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엄청난 화제를 낳은 것은 방송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각종 예능과 드라마에서까지 최순실 사건이 패러디 되며 웃음과 풍자 코드로 쓰인 것이었다. MBC <무한도전>은 언제나 이슈되는 사건의 풍자를 전담해왔듯, 이 사건 패러디의 선봉장에 섰다. 29일 방영된 <무한도전>에서는 풍선을 몸에 단 멤버들이 하늘로 떠오르는 모습에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란 자막을 입혔다. ‘오방색’은 최순실의 태블릿PC에 저장된 파일 이름인 ‘오방낭’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등의 자막으로 은근한 세태풍자 자막의 가장 올바른 예를 보여주었다.

 

 

 


30일 방영된 SBS <런닝맨>에서도 이런 비슷한 유형의 자막이 등장했다.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 “비만실세”, “유체이탈 주법”, “무정부 시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등, 자막 패러디가 이어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같은 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자막이 등장했다. 명실상부 최대 유행어가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패러디가 이어졌다. MBC <옥중화>에서는 무당이 오방낭을 건네며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겁니다.‘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새로 시즌을 시작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도 김현숙이 말을 타고 가는 장면에서 "영애씨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돼요"라거나,  "말 좀 타셨나봐요? 리포트 제출 안해도 B학점이상" 이라는 자막을 입혀 최순실 패러디에 나섰다.

 

 

 


이런 패러디가 난무할 만큼 최순실 게이트는 엄청난 화제성이 있는 사건이다. 연일 각종매체를 통해 터지는 충격적인 사안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요구까지 이어지게 할 만큼 너무나도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이렇게 예능과 드라마에서 주구장창 패러디가 될 정도의 큰 사건에 공중파 뉴스들은 오히려 초점을 흐리며 실망감을 안겼다. 언론인들이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정치계의 눈치를 보는 뉴스는 이미 공신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뒤늦게 최순실 사건을 다뤘지만 이미 한참 사건이 흘러간 후였다.

 

 

 

 

 

이 와중에 최순실 특수를 누린 것은 JTBC였다, <뉴스룸>은 최순실 태블릿 PC를 입수해 최초보도, 단독보도등의 특종을 내며 시청률 8%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연일 화제를 모으자 8%의 시청률이 유지되는 하나의 사건을 만들었다. 동아일보 재단의 종편 방송국이 공중파를 뛰어넘어 ‘가장 공신력 있는’ 뉴스라는 평을 듣는 사건은 어떻게 보면 통쾌하지만, 어떻게 보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방송국의 방향성이 아닌 손석희라는 언론인의 힘이 주효했던 만큼, 이 시대를 제대로 보게 해주는 방송국이 없고, 그 역할을 해야하는 공중파 방송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더욱 부각시켜주었기 때문이다.

 

 

 


JTBC는 <썰전>을 통해 최순실 특수를 이어갔다. 진보진영의 유시민과 보수진영의 전원책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통쾌하게 풀어내는 <썰전>은  유일한 정치 예능이다. 이 <썰전>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자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해 9%를 넘어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JTBC역사상 세 번째에 해당하는 시청률로 지상파 예능을 모두 누르고 예능 1위를 차지한 성적이다.

 

 

 

 

 

 

이런 결과는 지상파가 이 사건에 대한 외면을 하는 동안 이 사건을 분석하고 제대로 마주 본 결과라 할 수 있다. 유시민과 전원책 모두 뛰어난 정치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들의 소통방식은 자신의 입장만 견지하는 불통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과 나누려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보수·진보진영 할 것 없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보수진영이라 하여 정권을 무조건 감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보수 정권이 더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들어있는 전원책과 진보진영이지만 극단적으로 선동하는 방식이 아닌 유시민의 섭외는 이 프로그램에 있어서 신의 한수였다.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보수와 진보의 토론은 참으로 드물게 방송에서 목격 가능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공중파보다 종편이, 뉴스보다 예능이 더 통쾌하게 세태를 드러내는 세상. 그나마 언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여전히 말을 아끼는 공중파 뉴스에 실망해야 할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지는 동안 어처구니없이 종편이 득세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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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독한 혀들의 전쟁(이하 <썰전>)>의 한계는 박지윤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박지윤은 지인으로 알려진 박수진의 결혼에 대해 함구하며 몸을 사렸다. 배용준과의 깜짝 결혼 발표로 화제가 된 이후, 박지윤의 기독교 지인 모임인 ‘하미모’ 모임에서 박수진을 만난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지윤은 시종일관 “늦어서 모른다.” “와전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안난다.”등의 이야기만 풀어놓았다. 이미 기사로 발표된 이야기나 연예 정보 프로그램과 다른 게 없는 이야기였다.

