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가 트윗에 올린 글이 화제다.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했다. 반성도 없고 위선만 있는 악령들로부터 탈출!"이라며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그것을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 날 배우들에게 던져주며 그 완벽함을 배우들이 제대로 못해 준다고... 끝까지 하더이다. 봐주시느라 고생 많았다" 라는 글을 써 출연작 [욕망의 불꽃]의 정하연 작가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에 정하연 작가는 명예훼손 등의 죄목을 물어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며 "조민기가 얼마나 유명한 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정신병자에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덜 떨어진 아이" 라고 독설을 내뿜었다.


[욕망의 불꽃] 제작 과정에서 간간히 터져나오던 '불화설'이 곪고 곪다가 터져나온 셈이다.


이처럼 작가와 배우는 가깝우면서도 가장 먼 사이다. 일이 잘 되면 든든한 동료이지만, 조금만 틀어져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적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와 배우. 배우와 작가. 그 치열한 '전쟁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깐깐 '김수현' vs 말괄량이 '김희선'


현역 최고의 작가와 말괄량이 신인배우가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아마 작가는 작가 나름대로, 신인배우는 신인배우 나름대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날텐데 그 유명한 [목욕탕집 남자들]에서의 김수현 작가와 김희선이 그랬다. 실수로 선배 강부자의 의자에 앉았다가 강부자에게 한 소리를 듣자 "세상에 니 의자 내 의자가 어딨냐. 앉으면 내 의자지."라고 대꾸했다던 겁없는 19살 김희선은 현역 최고 작가인 김수현조차 컨트롤 하기 쉽지 않은 말괄량이였다.


[목욕탕집 남자들] 첫 대본 리딩날 김희선의 연기를 보고 "쟤가 이 드라마 출연하면 난 이 드라마 안 쓴다."며 노발대발했다던 김수현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얌전하고 참한 '수경' 캐릭터를 김희선의 성격에 맞춰 어른 무서워할 줄 모르고 자기 감정에 솔직한 X세대의 전형으로 바꾸는 고역을 치뤄야 했다. 그 후에도 배우통제에 엄격한 김수현과 자유분방한 김희선은 리딩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혔고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김수현은 김수현 나름대로, 김희선은 김희선 나름대로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목욕탕집 남자들]이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스타작가 김수현의 체면을 세워줬을 뿐 아니라, 김희선을 당대 최고의 스타로 성장시켰다는 사실. 고생은 했지만 결과가 좋았으니 작가와 배우 모두 손해를 본 건 아닌 셈이다. 하지만 김희선을 만나 생각도 않던 고생을 한 김수현은 2000년 드라마 [불꽃]에서 작가를 연기한 이영애의 입을 빌려 그녀를 이렇게 평한다.


"아가씨, 아가씨는 김희선 안 써요? 난 김희선 이쁘고 좋던데." / "난 그렇게 세상에서 지 잘난 맛에 사는 애는 안 써요."


하여튼 대단한 작가에 대단한 배우다.


"재수없어" 김은숙 vs "내맘대로" 박신양


이와는 반대로 갓 등단한 신인 드라마작가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2004년 최고의 화제작인 [파리의 연인]의 작가 김은숙과 배우 박신양이 그랬다.


지금은 [연인]시리즈와 [온에어][시크릿 가든] 등으로 회당 3000~4000을 받는 인기 작가지만 당시 김은숙은 데뷔작인 [태양의 남쪽]을 신나게 말아 먹고 [파리의 연인] 시놉시스로 방송국을 전전하다 신우철 PD의 도움을 받아 겨우 드라마를 쓰게 된 처지였다. 이에 비해 박신양은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흥행 파워를 입증시키는 등 예나 지금이나 굳건한 톱스타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기 개성 강하기로 유명한 박신양이 새파란 신인인 김은숙의 대본을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박신양이 즉석에서 대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기도 하고, 마음에 안드는 장면은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바람에 김은숙은 대본을 쓸 때마다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그러나 김은숙이 당하고만 있을 수 있나. 고재열의 독설닷컴에 따르면, 그녀는 매번 박신양이 나오는 장면마다 "뙤약볕 아래서" 라는 지문을 넣어 그를 골탕먹였는데 결과는 언제나 대실패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대본을 받아든 박신양이 지문을 지워버리거나 촬영을 거부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촬영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라고. 


