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도 다양한 드라마가 우리 곁을 찾았다. 연말 시상식에서 다시금 회자되는 작품들은 모두 시청자들의 관심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다. ‘최고의 작품’들이 다시금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최고만 있었을까. 스타들의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혹평을 들은 최악의 작품들도 다수 출현했다. 그 중,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 5편을 뽑아 보았다.

 

 

 


무림학교

 

 

 


청춘스타 이현우, 신인 여배우 서예지, 아이돌 vixx의 홍빈 뿐 아니라 이범수, 신현준까지 출연한 학원물 <무림학교>는 2016년 1월, 가장 처음으로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학교’ 시리즈가 성공한 것처럼, 학원물은 언제나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무림학교>는 학원물로 부르기조차 민망한 작품으로 남았다.

 

 

 

 

<무림학교>의 허술한 만듦새는 시청자들의 실소를 터지게 만들었다. 가상공간인 ‘무림학교’에 대한 작위적 설정은 마치 학원물보다는 ‘어린이 드라마’에 가까운 황당함을 느끼게 만든다. ‘무술’을 가르쳐야 하는 당위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주인공이 무림학교에 가야만 하는 이유도 귀의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기엔 설득력이 부족했다.

 

 

 

 

 

판타지 드라마가 대세라지만 <무림학교>는 판타지를 설득력있게 만드는 방식에서 오류를 범했다. 이야기는 예상가능한데, 특별히 뛰어난 연출도 찾아보기 어렵다. 폭발한 튀김을 잡는등의 꽁트같은 액션 장면들은 그들만 진지하고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어이가 없다. 결국 ‘이현우의 흑역사’라는 평가를 들으며 드라마는 막을 내려야 했다.

 

 

 


 


그래 그런거야

 

 

 


 

시청률의 여왕, 흥행불패의 신화 김수현 작가가 주특기인 가족극을 들고 컴백했지만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너무 조용한 반응이 문제였다. 회당 1억에 가까운 ‘최고 대우’를 받는 천재작가 김수현의 이름값이 허망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그래 그런거야>는 조기종영을 당하는 수모를 맛보았다. 제작진은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드라마의 인기가 조기종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속의 김수현 화법은 그의 과거 가족극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한다. 최소 삼대가 모여사는 집안, 그 안에서 어른과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사는 파격적인 가족 형태도 선보였지만 공감대는 놓쳤다. 그것은  보편적인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에 다름아니었다.

 

 

 

 


드라마 안에서 어른과 자녀들의 입장을 규정하려는 강박관념이 느껴진다. 자녀들은 아무리 부당해도 어른들을 존중해야 하고 어른들 역시 포용력과 관용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점. 물론 교과서적인 이 태도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과 부대끼며 여러 감정이 섞여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을 좀 더 심오하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더이상 삼대가 함께 사는 집을 찾기 힘들고, 가족의 울타리는 때때로 든든하기 보다는 짐이고 상처다. 그런 현실 적인 이야기가 들어가지 못한 <그래 그런거야>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

 

 

 

 


그동안 동시간대 나왔다 하면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쥔 수애의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은 첫회가 최고 시청률이 되어 버렸다. 수애는 분명 안정된 발성과 연기력으로 고군분투했지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우사남>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 드라마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진 것이다. 이 틈을 <우사남>은 다다금융이라는 사채업자 스토리로 해결하려 한다. 니중에는 주인공의 땅을 탐내는 인물들이 추가되며 결국 이야기의 정체성은 흐려졌다. 이와중에 조연을 맡은 도여주(조보아)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권덕봉(이수혁 분)은 아예 분량 실종 사태를 겪었다.

 

 

 

 


결국 캐릭터의 활용과 스토리 라인에서 황당함만을 안겨준 <우사남>은 수애의 연기력 빼고는 논할 것이 없는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안투라지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에 화려한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안투라지>가 막상 뚜껑을 열자 실망스러움이 가득했다. 원작의 19금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 제대로 표현 될 수가 없었고 어설프게 따라가는 욕설이나 음담패설은 어색하기만 했다.

 

 

 

 


라이징스타 서강준과 <시그널>로 최고의 한해를 보내기도 했던 조진웅이 캐스팅 되었지만 그들의 캐릭터는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서강준은 톱스타 차영빈으로 분했지만 끝날 때까지 영화를 찍네 마네 하며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런 스토리 라인에서 영화 하나를 찍느냐 마느냐하는 지점은 전혀 흥미롭지도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으로 드라마는 결국 혹평속에서 종영했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첫회의 시청률이 최고의 시청률이 된 만큼, 성적은 배드 앤딩이다. 올해 tvN에서 선보인 드라마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굴욕도 맛봐야 했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를 이어올 정도로 팬층이 탄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분)가 현실속에서 고군분투 하던 이전의 스토리가 실종되자 시청자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 시즌 15는 어느새 삼각관계가 전부가 되어 있었다.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워킹맘으로서 현실에서 고군분투해도 좋을 것 같은데 영애는 아직도 어떤 남자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지치는 것도 당연하다.

 

 

 

 


삼각관계가 양념처럼 뿌려진 초반에는 삼각관계가 호응을 얻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곁다리였을 때 이야기다. 삼각관계가 메인이 되어버린 <막영애>는 여타 평범한 드라마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평작이 되었고 <막영애>의 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두터운 매니아를 양산해 낼 정도로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 한순간에 혹평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제작진의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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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와 김영광이 주연을 맡은 웹툰 원작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의 시청률이 끝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첫방송은 9%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지만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추락했고 <낭만닥터>의 시청률이 대폭 상승하며 시청률 하락 폭은 더욱 커지고야 말았다. 이번주 새로 시작한 <불야성>에도 밀리며 시청률 3위로 주저앉은 것은 물론 3%대의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우사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의 맥락이 없다는 것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우사남>은 초반에는 남자친구의 바람과 지병 때문에 찾아가게된 고향집에 살고 있는 남자가 아빠라고 주장하는 신선한 설정으로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우사남>의 원작 웹툰 역시 후반부의 스토리가 흐지부지되었다는 평을 들은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16부작의 드라마가 나오기엔 터무니없이 분량이 적었다. 그래서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설정을 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우사남>은 이를 주인공 홍나리(수애 분)과 대치를 이루는 도여주(조보아 분)의 분량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도여주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남의 남자친구를 뺏는 비호감으로 그려졌고,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데 있었다.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도여주의 가정환경등 숨겨진 아픔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설정상의 오류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도여주의 캐릭터가 변하는 과정이 전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잘못을 저지르고 뻔뻔한 행동을 한 캐릭터에게 갑자기 면죄부를 주는 듯한 뉘앙스가 반복되며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스토리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쓸데없는 사족으로 이야기의 빈공간을 채우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여주인공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권덕봉(이수혁 분)은 오히려 활용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사족을 붙일 시간에 다소 뻔하더라도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설명하고 그와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편이 나았다. 서브 남자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권덕봉은 제대로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도여주와 엮으려는 분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도여주에 대한 캐릭터도 제대로 설득을 못시키는 와중에 서브 남자 주인공을 엮어주려하는 스토리 라인에 시청자들은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캐릭터의 경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이야기는 중구난방이 되고 궁금증이 일기 보다는 에피소드의 나열로 치닫는다.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진지 오래고 이미 거의 밝혀져 버린 비밀들과 과거들을 다시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

 

 

 

 



이 와중에 조직에 몸담았던 과거에 공황장애까지 있는 남자 주인공 고난길을 소화하는 김영광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연기의 깊이를 느끼기엔 아직 부족하다. 달콤하고 멋진 남자주인공은 가능하지만, 과거에 사로잡힌 트라우마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남아있다.

 

 

 

 


 
반면 여주인공 수애의 연기력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코믹함부터 진지함, 갈등을 넘나드는 수애의 연기는 확실히 극의 중심을 잡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수애는 드라마 출연 때마다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지만, <우사남>의 시청률은 뼈아픈 실패다. 그러나 과거 수애가 출연한 <9회말 2아웃>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수애의 대표작중 하나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수애는 해당 작품에서 뜻하지 않게 같이 살게 된 동갑내기 친구와의 동거를 통해 변해가는 미묘한 감정선을 표현해 낸다. 서른 살에 인생이 험난하기만 한 여주인공이 친구인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를 통해 수애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의 진가를 보인바 있다.  