 

 

 

평소의 친분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입을 다물어주는 ‘의리’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독한 혀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가진 <썰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썰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 <썰전>에서 하는 이야기 자체에 분석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개되기 보다는 술자리나 사석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썰전>에 등장하는 진행자들은 이미 개인적인 친분과 상황적인 제약이 생겨버렸다.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기에는 그들 역시 방송인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하는 비판에서 그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며 그들이 맡은 다른 프로그램이나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고갈 수 없다는 것은 <썰전>이 가지는 가장 큰 한계다. 초창기 고정 패널이었던 김희철 또한 “내가 아이돌을 비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썰전>에서 물러난 것은 이런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점에 있는 일이었다.

 

 

 

박지윤의 태도는 지나치게 방어적이었다.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는 듯한 태도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썰전>이라는 콘셉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쁜 일도 아닌, 결혼이라는 좋은 결실을 맺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마저 함구하는 것은 <썰전>의 콘셉트를 굳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것이 <썰전>의 화제성이 유지될 수 없는 이유다. 독한 혀들은 진행자들과 상관없는 일에서만 유효하다.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몸을 사린다. 그런 그들이 어떤 프로그램이나 인물에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한들, 그 비판이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이런 이중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썰전>의 한계는 불행하게도 필연적이다.

 

 

 

다른 방송에도 출연해야 하고 연예계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 진행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썰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에 묘한 거부감이 생긴다는 점이다. 강도 높은 비판을 해도 그 비판이 공감을 자아내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되고, 하지 않아도 <썰전>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썰전>의 시청률은 1%대로 추락했다. 그들이 가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독설가로 유명한 김구라마저 이제는 잃을 것이 너무 많다. 그들이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없다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에 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일 자체가 의미 없다. 과연 <썰전>의 의미를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그들이 정말 잃을 것이 없는 것처럼 발언의 수위를 높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수위를 높일 수 없다. 그들이 가진 것들을 다 꺼내놓기에 그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것은 그들의 잘못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생각지 못하고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정한 제작진의 실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부합하지 못하는 진행자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 이미 <썰전>의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빛깔을 살리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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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은 여러모로 논란이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던 인물이다. <개그 콘서트>의 최효종을 고소한다거나 과격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거나 하는 식이다. 강용석은 방송인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 그의 발언들이나 방송에서의 일련의 행동들은 연출된 쇼맨십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는 어떻게 해야 대중의 관심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그 이미지를 활용해 방송에 진출했다. 그리고 끝내는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이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는 이미지가 비호감이 되는 한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노출 되지 않는 것이 더욱 독이 됨을 알고 있었다. 돌발 행동으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점차 케이블 방송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돌발 행동들을 모두 이해해주고 인정해줘야 할 의무는 대중에게는 없다. 어쨌든 한 사람의 행동과 말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용석이 대중에게 노출이 많이 될수록 그를 받아들이는 대중도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인지도를 올렸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사례다.

 

 

 

 

 

그러나 그의 아나운서 관련 발언만큼은 그가 의도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모든 것을 다 주어야 한다’는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은 많은 아나운서 지망생과 아나운서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강용석의 평소 생각마저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많은 대중들마저 실망시켰다.

 

 

 

 

그러나 그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한 이지애 아나운서가 때 아닌 뭇매를 맞았다. 이지애 아나운서는 그의 발언에 대한 피해자에 가까운 사람임에도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해야했다.

 

 

 

그 이유는 첫째로 강용석의 아나운서 발언이 사 년 전에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사 년 전, 사석인 술자리에서 한 말이 문제가 되어 기사화 되었고 그 때문에 강용석은 이미 수 차례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에 직면했다. 유명인으로서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술자리에서 한 말이라도 이런 식으로 화제가 될 경우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자리에서 한 말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말의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삼년 전, 술자리에서 한 말을 두고 이제야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강용석은 이미 이 사건을 두고 수차례 사과를 해왔다. 굳이 다시 한 번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뜬금없는 일이었다.

