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고 진부해 보이는 소재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고 색다른 소재라도 다루는 방식에 따라 식상해 질 수 있다. 타임슬립은 과거부터 드라마에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기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가거나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오는 기본적인 형식에서부터 과거의 무전이 현대에 닿기도 하고, 과거로 단 20분간만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여러 방식으로 변주되며 시청자들을 찾은 타임슬립은 지금도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현재도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과 <내일 그대와>가 타임 슬립 형식의 소재를 활용하며 시청자들을 찾았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임당>은 톱스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방영전부터 홍보에 열을 올리며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하향 곡선을 찍었다. 결국 경쟁작 <김과장>에게 1위 타이틀을 내주며 굴욕을 맛본 <사임당>에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신사임당>이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데 대한 결과다. 

 

 

 

 


<사임당>이 이야기의 포인트를 강조하기위해 선택한 것은 ‘타임슬립’이었다. 제작진측은 기존의 타임슬립과는 달리 평행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고 밝혔으나, 현대의 서지윤(이영애 분)이 사고가 나며 과거에서 눈을 뜨는 등의 구성은 기존의 타임슬립과의 차별점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

 

 

 

 


더욱이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과거의 신사임당과 현대의 ‘워킹맘’의 의미를 연결시키려 했지만, 그 연결 고리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굳이 현대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구성으로 진행되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하며, 오히려 어색한 시간 교차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패착이다.

 

 

 


현대의 서지윤에게 닥친 위기는 불합리한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고충에 가깝다. 주인공 서지윤 캐릭터의 행동의 동기는 오로지 문제가 닥친 상황에서 개인적인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임당에게는 예술가로서의 재능이나 어머니로서의 자세를 강조한다. 과거와 현재의 캐릭터가 교차되며 그 둘의 상황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없어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신사임당의 캐릭터 역시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일단 사임당이 그린 그림으로 인해 살육전이 벌어지는 계기가 생기는 것 자체로 신사임당에 대한 캐릭터의 붕괴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사임당이 그림 한 장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그런 결과로 이어진 것 자체가 ‘민폐 캐릭터’로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해서도 어머니로서의 사임당이나 예술가로서의 사임당보다 멜로에 힘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상당히 의아하다. 사임당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 함이겠지만,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평가되어온 사임당의 멜로는 어딘지모르게 어색하다.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사임당>은 톱스타를 섭외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저 평범한 드라마로 전락했다. 

 

 

 

 


굳이 <사임당>을 소재로 하여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의문이 들 정도라면, 드라마의 전반적인 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차라리 제대로 된 정통 사극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내일 그대와>는 <신사임당>보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제훈과 신민아의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다가 드라마의 구성 역시 과거로 가는 주인공을 내세워 타임슬립을 조금 더 생기있게 활용해 보려는 노력이 보인다. 주인공의 로맨스가 발전될수록 시청자들의 설렘지수역시 상승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률이다. 첫회 3.6%의 시청률로 출발한 <내일 그대와>는 현재 2% 초반으로 시청률이 하락했다. 문제는 역시 드라마의 구성이다. 본질은 달콤한 로맨스지만, 여기에 타임슬립이 개입되며 이야기가 어지럽게 변한다. 첫회부터 시청한 시청자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이해를 해줄 부분일 수 있지만, 중간에 유입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이 힘들다. 로맨스 드라마지만 중간중간에 추리를 해야하는 지점들을 남겨놓았다는 것 역시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미 몰입한 시청자들은 그 부분에 흥미를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제훈의 연기력이나 이미지는 <내일 그대와>의 전작이었던 <도깨비>의 공유를 위협할 정도로 매력이 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을 아우를만큼 <내일 그대와>가 매력적인 드라마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타임슬립 소재가 그만큼 흔하게 활용된 까닭에 이 드라마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내일 그대와>는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에 시간여행을 결합했지만 그 구성이 확실히 독특하고 흥미롭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더 이상 타임슬립은 매력적인 소재가 아니다. <내일 그대와>는 타임슬립을 활용했지만, 그 이상의 독특함을 선보이는 드라마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열광할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기는 힘든 이유가 그것이다.