 

 

 



<우사남>에서도 수애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나오는 장면마다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시청률은 낮지만, 수애의 감정선 만큼은 드라마에서 확실하게 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큰 에피소드가 없이 잔잔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힐링'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 잔잔한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 수애의 분위기다. 아쉬운 시청률 속에서도 연기자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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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긴 했지만 올해도 역시 좋은 드라마들과 흥행작들이 탄생했고, 많은 배우들이 그 드라마 속에서 열연을 했다. 2015년에는 어떤 드라마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을까. 2015 드라마 캐릭터를 정리해 보았다.

 

 

킬미힐미-지성

 

2015년 드라마 캐릭터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지성이 연기한 <킬미힐미>의 차도현이다.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모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다른 모습으로 소화하며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역인 오리진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서포트도 좋았지만 황정음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015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펀치-김래원, 조재현

 

권력을 가진 자 골리앗의 부패와 그 부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뒤흔들려는 다윗의 싸움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다. 그 내러티브는 <펀치>로 다시 한 번 한 방을 날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윗 박정환(김래원 분)과 그의 악에 받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골리앗 이태준(조재현 분)의 싸움은 그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에는 단순히 골리앗을 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가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함께 자장면을 나눠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놓인 처지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나타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그들의 섬세한 연기의 결이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면- 주지훈

 

12역을 맡은 주인공 수애의 연기보다 주지훈의 캐릭터가 <가면>에서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우 역할을 맡아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지만 점점 변지숙(수애 분)에게 빠져 들어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가면>의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지만, 그 흔들리는 상황속에서도 <가면>을 시청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주지훈의 설득력있는 연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매력을 살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데 있어 연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 나의 귀신님>속의 박보영을 빼놓고 2015 드라마의 캐릭터를 논할 수 없다. 박보영은 실질적인 12역으로, 소심하고 유약한 귀신보는 소녀 나봉선 역할과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된 두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탈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손길로 스토리가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 나의 귀신님>속 박보영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터닝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못생김이 강조될수록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예뻐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타이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후반부 예뻐진 황정음의 얼굴은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가진 못난이 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황정음은 망가짐을 불사하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주인공으로서 대체 불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킬미힐미>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홈런을 친 황정음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물론이다.

 

용팔이- 주원

 

<용팔이>의 후반부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느슨해졌지만,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은 김태희의 미모와 더불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의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주원은 20대 배우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꼽으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올릴 배우로 성장했다. 초반부와 중반부, ‘용팔이를 내세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원이 캐릭터의 설명을 연기로 완벽하게 시청자들에게 해 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레지던트 역할을 맡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해 낸 주원의 연기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천재 의사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의 긴장감이 <용팔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금사월- 전인화

 

타이틀은 금사월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내 딸에 있다. 금사월(백진희 분) 보다는 금사월의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 탄산남이라 불리던 문지상(성혁 분)이 있었다면 <내 딸 금사월>에는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개입하는 신득예가 있다. 신득예의 능력치와 존재감은 문지상을 뛰어 넘는다. 신득예는 답답하고 무능한 금사월을 대신해 악역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드라마가 막장의 향기가 흐르는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득예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해 보이는 금사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신득예가 커버하고 있기에 <내 딸 금사월>의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박혁권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인데 올 해 더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길태미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은 드라마 중심에 무게를 잡는 역할이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길태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가시킨 캐릭터였다. 남자임에도 치장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데 무예에 뛰어난 이중적인 캐릭터는 사극에서는 물론이고 현대극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캐릭터였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태쁘(길태미 예쁘다의 준말)’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 캐릭터에 열광한 이유가 있었다. 길태미를 연기한 박혁권의 맛깔나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전 출연진

 

<미생>에 이어 이렇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활용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같은 제작진의 시리즈 물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로맨스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간의 정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맨스를 펼치는 청춘스타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그들의 부모도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투박한 한 마디에 눈물이 떨어지고 코피는 괜찮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울컥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설명해 낸 제작진의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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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종영한 <가면>의 여주인공, 수애의 연기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12역을 맡아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서은하와 가난하지만 심성이 곱고 서은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불안에 떠는 변지숙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그러나 과연 수애의 연기력을 뒷받침해 줄만한 이야기가 그 곳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가면>이 신선했던 것은 초반의 4회분이었다. 서은하의 죽음, 최민우(주지훈)의 기억 상실, 변지숙의 신분 변화, 민석훈 (연정훈 분)의 계략이 휘몰아 치면서 <가면>은 단숨에 시청률 1위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전개된 <가면>의 이야기 구조는 점점 그 중심을 잃었다. 변지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었으며, 악녀인 최미연(유인영 분)역시 악녀로서 앞뒤가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개연성을 잃어버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일하게 캐릭터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있던 최민우는 민석훈에게 계속 휘둘리기만하며 역시 흔들렸고, 마지막 해피엔딩역시 급작스럽고 개연성없는 결말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이 드라마의 타이틀인 가면을 쓴 수애는 연정훈이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대본 이상의 연기를 하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과연 <가면>을 수애의 대표작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섣불리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가면>은 그렇게 좋은 연기자들을 데리고도 그 연기자들을 활용하지 못하며 여주인공인 수애의 연기력 외에는 여주인공을 전혀 살리지 못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주지훈은 이 드라마로 최소한 까칠한 듯 하지만 자상한왕자님의 이미지라도 가져갔지만 수애는 갈팡질팡하는 캐릭터 탓에 이 드라마의 구멍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주인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드라마라면 지금 종영까지 단 4회를 남겨두고 있는 <너를 사랑한 시간>은 빼 놓을 수 없다. <너를 사랑한 시간>2011년 대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스토리 구조는 이미 어느정도 탄탄하게 짜여 있던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너를 사랑한 시간>은 납득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최원(이진욱 분)과 오하나(하지원 분)의 러브라인이다. 그러나 종영을 4회 남긴 시점에서도 오하나는 여전히 다른 남자인 차서후(윤균상 분)과 연애중이다.

 

 

 

하지원의 연기는 문제가 없다. 다소 강한 캐릭터로 주목받아온 그가 사랑스러운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고, 하지원 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지만 문제는 스토리였다. 하지원이 분한 오하나위 캐릭터는 초반 4회를 끝으로 도무지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하나 캐릭터는 도대체 매력을 찾기 힘들다. 첫사랑에 갈팡 질팡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첫사랑을 대하는 방식이나 자신 곁에 머물러 준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 것이다.

 

 

 

오하나는 친구는 친구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돌아온 첫사랑을 놓지도 못한다. 그 과정에서 오하나는 도저히 30대의 감성을 표현해 내지 못한다. 일 때문에 가야한다는 애인에게 어린아이처럼 떼쓰기도 하고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당당하게 묻지도 못한다. 연애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 그의 캐릭터는 무너졌다. 30대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라, 20대의 감성을 억지로 연기해 내려하는 하는 30대처럼 보인다.

 

 

 

오하나의 갈팡질팡만이 줄기가 되다 보니 몇 회 째 스토리가 반복되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그런 오하나를 무조건 사랑하는 최원의 감정은 도무지 공감이 가지도, 집중이 되지도 않는다. 이제는 하지원의 연기력마저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시청률은 5%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초반 하지원이 받은 호평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연기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명백히 스토리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의 문제다.

 

 

 

이 드라마에 필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이고, 그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고 진부한 삼각관계로 스토리를 끌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반갑지 않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여배우들이 드라마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배우가 훌륭해 보이기 위해서는 좋은 연기력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무대와 캐릭터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슬프게도, 수애와 하지원이라는 좋은 배우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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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허구의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개연성은 중요하다. 드라마의 허구성 속에서도 인과관계는 있고, 상식은 통해야 한다. 설령 상식 밖의 판타지로 드라마를 만든다 하더라도 판타지 안에서의 법칙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작가 본인이 만든 설정은 허구의 힘 안에서 곧 상식이 되는 것이다. 그 설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개연성이 필수다.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고도 전혀 시청자를 납득시키지 못한 임성한 드라마와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을 쓰고도 명작이라는 평을 받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비교해 봐도 단순히 드라마는 허구라는 개념으로 모든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목드라마 <가면>은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거머쥐고도 이런 개연성을 잃어가고 있는 탓에 안타까운 드라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가면>의 이야기는 더 이상 회생이 불가할 만큼 중구난방이다. 아무리 산소호흡기를 대고 제세동기로 심장 마사지를 해도 <가면>의 인물들은 모두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다.