 

 

 

또한 이지애 아나운서가 사과를 요구한 시기에 문제가 있었다. 이미 강용석은 이 일로 고소를 당하였고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성희롱에 대하여서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재판부는 “국회의원이자 변호사로서 대학생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발언을 한 점, 그리고 발언 내용에 대해 증언을 한 학생을 위증으로 고소하는 등 진실을 호도한 점을 들어 벌금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어쨌든 사안은 마무리가 된 것이다. 직접 그 말을 들은 당사자와 해결된 일을 이지애 아나운서가 다시 한 번 들추는 일은 대중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대중들은 이지애 아나운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지애 아나운서의 발언은 이지애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을 하고 KBS를 떠난 후에 나온 것이었다. 자신 역시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이라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며,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된다”고 글을 시작하였다. 그도 그런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과를 요청할 때, 대중들이 자신에게 느낄 감정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굳이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하는 것은, 강용석이 이전에 말도 안되는 고소 ‘쇼’를 펼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는 평소 단아하고 차분한 이지애의 이미지에 대치되는 것으로 이미지를 훼손할 여지마저 있는 일이었다. 굳이 이런 사건을 만든 이지애의 행동을 대중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지애는 SNL에서 강용석과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거절했다. 물론 SNL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과가 희화화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과를 당당히 요구하고도 사과를 받으러 가지 않는 것은 소위 ‘쿨’한 행동은 아니었다. 이지애에게 직접적으로 한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모양새는 이상해 졌다.

 

 

 

 

결국 강용석은 공식적인 사과를 하였다. 백번 생각해도 강용석이 잘못한 발언이지만 강용석은 더 이상 잃을 이미지 같은 것은 없다. 사과를 한다고 해서 그가 가지고 가야 할 짐은 크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이지애의 돌발 행동 또한 조금은 의아했다. 이제 이지애가 대답할 차례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이 일을 일단락 지을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그 사과에 대한 대답을 피하고 그냥 해프닝으로 끝낼지는 이지애의 선택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그의 신중함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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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은 성역과 금기 없는 입담을 가진 패널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각을 한 차원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김구라, 허지웅등 직설화법과 독설로 유명한 패널들을 배치해 미디어에 대한 직설적인 비평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썰전>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썰전>이 가지는 한계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썰전>의 독설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패널들의 독설이 공감을 자아낸다거나 사회적인 함의를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썰전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은 이러이러해서 문제다’는 식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 이야기가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날카로운 시선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술자리나 사석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이상이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썰전>에 출연하는 인물들 역시 마음을 놓고 적나라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는 것 또한 한계다. 그들도 방송을 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하는 비판은 그대로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그들이 지적하는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 힘들게 만든다. 더군다나 김구라등의 패널은 때때로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지 않고 비평에 임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국 <썰전>에 출연하는 예능인들이 다른 예능인들을 비판하는 모습은 신선하기보다는 점차적으로 묘한 거부감을 자아내는 그림이 되어가고 말았다. 초창기 고정 패널이었던 김희철 또한 “내가 아이돌을 비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썰전에서 물러날 정도였다. 한마디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해도 문제, 하지 않아도 문제인 프로그램이 되고 만 것이다.

 

 

 

 

실제로 이번 회차 <썰전>에서도 김구라는 자신이 출연하는 <매직아이>에 대한 비판 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결국 그가 꺼내는 말들은 <매직아이>에 대한 옹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매직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것 자체가 <썰전>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런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이야기 하겠다’는 취지의 ‘예능 심판자’코너에서 한주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안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연예인들의 탈세와 폭행사건이었다. 송혜교와 김현중이 일으킨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아이스 버킷’이라는 이슈만이 대신 그 자리를 채웠다. 

