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상류사회>의 메인 줄기는 최준기(성준)와 장윤하(유이)에게 집중되어 있다. 야망을 품은 가난한 남자 준기와 재벌로 태어났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여자 윤하가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한 갈등 관계가 부각되며 드라마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들은 드라마 전반의 스토리에 가담하고 있지만 주연으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는데 실패했다. 순수한 사랑보다는 지나치게 야망에 물든 남자 주인공이나 아무리 무시를 받고 자랐다지만 재벌 딸로서 살아가는데 대한 혜택을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는 답답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문제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만큼 흡입력이 없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 커플의 스토리가 아니라 유창수(박형식 분)와 이지이(임지연 분)의 러브라인이다. 이 러브라인이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유창수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에 비해 가볍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릭터 자체의 매력 보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유창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형식의 연기력에 있다. 유창수는 싸가지는 없지만 내 여자에게는 다정한 전형적인 재벌 2세다. 수없이 동어반복되어온 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박형식이다. 박형식은 자신만의 개성을 통해 이 배역의 매력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사나이>로 주목 받은 기회를 날려 버리지 않고 아이돌이라는 편견마저 지워버릴 만큼, 그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상반기 드라마에는 이렇게 유독 주연보다 눈에 띄는 조연들이 많았다. 주연만큼, 때로는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사랑을 받은 것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이끄는 있는 것은 작가와 연출의 힘이 크지만 주연 배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평범한 캐릭터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신스틸러가 될 수도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은 한정호(유준상)-최연희(유호정) 부부였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의 존재감은 주연으로써 손색이 없었지만 <풍문>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그들은 바로 비서나 가정부로 등장하는 조연들이다. 보통 비서나 가정부들은 드라마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부수적인 역할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들 하나하나에 캐릭터가 설정되었다. 철저히 감정을 숨기지만 사실상 푼수같은 매력이 있는 이비서(서정연)이나 한정호의 로펌에서 일하는 양비서(길해연), 그들의 비서로 일하면서도 칼을 꽂을 준비를 하고 있는 민주영(정소연)등은 이 드라마에서 각각의 개성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며 감초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어떤 장면에서는 주연급 배우들 보다 더한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앵그리 맘>의 고복동(지수 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였다. 그는 문제아지만 가슴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는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안동칠(김희원 분)의 말에 복종하며 그가 시키는 악행을 저지르지만 주인공 조강자(김희선 분)을 좋아하게 되며 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입체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주인공인 박노아(지현우 분)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수는 거의 대중앞에 처음으로 눈도장을 찍는 것이었음에도 불구, 주목할만한 신예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의 권재희(남궁민 분)역시, 이런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해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이코 패스 역할을 맡아 섬뜩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민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찬탄을 이끌었다. 어떤 면에서는 주인공 최무각(박유천)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궁민의 연기력만은 이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재평가되었고 그는 연기의 자신의 연기의 스팩트럼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이뿐이 아니다.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의 이주승(이주승 분)은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드라마의 미스터리 요소를 담당하며 확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주승은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고 연기함으로써 그에게 쏟아지는 주목도를 높였다. 그는 나중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그 비밀을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만큼,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역시 주연배우다. 그러나 때로는 주연배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극을 살리거나, 제 역할을 다한 주연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조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치며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다. 연기자는 연기를 잘 할 때, 가장 돋보인다는 진리다. 좋은 연기자가 좋은 캐릭터를 만날 때, 주연이든 조연이든 할 것 없이 시청자는 언제든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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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은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든 드라마다. 학교의 현실을 적나라하고 심각하게 드러내며 권력의 관계라든지 폭력으로 얼룩져 상처받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은 일종의 ‘불편함’이다. 로맨틱한 러브라인이나 코믹한 주제로 흐르기 보다는 ‘현실’이라는 지독한 상황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까닭에 구성은 인과 관계가 중요해지고 이야기는 앞의 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한 번에 집중을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앵그리맘>은 기대보다 훨씬 더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어 질 수 있지만 폭넓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그리맘>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는 신예가 있다. 고복동 역을 맡은 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가 한 번에 주목을 받는 비결은 바로 연기력과 캐릭터에 있다. 물론 드라마의 화제성도 중요하다. <앵그리 맘>은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매니아 층을 끌어 모으며 화제성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뒤로 하고 매니아층의 탄탄한 지지가 형성되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연기자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신예에 대한 반응역시 뜨겁다.

