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언슬>) 시즌 2는 방영 내내 5%가 채 안 되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 했다. 시즌 1의 걸그룹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언슬>은 신선한 예능은 아니었고, 그만큼 기대감보다는 우려스러운 지점에서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예상대로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만들어진 걸그룹, 그것도 꽤 성공적이었던 프로젝트를 같은 콘셉트로 반복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회의적인 시선이 몰려들었다.

 

 

 


 

시즌 1에서 걸그룹 프로젝트는 민효린의 ‘꿈’을 이뤄준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이미 주어진 미션으로 시작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협력한다는 감동 코드가 사라진데다가 똑같은 설정을 멤버만 바꿔서 그대로 사용한 안일함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진정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시즌1의 걸그룹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던 것이었다.

 

 

 

 


불리한 조건...새로운 캐릭터를 설득하기 까지

 

 

 


시즌 2에 출연하는 김숙과 홍진경을 제외하고 강예원, 한채영,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등이 새로 영입되었지만 시즌 1에서 보여준 케미스트리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었다. 시즌 1의 멤버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가며 최선을 다해 마지막 무대를 완성 시켜 가는 것이 감동을 준 것은 <언슬>을 시작하면서  쌓아놓은 그들만의 끈끈한 정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걸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에는 이미 그들은 모두 어느정도 친해진 상태였다.

 

 

 


시즌2가 시즌1과  비슷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지만, 같은 감동이라도 비슷한 것을 두 번 볼 때의 감동은 훨씬 감소된다는 것 또한 문제였다. 콘셉트는 시즌1과 동일 했고, 시즌 1의 박진영 같은 캐릭터 강한 멘토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형석이라는 유명 작곡가가 투입되었지만 예능 캐릭터로서는 박진영만큼 존재감이 강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이 진행될수록 시즌1과는 다른 캐릭터들이 생겨나고 출연진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완벽에 가까운 완성형 걸그룹 모델인 공민지부터, 이미 걸그룹 활동 경력이 있는 전소미등이 걸그룹 중추로서의 역할을 했고, 시즌1에서 활약한 김숙과 홍진경은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며 곳곳에서 예능으로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더해지며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한채영은 처음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 도도하고 도시적인 것모습과는 달리, 망가지기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춤과 노래가 부족했지만 주눅들지 않는 모습은 매력으로 다가왔고, 노래를 잘 모른다며 ‘나는야 케찹될거야’라는 가사를 가진 동요 ‘토마토’를 부르는 모습으로 ‘케찹 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강예원은 성악을 전공했지만, 노래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 전부터 가지고 있던 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성대가 다침으로써 더 심해진 공포증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고, 그 트라우마 극복 과정은 시즌 1에서는 없는 성질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홍진영은 특유의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모두에게 서슴없이 다가갔으며 트로트 가수의 색을 지워내고 매력적인 또 다른 목소리를 찾아낸 것은 물론, 래퍼로서의 변신까지 이뤄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각각 빛을 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어쩔 수 없이 등급이 나눠지고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 견제하거나 질투하는 모습 없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시즌1 때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각기 다른 재능이 모여 걸그룹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그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빠른 피드백,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넘친 예능

 

 

 


여기에 시청자들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 역시 상당히 빨랐다. 김형석 작곡가가 처음 만든 곡은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의해 재빠르게 수정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곡 ‘맞지’는 기존의 걸그룹 노래와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만큼의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었다. 여기에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 가사는 훨씬 더 곡에 대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의상에 대한 피드백 역시 빠르게 이루어졌다. 무대 의상의 초안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고 이를 재빠르게 수정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어느정도 반영한 것이다. <언슬>은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이 됐다. 빠른 피드백도 그렇지만 멤버들간의 갈등을 소재로 삼지 않고, 서로간에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풀어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이런 노력은 시즌1에 이어 <언슬>은 음원차트 1위 올킬이라는 기록을 다시 한 번 써내려가는 결과로 나타났다. 예능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음원차트 1위에 등극하는 것을 넘어 올킬을 기록하는 일은 <무한도전> 정도의 예능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시청률을 뛰어넘어 그들의 진정성이 통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비록 시즌 1보다 걸그룹 메이킹의 화력은 약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또다른 매력을 증명하고 큰 성과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성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이정도의 매력을 발산했다는 것만으로도 <언슬>의 걸그룹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언슬>은 남성 중심의 예능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을 발견하고 그들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마지막 전소미가 “왜 나는 항상 잠깐일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은 이제까지 프로젝트성 그룹으로만 활동한 전소미에 대한 공감대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서로간의 우정에 설득 당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예능도 어떤 조건만 갖춰지면 충분히 설득력 있고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음을 <언슬>은 보여주었다. 미래에는 이런 설득력을 넘어 남성 위주의 예능계를 뒤엎을만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의 예능’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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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 시즌1은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를 멤버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멤버들의 ‘꿈’을 이룬다는 주제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표치를 달성해가던 도중, 민효린의 꿈이었던 ‘걸그룹 결성’이 주목받으며 한 때 시청률 7%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걸그룹 이후의 복싱, 집짓기 등 멤버들의 꿈이 걸그룹만큼의 주목도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티파니가 논란에 휩싸이며 하차를 하는 악재도 겪었다. 그리고 <슬램덩크>가 시즌2로 돌아온다.

