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은 결코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채 시작했다. 한국적인 설정과 16부작이라는 길이의 차이로 여러 에피소드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결국 시작부터 결말까지 <여왕의 교실>은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른다. 결국 <여왕의 교실>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은 호평을 이끌어 냈다. 초반에는 잔인한 여교사 캐릭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혹평이 대세였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에게 동화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며 감동을 자아냈다. 끝내는 어린이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평을 들으며 종영했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 만큼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일본에서 조차 <여왕의 교실>의 여교사 캐릭터는 초반에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렸다. 아동학대라는 말과 함께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회가 진행될수록 <여왕의 교실>의 감동은 시청자들을 울렸고 결국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중심에는 여교사 아쿠츠 마야역을 맡은 아마미 유키의 호연이 있었다. 아마미 유키는 강압적인 여교사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로봇같은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아마미 유키의 연기력은 더 이상의 <여왕의 교실>주인공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든 측면이 있었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드라마 속의 아이들과 시청자들을 압도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게 만든 그의 연기력은 단연 <여왕의 교실>의 백미다.

 

고현정은 그 아마미 유키를 뛰어넘어야 했다. 똑같은 역할을 맡아 하나하나의 연기가 비교될 터였다. 그러나 고현정은 똑같은 연기를 택하지 않았다. 일단 스타일링부터 달랐다. 원작의 아마미 유키는 앞머리를 전부 뒤로 넘겨 쪽을 진 날카로운 스타일에 검은 정장을 택했다. 고현정 역시 어두운 계열 옷을 택했지만 회색 등, 아마미 유키보다는 명도가 높은 옷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역시 단발머리로 날카로운 이미지를 극대화 하는 선택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초반 통통한 고현정의 볼살은 역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시청자들의 성토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말투나 눈빛역시 달랐다. 아마미 유키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에 가깝다면 고현정은 얼굴 근육을 최대한 이용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가끔씩은 알 듯 말듯한 오묘한 미소까지 얼굴에 띄웠다. 아마미 유키는 감정을 거의 싣지 않은 강한 말투를 사용했지만 고현정은 비웃음과 조롱까지 섞인 다양한 말투를 구사했다. 아마미 유키가 훨씬 더 강렬하고 무서워 보였지만 고현정은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줬다. 같은 역이지만 고현정 나름대로의 해석을 곁들여 아마미 유키와는 차별화 된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고현정의 연기는 결국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고현정은 강력한 존재감으로 드라마 전반을 장악했고 미묘한 표정연기는 고현정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제작 발표회 당시부터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 여론이 좋지 않았던 고현정은 결국 연기로 모든 것을 해명했다. <고쇼>에서 푼수같은 웃음을 짓던 고현정도 없었고 독한 발언으로 비난 받던 고현정도 없었다. 결국 고현정은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여왕의 교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고현정이 던지는 메시지에 있었다. 고현정은 시시 때때로 아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방법은 다소 거칠지만 아이들을 확실히 성장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대했기에 결국 그들은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고현정의 철저히 계산된 세밀한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한 말을 쏟아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그 상처가 이유있는 것이라는 설득력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배우가 소화했다면 끝까지 그의 캐릭터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드라마 전반을 이해하고 얼굴 전체를 사용하는 고현정의 연기는 결국 모두를 감동시켰다. 제대로 된 연기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맡았을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더 극대화 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고현정은 결국 자신에게 씌워졌던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이미지마저 연기로 날려 보냈다. 시청률은 비록 아쉬웠지만 고현정이라는 연기자의 연기를 다시금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여왕의 교실>의 가치는 증명되었다. 고현정에게 있어서 연기력이란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고현정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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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방영된 드라마 <가정부 미타>는 근 11년 만에 일본에서 40%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 주변에서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집안에 가정부인 미타가 들어오면서 그 집안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그 문제들로 인한 트러블이 생기면서 ‘뭐든지 다 해주는’ 미타의 캐릭터가 부각된다.