이 때의 악연 때문인지 세상이 다 알아주는 스타작가로 성장한 김은숙은 지금도 박신양 이야기만 나오면 "세상에서 젤 재수없는 배우" 라고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참고로 [온에어]에서 김하늘이 연기했던 '오승아' 캐릭터의 대부분은 김은숙이 박신양에게서 영감을 얻은 거라는 재밌는 이야기도 들린다.


'멱살'로 맺은 우정


김은숙과 박신양이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인 경우라면 실제로 육탄전을 벌인 작가와 배우도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로 열혈 매니아들을 양산한 드라마 [거짓말]의 노희경과 배종옥이다. 당시 노희경은 꼬장꼬장하고 자기 색깔 뚜렷한 배종옥이 어찌나 미웠던지 그녀가 나오는 장면 장면마다 어려운 대사를 집어 넣거나 표민수 PD에게 부탁해 카메라 앵글을 이상하게 잡게 하는 등의 소심한 '복수'를 감행했다고 한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하루는 윤여정, 배종옥과 우연찮게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게 된 노희경이 다짜고짜 배종옥의 멱살을 잡으며 "연기 좀 똑바로 하고 작가 말 좀 들어! 이 여자야!" 라고 고함을 쳤다고. 재밌는 것은 뜬금없이 작가에게 멱살을 잡힌 배종옥이 화를 내기는 커녕 깔깔 대고 웃으면서 "알았어요, 작가님. 연기 잘 할게요." 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이 이후로 배종옥에 대한 노희경의 분노는 신기하게도 말끔히 사라졌고 지금까지 [바보 같은 사랑][꽃보다 아름다워][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자랑하고 있다.그렇다면 이들과 같이 엘레베이터를 탔던 윤여정은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노희경이가 갑자기 확 달려들어서 배종옥이 목을 조르더라구.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놓고 하는 말이 연기 좀 잘해라니 얼마나 기막혀. 내가 나중에 노희경이한테 한 마디 했지. 연기 못하는 애들만 데려놓고 니 드라마 시키면 연쇄 살인나겠다고. 그 이후로 난 노희경이랑 드라마 하면 걔랑 같이 엘레베이터 안 타. 하하."


작가에게 직격탄 날린 김정은의 '한마디'

노희경과 배종옥처럼 싸우고 난 뒤 오히려 좋은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더 많다. [루루공주]의 김정은과 권소연-이혜선 작가의 경우가 그렇다. [루루공주]를 찍을 당시 김정은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와 상황 전개로 도무지 연기를 할 수 없는 지경" 이라며 "시청자들에게 부끄럽다" 는 요지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루루공주]에 대한 공개 비판 뒤 김정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이기 때문에 출연한다."고 말해 김정은의 작가 비판을 둘러 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배에 탄 식구를 매몰차게 비판할 수 있느냐는 반대의견부터 드라마가 산으로 가니 주인공으로서 할 말을 한 것 뿐 이라는 찬성의견까지 여러 의견이 쏟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찌되었건 이 드라마는 20%가 넘는 시청률로 시작해 한 자릿수로 끝난 '유례없이' 망한 드라마가 됐고, 김정은에게는 지우고 싶은 드라마 그래피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내 캐릭터 돌려놔!" 고현정 vs 유동윤


김정은과는 결과가 다르긴 하지만 [대물]의 고현정과 유동윤 작가 역시 드라마 제작과정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중간에 교체 투입된 유동윤 작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고현정은 '서혜림' 캐릭터가 초반 설정과 다르게 흘러가자 시정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 제작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비록 [대물]은 20% 후반대의 높은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그 과정에서 일어난 파열음은 고현정과 유동윤 작가 모두에게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그래서였을까. 그 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은 유동윤 작가에게 이러한 말을 남긴다.