 

 

 

 

사실 <가면> 속에서는 최미연(유인영 분)만이 문제는 아니다. 변지숙(수애 분)은 시종일관 답답하고 이해 불가한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나마 한줄기 빛처럼 캐릭터를 유지하던 최민우(주지훈 분)마저 종영을 2회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반격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 십년 동안 가져온 물에대한 공포를 단 5초만에 극복하는 실소가 터지는 장면은 덤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점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최미연이라는 인물이다. 최미연은 극 초중반 까지만 해도 까칠하고 도도하며, 열등감까지 있지만 때때로 귀여운, 감초같은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드라마 종반의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 역할은 철저히 희생당했다. 서은하(수애 분)의 죽음에 관여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변지숙의 모친인 강옥순(양미경 분)을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동생 변지혁(이호원 분)에게 땅콩 음료를 건네 죽인다는 설정에는 허탈함마저 몰려온다.

 

 

 

문제는 최미연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질투가 있고, 열등감과 분노가 있지만 그것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엄청난 동기인가 하는 것에는 도저히 공감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사람은 때때로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죽이기도 하고, 정말 사소한 계기에 의해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면>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드라마고, 그 이야기 안에는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이유가 없이 살해라는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데서 희열을 얻는 사이코 패스다 같은 설명 정도는 들어가 주는 것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앞서도 얘기했듯 최미연은 중반까지만 해도 성질은 부릴지언정 꽤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최미연은 그러나, 종반부로 갈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자가 됐다. 변지숙의 정체가 서은하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면, 자신이 서은하를 죽인 것이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갈등을 만들기 위해 변지숙의 정체를 까발린다. 이 캐릭터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자신의 감정대로만 행동한다. 그것이 비록 살인일지라도.

 

 

 

 

문제는 이런 그의 행동 양상이 너무나도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교육을 잘받은 양갓집 아가씨고, 사이코 패스라 하기에는 질투를 느끼고 자신의 잘못에 죄책감도 느끼는 평범한 인물일 뿐이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로 설정된 것도 아닌데 이 인물은 단순히 그냥 기분 나빠서사람을 둘이나 죽였고, ‘무작정주인공을 미워한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 라는 의문이 떠날 수 없는 지점이다. 서은하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강미옥은 전혀 죽일만한 이유나 상황적인 배경이 없었다. 실수로 죽였다거나 하는 설정조차도 없다. 최미연은 미스테리의 반전을 위해, 혹은 주인공의 오열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여기에서 대체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면>은 어떻게든 갈등을 만들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만 급급하다. 그 갈등을 위해 최미연 캐릭터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물론 외면당한 것은 최미연만은 아니다. 변지숙은 휘발류를 부어 불이난 상황속에서도 창문으로 도망치지 않고 이불로 화제를 진압하고, 자기 엄마를 죽인 사람이 주는 와인도 아무렇지 않게 마신다. 그러나 변지숙은 예전부터 그런 답답한 행동을 도맡는 캐릭터였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러나 최미연은 달랐다. <가면> 제작진은 그나마 남아있던 캐릭터마저 철저히 망가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기만 하다.

 

 

 

 

아마도 <가면>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배우들은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도 이런 식으로밖에 그려내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은 크다.

 

 

 

이제 <가면>은 종영까지 단 한주를 남겨두고 있다. 한 주만에 꼬이고 꼬였던 모든 이야기는 급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제 이 드라마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남은 것은 <가면>속의 세계를 단 2회만에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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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과 <상류사회>는 월화극 1, 2위를 다투는 드라마지만 시청률이 채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고 10%를 넘기는 드라마들이 드물어지면서 시청률의 의미에 대한 자성론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화정>이나 <상류사회>는 전형적으로 ‘시청률’ 싸움에서 강한 소재를 들고 나왔다. <화정>은 공주의 신분회복과 성공 스토리를 들고 나왔다. <화정>은 여성 캐릭터의 신분회복을 그렸다는 점에서 ‘대장금류’ 사극의 연장선상에 있는 드라마이고 <상류사회>는 재벌을 소재로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감춘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런 자극 속에서 시청률은 상승해 <화정>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런 선전 속에서도 두 드라마 모두 호쾌한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은 아쉽다. 시청률에 자유로울 수 있는 드라마는 없지만 <화정>이나 <상류사회>류의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화제성을 잡기 힘든 드라마들이기 때문이다.

 

 

 

 

이 두 드라마에서 아쉬운 점은 단순히 시청률에 있지 않다. 두 두라마를 이끌어가는 여주인공인 이연희와 유이의 연기력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은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화정>의 이연희는 꾸준히 시달리던 연기력 논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미스코리아>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성장했다는 평을 받았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오히려 퇴보한 연기력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어색한 발성과 발음은 차치하고라도 감정표현에 있어서도 전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있다.

 

 

 

 

<화정>은 이연희를 위한 드라마다. 이연희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고 그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극이 전개된다. 그러나 <화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화제성을 끌어 모은 것은 차승원이다. 광해군을 맡은 차승원은 호연을 펼쳤다. 그러나 드라마의 중심을 이연희로 끌고 가자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연희는 드라마 속에서 겉도는 연기력을 보이며 오히려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방해가 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연희가 맡은 ‘정명공주’의 캐릭터와 너무나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연희의 배우로서의 가능성마저 평가절하당한 것은 이연희 본인의 역량에 문제다. 상대역인 서강준 역시 연기경험의 부족으로 어색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메인 커플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이런 현상은 <상류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여주인공인 유이는 새는 발음이 거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색한 감정표현에 어색한 발음까지 더해지자 유이의 연기력 논란은 회를 거듭할수록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연기자의 발음과 발성은 연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이의 발음과 발성은 기본이 되어있지 못하다. 물론 특유의 톤을 개성으로 만들어 독보적인 연기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발음을 극복할 만큼의 탁월한 연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이의 발성은 귀에 거슬려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야 만다.

 

 

 

 

 

상대역인 성준 역시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야심가를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면서 주인공 커플에 대한 몰입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오히려 조연 커플인 박형식-임지연 커플이 더 눈에 띄는 이유다. <상류사회>가 <화정>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을 제외한 이야깃거리에 집중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고두심이나 박형식의 호연에 힘입은 바 컸다. 유이는 여주인공으로서 얻을 수 있는 관심의 반경에서 한참 벗어나있다.

 

 

 

 

여주인공들에게 마땅히 쏟아져야 할 관심대신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단순히 이연희나 유이의 연기력 뿐 아니라 그들이 맡은 캐릭터에 의외성이나 참신함이 없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경우, 캐릭터에 대한 비난이 연기자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일례로 <가면>의 수애는 캐릭터의 문제점을 연기력으로 극복해 냈다. 서은하와 변지숙을 오가는 1인 2역의 캐릭터 속에서 수애는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분석력으로 ‘믿고보는’ 수애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을 주었다. 변지숙 캐릭터가 상당히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얻었지만 수애의 연기력 만큼은 이 드라마에서 빛을 발했다.

 

 

 

 

<너를 사랑한 시간>의 하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옛 연인에게 흔들리는 역할을 맡아 답답함을 자아냈지만 하지원은 아직 사랑을 하고 싶은 30대 여성의 심리를 사랑스럽게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주로 강한 역할을 맡았던 하지원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도 상당한 매력이 있음을 보여준 예가 아닐 수 없었다. 

 

 

 

 

캐릭터와 연기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다.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나봉선 역을 맡아 빙의가 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본래 지나치게 소심하고 유약한 캐릭터에서 빙의가 된 후, 오지랖 넓고 성욕이 강하며 할말 다하는 캐릭터로 변모해 두가지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감정표현은 물론, 강약 조절까지 완벽한 박보영의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합쳐지자 드라마의 몰입도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시청률 역시 tvn 금토 드라마에서 <미생>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드라마 자체의 스토리와 연출에 있지만, 그 몰입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연기자다. 특히나 ‘여성성’이 강한 한국 드라마 경향에 있어서 여주인공의 연기력은 드라마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예쁜 여주인공이 아니라 시청자들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여주인공을 원한다. 배우가 예뻐 보이려 하지 않고 연기 할 때, 오히려 더 예쁘다는 진리를 여배우들은 마음속에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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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내러티브는 어렵지 않다. 너무나도 똑같은 얼굴을 지닌 두 여인의 삶이 뒤바뀌며 그 비밀이 탄로 나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 날선 긴장감이 이 드라마의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재벌녀 서은하(수애 분)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가 등장하지만 그 미스테리가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지는 않는다. 10%가 넘는 동시간대 1위의 심상치 않은 시청률은 이런 '쉬운' 전개를 바탕으로 한 미스테리 요소의 신선함이 가능케 했다.

