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보스>(이하 <내보스>)는 tvN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이을 월화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방영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연애말고결혼>으로 tvN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연우진과 작년 히트작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PD의 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작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는 혹평일색이었다. 3.2%의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스토리라인까지 어느 하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시청률은 1%대로 수직 하강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에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로 설정된 은환기(연우진 분)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캐릭터였으나 그 내성적임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문제였다.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회사의 대표가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못해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정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어느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은 이해하지만 병적인 수준의 내성적임은 단순히 내성적이라 넘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가 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상관 없지만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말이 다르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라고 할지라도 위치에 따른 최소한의 역할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내성적임을 과장한 나머지 캐릭터를 답답하게 만든 것이 첫 번째 실책이다.

 

 

 

 


 

나머지 캐릭터들에게도 애정을 쏟기는 힘들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이자 악역으로 등장하는 강우일(윤박 분)에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뻔한 스토리임에도 비밀스럽게 전개되며 오히려 답답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있다. 여주인공 채로운(박혜수 분)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은환기의 회사에 입사하는 인물. 그러나 복수에 눈이 멀어 ‘민폐 여주인공’으로 설정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첫 회부터 남자 주인공과 접촉사고가 나며 인연이 시작된 것 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집에 무작정 들어가서 냉장고나 서랍을 열어보는 행동 자체는 안하무인을 뛰어넘어 범죄에 가깝다. 게다가 아무리 복수를 위해 잠입한 회사라지만 회사 사람도 아닌 퀵서비스 배달원에게 회사 물건을 마음대로 맡기고 “믿는다”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 캐릭터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어 보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의 허술함이 보인다. 업계 1위 홍보회사라는 타이틀을 단 회사에서 직원들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를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직원들이 있는 회사가 잘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내보스>속 회사의 직원들은 CEO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보인다. 아무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 주인공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는’ 설정 자체를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회사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과한 설정의 캐릭터를 부여받고도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연우진과 달리, 여주인공 박혜수의 연기력은 논란의 도마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박혜수는 작년 <청춘시대>로 나름의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주연을 맡기에는 내공이 지나치게 부족했다. <사임당-빛의 일기>(<사임당>)의 이영애 아역, <내성적인 보스>의 여주인공까지 주요 배역을 꿰찼지만 시청자들은 박혜수의 불안한 연기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다. 여기에 <내보스> 속 캐릭터가 호감형이 아닌 것은 기름을 부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성과 어색한 감정표현에 캐릭터의 행동마저 비호감인 까닭에 박혜수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보스>는 설 연휴동안 휴방을 결정하고 대본 전면 수정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수정된 대본으로 방영된 회차에는 여주인공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동안 답답했던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며 다소 나아졌지만, 여주인공의 언니 채지혜(한채아)가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또한 박혜수의 출연분량이 줄어들며 오히려 드라마가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박혜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의 연기에 대한 단점을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내보스>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사임당>에서도 박혜수의 이런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사극이라는 장르는 현대극보다 말투나 표현이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혜수는 <사임당>에서도 여실히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아직 주연을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대두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단순히 박혜수가 신인이라는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물론 이름값에 비해 큰 역할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작년 서현진이 <또 오해영>을 맡은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이 그 예다. 그 전에도 서현진은 주연을 몇 차례 맡았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오해영>은 서현진의 매력과 연기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서현진을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박혜수와 서현진의 차이가 있다. 서현진은 비록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불평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언제나 캐릭터와 합일되는 연기력으로 매니아층에서부터 호감도가 높았던 배우였다. 사실 <또 오해영> 속 오해영은 그다지 예쁘거나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달라고 징징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있으며 그 때문에 황당한 행동들도 다수 저지른다. 이런 모든 캐릭터의 단점들을 커버한 것이 바로 서현진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오해영의 억지를 애처로움으로 지나친 행동들을 귀여움으로 표현해 낸 연기력이 있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혜수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연기력이었다. 드라마 캐릭터가 잘못 설정되어 있을 때,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범한 작가와 연출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 예를들면 <내보스>의 연우진도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박혜수라는 연기자 자체에게 쏟아진 비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내보스>는 박혜수가 이런 혹평을 극복하고 정말 ‘주연’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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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무색할 만큼 지상파보다 높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 현상을 이끈 대표적인 채널이 TvN인데, 현재 방송중인 <연애말고 결혼>역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가 다분한 로맨틱 코미디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여러 가지 사연으로 결혼을 질색하는 남자 공기태(연우진 분)가 절대 집안에서 허락하지 않고 사랑에도 빠지지 않을 여자 주장미(한그루 분)을 결혼상대자로 집에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진심이 되어가는 과정이 극의 중심이다.

