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드라마 3월 20일 <피고인>으로 시청률 25%를 넘기며 성공의 역사를 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로맨스 드라마도 아니고, 장르물에 가까운 작품이 이정도의 성과를 얻는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올해 방영된 주중 공중파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피고인>의 스토리라인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를 메울 만큼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지성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다. 지성은 누명을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박정우 역할을 맡아 당황스러움부터 딸에 대한 아버지의 부성, 자신을 감옥에 넣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 원망, 절규까지 다양한 감정을 처절하게 표현하며 '믿고 보는' 지성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흥미롭게도 지성이 퇴장한 자리에 지성의 아내인 이보영이 등장한다. 이보영은 <귓속말>이라는 작품으로 <피고인>의 후속작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꽤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연예인 부부라 하더라도 이렇게 연속으로 작품이 방영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지성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떠난 자리이기 때문에 이보영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 역시 상승했다.
 

 

 

 

이런 기대감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부부가 연속으로 출연한다'는 것을 넘어 그동안 지성 못지 않았던 이보영의 행보 때문이기도 하다. 이보영은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 올린 배우다. 처음에는 단아한 이미지로 '아시아나 항공 모델 출신'이라는 사실이 부각되었지만 이보영은 단순히 '단아한' 이미지에 만족하지 않고 이미지를 깨려는 노력을 해왔다. <서동요>가 이보영의 기존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역할이었다면 드라마 <부자의 탄생>이나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에서는 코믹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보영을 각인 시킨 것은 주말극 <내딸 서영이>였다. 이보영은 타이틀롤을 맡아 자신의 아버지를 버릴 만큼 매정한 모습이나 비밀을 간직한 채 살얼음판을 걷는 심리묘사를 완벽하게 해 내며 이보영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도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 이미지와 상반된 역할에도 고정되어 있었던 '단아한 이보영'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내 딸 서영이>는 이보영의 배우로서 한계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을 인지시킨 작품이었다.

 

 

 



이어 선택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너목들>)는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이보영을 지성처럼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에 이어 또 한 번 변호사 역할을 맡았지만 '서영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변신을 성공시켰다. 까칠하고 속물적이지만 진정한 '변호사'로서 성장해 가는 장혜성 역할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법정물처럼 보인 초반부와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적인 요소에 멜로까지 더해졌지만 이 모든 장르가 유기적인 구성으로 잘짜여져 있었던 까닭에 드라마는 성공과 더불어 엄청난 화제성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보영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너목들>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킬미힐미>로 대상을 수상한 지성에 비해 2년 빠른 성과였다.

 

 

 



이후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 역시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작품'을 우선시하는 이보영의 선택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신의 선물>에서 이보영은 아이와 남편이 있는 가정주부이자 시사 방송프로그램 작가 역할을 맡았다. 결혼 이후 선택한 작품이지만, <너목들>때 까지만 해도 연하남과의 로맨스를 펼칠만큼 트렌디했던 이보영이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는 것은 여배우의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보영은 과감하게 작품에 뛰어 들었고 시간 여행을 하며 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점차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엄마를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딸의 목숨이 달린만큼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처럼 집착하는 모습은 이보영의 또다른 연기 세계를 확인시켰다.

 

 

 

 



<신의 선물>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였던 만큼, 미국에서도 판권을 사 제작이 확정되었다. 올해 6월 미국 전역 방송예정이다. 한국 드라마 판권이 팔려도 제작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점을 상기해 보면 작품의 작품성이 인정받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만큼 이보영은 주연으로 확고한 성장을 한 후에도 시청률과 관계없이 '작품'에 대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너목들> 출연 당시에도 "대본을 읽고 반했다"고 말할 만큼, 단순히 자신의 캐릭터가 아니라 작품 자체를 바라볼 줄 아는 배우인 것이다.

 

 

 