 

 

 

지수는 <앵그리맘>에서 학생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일진 역할을 맡았다. 지수가 맡은 고복동은 초반부터 진이경(윤예주 분)과 오아란(김유정 분)을 협박하며 조강자(김희선 분)가 학교로 돌아가도록 하는데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그의 형은 이미 교도소에 가 있다는 설정이고, 그 역시 폭력배인 안동칠(김희원 분)의 수하로 활동하고 있다.

 

 

 

배경만 보면 악역에 가까운 이 인물이 호응을 얻고 있는 까닭은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의외성에 있다. 처음부터 착하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평면적 인물이 아니라 악의 편에 서 있으면서도 갱생 가능성이 있는 입체적 인물로 그려지는 것에 점수를 딴 것이다.

 

 

 

‘일진’이지만 그도 역시 고등학생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정에 목마른 사람일 뿐이라는 암시는 의외성을 부각시키는 설정이다. 여자 주인공을 순수하게 좋아하게 되는 과정 또한 <앵그리맘>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단순한 고등학생의 짝사랑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타의에 의한 폭력성을 띠게 된 캐릭터가 조방울(김희선 분)을 만나 인간적인 정을 느끼며 변화해 가는 과정이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여자 주인공에게 고백을 하려다 실패하거나,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질투하는 설정은 까칠하면서도 진심을 숨기지 못하는 순진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반전의 매력이 그의 존재감을 키우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아슬아슬한 짝사랑의 줄타기는 인물의 매력을 배가 시키며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 캐릭터를 소화한 그의 연기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그는 큰 키와 날카로운 눈매를 바탕으로 역할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은 물론, 신예라고 보기 힘들만큼 강단 있는 연기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일진의 폭력성과 고등학생의 순수함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그의 매력은 확실히 시선을 잡아끄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캐릭터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이 역할을 소화하는 지수가 다른 인물들과의 화학작용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다면 캐릭터에 대한지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수는 연기력으로 설렘과 갈등을 표현해 내며 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는 연기자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어떤 배역을 맡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그 배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그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며 존재감을 보인다면 악역조차도 주목 받을 수 있다. <앵그리맘>의 지수는 단순히 주목받는 신예를 뛰어넘는 연기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조연이지만 주연보다 더욱 등장이 기다려지는 인물 중 하나로 성장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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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서의 ‘겸업’이나 ‘전업’은 이제 더 이상 희귀한 일이 아니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 가수는 물론이고 코미디언이나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도 드라마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호평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를 병행하거나 전업한 스타들의 상당수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거나 아예 존재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첫 정극 출연에 호평을 얻은 인물들이 있다. 바로 백지연과 리지다.

 

 

 

 

 

백지연과 리지는 각각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와 <앵그리 맘>에 출연중이다. 백지연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지하 경제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집안 딸인 ‘지영라’ 역을 맡았다. 태생부터 공주였던 최연희(유호정 분)에게는 은근한 경쟁심이 있으며 우아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때때로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최연희를 향한 열등감과 분노가 고개를 드는 인물이다.

 

 

 

백지연은 처음부터 지영라역할을 제 옷을 입은 것 마냥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나운서 출신 답게 정확한 발음과 억양은 물론, 우아하게 생김새까지 지영라 역할에 딱 어울리며 눈에 띄는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풍문>을 감독한 안판석 PD와의 친분으로 출연하게 되었다는 백지연은 이 역할을 맡을 때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판석 PD는 “재벌가 사모님의 모습이 있다”며 백지연의 연기 변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이 판단은 적중을 넘어서 의외의 재발견으로 다가왔다. 속물적이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우아해 보이고 싶은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해 냈다는 평이다.

 

 

 

<앵그리 맘>에 출연하고 있는 리지 역시 <몽땅 내사랑>등의 시트콤을 제외하면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앵그리 맘>은 리지의 첫 정극 고정출연임에도 호평을 받고 있다. 리지는 <앵그리 맘>에서 반을 주름 잡는 일진 역할이지만 조강자(김희선 분)이 신분을 속이고 학교에 들어오자 일진 자리를 내어주는 인물이다. 리지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진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앵그리 맘>속 역할에 적역이라는 평이다.

 

 

 

그들이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통해 호평을 얻은 것은 단순히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그들이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조연자리에서 시작했다. 비중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다. 유명세를 이용하여 처음부터 주연을 꿰차거나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반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그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서 녹아들 수 있었다.