 

 

 

연예계 사건 중 가장 크게 터진 두 사건을 이야기 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썰전>의 본질을 뒤흔드는 일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모든 부분을 짚어내겠다는 기획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이야기는 숨겨지고 어떤 이야기는 드러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소재에서부터 몸을 사린다면 누가 정말 적나라한 비판을 기대할 수 있을까. 패널들의 비판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썰전>의 한계다. 적나라한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지만 ‘잃을 것이 없는 예능계의 아나키스트들’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그 곳에 앉아있는 패널들은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은 다른 동료들과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예능인들이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지나칠 경우 그 관계를 해칠 수 있음을 염두해 두어야 할만큼의 위치에 있다. 더군다나 프로그램 자체내서도 어떤 이야기는 나오고 어떤 이야기는 금기가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썰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단순한 독설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 힘들어졌다. 독설이 아닌 그 이상을 보여야 다시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바로설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의 한계는 명확하다. 강도가 약해지면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없고 강도가 강해지면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힘들어진다. 그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하는 비판을 <썰전>에 그대로 적용시켜 본다면 답은 확실하다. <썰전>은 점차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줄어들고 있다. <썰전>의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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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화법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독설’이다.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이야기보다는 솔직함이 미덕이 되는 예능계에서 그의 독설 포인트는 빠르게 주목 받았다. 김구라처럼 출연료나 연애 관계등, 인간의 말초적인 신경을 건드리면서도 궁금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캐릭터는 없었다. 김구라의 독설은 예능계가 원하는 그림에 들어맞는 듯 했다.

 

 

 

그러나 김구라의 예능이 점차 호응을 잃어가고 있다. 김구라는 현재 <라디오 스타><매직아이><썰전><보스와의 동침>등에 고정출연중이며 각종 특집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섭외된 상태다. 겉으로만 보면 김구라는 진행자로서 각광을 받으며 각종 예능에서 활약중인 셈이다.

 

 

 

그러나 김구라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하나같이 시청자들의 호응에 중심에 서 있지 못하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라디오 스타>도 이제는 독설보다는 연예인 신변잡기 프로그램이 된지 오래고 <썰전>도 처음의 신선함이 사라지자 단순히 타 프로그램에 대한 수다를 쏟아내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구라는 <매직아이>에서 악플을 어떻게 이겨내냐는 질문에 “내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내가 하는 역할이 행동대장 같은 역할이다. 그래서 나는 롤모델이 미국이 하워드 스턴이다.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그래서 나는 이게 내 역할이다. 내 숙명이다. 나는 항상 아프지만 지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가 행동대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필요악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김구라는 시청자층의 고른 사랑을 받는 진행자일 수는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그것은 그의 독설 자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김구라가 그 독설 캐릭터를 발전시키거나 다른 방향으로 틀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김구라의 패턴은 일정하다. 이를테면 집안이 좋은 출연자에게는 그 집안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하고, 학벌이나 능력이 있는 출연자들에게는 그 이야기를 꺼내며 부각시킨다. 김구라만의 스타일이라면 출연진들을 띄워주려고 하는 분위기 보다는 개인적인 관심에서 촉발한 질문인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것이다. 거기다가 재산이나 출연료, 금융, 부동산등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김구라는 그 문제를 노골적으로 파고든다.

 

 

 

 

일단 그런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김구라의 이런 성향은 예능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예를 들면 <매직아이>처럼 이슈를 놓고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도 출연진이 병원장 아들이라는 사실을 꼬집고 넘어가는 식이다. 예능의 맥락에는 상관없이 튀어나오는 학연, 지연, 출신성분등의 이야기들은 때때로 불편함을 자아낸다. 그것은 김구라가 말했듯, 행동대장의 역할이라기 보다 사족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힘이 있는 자에게는 만면에 웃음을 띤 얼굴로, 반대로 자신의 후배거나 힘이 없는 자들에게는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김구라의 그런 독한 이야기들이 김구라가 점점 힘을 얻어가면서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파고들기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김구라 역시 출연료나 인간관계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자신의 출연료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면서 남의 출연료를 정확히 물을 수 없고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져버리면서 독설을 쏟아낼 수 없는 것이다. 그가 하는 독설이 모두를 향한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해 줄만 하지만 그의 독설이 자신보다 약한 특정 인물을 향한 것이라면 그 독설은 그만큼 힘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해지고 강해지는 독설의 강도는 김구라의 크나큰 약점인 것이다.