<귓속말>역시 그동안 폐부를 찌르는 현실 비판으로 <추적자><황금의 제국> <펀치>등을 선보였던 박경수 작가의 작품이다. 믿고 보는 작가와 믿고 보는 배우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성에 이은 이보영의 등장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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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의 성공을 쉽게 담보할 수 없는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피고인>같은 작품이 시청률 25%를 넘겼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로맨스나 출생의 비밀 등 흔히 사용되는 흥행 요소를 집어넣지 않고도 ‘누명을 뒤집어 쓴 한 남성의 고군분투’라는 소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도돌이표 전개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극 초반, 박정우(지성 분)은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기억까지 잃어버린다. 행복했던 시절은 마치 꿈과 같이 사라지고 자신이 정말로 가족을 죽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감옥에 갇혀버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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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드라마의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 이후, 드라마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문제는 <피고인>의 스토리라인이 너무나도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누명을 쓴 주인공이 누명을 벗고, 그를 그렇게 몰아간 악인들에게 복수를 하는 간단한 과정이 전부다. 이 간단한 스토리를 흥미롭고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드라마의 악인을 좀 더 극악무도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뒤에 업은 인물로 묘사한다. 너무 쉽게 악인이 무너지면, 드라마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최종 보스 겪의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이 등장하고, 주인공과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중간에 새로운 인물들이 끼어들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차민호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물들 역시 차민호의 수하거나 조력자다. 결국 박정우vs차민호의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대결구도가 반복되는 느낌이 들자 시청자들은 볼맨소리를 내뱉었다.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하기만한다. 조력자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배신하기도 하고, 겨우 탈출에 성공해도 또다시 감옥에 끌려들어간다. 차민호의 뒤에 있는 차명그룹은 교도소든, 검찰이든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주인공이 뭔가 반격을 시작하려고하면 저지당하는 구성이 반복되며 시청자들도 따라서 지쳐가기 시작한다. 박정우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증인인 이성규(김민석 분)는 15회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한다.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등장인물을 죽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전개에 비난이 쏟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16회가 진행되는 동안 억울함→반격시도→실패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증인까지 목숨을 잃자, 시청자들은 이 도돌이표 전개에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16회에 이르러 누명을 벗고 검찰에 복귀한 박정우의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이는 박정우가 누명을 쓰고 반격을 시도하는 극 초반부로 돌아간 상황에 불과했다. 결국 모든 일은 2회차 안에 다 해결이 나는 것이었다. 결국 2회차에 모든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고군분투 했던 박정우의 고난길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길어야 8부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18부작으로 늘리는 우를 범한 느낌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2회 연장은 드라마의 ‘답답함’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 연장된 2회동안 진행된 것은 또 똑같은 반격시도와 실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16회 동안 수 차례 반복한 것은 제작진 역량의 문제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음에도 2회 연장까지 무리수를 던진 것 또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2회 안에 통쾌한 반격은 이루어질 것이고 그 반격이 성공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중간의 6회 정도가 사라지더라도 이 드라마의 전개의 차이점이 없을 정도로 같은 패턴을 반복 한 후, 마지막에 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을 두고 좋은 구성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연기자들의 호연은 빛났고, 드라마는 20% 중반을 넘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실망한 시청자들이 있는 한, 이 드라마를 '웰메이드'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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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지성은 연말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킬미힐미>에서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주인공으로 분한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개의 캐릭터를 한 작품안에서 모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성이 가진 연기의 내공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킬미힐미>는 2015년 1월에 시작해 3월에 종영한 드라마로 연초에 방영된 드라마였다. 의례히 연초에 시작된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는 연기대상을 수상하는데 있어 불리하다. 방송사에서는 화제성이 높은 톱스타의 흥행작이나 연말에 방영중인 작품들 중에서 연기대상을 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킬미힐미>는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10% 초반대의 시청률로 엄청난 흥행작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지성 역시 화제성이 높은 스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지성의 연기는 연기대상감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지성의 대상은 당연한 결과였고 지성은 <킬미힐미>로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지지를 받았다.

 

 

 

 

 

 

 

 

최근 방영되는 <피고인> 역시 연초인 1월 23일에 방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로맨스에 집중하지 않은데다가 장르물인 드라마가 이정도의 성과를 보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검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명을 쓰고 기억까지 잃어버린 주인공은 점차 궁지에 몰리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사건이 휘몰아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잠시, 드라마는 매회 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박정우(지성 분)은 죄를 뒤집어쓰고 결국 교도소에 들어간다. 박정우는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끝나기 5분전에야 휘몰아치듯 새로운 반전이나 증거가 쏟아져나오지만 그 다음 회에는 다시금 같은 구성을 반복한다. 답답하다는 뜻의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살리는 것은 스토리를 뛰어넘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다. 특히 박정우와 차민호(엄기준 분)의 대결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가장 크게 불어넣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성은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에서부터 가족을 잃고 상심하는 연기, 죄를 뒤집어쓰고 두려워 하거나 결국에는 분노하는 연기, 상대방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해내며 또 한 번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실제 그 사람이 된 듯 동화된 연기는 시청자들의 감정까지 움직이는 가장 주효한 볼거리다. 여기에 엄기준이 소화해 내는 악역 역시 이에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해 지성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듯하다.

 

 

 

날카롭게 부딪치는 두 사람의 감정의 파도는  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드라마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답답함도 두 사람의 연기로 어느정도 상쇄될 정도라면 그 둘의 연기에 이견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시청률을 끌어 올린 것 역시 연기자들의 공이 컸다. 2회가 연장된 상황에서 지금도 답답한 드라마의 전개가 우려스러운 속에서도 연기자들의 호연을 기대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성은 벌써부터 연말 연기대상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볼만한 배우로 꼽히고 있다.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주목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2015년 지성이 연기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누리꾼 투표’의 힘이 컸다. 그동안 공동대상 논란, 객관성 부족으로 수차례 비난을 당했던 mbc측이 연기대상을 누리꾼 투표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초에 연기했던 지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연말까지 지성이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연기를 잊지 못하고 연말에도 그에게 기꺼이 한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이익이나 평가가 수상결과에 겹쳐졌다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피고인>을 방영하는 sbs는 네티즌 투표로 연기대상을 수상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흥행작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연말 상황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연기대상의 결과다. 공정성으로 따지자면 지성이 받아도 손색이 없지만, 방송사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는 달라질 수있다.

