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이 출연한다 하면 시청률이 보장되던 시절은 그다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현정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대한민국 대표 흥행 여배우였다. 비록 출연한 영화에 대한 성적은 아쉬웠으나 브라운관에서만큼은 고현정의 파워가 확인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첫회부터 2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봄날>이나 <대물>을 제쳐두고라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히트>, 고현정이 하차하자마자 10%이상 시청률이 떨어진 <선덕여왕>, 토크쇼지만 9%대라는 좋은 성적으로 출발한 <고쇼>까지, 고현정은 브라운관에서만큼은 시청률을 끌어 모으는 히트 상품이었다.

 

더군다나 고현정의 연기는 언제나 호평이었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가진 고현정의 이름값은 마치 철옹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고현정은 여전히 명불허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기에서 만큼은 그 어떤 불평도 불만도 나오는 것은 사실 이상하다. 그 정도 연기를 해내면서도 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배우는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여왕의 교실>은 6%대라는 낮은 시청률대로 출발한데 이어 2회로 넘어가면서 7%대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꼴찌다. 앞으로 상승가능성은 있지만 고현정이라는 브랜드에게는 낯선 수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현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고현정은 복귀하는 순간부터 <선덕여왕>으로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시킬 때까지만 해도 연기자로서의 호감도가 상당히 높은 인물이었다. 흥행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당연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고현정의 캐릭터가 드라마 캐릭터를 흡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고현정의 캐릭터가 <고쇼>등의 예능 출연으로 더욱 강화된 이유도 있지만 각종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인 고현정의 행보가 조금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있어서 김영현-박상연 작가와 호흡을 맞춘 <히트>나 <선덕여왕>정도를 제외하고는 고현정 자체에 매력을 느낄만한 캐릭터가 부재했다. <봄날>이나 <대물>은 초반에는 시청률이 높았지만 끝날 때까지 첫회 시청률과 기대감을 넘지 못했다. 특히 <대물>은 작가 교체등의 몸살을 앓으며 초반 캐릭터와 후반 캐릭터의 성격마저 달라지는 우를 범하며 여성 대통령이라는 설정을 납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드라마 캐릭터는 고현정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고현정 본연의 캐릭터가 점차 극대화 되는 과정이 호감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현정은 시청률을 만족시켰을지언정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는 못했던 <대물>로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거기서 훈계조의 말투를 사용해 구설수에 오르는 사건을 일으키며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를 갉아먹었다.

 

더군다나 <고쇼>는 고현정에 기댔을 뿐, 별다른 특징이 없는 토크쇼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고현정의 이름값에 비해 고현정의 활약이 미미하게 끝나며 고현정의 실패작이라는 오점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점점 고현정의 캐릭터는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것에서 지나치게 말을 함부로 하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그 수위를 조절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국 <여왕의 교실>제작발표회에서 고현정 특유의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아이들에게는 배울 것이 없다'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고현정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고 나자 <여왕의 교실>에 대한 기대감도 따라 감소했다. 경쟁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몰입도가 높은 탓도 있지만 고현정에 대한 호감도 하락역시 시청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여왕의 교실>은 일본드라마의 높은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직장의 신>과 마찬가지로 일본 원작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자잘한 다른 설정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2회까지 방영된 지금, <여왕의 교실>은 일본 원작의 내용을 90%이상 복제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런 까닭에 이 드라마는 일본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 <직장의 신>이 그러했듯, 원작의 시작과 끝을 그대로 따라가며 잔가지를 추가하는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하다.

 

 

하지만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결국 고현정이 맡은 마여진 캐릭터는 호평을 이끌 어 낼 캐릭터다. 고현정은 원작의 아마미 유키에 비해서 좀 더 표정도 다양하고 감정 표현도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카리스마는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고현정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고현정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캐릭터는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하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만큼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다. 더욱이 연기력이 기본이 되지 않는다면 16부 전반을 장악하는 이 캐릭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현정은 그동안 대부분 <선덕여왕>정도를 제외하고는 캐릭터보다 고현정이 더 위에 있었다. 그러나 마여진 캐릭터 만큼은 고현정을 지우고 마여진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고현정이 숨을 만큼 강하다. 초반이지만 벌써 고현정의 연기에 관한 칭찬은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보다 훨씬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강력한 캐릭터를 만나며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고현정 만큼은 빛날 수 있는 역할을 만난 것이다.

 

<직장의 신>의 김혜수가 그러했듯,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연기자에 대한 호감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의 고현정보다 실제의 고현정이 더 부각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고현정은 캐릭터 안에 자신을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벗게 했을지 몰라도 '연기의 여왕' 타이틀은 아직 유효함을 증명하며 고현정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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