 

 

 

그러나 <가면>이 8회를 넘겨 중반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보인 것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여주인공인 변지숙(수애 분)의 캐릭터의 오류다.

 

 

 

 

 


 변지숙은 서은하와 얼굴이 같다는 이유로 서은하의 죽음으로 인해 재벌인 서은하 행새를 해야하는 인물이다. 당당하고 할 말 다하는 서은하와는 달리 변지숙은 소심하고 순하다. 이런 캐릭터의 대비는 1인 2역이라는 역할상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심하고 순한 캐릭터가 드라마 대부분에 갈등요소로 등장하면서 벌어졌다.

 

 

 

변지숙은 서은하라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 그가 서은하로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다. 이미 그를 대신해 서은하는 변지숙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문제는 변지숙이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 하는 것 자체라고 볼 수는 없다. 변지숙의 캐릭터 자체가 가정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 것을 넘어서 과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변지숙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체의 발각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변지숙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가족의 주변을 얼쩡거린다. 가족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지점은 이해하더라도 가족들의 사채 빚을 갚아줄 5억이라는 거액을 가방에 넣고 허술하게 돌아다니는 장면은 상식선에서 벗어나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 찾아간 것까지는 좋다 하더라도 마치 변지숙은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 너무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키고야 만다. 그들의 눈에 띄고 나서야 울면서 그 자리를 피하는 여주인공의 행동은 마치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묘사된다. 지금 그의 정체가 드러나면 모든 상황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인지하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변지숙의 동생 변지혁(이호원 분)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변지숙에게 달라 붙으며 괴롭힌다. 아무리 그가 확인한 시신이 서은하였다고는 하나, 누나의 죽음 이후 시신확인까지 마친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있다.  그 때문에 변지숙의 상황은 더욱 난감해지고 있는데도 아랑곳이 없다. 설사 그가 어떤 감을 가지고 진짜 누나라고 생각한다하더라도 진짜 누나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너무나도 둔감한 그의 행동은 어떤 면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그런 의심 속에서도 변지숙의 남편인 최민우에게는 "누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명백한 오류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답답함이 쌓여간다. 

 

 

 

사채업자들의 행동마저 개연성은 없다. 사채업자들의 가장 큰 목표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 돈의 출처가 어떤지는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변지숙이 건네는 돈을 받지 않고 의심하는 그들의 행동은 사채업자의 그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변지숙을 '민폐' 여주인공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변지숙의 매력은 수애 특유의 탁월한 연기력 자체에만 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지지하고 응원할만한 심리적인 유대감이 생기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이 캐릭터는 회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드라마 전반의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모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이 왜 변지숙을 좋아하게 되는지마저 의아하다. 그만큼 이 캐릭터에는 끌리는 요소가 없다.

 

 

 

처음에는 코미디와 멜로, 그리고 미스테리가 한데 어우러진 명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짙었던 <가면>은 이 캐릭터 설정의 오류로 인해 결국 이 모든 장르들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한 곳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이 나았다. 주지훈과 수애의 연기력으로 그들의 멜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상황에서 그 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면>은 몇회에 걸쳐서 변지숙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답답한 상황만 반복되고 있다. 시청률은 상승했으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하락했다. 과연 언제쯤 변지숙은 서은하가 될까. 너무 지나친 뜸 들이기로 인해 명작의 탄생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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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극장에 12역을 도맡은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월화드라마 <후아유>에서는 김소현이 쌍둥이 역할을 맡아 12역에 도전했고 수목드라마 <가면>에서는 도플갱어라는 설정으로 수애가 12역을 맡았다. 아직 정확한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화 <암살>의 전지현 역시 쌍둥이 역할을 맡아 최초의 12역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후아유>의 김소현과 <가면>의 수애는 1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암살>의 전지현 역시, 그동안 엽기녀혹은 허당녀로 대표되었던 자신의 이미지를 씻고, 진지한 연기력을 인정받을 기회를 얻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전지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와중에 영화 <암살>이라는 선택은 전지현이 지향하는 바가 단순한 스타보다는 배우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2역은 배우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장치중 하나다. 서로 다른 인물을 같은 배우가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탓에 그만큼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설정인 것이다. 수없이 반복되어 온 설정 탓에 흔하게 보이지만 섬세하게 감정선을 바꿔 다른 인물처럼 보이게 연기하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2역의 캐릭터는 대부분 서로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설정된다. 예를 들면 소심한 캐릭터와 대응하는 당당한 캐릭터나, 까칠한 캐릭터와 대응하는 순수한 캐릭터 같은 식이다.

 

 

 

이같은 공식은 <후아유><가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후아유>의 김소현은 왕따까지 당하며 자신의 표현에 약한 이은비와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기 표현이 확실한 고은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12역을 소화하고 있다. <가면>의 수애는 부자로 태어났지만 사랑에 목마른 채, 삐뚤어진 인물로 성장한 서은하와 밝고 가정적인 변지숙이라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했다.

 

 

 

 

김소현과 수애는 이 12역을 소화하면서 그들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를 한 층 더 끌어 올렸다. 이들은 모두 타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놓여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설정은 그다지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이 맡은 캐릭터가 까다로운 이유는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연기력이 여실히 탄로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대사의 톤과 표정은 물론, 분위기까지 모두 다른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다.

 

 

 

김소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쌍둥이의 다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며 그들의 각각의 캐릭터에 사실성을 불어넣은 것이다. 아역때부터 다져진 연기력과 발성은 김소현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하며 드라마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수애는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12역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었다. 사실상 3회 부터는 서은하가 사망함으로써 변지숙이라는 캐릭터만 등장하지만, 서은하의 그림자에 두려워하는 변지숙이라는 캐릭터를 수애는 완벽하게 설명해 낸다. 수애는 각각의 캐릭터는 물론,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변지숙이라는 인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었다. 수애 특유의 낮은 톤과 깨끗한 발성,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은 수애의 연기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드는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다.

 

 

 

 

 

<암살>12역에 도전하는 전지현 역시 영화의 완성도와 캐릭터 소화력에 따라 이런 찬사를 받을 확률을 무시할 수 없다. 여배우들은 12역이라는 설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연기력을 각인 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12역으로 여배우들의 연기적 역량을 확인하는 일은 상당히 흥미롭다. 단순히 두 가지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뛰어넘어 여배우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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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해가 밝아 오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2014년에도 우리는 TV앞에 앉아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2014년에는 또 새로운 드라마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 2013년에 지금껏 우리를 사로잡은 캐릭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를 웃기고 울린 2013년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정리해 보았다.

 

 

<구가의 서> 구월령, 최강치

 

 

 

 

최근 막을 올린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은 무려 외계인이다. 이제 소재는 단순한 사람들을 뛰어 넘어 판타지와 접목시킨 로맨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그 포문을 연 것은 <구가의서>다. <구가의서>에서 산의 수호령, 구미호를 연기한 구월령(최진혁)은 등장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여심을 녹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상속자들>에 캐스팅 되었고 tvN에서 방영될 새로운 금토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어 반인반수를 최강치를 연기한 이승기 역시 연기력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식지않은 인기를 증명해냈다. <구가의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기분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안에서 나온 ‘반인반수’ 캐릭터는 그간 단순한 구미호라는 설정에서 한 단계 진보한 형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혜성, 박수하, 민준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역시, 남의 속마음을 읽는다는 설정을 통해 판타지성을 부각시키며 드라마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수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으로 그 능력으로 장혜성(이보영)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는 등, 드라마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여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또한 까칠하고 자기 중심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변호사 캐릭터로 <내 딸 서영이>에서 보여준 변호사 역할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창출해 내며 드라마의 성공을 견인했다. 이종석은 단숨에 수퍼 루키로 성장했으며 이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진일보 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악역 민준국(정웅인)역시 이 드라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았다. 정웅인의 연기력과 더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캐릭터의 시너지는 심지어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tvN <나인>과 함께 2013년에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 주중원

 

 

 

 

드라마의 판타지 소재는 계속되었다. 히트 작가 홍자매의 <주군의 태양>에서 여주인공 태공실(공효진)은 귀신을 보는 설정으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착하고 귀여운 여주인공과 다소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아픔을 간직한 남주인공이라는 홍자매식 캐릭터는 여전히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지만, ‘귀신을 본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홍자매답게 태공실과 주중원(소지섭)의 관계에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두 주인공의 관계의 설정이 먹혀든 탓에 시청자들은 그 주인공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 되었다. 전작 <빅>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홍자매가 다시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홍자매식 캐릭터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증명이었다.