 

 

 

 

더군다나 김구라의 캐릭터는 변주가 힘들다. 예능의 성격에 따라 잘 융화될 수 있는 스타일의 유재석이나 신동엽과는 달리 김구라의 캐릭터는 독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독설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재미가 반감되고 반대로 독설을 할 경우 프로그램의 성격과 매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구라의 스타일은 광범위한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들 면이 있다. 허나 문제는 김구라가 점차 대중화 되어 간다는 데 있다. 아예 매니아층이 열광할만한 독설이라면 차라리 그의 독보적인 분야가 완성될지도 모르지만 점차 독설의 패턴이 익숙해지고 더 심한 독설로 나아가지 못하는 양상이 짙어짐에 따라 김구라가 가진 캐릭터의 매력 역시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김구라의 캐릭터는 그래서 딜레마가 있다. 독설을 하자니 시청자들은 불편해 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잃어버린다. 그런 와중에서 갑자기 노선을 바꿔 ‘착한 김구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야 말로 김구라가 예능에서 주목받은 이유와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김구라가 이런 딜레마를 뚫고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그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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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yricism07.tistory.com BlogIcon 현실성 2014.08.28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분석 잘 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brownweasel.tistory.com BlogIcon 갈색족제비 2014.08.29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구라.. 남비판하긴 좋아하면서 자신한테 뭐라하는건 싫어하는 티 내는 이중적인 사람

  3. Favicon of https://hermesjm.tistory.com BlogIcon J2M1 2014.08.29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장 이쁘게 해놓는다고 김구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좋아보이진 않죠.
    어차피 그냥 남의 꼬투리잡아서 뒷담화하는 부류의 방송인일뿐인데요.

    김구라씨 인터넷방송할때도 일부 커뮤니티의 사람들이나 좋아했지
    기본적으로 정신머리 제대로 된 사람들이 좋아한적 있음 ?

    어차피 사람들이 자극적인걸 좋아하는건 한 순간임.
    노홍철이 처음 나왔을때 파격적이었고 그때문에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결국 지금 평범한것처럼.. 김구라도 마찬가지. 특별할것도 없는 것 같은데..


 

김구라는 독설로 그만의 확고한 영역을 만든 진행자다. 돌리고 피해가기 보다는 직설적이고 정확하게 핵심을 지르는 질문들은 가려운 데를 긁어준 듯 시원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그런 그의 장점 덕택에 그는 성공한 예능인이 될 수 있었다. 한 때는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17개까지 소화했다는 그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찾는 방송사들은 점차 더 ‘센’방송을 만들려는 수요에 맞춰 점점 더 늘어났다.

 

 

그러나 그건 대중적인 인기에 기반한 선택은 아니었다. 김구라라는 캐릭터가 기존 예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까닭에 그처럼 강력한 캐릭터가 필요했을 뿐이지 대중의 지지와 응원은 그에게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런 그가 <힐링캠프>에 출연해 개인사를 풀어 놓는 것은 결코 흥밋거리가 될 수 없었다. 그 역시 그런 점을 감지하듯 “어려웠던 시절 얘기는 빨리 넘어가겠다.” 는 식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감동으로 포장되는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김구라는 시종일관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솔직함에는 의외성은 없었다. 김구라라는 인간의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토크쇼는 성공적이라 평할 수는 없었다. 시청률은 김구라가 “김성주 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상관 없이 김성주 편 보다 더 떨어졌다.

 

 

김구라는 <힐링캠프>에서도 연예 대상 후보를 추려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그가 출연하는 <썰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의 출연 후 쏟아진 기사들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김구라라는 인물의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가 뱉은 독한 말들을 기반으로 기사가 쓰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MC가 아닌 토크쇼 게스트로서는 최악의 결과다.

 

 

문제는 김구라가 점점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해 갈수록 그의 본질이 약화된 다는 것이다. 그가 막말을 내 뱉던 인터넷 방송시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미지를 여기까지 견인해 온 기반이 되었다. 그가 방송에서 하는 말들이 아무리 독해도 인터넷 방송의 그 자신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기에 김구라의 독설은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김구라는 ‘본인이 평생 짊어져야 할 몫’이라며 예전의 막말을 후회했지만 그 막말이 김구라의 특징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김구라가 점점 성공가도를 달려갈수록 김구라의 독설은 약해지고 희석될 수밖에 없다. 날카로운 독설도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요즘, 몸을 사리는 김구라가 예전처럼 통쾌하고 시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김구라가 바빠지면서 김구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시했다. <썰전>에서는 <응답하라 1994>등의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가 하면, <택시>에서도 <댄싱9>출연자들의 프로그램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만 찾아보고 온 느낌이 역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김구라의 모습 속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썰전>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화제를 모으지 못한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독하긴 해도 더 이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출연진들 전원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한 탓도 있지만 가운데 앉은 김구라가 메인 MC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가장 통쾌해야 할 그가 프로그램의 본질조차 제대로 캐치를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방송이 재미있을리 만무하다.