 

<가정부 미타>는 최근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논의가 되고 있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에 따른 또 하나의 드라마로 해석해도 무방하지만 최근 리메이크 되고 있는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결코 <가정부 미타>의 리메이크 논의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우선 미타의 캐릭터를 살펴보자. 미타는 드라마 속에서 스스로를 ‘로봇’이라 칭한다. 미타를 소개 해 준 소개소의 사장은 이런 경고를 한다. “그 아이는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른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라면 죽일지도 모르는 아이다.” 그 말처럼 미타는 감정을 배제 하고 절대 울거나 웃지 않으며 가정부로서 그 어떤 명령도 다 따르는 캐릭터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은 미타가 엄청난 능력자라는 점이다. 미타는 가정부로서 뛰어난 요리와 청소, 세탁등 완벽한 일처리는 물론, 수학문제를 암산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는 능력까지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캐릭터들이 떠 오른다. 바로 얼마 전 리메이크 된 <직장의 신>과 최근 방영되고 있는 <여왕의 교실>의 주인공들이다.

 

 

<가정부 미타>의 미타가 나오기까지 일본에는 <파견의 품격(<직장의 신> 원작)>과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가 존재했다. <파견의 품격>에서의 오오마에 하루코는 자신의 감정을 내세우기 보다는 수없이 많은 자격증을 바탕으로 완벽한 일처리를 통해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자다. <여왕의 교실>의 아쿠츠 마야 역시 마찬가지다. 선생으로서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시키는 것은 물론, 체육이나 무술에도 뛰어난 엄청난 인물이다. 아쿠츠 마야는 이런 캐릭터의 시초격 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는 <가정부 미타>에서 정점에 치닫는다. 오오마에 하루코나 아쿠츠 마야는 각각 직장과 학교에서 능력을 펼쳐 보이며 사실은 따듯한 그들의 속마음이 점점 드러나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타는 명령이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성년자의 성관계 요구에도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대담함을 지녔다. 이런 식의 설정이 한국 정서와 얼마나 맞을지도 문제이지만 이런 설정을 빼고 간다고 했을 때 가정부 미타의 캐릭터가 얼마나 살지도 문제다.

 

뿐이 아니다. <가정부 미타>를 잘 살펴보면 엄청난 막장 요소가 산재해 있다. 한 가정에서 불륜, 왕따, 미성년자 성관계, 자살, 폭력 등 엄청난 가정 문제들의 총집합이 한데 모여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런 막장 요소들 역시 한국의 정서에서 비난의 수위를 감안하고도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부 미타>는 일본에서만큼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파견의 품격>이나 <여왕의 교실>역시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들은 모두 일본에서 20% 중반을 넘기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일본의 시청률 집계 방식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20%를 넘기면 초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캐릭터들이 한국에서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 분)과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고현정 분)으로 재탄생 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부 미타>의 리메이크 논의까지 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직장과 학교를 넘어 가정에서도 이제 감정을 배제한 능력자의 출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정부 미타>가 일본에서 40%를 넘기면서 일본에서는 그 현상에 대해 각종 분석이 일었고 그 이유 중 하나로 많은 평론가들이 일본의 대지진을 이유로 꼽았다.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마저 중지되고 방사능이 방출되는 상황에서 일본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을 찾았고 그것은 감정이나 정 따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모든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가지고 실질적인 해결을 도와주는 미타 같은 도움의 손길을 원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도 어쩌면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이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 나갈 때 얻는 카타르시스와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이 아이들을 조종하며 교훈을 주는 교육방식은 드라마적 판타지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한 모습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미스김은 일종의 히어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점차 극단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운 요즘 마여진 역시 그들을 통제할 유일한 수단처럼 보인다.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우리 사회에 부정적이고 어두운 기운이 팽배할 때, 그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엄청난 희열로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도 지금 능력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우리의 힘이 너무 약하다. 그래서 뭔가 확실하고 확고한 답을 내려줄 인물,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사람을 열망하고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그런 능력자들이 일본에서 히트를 친 만큼 한국에서도 똑같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직장의 신>의 미스김은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동시간대 2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아직까지 10%의 고지를 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에서는 뛰어난 히어로일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다소 그 파급력이 약하다.

