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은 결코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채 시작했다. 한국적인 설정과 16부작이라는 길이의 차이로 여러 에피소드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결국 시작부터 결말까지 <여왕의 교실>은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른다. 결국 <여왕의 교실>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은 호평을 이끌어 냈다. 초반에는 잔인한 여교사 캐릭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혹평이 대세였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에게 동화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며 감동을 자아냈다. 끝내는 어린이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평을 들으며 종영했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 만큼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일본에서 조차 <여왕의 교실>의 여교사 캐릭터는 초반에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렸다. 아동학대라는 말과 함께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회가 진행될수록 <여왕의 교실>의 감동은 시청자들을 울렸고 결국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중심에는 여교사 아쿠츠 마야역을 맡은 아마미 유키의 호연이 있었다. 아마미 유키는 강압적인 여교사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로봇같은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아마미 유키의 연기력은 더 이상의 <여왕의 교실>주인공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든 측면이 있었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드라마 속의 아이들과 시청자들을 압도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게 만든 그의 연기력은 단연 <여왕의 교실>의 백미다.

 

고현정은 그 아마미 유키를 뛰어넘어야 했다. 똑같은 역할을 맡아 하나하나의 연기가 비교될 터였다. 그러나 고현정은 똑같은 연기를 택하지 않았다. 일단 스타일링부터 달랐다. 원작의 아마미 유키는 앞머리를 전부 뒤로 넘겨 쪽을 진 날카로운 스타일에 검은 정장을 택했다. 고현정 역시 어두운 계열 옷을 택했지만 회색 등, 아마미 유키보다는 명도가 높은 옷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역시 단발머리로 날카로운 이미지를 극대화 하는 선택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초반 통통한 고현정의 볼살은 역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시청자들의 성토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말투나 눈빛역시 달랐다. 아마미 유키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에 가깝다면 고현정은 얼굴 근육을 최대한 이용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가끔씩은 알 듯 말듯한 오묘한 미소까지 얼굴에 띄웠다. 아마미 유키는 감정을 거의 싣지 않은 강한 말투를 사용했지만 고현정은 비웃음과 조롱까지 섞인 다양한 말투를 구사했다. 아마미 유키가 훨씬 더 강렬하고 무서워 보였지만 고현정은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줬다. 같은 역이지만 고현정 나름대로의 해석을 곁들여 아마미 유키와는 차별화 된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고현정의 연기는 결국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고현정은 강력한 존재감으로 드라마 전반을 장악했고 미묘한 표정연기는 고현정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제작 발표회 당시부터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 여론이 좋지 않았던 고현정은 결국 연기로 모든 것을 해명했다. <고쇼>에서 푼수같은 웃음을 짓던 고현정도 없었고 독한 발언으로 비난 받던 고현정도 없었다. 결국 고현정은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여왕의 교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고현정이 던지는 메시지에 있었다. 고현정은 시시 때때로 아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방법은 다소 거칠지만 아이들을 확실히 성장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대했기에 결국 그들은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고현정의 철저히 계산된 세밀한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한 말을 쏟아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그 상처가 이유있는 것이라는 설득력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배우가 소화했다면 끝까지 그의 캐릭터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드라마 전반을 이해하고 얼굴 전체를 사용하는 고현정의 연기는 결국 모두를 감동시켰다. 제대로 된 연기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맡았을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더 극대화 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고현정은 결국 자신에게 씌워졌던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이미지마저 연기로 날려 보냈다. 시청률은 비록 아쉬웠지만 고현정이라는 연기자의 연기를 다시금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여왕의 교실>의 가치는 증명되었다. 고현정에게 있어서 연기력이란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고현정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MBC 방송연예대상]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대상은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진두지휘한 국민 MC 유재석이 수상했다.


이것으로 그는 2006, 2007년에 이어 2009년까지 3년여간 MBC 연예대상을 수상하면서 말 그대로 'MBC 예능의 황제' 를 굳건히 군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깔끔한 진행을 자랑했던 [MBC 방송연예대상]에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코미디/시트콤 부문' 에 대한 수상 때문이었다.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과 [세바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상을 가져간 프로그램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가져간 신세경과 황정음을 비롯해, 최다니엘(신인상), 진지희-서신애(아역상), 윤시윤-신세경(베스트 커플상), 김병욱PD(특별상), 이순재(공로상), 정보석(최우수상) 까지 [지붕 뚫고 하이킥] 에 나오는 모든 출연진이 거의 상을 '독식' 하다시피 하며 [MBC 방송연예대상]을 종횡무진 했다.


물론 이들이 상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그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지금의 [지붕 뚫고 하이킥] 을 있게 했고, 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 모았다. 전작인 [거침 없이 하이킥]의 인기세를 뛰어 넘으면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지붕 뚫고 하이킥] 에게 MBC가 이런 식으로 '보상'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모양새인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사장이 직접 촬영장까지 찾아가 독려할 정도면 [지붕 뚫고 하이킥] 이 MBC에 바치는 공로야 말 안해도 삼천리다.