 

 

 


한채영부터 전소미까지...흥미로운 인원보충

 

 

 


컴백하는 <슬램덩크>의 선택은 또다시 걸그룹. 지난시즌 가장 흥행코드였던 걸그룹에 대한 리바이벌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멤버들도 대거 교체되었다. 지난시즌에서 활약했던 김숙과 홍진경만이 기존멤버로 남고 한채영, 강예원,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가 투입된 것이다. 일단 그동안 예능은 물론 방송활동도 뜸했던 한채영같은 멤버에 대한 호기심부터 그동안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예능감을 선보였던데다가 트로트가수인 홍진영이 걸그룹으로 변신하게 될 과정, 그리고 <프로듀스 101>의 스타 전소미까지 멤버 구성에 흥미로운 포인트는 다수 존재한다.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 걸그룹 결성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면 지난 시즌만큼의 성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단순히 멤버 구성만으로 시청률을 노려보기엔 극복해야 할 지점도 눈에 보인다.

 

 

 

 


흥행코드의 리바이벌, 섬세한 터치가 필요

 

 

 


<슬램덩크>가 지난시즌에서 보여준 걸그룹은 여성예능의 부활을 꿈꾸게 할 만큼 파급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음원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뮤직뱅크 방송 출연영상은 수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뛴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그런 파급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멤버들의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민효린의 꿈을 이룬다는 점에서 감동 코드가 있었고, 그 꿈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찡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송사가 정해준 목표다. 걸그룹을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지난 시즌보다 약해진 것이다.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분명 기대가 되는 일이지만 단순히 흥행코드로서 사용되는 걸그룹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가 의문인 상황이다.

 

 

 


지난 예능을 돌아봐도 흥행 코드의 리바이벌이 실패한 경우는 많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된 <남자의 자격>은 합창단이라는 흥행 코드를 재활용하다 실패한 경우다. 박칼린이라는 뮤지컬 음악감독을 내세워 스타로 만들며 감동적인 하모니의 합창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남자가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이라는 주제도 왠지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하지만, 더 이상 합창단만큼의 파급력을 내는 소재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들고온 카드가 또다시 ‘합창단’이었다. 이번에는 실버합창단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노인들과 하모니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포부였으나 결국 실패한 기획이 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남자의 자격>은 멤버 교체등 많은 시도를 했지만 이전의 인기를 재현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흥행코드를 리바이벌하는 것은 단순히 똑같은 기획을 다시 한 번 재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다른 볼거리와 흥미로운 기획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가요제, 무한상사 특집 등을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기획으로 콘셉트를 바꾸는 것 또한 그런 이유다. 가요제는 2년마다 열리고 무한상사 특집도 매년 기획되지는 않는다. 흥행코드의 반복 기간을 멀게 설정하여 식상한 느낌을 최대한 피하려는 것이다. 뛰어난 기획으로 항상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흥행코드도 이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슬램덩크>의 걸그룹은 <무한도전>보다는 <남자의 자격>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흥행작의 재탕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도 유효하다.

 

 

 