 

드라마의 천편일률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난 독특한 캐릭터가 한국에서도 재조명 받는다는 것은 신선하고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식 캐릭터에 기대 리메이크 열풍으로 일본식 히어로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은 무분별한 일일 수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그들은 물론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능력만을 강조하는 그들에게 다소 지치기도 한다. 더군다나 6년에 걸쳐서 구축되어온 이런 캐릭터들이 한국에서는 단 2년 만에 모두 쏟아지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이 식상해 질 우려역시 존재한다.

 

그런 캐릭터들이 갖는 장점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는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의 능력만 내보이는 그들에게서 벗어나 ‘한국형 히어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우리사회의 단면이 일본과 닮아있단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라면 '한국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인물들이 필요하다. 미묘하게 다른 정서는 더 많은 사람을 TV앞으로 끌어들이게 하지는 못한다. 앞으로는 단순한 리메이크로 이어지는 일본의 ‘독한 캐릭터’열풍을 잠재우고 한국의 정서에 딱 맞는 신선하고 독특한 한국식 히어로가 나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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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MBC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지만 경쟁작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KBS <천명>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에 머무르는 중이다. TV 주 시청층인 주부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만한 학원물임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이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올해 초 방송된 KBS <학교 2013>에 있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 같은 것과 다른 것

 

 

사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은 공통점이 많은 작품이다. 우선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이라는 점이 같다. <학교 2013>이 고등학교를, <여왕의 교실>이 초등학교를 무대로 삼는 차이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주요 인물 또한 교사, 학생, 학부모로 단순하게 구분되고 보다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장르 특성상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교육현장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으려는 노력도 역력하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에서는 성적에 목숨 거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부추기는 학부모, 무기력한 교사들과 책임 회피에 급급한 관리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테일한 설정에 있어 약간의 차이점은 있을지언정 흔히 말하는 공교육의 문제점은 놓치지 않고 드라마로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작품 속 학부모의 역할이다. 최근 학원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약방의 감초로 존재하고 있는 학부모는 때론 교사와 대립하고, 때론 교사와 협력하며 극적 긴장감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학교 2013>에서 민기엄마로 화제를 모은 김나운과 <여왕의 교실>에서 도도하고 카리스마 있는 학부모 운영위원을 연기하는 변정수 등이 좋은 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반영한 결과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이 전혀 다른 평가를 듣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공통점만큼이나 확실한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2013>에서 눈에 띄는 설정 중 하나는 교장과 기간제 교사의 관계를 고용인과 피고용인 즉, ‘갑을관계로 설정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교사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흥미를 자아냈다.

 

 

그렇지만 <여왕의 교실>에는 그런 모습이 존재치 않는다. 고현정은 기간제 교사이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교장 윤여정은 여전히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의뭉스런 존재일 뿐이다. 심지어 고현정은 호신술 교육을 하는 교감에게 시간낭비하지 말라며 망신주기까지 한다.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고 했던 <학교 2013>과 일본 드라마 특유의 판타지성이 가미된 <여왕의 교실>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학생들의 캐릭터 또한 다른 점을 보인다. 고등학교가 배경이었던 <학교 2013>은 수능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 2학년생들의 불안한 심리와 이기심, 사회에 대한 반항과 폭력 문제를 주로 다뤘다면 초등학교가 무대인 <여왕의 교실>은 학예회 준비, 왕따 등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장나라와 고현정

 

 