그런데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은 [연예대상] 이 아니라 [연기대상] 으로 가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순재, 정보석 등 날고기는 연기자들이 [연예대상] 에서 '뻘쭘' 한 모습으로 상을 타는 모습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상을 타는 연기자들 역시 "예능 선배들이 여기 앉아 있는데 이 작품 하나로 이렇게 어울리지 않게 상을 타 송구스럽다." 는 말을 할 정도였다. 이들이 가야할 자리가 [연기대상] 임이 확실해 지는 순간이었다.


시트콤이 아무리 예능국에 속해 있고, '코미디 연기' 쪽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시트콤 속 연기는 전통적인 코미디 연기와는 거리가 있다. 시트콤은 말 그대로 시츄에이션 코미디인데 이는 외국에서도 일종의 연기적 장르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만 시트콤을 그대로 '연예대상' 쪽으로 분류해서 이런 촌극을 만들어 내는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연기를 하는 이순재, 김자옥, 정보석, 신세경, 황정음, 최다니엘 모두 연예대상 보다는 연기대상이 어울리다. 또한 이들은 예능인으로서의 마인드가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마인드로 시트콤 연기에 임하고 있질 않던가. 이런 현실 속에서 그들을 억지로 '연예대상' 속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은 부적절하다. 그들의 코미디 연기를 뛰어난 '연기' 쪽으로 분류하고 [연기대상]에서 그 노력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보기 좋은 모양새다.


되도 않는 연기력을 펼친 연기자들이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기대상] 에서 상을 타 가느니, 차라리 시트콤이지만 진짜 연기 같은 연기를 한 이들이 제대로 [연기대상] 에서 보상 받는 것이 마땅하질 않겠는가.


게다가 시트콤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연기대상]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진짜 코미디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들이 그들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9년 [MBC 방송연예대상] 에서 '코미디/시트콤 부문' 의 코미디언들은 [지붕 뚫고 하이킥] 을 축하하러 나온 사실상의 들러리로 존재했다.


[개그야][하땅사] 에서 열심히 노력했던 코미디언들은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김경진을 제외하고는 후보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노력에 대한 격려조차 받지 못했다. 만약 [지붕 뚫고 하이킥] 의 배우들이 연기대상 쪽으로 갔으면 그래도 그들이 차지할 수 있는 상이 조금은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붕 뚫고 하이킥] 의 배우들이 너무 강력한 포스를 띄는 바람에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MBC 코미디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됐다.


[KBS 연예대상] 이 코미디 부문의 '개그콘서트' 팀과 버라이어티 쪽의 팀들이 골고루 조화를 이뤘던 반면 [MBC 방송연예대상] 은 철저히 버라이어티 중심이었을 뿐 아니라 '코미디/시트콤 부문' 에서도 민망할 정도로 시트콤 쪽의 손만 들어줬다. 물론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떄문에 벌어진 일이겠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코미디언들을 주변부로 밀어 넣고 연기자들을 중심에 세우는 모습은 과히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시청률과 관계없이 그들이야말로 진정 [MBC 방송연예대상] 을 즐길만한 '자격' 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MBC는 끊임없이 KBS [개그콘서트] 와 같은 전통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연말에는 항상 그들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상황만을 지속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 때만이라도 그들이 진정 즐길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그들이 훨씬 더 열심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이제 '시트콤 부문' 은 [연예대상] 이 아니라 [연기대상] 으로 가야한다. 시트콤 속 배우들이 [연기대상] 으로 감으로써 시트콤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진정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연예대상] 은 코미디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줘야한다. 이순재가 [연기대상] 에서 시트콤 연기로도 공로상을 받을 수 있고, 신세경과 황정음이 신인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코미디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선입견도 깨지고 방송의 질도 훨씬 더 윤택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청률이 낮다' 는 죄목으로 화면에 얼굴조차 많이 비치지 못했던 [하땅사] 의 개그맨들에게 심심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야말로 [MBC 방송연예대상] 을 진짜 즐길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시상식 내내 너무 주눅들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에 [MBC 방송연예대상] 에 '시트콤' 이 또 등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여나 '시트콤' 이 또 등장하게 된다면 그들을 [연기대상] 으로 보내 연기로 평가할 수 있게 하기를, 또한 [연예대상] 에서 소외받고 있는 MBC 코미디언들에게 사기를 불어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차라리.. 2009.12.30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식이면 예전 엠비씨방송대상처럼
    코미디 예능, 연기까지 전부 뭉퉁거려서 한꺼번에 하는게 낫겠죠 ㅎ
    다시 옜날방식으로 돌아가라는 말이지 ㅋ

    방송국 사정에 따라 저런 식으로 더 배려하는게 목적이 있는걸텐데
    뭘 그리 열을 내시나?

  2. 맞습니다 2009.12.30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 공감합니다.... 이건 뭐 연예대상인지... 연기대상인지... 구별이 안가는 시상식이던군요...아무리 개그야나 하땅사가 있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본대로 연기하는 시티콤보다 훨~~씬 힘들고 노력해서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사람들이 전통코미디를 하는 하땅사 사람들 입니다.. 그런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상을 더 줘야지.. 이건 잠깐 시티콤에 연기좀해서 인기있다고 줄줄이 상을 주니...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니 mbc 전통코미디가 인기 없고 시청률이 안나오는거라 생각합니다. mbc 자체 에서도 찬밥신세인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개콘이 인기있는 이유가 다있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