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허구의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개연성은 중요하다. 드라마의 허구성 속에서도 인과관계는 있고, 상식은 통해야 한다. 설령 상식 밖의 판타지로 드라마를 만든다 하더라도 판타지 안에서의 법칙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작가 본인이 만든 설정은 허구의 힘 안에서 곧 상식이 되는 것이다. 그 설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개연성이 필수다.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고도 전혀 시청자를 납득시키지 못한 임성한 드라마와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을 쓰고도 명작이라는 평을 받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비교해 봐도 단순히 드라마는 허구라는 개념으로 모든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목드라마 <가면>은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거머쥐고도 이런 개연성을 잃어가고 있는 탓에 안타까운 드라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가면>의 이야기는 더 이상 회생이 불가할 만큼 중구난방이다. 아무리 산소호흡기를 대고 제세동기로 심장 마사지를 해도 <가면>의 인물들은 모두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다.

 

 

 

 

사실 <가면> 속에서는 최미연(유인영 분)만이 문제는 아니다. 변지숙(수애 분)은 시종일관 답답하고 이해 불가한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나마 한줄기 빛처럼 캐릭터를 유지하던 최민우(주지훈 분)마저 종영을 2회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반격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 십년 동안 가져온 물에대한 공포를 단 5초만에 극복하는 실소가 터지는 장면은 덤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점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최미연이라는 인물이다. 최미연은 극 초중반 까지만 해도 까칠하고 도도하며, 열등감까지 있지만 때때로 귀여운, 감초같은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드라마 종반의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 역할은 철저히 희생당했다. 서은하(수애 분)의 죽음에 관여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변지숙의 모친인 강옥순(양미경 분)을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동생 변지혁(이호원 분)에게 땅콩 음료를 건네 죽인다는 설정에는 허탈함마저 몰려온다.

 

 

 

문제는 최미연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질투가 있고, 열등감과 분노가 있지만 그것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엄청난 동기인가 하는 것에는 도저히 공감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사람은 때때로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죽이기도 하고, 정말 사소한 계기에 의해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면>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드라마고, 그 이야기 안에는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이유가 없이 살해라는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데서 희열을 얻는 사이코 패스다 같은 설명 정도는 들어가 주는 것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앞서도 얘기했듯 최미연은 중반까지만 해도 성질은 부릴지언정 꽤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최미연은 그러나, 종반부로 갈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자가 됐다. 변지숙의 정체가 서은하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면, 자신이 서은하를 죽인 것이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갈등을 만들기 위해 변지숙의 정체를 까발린다. 이 캐릭터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자신의 감정대로만 행동한다. 그것이 비록 살인일지라도.

 

 

 

 

문제는 이런 그의 행동 양상이 너무나도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교육을 잘받은 양갓집 아가씨고, 사이코 패스라 하기에는 질투를 느끼고 자신의 잘못에 죄책감도 느끼는 평범한 인물일 뿐이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로 설정된 것도 아닌데 이 인물은 단순히 그냥 기분 나빠서사람을 둘이나 죽였고, ‘무작정주인공을 미워한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 라는 의문이 떠날 수 없는 지점이다. 서은하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강미옥은 전혀 죽일만한 이유나 상황적인 배경이 없었다. 실수로 죽였다거나 하는 설정조차도 없다. 최미연은 미스테리의 반전을 위해, 혹은 주인공의 오열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여기에서 대체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면>은 어떻게든 갈등을 만들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만 급급하다. 그 갈등을 위해 최미연 캐릭터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물론 외면당한 것은 최미연만은 아니다. 변지숙은 휘발류를 부어 불이난 상황속에서도 창문으로 도망치지 않고 이불로 화제를 진압하고, 자기 엄마를 죽인 사람이 주는 와인도 아무렇지 않게 마신다. 그러나 변지숙은 예전부터 그런 답답한 행동을 도맡는 캐릭터였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러나 최미연은 달랐다. <가면> 제작진은 그나마 남아있던 캐릭터마저 철저히 망가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기만 하다.

 

 

 

 

아마도 <가면>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배우들은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도 이런 식으로밖에 그려내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은 크다.