 

 

<굿닥터> 박시온

 

 

의학드라마도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굿닥터>는 무려 자폐증에 걸린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박시온(주원)은 자폐증상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서번트 신드롬의 증상을 보이는 인물로서 의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시온의 독특한 설정 덕에 기존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창출되었다. 자폐증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 낸 주원의 연기력도 다시금 재평가 되었다. 중간에 다소 무리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따듯하고 귀여운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한 탓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놓고 ‘자폐증’이라는 설정을 집어 넣어 흥미를 유발한 것이 주효했다.

 

 

<비밀> 조민혁

 

시청률 5%로 시작한 <비밀>이 결국 기대작 <상속자들>마저 이긴 데에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주효했다. 다소 평범해질수 있는 이야기를 인물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포착해내며 그 안에서 그들에게 동화되게 만든 것이다. 남자주인공 조민혁(지성)은 여주인공 강유정(황정음)을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다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조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시청자들이 보여준 지점이다.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그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완성도 있는 스토리 덕택에 그들의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캐릭터로서의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사실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재벌 2세면서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이며 한 여자를 끝까지 따라다는 조민혁 캐릭터가 주목할만 했다. 결국 <비밀>은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준비된 신인 작가의 저력을 증명해 냈다.

 

 

<상속자들> 최영도, 한기애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의 <상속자들>에서는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소 전형적인 그들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최영도(김우빈)이다. 최영도는 일진에서 사랑을 아는 남자로서 변모하며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소 느끼하고 몸서리쳐지는 로맨틱한 대사들도 완벽하게 소화한 김우빈의 연기력과 그의 독특한 외모 역시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박하지만 다정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설정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김은숙 작가의 독특한 대사 스타일과 김우빈의 매력이 결합되며 캐릭터를 눈에 띄게 만들었다. 결국 김우빈은 <상속자들>로 이종석에 이어 수퍼루키로 떠오르며 누구보다 전망이 좋은 2014년을 맡는 스타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기애 역을 맡은 김성령 역시,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만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중년의 나이에도 소녀답고 귀여운 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무려 남자 주인공인 이민호의 엄마로 등장했지만 단순한 엄마에 그치지 않고 귀엽고 착하며 여리고 상처가 많지만 자존심 강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 덕택에 한기애는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하나의 중요한 시청포인트로 자리매김했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 캐릭터의 시너지 덕택에 상속자들은 결국 20%를 넘기며 김은숙의 성공신화를 이어나갔다.

 

 

<응답하라 1994> 성나정, 쓰레기, 칠봉이, 윤진이

 

 

<응답하라 1994>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성공으로 다소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중반 이후 다소 쳐지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캐릭터들과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데뷔 후 10년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고아라를 비롯해 정우, 유연석, 도희등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회자되었다.

 

 

특히 쓰레기를 연기한 정우는 의대 수석이라는 반전매력과 생동감있는 연기력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칠봉이(유연석)의 부드러운 매력도 인기를 끌었으며 서브 캐릭터지만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와 욕설을 구사하는 윤진이(도희)는 드라마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응답하라 1994>는 결국, 캐릭터와 추억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공중파를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막장 드라마의 막장 캐릭터?

 

 

<야왕> 주다해

 

 

 

이렇게 호평받은 드라마 외에도 ‘막장’ 설정의 드라마 속에서도 캐릭터는 발견되었다.

 

<야왕> 주다해(수애)는 세상 어디어도 없는 막장 악녀를 연기했다. 다소 무리한 설정과 성격 탓에 사이코패스라는 말까지 들은 악녀로 주다해는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어설픈 장치들과 설정탓에 주다해라는 인물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주다해의 악행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악행이었다는 것 하나만이 이 캐릭터에 주목할 점이다. 수애는 끝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만큼은 재확인 시켰다.

 

<오로라 공주> 나타샤

 

 

<오로라 공주>의 상식밖의 전개는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주인공들 역시 임성한 드라마 답게 수준이하의 행동을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임성한 드라마라면 의례히 나타나는 막장 캐릭터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타샤(송원근)이라는 인물만은 그동안 임성한 캐릭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동성애자 캐릭터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며 나타난 이 인물은 의외로 드라마의 재미의 일부분을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갑자기 108배를 드리고 동성애를 탈피했다는 설정으로 나타나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대사로 비난받는 와중에 캐릭터마저 막장으로 치닫는 임성한식 전개는 결국 시청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했고 임성한은 높은 고료를 받고 한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등, 여전히 건재한 임성한 월드를 증명해 냈다.

 

 

‘일본 드라마’의 독한 캐릭터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등,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속 여주인공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상처받은 인물들이었다. 각각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소화한 김혜수, 고현정, 최지우의 연기력은 주목할만 했지만 비슷한 캐릭터의 되풀이는 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애초에 감정을 배제한 일본식 캐릭터는 한국 정서와는 미묘하게 차이를 보였다. 그들의 캐릭터는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결국 한국에서 ‘일본식’ 여성형 슈퍼 히어로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일본의 독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따오기 보다는 한국의 캐릭터들을 심화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TV속 세상은 가상 세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그들에게 동화되고 그 속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2013년에는 막장드라만큼 좋은 드라마도 많았다. 그것은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작가와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도 그런 노력이 계속되어 즐겁고 참신한 드라마들을 보며 한 시간동안 현실의 시름을 잊게 만들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시청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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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야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떤 결말이 지어질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결국 주다해(수애 분)가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 됐다.

 

 

20% 초중반의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 작품에서 오롯이 빛난 것은 여주인공 수애였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낸 그는 진정한 여배우였다.

 

 

 

 

용두사미로 전락한 막장 치정극 야왕

 

 

박인권 화백의 만화 <야왕전>을 원작으로 만들어 진 드라마 <야왕>2010<대물>에 이은 대물 시리즈의 하나로 출범 전부터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톱스타 권상우가 3년 만에 브라운관 컴백을 결정하고, 수애가 여주인공 주다해 역을 맡으며 안팎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미스터큐><토마토><명랑소녀 성공기><옥탑방 왕세자>를 집필한 이희명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도 흥미를 자극했다.

 

 

예상과 달리 첫 시청률은 다소 미진했다. 당시 월화 드라마 시장은 MBC <마의>KBS 2TV <학교 2013>‘2파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야왕>은 복수라는 강렬한 소재와 스피디한 전개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관심 밖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학교 2013>이 종영한 다음 주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방송 5회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그 후로는 거칠 것이 없었다. 강력한 경쟁작인 <마의>를 턱 밑까지 추격하며 월화 드라마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방송 한 달 만에 15%대 벽을 돌파하며 <마의>를 동시간대 2위로 내려 앉히는 기염을 토했고 이 후에도 <마의>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열띤 경쟁을 벌였다. <마의>가 명장 이병훈 PD의학 3부작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선전이었다. <마의>는 마지막 회에 <야왕>에 밀려 동시간대 2위로 퇴장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야왕>이 이렇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한 눈 팔기 힘든 빠른 전개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첨예한 대결, 앞뒤 가리지 않고 결말을 향해 치닫는 스토리 라인이 시청자들을 잡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각각의 캐릭터가 개연성을 잃고 휘청이기 시작하면서 <야왕>은 흔하디 흔한 막장 드라마로 전락했다. 가파른 상승세가 꺾인 시점도 바로 이 때부터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스토리 라인은 하류의 복수에 제대로 된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했고 제작진은 이를 온전히 수습하지 못했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야왕>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작품으로 남았다. 이 작품이 초반의 강렬함을 잃어버리고 끝끝내 막장 치정극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이희명 작가를 위시한 제작진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야왕을 살린 여주인공 수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 주다해 역을 연기한 배우 수애는 <야왕> 24부 동안 오롯이 빛났다. 주다해 캐릭터가 악녀를 넘어 싸이코 패스로 변질된 가운데서도 수애는 특유의 차분함과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만약 수애가 주다해를 연기하지 않았다면 이 캐릭터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애는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을 악녀에게 최대한의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여배우였다. 낮은 톤의 목소리, 또박또박한 발음, 선과 악을 넘나드는 표정 연기는 주다해 캐릭터를 천박하지 않게 만들었다. 스토리가 막장으로 진행됐지만 주다해만의 황폐함과 차가운 매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조차 극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연기하는 배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었다.

