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고현정은 미실을 연기하며 연기 대상을 수상했다.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악역이었지만 고현정의 설득력있는 연기와 존재감은 주인공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임팩트를 발휘했다. 고현정이라는 톱스타가 악역을 맡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작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이유리는 고현정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하는 톱스타가 아니었다. 그러나 막장극의 조연이라는 핸디캡까지 모두 뛰어넘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인 연민정을 설득력있게 포장하고 기대를 뛰어넘은 연기를 보인 이유리는 엄청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바야흐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전성시대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인다면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진가는 훨씬 더 뇌리에 각인된다.

 

 

 

 

청룡영화상에서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역을 맡았다. 자신의 재력을 믿고 사람들을 물건 취급하고 뭐든 돈으로 해결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악역이었지만 관객들은 이 캐릭터에 열광했다. 유아인의 연기력이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손색 없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정의의 편에선 황정민 보다 악역인 유아인의 존재감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했다. 덕분에 유아인은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2015년을 유아인의 해로 만들었다.

 

 

 

 

<내부자들>에서도 착한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와 백윤식이 맡은 이강희 역할이다.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가 단순히 착하기만 한 캐릭터라면 이정도의 호응을 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복수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진 불합리함에 대한 포효다. 그 스스로도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복수일 뿐고 소리치고 그와 우연찮게 손을 잡게 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은 말한다. ‘너도 죄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 역시 권력에 아부하는 깡패였고 그들의 뒤를 봐주며 온갖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런 그의 복수가 통쾌한 것은 그가 선한 인물이고 정의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감정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이병헌은 그를 따라다닌 추문을 벗어던질 계기를 마련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500만을 훌쩍 넘어 순항중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현상은 지속되었다. <육룡이 나르샤>의 박혁권은 명백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박혁권의 과한 화장과 여성스런 몸짓은 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설정으로 자리 잡았고, 그가 죽음으로서 퇴장을 하는 시점에서 그 캐릭터의 죽음을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이 다수였다. 그에게는 심지어 길태미 예쁘다의 준말인 태쁘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이는 미녀배우 김태희의 애칭과 동일한 별명이다. 그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역시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악한 속성을 가진 이들이다. 영화 <베테랑>을 드라마로 옮겨 온 것 같은 분위기는 절대 악에 도전하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정의의 갑옷으로만 치장하지 않았다. 박성웅이 맡은 변호사 박동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속물이다.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무려 조폭. 그 역시도 조폭이 되고자 했던 과거까지 있다. 그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협박과 회유에 가깝다. 의뢰인을 빼내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폭행 사건을 조작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통쾌함마저 안겼다. 박동호는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지만, 주인공 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드라마 1~2회를 장악했다.

 

 

악역을 맡은 남궁민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설득력을 높였다. 그가 만들어 낸 남규만이라는 캐릭터는 <베테랑>의 유아인이 맡았던 조태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악랄하다. 그는 법 위에 서 있는 절대 악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의 연기력과 결합된 캐릭터는 그라는 연기자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증가시킨다. 그가 강력하면 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배가 되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진다.

 

 

 

악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주인공의 들러리가 되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 악역도 개성시대. 악역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배우는 역할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바를 다 할 때 가장 빛이난다는 사실이 진리임이 증명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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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긴 했지만 올해도 역시 좋은 드라마들과 흥행작들이 탄생했고, 많은 배우들이 그 드라마 속에서 열연을 했다. 2015년에는 어떤 드라마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을까. 2015 드라마 캐릭터를 정리해 보았다.

 

 

킬미힐미-지성

 

2015년 드라마 캐릭터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지성이 연기한 <킬미힐미>의 차도현이다.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모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다른 모습으로 소화하며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역인 오리진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서포트도 좋았지만 황정음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015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펀치-김래원, 조재현

 

권력을 가진 자 골리앗의 부패와 그 부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뒤흔들려는 다윗의 싸움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다. 그 내러티브는 <펀치>로 다시 한 번 한 방을 날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윗 박정환(김래원 분)과 그의 악에 받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골리앗 이태준(조재현 분)의 싸움은 그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에는 단순히 골리앗을 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가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함께 자장면을 나눠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놓인 처지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나타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그들의 섬세한 연기의 결이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면- 주지훈

 

12역을 맡은 주인공 수애의 연기보다 주지훈의 캐릭터가 <가면>에서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우 역할을 맡아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지만 점점 변지숙(수애 분)에게 빠져 들어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가면>의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지만, 그 흔들리는 상황속에서도 <가면>을 시청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주지훈의 설득력있는 연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매력을 살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데 있어 연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 나의 귀신님>속의 박보영을 빼놓고 2015 드라마의 캐릭터를 논할 수 없다. 박보영은 실질적인 12역으로, 소심하고 유약한 귀신보는 소녀 나봉선 역할과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된 두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탈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손길로 스토리가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 나의 귀신님>속 박보영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터닝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못생김이 강조될수록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예뻐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타이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후반부 예뻐진 황정음의 얼굴은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가진 못난이 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황정음은 망가짐을 불사하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주인공으로서 대체 불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킬미힐미>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홈런을 친 황정음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물론이다.