 

 

 

 

 


 

그러나 연기대상의 결과에 상관없이 지성의 뛰어난 연기력만큼은 연기대상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 만큼은 <피고인>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연기대상 이야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지성의 연기력은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연기자의 좋은 연기가 어떻게 작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 <피고인>의 지성은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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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가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를 들고 나왔다.


채림, 엄기준, 김승수, 김정화, 최다니엘 뿐 아니라 정애리, 천호진, 강부자, 김해숙, 이한위까지 대한민국 대표 연기자들을 포진한 MBC 새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는 첫 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진행을 선 보였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바로 '밝은 분위기' 였다.


그야말로 주말드라마다운 주말드라마였다.




사실 주말드라마하면 KBS 주말드라마를 빼 놓을 수 없다.


[딸부잣집] 으로 시작해 [젊은이의 양지][목욕탕집 남자들][첫사랑][파랑새는 있다][아씨][야망의 전설][종이학][유정][사랑하세요][꼭지][태양은 가득히][푸른 안개][내사랑 누굴까][저 푸른 초원 위에][보디가드][진주목걸이][애정의 조건][부모님 전상서][슬픔이여 안녕][소문난 칠공주][행복한 여자][며느리 전성시대][엄마가 뿔났다][내 사랑 금지옥엽] 까지.


근 20년 가까이 주말드라마 '왕좌' 를 놓치지 않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는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KBS 주말드라마는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시청률 20%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고정 시청자층이 확실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작가로서 KBS 8시대는 탐날만한 시간대다. 지금 방송 되고 있는 [내 사랑 금지옥엽] 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최근 KBS 주말드라마는 치정과 집착이 뒤섞여 가족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표류하고 있다. [애정의 조건][소문난 칠공주] 도 그런 편이었지만 [내 사랑 금지옥엽] 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단적 상황과 에피소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재미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완급 조절이 전혀 없고 끝까지 심각함으로 극을 이끌어가다 보니 이 드라마가 과연 주말드라마 맞나 싶을 정도다.


주말드라마라고 하면 적어도 소소한 서민들의 이야기와 일상의 결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포착하는 통찰이 있어야 하는데 [내 사랑 금지옥엽] 에는 그러한 것이 거의 없다. 전작인 [엄마가 뿔났다] 가 60대 주부의 삶을 애정 가득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했던 것에 반하면 더욱 형편이 없다. [엄마가 뿔났다]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볼 드라마라면 말이다.


그런데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는 주말드라마로서의 미덕을 흠뻑 갖추며 적어도 [내 사랑 금지옥엽] 보다는 훨씬 가족 드라마다운 면모를 띄고 있다. 거기에 적절한 애정 라인과 코믹과 로맨스를 적당히 버무리는 작가의 완급 조절도 박수를 쳐 줄만 하다. KBS 주말드라마 특유의 개성을 MBC 주말드라마가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극단적인 상황 설정보다는 상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 다소 극적이지만 추하기 보다는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하는 중년의 로맨스, 귀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이 수려하게 그려진 가운데 [잘했군 잘했어] 는 드라마 곳곳에 드라마틱함과 리얼리티를 반반씩 섞어 놓으며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필력이 확실하고 필력을 받혀주는 연출력까지 빛을 발하면서 [잘했군 잘했어] 의 첫 회는 안일한 [내 사랑 금지옥엽] 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뛰어났다. 앞으로 이끌어 나갈 이야기들의 복선을 하나하나 깔아 놓은 가운데 시종일관 유머와 밝은 이미지를 놓치지 않는 시도에는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 뿐인가. 드라마 전반에 포진한 배우들에게는 믿음을 넘어서 맹신에 가까운 신뢰가 형성된다.


이미 미씨 탤런트로서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할 줄 아는 채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채림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고 [그사세] 에서 재평가 받은 엄기준은 이번엔 능글거리지만 은근한 순정파의 유쾌함을 덧 입었다. 여기에 언제나 평균 이상하는 김승수와 젊은 연기자로서 자기 입지를 확실히 한 김정화, 말이 필요없는 중견 배우 정애리, 김해숙, 강부자, 이한위, 천호진 등이 가세하면서 [잘했군 잘했어] 의 진용은 KBS를 가볍게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잘했군 잘했어] 는 MBC 주말드라마의 '부활' 을 선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는 서민들의 삶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사랑에 대한 고찰이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삶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더 성숙해질지는 지켜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첫 회만큼의 감성만 간직한다면 [잘했군 잘했어] 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KBS 주말드라마여 긴장해라. 그리고 반성해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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