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배드엔딩이나 열린결말도 해피엔딩일 수 있다. 그 결말이 그 작품에 꼭 필요한 형태로 그려졌다면 대중은 언제든지 박수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만족하고 기분 좋게 받아들인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 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관객이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대중예술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끝 차이로 명작과 망작이 나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즈인더트랩(이하<치인트>)>가 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목에서 삐걱대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원작자 심지어 주연배우까지 이 작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초반 호응을 얻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제 <치인트>는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아무리 이 2회가 공들여 만들어졌다 해도 지금까지 받아온 실망감이 채워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심지어 <치인트>의 원작자인 순끼는 웹툰의 결말을 공유하며 결말을 다르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드라마 제작팀이 그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글을 남겼다. 결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가 웹툰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드라마 <치인트>는 웹툰의 엑기스를 뽑아 만든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서브를 맡은 백인호(서강준 분)의 분량이 이유없이 지나치게 늘어나며 주연인 유정(박해진 분)의 분량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아예 까메오 수준으로 줄어든 분량에 유정의 캐릭터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었고 무대는 백인호와 홍설(김고은 분)의 관계로 중심이 옮겨갔다.

 

 


 

유정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그의 상황에 동조하게 만들어진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백인호 주인공 만들기에 치중했다. 결국 결말로 다가갈수록 연출의 심각한 결함은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가지 않고 원작을 훼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는 주연배우 박해진과 이윤정 PD의 불화설로까지 번지며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남은 2회다. 그러나 과연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진행시켜온 억지 로맨스와 이해 할 수 없는 분량의 배치, 그리고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뒤집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해피엔딩’이 되더라도 그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제작진의 심각한 실책이고 능력부족이다.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결말도 아름다울 수 없다. <응답하라 1988(이하<응팔>)>역시 마지막으로 갈수록 지지부진한 남편찾기와 다소 뜬금없는 전개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그나마 <응팔>은 가족애라는 따듯함이 있었기에 다른 드라마들 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드라마는 <치인트>나 <응팔>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는 갑자기 타이틀롤인 임산옥(고두심 분)이 암이 걸리는 강수를 택했지만, 그동안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자녀들의 캐릭터를 수습하는데는 실패했다. 따듯하고 청량한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중간 중간 막장으로 치닫는 내용 덕택에 주인공의 죽음은 감동적이기 보다는 억지스러웠다. 자녀들이 뉘우치고 회개하는 모습마저 별 감흥이 없었다면 그 드라마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드라마는 호평을 받았던 <가족끼리 왜이래>를 교묘히 따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 모든 것이 그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 설득력이 업었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없기로는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을 따라갈 드라마는 없다. 시청자들은 이미 <금사월>을 어느정도 막장이라는 전제하에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제가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사월(백진희 분)과 강찬빈(윤현빈 분)의 캐릭터 붕괴다. 그들은 중심 로맨스를 책임지고 있지만 오히려 악역보다 더 비호감으로 전락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신득예(전인화 분)의 복수에 동정하지 않는 금사월은 도무지 착한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답답하여 차라리 악녀처럼 묘사가 되고 강찬빈역시 아버지 강만후(손창민 분)의 모든 악행을 알고도 덮는 다소 파렴치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작가는 금사월이 한 모든 행동이 사실은 연기였으며 신득예를 돕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처럼 스토리를 전환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신득예를 향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질고 독한 말을 쏟아낸 것은 물론, 강찬빈과 신접살림까지 차리고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까지 방영된 마당에 갑작스런 이런 변화는 어이없을 정도로 개연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사월>역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피엔딩’을 맞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마지막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웃으며 끝난다 해서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다.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갈 때만이 시청자들의 환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각종 잡음과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저하될 수준의 내용전개를 보인 후, 갑작스런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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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금사월(이하<금사월>)><왔다! 장보리>의 시즌 2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같은 작가가 집필했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라도 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 악녀, 복수등 소재의 유사성이 강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사월>은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남다른 김순옥 작가의 극본은 대놓고 막장을 추구하지만 그 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전개를 보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전작 <왔다! 장보리>와 다른 결정적인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악녀의 존재감이다.