 

용팔이- 주원

 

<용팔이>의 후반부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느슨해졌지만,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은 김태희의 미모와 더불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의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주원은 20대 배우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꼽으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올릴 배우로 성장했다. 초반부와 중반부, ‘용팔이를 내세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원이 캐릭터의 설명을 연기로 완벽하게 시청자들에게 해 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레지던트 역할을 맡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해 낸 주원의 연기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천재 의사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의 긴장감이 <용팔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금사월- 전인화

 

타이틀은 금사월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내 딸에 있다. 금사월(백진희 분) 보다는 금사월의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 탄산남이라 불리던 문지상(성혁 분)이 있었다면 <내 딸 금사월>에는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개입하는 신득예가 있다. 신득예의 능력치와 존재감은 문지상을 뛰어 넘는다. 신득예는 답답하고 무능한 금사월을 대신해 악역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드라마가 막장의 향기가 흐르는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득예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해 보이는 금사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신득예가 커버하고 있기에 <내 딸 금사월>의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박혁권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인데 올 해 더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길태미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은 드라마 중심에 무게를 잡는 역할이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길태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가시킨 캐릭터였다. 남자임에도 치장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데 무예에 뛰어난 이중적인 캐릭터는 사극에서는 물론이고 현대극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캐릭터였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태쁘(길태미 예쁘다의 준말)’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 캐릭터에 열광한 이유가 있었다. 길태미를 연기한 박혁권의 맛깔나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전 출연진

 

<미생>에 이어 이렇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활용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같은 제작진의 시리즈 물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로맨스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간의 정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맨스를 펼치는 청춘스타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그들의 부모도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투박한 한 마디에 눈물이 떨어지고 코피는 괜찮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울컥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설명해 낸 제작진의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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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국의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를 돋우는 소재라고는 할 수 없다. 이미 수차례 드리미에서 반복된 내용인데다가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이미 겨우 작년에 <정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영된 터였다. 정도전과 이방원을 증심으로 한 <육룡이 나르샤>개 얼마나 더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김영현-박상현 콤비는 우려를 가볍게 비웃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숱한 드라마들을 성공시키며 쌓아온 그들의 내공은 이야기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건국 자체보다는 그 건국을 이뤄내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이는 결과가 정해져 있는 사극에서는 필연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 정해진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결말에 도달하는 방식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시청 포인트가 생기기 때문이다. 작년 드라마 <정도전>은 조선 건국 뒤에 숨은 정치세력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육룡이 나르샤> 역시, 정도전과 이방원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육룡이 나르샤>는 ‘정치’에 상상력을 풍부하게 곁들였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작가가 만들어 낸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야기의 중심은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에게 맞춰져 있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의 긴장감은 특별한 상상력이 가미된 인물로부터 파생된다. 이를테면 악역인 길태미(박혁권 분)는 실존 인물인 임견미를 모티브로 탄생된 캐릭터 이지만 훨씬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무술에 뛰어나고 잔혹한 성품을 지녔지만 치장을 좋아하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교태 가득한 말투를 사용해 자신이 가진 개성을 드러내거나 논어를 인용하고 스스로 탄복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만들었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획득해 냈다. 눈화장이 화제가 되자 그의 스타일리스트가 눈화장 비법을 공개한 일화도 있다.

 

 

 


길태미와 함께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를 책임지는 인물은 바로 무사 무휼(윤균상 분)이다. 무휼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캐릭터다. 이방원의 부하가 되는 이 캐릭터는 고려의 운명보다는 자신의 가족이 더 소중한 인물로 자유롭고 장난기 넘치는 소년같은 인물로 묘사된다. 그 덕에 이 인물은 무거워 지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방원에게 끈덕지게 자신의 출세를 요구하는 모습에는 시선이 고정되고야 만다.

 

 

 

 


 

반면 땅새(변요한 분)는 웃음이 아닌, 드라마의 분위기를 책임진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바람같은 검객’이라는 인물 소개에서도 느낄 수 있듯, 바람같이 떠돌며 이야기꾼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지만 그는 사실은 마음 한 구석에 분노를 감추고 있는 뛰어난 무사다. 그에게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백성들의 원한이 사무쳐 있고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런 세상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원통함이 자리잡고 있다. 한 순간에 바뀌는 눈빛으로 변요한은 <미생>에 이어 역대급 캐릭터를 다시 한 번 만났다는 평을 들으며, 뛰어난 연기로 캐릭터를 살리고 있다.