강력한 경쟁작,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작년 출범한 예능 중 최대 흥행작이었던 <미운우리새끼>(<미우새>)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 또한 걸림돌이다. 연예인들의 엄마를 스튜디오로 초대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한 <미우새>는 단숨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시청률 12%를 넘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공중파 삼사 심야예능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미우새>의 장점이라면 연령층에 보다 폭넓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슬램덩크>가 젊은층을 집중 공략하기 쉽다면, <미우새>는 자녀와 엄마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과연 <미우새>를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그를 견제하게 만들 수 있는 화력을 뿜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다시 걸그룹을 들고 나왔지만 여전히 <슬램덩크>가 여성 예능으로서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멀다.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흥행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인가. <슬램덩크>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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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국주, 박나래, 김숙 등 꾸준히 여성 예능 캐릭터들이 발굴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남성 중심의 예능에서 여성들이 파고들 틈이 그만큼 좁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원활하지 않다. 일단 체력과 힘을 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득세는 여성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득세한 여성 캐릭터들 역시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남성보다 훨씬 파워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화장이나 꾸며진 모습으로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들을 거부하고 웃기는 분장을 하거나 (박나래) 풍만한 체격을 살려 ‘먹방’을 소화하거나 (이국주) 가부장적인 남성의 캐릭터를 가져오면서 (김숙)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여성이기보다는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설득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확실히 편견을 깨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여성 캐릭터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여성 예능’은 여전히 성공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방영된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슬램덩크)>가 한때 좋은 반응을 얻기는 했지만 시즌1 마지막회는시청률이 3%대로 떨어졌다. 종영 전주에는 2.7%에 불과했다. 케이블 예능프로그램만 못한 성적을 걷은 것이다. 한때  걸그룹 ‘언니쓰’가 결성되는 과정이 설득력을 얻으며 7%이상의 시청률을 냈던 상승세는 결국 반짝 인기로 끝나고 만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슬램덩크>의 기획에 그 첫 번째 문제가 있다. 걸그룹 언니쓰가 호응을 얻은 것은 예능에서 걸그룹을 만든다는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진정성이 그만큼 강하게 어필되었기 때문이었다. 걸그룹에 익숙한 멤버들 보다는 걸그룹을 해 보지 않은 멤버들에게 포커스가 더 맞춰졌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실망하지만, 춤 동작을 배우려 고군분투하는 홍진경의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내려는 욕심과 노력, 하지만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실력은 확실한 웃음 포인트와 감동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뭐든지 잘하는 라미란에 대한 감탄, 김숙의 포용력 등 캐릭터가 잘 녹아들면서 '걸그룹 결성'이라는 목표로 달려가는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결국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승전결이 프로젝트 안에서 잘 표현되었다는 것이 성공요인이었던 것이다.

 

 

 

 

 


예능에서는 <무한도전>만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음원 1위를 <슬램덩크>가 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언니쓰 프로젝트가 막을 내리자  그 이후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언니쓰처럼 모든 멤버들이 활용되면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기획이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각자의 꿈을 이룬다는 콘셉트지만 그 꿈이 멤버 전원을 포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시의 권투는 결국 꿈 계주라는 제시마저 제대로 경기 한 번 못하고 유야무야 막을 내렸고 홍진경 쇼 역시 뚜렷한 특징 없이 끝이 났다. 라미란의 집짓기와 캠핑등도 확실한 캐릭터나 기승전결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능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슬램덩크> 자체는 여성들이 모여 소기의 성과를 내고, 멤버들간의 따듯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여성 예능의 중흥기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성 예능인들이 함께 모여서 각각의 캐릭터를 설득시킬만한 기획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망가지고 고생하기가 힘들다는데 그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들면 제시의 권투가 그렇다. 권투라는 소재 자체는 강렬하지만, 제시가 실제로 시합을 하거나 멤버들 전원이 권투를 배우면서 고생하는 그림 자체가 그려지지 못했다. 뚜렷한 목표나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제시는 이후 <해피투게더>에 나와 “코 성형 때문에 (권투하는 것을) 소속사에서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확실히 망가지기 힘든 여성 예능인의 한계를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여배우 예능을 표방한 <하숙집 딸들>이 방영전부터 우려스러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 또한 우연만은 아니다. 이미숙, 이다해, 박시연, 장신영, 윤소이등이 출연을 결정지은 <하숙집 딸들>은 여배우의 예능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배우는 <삼시세끼>의 게스트, <정글의 법칙>의 홍일점 정도로 활용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진짜 사나이>의 이시영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시영 역시 보통 여성들보다 월등한 체력과 웬만한 군필자들 보다 더한 근성이 아니었다면 이정도의 주목을 받기 힘들었다. 여성성을 탈피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여성 예능인으로서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다.

 

 

 


그러나 <하숙집 딸들>의 캐스팅 면면만 봐도 예능에서 확실하게 망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여배우들이 한데 모여 수다 떠는 정도의 예능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어필 할 수 없다. 확실한 예능적인 캐릭터와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을 던져 예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여배우가 과연 있을지 의구심만 드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어 대중의 눈밖에 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호감형인 여성 캐릭터들도 기를 펴지 못하는 와중에 그들이 과연 자신의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매력을 드라마나 영화도 아닌 예능으로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결국 방영전부터 반응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집결되었다.

 

 

 

 


<슬램덩크>역시 시즌 2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안이한 기획으로는 당연히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시청 포인트가 될만한 기획을 만들지 못하면 예능적인 가치를 가진 작품이 탄생할 수 없다. 언니쓰 같은 기획은 우연하게 얻어진 수확이다. <하숙집 딸들>이나 <슬램덩크>가 그런 요행이 아닌, 확실한 여성 예능으로서의 포인트를 만들어 내서 여성 예능의 중흥기를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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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의 전성시대다.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가장 주목받는 감초 배우가 된 라미란은 씬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예능까지 도전한 라미란은 ‘만능 재주꾼’의 이미지까지 더하며 명실상부 조연계를 평정한 몇 안되는 40대 여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

 

 

 

 


라미란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후였다. 그 전에도 착실히 본인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으며 성장하는 배우로서 주목받았지만, <응팔>에서 ‘치타여사’의 캐릭터는 라미란의 '인생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이 넘치면서 쌍문동 여사들의 리더격으로서 등장인물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다해낸 라미란은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자연스러움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켰고, 이는 라미란의 배우로서의 주가가 폭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라미란은 <응팔>에 출연한 중견 배우들을 통틀어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올랐다.