 

 

그는 성공한 예능인이지만 그에게 적극적인 팬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캐릭터를 강력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의 캐릭터는 변화하고 있다. 그가 이룬 성공의 벽을 허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그의 독설이 독살맞지도 못하다. 출연진들과 친분이 생기니 그에게 해가 되는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도 없다. 거기다 넘쳐나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캐릭터는 너무 소모적이며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진다. 팬덤이 없는 김구라에 대한 지지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김구라의 캐릭터가 약화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김구라는 자신이 가진 장점이 퇴색되면서까지 무리한 프로그램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지를 보내며 그를 인정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구라는 독한 캐릭터가 강한 반면 인물에 대한 감동은 없다. 그는 현실적이고 독한 이미지를 통해 프로그램 속에서 감초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 메인으로 올라선 그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마저 놓치고 있는 모습은 그의 인간성을 떠나 책임감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웃음이 없는 예능은 실패한 예능이라고. 그러나 웃음이 없는 예능보다 더 심각한 것은 책임감 없는 예능인이다.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마저 없어보이는 그가 과연 웃음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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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방송계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강호동과 김구라가 확연히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강호동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김구라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꿰차며 역시 김구라라는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무엇이 당대 최고의 톱 MC로 군림했던 이들의 운명을 이렇게 갈라놓은 것일까.

 

 

 

 

국민 MC’ 강호동과 마이너김구라의 차이

 

 

강호동과 김구라는 비슷한 시기에 사회적 물의를 빚고 방송계를 잠정 은퇴했다가 복귀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복귀 환경과 방식 등은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방송 하차 전 강호동과 김구라의 위상부터 차이가 있다. 강호동은 지난 10여 년간 방송사 예능 라인업을 좌지우지했던 국민 MC였다. 예능계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었음은 물론이고 자타공인 최고의 시청률 보증수표였던 것이다.

 

 

특유의 서민적 이미지와 유쾌하고 친근한 스킨십으로 흠집 없는 연예생활을 지속한 그는 <12>을 필두로 <무릎팍 도사><스타킹> 등을 히트시키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강호동이 라이벌 유재석과 공고한 -강 체제를 구축하고 연말 연예대상을 양분하는 기염을 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마디로 강호동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은 최고의 예능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김구라는 달랐다. 과거 인터넷 방송의 원죄를 가지고 있던 그는 공격적인 독설과 마이너적인 캐릭터를 무기로 자신만의 방송 스타일을 구축했고 그만큼 호불호도 뚜렷이 갈렸다. 또한 그는 예능계 트렌드였던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라디오 스타><세바퀴> 등 스튜디오형 토크쇼에 유능한 진행자였다. 강호동처럼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마니아층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탁월한 MC였던 것이다.

 

 

이러한 위상 차이는 복귀 이 후, 그들의 운명을 가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강호동의 방송 복귀는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라고 할 만큼 화려했다. 첫 복귀작 <스타킹>은 시청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순식간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무릎팍 도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에 대한 기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관계자들과 대중은 강호동이 곧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침체된 예능계를 일으켜 세울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스타킹><무릎팍 도사>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새롭게 론칭한 <달빛 프린스><맨발의 친구들>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그에 대한 기대는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로 바뀌어 버렸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강호동=흥행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져버리고 특유의 서민적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지금의 강호동은 명성회복은커녕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혹독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오히려 방송은퇴 전보다 더 혹독한 대중의 검증과 날카로운 시선을 감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비해 김구라는 부담이 없었다. 강호동처럼 국민 MC 타이틀을 단 것도 아니었고, 전국민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것도 아니었던 그는 방송에 복귀하면서 예전처럼 명확히 호불호가 갈리는 MC로 재빠르게 자신의 포지션을 잡았고 녹슬지 않은 독설과 공격적 캐릭터로 독보적인 자기 영역을 구축했다. 기대가 낮았던 만큼 이뤄야 할 것도, 보여줘야 할 것도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다.