 

 

 

 


 

그의 동생인 분이를 연기하는 신세경 역시 가상인물이지만 신세경이 이제껏 맡았던 역할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어디서건 주눅들지 않는 성격의 분이는, 이 드라마 로맨스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갈줄 아는 매력적인 성격에 이방원과의 로맨스로 또 다른 재미를 형성하는 것은 그동안 조선 건국을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갖지 못한 매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했지만 이런 가상인물들이 어우러진 탓에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는지를 보여주며 <육룡이 나르샤>는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결말을 향해 가지만 그 결말이 나오는 과정을 제대로 요리해 낸 <육룡이 나르샤>의 과감한 도전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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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m2038.tistory.com BlogIcon 썽망 2015.11.10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위에서 재밌다고 하던데~~한번 봐야겠어요


 

처음 JTBC드라마 <밀회>의 설정을 접했을 때 들었던 감정은 호기심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웠다. 스무 살 차이 나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라니. 그것도 여성쪽이 스무살이 많다. 물론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중요하지 않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그 여성은 엄연히 가정이 있는 유부녀. 아무리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 해 진다 해도 불륜을 메인으로 내세운 것은 자극적이고 텁텁한 막장의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게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밀회>는 단순한 불륜드라마가 아니었다. 물론 불륜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불륜을 옹호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랑도 있다고 담담히 읖조린다. 어느새 시청자들은 그에 동화된다.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김희애와 유아인의 연기력과 비주얼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안에서 철저히 캐릭터로 녹아든 두 사람은 최고의 앙상블을 선보이고 40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김희애의 얼굴과 몸매는 유아인과 서 있어도 그다지 큰 위화감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리 그렇대도 불륜을 옹호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스무 살 차이나는 어린 학생과의 사랑이라면 사랑의 과정이야 어쨌든, 한 때의 철없는 불장난쯤으로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밀회는 철저히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 뒤에 숨겨진 사연들이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야기에 몰입시키게 만든다.

 

 

 

 

극중에서 오혜원(김희애)는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재력과 능력, 그리고 교수인 남편까지. 그러나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그 곳에는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오혜원의 긴장된 발걸음이 있었다. 우아를 가장했지만 오혜원은 사실상 서한그룹의 시종에 불과했다. 온갖 잡일과 지저분한 일의 뒤처리를 맡아야 했으며 때로는 서로 다른 회장(김용건)과 사모님(심혜진)의 요구에 난감해야 했다. 친구인 서영우(김혜은)는 오혜원을 시기 질투하고 자신의 시녀처럼 부린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남편(박혁권)을 교수로까지 만들었지만 남편은 여전히 속물적이고 철이 없다.

 

 

 

오혜원은 허울뿐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물 속에서 연신 다리를 굴려댄다. 사람들은 모두 오혜원에게 요구하기만 한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 안에서 스무 살 제자에게 끌리는 불같은 감정, 그것만이 오혜원의 쉴곳이자 숨통이다. 오혜원의 감정은 단순한 불장난이 아닌, 삶에 지친 여성의 몸부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륜이 미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혜원이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불륜은 그 이유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혜원은 처음, 사회적인 강자로, 황금 동앗줄로 이선재(유아인)에게 다가갔지만 실체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오혜원은 이 드라마 속의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인물로 묘사된다.

 

 

 

단순히 부잣집 사모님의 욕망으로 그려지지 않고 오혜원을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드라마는 불륜이 아닌, 그들의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예술대학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안에서 희생양이 된 오혜원의 삶에 시청자들은 동감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불륜으로 드라마를 매도하지 못하는 이유다. 시청자들은 불륜을 저지른 오혜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결국은 모든 비리를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그의 삶을 안타까워 하고 그가 확실한 반격을 할 수 있게 되길 비는 것이다.

 

 

 

모두에게서 동네 북처럼 두드려 맞은 가련하고 연약한 여인이 그 곳에는 있다. 이선재는 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 꽃이다. 그 꽃은 아름답지만 가시와 독을 가지고 있다. 그 꽃을 꺾으면 다치는 것은 오혜원이다. 그러나 오혜원은 그 독이든 꽃송이를 거부할 수가 없다. 다른 누구도 그의 삶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무 살 박다미(경수진 분)에게 ‘토나온다. 더럽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는 행동을 해 버린 오혜원은 가슴 깊은 곳에 그의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비롯될 파국을 충분히 인지 하고 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오혜원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은 충분히 전해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불륜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것이 그 어떤 상황이라도 불륜을 미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밀회>는 불륜 드라마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 속에는 사회의 부조리함이 있고 자신의 마음조차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밀회>를 단순히 불륜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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