 

 

 

 


 

현재 라미란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 <월계수>)과 <막돼먹은 영애씨>(이하<막영애>)에 동시에 출연하며 그 주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 초반부터 지금까지 <월계수>에서 가장 이야기의 주목도가 높은 인물이 바로 라미란과 차인표가 연기하는 복선녀-배삼도 커플이다. 그들은 메인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이동진(이동건 분)과 나연실(조윤희 분) 보다 훨씬 더 눈에 띄는 존재다. 일단 그들은 <월계수>에서 코미디를 담당하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예상이 가능하고 진부한 메인 커플 보다 훨씬 더 감각있게 진행된다. 양복점이나 임신을 둘러싼 그들의 갈등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동시에 이야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과정에서 라미란은 코믹한 모습부터 비굴한 모습, 분노와 눈물연기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해낸다. 감정의 진폭을 가장 극명하게 넘나드는 캐릭터를 표현해 내면서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가는 라미란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라미란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떠받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주인공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연기력과 개성을 보여준 예가 되기 때문이다. 조연을 맡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시청률이나 화제성에 대한 부담감은 적으면서도 자신이 맡은 역할의 존재감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역량을 선보인 것은, 그의 진가를 다시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 라미란이 <막영애>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라미란은 <막영애> 시즌 12에 처음 출연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상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영애>는 정극이라기 보다는 시트콤에 가까운 드라마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 역시 신인 혹은 주목도가 크게 높지 않은 배우들이 주를 이룬다. 더군다나 촬영 시기가 <월계수>와 겹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미란은 <막영애>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라미란은 오히려 <막영애> 제작 발표회에서 “주말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스케줄이 많긴 하다. 사실, 1년 계획에 '막영애'가 제일 우선순위다. 내가 짤리지 않는 한 하고 싶기 때문에 일정을 먼저 빼놓은다. 현재 다른 프로그램도 촬영 등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말하며 <막영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라미란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막영애>에서도 라미란은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범상치 않은 역할을 맡는다. 아줌마 특유의 화법으로 직장 동료에게 상처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진상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그를 덮어놓고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워킹맘으로서의 애환과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떠는 인간적인 모습이 복합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라미란은 실제 ‘워킹맘’으로서, 누구보다 공감가게 역할을 표현해내는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막영애>에서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라미란이 아니면 극중 ‘라미란’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배우는 없다.

 

 

 


라미란이 맡은 역할들에는 페이소스가 있다. 웃음이 넘치다가도 한 순간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진정성에 공감이 가게 만든다. 라미란은 코미디를 연기할 때도 넘치지 않는다.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그의 탁월한 재능이다. 그의 연기에 함께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것 또한 그의 자연스러운 표현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표현력에 라미란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문에 조연이면서도 주연보다 주목받는 ‘씬스틸러’ 라미란의 전성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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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는 여성 예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저력을 발휘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렇다. ‘했던’ 이라는 과거형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SBS가 새롭게 선보인 <미운 우리새끼>(이하 <미우새>)는 물론, <슬램덩크>가 눌렀던 <나 혼자 산다>에게 마저 다시 추월을 당했다. 추석 특집으로 <미우새>가 결방하고 이영애가 출연한 <부르스타>가 방영된 탓에 시청률을 다소 올랐지만 이마저도 <부르스타>에게 밀리며 동시간대 꼴지를 기록했다.

 

 

 

 


<미우새> 방영 이후 <슬램덩크>는 3%대의 시청률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한 때 <슬램덩크>가 탄생시킨 걸그룹 ‘언니쓰’가 흥행하며 7%대까지 솟았던 시청률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티파니의 하차나 <미우새>의 등장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다. 물론 <미우새>는 딱히 캐릭터를 이해 시키지 않아도 등장하는 노총각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감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첫 방부터 시청에 부담감이 없다. 이를테면 경쟁작 <나 혼자 산다>처럼 그저 다른 유명인의 일상을 지켜보는 콘셉트에 가족과 노총각이라는 특이점을 더해, 관찰 카메라 형식의 예능을 완성한 것이다.