 

 

<연애 말고 결혼>의 작가 주화미는 보아와 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은 <연애를 기대해>로 호평을 받은 만큼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시청률은 결국 3%에 육박하며 대박을 쳤다.

 

 

 

 

 


 

그러나 이제 4회를 남겨놓은 시점에서도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물론 이제 서로가 마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될 전망이지만 12화까지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는 남녀 주인공과 서브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서브 캐릭터들의 매력도다. 의사에 부잣집 아들,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한 엄친아 공기태에 비해서 그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한여름(정진운 분)은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멋진 외모라는 설명과 요리에 열정을 가진 캐릭터라는 설정이 부과되지만 한여름역을 맡은 정진운의 연기력과 비주얼이 그런 부분을 완벽하게 설명할만큼 매력적인가 하는 부분은 의문이 남는다.

 

 

 

 

더 큰 문제는 한여름이 자신의 매력포인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주인공 커플을 방해하는 역할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연적인 공기태의 집에서 무전취식을 한다거나 뻔뻔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는 모습은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단지 무능력해 보인다. 주인공들이 서로 달콤한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마다 그가 끼어드는 장면에서는 짜증마저 유발한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저주받은 캐릭터다. 그의 사랑에 공감이 가지도 않고 전혀 안타깝지도 않다. 매력이 충분하여 메인캐릭터보다 사랑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서브 남자주인공임에도 그는 '방해꾼'으로 전락했다.

 

 


 

 

서브 여자 캐릭터인 강세아(한선화분)도 마찬가지다. 전남자친구의 정자를 이용해 임신하겠다는 계획부터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데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비밀을 누설하는 역할마저 맡았다. 상대적으로 남자 캐릭터보다는 서브 여자 캐릭터가 미움받기 쉽기는 하지만 강세아의 행동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방해공작으로 인해 드라마는 점차 꼬여가고,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에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더욱 더 캐릭터의 호감도가 낮아졌다.

 

 

 

 

중간에는 메인 캐릭터들보다 서브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에 더 집중되며 드라마의 전반적인 러브라인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전체적으로 통통튀고 신선한 설정으로 감각적인 드라마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12회에서 조차 단순히 집안의 문제로 함께 할 수 없다며 공기태를 밀어내는 주장미는 그동안 시원하게 할말 다하고 화끈했던 주장미의 캐릭터와 대비되며 답답함을 자아냈다.

 

 

 

기회가 왔을 때 조차 '보고싶다'는 말대신 '강세아에게 잘해줘라'는 이해할 수 없는 대사를 내뱉는 주장미는 그동안 쌓아왔던 매력을 잊게 할 만큼의 짜증을 자아냈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달달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극본상의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다. 그 안에서 역경도 있고 고난도 있겠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 질 것처럼 하다가 결국 다시 도돌이표로 돌아오는 전개는 낚시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캐치한다면 두 사람의 애정전선은 이제 확고히 할 때가 되었다. 그 안에서 부모님의 허락이라는 갈등 요소로도 얼마든지 극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그들의 애정신을 원한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꼬인다면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은 결국 실패가 될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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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끝을 맺은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이하 <남자>)>와 2부가 방영되었을 뿐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목소리)>에는 모두 상당히 까칠하고 현실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서미도(신세경)과 장혜성(이보영)이 그들이다. 서미도는 한태상(송승헌)과 이재희(연우진)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며 물질적인 지원까지 아끼지 않은 한태상의 지원을 모두 누리고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날 놓아주라.'고 말하며 오히려 그의 사랑을 미저리 취급하는 인물이고 장혜성은 성격이 까칠해서 친구도 없으며 지독히도 현실적이어서 재판은 모두 똑같은 반론으로 심드렁하게 끝내며 승소율이 낮고 인맥도 없어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국선 변호사를 선택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가시 돋친 말을 해대며 40년 동안 가난한 이를 위해 국선 변호사를 한 인물이 롤모델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퇴물 변호사는 내 롤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다르다. 서미도는 마지막까지 어장관리녀와 배신녀의 껍질을 벗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장혜성은 귀엽고 상큼하며 굉장히 신선하기까지 한 새로운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둘의 차이를 가른 것은 무엇일까.

 

일단 <남자>는 서미도와 한태상의 재결합을 암시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서미도는 막판에야 위험에 빠진 한태상을 구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한 반감을 뒤집지 못했다. 오히려 "이제 와서 아쉬우니 저런다."는 비난만 들어야 했다.