 

 

극에 대한 집중력은 대단했다. 수애만 등장하면 모든 시청자들의 시선이 TV에 쏠릴 만큼 최선을 다해 작품을 이끌어 나갔다. 살인 청부, 사제 폭발 설치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 반복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은 것이다. 그만의 묵직한 존재감은 좌충우돌하는 드라마에 안정감을 부여하며 마지막까지 빛을 발했다. 한 작품의 여주인공으로서 손색 없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야왕>과 함께 했던 3개월은 그에게 분명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시청자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쪽대본과 밤샘 촬영이 관행처럼 자행되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극을 온전히 이끌어 가야하는 책무를 짊어진 여주인공으로서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부담이고 고역이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수애의 고군분투가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 가려져 평가 절하되고 말았단 사실이다. 이런 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톱 여배우라는 명예로운 훈장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애는 <야왕>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배우의 가치와 품격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작품은 비루했을지 몰라도 수애의 연기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야왕>에 대한 신랄한 비평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누구보다 고생한 수애에게 먼저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 지난 14년간 탄탄히 쌓아올린 내공으로 작품을 끝까지 지켜낸 그는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아쉬운 부분이 많겠지만 시청률 높은 작품 하나 끝냈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다음에는 보다 좋은 작품으로 대중 곁에 찾아왔으면 한다. 누구보다 고생한 수애에게 다시 한 번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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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의 시청률 하락은 스토리 구성의 허술함이 가장 큰 이유다.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가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엉성한 복수로 드라마 자체의 매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캐릭터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전반적으로 배우들은 호연을 펼치고 있지만 단 한사람, 아이돌 출신인 정윤호만은 이 드라마의 걸림돌로서 작용하고 있다.

 

유노윤호는 동방신기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세 명의 멤버가 빠진 지금도 일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가수로서의 성공과는 별개로 드라마 속의 정윤호의 연기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큰 키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옷태는 재벌 2세라는 설정을 한층 더 강조해 줄 수 있는 좋은 신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전혀 자연스럽지 못하다. 비록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맨땅의 헤딩>에서 주연을 맡은 전력이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사 처리지만 특유의 턱을 내미는 표정도 몰입을 방해한다.


정윤호가 맡은 백도훈은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캐릭터다. 주다해(수애)를 사랑하는 감정과 질투, 의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노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로 실질적인 이 드라마의 서브 남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윤호의 연기가 공감이 되기보다는 정말 ‘연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정형화된 표정과 대사 처리는 다양한 감정 표현으로 귀결되기 보다는 단순히 틀에 박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팬들에게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는 것에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 정윤호의 존재는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렇게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사람은 정윤호 뿐이 아니다. 정윤호가 속한 기획사 SM의 대표 여배우 이연희는 이른바 ‘발연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여배우다. 그는 예쁜 얼굴과 세련된 이미지로 남성들의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드라마 속에서 입을 여는 순간 모든 환상이 날아가 버릴 정도의 심각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예쁜 얼굴과 거대 기획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그는 [백만장자의 첫 사랑] [M]과 같은 영화에 주연 혹은 주연급으로 출연했고 [에덴의 동쪽]에서도 주인공 송승헌의 상대역을 맡는 등 연속적으로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그 기회를 절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쁜 얼굴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의 발연기는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이연희의 연기는 안좋은 쪽으로 확대 재생산 되며 이연희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하락시켰다. 그나마 드라마 <유령>에서는 나아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나아졌을 뿐,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었고 이연희의 배우로서의 재능까지 의심케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심지어 30초 짜리 광고 영상에서도 이연희는 대중을 설득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며 예쁜 얼굴과 수많은 기회를 가지고도 대중들의 고개를 흔들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여배우로 남았다.

 

SM의 또다른 대표 여배우 고아라는 SM출신 중 가장 연기력은 안정적이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실패하는 비운의 배우다. 아직도 그가 20살이 되기 전에 출연한 <반올림>으로 대표되는 그의 커리어는 배우로서 아쉬운 측면이 크다. 다만 성적은 좋지 않았어도 영화 <페이스 메이커>등에서 꽤 눈에 들어오는 매력을 발산했다는 점은 고아라의 가능성만큼은 점치게 했다. 그에게 딱 맞는 마케팅과 제대로 된 연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연이나 화제성에만 목메지 말고 비중있는 조연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이미지가 훨씬 더 유효할 수 있다. 주연배우라는 이미지를 주기위해 주연만 고집했다가는 오히려 고아라가 져야 할 책임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실패하는 여배우라는 이미지는 결코 가져가서는 안 되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SM은 이후에도 소속 연예인들의 연기에 대한 욕심을 멈추지 않았다. SM은 아예 샤이니의 민호와 f(x)의 설리를 내세워 일본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리메이크 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한류를 바탕으로 SM의 인기 스타들을 대거 등장시킨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보다 다른 목적에 더 비중을 두며 대중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문제는 주인공들의 어색했던 연기뿐이 아니었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와 SM 가수 출신 배우들의 등장은 너무 노골적인 홍보 영상 같았다.

한류가 그동안 인기있었던 이유는 콘텐츠가 상당한 퀄리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류를 일으킨 가수나 드라마들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간 쪽이 더 성과가 좋았다. 지나치게 한류를 의식해 한류스타들을 등장시키고 다른 나라의 취향에 맞추 만든 작품은 오히려 한국 콘텐츠의 장점마저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류를 의식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콘텐츠 개발 목적을 무시하고 단순히 한류를 등에 업은 콘텐츠의 양상은 내실은 없이 지나치게 몸집만 불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성공작이라 할 수 없었다.

 

물론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기본 바탕이 없이 소속사의 강력한 힘만이 작용한 사례처럼 보이는 그들의 인기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가창력이 없는 가수는 4분여의 무대 동안 이미지로 승부를 볼 수 있지만 연기력이 없는 배우는 한 시간동안 이미지로 승부를 보기에는 지친다. 이미지역시 무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수준의 연기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아이돌을 뛰어넘어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다. 기본을 갖춰야한다는 이 당연한 명제를 무시하는 한, SM의 연기도전은 계속 된 실패가 예견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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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악역이란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도 물론 있지만 언제나 트러블 메이커는 존재하고 그 트러블 메이커로 인한 갈등이 폭발할 때 시청률이 오른다는 공식은 아직도 통한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야왕>과 KBS <광고천재 이태백>역시 트러블 메이커들이 존재한다. <야왕>에서는 전무후무한 악녀로 평가받고 있는 수애가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수애 보다는 아니지만 주인공의 옛 여자로 주인공을 배신하고 돈과 야망을 찾아 떠난 주인공인 한채영이 <광고천재 이태백>에서 트러블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둘은 숙명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캐릭터다. 맡은 역할 자체가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둘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 둘에게 쏟아지는 비난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야왕>이라는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결함이 많은 드라마다. 스토리 안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설정은 간혹 뜬금없는 느낌을 주며 드라마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촘촘하지 못한 구성 안에서 시청자들은 캐릭터를 이해 할 수 없고 나아가 스토리 전반적인 구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야왕>은 아직까지 MBC <마의>와 시청률 선두를 다투며 선전하고 있다.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빠른 전개마저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나온 성과치고는 주목할 만하다.

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악녀 역할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 내고 있는 수애다. 자칫 채널이 돌아갈 순간마저 시청자들은 수애가 맡은 주다해의 몰락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버텨낸다. 어설픈 스토리마저 수애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복 중인 것이다.

<야왕>에서는 주다해에 대한 악감정만이 시청자를 붙잡는 동력이다. 수애가 악랄해 질수록 드라마의 몰입도가 증가되기 때문이다. 수애는 남편과 가족은 물론 사랑마저 자신의 수단으로 삼는 악녀다. 결국에는 그의 야망으로 영부인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예정이다. 악녀에게도 이유와 과거를 주는 요즘 트랜드와는 정반대로 단순히 남자 때문에 주인공을 괴롭히던 뻔한 악녀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낸 악녀 캐릭터를 극대화 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준다.