 

 

 

둘째는 그들이 섣부른 ‘변신’을 하기 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백지연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쌓은 지적인 이미지와 우아한 이미지를 연기에서도 그대로 내보인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를 활용하여 속물적이고 열등감에 어쩔 줄 모르는 색다른 면도 표현한다. 리지 역시 에프터 스쿨과 오렌지 캬라멜 활동으로 쌓은 발랄하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역할에 녹여 냈다. 그런 이미지 위에 반을 주름잡는 일진이라는 이미지를 더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큰 키와 짙은 메이크업으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노는 고등학생’ 말투를 제대로 캐치하며 역할에 녹아든 것이다.

 

 

 

그들은 비중이 큰 역할을 맡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연기에 도전하는 다른 스타들 역시 눈여겨 볼만한 시도다. 그들이 하고 싶은 역할 보다는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고 너무 큰 역할을 덥석 맡기 보다는 작은 역할부터 출발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연기자로서의 변신 자체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시청자들과 타협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속에 녹아들고 있다. 그들의 연기자 변신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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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이하<착않녀>)>와 <앵그리 맘>은 수목드라마 1, 2위를 차지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착않녀>는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드라마다. 미니시리즈 답지 않게 가족극의 향기를 진하게 내뿜으며 중장년층 시청증을 잡아 끌어 시청률 1위 수성에 성공한 <착않녀>는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품은 주인공들의 상처에 집중하며 그들이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김현숙(채시라 분)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때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녹아들어 있다. 김현숙은 고등학생 시절 퇴학당한 트라우마와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 인물이다. 채시라는 과거 외국 가수의 열성팬으로 콘서트 장에 갔다가 신문에 실리는 바람에 정학 처분을 받을 정도의 문제아였다. 공연을 보았다고 해서 방종과 타락이라는 단어로 한 학생을 매도하고 문제아 낙인을 찍는 학교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문제아 낙인이 찍힌 김현숙은 결국, 목도리 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퇴학까지 당한다. 이런 사건의 중심에 교사 나현애(서이숙 분)가 있다. 과거의 일이지만 힘이 없는 학생이 당해야 하는 수모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현숙은 뒤늦게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 한다. 허나 여전히 나현애는 당당하다. 퇴학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탄원서를 들고 고등학교에 찾아간 김현숙을 위해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나현애는 김현숙이 최근 도박장에 갔었다며 김현숙을 처참하게 짓밟는다. 무려 김현숙이 처한 상황이나 이유등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행동의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드라마 속에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앵그리 맘>속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학교 폭력과 왕따를 넘어서 성폭행과 자살이라는 사건까지 등장한다. 그 속에 담긴 비리는 단순히 학생들의 것을 넘어 어른들의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썩어있는 것은 단순히 학생들의 인성이 아니라 그들을 책임지고 있는 어른들의 세계다.

 

 

 

조강자(김희선 분)은 학교 폭력으로 실어증까지 걸리게 된 딸을 위해 고등학생이 된다. 그러나 조강자가 대항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의 알력 관계가 아니다. 그들의 미묘한 갑을관계가 그들 부모로부터 나왔고, 결국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현실을 조강자는 마주해야만 한다.

 

 

 

 

 

조강자는 ‘도와준다’는 교사 박노아(지현우 분)의 말에 “이유 불문, 상황 불문. 언제나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되는 거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누가 강한 힘을 가졌는지 본다. 아이들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으니까 싸우는 것”이라며 “보호자가 보호자 노릇을 못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잔인한 것은, 조강자의 대사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꿰뚫지 못한다. 그저 문제없이 1년이 지나는 것이 목표고 그속에 멍들어가는 아이들은 방치된다. 오아란(김유정 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라”는 도정우(김태훈 분)의 말에 “내친구는 내가 지킨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교사도 학교도 학생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그것이 현 교육계의 현실이다.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고, 그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다른 누군가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런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이기심때문일지도 모른다.

