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유교 사상의 뿌리가 남아있는 한국에서 여자 연예인들의 섹시 이미지란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득이 되지만 때때로 이미지의 고착화를 불러오고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섹시 이미지로 주목 받은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강예빈, 박은지, 클라라가 눈에 띈다. 강예빈은 섹시한 이미지로 게임 모델로 데뷔한 이래, 그 이미지를 앞세워 옥타곤 걸에 발탁되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고 박은지는 기상 캐스터에서 MC, 배우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꾀하며 섹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으며 클라라 역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만회하기 위해 케이블 프로그램 <싱글즈>에 출연하여 노출로 화제가 되었으며 각종 행사에서 파격적인 의상으로 주목 받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노출은 다소 인지도가 약했던 이들에게 있어서 더할 수 없는 한 방을 선사했다. 강예빈의 정체성은 뚜렷하지 못하지만 강예빈이 가진 섹시 이미지는 그의 인지도를 높였다. 박은지 역시 정체성은 모호하지만 케이블과 공중파를 막론하고 예능에서 드라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섹시화보까지 촬영하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클라라도 마찬가지다. 그의 섹시 이미지는 그가 그동안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합친 것 보다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오르내리게 했다. 클라라는 오히려 예전의 드라마 출연 경력을 깊게 파인 민소매 상의로 가슴을 강조하고 짧고 달라붙은 운동복으로 몸매를 드러내면서 대중들에게 알렸다.

 

클라라의 노출은 단지 TV프로그램에서 멈추지 않았다. 야구 시구를 할 때도, 라디오에 출연할 때도 클라라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다소 민망한 의상을 서슴없이 입으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섹시를 의도한 적 없다”는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섹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면서 인지도를 쌓아온 연예인들이다. 그들은 섹시함을 내세우지 않는 많은 여성 연예인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주목도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노출에 대한 반응은 달갑지만은 않다. 인지도는 쌓았지만 그들의 노출이 계속 될수록 호감이 증가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불편함이 가중된다.

 

물론 그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하려는 남성들의 지지는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더욱 더 광범위한 대중친화적 인기를 그들이 얻는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들이 인지도는 확보했을지언정 대중적인 호감도를 증폭시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김혜수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김혜수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섹시 아이콘이다. 김혜수는 최근 한 업체가 조사한 ‘시민들이 뽑은 글래머 스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종일관 노출을 감행하고 섹시 이미지를 강조한 이들보다 이제는 중견배우에 들어선 김혜수가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섹시한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김혜수라는 배우에 대한 국민적인 호감도가 없다면 불가능한 결과다. 김혜수는 동시에 ‘아침마다 신문을 정독할 것 같은 스타’ 1위에도 랭크됐다. 글래머와 신문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에서 김혜수에게 느끼는 대중들의 감정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지적이면서도 자신의 일을 정확하게 할 줄 알고 동시에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배우. 그것이 바로 김혜수가 가진 이미지인 것이다. 물론 이는 최근 종영한 <직장의 신>에서의 김혜수의 호연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혜수가 쌓아올린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김혜수의 섹시함은 시상식이나 작품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로 이목을 끌거나 영화속에서의 과감한 노출로 화제가 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김혜수의 노출을 천박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김혜수의 노출에는 항상 이유와 단서가 따라 붙었기 때문이었다. 시상식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의 과감함은 대중들이 어느정도 이해할만한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김혜수라는 배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에 있었다. 김혜수는 김혜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그의 존재감을 먼저 설득시켰다. 단순히 노출이나 잡음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려는 얕은 수작이 아닌, 뛰어난 연기를 통해 그가 맡은 몫을 제대로 해 냈던 것이다.

 

<타짜>의 정마담은 김혜수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고 <직장의 신>의 미스김역시 김혜수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주목받는 역할에만 출연했을 것 같지만 김혜수는 <열 한 번째 엄마>, <좋지 아니한가>등 소시민의 역할 역시 제대로 표현해 내는 배우였다. 그의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을지언정 그의 연기는 언제나 변신을 시도했고 또 그만큼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불평이 없는 배우라는 것. 이것이 김혜수가 가진 섹시 이미지보다 그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러나 강예빈, 박은지, 클라라는 어떠한가. 그들에게 섹시를 거두어 간다면 과연 그들이 다른 매력과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까. 비록 시작은 섹시였을지 몰라도 그 기반까지 섹시여서는 안 된다. 그건 결코 고급스러운 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섹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오로지 섹시로만 승부하려고 하는 모습은 그들의 모습에 다른 이미지를 상상하기 힘들게 만든다. 섹시함이 그들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부인양 느껴지는 것은 에로비디오의 바로 전 단계를 공중파에서 보는 것 같은 불편함 역시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섹시함을 이용하더라도 그들이 정말 그 이미지를 뛰어넘어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연예계에는 그들이 아니라도 섹시를 활용한 연예인들이 넘쳐난다. 그들만의 섹시함은 단순히 노출이어서는 안된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섹시함을 연출할 능력이 없는 연예인의 수명은 결코 길다고 볼 수 없다.

 

그들은 섹시 이미지를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데 실패했다. 섹시함 자체는 그들을 확실히 주목하게 만들었지만 그 섹시함을 활용하는 법 역시 다른 노출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본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전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섹시는 나쁘지 않다. 잘만 활용하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섹시함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그들에게 대중들이 기대하는 범위를 좁혀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섹시한 것도 좋지만 지나친 노출로 대중들이 그들이 보여준 그들의 매력보다 그들의 노출 부위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을 띄운 동시에 그들을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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