 

 

 

 


<슬램덩크>는 이와는 달리, <무한도전>처럼 캐릭터의 설득력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여성 리얼버라이어티는 그동안 종종 등장해 왔으나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꿈 계주’라는 민효린의 꿈이었던 걸그룹은 여성과 리얼버라이어티의 특징을 모두 잡는 성공적인 주제였다. 일단 화려한 걸그룹을 준비하는 <슬램덩크> 멤버들은 대부분 걸그룹에는 문외한이다. 그런 그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연습을 해 완성된 무대를 만들어 낸다는 호기심. 걸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나잇대나 분위기를 가진 멤버도 다소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응원. 이런 것들이 그들에 대한 호감도를 증대시켰다.

 

 

 

 


결국 걸그룹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멤버들, 특히 홍진경의 캐릭터는 돋보였고 안쓰러움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시청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그들의 음원은 음원사이트 올킬을 했고 <뮤직뱅크> 무대도 훌륭히 수행해 내며 감동을 안겼다. 그들의 눈물에 공감이 갔던 것은 그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슬램덩크>는 그 캐릭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리얼 버라이어티가 선사해야할 ‘리얼’을 제대로 설득시키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자면 ‘언니쓰’가 끝난 후 시작된 제시의 꿈인 '복싱'이 그 예다. 복싱을 꿈으로 선택했다면 기승전결을 복싱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아픔이 부각될수록 시청자들은 그 도전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제시는 시합 한 번 해보지 않고 꿈을 마무리 짓는다.

 

 

 

 


제시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제시 부모님의 등장이라니. 이런 황당무계한 전개가 어디있을까. 부모님이 등장하는 상황 역시 제시가 고군분투하여 시합을 치르고 그 시합의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가 적당하다. 제시의 꿈이 단순히 다이어트 복싱은 아닐 것인데, 결국 카메라가 담지 못한 제시의 꿈은 아무 의미 없이 끝이 나 버렸다.

 

 

 

 


김연경이 등장한 ‘추석특집’ <슬램덩크>는 단순히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라면 호평을 할 만하다. 김연경의 입담은 빛났고, 래퍼에 도전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배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대표의 입장에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 시작된 ‘홍진경 쇼’가 자리 잡기도 전에 김연경 같은 카드를 꺼내 화제성을 몰아 붙이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김연경은 래퍼가 되는데 절박할리 없는 현역 선수고 단순히 화제성을 위해 등장했을 뿐이었다.

 

 

 

 


<슬램덩크>에서는 홍진경 쇼에서 어떻게 멤버들의 개성을 활용하고 그 홍진경 쇼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설득시켜야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사실상 홍진경 쇼 역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있지 못하다. 이 지점을 타개하는 지점은 홍진경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고정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인기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방식에 진정성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 프로젝트 끝에서 멤버들은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그만큼 구슬땀을 흘렸다. 그것이 아니라면 재기 발랄하고 신선한 프로젝트로 멤버들끼리 경쟁을 시키거나 웃음을 창출해 냈다. 여러 가지 형식이 통하는 <무한도전>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으로 거듭났다. 그만큼의 고민과 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램덩크> 속 언니들은 <무한도전> 속 오빠들 만큼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힘을 100% 쏟아내고 소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거나 아니면 시청자들이 감탄하고 볼 수밖에 없는 재치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 이것은 여성 예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슬램덩크>가 그 포텐셜을 터뜨리지 못하고 결국 여성 예능의 한계를 보여준 꼴이다.

 

 

 

 


멤버들이 편하고 쉽게 쉽게 가면, 시청자들도 그다지 그 모습을 보며 호응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리얼버라이어티의 한계다. ‘여성’이라는 성별을 장점으로 활용한 언니쓰의 출현은 반가웠지만, 그 이후 결국 여성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멤버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것이 절대로 녹록치 않아 보이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언니들이 몸을 사리는 한, 여자 예능의 부활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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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프로듀스 101>의 성공에 힘입어 <모모랜드를 찾아서>(이하 <모모랜드>)를 런칭했다. 걸그룹의 결성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터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국민이 직접 걸그룹을 프로듀스 한다라는 명목을 내걸고 꽤 성공적인 성적을 냈다. 그러나 그 성과 뒤에는 각종 비판과 문제점들이 뒤따랐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허점을 여기저기서 내보였고 특정멤버 밀어주기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방영 내내 소녀들을 상품화 시키는 느낌도 지워버릴 수 없었다. 일렬로 세워놓고 상품에 상점 고르듯, 선택하는 느낌은 조금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한동철 PD는 잡지 <High Cut>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야동이라는 표현도 적절한가 의문스럽지만, 결국 처음부터 소녀들의 상품화를 염두해 두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TV 프로그램은 무엇이든 상품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재능이 아닌, 소녀라는 개념 자체가 상품화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들은 TV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는 마치 사람이 아닌 물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인간적인 개념을 염두해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 여력은 없었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모모랜드>역시 그다지 다르지 않다. <모모랜드>JYP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식스틴>으로 탄생한 걸그룹 트와이스를 홍보의 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나 사실 <식스틴>조차 방영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받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성공가도를 달림에 따라 프로그램이 다시 회자되는 정도일 뿐이다. 게다가 트와이스의 멤버 구성을 보면, 식스틴의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다. 가장 주목받는 멤버중 하나인 쯔위 조차 사실은 탈락 멤버였다. 이 사실이 화제가 되지 않은 것 자체가 <식스틴>의 존재감이 어땠는지 증명한다.