 

송승헌, 연우진등 남자 배우들조차 인터뷰에서 '나라면 서미도에 매달리지 않는다.'며 캐릭터에 대한 의아함을 드러낼 정도였으니 서미도 캐릭터가 배우들도 이해시키지 못한 와중에 시청자들까지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캐릭터는 일단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있는 캐릭터였다.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해 준 남자를 거절하지 않고 모두 이용해 놓고 자신이 편한 대로 '이제 나는 니가 싫다'며 자신을 놓아주라고 한다. 가난한 처지에 그의 재력과 힘이 없었다면 대학 입학조차 어려웠을 사람이 하는 말 치고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다. 게다가 다른 남자, 그것도 그를 사랑하는 한태상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남자와의 바람까지 피며 제대로 뒤통수를 쳤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인간적인 고뇌는 없었다. 단지 그의 욕망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제 멋대로 하고 싶은 것 다해 놓고 "생각해 보니 그만큼 날 사랑한 적이 없어"라며 다시 한태상에게 돌아 온 여자는 끝까지 두 남자를 놓고 저울질 하며 무게를 잰 어장관리의 달인에 불과했다. 아무리 한태상을 위험에서 구했다 하더라도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만회하려는 단순한 수작에 불과해 보인 것은 당연했다.

 

반면 <목소리>는 이제 막 2회가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단 2회만으로 명품드라마의 반열에 오를 만큼 색다르고 신선하며 완성도 높은 짜임새를 보인다. 그것은 이야기의 구성이 흥미진진하고 캐릭터들이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곳곳에 복선을 깔고 캐릭터가 설명되는 와중에 스토리가 적절히 배치되어 감정을 이입하게 하며 캐릭터에 애정을 불어 넣게 했다.

 

특히나 드라마의 중심을 책임지고 있는 여주인공 장혜성의 스토리에는 휴머니즘이 묻어 있다. 장혜성은 자신보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를 질투하고 다른 이들과 관계 맺기도 싫어하며 짜증이 몸에 배어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악하지 못하다. 물론 다른 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였지만 살인사건의 목격자로서의 진술을 위해 법원을 찾고 결국 증언을 하겠다고 재판장의 문을 연 것은 친구인 서도연(이다희)가 아니라 그 였다. 누명을 쓰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존심을 지킬 줄 안다.

 

목격자 증언을 하고 나서도 '괜히 했다. 너 때문이다.'며 어린 박수하(이종석)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지켜주겠다'는 꼬맹이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2회 마지막에는 자신이 맡은 변호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끝을 맺은 상황. 물론 예상된 방향이지만 그동안 '형량을 줄이려거든 유죄 인정해라. 너에겐 증거가 없다.'며 변호인을 죽고싶게까지 만든 그가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는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까칠하지만 끝까지 모질지 못한 그의 측은지심은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중간 중간 코믹하게 망가지는 모습은 웃음까지 창출해 내며 캐릭터에 날개를 단다. 결국 그는 <목소리>의 여주인공으로서의 개성과 호감을 모두 잡는 저력을 발휘해 냈다. 이보영의 연기 역시 상당히 자연스럽다. 단아하거나 다소 우울한 캐릭터만 맡아온 그에게 있어서 확실한 연기변신이라 할만하다. 그것도 시청자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탁월한 선택이다.

 

'대본에 반했다'는 이보영의 말대로 굉장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tvN <나인>정도를 제외하고 이정도의 완성도를 보기는 힘들었다. 케이블을 제외한다면 막장이 판치는 공중파에서 더 할 수 없는 신선함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토록 짜임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TV를 튼 시청자들도 그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순간순간의 몰입도 역시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 설정이 치밀했기에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리는 캐릭터를 보여주며 판타지 요소를 넣었지만 어렵거나 복잡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까칠한 여주인공과 다른 사람의 대립관계를 확실히 보여주며 장면마다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이는 2회가 12%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드라마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캐릭터는 비호감일 수 있지만 드라마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로 그 캐릭터의 생명력이 판가름 난다는 것을 <남자>와 <목소리>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 드라마의 완성도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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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umorzoa.tistory.com BlogIcon 유머조아 2013.06.07 0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보영 화이팅!!!

  2. Favicon of https://tooiblueland.tistory.com BlogIcon  떠돌이별  2013.06.07 2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십이지가 한 바퀴 돌 동안 한드는 딱히 본게 없는데
    한 번쯤 봐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군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초반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수목극의 정상에 서나 싶었지만 결국 <천명>에게 왕좌를 빼앗기며 수목극 왕좌자리를 내주었다. 시청자들이 <남자가 사랑할 때>를 이탈한 배경에는 점점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드라마의 전개가 한 몫 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비록 낮더라도 호평을 받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남자가 사랑할 때>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점점 혹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는 드라마 캐릭터들의 행동에 결함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혹평의 중심에 신세경이 있다.

