할 것이다. 과연 어떤 드라마가 승리의 미소를 짓게 될지, 제작진은 식은 땀을 흘리겠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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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버리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서영이(이보영)에게 대놓고 돌을 던질 수 없었던 이유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힌 고통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무게로 다가올 때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서영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도박판을 전전했으며 허황된 꿈만 늘어놓으며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에 서영이 그에게 책임을 물은 것 또한 결코 부당하지 않은 설정이었다. 학교마저 포기해야 했던 서영의 입장에서 그의 아버지는 차라리 없었으면 더 좋았을 존재에 불과했다. 그 정도라면 서영이가 가족을 포기하는 과정이 그다지 황당무계한 것만은 아니었다. 패륜, 반인륜 같은 극단적인 단어들로 서영의 행동을 몰아세우는 여론이 오히려 지나치다 싶었을 만큼 서영이의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시작하고 삼개월여가 지난 지금 <내 딸 서영이>는 지금 높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드라마의 갈등구조의 구성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 갈등이 높을수록 시청률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촘촘하게 연결하지 못하고 얼기설기 짜인 틈을 노출하며 막장에 가까운 코드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찬란한 유산>과 <49일>등을 집필한 작가의 작품이라 보기 힘들 정도다.

 

<내 딸 서영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갈등의 기둥이 되는 메인스토리에 있다. <내 딸 서영이>는 여러 개개인들의 일상생활이나 관계의 부딪침에서 갈등이 파생되는 여타 가족극과는 달리 서영이가 재벌 2세와 결혼을 하면서 숨긴 과거가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내적 갈등이 드라마의 중추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 갈등을 위해 <내 딸 서영이>에서 우재(이상윤)는 처음부터 서영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서영과의 결혼이 빨리 진척되어야 서영이의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는 곧 재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영과 우재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들에 비해 서로가 연결되기 까지 밀당이나 위기가 현저히 적었다. 그 때문에 서로의 관계가 진전되는 설렘이나 긴장감을 담보하지 못했고 결국 이 드라마가 택한 갈등의 구축점이 바로 서영이의 비밀로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마저 서영이의 이 비밀 때문에 파생된다.

 

 

서영의 아버지인 삼재(천호진)는 서영의 선택을 존중하며 우재에게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날까 노심초사한다. 서영의 동생 상우(박해진)는 서영의 시동생인 미경(박정아)과 사랑에 빠지지만 누나의 비밀로 인해 그 사랑을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그리고 우재는 벌써 몇 주 째 서영의 비밀을 알아채고 서영과 냉전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의 설득력이 과연 치밀하게 계산되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서영은 판사를 할 정도로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자신에게 헌신적이던 남편의 변화가 자신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나에게 할 말이 없냐”는 물음에도 "이서영에게 실망했다”는 직설화법에도 자신의 가장 큰 딜레마인 가족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사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서영은 너무도 상처받은 얼굴로,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우재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더라도 지나치다.

 

물론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은 픽션보다 기이하다 했던가. 현실 역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안에서는 납득할만한 인물이 있고 감정이 있고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 구조는 마치 추리소설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변명은 서영이의 행동에 통하는 논리가 아니다. 서영이의 성격과 감정, 행동이 모두 불일치하고 있는 가운데 TV앞에 모인 이들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캐릭터의 행동은 이유가 있다. 서영이의 비밀이 탄로가 나고 그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 이 드라마가 지켜 온 갈등의 근간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결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갈등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등장인물들 전원이 하나의 사건에 절절히 매달린 결과다. 이것은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다.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만들 여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서영이 거짓말은 이 드라마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그 비밀이 해결되면 결국 해피엔딩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벌써 몇 주 째 서영이가 비밀을 고백할까 안할까 하는 동어반복의 스토리가 되고 있다. 드라마 스스로 자가당착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가장 큰 갈등구조가 결국 인물들을 유연하게 행동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우재의 캐릭터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유준상에 이은 제 2의 국민남편이라는 애칭까지 들었던 이 캐릭터는 이제 서영을 괴롭히는 것 말고는 다른 관심사가 없어 보인다. 물론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의 배신이라는 점에서 우재의 감정이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나 치졸하고 비열하다. 서영에게 화가 나 있지만 왜 화가 났는지는 말해주지 않고 서영을 계속 떠보고 비난하고 상처 주며 서영을 마치 싫증난 장난감처럼 다룬다. 때때로 지능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서영을 괴롭히기 위해 삼일 밤낮을 준비한 것 같다. 단순한 무시와는 다르다. 설사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이런 캐릭터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아내가 부모님을 숨겼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음에도 우재는 그 과정이 아닌 단지 아내의 거짓말 그 자체에 집중하며 서영이 도저히 감당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정도로 괴롭게 몰아갈 뿐이다.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속의 서영뿐이 아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서영의 비밀 때문에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서브 주인공격이라 할 수 있는 상우와 미경 커플 역시 지나친 집착으로 망가지는 미경의 모습을 부각시킨 탓에 결국은 ‘미저리 커플’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몰래 주거침입까지 감행하는 여자는 처절하긴 해도 결코 사랑스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 과정을 풀어내는 모습이 지나쳤다. 드라마 안의 커플의 눈물이 애절함이 아닌 집착으로 다가온다면 그 모습을 성공적이라 평하긴 어렵다.