 

 

 

이제 <가면>은 종영까지 단 한주를 남겨두고 있다. 한 주만에 꼬이고 꼬였던 모든 이야기는 급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제 이 드라마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남은 것은 <가면>속의 세계를 단 2회만에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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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내러티브는 어렵지 않다. 너무나도 똑같은 얼굴을 지닌 두 여인의 삶이 뒤바뀌며 그 비밀이 탄로 나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 날선 긴장감이 이 드라마의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재벌녀 서은하(수애 분)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가 등장하지만 그 미스테리가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지는 않는다. 10%가 넘는 동시간대 1위의 심상치 않은 시청률은 이런 '쉬운' 전개를 바탕으로 한 미스테리 요소의 신선함이 가능케 했다.

 

 

 

그러나 <가면>이 8회를 넘겨 중반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보인 것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여주인공인 변지숙(수애 분)의 캐릭터의 오류다.

 

 

 

 

 


 변지숙은 서은하와 얼굴이 같다는 이유로 서은하의 죽음으로 인해 재벌인 서은하 행새를 해야하는 인물이다. 당당하고 할 말 다하는 서은하와는 달리 변지숙은 소심하고 순하다. 이런 캐릭터의 대비는 1인 2역이라는 역할상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심하고 순한 캐릭터가 드라마 대부분에 갈등요소로 등장하면서 벌어졌다.

 

 

 

변지숙은 서은하라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 그가 서은하로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다. 이미 그를 대신해 서은하는 변지숙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문제는 변지숙이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 하는 것 자체라고 볼 수는 없다. 변지숙의 캐릭터 자체가 가정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 것을 넘어서 과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변지숙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체의 발각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변지숙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가족의 주변을 얼쩡거린다. 가족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지점은 이해하더라도 가족들의 사채 빚을 갚아줄 5억이라는 거액을 가방에 넣고 허술하게 돌아다니는 장면은 상식선에서 벗어나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 찾아간 것까지는 좋다 하더라도 마치 변지숙은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 너무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키고야 만다. 그들의 눈에 띄고 나서야 울면서 그 자리를 피하는 여주인공의 행동은 마치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묘사된다. 지금 그의 정체가 드러나면 모든 상황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인지하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변지숙의 동생 변지혁(이호원 분)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변지숙에게 달라 붙으며 괴롭힌다. 아무리 그가 확인한 시신이 서은하였다고는 하나, 누나의 죽음 이후 시신확인까지 마친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있다.  그 때문에 변지숙의 상황은 더욱 난감해지고 있는데도 아랑곳이 없다. 설사 그가 어떤 감을 가지고 진짜 누나라고 생각한다하더라도 진짜 누나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너무나도 둔감한 그의 행동은 어떤 면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그런 의심 속에서도 변지숙의 남편인 최민우에게는 "누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명백한 오류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답답함이 쌓여간다. 

 

 

 

사채업자들의 행동마저 개연성은 없다. 사채업자들의 가장 큰 목표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 돈의 출처가 어떤지는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변지숙이 건네는 돈을 받지 않고 의심하는 그들의 행동은 사채업자의 그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변지숙을 '민폐' 여주인공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변지숙의 매력은 수애 특유의 탁월한 연기력 자체에만 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지지하고 응원할만한 심리적인 유대감이 생기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이 캐릭터는 회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드라마 전반의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모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이 왜 변지숙을 좋아하게 되는지마저 의아하다. 그만큼 이 캐릭터에는 끌리는 요소가 없다.

 

 

 

처음에는 코미디와 멜로, 그리고 미스테리가 한데 어우러진 명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짙었던 <가면>은 이 캐릭터 설정의 오류로 인해 결국 이 모든 장르들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한 곳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이 나았다. 주지훈과 수애의 연기력으로 그들의 멜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상황에서 그 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면>은 몇회에 걸쳐서 변지숙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답답한 상황만 반복되고 있다. 시청률은 상승했으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하락했다. 과연 언제쯤 변지숙은 서은하가 될까. 너무 지나친 뜸 들이기로 인해 명작의 탄생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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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해가 밝아 오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2014년에도 우리는 TV앞에 앉아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2014년에는 또 새로운 드라마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 2013년에 지금껏 우리를 사로잡은 캐릭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를 웃기고 울린 2013년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정리해 보았다.