 

 

 

<왔다! 장보리>는 악역 연민정 (이유리 분)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민정은 모든 사건의 갈등을 일으켰고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섰다. 답답한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보다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분출해내는 연민정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연말 대상시상식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상을 수상할만큼 연민정의 존재감은 컸다. 이는 단순히 연민정의 캐릭터 자체가 강력했다기 보다는 개연성 없는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연기한 배우 이유리의 내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고 봐야 옳다.

 

 

 

<금사월>의 악역인 오혜(박세영 분)의 악행 역시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 2의 연민정을 재현하기에 박세영의 연기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순옥 작가의 극본 속에서 악역의 악행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단순히 타고나길 못되게 타고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의 것을 탐내고, 질투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런 악행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어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그 연기에 매력을 더하는 것은 온전히 연기자의 몫이다. 잘못하면 단순히 드라마의 소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연기자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악역으로 스타가 되느냐, 단순히 악랄한 역할을 맡았다는 필모그래피 한줄이 더해지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최초로 악역을 맡은 박세영은 아직까지 연민정에 비하면 그 주목도가 낮다.

 

 

그래서 연민정 하나만으로도 모든 드라마의 갈등구조가 형성 가능했던 <왔다! 장보리>와는 달리, <금사월>은 다른 악역들을 배치해 놓았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강만후(손창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기도 서슴지 않고 신득예(전인화)와 결혼해 그의 인생마저 뒤흔들어 놓은 장본인인 것이다. 드디어 그는 악녀 오혜상과 손을 잡고 주인공 죽이기에 나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큰 분노를 일으키는 인물은 따로 있다. 그는 바로 금사월(백진희 분)의 친아버지인 오민호(박상원). 그는 오혜상의 계략으로 오혜상을 친딸로 알고 살아간다. 그덕택에 진짜 친딸인 금사월을 대놓고 차별하는 인물이다. 사실 이 인물이 실질적인 악역보다 더 악랄해 보이는 까닭은 그가 강만후와는 반대되는 캐릭터로 좋은 인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만후는 한눈에도 악인이지만 이 인물은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으로 포장하며 사실은 누구보다 천박한 감정을 드러내는 위선을 떨고 있다.

 

 

 

200년된 소나무가 없어진 것에 대해 다짜고짜 금사월을 의심하다가도 금사월이 소나무를 찾아오자 어깨를 감싸안으며 칭찬하는 장면은 이 인물의 이중성을 소름끼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아무리 계략에 빠졌다고는 하나, 소나무 사건이 금사월의 자작극이라고 믿어버리는 모습은 순진하다 못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신이 친딸이라고 믿고 있는 오혜상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이해심이 넘치지만, 20년간 착한 딸의 역할을 다 해온 금사월에게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중성은 이 인물에게 동정의 여지마저 앗아간다.

 

 

 

복수를 다짐한 금사월의 친엄마 신득예(전인화 분) 역시 인품으로 따지면 결코 악인 못지 않은 인물이다. 금사월이 자신의 친딸임을 알지 못했을 때는 그를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하며 증오의 눈빛을 숨기지 않더니 친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강만후처럼 자신이 가진 것 이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좋겠다는 이기적인 태도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그 캐릭터들에게 덧씌워진 비호감적 요소들이 그들 캐릭터가 의도대로 표현되고 있지 못함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소개에 오민호는 가정에서도 바깥에서도 따듯한 인품을 지닌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설명이 되어있고, 신득예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온화하고 반듯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설명이 되어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그 캐릭터 소개가 주는 느낌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민호의 인품은 위선으로, 신득예의 따듯한 본성은 자기만 아는 이기심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들이 사실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흔적을 남기며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행동마저 바꾸는 기회주의자로 표현될 뿐이다. 다행히 이야기 전개 구조가 흥미로운탓에 시선은 고정되지만, 주인공 금사월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의 몰아침은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심각한 결함을 야기한다. 그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재밌으면 된다는 시청률 지상주의는 가슴 한 편에 아쉬움을 새기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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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이 12.8%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7주간 <가요무대>에도 밀릴 정도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10시 드라마의 굴욕을 씻고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수도권 시청률은 14.6%로 15%에 육박했다. 드라마 방영 5회만에 만든 성과다. 이런 상승세를 이어가면 흥행작의 반열에도 들 수 있을 정도의 괄목할만한 성과다.

