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가수들이 일반인과 팀을 이루어 노래를 부르고 300명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 <판타스틱 듀오>는 처음부터 ‘이선희’라는 카드를 써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려 했다.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전설, 이선희를 섭외한 것은 과연 화제성을 올리기에 가장 좋은 전략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선희는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이며 팀을 이룬 예진아씨와 함께 5연승을 달성했고, 명예졸업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5연승에 대한 느낌은 생각보다 씁쓸하다.

 

 

 

이선희가 5연승을 할 때 부른 이선희의 히트곡, ‘아름다운 강산’은 엄청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노래다. 사실 이선희보다 이 곡을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다. 이선희는 목상태를 이유로 ‘J에게’를 선곡하려 했으나, 듀엣을 같이 부르는 일반인, 예진아씨의 요청으로 ‘아름다운 강산’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름다운 강산’을 부를 때, 예진아씨가 보였냐는 지점이다. 이선희가 이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큼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목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터지는 가창력은 명불허전 이선희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노래가 진행되는 내내 예진아씨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차라리 이선희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이 무대의 퀄리티는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선희가 엄청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반박이 불가한 일이지만 그 무대가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춰서 ‘듀엣’의 무대로 승화되었느냐하면 그렇다고 하기 힘들다.

 

 

 

사실 <판타스틱 듀오>에는 뛰어난 일반인 실력자들이 등장했다. 이번편만 해도 바이브와 함께 바이브의 ‘다시 와주라’를 부른 ‘14살 고음대장’의 실력은 예진아씨의 그것보다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선희의 압도적인 실력차는 그런 실력을 묻어버리고, 5연승을 차지하게 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듀엣을 누구와 이루느냐는 물론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듀엣을 이루어 서로와의 호흡이나 조화에 방점이 찍히기 보다는, ‘이선희’ 같은 걸출한 가수의 실력에 대한 감탄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듀엣이 아닌, 프로가수의 실력만이 전부가 되어 버린 상황 속에서 프로그램의 취지는 퇴색되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인들의 실력이 눈에 띄지도 않고, 그들에 대한 화제성도 없다면 굳이 그들의 존재가 필요할 이유도 없다. 오로지 가수의 실력으로 승패가 갈린다면, 그것이 <나는 가수다>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듀엣을 이루어 한 노래에 대한 평가가 아닌, 프로가수에 대한 평가만이 전부인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은 <나는 가수다> 때 프로가수들의 피터지는 경연 속에서 느꼈던 피로를 다시 경험하고 있다.

 

 

 

5연승을 한 이선희의 성적은 당연한 결과다. 거기에는 어떤 의외성도 없고 특별함도 없었다. 전교 1등이 1등을 한 결과지를 받아든 것이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듀오>가 명맥을 유지하려면 차라리 14살 고음대장이 우승하는 편이 나았다. 그렇다면 가수가 아닌, 일반인에게 포커스가 더욱 옮겨갈 수 있고 의외성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의외의 실력을 보여주고 대단한 잠재력을 보여준 출연자가 단순히 이선희에게 졌다는 당연한 결과로 인해 다음 출연이 제한되는 상황은 도무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사실상 이선희는 가창력이 아예 없는 인물과 팀을 이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가수다. 그런 가수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은 물론 생기고 5연승을 하는 동안 이선희의 대단한 가창력을 보는 것 또한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지만 그 사이 옆에 서있던 예진아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판타스틱 ‘듀오’가 아니라 판타스틱 ‘솔로’가 되어버린 듀엣 경연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포커스가 가수에게 맞춰져 있는 한, <나는 가수다>의 리바이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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