 

 

<구가의 서> 구월령, 최강치

 

 

 

 

최근 막을 올린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은 무려 외계인이다. 이제 소재는 단순한 사람들을 뛰어 넘어 판타지와 접목시킨 로맨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그 포문을 연 것은 <구가의서>다. <구가의서>에서 산의 수호령, 구미호를 연기한 구월령(최진혁)은 등장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여심을 녹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상속자들>에 캐스팅 되었고 tvN에서 방영될 새로운 금토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어 반인반수를 최강치를 연기한 이승기 역시 연기력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식지않은 인기를 증명해냈다. <구가의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기분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안에서 나온 ‘반인반수’ 캐릭터는 그간 단순한 구미호라는 설정에서 한 단계 진보한 형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혜성, 박수하, 민준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역시, 남의 속마음을 읽는다는 설정을 통해 판타지성을 부각시키며 드라마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수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으로 그 능력으로 장혜성(이보영)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는 등, 드라마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여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또한 까칠하고 자기 중심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변호사 캐릭터로 <내 딸 서영이>에서 보여준 변호사 역할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창출해 내며 드라마의 성공을 견인했다. 이종석은 단숨에 수퍼 루키로 성장했으며 이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진일보 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악역 민준국(정웅인)역시 이 드라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았다. 정웅인의 연기력과 더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캐릭터의 시너지는 심지어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tvN <나인>과 함께 2013년에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 주중원

 

 

 

 

드라마의 판타지 소재는 계속되었다. 히트 작가 홍자매의 <주군의 태양>에서 여주인공 태공실(공효진)은 귀신을 보는 설정으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착하고 귀여운 여주인공과 다소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아픔을 간직한 남주인공이라는 홍자매식 캐릭터는 여전히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지만, ‘귀신을 본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홍자매답게 태공실과 주중원(소지섭)의 관계에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두 주인공의 관계의 설정이 먹혀든 탓에 시청자들은 그 주인공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 되었다. 전작 <빅>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홍자매가 다시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홍자매식 캐릭터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증명이었다.

 

 

<굿닥터> 박시온

 

 

의학드라마도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굿닥터>는 무려 자폐증에 걸린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박시온(주원)은 자폐증상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서번트 신드롬의 증상을 보이는 인물로서 의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시온의 독특한 설정 덕에 기존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창출되었다. 자폐증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 낸 주원의 연기력도 다시금 재평가 되었다. 중간에 다소 무리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따듯하고 귀여운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한 탓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놓고 ‘자폐증’이라는 설정을 집어 넣어 흥미를 유발한 것이 주효했다.

 

 

<비밀> 조민혁

 

시청률 5%로 시작한 <비밀>이 결국 기대작 <상속자들>마저 이긴 데에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주효했다. 다소 평범해질수 있는 이야기를 인물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포착해내며 그 안에서 그들에게 동화되게 만든 것이다. 남자주인공 조민혁(지성)은 여주인공 강유정(황정음)을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다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조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시청자들이 보여준 지점이다.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그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완성도 있는 스토리 덕택에 그들의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캐릭터로서의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사실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재벌 2세면서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이며 한 여자를 끝까지 따라다는 조민혁 캐릭터가 주목할만 했다. 결국 <비밀>은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준비된 신인 작가의 저력을 증명해 냈다.

 

 

<상속자들> 최영도, 한기애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의 <상속자들>에서는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소 전형적인 그들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최영도(김우빈)이다. 최영도는 일진에서 사랑을 아는 남자로서 변모하며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소 느끼하고 몸서리쳐지는 로맨틱한 대사들도 완벽하게 소화한 김우빈의 연기력과 그의 독특한 외모 역시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박하지만 다정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설정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김은숙 작가의 독특한 대사 스타일과 김우빈의 매력이 결합되며 캐릭터를 눈에 띄게 만들었다. 결국 김우빈은 <상속자들>로 이종석에 이어 수퍼루키로 떠오르며 누구보다 전망이 좋은 2014년을 맡는 스타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기애 역을 맡은 김성령 역시,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만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중년의 나이에도 소녀답고 귀여운 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무려 남자 주인공인 이민호의 엄마로 등장했지만 단순한 엄마에 그치지 않고 귀엽고 착하며 여리고 상처가 많지만 자존심 강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 덕택에 한기애는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하나의 중요한 시청포인트로 자리매김했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 캐릭터의 시너지 덕택에 상속자들은 결국 20%를 넘기며 김은숙의 성공신화를 이어나갔다.