허나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의 운명을 갈라놓은 결정적 차이점을 한 가지만 뽑으라 한다면 뭐니뭐니해도 교사를 꼽을 수밖에 없다. <학교 2013>의 장나라와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이야말로 두 작품의 색깔을 규정하는 절대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학교 2013><여왕의 교실>은 너무나도 다르게 교사의 모습을 그려냈고, 이것이 곧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학교 2013>에서 장나라는 기간제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성적보다 인성을 중시하고, 수능준비가 아닌 진짜 교육을 목표로 하는 열성적인 교사다. 문제 학생의 집에 찾아가 밤새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뿐더러 어떠한 저항이 있어도 자신의 교육적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장나라는 대중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참교육자의 면모를 그대로 구현해 낸 캐릭터다. 시청자들이 장나라의 성공과 실패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와 응원을 멈추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는 성적으로 반 아이들을 줄세우고, 매일 같이 쪽지 시험을 보며, 반목과 갈등을 조장해 학생들끼리 대립하게 만든다. 그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치닫는지 알 길 없지만, 교사가 이런 식의 교육을 한다는 것은 대중에게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다. 원작을 보지 못한 대다수의 국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왕의 교실>의 파격적 스토리 라인은 신선함과 궁금함은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채널을 고정시킬 만한 편안함과 익숙함을 동반하지는 못했다. 드라마 속 별명처럼 마녀로 보이는 고현정에게 시청자들은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교사가 보여줘야 하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특히 누구보다 이런 쪽에 민감한 주부층들은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드라마를 선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학교 2013>의 장나라는 성장하는 캐릭터였다. 기간제 교사라는 신분적 한계, 수능점수와 참교육이 모호해진 교육 현실, 속 썩이는 아이들이 벌이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그는 학생과 함께 성장하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결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진심어린 존경을 받을 자격을 갖추었고 완고했던 학부모들의 고집 역시 꺾었다.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와 달리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 그는 학생들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있고,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교사다. 학부모들의 항의조차 일대일 면담으로 단번에 수습할 만큼 엄청난 언변의 소유자인데다가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절대자다. 시청자들이 그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도대체 왜 이해하기 힘든 교육을 하는가?”하는 궁금증일 뿐이다. 장나라가 불러일으킨 가슴 깊은 공감 대신 단순한 호기심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시청자와 함께 성장하지 못한 고현정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가 <여왕의 교실>이 직면한 최대 과제인 셈이다.

 

 

결국 호평 속에 막을 내린 <학교 2013>과 아직까지 미지근한 <여왕의 교실>의 운명은 이처럼 장나라와 고현정이 갈랐다. 이상적인 교사상을 추구하며 시청자와 함께 성장했던 장나라를 경험한 대중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독단적이고 냉철한 마녀고현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남은 것은 <여왕의 교실><학교 2013>이 구축해 놓은 공고한 학원물의 틀을 어떻게 깨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왕의 교실>이 성공하고 싶다면 적어도 지금껏 놓쳐온 공감대와 설득력의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공감과 설득의 토대 위에 나름의 몰입도 있는 스토리를 펼쳐 놓는다면 <여왕의 교실> 또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 모든 공은 <여왕의 교실>에게 넘어갔다. <여왕의 교실>이 앞으로 남은 3개월을 훌륭히 꾸려나가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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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이 출연한다 하면 시청률이 보장되던 시절은 그다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현정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대한민국 대표 흥행 여배우였다. 비록 출연한 영화에 대한 성적은 아쉬웠으나 브라운관에서만큼은 고현정의 파워가 확인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첫회부터 2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봄날>이나 <대물>을 제쳐두고라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히트>, 고현정이 하차하자마자 10%이상 시청률이 떨어진 <선덕여왕>, 토크쇼지만 9%대라는 좋은 성적으로 출발한 <고쇼>까지, 고현정은 브라운관에서만큼은 시청률을 끌어 모으는 히트 상품이었다.

 

더군다나 고현정의 연기는 언제나 호평이었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가진 고현정의 이름값은 마치 철옹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고현정은 여전히 명불허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기에서 만큼은 그 어떤 불평도 불만도 나오는 것은 사실 이상하다. 그 정도 연기를 해내면서도 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배우는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여왕의 교실>은 6%대라는 낮은 시청률대로 출발한데 이어 2회로 넘어가면서 7%대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꼴찌다. 앞으로 상승가능성은 있지만 고현정이라는 브랜드에게는 낯선 수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현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고현정은 복귀하는 순간부터 <선덕여왕>으로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시킬 때까지만 해도 연기자로서의 호감도가 상당히 높은 인물이었다. 흥행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당연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고현정의 캐릭터가 드라마 캐릭터를 흡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고현정의 캐릭터가 <고쇼>등의 예능 출연으로 더욱 강화된 이유도 있지만 각종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인 고현정의 행보가 조금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있어서 김영현-박상연 작가와 호흡을 맞춘 <히트>나 <선덕여왕>정도를 제외하고는 고현정 자체에 매력을 느낄만한 캐릭터가 부재했다. <봄날>이나 <대물>은 초반에는 시청률이 높았지만 끝날 때까지 첫회 시청률과 기대감을 넘지 못했다. 특히 <대물>은 작가 교체등의 몸살을 앓으며 초반 캐릭터와 후반 캐릭터의 성격마저 달라지는 우를 범하며 여성 대통령이라는 설정을 납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드라마 캐릭터는 고현정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고현정 본연의 캐릭터가 점차 극대화 되는 과정이 호감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현정은 시청률을 만족시켰을지언정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는 못했던 <대물>로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거기서 훈계조의 말투를 사용해 구설수에 오르는 사건을 일으키며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를 갉아먹었다.

