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가 지난해 3월 30일부터 서울의 마포대교, 청담대교, 상암동 DMC, 강남대로 및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인근 등에서 촬영을 하고 출연진들이 내한했다. 한국인 배우인 수현도 영화에 등장한다. 뿐이 아니다. 한국에서 미국보다 먼저 개봉을 확정지었고, 무려 93.6%에 달하는 예매율로 놀라움을 안겼다. CGV의 목표주가는 상향 조정되었고, 흥행 성적 역시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겉만 보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한국 촬영과 한국 팬서비스에 엄청난 공을 들이며 한국 관객 몰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면을 살펴보면 이런 영화의 인기에는 상관없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에 너무 크게 반응한 한국의 ‘오버 액션’이 눈에 보인다.

 

 

 

 

<어벤져스2>가 서울 촬영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시 측은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해 진행할 수 있도록 마포대교 교통 통제는 물론 버스노선 조정, 임시 정류장 설치 등 ‘어벤져스2’ 촬영을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 한 번에 버스노선과 마포대교등, 주요 교통 수단등이 통제되는 경우는 전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다. 물론 대한민국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시, 구청등의 협조를 구해 촬영이 이어지고 시민들을 통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시’가 직접 나서 모든 계획을 진두지휘 했다는 것 자체가 ‘헐리우드’라는 이름값에 매몰되는 행위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려 16일 동안 이어진 촬영 기간동안 마포대교나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시민의 편의보다 영화촬영이 우선시될 수는 없는 일이다. 마포대교가 10시간 동안 통제되는 사건은 마포대교가 생긴 이래 최초의 사건이었을 정도다. 서울에 살며 서울에 세금을 내고 서울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벤져스> 제작팀이 아니라 시민들이다. 그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헐리우드 영화촬영이 중요했을까 하는 지점은 분명 집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 지원에 <어벤져스>측이 기꺼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벤져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부분에 대한 제작비 지원이 이뤄졌다.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에 따른 제작비 지원(영화진흥위원회)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제도 때문에 ‘어벤져스2’는 서울 촬영에서 사용한 제작비의 30% 가량을 현금으로 회수해갔다.

 

 

 

국내촬영에 들인 130억원 중 무려 39억원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되돌려 받는 <어벤져스2>측의 지원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최고 수준에 달한다. 더군다나 개봉일등을 앞당기는 등의 특혜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 개봉일은 미국보다는 빠르지만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필리핀등 7개국 보다는 하루 늦기 때문이다. 개봉일을 조금 앞당겼다고 해서 엄청난 특혜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서울영상위원회 측은 “외국에서 제작비를 쓰면 일정 비율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어벤져스2’ 같은 경우 지원 사업의 30%가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 이번 유치 과정에서도 다른 나라와 많은 경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30% 지원은 합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신들의 결정이 정당했음을 주장했다.

 

 

 

물론 다른 나라도 헐리우드 영화 촬영금액을 많게는 최대 50%까지 지원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금액이 원래 영화발전기금에서 충당된 비용이 아닌 관광진흥개발기금이었다는 사실이 한 매체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는 점이다. <어벤져스2>에 환급해줘야 할 39억원 가령은 그들이 불러일으킬 관광유발 효과를 감안하여 관광객 유치 예산으로 지급되었다고 한다. 영화 촬영이 관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관광객 유치 예산을 퍼 부은 것.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용할 수 있는 관광객 유치 지원 예산이 17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측은 “올해 예산은 10억이고 전년도 이월 예산이 7억원이다. 저희가 올해 준비한 소요예산으론 부족해서 이 부분에 대해선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중이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22억이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충당되는지는 의문스러운 지점이 남았다. 빚을 지면서 까지 해외 영화에 ‘투자’도 아닌, ‘지원’을 한다는 것이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지점이다. 단순히 헐리우드 영화를 찍기 위해 전년 예산까지 다 끌어 모아도 예산이 부족한 마당에 빚까지 지며 <어벤져스2> 촬영을 유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국영화에 쏟는 지원에 비해서도 훨씬 더 파격적인 대우였다. 헐리우드 영화도 좋지만 절대 공감가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SBS <현장 21>인터뷰에서 “(어벤져스2 측이)여기 와서 100억원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다가 한국서 흥행하면 1,000억원 정도를 벌어간다. 제작비 50%를 한국서 찾아가는 것”이라며 <어벤져스2>가 갖는 특혜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어벤져스2>가 서울시 촬영을 하면 실질적인 경제 효과와 막대한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영진위는 ‘어벤져스2’ 국내 촬영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국내 촬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251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07억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로 인한 고용유발효과는 약 300명(엑스트라 등 보조출연자는 제외)이 예상되며, 촬영 이후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62만 명 증가하고, 이에 따른 소비지출로 연간 약 876억 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고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2조 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그러나 단순히 영화에 서울이 배경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이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어벤져스> 시리즈는 히어로물에 더한 액션물에 가깝다. 배경이나 상황들도 대부분 CG로 처리된다. 배경이 중요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요소가 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저곳이 히어로들이 부순 건물이구나. 저곳에 꼭 가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 것이라는 예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영화의 총 수익을 합쳐도 2조가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브랜드 상승으로 2조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 또한 억지다.

 

 

 

일례로 <트랜스포머2>에서는 아예 중국이 배경이었지만, 그 영화를 보며 “중국에 꼭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은 거의 없었다. 영화는 실제를 방불케 하는 CG로 만들어진 화려한 볼거리와 로봇의 캐릭터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도 그 맥락에서 벗어나는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진정으로 관광객 유치를 하려면 관광객이 오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 일이다. 각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그 특색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며, 건물이나 이미지등을 천천히 바꿔나가야 한다. 어딜가나 똑같은 건물과 똑같은 프랜차이즈같은 풍경이나, 심각한 미세먼지등의 환경 문제부터 해결하고 볼 일이다.

 

 

 

한류 관광 상품 정도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외국인이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라고 여기겠는가. 이 나라만의 특징이 확실하고 뚜렷해야 관광객들이 매력을 느끼고 찾아온다. 안일한 정책으로 ‘헐리우드 영화’에 집중하는 관광효과가 대체 어느정도까지 실효를 거둘지는 알 수 없으나, 빚까지 져가면서 다른 나라 영화에 지원을 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지나친 사대주의의 단면이 아닌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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