 

 

 

 

 

<모모랜드>는 이런 화제성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첫회부터 악마의 편집에 돌입했다. 선보인 무대에 혹평이 쏟아지고 출연자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절박해 보이거나 시선이 가지 않는다. 이미 너무 많이 반복된 그림이기도 하지만 독설과 자극에 시청자들이 지쳐있는 탓이 더 크다. 어린 아이들을 세워 놓고 그들이 탈락이라는 에 벌벌 떠는 모습, 그리고 뽑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가학적이다. 그 가학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심사위원들의 칼날같은 독설과 채찍은 오히려 불편하다.

 

 

 

 

 

서바이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획으로 어떤 그룹이 나오는가 하는가이다. YG의 위너나 JYP의 트와이스 모두 서바이벌 프로그램 당시보다 데뷔후에 인지도를 쌓은 케이스다. 대형 기획사의 물량공세와 기획력이 오디션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걸그룹 오디션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다. <프로듀스 101>처럼 불편한 방식의 상품화라도 이루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걸그룹을 소재로 한 예능을 만들려면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그 해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서바이벌이 아닌, 걸그룹이 아닌 멤버들이 걸그룹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출연자 민효린의 이라는 전제하에 출연자들이 모두 그 꿈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은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걸그룹 데뷔가 절박한 출연자들도 아니고, 그들이 만든 걸그룹 언니쓰는 이벤트 성에 불과해 유지될 것도 아니지만, 언니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시청률을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의 음원이 1위를 차지하고 그들의 음악방송 출연이 조회수 300만을 넘게 만든 것은, 그들이 탈락과 합격의 경계에 있는 서바이벌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 다독이고 응원하며 걸그룹을 완성시켜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어도, 힘이 달려도 그들이 흘린 땀방울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모든 출연자들이 흘린 땀방울이 그 땀방울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예능. 시청자들은 차라리 그런 예능을 원한다. <음악의 신>CIVA역시 서바이벌을 통해 탄생된 걸그룹이 아니지만 차라리 <모모랜드>보다는 화제성이 있다.

 

 

 

 

 

걸그룹을 예능으로 활용하려면 이제 독설과 비난이 난무하는 서바이벌은 시기가 지났다. 누군가가 떨어지고 붙는 것을 보며 재미를 느끼기엔 걸그룹이라는 소재는 너무 흔하다. 공감과 응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예능이 탄생하지 않는 한, 걸그룹 서바이벌은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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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음악예능이 제작되는 것을 보면 '음악'에 대한 예능의 의존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음악예능에서 출시한 음원들은 그다지 큰 반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 예능 시청률 1위에 빛나는 그 잘나가는 <복면가왕>마저 음원차트 '올킬'은 불가능하다. 그런 현상은 초창기 <나는 가수다>에서나 가능했다.  현재 예능에서 음원이 출시되면 '올킬'이 가능한 예능은 <무한도전>정도다. <무한도전>이 '무한도전 가요제'를 선보일 때마다 가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이 내놓는 음악은 영향력이 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아니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가 해 냈다. '언니쓰'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예능표 걸그룹의 노래가 전 음원차트 1위를 올킬하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작곡을 맡은 박진영이 예상외의 흥행을 예감하기는 했지만 이정도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어 <뮤직뱅크>에 출연한 그들의 무대는 그대로 관심이 폭발했다. 언니쓰의 이런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이는 <슬램덩크>가 가지고 있는 서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폭발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슬램덩크>는 이로서 대세 예능으로서 성장할 기반을 만들었다.

 

 

 

 

 

 
일단 언니쓰의 탄생과정은 이러하다. <슬램덩크>의 출연진들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 중 하나인 민효린은 '걸그룹'이 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던 민효린의 한마디에 배우, 코미디언, 모델 겸 방송인, 가수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멤버들은 한데 뭉쳐 걸그룹을 만들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처럼 보이는 걸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특히 가장 나이가 많은 김숙과 라미란은 무려 42세다. 어리게는 10대부터 시작하는 걸그룹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평균연령이 높다. 그들이 '그럴듯한' 걸그룹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소녀시대의 멤버인 티파니와 가수 제시가 있다고 해도,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걸그룹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꿈을 이루어야 할 당위성이 생겨났다. 춤이나 노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들이 제대로 된 걸그룹을 만들기 위해 박진영을 섭외하고, 그가 정해준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스토리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다소 어설프지만 그들 하나 하나가 노력하는 과정은 어떤 때는 웃기고, 어떤 때는 감동적이었다.