 

 

 

애초에 <오만과 편견>은 기대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구가의서>로 주목받은 후 주조연급으로 올라선 최진혁과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이름을 알린 후, <금나와라 뚝딱>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백진희 모두 공중파 주연을 맡은 전력이 없었다. 아직 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나 인기가 높지 못한 까닭에 <오만과 편견>에 쏟아지는 관심 역시 미미했다.

 

 

 

 

반면 경쟁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로 화제성과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후, <비밀의 문>에서 또 다른 왕 역할을 맡았지만 초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문제는 이야기가 사람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몰입도가 높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두터운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을 만큼 견고하고 앞뒤가 잘 짜인 판도 아니다. <비밀의 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정쩡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예정된 결말을 향하는 과정이 전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경쟁작 <내일도 칸타빌레(이하 칸타빌레)>는 처음부터 논란을 딛고 시작했다. 여주인공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원작 팬들과 드라마를 기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그 논란은 오히려 드라마에 플러스가 되는 논란이었다.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었고 그만큼 화제성도 높아졌다. 일본 원작을 어떻게 한국식으로 녹일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관전포인트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원작의 명성이 무색하리만큼 드라마의 구성과 연출에 허점을 드러냈다. 심은경은 4차원이나 독특한 캐릭터를 뛰어넘어 정신 수준에 이상이 있다고 여길 만큼 오버스러운 캐릭터로 변했고 지나친 간접광고와 합이 맞지 않는 연주 장면들로 실망감을 자아냈다. 이내 <칸타빌레>는 클래식 보다는 연애 이야기를 꺼내들었지만 클래식이 주가되지 못하는 연애 이야기에 드라마의 순수성도 훼손되었다. 여전히 주원-심은경-박보검의 삼각관계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려는 제작진의 태도는 <칸타빌레>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훼손하고 클래식 드라마에서 클래식은 없고 연애 놀음만 있다는 비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원작을 확실히 재현하지도, 그렇다고 한국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도 못한 이 드라마에 기대할 것은 주원의 연기력뿐이지만 이마저도 전체적인 균형을 잃어버린 드라마 탓에 조화로운 그림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반면, 최진혁과 백진희가 주인공인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의 스타성도 경잭작보다 약하고, 검사들의 이야기라는 소재 역시 수없이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은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풀어내며 그들의 사연에 궁금증을 일으켰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비밀스러운 사연 사이에서 줄타기를 적절히 해내며 호기심을 유발한 것이다. 심각하고 어두운 과거가 드라마의 구심점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코미디를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하는 작가의 능력은 비록 ‘검사들이 연애 하는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문제는 ‘연애’가 아니다. 그 연애를 얼마나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느냐 하는 것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스타들의 출연만으로는 드라마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야기가 재미있느냐 없느냐 하는 기본적인 명제에 충실할 때, 새로운 강자도 새로운 스타도 탄생할 수 있음을 명심하지 않으면 공중파 드라마 성공공식의 반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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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나와라 뚝딱>은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다. 그러나 그 인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막장에 가까운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까닭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기 힘든 드라마이기도 하다.