 

 

<응답하라 1994> 성나정, 쓰레기, 칠봉이, 윤진이

 

 

<응답하라 1994>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성공으로 다소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중반 이후 다소 쳐지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캐릭터들과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데뷔 후 10년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고아라를 비롯해 정우, 유연석, 도희등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회자되었다.

 

 

특히 쓰레기를 연기한 정우는 의대 수석이라는 반전매력과 생동감있는 연기력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칠봉이(유연석)의 부드러운 매력도 인기를 끌었으며 서브 캐릭터지만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와 욕설을 구사하는 윤진이(도희)는 드라마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응답하라 1994>는 결국, 캐릭터와 추억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공중파를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막장 드라마의 막장 캐릭터?

 

 

<야왕> 주다해

 

 

 

이렇게 호평받은 드라마 외에도 ‘막장’ 설정의 드라마 속에서도 캐릭터는 발견되었다.

 

<야왕> 주다해(수애)는 세상 어디어도 없는 막장 악녀를 연기했다. 다소 무리한 설정과 성격 탓에 사이코패스라는 말까지 들은 악녀로 주다해는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어설픈 장치들과 설정탓에 주다해라는 인물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주다해의 악행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악행이었다는 것 하나만이 이 캐릭터에 주목할 점이다. 수애는 끝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만큼은 재확인 시켰다.

 

<오로라 공주> 나타샤

 

 

<오로라 공주>의 상식밖의 전개는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주인공들 역시 임성한 드라마 답게 수준이하의 행동을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임성한 드라마라면 의례히 나타나는 막장 캐릭터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타샤(송원근)이라는 인물만은 그동안 임성한 캐릭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동성애자 캐릭터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며 나타난 이 인물은 의외로 드라마의 재미의 일부분을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갑자기 108배를 드리고 동성애를 탈피했다는 설정으로 나타나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대사로 비난받는 와중에 캐릭터마저 막장으로 치닫는 임성한식 전개는 결국 시청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했고 임성한은 높은 고료를 받고 한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등, 여전히 건재한 임성한 월드를 증명해 냈다.

 

 

‘일본 드라마’의 독한 캐릭터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등,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속 여주인공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상처받은 인물들이었다. 각각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소화한 김혜수, 고현정, 최지우의 연기력은 주목할만 했지만 비슷한 캐릭터의 되풀이는 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애초에 감정을 배제한 일본식 캐릭터는 한국 정서와는 미묘하게 차이를 보였다. 그들의 캐릭터는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결국 한국에서 ‘일본식’ 여성형 슈퍼 히어로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일본의 독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따오기 보다는 한국의 캐릭터들을 심화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TV속 세상은 가상 세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그들에게 동화되고 그 속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2013년에는 막장드라만큼 좋은 드라마도 많았다. 그것은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작가와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도 그런 노력이 계속되어 즐겁고 참신한 드라마들을 보며 한 시간동안 현실의 시름을 잊게 만들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시청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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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 드라마 <미래의 선택>과 수목 드라마 <비밀>에서는 각각 윤은혜와 황정음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일으키는 사건의 중심으로서 남자 주인공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원톱 여주인공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또 하나가 있다. 그들이 바로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은혜는 그룹 ‘베이비 복스’출신으로 같은 그룹 출신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주연급 여배우로 성장했다. 황정음 역시 그룹 ‘슈가’ 출신으로서 같은 그룹 출신 중, 유일하게 주연급 여배우가 되었다.

 

 

