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서의 ‘겸업’이나 ‘전업’은 이제 더 이상 희귀한 일이 아니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 가수는 물론이고 코미디언이나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도 드라마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호평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를 병행하거나 전업한 스타들의 상당수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거나 아예 존재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첫 정극 출연에 호평을 얻은 인물들이 있다. 바로 백지연과 리지다.

 

 

 

 

 

백지연과 리지는 각각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와 <앵그리 맘>에 출연중이다. 백지연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지하 경제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집안 딸인 ‘지영라’ 역을 맡았다. 태생부터 공주였던 최연희(유호정 분)에게는 은근한 경쟁심이 있으며 우아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때때로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최연희를 향한 열등감과 분노가 고개를 드는 인물이다.

 

 

 

백지연은 처음부터 지영라역할을 제 옷을 입은 것 마냥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나운서 출신 답게 정확한 발음과 억양은 물론, 우아하게 생김새까지 지영라 역할에 딱 어울리며 눈에 띄는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풍문>을 감독한 안판석 PD와의 친분으로 출연하게 되었다는 백지연은 이 역할을 맡을 때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판석 PD는 “재벌가 사모님의 모습이 있다”며 백지연의 연기 변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이 판단은 적중을 넘어서 의외의 재발견으로 다가왔다. 속물적이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우아해 보이고 싶은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해 냈다는 평이다.

 

 

 

<앵그리 맘>에 출연하고 있는 리지 역시 <몽땅 내사랑>등의 시트콤을 제외하면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앵그리 맘>은 리지의 첫 정극 고정출연임에도 호평을 받고 있다. 리지는 <앵그리 맘>에서 반을 주름 잡는 일진 역할이지만 조강자(김희선 분)이 신분을 속이고 학교에 들어오자 일진 자리를 내어주는 인물이다. 리지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진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앵그리 맘>속 역할에 적역이라는 평이다.

 

 

 

그들이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통해 호평을 얻은 것은 단순히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그들이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조연자리에서 시작했다. 비중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다. 유명세를 이용하여 처음부터 주연을 꿰차거나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반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그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서 녹아들 수 있었다.

 

 

 

둘째는 그들이 섣부른 ‘변신’을 하기 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백지연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쌓은 지적인 이미지와 우아한 이미지를 연기에서도 그대로 내보인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를 활용하여 속물적이고 열등감에 어쩔 줄 모르는 색다른 면도 표현한다. 리지 역시 에프터 스쿨과 오렌지 캬라멜 활동으로 쌓은 발랄하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역할에 녹여 냈다. 그런 이미지 위에 반을 주름잡는 일진이라는 이미지를 더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큰 키와 짙은 메이크업으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노는 고등학생’ 말투를 제대로 캐치하며 역할에 녹아든 것이다.

 

 

 

그들은 비중이 큰 역할을 맡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연기에 도전하는 다른 스타들 역시 눈여겨 볼만한 시도다. 그들이 하고 싶은 역할 보다는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고 너무 큰 역할을 덥석 맡기 보다는 작은 역할부터 출발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연기자로서의 변신 자체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시청자들과 타협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속에 녹아들고 있다. 그들의 연기자 변신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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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장토론이 시의 적절한 주제를 건드려서 이슈가 되었지만 사실 이슈를 너무 경솔하게 건드렸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지금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방송이 바로 나꼼수다. 나꼼수가 만들어 낸 화두는 단지 현 정권을 비판하고 비방하는 그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주류 언론들의 담합과도 같은 모습에서 그 분노를 표출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꼼수에 출연중인 정봉주의원이 끝장토론에 출연하여 설전을 펼쳤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에 반에 토론장 분위기는 난장판에 가까웠다. 특히나 사회자 백지연이 정말 자신의 역할을 다 했는지에 관한 질문부터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토론을 이끌 책임이 있다. 백지연이 앉아있는 그 자리는 어느 한쪽이 불리하다고 해서 함부로 편향적인 질문을 던지면 안되는 자리다. 끝장토론측은 "평소와 같았다. 토론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서 그랬을 뿐"이라는 답변을 내보냈지만 사회자의 모습이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 처럼 느껴졌다면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조선일보 보다는 나꼼수에 더 가까울 때에는 그 시민들의 감정을 제대로 헤아려 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했다. 하지만 끝장토론은 한 사람에게 모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청문회 같은 분위기로 흘렀다. 그것에 이 문제를 야기시켰던 것이다.