 

더군다나 <고쇼>는 고현정에 기댔을 뿐, 별다른 특징이 없는 토크쇼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고현정의 이름값에 비해 고현정의 활약이 미미하게 끝나며 고현정의 실패작이라는 오점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점점 고현정의 캐릭터는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것에서 지나치게 말을 함부로 하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그 수위를 조절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국 <여왕의 교실>제작발표회에서 고현정 특유의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아이들에게는 배울 것이 없다'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고현정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고 나자 <여왕의 교실>에 대한 기대감도 따라 감소했다. 경쟁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몰입도가 높은 탓도 있지만 고현정에 대한 호감도 하락역시 시청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여왕의 교실>은 일본드라마의 높은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직장의 신>과 마찬가지로 일본 원작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자잘한 다른 설정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2회까지 방영된 지금, <여왕의 교실>은 일본 원작의 내용을 90%이상 복제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런 까닭에 이 드라마는 일본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 <직장의 신>이 그러했듯, 원작의 시작과 끝을 그대로 따라가며 잔가지를 추가하는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하다.

 

 

하지만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결국 고현정이 맡은 마여진 캐릭터는 호평을 이끌 어 낼 캐릭터다. 고현정은 원작의 아마미 유키에 비해서 좀 더 표정도 다양하고 감정 표현도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카리스마는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고현정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고현정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캐릭터는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하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만큼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다. 더욱이 연기력이 기본이 되지 않는다면 16부 전반을 장악하는 이 캐릭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현정은 그동안 대부분 <선덕여왕>정도를 제외하고는 캐릭터보다 고현정이 더 위에 있었다. 그러나 마여진 캐릭터 만큼은 고현정을 지우고 마여진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고현정이 숨을 만큼 강하다. 초반이지만 벌써 고현정의 연기에 관한 칭찬은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보다 훨씬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강력한 캐릭터를 만나며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고현정 만큼은 빛날 수 있는 역할을 만난 것이다.

 

<직장의 신>의 김혜수가 그러했듯,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연기자에 대한 호감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의 고현정보다 실제의 고현정이 더 부각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고현정은 캐릭터 안에 자신을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벗게 했을지 몰라도 '연기의 여왕' 타이틀은 아직 유효함을 증명하며 고현정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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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컴백한 이효리는 컴백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여자 솔로가수로서 이효리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시켜 나왔다. 다소 부족한 가창력을 단순한 퍼포먼스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과 이미지로 적절히 커버할 줄 아는 현명함은 그를 10년 넘게 톱스타의 자리에서 군림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가 그런 위치까지 올라가는 데는 예능의 힘이 주효했다. 이효리는 여느 섹시 스타와는 다르게 시선을 주목하게 만드는 화술로 예능계 섭외 1순위로 올라섰다. 가수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게 하는 데는 예능으로 쌓은 호감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효리는 여전히 예능계 섭외 1순위의 가수다. 여자 가수가 단순한 일회성이나 화제성이 아닌, 실질적인 예능인으로서 대우 받는 경우는 이효리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런 이효리인 까닭에 이효리는 컴백 후 이효리가 출연 가능한 거의 모든 예능에 얼굴을 비추며 그의 독특한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실제로 이효리가 출연한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소폭이라도 일제히 상승하며 이효리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효리는 일단 예능에 출연만 하면 대단한 주목도를 지닌다. 물론 이효리의 스타성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이유는 이효리는 사람의 귀를 집중시키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발언들은 다소 강하다. 직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여자 스타의 입에서 ‘이진과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거나 ‘(강호동이 싫은 이유는)진부한 진행’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하다. 가끔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까닭에 이효리의 발언은 다소 아슬아슬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효리가 하는 발언들이 이효리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예능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역시 이효리의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효리가 보여주는 화법은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지만 한 편으로는 남들을 깔아뭉개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효리의 화법은 MC나 다른 게스트에게 기죽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기본이 된다. 이 과정에서 면박을 준다거나 다소 독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능적인 재미는 충분하다. 그리고 예능과 이효리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이효리에 대한 이미지가 그런 쪽으로 각인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감이 지나치다보면 때때로 도를 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처럼 나도 소중한 존재라는 모습으로 비춰질 때는 자신감으로 인정되지만 다른 이들보다 내가 우월한 존재처럼 행동할 때는 그 행동이 받아들여지는 범위가 더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효리의 예능감은 빛을 발하고 있지만 ‘이효리와 친구들’ 특집을 한 <해피투게더>에서 조차 친구들이 이효리를 무서워 하거나 말을 조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이효리에 대한 칭찬만을 늘어 놓을 때는 오히려 이효리에 대한 반감이 생긴다. 그것은 통쾌한 예능감 너머에 있는 어두운 이면이다.