타임슬립은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다. 그러나 그 소재가 지나친 반복으로 인해 식상해졌다는 것, 그래서 더 신중하고 교묘하고 섬세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현재 방영되고 있는 타임슬립 드라마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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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너무나 뻔해 보였다. 남궁민, 남상미가 주연을 맡은 <김과장>은 이영애, 송승헌이 나선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보다 약체로 평가되었다. 이영애가 무려 13년만에 선택한 드라마라는 것도 그랬지만, 사전 제작 후, 방송시기를 조율하면서 수 년간이나 홍보에 열을 올린 드라마였기에 더욱 분위기는 <사임당>쪽으로 향했다. 이영애를 한류스타로 만든 <대장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며 사임당 첫 회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여러모로 승기는 <사임당>쪽에 기울어 있었다. 그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 <사임당>16.3%의 높은 시청률로 첫회를 시작했다. <김과장>의 첫회는 7.8%에 불과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김과장>이 사임당을 누르고 수목극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사임당은 첫회 최고 시청률이 무색하게 연속 방영된 2회부터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4회에 이르러서는 12.3%로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점차 오르는 시청률과 점차 떨어지는 시청률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김과장> 공감을 무기로 날아오르다.

 

 

 

 

 

<김과장>은 판타지다. 돈에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은 한탕을 하기 위해 대기업 TQ그룹에 입사한다. 스펙이 없는 그가 무려 과장의 직위를 달고 회사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다. 물론 그를 쓰고 버리고 싶어하는 음흉한 경영진의 음모가 숨어있기는 하지만. 그는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돈을 빼돌리려는 계획도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오히려 그는 이제 퇴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퇴사마저 쉽지 않다.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을 해나가야만 하는 지친 김성룡의 표정에서 첫 번째 공감포인트가 있다.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지만 회사를 다녀야만하는 현실은 때로는 무겁게 우리를 짓누른다. 그 현실 속 상황을 <김과장>, 현실적이게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만들어 유머를 제공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미생>은 아니지만, 정말 그만두고싶은데도 그만둘 수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웃음이 터지면서도 묘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본의 아니게 불의와 맞서 싸우게 되는 김성룡의 처지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리라는 기대감마저 형성하게 한다.

 

 

 

 

 

회사원의 지치고 힘든 일상부터 한탕주의에 물든 모습까지, 남궁민은 이 드라마 안에서 그동안 인정받아왔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코미디에서 일상연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남궁민의 다채로운 모습은 드라마의 판타지 속에서도 공감대가 짙은 스토리 라인을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되는 웃음과 회사에 대한 마음을 짚어주는 공감대, 그리고 그 회사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카타르시스까지. 김과장은 흥행작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며 시청률 상승 곡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사임당> 공감보다는 억지로 점철된 스토리, 이영애만으로는 부족했다.

 

 

 

 

반면 <사임당>은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과거의 사임당과 현대의 워킹맘의 의미를 연결시키려 했지만, 그 연결 고리는 어딘지모르게 억지스럽다. 굳이 현대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구성으로 진행되어야 할 당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위기를 겪는 서지윤(이영애 분)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사연이 과거의 사임당(이영애 분)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현대의 서지윤은 대학교수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시간강사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의 캐릭터의 행동의 동기는 오로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있다. 예술가로서의 재능이나 어머니로서의 자세가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에게서 사임당을 떠올리기란 어렵다. 그런 그가 교통사고로 과거에서 사임당이 되어 눈을 뜨는 것 자체에 공감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사임당의 캐릭터 역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사임당의 예술가로서의 영역을 강조하기 위해 극중에서는 무려 살육전이 펼쳐진다. 사임당이 그린 그림을 건네받은 아이의 일가족이 그림 때문에 몰살당한다는 설정이 전개된 것이다. 더욱이 아이의 가족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며 당대 임금인 중종까지 가세한 살육의 현장은 사임당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민폐 캐릭터의 전형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사임당이 흠모하던 이겸과의 이별로 결론지어진 결말에 안타까워 하는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까.

 

 

 

 

사임당의 아역을 연기한 박혜수의 연기력 또한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말투나 감정 표현 모두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사임당 PD박혜수의 연기력은 재평가 받을것이라는 인터뷰를 했지만, 그 말에 동의하는 시청자를 찾기는 힘들었다.

 

 

 

 

 

당대의 예술가로 사임당을 그리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그 사임당의 업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려면 짜임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김과장>에서 주인공이 영웅혹은 의인이 되어가는 장면에 비해서 <사임당>위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스토리부터 연기력까지 총체적인 난국을 보인 <사임당>은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점점 비난의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스타 마케팅은 과연 초반에는 효과적이지만 그 후를 책임지는 것은 드라마의 탄탄한 스토리라는 진리가 <김과장><사임당>의 대결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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