 

 

재벌가 설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 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갈등이나 첩과 안주인의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쌍둥이로 태어난 주인공은 똑같은 얼굴에도 자신의 출생 성분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가난한 주인공의 어머니는 재력가에 자신의 딸을 시집 보내고 공부하는 아들과 장사하는 딸을 대놓고 차별하는 속물이면서도 겉으로는 따듯한 가정을 위해 노력해 온 다정한 어머니로 포장되고 있고 전 여자친구를 정리하지 않고 결혼하여 여자를 마음고생 시키는 관계까지 등장한다.

 

 

<금나와라 뚝딱>의 시청률의 힘은 사실상 ‘막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정몽희(한지혜)가 아니라 장덕희(이혜숙)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극의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것은 복잡한 가정사를 움켜쥐고 있는 시어머니, 장덕희다. 갈등 구조가 여자들의 기싸움이나 출생 성분, 그리고 집안 대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까닭이다.

 

한지혜의 1인 2역, <금나와라 뚝딱>에서 재발견된 연기력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 나와라 뚝딱>에는 소소한 발견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지혜의 1인 2역 연기다. 한지혜는 쌍둥이 역할을 맡아 재벌가에 입양돼 박현수(연정훈)과 결혼한 유나와 평범한 집에 입양돼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몽현을 동시에 연기하고 있다. 둘의 캐릭터는 극명하게 갈린다. 유나는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이기적인 반면 몽현은 따듯하고 명랑 쾌활하다. 한지혜는 주인공으로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도 현수와 복잡하게 얽힌 러브라인을 정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녔다. 두 사람이 닮아 보이는 순간, 한지혜의 연기는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정말 두 사람인 듯한 분위기가 관건인 것이다.

 

 

물론 캐릭터의 특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구분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두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아무래도 비슷해 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한지혜는 전혀 다른 이 캐릭터의 디테일을 한껏 살리며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말투에서부터 표정까지 한지혜가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소 답답한 몽희와는 달리 시원시원한 스타일의 유나는 통쾌함마저 전해준다. 한지혜에게 포커스가 맞춰진다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와 연기의 조합이 상당히 자연스럽다는 증거다.

 

 

이 와중에도 이야기 전개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 때까지 아무런 의심이 없다가 입양사실을 알고 갑작스런 충격을 받는 주인공의 모습도 이해할 수 없고 같이 확인한 생모의 사진에는 또 한지혜가 등장한다. 심각한 장면에서 실소가 터진다.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 장면과 전개가 아쉽다. 그러나 한지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분량이 가장 많은 것도 모자라 두 사람의 역할을 한꺼번에 해야하는 고충을 감안해 볼 때 한지혜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연기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가 촉박한 촬영 일정은 덤이다. 그러나 한지혜는 이 모든 핸디캡을 극복하고 자신이 맡은 각각의 캐릭터들을 시청자들에게  이해 시켰다.

 

한지혜에게서 연기력을 논하게 되다니

 

  

 

 

그동안 한지혜는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조연으로 시작해 <낭랑 18세>에서 주연을 맡은 후,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조연급으로 활약했지만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일정한 예상 범주 안이었고 한지혜의 연기력 역시 비난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목할 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한지혜가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은 곧바로 그의 스타성이 그다지 크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주연급이지만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는 매력을 보이지 못한 까닭에 그동안 한지혜에게 연기력을 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쌓아온 것은 비록 폭발적인 연기력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이었다. <금나와라 뚝딱>에서 1인 2역을 무리없이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한지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한지혜의 두 가지 캐릭터를 보는 것 만으로도 드라마에 집중이 된다는 것은 한지혜가 처음으로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내공을 보였다는 증거다. 한지혜에게서 연기력을 논하게 된 것은 상당한 발전이다. 주인공으로서의 가치의 재발견이기 때문이다.

 

 

막장 설정들에 지치면서도 군데군데 시청포인트를 만들어 놓은 덕분에 <금 나와라 뚝딱>은 비난의 강도를 줄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한지혜의 재발견은 <금 나와라 뚝딱>의 가장 큰 수확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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