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고 진부해 보이는 소재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고 색다른 소재라도 다루는 방식에 따라 식상해 질 수 있다. 타임슬립은 과거부터 드라마에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기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가거나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오는 기본적인 형식에서부터 과거의 무전이 현대에 닿기도 하고, 과거로 단 20분간만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여러 방식으로 변주되며 시청자들을 찾은 타임슬립은 지금도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현재도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과 <내일 그대와>가 타임 슬립 형식의 소재를 활용하며 시청자들을 찾았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임당>은 톱스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방영전부터 홍보에 열을 올리며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하향 곡선을 찍었다. 결국 경쟁작 <김과장>에게 1위 타이틀을 내주며 굴욕을 맛본 <사임당>에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신사임당>이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데 대한 결과다. 

 

 

 

 


<사임당>이 이야기의 포인트를 강조하기위해 선택한 것은 ‘타임슬립’이었다. 제작진측은 기존의 타임슬립과는 달리 평행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고 밝혔으나, 현대의 서지윤(이영애 분)이 사고가 나며 과거에서 눈을 뜨는 등의 구성은 기존의 타임슬립과의 차별점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

 

 

 

 


더욱이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과거의 신사임당과 현대의 ‘워킹맘’의 의미를 연결시키려 했지만, 그 연결 고리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굳이 현대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구성으로 진행되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하며, 오히려 어색한 시간 교차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패착이다.

 

 

 


현대의 서지윤에게 닥친 위기는 불합리한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고충에 가깝다. 주인공 서지윤 캐릭터의 행동의 동기는 오로지 문제가 닥친 상황에서 개인적인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임당에게는 예술가로서의 재능이나 어머니로서의 자세를 강조한다. 과거와 현재의 캐릭터가 교차되며 그 둘의 상황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없어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신사임당의 캐릭터 역시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일단 사임당이 그린 그림으로 인해 살육전이 벌어지는 계기가 생기는 것 자체로 신사임당에 대한 캐릭터의 붕괴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사임당이 그림 한 장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그런 결과로 이어진 것 자체가 ‘민폐 캐릭터’로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해서도 어머니로서의 사임당이나 예술가로서의 사임당보다 멜로에 힘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상당히 의아하다. 사임당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 함이겠지만,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평가되어온 사임당의 멜로는 어딘지모르게 어색하다.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사임당>은 톱스타를 섭외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저 평범한 드라마로 전락했다. 

 

 

 

 


굳이 <사임당>을 소재로 하여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의문이 들 정도라면, 드라마의 전반적인 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차라리 제대로 된 정통 사극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내일 그대와>는 <신사임당>보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제훈과 신민아의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다가 드라마의 구성 역시 과거로 가는 주인공을 내세워 타임슬립을 조금 더 생기있게 활용해 보려는 노력이 보인다. 주인공의 로맨스가 발전될수록 시청자들의 설렘지수역시 상승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률이다. 첫회 3.6%의 시청률로 출발한 <내일 그대와>는 현재 2% 초반으로 시청률이 하락했다. 문제는 역시 드라마의 구성이다. 본질은 달콤한 로맨스지만, 여기에 타임슬립이 개입되며 이야기가 어지럽게 변한다. 첫회부터 시청한 시청자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이해를 해줄 부분일 수 있지만, 중간에 유입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이 힘들다. 로맨스 드라마지만 중간중간에 추리를 해야하는 지점들을 남겨놓았다는 것 역시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미 몰입한 시청자들은 그 부분에 흥미를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제훈의 연기력이나 이미지는 <내일 그대와>의 전작이었던 <도깨비>의 공유를 위협할 정도로 매력이 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을 아우를만큼 <내일 그대와>가 매력적인 드라마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타임슬립 소재가 그만큼 흔하게 활용된 까닭에 이 드라마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내일 그대와>는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에 시간여행을 결합했지만 그 구성이 확실히 독특하고 흥미롭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더 이상 타임슬립은 매력적인 소재가 아니다. <내일 그대와>는 타임슬립을 활용했지만, 그 이상의 독특함을 선보이는 드라마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열광할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기는 힘든 이유가 그것이다.