 

 

 

<착않녀>와 <앵그리 맘>은 ‘학교’라는 공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때로는 선생이 가해자가 되고 때로는 같은 학생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에 수십년전 과거에 대한 극복을 꾸꾸는 김현숙도,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가는 조강자도 공감이 간다. 드라마 속에서 그들은 학교가 때로는 지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수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교육의 현실에 누군가가 상처입지 않는 아이들의 공간에 대한 꿈은 여전히 드라마 속에서 조차 로망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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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톱스타로서 기억되는 배우다. ‘최고의 미녀’라는 수식어는 김희선에게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칭찬이었고 그 수식어 하나로 자신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낸 배우라 할 수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농담처럼 던진 “제 2의 김희선은 없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일정부분 수긍이 간다. 김희선과 같은 ‘아이콘’은 김희선 이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희선은 90년대 당시 기성세대와 충돌하는 신세대의 모든 것이었다. 아끼고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과거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면서 물질에 대한 과감함도 서슴지 않는 소비지향성은 김희선의 개성으로 자리매김했고, “난 예쁘니까” 라고 말해도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지는 김희선만의 당당함은 최고 미녀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김희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인 김희선은 그 시절 젊음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김희선은 신세대의 문화를 ‘겉멋만 잔뜩 든’ 사치와 문란의 상징이 아닌, 자기표현과 당당함의 가치로 전환 시킨 스타였다. 기성세대들 역시 김희선의 그런 자존감에 매료되었고 전국구적인 스타로 김희선은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가 하는 악세사리나 스타일은 거의 항상 화제가 되었고 유행이 되었다. 김희선이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도 광고효과는 다른 스타들의 몇 십배에 이를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예쁜 꽃도 언젠가는 지기 마련이었다. 이른바 ‘누드집 사건’이후, 사진작가 조세현과 논쟁을 벌인 김희선은 수많은 스캔들에도 무사태평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휴식기를 가졌고, 복귀후 선택한 드라마들이 이전과 같은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점점 ‘김희선 열기’는 식어가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김희선의 연기력 논란이었다. 김희선에게는 의례히 ‘최고의 스타’라는 수식어 뒤에 ‘연기력 논란’이 따라 붙었다.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표현력은 그가 최고의 스타였던 시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흥행력이 사라진 후에는 상당히 두드러져 보였다. 언제까지고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 일수는 없었던 김희선의 최초의 위기였다.

 

 

 

김희선의 등장만으로 빛이 났던 ‘김희선 시대’가 끝나고도 김희선은 여전히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독보적인 김희선은 이제 없었다. 그 자리에 독보적인 김희선 같은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김희선의 존재감이 약화되며 다른 스타들이 충분히 김희선의 존재감을 대체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은 흘렀던 것이다. 김희선은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더 이상 김희선에게 기대되는 것은 ‘젊음’을 대표하는 자신감일 수 없었다.

 

 

 

이에 김희선이 선택한 것은 ‘미모’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아름답지만 예전과 같은 반짝이는 젊음을 대표하지 못하게 된 김희선의 노선은 조금 더 성숙해진 연기력과 촌스러운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었다. KBS주말극 <참 좋은 시절>의 김희선은 사투리를 내뱉으며 억척스러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적은 김희선에 등장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희선의 사투리 연기에도 논란은 따라 붙었다. 이제 김희선에게 기대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김희선은 당당하던 모습 그대로, 논란을 뒤로 하고 차기작으로 <앵그리 맘>을 선택했다. <앵그리 맘>은 김희선이 과거에 감히 시도하지도 않았던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그리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학교의 비리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드라마에 김희선은 무려 ‘엄마’로 등장한다. 17살의 엄마라는 설정은 아직까지 젊고 예쁜 김희선에게 어울리는 옷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희선은 드라마 전반을 뛰어다니며 딸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성과 액션까지 소화해 냈다. 다소 과장된 면도 있지만 드라마 속에서 김희선은 충분히 17살 난 딸을 걱정하는 ‘엄마’로서의 존재감을 피력한다. ‘친딸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등장하며 출생의 비밀이 있음을 짐작케 했지만 17년 동안 딸을 키운 엄마로서의 감정 만큼은 김희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가 학교로 돌아가 일진의 머리를 책상에 찧는 장면이 통쾌할 수 있는 이유는 김희선이 표현하는 감정선에 그만큼의 공감이 이입되기 때문이다. 철저히 김희선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엄마’역시 공감이 갈만큼 세월은 흘렀고, 김희선은 달라졌다.

 

 

 

김희선은 이제 충분히 엄마를 선택할 만큼 유해졌고, 또 그만큼 성숙해졌다. 비록 화려했던 김희선의 시대는 이제 없지만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 실제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다른 변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 배우 김희선이 있기에 학교 폭력에 맞서는 엄마의 모습은 통쾌하고 <앵그리 맘>의 다음회는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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