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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7 "굿모닝 티쳐" 를 보고 눈물을 훔치다. (3)



최근 다음에서 아주 반가운 만화 하나를 만났다. 바로 만화잡지 '챔프' 에 연재됐던 만화 [굿모닝 티쳐] 다.


[굿모닝 티쳐] 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그 때는 그저 소소하게 재밌는 만화로 치부한게 다였다. 다소 어렵기도 했었고.


그런데 지금의 나이가 되서 본 [굿모닝 티쳐] 의 느낌은 새삼 색달랐다.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울컥함이랄까. 만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굿모닝 티쳐] 를 보고 나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굿모닝 티쳐], 그 속에는 바로 내가 있었다.




[굿모닝 티쳐] 는 전형적인 학원물과는 다르다. 폭력, 치정이 필수요소로 들어가 있는 예사 학원물과 다르게 [굿모닝 티쳐] 는 별반 색다를 것도, 극적일 것도 없는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고등학생들이 흔히 고민하는 진로문제, 가정문제, 친구문제가 섬세하게 녹아있는 이 만화는 비단 고등학생들 뿐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에게도 아련한 추억과 감동을 선사한다.


[굿모닝 티쳐] 의 주인공들은 결코 가벼운 법이 없다. 적당히 인간미와 유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니고 있을만한 외로움과 고민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고민과 함께 성장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고등학교 1학년 철없이 웃고 떠들던 그들은 축제를 벌이고, 수학여행을 떠나고,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능을 준비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전혀 다른 서로를 '이해' 하는 과정은 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성장통이었고, 자신의 미래를 두고 '고민' 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성숙의 과정이었다. 그 성장통과 성숙의 과정이 가슴 아파서, 또한 가슴을 울려서 나는 몇 번이나 [굿모닝 티쳐] 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별반 특별할 것도 없는 그들의 고민이 내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에, 그 속에 바로 내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원하는 대학교에 간 영민이의 대사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차라리 고등학교 때가 나았던 것 같아. 갈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뻔해서 오히려 쉬운 생활...너무나 부자유스럽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즐거워 할 수 있었고...뭔가 목표가 있어 사는 것 같았고...실수해도 잘 보살펴 주시는 자상한 선생님...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정말 그 때 그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영민이가 읊은 박탈감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리고 사회에 나갔을 때의 박탈감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는 것을 알기에 영민이의 덤덤한 대사는 참 마음을 아리게 했다. '너무나 부자유스럽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즐거워 할 수 있었던' 때를 지나 무한한 자유와 책임만을 짊어져야 하는 지금, 그 때의 부자유는 사실 다신 누리지 못할 '행복한 구속' 이었음을 깨달았다면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일까.




지금도 대학 친구들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천만배 편하고 좋은 나는, 여전히 늙은 '18살' 로 살아간다. 얼굴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환경도 변했지만 언제 만나도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18살' 처럼 대해준다. 너무나 부자유스러워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즐거워 했던 바로 그 때의 나로. "확실히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더 정이 가. 나이 들어 잔대가리 굴리고 서로 계산하며 만난 사이가 아니라, 순수하게 어울려 뒹굴었던 친구들. 언제 만나도 그 때 그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라던 지현이의 대사는 그래서 공감이 간다. 잔대가리, 계산 따위 없는 순수한 뒹굼이 좋아서.


[굿모닝 티쳐] 에는 그렇게, 18살로 살아갔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이 시대 수 많은 고등학생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자칫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평범함의 소중함이,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그 또한 같이 할 수 있었기에 힘이 되었던 따스함이, 수능과 모의고사에 치여 피폐한 듯 했지만 사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만족감이 바로 [굿모닝 티쳐] 에 숨 쉬고 있었다.


너무 시간이 지나서 그 때 느꼈던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콧등을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의 부드러움과 학교 창문으로 바라보는 석양의 눈부심을 그 때만큼 아름답게 느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뒤에 남겨둔 좋은 기억들을 가끔씩 고개 돌려 보는 것" 은 더욱 어려운 일임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누군가에겐 그저 웃고 즐길 만화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바이블' 같은 책, [굿모닝 티쳐]. 추억이 있고 웃음이 있으며, 고민이 있고 철학이 있는 [굿모닝 티쳐] 를 보며 나는 다시금 나를 발견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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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iesecks.tistory.com BlogIcon 아디오스(adios) 2008.12.10 15: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멋진 만화책이 오랜만에 보이네요... 굿모닝티쳐 각 개인들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만화는 너무 좋았습니다...^^

  2. 호빵 2008.12.12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옛생각이 물씬 나는군요~ 정말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3. 훌륭한 만화입니다 2009.03.11 1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또한 동시대에 이 만화를 즐겨 봤었는데 자극적인 요소를 많이 넣은 만화와는 달리 사소한 일상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재미를 주고 때때로 작자가 전하는 메세지를 담아내기도 했었죠. 드라마로 치면 '9회말2아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