 

<내 딸 서영이>는 주말 드라마 황금 시청률을 담보하는 방송사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모순점은 결국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서영을 이해하고 싶었던 초반과는 달리 지금 서영이에게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줄 수 없다. 시청자들이 답답한 드라마, 이해 할 수 없는 드라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결국 막장이다. 서영이가 막장이라는 덫을 벗어나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이 드라마의 마지막이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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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ashi07.tistory.com BlogIcon 뽀글헤드 2012.12.27 06: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처음엔 재미없다가 요즘에 재밌던데요.. ㅎㅎ
    서영이 캐릭에 별로 공감이 안되다가 지금은 공감도 되고 왠지 슬프기도 하고..





[패밀리가 떴다] 가 멤버 교체 이 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어설픈 몰래 카메라는 다소 식상하고 지루하기는 했지만 [패떴] 자체의 매력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잘 소화했다고 보는데 문제는 새로운 멤버들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태도다.


전 멤버인 박예진과 이천희의 잔상이 너무 크게 남은 탓인지 아직까지 박시연과 박해진의 활약상이 그리 탐탁치 않은데 그 중에서도 박해진은 거의 '병풍' 같은 존재로 전락해 있어 어떻게든 캐릭터를 설정해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시연이 나름의 매력을 살려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 것에 반해, 박해진의 무기력한 모습은 이천희의 적극적이면서도 순수했던 모습을 그리워 하게 만들 정도다.




[패밀리가 떴다] 가 출범 초기에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막강한 킬러 콘텐츠를 좌초시킬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천희' 의 활약에 힘입은 바 컸다. '엉성천희''천데렐라' 로 불릴 정도로 의외의 캐릭터를 잘 형성했던 그는 유재석, 이효리, 윤종신 등 날고 기는 예능인들과는 차별화 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것이 지금의 [패떴] 을 만들었고, 지금의 이천희를 탄생시켰다.


[패떴] 에서 이천희는 기존 그가 지니고 있었던 '모델 출신 배우' 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부정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멜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그는 철저히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패떴] 에서 이천희는 시키면 뭐든지 하고, 엉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모델 출신의 모던함, 세련됨, 시크함을 모두 포기하고 평범한 사람의 탈을 썼을 때 이천희는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천희는 김수로, 윤종신 뿐 아니라 착하기로 소문난 국민mc 유재석에게도 "왜 이렇게 엉성하냐!" 며 놀림 받았지만 결코 기죽지 않았다. 다소 어리숙하고, 다소 엉뚱해도 특유의 당당함과 천진함을 자랑했던 이천희를 사람들은 사랑했다. [패떴] 은 이천희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특유의 '성질' 을 뽑아내는 것으로 성공가도를 달렸고, 그것으로 이천희라는 아주 괜찮은 예능인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패떴] 에서 박예진과 이천희가 동반 하차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유재석과 이효리와는 달리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을 프로그램에 부여했던 두 사람의 존재는 [패떴] 을 상징하는 또 다른 심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1박 2일] 의 이승기와 비교되며 프로그램 자체를 붐업시켰던 이천희는 끝까지 엉성함을 잃지 않으며 즐거움을 주며 떠났다.

이천희의 성공적인 투입과 퇴진을 지켜 본 [패떴] 제작진은 이번에 '박해진' 을 이천희의 대타로 투입시켰다. 이미 한 번 [패떴] 의 게스트로 등장했었고, 잘만 가공하면 꽤 괜찮은 캐릭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잘생긴 박해진' 에게서 '허점' 이 발견되는 것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즐거움일테니까.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박해진의 [패떴] 신고식은 실망만을 가득 안겨다 준 채 끝을 맺었다.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에, 별다른 활약도 보여주지 못한 그는 [패떴] 특유의 상황극에서 조차 겉돌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침체시켰다. 그러다보니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기존 멤버들의 부담이 더 가중됐고, 그들의 쇼가 프로그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신입 멤버들의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물론 출연한지 이제 첫 회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렇다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노력하고 있다' 는 정도의 느낌은 줘야할 것 아닌가. 이걸 해도 시큰둥, 저걸 해도 시큰둥에 프로그램의 방향성조차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처음부터 엉성함과 순진함을 무기로 저돌적으로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이천희의 적극성이 그리워졌다. 무조건 열심히, 무조건 꾸준히했던 이천희의 진실된 모습을 박해진에게 기대하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일까.


이천희는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땅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런데 지금 박해진에게는 과거 이천희가 보여줬던 신선함이나 천진함, 또는 프로그램을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는 절박함이 보이질 않는다. 그저 대충 출연하고, 대충 방송되면 그만인 것 같은 무기력함만 발견된다. 순간순간 폭소를 터뜨리게 했고 매순간 순수함과 엉뚱함으로 시청자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던 이천희가 그리워지는 이유다.


고작 이것 밖에 하지 못할 것이었다면, 함께 투입된 박시연과 비교될 정도로 시큰둥하게 웃고만 있을 것이라면 왜 굳이 [패떴] 에 출연했는지 박해진에게 묻고 싶다. 소속사가 스케줄을 잡아 왔기 때문에 그저 출연하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그만두길 바란다. 만약 하려면 제대로 하고, 망가지려면 제대로 망가져라.


[패떴] 에 합류한 이상 박해진은 더 이상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도, [에덴의 동쪽]의 '신명훈'도 아니다. 이천희, 박예진과 같이 대중 앞에서 자신조차 비하할 줄 알아야 하는 '광대' 가 되어야 한다. 박해진이 진정한 예능인, 진정한 광대가 되는 순간 대중은 그를 더욱 사랑하고 아끼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버려라. 그리고 다시 태어나라. 더 이상 박해진의 얼굴을 보며 이천희가 그리워지지 않도록.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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