윤은혜와 황정음은 각각 <X맨> <우리 결혼했어요>의 예능에서 활약을 하며 솔로 활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드라마 출연의 초반에는 상당히 잡음이 있었다. 윤은혜가 <궁>에 출연할 당시, 한 번에 여주인공을 꿰찬 윤은혜에 대한 논란은 생각보다 굉장히 컸고 원작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팬들의 성토역시 거셌다. 황정음은 그나마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며 논란을 최소화 했지만 이후 주연을 맡으며 계속된 연기력 논란은 그에게 있어서 극복하기 어려운 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작은 비슷했을지라도 그들의 행보는 확연히 달랐다. 윤은혜는 브라운관 데뷔작 <궁>이후 <포도밭 그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 <아가씨를 부탁해><내게 거짓말을 해 봐><보고싶다>그리고 현재 <미래의 선택>까지 연속적으로 주연을 꿰차며 <보고 싶다>를 제외하고는 로맨틱 코미디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펼쳤다. 윤은혜 스타일 연기는 처음보다는 많이 무난해 졌지만 사실 윤은혜에게서 연기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눈에 거슬리지 않을 수준은 도달했지만 윤은혜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 받은 적은 없었다. ‘늘었다’는 칭찬은 계속 되어왔지만 윤은혜의 연기를 두고 ‘잘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이는 윤은혜가 연기력 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윤은혜가 데뷔한 <궁>부터 윤은혜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커피프린스 1호점>, 현재 방영되는 <미래의 선택>까지 윤은혜는 독특한 설정이나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통통튀는 주인공을 주로 연기했다. 멜로였던 <보고싶다>에서는 그다지 윤은혜가 돋보이지 않았다. 윤은혜는 확고한 캐릭터를 가지고 갈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캐릭터가 강조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작품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윤은혜의 드라마는 성공하는 경우는 그만큼 호응을 받지만  실패하는 경우, 연기력과 작품성에 대한 비난에도 직면하게 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미래의 선택>에서 윤은혜의 캐릭터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윤은혜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은 서른이 넘도록 우유부단하고 우왕좌왕한다. 순수해서 그렇다고 봐주기엔 그녀는 너무 사회를 알아버렸고 세상을 알아버렸다. 한 마디로 순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똑 부러지지도 않는다. 그 안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매력 역시, 없다. 어중간한 캐릭터로 매력을 잃어버리자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생기고 이는 윤은혜에 대한 비난으로 직결된다. 윤은혜는 그를 극복할만한 연기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밀>의 황정음은 다르다. 사실 캐릭터로 따지자면 황정음의 캐릭터는 착하고 순종적인 전형적인 여주인공이다. 비로소 옛 애인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 먹지만 그래도 그를 위해 희생한 과거가 있고, 아직도 다른 사람을 위해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는 순애보만은 버리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 인물에서 ‘캐릭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비밀>은 신선한 내용 전개로 그 캐릭터를 극복했고 황정음에게 ‘연기력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안겼다.

 

 

황정음은 <우리 결혼 했어요>로 주목 받은 후 주연을 꿰차기 시작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후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풀하우스 take2>, <돈의 화신>, <골든타임> 그리고 <비밀>에 이르기까지 <풀하우스 take2>정도만 제외하고는 선이 굵은 작품에 출연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설사 드라마가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분담은 현저히 적어진다. 황정음은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지만 점점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침내 <골든타임>에서는 황정음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마저 바꿨다. 그러나 아직도 황정음에게 ‘연기력’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황정음이 택한 작품이 바로 <비밀>이다. <비밀>은 황정음에게 신의 한수였다. 황정음이 전면에 등장하는 스토리이지만 다른 인물들의 사연과 스토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황정음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 가지면서 전면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황정음이 보여주는 연기는 드라마의 몰입도마저 높인다.

 

 

표정과 발성, 감정표현에서 황정음은 도저히 황정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로서 대중들에게 각인 되었다. 그것은 물론 드라마가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황정음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토록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아이돌 출신’여배우들도 그 노선을 달리 하고 있다. 스타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지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그러나 실패할시 위험부담이 너무 큰 ‘캐릭터’ 보다는 ‘연기력’을 갈고 닦는게 그들이 더 오래 주목받을 수 있는 길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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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은 처음부터 굉장한 관심을 받으며 출범했다. 흥행 불패신화를 써 온 김은숙 작가에 이민호 박신혜라는 주목받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했으며 최진혁, 김우빈, 박형식등 최근 큰 주목을 받은 스타들은 물론, 크리스탈, 강민혁등의 아이돌까지 캐스팅 하며 방영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로맨틱 코미디가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김은숙 작가의 대본은 톡톡 튀는 대사와 싱그러운 설정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관심의 중심에 언제나 서 있다는 것 또한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에 보답하듯, 첫 회는 10%를 넘기며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고 달콤한 사랑이야기에 빠져든 시청자들은 꾸준히 이 작품을 시청하며 ‘설렌다’는 호평을 했다. 꽃미남 꽃미녀들이 펼치는 설레는 사랑의 향기가 굳이 나쁠 이유도 없다. 시청률은 상승했다.