 

 

 

 

 



배우 라미란이 기대 이상의 노래와 춤실력을 보여줄 때, 홍진경이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더 노력 할 때, 시청자들은 의외성에 감탄하기도 하고 어설픈 모습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지만 결국 받는 것은 감동이다. 그들은 자신의 꿈이 아님에도 '민효린'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지적을 받는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잘하고자 하는 열정을 버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함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스토리가 생긴 걸그룹에 대한 애정은 상상이상이다. 몇 년씩 트레이닝을 받는 걸그룹들에 비한다면 그들은 '급조된' 걸그룹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목표에 대한 도전은 감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서로를 독려하는 모습은 그들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호감형으로 만든다. 신기하게도, <슬램덩크>에는 미묘한 여성들의 신경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씩 서로의 실력에 웃음을 터뜨리고 지적도 하지만, 그 지적은 서로를 깔아뭉개기 보다는 함께 호흡하기 위함이다. 그 지적을 받아들이고 더욱 고군분투하는 출연자들, 그리고 결국엔 서로를 독려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들의 '케미스트리'를 느낀다.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는 프로그램의 결을 부드럽게 만든다. 자신이 더 잘나야 한다는 경쟁심리는 이 예능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걸그룹을 목표로 삼은 꿈의 계주 민효린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멤버들에게 미안해 하고 안타까워 하는 그의 모습은 도도할 것 같은 것모습을 기분좋게 배반한다. 경험자로서 멤버들을 이끌며 확실한 포인트를 잡으면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티파니의 인성역시 빛난다. 제시는 확실히 세고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면서도 때때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성격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라미란은 모든 상황 속에서 능력을 보이면서도 노력파인데다가 유머감각과 편안한 성품까지 갖췄다. 김숙 역시 주변인물들을 부각시켜주는 언변의 소유자인데다가 모두와 두루두루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인격을 가지고 있다. 모든 멤버들이 각각의 매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보완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간의 여자 예능이 가지지 못한 특장이라 할 수 있다.  

 

 

 

 