"작가님, 진짜 당신이 미워서 욕을 했겠습니까? 처음에 드라마 반응이 좋았는데, 갈수록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해서 그랬습니다. 아시죠?" 과연 대통령다운 쿨한 사과다.
 


작가와 배우의 사이가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 '드라마'라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다보면 각자의 의견이 있을 수 밖엔 없고, 때때로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의견 충돌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어야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과정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민기와 정하연 작가의 반목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욕망의 불꽃]이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둔 마당에 이런 식의 소모적인 논쟁은 오히려 드라마를 즐겁게 시청한 시청자들에 대한 모독이고 결례다. 모쪼록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 되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방향에서 수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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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 이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말 그대로 시청률 지붕을 뚫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 의 후속으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역시 '흥행사' 김병욱의 마법은 대한민국을 매료시킬만큼 강력했던 모양이다.


이 시청률 마법의 중심에는 뭐니뭐니해도 준혁-세경-지훈-정음으로 이어지는 4각 러브라인이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달달한' 그들의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사라잡고 있는 것.


준세(준혁-세경)커플, 준정(준혁-정음)커플, 지세(지훈-세경)커플, 지정(지훈-정음)커플 등 러브라인에 대한 의견과 선호가 분분한 가운데 아마 이 러브라인의 가닥은 준세커플과 지정커플로 잡힐 듯 하다.




준혁-세경, 지훈-정음 커플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지붕 뚫고 하이킥] 의 19일 분 방송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준혁의 마음은 완전히 '세경' 에게로 기울어진 상태다. [지킥] 초반에는 정일우-서민정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준혁-정음 커플이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의 상태로 봐선 준혁과 정음의 관계는 절친한 과외선생과 학생의 선을 넘지는 않을 듯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준정커플의 러브라인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준혁의 마음이 확실하게 세경 쪽으로 정리가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준혁의 마음과는 달리 세경의 마음은 지훈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양새다. 마치 친오빠처럼 자상하게 대해주는 지훈에게 야릇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짝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지훈은 세경 보다는 정음에게 더 끌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경을 대할 때는 친한 동생을 자상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더 강한 반면 정음과 있을 때는 약간의 '투닥거림' 이 연인들의 다툼을 보여주는 듯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붕뚫고 하이킥]의 복잡한 러브라인은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될까.


우선은 준혁-세경 커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아직까지는 준혁의 외사랑에 가까운 러브라인이지만 과외 에피소드 등을 통해 세경 역시 준혁과 보다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가난 때문에 많은 것을 억누르고 사는 세경에게 있어 공부 꽝에 싸움 짱이지만 그래도 자신감 하나는 있는 준혁의 존재는 다소 색다른 존재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 즉, 준혁이 세경 캐릭터 자체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연상연하 커플의 '달달함' 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훈과 세경 라인은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서툰 지훈과 자기 성격을 억누르고 있는 세경의 '조합'이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트콤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그리 바람직한 조합은 아니다. 이 러브라인은 준혁과 세경의 러브라인의 '양념' 처럼 들어갈 때 맛이 산다. 전면에 나섰을 때 서로의 매력이 사는 것은 지세가 아니라 '준세커플' 이다. 서로의 캐릭터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준혁-세경 커플 조합이야말로 [지붕 뚫고 하이킥]이 추구해야 하는 러브라인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훈 역시 세경보다는 정음 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훈은 다소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서툰 반면 정음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모든 기분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인물이다. 캐릭터는 상반되는 스타일이 만날수록 재미가 극대화 된다. 준혁과 세경이 서로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처럼 지훈과 정음 역시 같이 나올 때 '시너지 효과' 를 발휘한다. 서로의 캐릭터를 확실히 살려주는 동시에 단점은 죽여주고 장점은 살리는 쪽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훈과 정음이 함께 나왔던 에피소드들은 모두 두 명의 캐릭터가 충돌하고 부딪히다가 서로를 이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는 했다. 이는 '지정커플' 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러브라인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나기만 하면 벌어지는 지훈과 정음의 다툼에는 약간의 애정과 관심이 깔려 있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다소 변경되기는 했지만 당초 시놉시스가 지훈과 정음이 사귀는 것으로 설정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훈과 정음이 이어지는 것은 99.9%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황정음 스타일' 따라잡기




