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결말은 그동안 방영되었던 내용의 정리와 동시에 확실한 결말을 맺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편이 드라마의 전체 완성도를 높인다. 단순히 시청자가 원하는 결말이 아닌, 시청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 혹은 여운이 남는 결말을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결말은 이도저도 아닌 허무함만을 남기며 함께 했던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고 말았다.

 

 

 

 

호족 수장인 왕식렴(이덕화 분)이 수십명의 병사들을 모아놓고 ‘역모’라는 중차대한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연출력과 대본의 문제였다. 이에 더 황당한 것은 그 역모를 단순히 "너희 모두는 본디 이 나라 고려, 황제 폐하의 백성"이라며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로 설득하여 적을 무릎 꿇린다는 설정은 개연성을 파괴함과 동시에 유치한 느낌까지 들게 만들었다. 애초에 역모에 가담할 만큼 불만이 많은 세력의 계략과 몰락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허접했다.

 

 

 

결말이 나오는 과정에서 그동안 이야기의 주요 요소가 되었던 청동거울의 활용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정종(류승수 분)의 병을 고치기 위해 찾아해메던 해독제 역시 굳이 찾을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느 순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드라마 중반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등장했지만 결국은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수습도 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왕소(장혁 분)와 신율(오연서 분)에 대한 결말이었다. 로맨틱 코미디 사극으로서 두 사람의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줄 알았던 결말이 열심히 살려놓은 신율이 갑작스럽게 서역으로 향하고 왕소는 다른 여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왕소의 업적 역시 갑자기 등장한 자막으로 처리되었고 마지막에 두 사람의 재회 신을 그리기는 하지만 두사람이 죽어서 만났다는 느낌만 강해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이 결말이 다소 황당했던 이유는 인물의 행동에 전혀 앞뒤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랑했던 두 사람이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 서로 혼례를 올리고 첫날밤 까지 보냈는데 굳이 신율이 서역으로 향해야 할 이유가 없다.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한 결말로만 처리 했어도 중간은 갔을 결말이 갑작스러운 헤어짐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첫날 밤을 보낸 후, 왕소에게 실망한 신율이 꿈 핑계를 대고 서역으로 떠났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 이 드라마의 결말이 얼마나 우스워졌는지는 알만한 일이다. 왕소는 신율의 생명의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신율의 행동에는 이에 대한 고마움이나 감사함이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꿈만 중요한 이기적인 여인처럼 그려졌다.

 

 

 

이 드라마는 초 중반의 완성도를 지키지 못하고 중반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왕소가 신율이 남장을 한 개봉이의 정체를 알기 전 까지는 확실히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냈지만 이후 역모와 정치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우왕좌왕을 마무리 짓고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빛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최종회에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의 결말을 아름답게 그리기만 했어도 그동안 시청자로서 이 드라마에 애정을 쏟았던 사람들의 구미를 만족시킬 수 있었을 터인데 결국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이 드라마를 시청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만을 한 셈이 되었다.

 

 

 

이런 허무한 결말을 미리부터 준비했다면 그에 대한 복선과 당위성이 확실히 드라마 안에서 표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 계획없이 만들어진 것 같은 마지막회에 대한 평가가 좋을리 없었다. 차라리 역모고 정치고 모든 분량을 줄이고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하는 편이 이 드라마에는 훨씬 적절했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 초반이 완성도가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 분투하며 왕소와 신율을 표현한 장혁과 오연서는 빛났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을 무너뜨려 버린 결말은 미쳤다. 시청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청자들의 혹평을 이끌어내며 반발하게 만드는 ‘미친’ 드라마는 반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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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거나 미치거나(이하<빛미>)는 SBS <펀치>의 종영 이후 줄곧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면서 월화극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시청률 파이가 작아진 현 시점에서 10%를 꾸준히 넘기고 있다. 비록 10%를 넘긴 <풍문으로 들었소>에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드라마 시청층에게 호평을 받으며 창작사극의 가능성을 다시한 번 증명하고 있다.

 

 

 

빛미를 떠받치고있는 가장 큰 주춧돌은 바로 로맨다. 남자주인공인 왕소(장혁 분)가 고려의 광종을 롤모델로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사실에 기인한 드라마가 아닌만큼 역사적 고증이나 실존인물의 재해석등의 빈자리를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채우는것이다. 시대적 배경은 그들의 로맨스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저주의 별인 파군성을 타고났다는 왕소와 나라에 빛을 가져오는 자미성을 타고난 신율(오연서 분)은 처음부터 운명의 고리로 묶인 연인이다. 운명적인 사랑과 서로에게 치유가 되는 존재라는 설정은 사실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빛미>는 이런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남녀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를 극대화 하며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여자 주인공인 신율이다. 신율역을 맡은 오연서가 각인된 것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방말숙 역할을 맡으면서 부터다. 방말숙은 갑자기 생긴 시누이를 교묘한 방법으로 괴롭히는 역할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이었다. 그러나 방말숙은 묘하게 현실감있는 캐릭터로 단순한 악역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자들이 이 인물에 대해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감정이입을 했다는 점이었다. 드라마속의 인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는 역할에 대한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에 따른 비호감 지수 역시 수직 상승하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이후 터진 오연서의 <우리 결혼했어요> 하차 사건 역시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우습게도 이런 오연서의 이미지를 확정짓는 역할을 하고야 말았다.

 

 

 

이후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에서 주연을 맡아 착하고 희생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역풍이었다. 문제는 캐릭터가 지나칠 정도로 답답하고 미련하게 그려진 것이 문제였다.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악역 연민정 역할을 맡았던 이유리였다. 오연서는 다시 한 번 이미지 전환에 실패하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빛미>의 신율은 다르다. 신율은 방말숙처럼 얄밉지도, 그렇다고 장보리처럼 미련하지도 않다. 현명하고 진취적이며 애틋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캐릭터다. 오연서는 이 역할을 맡으며 장혁과의 로맨스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연기력과 외모를 모두 인정받기에 이른다. 역할에 대한 호감은 연기자에 대한 호감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드라마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오연서만이 아니다. 사랑의 라이벌인 이하늬 역시, 악역을 연기하며 그간 시청자들이 알 수 없었던 의외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하늬는 <빛미>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섹시스타였다. 미스코리아 출신에 미스 유니버스 4위라는 화려한 성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그에게 기대되는 것은 연기력 보다는 뛰어난 몸매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하늬는 <빛미>를 통해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한 삶을 사는 여인을 연기한다. 감정을 배제한 그역시, 결국 자신의 삶의 희생자였음을 표현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을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이하늬는 어떤 면에서 볼 때, 여자주인공인 신율보다 훨씬 더 존재감이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극중에서 신율을 사랑하는 동생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남자 주인공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는 것은 이야기 전개에 가장 핵심적인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황보여원의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이야기는 더욱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처절한 여인의 감정의 진폭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이하늬에 대한 연기력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빛미>의 여주인공들은 이렇게 성공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 만큼 폭발력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만큼 앞으로 그들 활동의 운신의 폭이 훨씬 더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빛미>로 만들어 낸 기회를 그들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다음 행보에 더욱 주목이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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