 보수냐 진보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보수라도 잘 하면 칭찬받을 수 있다. 무조건적인 진보도 엄청난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초에 나꼼수 측을 대변하기 위해 모습을 보인 정봉주측은 "나꼼수는 편파방송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 시켰지만 상대측은 "조중동은 편파적이지 않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뒤 흔드는 발언을 함으로써 기본적인 토론의 주제마저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부인하고 들어감으로써 막무가내로 떼쓰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우격다짐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봉주는 차분하고 논리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점차 상대방이 밀리는 형국으로 치닫자 백지연은 정봉주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쏟아냈다. 백지연은 토론의 활성화를 위해서 그랬을지라도 정봉주가 농담식으로 "내가 당선되기를 바라지 않으시는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백지연의 질문은 강도가 셌다. 


 특히나 언론의 책임론을 이야기할 때는 상당히 황당한 감정까지 느껴야 했다. 대안언론이고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서 나꼼수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상대방 언론이 깨끗하고 모든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상황일 때 던져질 수 있는 질문이다. 상대방 언론은 이미 중도를 지키지 못하고 대중을 선동하고 있는데 반대편 언론은 무조건 공정하고 보도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상당히 대중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토론은 과거 100분 토론을 진행하던 손석희를 떠올리게 했다. 손석희는 어디까지나 사회자의 입장에서 중도를 지키며 토론 패널들을 진정시키고 시간을 배분할 줄 알았다. 너무 길어지면 적당히 끊고 너무 짧다 싶으면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그 질문이 "이런 이런 것 아니냐?"며 상대방을 몰아가는 식이었다면 결코 손석희가 인정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손석희는 "이런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그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냐?"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질 줄 알았다. 


 그점이 바로 백지연과 다른 점이다. 시청자들이 흥분한 것은 백지연이라는, 철저히 중립에 서있어야 할 사회자가 "이것 아니냐? 이런 이런 것은 왜 못하냐?"며 토론 패널을 몰아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의견이 있다하더라도 감춰야 할 사회자가 한 사람을 그런 식으로 몰아갔다는 것은 자질의 문제다. 게다가 이런 태도가 두 의견을 가진 패널들에게 똑같이 적용된 것이 아니라 한 측에만 집중적으로 포화됐다면 그 진행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백지연은 "사회자로서 논란이 될만한 말은 하지 않는다"고 정봉주에게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될만한 발언만 안했을 뿐, 공격적인 어투를 주로 구사하면서 한쪽을 편드는 느낌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백지연이 만약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질문을 함에 있어서 사회자의 권력을 사용하여 한쪽을 몰아가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 자체로 그의 진행 스타일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적어도 토론이라는 주제를 놓고 진행할만한 자질일까 하는 점에서 굉장한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나 관객석에서도 정봉주를 공격하는 논객에게는 시간을 길게 할애하고 상대방 측은 상대적으로 시간을 적게 할애하는 등의 모습마저 보인 것은 백지연의 태도와 더불어 뭔가 의도적인 것처럼 보이기 충분했다. 바로 이런 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에 백지연이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지연은 그런 중심을 잡는데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것이 그의 토론 진행자로서의 본질적인 문제점이다. 


 토론은 패널들이 하는 것이다. 백지연은 그 사이에서 정리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물론 그 사이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패널을 공격하고 한 쪽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행자는 "나 이만큼 알아, 내 생각은 이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만약 궁금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이런 점도 있을 듯 한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부드럽게 묻고 대답을 이끌어 내야 할 의무가 있다. 갑자기 질문을 가장한 공격을 함으로써 패널과 토론을 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사회자의 가치를 잃은 것이 아닐 수 없다. 



 백지연은 중간중간에 정봉주의 말을 자르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사회자의 권력으로 한 사람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소한 질문을 던졌다면 그에대한 공격은 대답을 다 듣고 하는 것이 맞다. 백지연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아무리 끝장토론이라지만 끝장을 보는 것은 패널들이어야 한다. 사회자는 어디까지나 그들을 통제하고 정리하는 것, 또 때때로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게 해주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백지연은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백지연의 이미지에 엄청난 실이다. 마치 강한 편에 서서 약자를 심문하는 느낌을 주어씨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꿋꿋이 승리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된 정봉주만 이 토론으로 빛을 보았다. 그것은 현 시민들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철저히 불리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토론을 이끌어 낸 그의 능력에 사람들이 환호하기 때문인 탓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 토론이 가치가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을 토론 답게 이끌어 낸 한 사람의 패널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끝장토론이라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사회자마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한 사람을 끝장내려는 식의 토론 문화라면 이런 토론을 할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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