타임슬립은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다. 그러나 그 소재가 지나친 반복으로 인해 식상해졌다는 것, 그래서 더 신중하고 교묘하고 섬세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현재 방영되고 있는 타임슬립 드라마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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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보스>(이하 <내보스>)는 tvN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이을 월화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방영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연애말고결혼>으로 tvN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연우진과 작년 히트작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PD의 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작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는 혹평일색이었다. 3.2%의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스토리라인까지 어느 하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시청률은 1%대로 수직 하강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에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로 설정된 은환기(연우진 분)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캐릭터였으나 그 내성적임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문제였다.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회사의 대표가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못해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정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어느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은 이해하지만 병적인 수준의 내성적임은 단순히 내성적이라 넘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가 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상관 없지만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말이 다르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라고 할지라도 위치에 따른 최소한의 역할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내성적임을 과장한 나머지 캐릭터를 답답하게 만든 것이 첫 번째 실책이다.

 

 

 

 


 

나머지 캐릭터들에게도 애정을 쏟기는 힘들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이자 악역으로 등장하는 강우일(윤박 분)에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뻔한 스토리임에도 비밀스럽게 전개되며 오히려 답답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있다. 여주인공 채로운(박혜수 분)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은환기의 회사에 입사하는 인물. 그러나 복수에 눈이 멀어 ‘민폐 여주인공’으로 설정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첫 회부터 남자 주인공과 접촉사고가 나며 인연이 시작된 것 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집에 무작정 들어가서 냉장고나 서랍을 열어보는 행동 자체는 안하무인을 뛰어넘어 범죄에 가깝다. 게다가 아무리 복수를 위해 잠입한 회사라지만 회사 사람도 아닌 퀵서비스 배달원에게 회사 물건을 마음대로 맡기고 “믿는다”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 캐릭터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어 보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의 허술함이 보인다. 업계 1위 홍보회사라는 타이틀을 단 회사에서 직원들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를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직원들이 있는 회사가 잘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내보스>속 회사의 직원들은 CEO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보인다. 아무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 주인공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는’ 설정 자체를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회사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과한 설정의 캐릭터를 부여받고도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연우진과 달리, 여주인공 박혜수의 연기력은 논란의 도마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박혜수는 작년 <청춘시대>로 나름의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주연을 맡기에는 내공이 지나치게 부족했다. <사임당-빛의 일기>(<사임당>)의 이영애 아역, <내성적인 보스>의 여주인공까지 주요 배역을 꿰찼지만 시청자들은 박혜수의 불안한 연기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다. 여기에 <내보스> 속 캐릭터가 호감형이 아닌 것은 기름을 부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성과 어색한 감정표현에 캐릭터의 행동마저 비호감인 까닭에 박혜수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보스>는 설 연휴동안 휴방을 결정하고 대본 전면 수정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수정된 대본으로 방영된 회차에는 여주인공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동안 답답했던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며 다소 나아졌지만, 여주인공의 언니 채지혜(한채아)가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또한 박혜수의 출연분량이 줄어들며 오히려 드라마가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박혜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의 연기에 대한 단점을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내보스>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사임당>에서도 박혜수의 이런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사극이라는 장르는 현대극보다 말투나 표현이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혜수는 <사임당>에서도 여실히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아직 주연을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대두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단순히 박혜수가 신인이라는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물론 이름값에 비해 큰 역할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작년 서현진이 <또 오해영>을 맡은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이 그 예다. 그 전에도 서현진은 주연을 몇 차례 맡았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오해영>은 서현진의 매력과 연기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서현진을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박혜수와 서현진의 차이가 있다. 서현진은 비록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불평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언제나 캐릭터와 합일되는 연기력으로 매니아층에서부터 호감도가 높았던 배우였다. 사실 <또 오해영> 속 오해영은 그다지 예쁘거나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달라고 징징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있으며 그 때문에 황당한 행동들도 다수 저지른다. 이런 모든 캐릭터의 단점들을 커버한 것이 바로 서현진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오해영의 억지를 애처로움으로 지나친 행동들을 귀여움으로 표현해 낸 연기력이 있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혜수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연기력이었다. 드라마 캐릭터가 잘못 설정되어 있을 때,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범한 작가와 연출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 예를들면 <내보스>의 연우진도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박혜수라는 연기자 자체에게 쏟아진 비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내보스>는 박혜수가 이런 혹평을 극복하고 정말 ‘주연’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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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너무나 뻔해 보였다. 남궁민, 남상미가 주연을 맡은 <김과장>은 이영애, 송승헌이 나선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보다 약체로 평가되었다. 이영애가 무려 13년만에 선택한 드라마라는 것도 그랬지만, 사전 제작 후, 방송시기를 조율하면서 수 년간이나 홍보에 열을 올린 드라마였기에 더욱 분위기는 <사임당>쪽으로 향했다. 이영애를 한류스타로 만든 <대장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며 사임당 첫 회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여러모로 승기는 <사임당>쪽에 기울어 있었다. 그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 <사임당>16.3%의 높은 시청률로 첫회를 시작했다. <김과장>의 첫회는 7.8%에 불과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김과장>이 사임당을 누르고 수목극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사임당은 첫회 최고 시청률이 무색하게 연속 방영된 2회부터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4회에 이르러서는 12.3%로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점차 오르는 시청률과 점차 떨어지는 시청률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김과장> 공감을 무기로 날아오르다.