 

 

이런 면은 배우 고현정에게서도 나타난다. 고현정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화법과 통쾌한 한마디로 호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연말시상식에 나와서 배우의 괴로움을 토로하던 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 내용으로 보면 당연히 해도 될 말이지만 고현정의 태도와 말투에서 대중들은 반감을 느꼈고 고현정은 결국 ‘여배우의 어리광으로 생각해 달라’며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쿨한 사과로 일은 일단락 되는 듯 싶었지만 고현정의 이미지는 당당함과 거만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얼마 전 고현정이 출연하는 새 드라마 <여왕의 교실> 제작발표회 장에서는 난데 없이 ‘고현정 버럭’이 검색어에 올랐다. ‘어린이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최윤영의 말에 고현정이 ‘아이들에게 배울 것은 없다. 얼마나 넋놓고 사는 어른이면 아이들을 가르치진 못할망정 배우냐’며 독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다. 이 발언은 자세히 살펴보면 고현정 특유의 유머에 가깝다. 고현정은 예전 영화 <여배우들>로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도 ‘최지우와 사이가 안 좋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영화의 내용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닦달하는 여교사 역으로 출연한 까닭에 이런 발언으로 주목도를 높이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현정 특유의 화법으로 제작 발표회서부터 캐릭터를 확실히 설명하고 홍보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은 고현정의 이미지를 이 발언에 대한 느낌과 동일시 한다. 앞 뒤 맥락은 대중들에게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홍보의 맥락은 사라지고 ‘아이들에게는 배울 것이 없다.’는 다소 오만한 발언으로 후배를 짓누른 고현정만이 남는 것이다. ‘고현정이 분위기 메이커다.’ ‘고현정이 잘해 준다.’라는 다른 출연자들의 발언은 고현정의 너무나도 강하고 주목도 높은 한 마디 때문에 모두 묻힌다.

 

이효리와 고현정은 다소 강한 이미지로 그들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때때로 그 적정선의 경계가 무너질 때 그들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달라진다. 그들은 분명 멋있다.타인을 주목시키는 스타성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말을 할 때는 이목이 집중되고 그들이 던지는 발언들도 상당히 재밌다. 그러나 그 재미 뒤에는 그들을 오해하게 만드는 불편함 역시 존재한다. 그들이 그런 당당함으로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면서도 대중들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과연 득일까, 실일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아직도 대한민국 톱스타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톱스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이 타인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당당함을 표출 하려거든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세밀하고 체계적인 계산이 필요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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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목 드라마 대전이다. ‘안방극장의 여왕고현정과 이보영이 동시에 드라마로 컴백하면서 침체를 면치 못했던 수목 드라마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의 시선은 과연 누가 먼저 승기를 잡을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3년 만에 TV로 돌아온 고현정과 원톱 여주인공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이보영 모두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이 돌아왔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이보영이다. 고현정 보다 한 주 먼저 안방극장에 컴백하며 시청자 포섭에 나섰다.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전 국민적 인기를 얻으며 명실공히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거듭난 그는 이번에 법정 로맨스 판타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다시 한 번 대박을 노린다. <내 딸 서영이>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 가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6일 첫 회 방송이 나가자마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온갖 호평이 쏟아졌다. 탄탄하고 치밀한 스토리 구성, 설득력 있는 판타지 소재의 차용, 매력 있는 캐릭터의 향연, 세련된 연출과 깊이 있는 연기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빠르고 몰입감 있는 전개로 극복하면서,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명품 드라마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성적표도 나쁘지 않았다. 첫 회 시청률 7.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전작인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마지막회 시청률을 뛰어 넘는 성적을 냈다. 이만하면 첫 방송 시청률로 대단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9.0%까지 치솟아 올랐으니 잘만하면 두 자릿수 시청률에 무난히 안착할 수 있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드라마는 웬만해선 꺾이기가 힘든 법이다. 고무적인 상황이다.