언니쓰는 이런 호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제가 붙었다. 그렇기에 대중은 이들의 노래에 더 마음을 쏟게 되었다. 의도하고 뽑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성들로 구성된 멤버들이 이런 식으로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슬램덩크>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예능 역시 적절한 콘셉트와 합이 좋은 멤버들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슬램덩크>가 앞으로 출연자들이 차례차례 이뤄갈 꿈 속에서 역시 이런 '스토리'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음원 올킬'에 이어 여자 예능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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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1박2일>등 장수하는 예능의 중심은 남자다. <런닝맨>처럼 여성이 고정 멤버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분위기 자체가 남성 위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육아도 남자가 하고 셰프 예능의 셰프들도 모조리 남자다. 여성 예능은 이벤트 성으로 하는 <진짜사나이>이나 <정글의 법칙>의 여성 특집 정도에서만이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특유의 예능감을 뽐내며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예능인들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에 의한 예능은 제대로 기획되지 않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박미선은 2월 JTBC 예능 <아는형님>에 출연해 “(여성예능인들이 설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자료도 많이 찾아본 후 공감도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면서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예능인들과 균등한 기회가 주어졌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여성 예능에 대한 목마름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실로 오랜만에 제작된 여성 예능인들만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등 예능인들 뿐 아니라 가수, 배우등 여성들만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꿈과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주제나 미션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 안에서 여성들의 주체성과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김숙이나 홍진경처럼 예능에 익숙한 인물들의 예능감도 좋고,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토리 역시 예능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걸그룹에 도전하면서 그들이 가진 끼가 방출되는 지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여기에 김숙과 제시의 앙숙 관계등이 부각되면서 캐릭터역시 슬슬 잡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4회 정도가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첫방에서 6.4%를 기록한 <어서옵쇼>에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성 예능이 아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상황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성예능인들의 부진은 리얼버라이티 장르가 강세를 얻으며 뚜렷해 졌다.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체력적으로 힘든 일까지 해내야 하는 리얼버라이어티 속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의 역할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체력이나 생리적인 문제에서 시작해서 화장을 지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사소한 문제까지 여성 예능인들은 남성 예능인들에 비해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을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또다시 이어진 육아예능이나 쿡방 붐 역시 여성 예능인에게 쉽지 않은 자리였다. 육아나 요리는 여성들이 강세를 보이는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그 안에서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설 수 없었다.그 이유는 여성이 육아를 하고 요리를 하는 장면은 ‘신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TV에서, 가정에서 보았던 모습을 예능적인 가치를 가진 장면으로 탄생시키기는 힘들었다. 아무리 남녀 평등 시대로 가고 있다해도 여전히 여성들의 육아나 요리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당연한 장면이 흥미로울 리 만무하다. 성별만 바뀌었을 뿐인데 남성의 육아나 요리는 훨씬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능계에서 여성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김숙, 박나래, 장도연, 이국주 등 그런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예능감과 독특한 개그 스타일을 가진 여성 예능인들의 출현이 이어졌지만 그들의 성공은 환경과 상황의 조합이 만들어 냈다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역량에 기댄바가 컸다. 여성 예능인들을 위한 무대가 좁아진 상황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반가운 예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남성 예능과 차별화되면서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들의 도전기는 확실히 흥미롭지만 큰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낼 만큼 자극적이지는 않다. 확실하게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남성 예능못지 않은 콘셉트와 웃음이 필요하다. 그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도 여성적인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데 대한 고민은 더 들어가 있어야 한다. ‘여성들만의’ 그 무언가가 아직은 확실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 방송 초반인 지금 반등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확실히 전체적인 그림 역시 호평을 내릴만하다. 그러나 여성 예능의 부활을 이끌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성 예능 부활의 신호탄이 될까, 아니면 또다시 사라지고 마는 작은 이벤트가 될까.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그만의 매력으로 여성들이 설 자리를 조금이나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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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쉬라는 단어가 유행이 되고 있다. 여성이 같은 여성을 동경하고 좋아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 단어는 당당하고 진취적이며 주눅 들지 않는 여성상을 일컫는 말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이효리 혹은 김혜수 등이 이런 이미지의 여성상으로서 대중의 호응을 얻었지만 현재는 이런 여성상에 대한 인식이 하나의 현상이 되며 연예인의 콘셉트를 결정하거나 홍보에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예능에까지 영향을 끼쳤는데 <언프리티 랩스타>는 그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프로그램이다. 여성래퍼들이 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와 배틀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다소 험한 말들이 오고간다. 여성 래퍼들이 수적으로 열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프리티 랩스타>는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힙합 열풍도 이 성공에 한 몫을 했지만 여성들의 기싸움을 보는 재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언프리티 랩스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시즌1의 제시다. 제시는 우승자인 치타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랩실력도 실력이지만 거침없는 태도 역시 엄청난 인기 요인이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자신에 대한 평가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자신에게 평가를 한 출연진들에 던진 한 마디, “니들이 뭔데 날 판단해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기까지 했다. 그의 노래 센언니처럼, 제시는 센언니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는 활동방법으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자신의 개성과 캐릭터를 확실하게 어필한 제시는 이후에도 <진짜사나이> <언니들의 슬램덩크>,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언니들의 슬램덩크>에는 제시뿐 아니라 라미란, 김숙 등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들이 다수 출연한다. 첫 회는 일단 호평을 받았지만 여성 예능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성들의 캐릭터는 생각보다 강렬하다. 특히 김숙은 이미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님과함께-최고의 사랑>에 출연하여 가부장에 반대되는 가모장적인 모습을 보인 김숙의 캐릭터는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며 갓숙(God+김숙의 합성어), 숙크러쉬 등, 많은 별명을 양산해 냈다.

 

 

 

사실상 <우리 결혼했어요> 류의 프로그램은 이제 대중의 관심을 얻기 힘든 포맷이라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님과 함께>역시 그런 포맷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숙은 윤정수와 짝을 이루어 아예 초반부터 계약커플이라고 당당히 선언하며 신선함을 안겼다. 촬영 중에는 알콩달콩하지만 결국은 비즈니스 커플임이 밝혀지는 커플예능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설정이었다. 그리고 어디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나?” “남자는 집에서 조신히 살림만 해.” 등의 주로 남자가 했던 대사들을 읊으며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김숙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이렇게 행동해 왔는데 시대가 변하니 나 같은 캐릭터도 각광을 받는다며 자신이 얻은 인기를 평가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욱씨남정기>의 이요원은 옥다정 역할을 맡아 욱크러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와는 다르게 상사에게도 할 말을 다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능력까지 갖춘 캐릭터로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상사나 갑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크게 한 방을 날리는 이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옥다정은 한국 사회의 여성의 이미지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캐릭터다. 사회적인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던져진 편견과 상황을 모두 극복해 나가는 진취적인 여성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의 개성은 더욱 극대화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욱씨남정기> 뿐 아니라 걸크러쉬 열풍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 모두 상대적으로 약자로서 취급을 받아야 하는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가지고 시원한 한 마디를 던지며 대리만족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취급된다면 그들의 캐릭터가 굳이 특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솔직함은 현실에서는 적용되기 힘들기에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와중에 <언니들의 슬램덩크>같은 여성 예능도 생겨났다. 남성 중심의 예능계에서 여성의 역할을 충실 해내 그들이 여성예능의 부활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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