 

 

 

 

 

<김과장>은 판타지다. 돈에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은 한탕을 하기 위해 대기업 TQ그룹에 입사한다. 스펙이 없는 그가 무려 과장의 직위를 달고 회사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다. 물론 그를 쓰고 버리고 싶어하는 음흉한 경영진의 음모가 숨어있기는 하지만. 그는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돈을 빼돌리려는 계획도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오히려 그는 이제 퇴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퇴사마저 쉽지 않다.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을 해나가야만 하는 지친 김성룡의 표정에서 첫 번째 공감포인트가 있다.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지만 회사를 다녀야만하는 현실은 때로는 무겁게 우리를 짓누른다. 그 현실 속 상황을 <김과장>, 현실적이게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만들어 유머를 제공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미생>은 아니지만, 정말 그만두고싶은데도 그만둘 수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웃음이 터지면서도 묘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본의 아니게 불의와 맞서 싸우게 되는 김성룡의 처지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리라는 기대감마저 형성하게 한다.

 

 

 

 

 

회사원의 지치고 힘든 일상부터 한탕주의에 물든 모습까지, 남궁민은 이 드라마 안에서 그동안 인정받아왔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코미디에서 일상연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남궁민의 다채로운 모습은 드라마의 판타지 속에서도 공감대가 짙은 스토리 라인을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되는 웃음과 회사에 대한 마음을 짚어주는 공감대, 그리고 그 회사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카타르시스까지. 김과장은 흥행작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며 시청률 상승 곡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사임당> 공감보다는 억지로 점철된 스토리, 이영애만으로는 부족했다.

 

 

 

 

반면 <사임당>은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과거의 사임당과 현대의 워킹맘의 의미를 연결시키려 했지만, 그 연결 고리는 어딘지모르게 억지스럽다. 굳이 현대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구성으로 진행되어야 할 당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위기를 겪는 서지윤(이영애 분)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사연이 과거의 사임당(이영애 분)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현대의 서지윤은 대학교수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시간강사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의 캐릭터의 행동의 동기는 오로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있다. 예술가로서의 재능이나 어머니로서의 자세가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에게서 사임당을 떠올리기란 어렵다. 그런 그가 교통사고로 과거에서 사임당이 되어 눈을 뜨는 것 자체에 공감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사임당의 캐릭터 역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사임당의 예술가로서의 영역을 강조하기 위해 극중에서는 무려 살육전이 펼쳐진다. 사임당이 그린 그림을 건네받은 아이의 일가족이 그림 때문에 몰살당한다는 설정이 전개된 것이다. 더욱이 아이의 가족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며 당대 임금인 중종까지 가세한 살육의 현장은 사임당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민폐 캐릭터의 전형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사임당이 흠모하던 이겸과의 이별로 결론지어진 결말에 안타까워 하는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까.

 

 

 

 

사임당의 아역을 연기한 박혜수의 연기력 또한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말투나 감정 표현 모두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사임당 PD박혜수의 연기력은 재평가 받을것이라는 인터뷰를 했지만, 그 말에 동의하는 시청자를 찾기는 힘들었다.

 

 

 

 

 