시청자 즐겁게 하는 [지킥] 4각라인


물론 준세-지정 커플이 아닌 준정-지세 커플을 지지하는 팬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 반응을 살피며 러브라인을 다소 복잡하게 그려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가지 떡밥을 던져 놓은 뒤에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쪽으로 러브라인을 그려갈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는 준세-지정 커플이 유력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러브라인의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는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 4각 관계에서 확실히 '단언' 할 수 있는 한가지는 [지킥]의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보이는 4각 관계는 온갖 치정과 집착이 뒤섞여 보는 사람을 하여금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지붕뚫고 하이킥] 의 4각 관계는 보는 사람을 설레게 할 뿐만 아니라 여느 트렌디 드라마 못지 않은 '달달함' 까지 느끼게 한다.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지니는 본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네 명의 젊은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김병욱의 솜씨에는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지킥]이 지금처럼 유려하게 러브라인을 그려내면서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재밌는' 시트콤으로 남기를 바라며 아무쪼록 그들의 사랑을 보다 '달달' 하고 '달콤' 하게 표현해 줬으면 한다.


'신세경'의 패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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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에서 천명공주 박예진이 하차했다.


덕만 대신 죽음을 맞이한 천명공주로 인해 [선덕여왕] 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며 제 2기로 접어들었다.


[패밀리가 떴다] 까지 하차하면서 [선덕여왕] 에 참여했던 박예진으로선 이번 하차가 많이 아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 박예진 하차가 아쉬웠던 두가지 이유가 있다.





성실한 배우 '박예진' 의 하차, 아쉽다!


사실 박예진은 연기력만큼 인기를 얻은 배우는 아니었다. 연기력은 썩 괜찮은데 사람들의 호응도나 대중성이 동급 연기자들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박예진은 주연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주조연급 연기자' 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주연의 존재감이 확실할 땐 조연급 연기자로 활약하고, 주연의 존재감이 떨어질 땐 주연을 보조하는 주조연급 연기자로 활약해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었단 것이다. 탁월한 연기력과는 달리 떨어지는 대중적 소구력이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연기자로서 확실한 자기 어필을 하지 못했던 그녀가 2008년 선택한 것은 의외로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이었다. 과거 이광기, 박선영 등과 함께 출연했던 [해피투게더] 에서 엉뚱한 매력을 선 보였던 그녀는 유재석, 이효리가 이끄는 [패밀리가 떴다] 에 정식 합류하며 예능인 박예진의 시작을 알렸다. 연기자로서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던 그녀의 선택치고는 대단히 파격적이고 대단히 의외인 일이었다.


박예진은 의외로 [패밀리가 떴다]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유재석, 이효리, 윤종신 등 날고 기는 예능인들의 활약상 속에서 '달콤 살벌한' 이미지로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하더니 어느새 [패떴]에서는 빠질 수 없는 주요 캐릭터로 성장했다. 여성 캐릭터가 이효리 쪽으로 치우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박예진이 적절하게 캐릭터를 균등 배치하면서 프로그램 자체를 붐업 시키는 영리함을 발휘한 것이다. [패떴] 의 엄청난 성장세에는 박예진의 공헌도 비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예진이 [패떴] 에 적응하면 적응할수록 그 동안 그녀가 쌓아왔던 연기자로서의 커리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감도 밀려온 것이 사실이었다. 연기자로서 십 년 가까이 대중과 소통했던 것보다 [패떴] 으로 약 1년여만에 인기를 얻은 것이 훨씬 폭발적이면서 연기자 박예진으로서의 이미지는 희석되고 '달콤 살벌한 예진아씨' 라는 코믹 캐릭터로만 대중이 박예진을 인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박예진은 [패떴]을 촬영하면서도 끊임없이 연기자로서 자기 본분에 충실하려 애썼다. 정시아 등과 공연했던 [여사부일체] 에 출연해 케이블 드라마답지 않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드라마를 마무리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아봤자 3% 정도인 케이블 드라마는 한계가 분명한 작품이었다. 박예진이 예능에서 얻은 인기를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연기자로서의 복귀가 시급했다. 그것도 강력한 임팩트 있는 작품으로.


