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1.

 

 

 


스포츠 경기의 승부를 예측하는 <예언자들>에 출연한 탁재훈. 탁재훈은 “(승부를) 되게 잘 맞힌다.”며 “그것 때문에 3년을 쉬었다”고 농담을 한다.

 

 

 


장면 # 2.

 

 

 


<SNL>에 출연한 닉쿤. 2pm 그룹 멤버들과 출연한 닉쿤은 과거의 자신에게 충고를 하는 콘셉트를 소화하는 도중 “술은 꼭 집에서 먹고 대리를 불러라.”라고 말한다.


장면 # 3.

 

 

 


<아는 형님>에 출연한 이수근과 탁재훈. 핸드폰을 들고 있는 탁재훈에게 이수근이 “휴대폰으로 다른 거 하는 거 아니냐. 다신 안 그러기로 하지 않았냐.” 며 농담을 건네자 탁재훈은 “설마 또 걸리겠냐.”고 받아친다. 이수근과 탁재훈 모두 불법도박 혐의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위 사례들 뿐 아니라 자숙기간을 거친 연예인들이 복귀할 때는 자신의 잘못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개그 소재로 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셀프 디스가 쿨하다고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숨기기보다 드러내고 스스로를 희화화 시키면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잘못을 감추고 더 이상 그 잘못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그 잘못의 정도에 따라 이런 장면들은 때때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를테면 탁재훈이나 닉쿤, 이수근이 저지른 잘못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불법도박이나 음주운전 모두 법에 저촉되는 일이고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을 마치 과거의 작은 실수인냥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동은 그 일 자체를 가볍게 넘기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잘못에 대한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행동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 잘못을 웃음거리로 만들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차라리 본인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던져지는 희화화라면 오히려 그 거부감이 덜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디스’라면 그 디스가 오히려 통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때때로 쿨하다기 보다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줄 수가 있는 것이 문제다.

 

 

 

  

과거에 얽매여 있기 보다는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반응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성숙한 태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그 잘못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은 뉘앙스는 다르다. 가벼운 잘못이나 실수일 때는 그 실수를 본인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재치있어 보일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불법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그 가벼움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런 잘못에 대한 풍자나 희화화는 예전 SNL의 사화·정치 풍자나 인물 풍자가 훨씬 더 재미를 담보해 호응을 얻었다. 본인들 스스로가 출연해 셀프 디스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출연자들이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의 행동을 흉내내고 그들이 한 발언을 비틀어 개그를 만들어 내는 것은 풍자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SNL은 연예인들의 희화화에 급급하다. 그리고 일일 호스토로 출연한 연예인들의 과거를 스스로 이야기 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주 재료로 삼고 있다. 때때로 그런 방식이 먹히기도 하지만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연예인들까지 자신의 과거를 당당히 희화화 하는 것을 두고 풍자라고 보기는 좀 힘들다. 풍자는 그 희화화로 인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그 안에 현실을 비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자신을 희화화 하는 장면은 면죄부를 받기 위한 포석에 더 가깝다.

 

 

 


 

‘셀프디스’는 잘 사용하면 분명 웃음 포인트가 되는 장면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셀프디스를 한다고 해서 그 희화화가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적절하고 잘 준비된 디스라면 그 디스는 유효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여기는 태도처럼 보인다면 그 셀프디스는 성공적이라 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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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새 예능 <예언자들>은  전문 방송인부터 전 축구선수, 스포츠 아나운서, 무속인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다수의 전문가들이 경기 결과를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들어 예측하는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출연하는 방송인 탁재훈이 논란이 되었다. 승부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사행성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이미 스포츠 토토등, 합법적인 도박이 허락되고 있고 스포츠를 활용한 불법 도박까지 판을 치고 있는 와중에 이 프로그램의 뉘앙스를 감지하기란 어렵지 않다. 여기에 도박으로 자숙기간을 가졌던 탁재훈이 합류하는 것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민우pd는 "사행성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탁재훈이 축구 마니아이기에 적절하다고 여겼을 뿐이다. (탁재훈이) 과거 불법도박에 연루된 적이 있으나 '예언자들'이 불법도박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굳이 축구마니아를 뽑고 싶었다면 다른 연예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굳이 도박혐의가 있었던 인물을 사행성을 의식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자. 축구 결과를 '예측'하고 '맞추는' 행위자체를 스포츠 도박에서 영감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프로그램의 의도 자체는 사행성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는 시선은 그런 인식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없다. 만약 프로그램에서 결과를 제대로 잘 맞춘다면 화제성은 있겠지만 얼마나 맞추느냐를 확률로 따지는 것 자체가 이미 스포츠 도박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탁재훈의 출연은 다분히 노림수가 있어보인다. 더군다나 탁재훈은 물론, 장동민처럼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인물들을 출연시키는 것 자체로 이 프로그램의 순수성은 의심된다.

 

 

 



과거의 잘못을 희화화 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때로는 쿨해 보일 수도 있다. 그 과거에 얽매여 있기 보다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한 태도는 맞다. 그러나 범법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그 과거를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때로는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특히 도박을 저지른 연예인들은 자신의 과거를 희화화 하는 것을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탁재훈이 휴대폰을 보자 이수근이 "전화기로 다른 거 하시는 거 아니죠? 다신 안그러기로 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 탁재훈은 "설마 또 걸리겠냐"고 받아치며 웃음 포인트를 만든다.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이다. 이런 장면이 가감 없이 방영되는 것은 그만큼 도박이 가벼운 일임을 은연중에 시사하는 일이다. 분명 우습기는 하지만, 도박에 대한 무게가 별거 아닌양 취급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아는형님>의 고정 출연자인 이수근 역시 불법도박에 연루된 적이 있으나, 종종 도박에 대한 농담을 스스럼없이 던지고는 한다. 그런 행동 자체가 자신을 낮추고 분위기를 유하게 만드는 행위처럼 묘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신이 잘못이 아닌 일이나 범법 행위가 아닌 일, 이를 테면 이혼이라든지 채무등은 본인 스스로 희화화 시켜도 큰 문제가 없지만 도박이나 음주운전등이 이런 식으로 농담거리로 사용될만한 여지가 있는 문제인가에는 좀 더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다. 만약 성범죄나 마약, 병역문제가 농담처럼 사용되면 어떨까. 아마도 그다지 편한 기분으로 TV를 시청하긴 어려울 것이다. 유독 가볍게 다뤄지는 도박에 대한 희화화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예언자들>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앞일을 예측하고 판단하며 그 판단이 얼마나 들어맞았는가를 예능 소재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탁재훈이 과연 전혀 도박과 상관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예능감을 뽐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본인은 이야기 하려 하지 않아도 다른 패널들의 농담을 받아쳐야 하는 부담감이 그에게는 있다. <예언자들>속 탁재훈이 그런 분위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행성 조장이 아니라지만, 이미 대중이 떠올리고 있는 단어는 스포츠 도박과 탁재훈이다. 그 두가지 단어로 연상되는 논란을 노리지 않았다면 제작진은 지나치게 순진한 사람들이다. 그정도 순진하다면 무속인까지 동원하여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항변해도 <예언자들>은 '도박'의 연상퀴즈를 이용하여 배팅을 했다. 그들의 그 도박이 성공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박을 가볍게 다루는 프로그램 속 분위기가 아쉬운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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