▲ 수애 야왕 시청률의 일등공신, 수애
ⓒ sbs

 


수애의 연기는 이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계속 이끌고 갈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다. 연기 뿐 아니라 수애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수애는 역사상 최악의 악녀를 연기 하면서도 지나치게 천박하거나 독살스럽지 않다. 행동 자체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악랄하지만 그 악인을 표현하는 수애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여성'을 이용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악인의 설득력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악랄하다 하더라도 상류층을 꿈꾸는 여인으로서 손색이 없는 우아함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애는 데뷔 초부터 단아하고 청초한 매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껏 수애가 선택한 작품들을 보면 단순히 지고지순하고 순종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단아한 캐릭터로 첫발을 내딛었지만 자신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했다. 브라운관에서는 <9회말 2아웃>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이 평범하고 흔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거친 단어 선택과 때때로 망가져야 하는 역이었음에도 수애는 기존의 청순한 모습에 상관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연기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야왕> 이전에는 김수현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출연해 알츠하이머에 걸려 죽어가는 여성을 제대로 포착해 내며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다 했다. 따발총식 대사가 특징인 김수현 드라마의 히로인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단순히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을 위시한 작품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다.

수애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에서 명성황후에 도전하며 강인하지만 비운의 여성상을 표현했고 <심야의 FM>에서는 스릴러에 도전했다. 이 모두 그의 단아한 이미지만으로는 섣불리 생각하기 힘든 역할이다. 비록 수애가 출연한 작품들의 성적이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수애는 다방면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것이다.
▲ 수애 이미지를 무기로 무리없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수애
ⓒ sbs

 


<야왕> 속의 악역을 택했다는 것 역시 이런 선택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역은 덮어놓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수애보다 같이 출연하는 중견 여배우인 김성령에 더 호감이 갈 정도다. 그러나 수애는 그런 점을 알면서도 <야왕>을 택했다. 사실 <야왕>속 수애가 <천일의 약속>의 수애보다 더 뛰어나고 대단한 연기력을 보이지는 않지만 <야왕> 속의 수애가 맡은 캐릭터는 <야왕> 속의 누구보다 눈에 띤다.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역할을 맡은 수애의 선택이 빛을 발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수애는 앞으로도 계속 비난에 시달리겠지만 이는 수애 본인이 아닌, 주다해라는 캐릭터에 쏟아지는 비난으로 수애의 연기 경력에는 플러스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광고천재 이태백>의 한채영은 사정이 다르다. 한채영이 <가을동화>로 연기에 도전한지 무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비난은 한채영의 캐릭터가 아닌 한 채영 본인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채영은 <쾌걸춘향> <꽃보다 남자> <불꽃놀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등의 드라마와 <걸프렌즈>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이 중 한채영의 커리어를 부각시켜 주는 작품은 30%를 넘긴 <쾌걸춘향> 하나뿐이었다. 한채영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배우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비인형, 복근, 각선미 등 외모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한채영이 자신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은 단순한 작품의 실패만이 이유는 아니다. 물론 작품의 흥행여부도 한 몫을 했지만 그 안에서 한 채영이 빛나지 못한 것은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아쉬었기 때문이었다.

<광고천재 이태백>은 꽤 흥미진진할 수 있는 소재를 푸는 방식에 있어서 아쉬운 점을 드러내고 있다. '광고'라는 소재를 가지고 광고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주인공의 매력이 극대화 되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뻔한 캔디 공식에 남자만 여자로 바뀐 인상을 지워버릴 수 없다. 물론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지만 시청률 4%가 증명하듯, 대중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캐치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뛰어난 작품성으로 승부를 보지도 못했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한채영은 10년을 훌쩍 넘은 연기자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어색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도 기본적인 발성과 표정마저 지적을 받는다는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재능의 문제다.

▲ 한채영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한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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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영은 아름다운 배우다. 기본만 하더라도 비난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은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뛰어난 연기력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는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은 되어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한채영이 맡은 고아리는 심리 묘사가 복잡하고 힘든 역할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동안 흔하게 반복되온 캐릭터마저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것이다. 한채영이 연기하는 고아리가 아닌 한채영 본인에게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은 아직도 그가 바비인형이라는 타이틀에 갇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단순한 '이미지'로는 브라운관에서 연기가 제대로 통할 리가 없다. 여기까지 오는데 '연기력'이 없었다는 것은 배우로서 그의 커리어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수애와 한채영 모두 외모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방식은 달랐다. 그 커리어를 쌓는데 외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모를 활용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그들의 연기는 다른 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TV에서 연기를 하려면 외모를 연기에 활용할 줄은 알아야 한다. '이미지'만 있고 '연기'는 없는 배우에게 시청자의 평가는 때로 가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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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이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원고료에서  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송계에서 작가의 원고료를 정할 때 김수현 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마지노선이 있다고 하니 김수현이 방송가를 움직이는 거목 중 하나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이다. 


물론 그가 이같은 위치까지 올라설 때 까지 그녀의 필모그라피는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하다. 수많은 안티를 몰고 다닌다고 스스로 탄식할 정도이지만 그 안티도 결국은 인기의 한 단면이었다. 거의 모든 작품이 동시간대 1위, 그리고 웬만한 작품은 시청률 30%를 넘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요,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 김수현의 원고료가 밝혀졌다. 역시 놀라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그의 원고료는 회당 약 5000만원 선인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이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 집필시 받았던 금액과 달라지지 않은 액수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금액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가의 원고료가 작가의 자존심인지는 몰라도 너무 지나치게 많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그정도의 값어치를 한다는 전제하에 책정된 금액이겠지만 제작비를 상승 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 그것은바로 배우 김래원의 출연료. 김래원의 출연료 역시 김수현과 동일한 5000만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병헌이나 배용준등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출연료를 받기는 했으나 김래원의 5000만원은 이들에게 비할 수 없는, 엄청난 특혜고 너무한 금액이다. 


김수현이 현재 집필하여 방영되고 있는 [천일의 약속]을 하기로 계약하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저번에 얼마 받았는지 알지? 그 이하로는 안 돼!" 실로 고고하고 꼿꼿한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혹은 자만심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 김수현을 최고의 작가로 인정하는 바이지만  원고료를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작가로서 지양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김수현이라는 작가는 한 번도 대본을 늦게 보내지 않는, 작가로서 찬사받아 마땅한 일을 해 내는 작가라지만 이는 어쩌면 김수현이라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김수현은 자기 대본을 고치거나 바꾸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보통 PD등과 상의를 거쳐 대본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김수현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PD를 직접 선택하고 자신이 쓴 대본을 절대 고치지 않기로 유명하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대사를 외우게 하는 그 옹고집은 방송가에서 정평이날 대로  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PD의 요구에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시 쓰는 작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여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그의 작품이 아직까지 통한다는 사실은 그가 계속 그런 위치에 서 있을 수 있게 했다. 그를 욕하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 하나 안 본 사람은 없을 정도이니 대중작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만 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을만 하다. 

 
허나 작품을 위해서라면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대본에 대한 자부심이 뛰어난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지만 "원고료도 절대 못 깎는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김수현 같은 대 작가가 원고료 때문에 극을 집필하는 것은 아닐 터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고 그 정도의 성과를 냈으면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비단 원고료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도 남을 것이다. 


비싼 원고료를 받지 않고는 작품도 쓰지 않겠다는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무료 봉사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위해서,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서 자신의 몸값을 조금쯤은 낮출 수 있는 겸손함을 갖췄더라면 그가 더 대가답고 멋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고료나 출연료로 인해 제작비가 지나치게 증가되면 그 방송을 하기 위해 엄청난 PPL이 등장하거나 단가를 다른 곳에서 낮출 수 밖에 없다. 결국 누군가의 이익으로 인해 작품이 훼손되거나 다른 사람이 손해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도 김수현이 5000만원을 요구한 것은 있음직한 일이다. 그 전의 작품에서도 그 정도를 받았고 이제껏 그가 방송가에 가져다 준 수익을 생각해 봐도 5000만원을 요구하는 일이 완전히 허황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방영되는 [천일의 약속] 역시 순항중이니 김수현이라는 브랜드에 그 정도 투자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래원의 경우는 다르다. 김래원이 5000만원을 받는 것은 정말 양심없는 행위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상대역이자 실질적인 주인공인 수애가 3000만원선으로 계약한 것만 보더라도 김래원의 5000만원은 너무한 처사다. 