 

 

 

 

 

복귀 시기와 방식도 운명 갈라

 

 

잠정 은퇴 기간 또한 강호동과 김구라의 운명을 갈랐다. 강호동은 잠정 은퇴 이 후, 방송에 복귀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 동안 집안에서 칩거했다. 자숙하는 의미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예능계에서 1년이란 시간은 트렌드와 대중의 기호가 몇 수십 번 바뀌는 엄청난 기간이다. 최근 강호동이 감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위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조금 더 빠르게 방송 복귀를 타진했어야 했다.

 

 

1년 동안 숨어 살았던 강호동과 달리 김구라는 4개월 만에 방송에 전격 복귀했다. 방송일이 천직인 만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드림으로써 사죄하겠다는 말과 함께 그는 케이블 토크쇼 <택시>로 신고식을 치렀다. 이 후에는 거칠 것 없이 프로그램 개수를 늘려갔고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방송에 임했다. 감각을 잃어버리기 전에 컴백을 결정하고 기민하게 페이스를 올림으로써 보다 손쉽게 예전의 위치를 회복한 것이다.

 

 

복귀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강호동은 <스타킹>을 통해 시청자 분들이 그리웠다. 열심히 하겠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마치 계속 그래왔듯이 프로그램 진행에만 몰두했다. 예능 스승인 이경규의 <힐링캠프>를 통해 먼저 신고식을 치루고 서서히 복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무너뜨린 파격적 복귀방식이었다. 문제는 그의 속내와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시청자들의 바람이 처음부터 어그러져 버렸다는 것이다.

 

 

강호동이 이런저런 이야기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면, 김구라는 토크쇼 <택시>의 게스트로 출연해 속내를 털어놓는 방식으로 시청자들과의 괴리감을 줄였다. 한 마디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복귀 수순을 밟은 것이다. 김성주과 함께 한 <택시>에서 김구라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대중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써 도의적 차원에서 일정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자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그를 대중은 더 이상 비난하기 힘들어졌다.

 

 

운도 따랐다. <택시><화성인 바이러스>로 시동을 건 김구라는 종편에서 <썰전>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여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이 감사패를 수여함으로써 여론이 급속도로 회복됐고 이는 공중파 입성의 결정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절치부심하던 <라디오 스타> 복귀 역시 유세윤의 갑작스런 하차로 약 1년여 만에 성공했다. 마치 짜여진 대본이 있는 것처럼 모든 상황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운이 없었다. <무릎팍 도사><힐링캠프>1인 토크쇼 맹주 자리를 빼앗기면서 존재감을 잃은 사이에 <달빛 프린스>가 폐지되고, <맨발의 친구들>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된 상승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의지했던 유세윤이 음주사건으로 방송에서 퇴출되면서 오른팔을 잃었고 이수근, 은지원 등 옛 인연들에 매몰되다 보니 식상하다는 비판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강호동으로선 점점 더 조급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강호동과 김구라는 복귀 이전의 위상 차이, 잠정 은퇴 기간, 복귀 시기, 복귀 방식, 프로그램 흥행 여부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측면으로 인해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김구라는 물론이고 강호동 또한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동엽이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정상의 자리를 되찾는데 10년이 걸렸음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조금 뒤쳐진 강호동과 앞서나가고 있는 김구라 모두 꿋꿋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더 큰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지금의 평가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방송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를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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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편에서 가장 한 프로그램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JTBC <썰전>이 첫 손에 꼽힐 것이다. 시사와 예능을 적절하게 섞어낸 <썰전>은 종편 예능답지 않은 신선함과 세련미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살펴보면 눈에 익은 이름 하나가 보인다. 바로 한국 예능계의 전설적 인물 중 하나인 여운혁 PD’.

 

 

 

 

예능왕국 MBC’를 건설한 여운혁 신화

 

 

1993MBC에 입사하며 예능 PD로 첫 걸음을 내딛은 여운혁은 예능왕국 MBC’를 건설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설적인 스타 PD 중 한 명이다. 90년대 최고의 예능 PD였던 쌀집아저씨김영희 밑에서 연출을 배운 그는 2000<목표달성 토요일>을 통해 본격적인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며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바야흐로 MBC 예능국에 여운혁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운혁의 프로그램은 언제나 예능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는 <목표달성 토요일>을 통해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을 시도했고, <천생연분>을 연출해 연애 버라이어티붐을 일으켰으며, <무릎팍 도사><라디오 스타>로는 ‘1인 토크쇼집단 토크쇼의 신기원을 열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예능의 기본적인 토대는 여운혁이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친 것이다.