 

 

그러나 무난히 경쟁작들을 제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이 드라마는 KBS <비밀>에 발목을 잡혔다. 닐슨 미디어 리서치 시청률 조사기관에 따르면 이제 드라마가 초반을 넘어 이제 중반부로 향하는 지점임에도 <상속자들>은 단 한 번도 <비밀>의 시청률을 넘지 못했다. <비밀>은 오히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상속자들>을 한 발 앞서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시청률 조사기관 TNmS의 조사에 따르면 <상속자들>이 <비밀>에 근소한 차로 앞섰다. 그렇다면 앞으로 반등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화제성에 비해 전혀 기대조차 받지 못했던 <비밀>이 이 정도까지 <상속자들>을 몰아붙인다는 것은 <상속자들>측에서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상속자들>은 물량공세부터 <비밀>에 비교될 수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촬영에 재벌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 바람에 화려한 세트 구성, 그리고 그만큼 무더기로 등장하는 스타들의 출연료까지 <비밀>에 비교하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밀>은 지성-황정음을 내세워 멜로 드라마로서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한 탓에 5%대의 시청률로 첫 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은 <상속자들>보다 <비밀>이 훨씬 더 우위에 있다.

 

 

 

<상속자들>은 김은숙의 장점이 오히려 퇴보한 드라마다. 화려한 볼거리와 순정만화 같은 스토리는 아직 건재하지만 뻔한 스토리를 독특하게 진행시키는 김은숙 작가의 구성능력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작 <파리의 연인>부터 최근작 <신사의 품격>까지, 김은숙 드라마의 주제는 늘 멋있는 남자 주인공에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스토리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력적이었고 개성적이었다. 그러나 <상속자들>의 주인공인 이민호-박신혜는 그간 김은숙 작가의 주인공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평범하다.

 

 

‘뻔한 걸 색다르게 풀어내는 게 내 능력’이라던 김은숙 작가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민호-박신혜가 맡은 역할은 평범한 왕자님과 캔디 공식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캐릭터가 가진 상처나 상황들도 모두 식상하다. 부자지만 외롭다는 김탄(이민호)나 가난하지만 씩씩한 차은상(박신혜)나 독특한 개성이나 매력이 없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만 보더라도 뻔한 설정을 뒤집을만한 캐릭터의 매력은 확연했다. 현빈은 재벌이지만 추리닝을 입고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하는 해학이 있었고 하지원은 액션배우로서 몸을 사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현빈이 그를 ‘멋있다’고 느낄 만큼의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김탄과 차은상은 지나치게 평범하다. 사실 왜 김탄이 차은상에게 호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차은상은 김탄을 처음 만나고 언니에게 돈을 빼앗기고 울음을 터뜨리는 구질구질한 고등학생이었을 뿐이고 씩씩하다는 것 빼면 그다지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만난지 며칠 만에 김탄은 “나 너 좋아하냐?”며 차은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단순히 차은상이 ‘예뻐서’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장면이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는 뻔한 말로 첫눈에 반했다는 식의 설정이라면 이해해 줄 수 있지만 문제는 그들의 사랑에는 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당위성이 없다는 것이다.

 

화려한 배경과 주인공들의 외모에 설정은 용납되었지만 이는 엄연한 캐릭터의 부재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최영도(김우빈)과 삼각관계로 진행되는 과정 역시 상당히 허무하다. 그 많은 돈 많고 화려한 학생을 제쳐두고라도 왜 하필 차은상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여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없다. 지나치게 많은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문제역시 가볍지 않다. 그들 하나하나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전개는 늘어진다.

 

 

 

물론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나쁘지 않다. 젊은 여성들에게라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만큼의 한방은 부족하다. 오히려 뻔한 스토리를 독특하게 전개시킨 것은 <비밀> 쪽이다. <비밀>은 치정 멜로라는 색다를 것 하나 없는 스토리를 두고 매회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사건의 전개는 지성과 황정음을 주축으로 돌아가지만 그들이 얽힌 과정에 대한 진실은 아직 비밀로 남아있다.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도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 만드는 구성 방식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황정음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1등 공신이다. 복잡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포착해 내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져있던 황정음이라는 배우에 대한 채평가마저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비밀>은 신인작가의 작품이다. 이쯤 되면 <비밀>에 대한 평가가 <상속자들>보다 훨씬 더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상속자들>이 완전히 패배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정도의 제작비와 화제성을 가지고도 <비밀>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 편은 어떤 스타작가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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