[미워도 다시 한 번] 으로 성공적인 연기 복귀를 치른 그녀는 차기작으로 [선덕여왕] 을 점찍으며 사극으로 컴백했다. 그녀는 이 때에 1년간 정들었던 [패밀리가 떴다] 를 하차했고, [선덕여왕] 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장희빈] 에서 숙빈 최씨 역을 잘 소화해냈던 박예진은 특유의 사극연기로 '천명공주'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물론 아역인 신세경이 연기했던 천명공주와 괴리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박예진의 천명공주는 나름의 매력을 갖고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천명공주가 무리 없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박예진의 연기력이 큰 몫을 했다. 그녀는 대작의 주인공이라는 부담감과 고현정, 이요원 등 날고기는 연기자들 사이에서 독특한 자기 영역을 만들며 충분히 선방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러나 때때로 강단있는 천명공주의 모습은 그대로 박예진 그 자체였다. 박예진의 드라마 하차가 아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동안 극을 리드했던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박예진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극을 이끌어 왔고 열정을 갖고 캐릭터를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없는 자리는 대신 김춘추 역의 유승호가 채울터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는 [선덕여왕] 을 보는 내내 떠오를 것 같다.





제대로 살지 못한 천명공주 캐릭터, 아쉽다!



그러나 비단 박예진의 하차가 연기자 박예진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아쉬운 것은 아니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박예진이 연기한 천명공주 캐릭터가 지금껏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다가 용두사미 꼴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씁쓸한 뉘앙스를 풍긴다. 당초 [선덕여왕] 의 쓰리톱 중 하나라고 알려졌던 천명공주가 미실의 적수는 커녕 우왕좌왕하는 모습만을 보이다 끝나버린 느낌이 남기 때문이다.


처음 [선덕여왕] 의 시놉이 나왔을 때, 천명공주는 지금의 천명공주 보다는 훨씬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박예진 역시 이런 천명공주의 모습에 반해 [선덕여왕] 합류를 결정했을터이고 적어도 신세경이 연기했던 천명공주까지는 이러한 제작진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 되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고 시간이 촉박해지자 [선덕여왕] 의 당초 시놉은 완전히 흐뜨러졌다.


연장 문제가 끼어들었고, 부족한 촬영시간과 집필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선덕여왕] 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쉬운 캐릭터인 미실을 전면에 부각시켜 극을 이끌어 나갔고 상대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천명공주와 덕만, 그리고 김유신의 모습은 무력하게 그려졌다. 천명공주가 지금껏 했던 일은 미실과 몇 번 말싸움을 벌인 일과 끊임없이 사건 현장에 끼어들어 어렵사리 수습하는 등의 모양새 뿐이었다.


"[대장금] 에 한상궁이 있다면, [선덕여왕] 에는 천명공주가 있을 것" 이라는 제작진의 호언이 무색하게 천명공주 캐릭터는 24회라는 긴 시간동안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처음 설정된 시놉시스처럼 미실과 치열한 대립각을 이루며 자신의 동생인 덕만을 구하는 천명이었다면 11일 방송됐던 천명공주의 죽음은 훨씬 장엄하고, 훨씬 애달팠을 것이다.


다행히 천명공주의 죽음은 박예진의 농익은 연기력 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가슴 깊은 감동을 자극하는데에 성공했지만 그 죽음 하나로 지금껏 그려진 천명 캐릭터의 '결점' 이 모두 덮어지지는 않는다. 박예진이라는 좋은 배우를 놔두고도 천명을 이 정도 밖에 그려내지 못했다면, 아쉽지만 천명공주는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캐릭터이기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예진을 응원하며


어쨌든 [선덕여왕] 에서 박예진은 천명공주의 죽음과 함께 극을 떠났다.


기대만큼 큰 성과가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박예진의 열연은 충분히 인정하고 봐 줄만 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박예진이라는 배우가 겸손과 열정을 잃지 않으며 좋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기를,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는 훨씬 강렬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기를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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