김래원은 그동안 무엇을 보여 주었나.  김래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똑똑히 대중들의 뇌리속에 새길만한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닐까. 김수현 처럼 집필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고 흥행을 했다면 또 모르지만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중박 정도의 성적 이상을 낸 적 없는 그가 5000만원을 가져간다는 것은 양심없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조차 김래원은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약혼녀를 무참히 버리는 설정도 그렇지만 극중에서 그려지는 대화법이나 성격도 김래원을 빛나게 해 주지 않는다. 이는 물론 김래원의 잘못만은 아니다. 하지만 5000만원 만큼의 연기를 하고 캐릭터를 살려 냈는가 하는 질문에서 김래원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캐릭터의 매력을 떠나서 사실상 극의 흐름은 수애 쪽에 맞춰져 있고 김래원은 그 주변에서 수애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역할 이상이 될 수가 없는데 그에게 더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제껏 배우들의 비싼 출연료가 문제가 되었는데 김래원이라는 배우에게 그런 엄청난 금액을 책정했다는 사실은 그 제작비를 결국 시청자들의 주머니에서 찾아 내고야 말겠다는 심산 같아 불쾌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김래원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못하고 있는 와중에 엄청난 출연료를 챙기는 것은 일종의 낭비요, 사치다.  화제성으로 보나 그동안의 필모그라피로 보나 김래원이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사람 자체에 등급을 매겨서는 안되겠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엄연히 그 능력에 따른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 정도의 능력이 안 되는데도 불구, 엄청난 금액을 챙겨 간다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김래원이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 5000만원이라는 금액 앞에서는 너무도 초라해 지는 것이 현실이다. 


[천일의 약속]의 회당 제작비는 4~5억원 선. 이중 1/4 혹은 1/5을 김수현과 김래원이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지나쳐 보인다. 20부작, 그것도 멜로 드라마가 100억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다는 것.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중 수십억은 출연료로 나가 버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이는 방송국이나 제작사에서 조율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받는 이들을 항상 문제 삼으면서도 결국은 이런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야 마는 방송국과 제작사들이 그들 때문에 방송의 질이 떨어진다며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런 금액을 내고라도 제작을 하고야 말겠다는 방송국이나 그런 금액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사람들이나 사실상 별다를 것 없는, 그저 스타성에 목메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스타성의 가치가 너무나도 들쭉날쭉인 것은, 그래서 제작비가 올라가는 것은 시청자들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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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작가 김수현이 쪽대본 환경에 일침을 가했다.


그녀는 트위터에서 "보통 그 주 방송분 포함 6회분이 앞서나가 있으면 진행에 무리 없습니다. 지금은 이동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야외 촬영분도 많고 연기자 스케줄 얻기도 만만찮아 대본 여유없이 작업하는 건 글쎄요. 그냥 나는 함께 일하는 팀에 폐가 돼서는 안 된다 주의입니다." 라며 간접적으로 작금의 쪽대본 현실을 비판했다.


차기작인 [천일의 약속]의 방송이 두 달이나 남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야말로 엄청난 작업속도인 셈이다.


그러나 그녀가 쪽대본을 쓰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 작가 김수현. 그녀는 이 시대가 낳은 가장 뛰어난 드라마 작가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고, 그만큼 비판세력도 존재하지만 한국 드라마 50년 역사 속에서 김수현 드라마는 무려 40년을 함께했다. 그녀는 희극과 비극 모두에서 능통하다. 캐릭터는 살아 숨쉬고, 대사는 폐부를 찌른다. 박철 PD와 강부자가 나눴다는 이야기처럼 김수현은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작가임이 분명하다. 


글자 하나하나에 혼을 실은 듯 튀어나오는 촌철살인의 대사와 마치 옆에 서 있는 듯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은 그대로 한국 드라마의 전형이 됐고, 한국 드라마의 상징이 됐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도, 만들지도 못했던 캐릭터들이 김수현의 손에서 나오는 순간 폭발적인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을 우리는 이순재와 심은하와 윤여정을 통해 40년간 지켜봤다.


천재적인 필력과 재능은 김수현 드라마를 한 두번 왔다갔다 하는 시청률 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렵게 했고 이는 김수현의 드라마가 일정 수준의 '클래스' 를 가졌다는 의미를 지녔다. 드라마 작가 중 클래스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문화 평론가 조지영의 말처럼 "오직 김수현" 뿐이다.


이런 천재성은 김수현의 작가 생활에서 언제나 든든한 밑천이 됐다. 드라마를 고민하고 쥐어짜면서 쓰지 않는다는 김수현이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머릿 속에서 뛰어 노는 그대로를 글로 옮기는 것이 드라마 작법의 전부라는 그녀에게 쪽대본 쓰는 작가들은 이해 불가능한 대상일 것이다. "아니, 오늘 안 써진 글이 내일은 써지나?" 가 쪽대본 작가들에게 김수현 던지는 냉소적인 한 마디다.


그러나 김수현이 쪽대본을 쓰지 않는 이유를 그저 '천재성'에만 국한시킬 순 없다. 천재성만으로 설명하기엔 작금의 쪽대본 환경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쪽대본을 쓰는 작가들이 가장 크게 토로하는 고민은 바로 드라마 환경의 즉흥성이다. 대본을 다 써서 내보내도 PD와 방송사가 끼어들이 시청자 기호에 따라 대본 수정을 요구하는 등 즉흥적으로 터지는 사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이 잘 나오면 잘 나오는대로, 시청률이 안 나오면 안 나오는대로 작가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대본을 다시 쓸 것을 요구받는다. 연출 PD가 웬만큼 힘이 있는 경우엔 PD가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해 이것 저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방송사 윗선에서 직접 장면 하나하나에 태클을 걸기도 한다. 드라마 작가가 온전히 자신의 작품을 쓰기에는 드라마 환경 자체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작가들과 달리 김수현은 '급'이 다르다. 김수현의 대본은 그 누구도 못 건드린다. 심지어 방송사 사장도 뜯어 못고치는 대본이다. 토씨 하나, 장면 하나 건들 수 없을 정도로 김수현의 대본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다. 시청률이 잘 나오든 잘 나오지 않든 김수현에게 대본 수정을 요구하는 건 그 세계에서 '자살'과도 같은 짓이다. 매장 당할 각오를 하지 않고선 김수현의 대본에 감히 반기를 들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고, 아줌마가 할머니가 되는 시간, 대통령이 여덟 번 바뀌는 세월 속에서도 김수현은 그대로 김수현이었다. 방송사 사장을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작가, 시놉시스 하나 없이 이름값만으로 방송 편성을 받을 수 있고, PD 선택권과 배우 추천권을 모두 부여받는 작가 역시 김수현이 유일하다. 드라마의 여제, 언어의 마술사,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타이틀조차 초라해질 만큼 김수현의 브랜드는 말 그대로 일종의 문화권력인 것이다.


그녀가 쪽대본을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드라마 작업 환경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탑 클래스 작가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상 대본을 수정할 일도 없고, 시청률 때문에 크게 압박을 받는 것도 아니다. PD와 배우들 역시 김 작가의 요구에 충실하게 뒤 따르고, 방송사의 지원도 탄탄하니 김 작가는 쪽대본을 쓸 일이 없다.


허나 김 작가와 달리 다른 작가들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심지어 이름 좀 있다는 김은숙, 홍자매, 임성한, 문영남, 김정수 등의 A급 작가들도 방송사 요구와 시청자 기호에 따라 대본을 바꾸는 일이 부지기수다. 현재 방송가에서 김수현을 제외하고 '대본 수정'에 자유로운 작가는 아무도 없다. 김 작가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닐터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금 김수현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쪽대본 작가들을 다그치는 일이 아니라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변화와 반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물론 김수현은 40년 동의 작가 생활동안 드라마 작가의 사회적 위치를 많이 끌어올린 인물이다. 작가들의 기본적인 경제적 수입 보장 뿐 아니라 저작권료와 같은 작가적 자존심에 관한 일까지 광범위한 범위에서 작가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그런 그녀가 '쪽대본' 환경의 근본적인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쪽대본 안 씁니다" 가 아니라 왜 쪽대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지, 쪽대본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 환경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주는게 더 김수현 답다. 김수현의 '말 한 마디'는 방송계에서 그 누구의 말보다 묵직한 의미로 크나큰 파장을 던지는 파괴력이 있질 않던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김 작가가 드라마 작가들의 자존 독립적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자신 뿐 아니라 수많은 작가들이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원로' '장인' '전설'로 불리는 김수현에게 주어진 마지막 과업일테니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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