당대의 예술가로 사임당을 그리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그 사임당의 업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려면 짜임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김과장>에서 주인공이 영웅혹은 의인이 되어가는 장면에 비해서 <사임당>위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스토리부터 연기력까지 총체적인 난국을 보인 <사임당>은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점점 비난의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스타 마케팅은 과연 초반에는 효과적이지만 그 후를 책임지는 것은 드라마의 탄탄한 스토리라는 진리가 <김과장><사임당>의 대결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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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 권에 당당하게 자리한 사임당은, 훌륭한 인품을 지닌 어머니,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진가를 인정받은 인물이다. 유관순처럼 역동적인 삶을 살다 간 인물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흐름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면서도 예술가적 면모를 보인 그의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여성단체에서는 오만원권 화폐에 신사임당이 선정된 당시, 그의 삶이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여성상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신사임당이 가부장적인 시대의 여성으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하였다 하여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 할 수는 없다. 어머니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내면서도 그 안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신사임당의 생애 역시 존경받을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신사임당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우리 곁을 찾았다. 배우 이영애가 무려 13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 그것이다. 1, 2회 연속방영으로 첫회부터 15%, 2회는 16%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사임당>은 초반 화제성을 잡으며 그동안의 홍보가 헛되지 않게 했다. 그러나 <사임당>을 통해 신사임당이 현시대의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드라마에서는 영웅이 필요하다. 여전히 불합리하고 답답한 현실을 뻥 뚫어 줄 카타르시스를 전해 줄 허구의 인물은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어 준다.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낭만닥터>)의 김사부(한석규 분)은 최근 그런 카타르시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불합리에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정의로운 편에 서는 그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를 마음 놓고 응원하고 매순간 그의 승리를 바랐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거대 권력이나 높은 자리를 꿰찬 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사람들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었지만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해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포인트를 캐치한 <낭만닥터>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뚤어주었다는 호평은 덤이었다.

 

 

 


<사임당>은 <낭만닥터>보다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서 첫회를 시작했다. 신사임당이라는 인물 자체가 이미 대중에게는 친숙한데 비해 드라마로 집중조명된 적이 없는 인물이어서 관심이 생기는 데다가 이영애라는 배우가 출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화제성은 담보되었다. 또한 사전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일 시간이 충분했던 것도 플러스 요인이고 200억이라는 풍부한 제작비 속에서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홍보를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임당>은 오히려 실패하기가 더 힘든 성공의 요소가 다분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1, 2회에서 보여준 ‘사임당’의 모습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웅’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가 하는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사임당>은 이영애가 <대장금>이후 처음 출연한 드라마다. 이영애는 그동안 결혼을 했고, 쌍둥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그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이영애의 미모는 화면에서 여전히 빛이 난다. 그러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영애의 외모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드라마는 몰입도를 잃어간다. 제작진은 <대장금>과 비교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대장금>과 같은 재미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실망감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

 

 

 


<사임당>이 들고 나온 장르는 특이하게도 ‘타임슬립’이었다. 제작진은 ‘타임슬립’이 아니라 ‘평행우주’라고 항변하지만 드라마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과거로 돌아간 서지윤(이영애 분)이 사임당(이영애 분)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타임슬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워킹맘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남편의 사업실패와 어처구니 없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서지윤의 삶을 과거의 사임당의 삶과 교차 전개 시켜 과거 사임당에게 현대적인 의미를 찾아보려는 의도였겠지만 오히려 드라마의 구성은 어디서 본듯한 전개만이 계속되며 신선함을 잃어갔다.사임당과 워킹맘의 연결이 그다지 자연스럽지도 않은데다가 이야기의 구성 역시 흥미를 자아내기엔 지나치게 진부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PPL이 필수고, 현대의 이야기 속에서 PPL을 사용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아예 사극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위기가 닥치는 방식도 진부했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것은 당위성과 필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수 백년 된 그림을 아무렇지도 않게 서지윤의 손에 줘어주는 그림 주인의 행동은 도저히 상식적이라고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주인공에게는 닥친 행운에도 개연성이라는 것이 있어야 했지만 그 개연성을 찾는데 실패한 모양새였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영애의 연기는 군데 군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가졌던 휴식기가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인지, <대장금> 때보다 우아해진 현모양처 이영애는 어찌된 일인지 그 때보다 매력적이지 못하다. 과연 부당함과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사임당>으로 표출해 내어 <대장금>때처럼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임당의 이야기를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될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위기가 수차례 찾아 오는 동안, 드라마에서 숨을 쉬어갈 구성이 없었다는 점 또한 아쉬운 점이었다. 큰 위기가 닥치고 서지윤은 그 안에서 고군분투 하지만 이야기는 사건을 위한 사건을 나열하는데 그치고 만다. 서지윤이 아닌 이영애를 주목하는 동안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린 느낌이라면 설명이 가능할까. 이영애의 매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빛나야 할 매력이 오히려 너무 큰 사건들과 주인공 중심의 사건 속에서 묻혀 버리고 만 것이다.

 

 

 

 


과연 이런 문제점들이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제작비와 이영애의 브랜드를 생각해 볼 때 <사임당>은 실패해서는 안되는 드라마다. 그러나 이미 배우의 이름에 드라마의 퀄리티가 따라오지 못한 예를 우리는 많이 목도해 왔다. 과연 <사임당>은 제 2의 대장금은 아니라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이야기의 전개에 성패가 달렸겠지만 첫 단추는 어긋나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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