 

 

이보영에 대한 대중의 기대 또한 여전하다. <내 딸 서영이>에서 아픔을 간직한 서영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까칠하고 속물적이지만 순수함과 정의감 또한 가지고 있는 장혜성 역을 맡아 캐릭터 변신을 꾀했다. 능청스럽고 유려한 이보영의 연기는 드라마에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하며 안정감을 더했고,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한층 고조시켰다. 너나 할 것 없이 역시 이보영이라는 찬사를 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게다가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 이 후로, TV 채널권을 좌지우지하는 30~50대 주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여배우로 급부상했다. 수목 드라마 시장에서 볼 것이 없어빠져나간 주부층을 끌어 들이는데 이보영 만큼 확실한 카드도 드물다. 제작진이 첫 주 방송분의 퀄리티만 꾸준히 유지해 준다면 이보영은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며 눈부신 흥행신화를 써내려 갈 것이다. 돌아온 이보영의 흥행 파워가 얼마나 발휘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MBC <여왕의 교실>, 고현정도 돌아왔다

 

 

먼저 치고 나간 이보영의 뒤를 고현정이 바짝 뒤쫓는다. 12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여왕의 교실>3년 만에 드라마 컴백을 결정한 그는 원조 안방극장의 여왕으로서 한 수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는 각오다. 방송사 또한 자타공인 최고의 여배우인 고현정의 캐스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MBC는 대규모 제작발표회와 기자 간담회를 열며 벌써부터 <여왕의 교실> 띄우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첫 회 시청률 성적은 기대할 만하다. 전작인 <남자가 사랑할 때>가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사수하면서 이른바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고정 시청률인 10~11%만 그대로 이어 받아도 두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처음부터 경쟁작들과 격차를 벌려 나가면서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는다면 예상 외로 경쟁이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흥행력을 검증 받은 원작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여왕의 교실>은 일본 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한국 리메이크 버전이다. 2005년 일본 후지 TV에서 방송 된 <여왕의 교실>은 당시 25.3%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판 <여왕의 교실>로서는 탄탄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기만 해도 기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여왕의 교실>의 최고 강점은 여주인공 마여진 역을 맡은 고현정의 존재감이다. <여명의 눈동자><두려움 없는 사랑><엄마의 바다><모래시계><봄날><히트><선덕여왕><대물> 등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군림해 온 그는 기본으로 20%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지난 20년간 시청자들과 돈독한 신뢰를 쌓은 것이다.

 

 

필모그래피도 대단하지만 커리어도 환상적이다. 1989년 제 33회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된 고현정은 1992년 백상 예술대상 신인상을 시작으로 SBS 연기대상 빅스타상, 7회 부산영평상 신인여우상, 10회 방송인상 시상식 방송연기자상, MBC 연기대상, 22회 한국PD대상 탤런트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37회 한국방송대상 탤런트상, SBS 연기대상 등 한 개도 받기 힘든 상들을 싹쓸이 해 왔다. 여배우로서 이 정도 경력과 수상실적을 자랑하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처럼 탄탄한 연기력과 막강한 흥행파워로 방송가를 종횡무진 한 고현정은 이번 <여왕의 교실>을 통해 다시 한 번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그가 연기하는 마여진 캐릭터와 원작과 얼마나 같은지, 또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거칠 것 없이 드라마 제작현장을 누비는 여걸 고현정의 확실한 한 방을 기대해 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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