 

 

신세경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욕망이 가득하고 지독히도 현실적이지만 사랑을 찾아 헤매는 서미도 역을 맡았다. 서미도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여주인공으로서 상당히 복잡한 심경을 가진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가난했던 탓에 출세와 재물에 대한 욕망이 컸다는 설정은 이해가 된다. 잘만 표현했더라면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승화 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표현하는 지점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극중 서미도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릴 당시 유일하게 배려해 줬던 한태상(송승헌)의 마음을 알고 그에게 기대지만 결국 이재희(연우진)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이재희 역시 한태상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인물이지만 이마저도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다. 사람의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미도 캐릭터를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극중 서미도 캐릭터는 현실에서도 결코 환영 받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던 남자에게 자신의 꿈을 위해 ‘헤어지자. 빚은 갚겠다.’고 나온다. 그 남자의 마음을 다 알면서 그 남자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은 여자가 할 말이라 보기에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서미도에게는 그를 이용해 왔다는 죄책감도, 후회도 없다. 이제까지 그를 도와줬던 한태상에게는 너무도 쉽게 상처를 주고 그를 보호해 준 과거는 모두 잊은 채, 외려 그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미련없이 돌아선다.

 

 

이 캐릭터의 소개 글에는 ‘밝고 사랑스럽고 도전적이다’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지만 실상 이 캐릭터는 전혀 밝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는 더더욱 않다. 기억상실인 척 남자를 농락하고도 ‘또 사고 당할까봐 당신을 떠날 수 없다.’며 남자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한태상같이 능력 있는 인물이 이런 여성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 조차 의아하다. 단순히 눈에 콩깍지가 씐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이런 설정을 보는 시청자들은 더 가슴을 내리 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캐릭터의 매력이 없어지면서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차라리 송승헌이 이 인물에게 속 시원한 복수라도 날린다면 그 답답함이 조금은 상쇄되겠지만 이 드라마의 제목이 <남자가 사랑할 때>인 탓에 그는 끝까지 여주인공을 사랑하고 있다. 남자는 저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다고 제작진의 옆에서 외쳐주고 싶을 정도다.

 

악역도 제대로 소화해 내기만 한다면 굉장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고 캐릭터와는 별개로 배우가 인정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세경의 캐릭터는 악역도 아닌데 악역보다 더 밉상으로 낙인찍혔다. 그것은 그 캐릭터의 행동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도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캐릭터들이 천편일률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언제나 피해자인양 행세하면서도 진짜 피해자인 남자 주인공에게 상처를 주는 캐릭터가 예뻐 보일 리가 없다. 차라리 대놓고 악녀라면 캐릭터의 성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자신만이 상처받은 양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칼날을 들이대는 여자 주인공은 받아들이기 더 힘들다.

 

이런 캐릭터는 손해 보는 캐릭터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캐릭터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드라마를 뛰어넘어 현실에서 남자를 가지고 놀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여성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더군다나 여주인공의 탈까지 쓰고 있는 이 캐릭터에게 시청자들은 더욱 이질감을 느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속물적인데다가 자기만 아는 캐릭터임에도 자신은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캐릭터가 왠지 드라마가 아니라 신세경 본인과 겹쳐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 답답함이 캐릭터 자체가 아닌 연기자로 향할 때 연기자가 짊어져야 할 짐은 생각보다 크다. 연기를 잘해서 그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짜증스러움의 극을 달리기 때문에 그 연기자와 겹쳐 보인다면 신세경에게 결코 플러스라고 할 수 없다.

 

신세경은 앞서 출연한 드라마 <패션왕>에서도 남자 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지탄의 대상이 된 전력이 있다. 물론 그 때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등의 복합적인 다른 문제가 존재 했지만 여자 주인공으로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는 결코 득이 될 수 없었다.

 

신세경은 <패션왕>에 이어서 이번 드라마까지 완벽하게 ‘비호감’ 여성을 연기하게 됐다. 여주인공에게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남들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매력일지라도 시청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뭔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세경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두 번 연속으로 매력은커녕 오히려 뒷목을 잡게 하는 짜증스러움만 존재한다.

 

매력은 마이너스요, 짜증만 플러스인 이런 캐릭터들이 신세경의 이미지가 되어가고 있다. 어느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맡게 된 신세경임에도 대중들이 그를 외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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