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긴장해야 겠다. 코미디언들의 음원이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 코미디언의 음반 발매는 조롱의 대상에 가까웠다.
박명수나 조혜련 등이 음반을 낼 때 그들은 나름대로 진지했을지는 모르는 일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지금도 어떤 코미디언들의 음반은 웃음거리다. 하지만 그 웃음의 질이 예전에는 비웃음이었다면 지금은 개그코드로 바뀌게 되었다.
지금 유명코미디언들은 발표하는 음반을 성공시키다못해 아이돌 가수들을 누르고 음원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과연 이런 성공의 힘은 어디있는 것일까.
가장 처음 무한도전의 가요제에서 개그맨들의 음원 순위 역사가 뒤집히지 않았나 싶다.
무한도전은 처음 강변북로 가요제에서부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강변북로 가요제 CD는 정식 발매되기까지 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하의 [키작은 꼬마 이야기]는 가요제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상당한 히트를 기록했고 하하나 정준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잠시나마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무한도전은 곡의 퀄리티를 더 높여 멤버들의 자작곡이 아닌, 전문 뮤지션을 영입해 함께 곡을 만들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는 가요제나 노래경연 기획마다 성공시키며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한다. 2009년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나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그리고 음원을 직접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기존곡을 소화한 [나름 가수다] 기획까지 모두 성공시키며 코미디언 음원 시대의 새 장을 열었다고 봐도 좋을 성과를 올렸다.
[무한도전]이 인기 프로그램의 이름값과 곡의 퀄리티로 승부를 냈다면 직접 '뮤지션'이라고 주장하며 상품가치를 높인 케이스도 있다. UV라는 밴드를 만들어 스스로 뮤지션이라 칭하며 코미디언 음원 시장의 스타트를 끊은 것이 바로 유세윤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세윤은 케이블 TV mnet에서 특유의 건방진 행동과 실제를 비꼬는 상황설정으로 UV신드롬 비긴즈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유세윤의 개그감은 어디서나 화제가되며 각종 플짤로 만들어졌고 이는 UV에 대한 관심을 더욱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뮤지션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사람들은 그들의 음악을 개그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유세윤은 UV밴드를 만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었다. 단 500만원을 투자한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5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며 무려 100배라는 성과를 냈다. 엄청난 이익에 UV는 각종 행사에 뛰어들었고 공연수익도 올리며 성공적인 코미디언 마케팅의 성과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용감한 녀석들은 개그 콘서트의 코너 성공을 바탕으로 그대로 음원을 출시한 케이스인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음원 1위를 하기도 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대중의 공감을 사며 선전한 것이다.
그들 중 특히 신보라는 코미디언 뿐 아니라 준가수 정도의 대접을 받고 있다.
신보라는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신보라의 이런 노래 실력은 [남자의 자격-합창단]편에서 빛을 먼저 발했다.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박칼린은 신보라를 '천재'라고 평하며 렌트에 캐스팅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실제 가수와 비교하면 신보라의 노래 실력이 월등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코미디언으로서 가진 실력 치고는 아주 뛰어나다. OST를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신보라의 노래 실력은 결국 뭔지 모를 신선함을 자극시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신보라는 결국 정말 드라마 [유렁]의 OST [그리워 운다]를 부르며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음원을 1위에 올려놓았고 차트 상위권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저력을 발휘했다. 신보라의 이미지나 목소리가 드라마의 몰입도를 방해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성공역시 이런 코미디언의 가수데뷔 성공의 계보를 잇고 있다. 정형돈은 특유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정형돈이기에'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완성시켰다. 결국 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 노래는 음원차트 1위를 수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무한도전이 결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 대한 짙은 향수도 한 몫했겠지만 이들의 성공의 이유는 누가 뭐래도 그들의 적절한 마케팅에 있었다.
그들은 그들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노래 제목부터 역설적으로 만들면서 오히려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자신의 이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맥을 짚어낸 탓으로 그들은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코미디언들의 이런 음원이 성공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의외의 퀄리티에 있다. 정형돈의 노래만 봐도 노래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물론 개그 코드가 가미되어있지만 음원1위는 기본적으로 따라부를만한 퀼리티의 멜로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중독성이 강한 랩에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성공은 코미디언의 이미지에 기반한 마케팅 효과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유명인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와 잦은 방송출연으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그들의 개성을 담아낸 음반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코미디언들은 이런 음반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다. 마케팅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치고 들어오는 그들의 성공에 가수들은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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