 

 

특히 여운혁의 탁월한 기획력과 프로그램 관리 능력은 자타공인 동급 최강을 자랑한다. <무한도전><우리 결혼했어요><놀러와><무릎팍 도사><라디오 스타><명랑 히어로> MBC를 대표하는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의 CP(책임 프로듀서)로 활약한 그는 적재적소의 인적 자원 활용과 다양한 포맷 운영, 타 방송사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콘셉트의 차용 등 과감하고 효율적인 시도로 MBC 예능에 새 기운을 불어 넣었다.

 

 

대한민국 톱 MC들과 오랜 인연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의 강점 중 하나다. <목표달성 토요일><무한도전>으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유재석은 물론이거니와 <천생연분><무릎팍 도사>의 강호동, <라디오 스타><명랑 히어로>의 김구라 등 당대 가장 재능 있는 진행자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고, 그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동반성공의 길을 걸었다. 그의 프로그램에 언제나 유명 진행자들이 즐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여운혁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2001년부터 2011, 10여년의 세월 동안 MBC 예능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연애 버라이어티, 1인 토크쇼, 집단 토크쇼, 오디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대거 만들어지며 트렌드를 선도했고 이 때 그의 손에서 기획된 작품들은 여전히 MBC 예능의 으로 자리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 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까지 전달하는 종합선물세트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다.

 

 

 

 

여운혁의 실험은 계속된다

 

 

그래서였을까. 201112, MBC 예능국의 전설적 존재였던 여운혁이 막 개국한 JTBC로 자리를 옮긴다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MBC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인연을 맺은 그가 도대체 왜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종합편성채널로 옮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 이적 16개월이 흐른 지금,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여운혁의 진가를 보노라면 이런 의문은 싹 사라지게 된다.

 

 

MBC에서 해 볼 것은 다 해본 여운혁은 최근 JTBC를 새로운 예능왕국으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상파에 비해 열악한 자본과 제작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그가 기획하고 연출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종편 예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여운혁의 진가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종편식 떼 토크쇼의 원조격인 <닥터의 승부>를 시작으로 <신동엽 김병만의 개구쟁이><신화방송><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히든싱어><남자의 그 물건><썰전>에 이르기까지 여운혁이 손을 댄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JTBC는 물론이거니와 종편 4개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도드라진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시청률 뿐 아니라 화제성, 작품성 면에서도 종편 답지 않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히든싱어>는 모창을 세련된 구성으로 활용해 시청률 4%를 넘기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고, <닥터의 승부><신화방송>은 만들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종편의 세계에서 1년 넘게 장수하고 있으며, <남자의 그 물건>은 정보 전달 뿐 아니라 예능적인 측면을 강조해 실용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상파 예능과 확실한 차별화를 두는 동시에 다른 종편사는 시도하지 않는 다양한 포맷의 예능을 전진 배치한 셈이다.

 

 

특히 시사와 예능을 적절히 섞어내며 높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썰전>의 선전은 여운혁 표 기획의 백미다. 지상파가 절대 하지도, 할 수도 없는 포맷을 과감하게 시도하며 종편의 색깔을 극대화 하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고 건들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밌게 풀어가는 수완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MBC 시절 기획한 <명랑 히어로>를 종편식으로 재해석 해 날카로운 비평 속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종편행을 꺼리고 있는 유재석-강호동 대신 김구라가 여운혁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맹활약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디오 스타<명랑 히어로>에서 여운혁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남자의 그 물건><썰전> 등 여운혁의 간판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전에 없이 확고한 개성을 발현하고 있다. 이로써 당분간 JTBC 예능은 여운혁 CP-김구라 진행체제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여운혁은 18MBC 생활을 청산하고, JTBC예능 구세주로서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16개월 동안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 끝에 그의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씩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그는 과거 MBC를 예능 왕국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JTBC를 새로운 예능 왕국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넘치는 창작욕과 비상한 재능으로 동시대 가장 위대한 예능 PD로 추앙받고 있는 그가 다시 한 번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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