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 온전히 드라마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의 중심은 연쇄 살인마의 정체’. 한 회를 놓치면 다음 회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결국 시청률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마을-아라아치의 비밀(이하 <마을>)>의 이야기다.

 

 

 

문근영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월 화요일은 <육룡이 나르샤>를 보고 수 목요일은 <마을>을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청률에 대한 갈망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영화 <사도>에서 부부 역할을 맡았던 유아인과의 관계를 빗댄 재치 있는 한 마디였지만 한동안 드라마 성적이 좋지 않았던 문근영이었기에 그 발언을 허투루 들을 수는 없었다. 동시에 문근영은 장르물을 좋아한다.”<마을>을 선택한 이유에 개인적인 취향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뚜껑을 열고 보니 <마을><그녀는 예뻤다>는 물론, <장사의 신-객주 2015>에도 밀리는 것은 물론 5%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면서는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을>은 문근영의 도전 정신만큼은 빛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마을>은 로맨틱 코미디도, 사극도 아니다.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그 사건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긴장감이 배가되는 미스터리극이다. 마을은 처음부터 촘촘한 이야기의 결을 설명해 나간다. 원어민 교사로 마을에 오게 된 한소윤(문근영 분)이 시체를 발견하고, 그 시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부터 왜 그 시체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가에 관한 궁금증을 배가시켜나간다. 이야기는 한 순간의 몰입도 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유입된 시청층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처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몰입 하며 드라마에 집중했던 시청자들이라면 <마을>은 충분한 긴장감과 놀람의 연속이다.

 

 

 

문근영은 이 과정에서 주인공 한소윤의 감정선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려운 표정과 겁에 질린 눈빛은 한소윤의 심리상태를 몇 마디의 대사보다 훨씬 더 적절하게 표현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근영은 자신이 온전히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선택하는 대신, 드라마의 일부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낸다. 그리고 문근영이 드라마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마을>을 처음부터 시청한 시청자들은 사건에 훨씬 더 집중하며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놓치지 않는 데는 문근영의 연기력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고 할 수가 있다.

 

 

 

문근영은 죽은 김혜진(장희진 분)의 죽음에 다가갈수록 초반 모든 상황을 무심하게 받아들이던 캐릭터에서 공포와 분노를 표현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문근영은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사건의 실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실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폐쇄된 공간처럼 느껴지는 아라아치라는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체는 순박하고 따듯한 시골 주민이 아니다. 김혜진의 죽음에는 모두가 책임이 있고 관련이 있다. 그들은 직접 김혜진을 죽인 범인은 아닐지언정 한 여자의 일생을 비참하고 절망스럽게 만든 공범들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범인 찾기 작업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을>은 한 마을에서 벌어진 따돌림과 배척. 그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은 비참한 여인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문근영은 그 안에서 그 이야기를 관조하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다. 이미 사람은 죽었고, 문근영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을 구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아픈 진실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도 문근영의 역할이다.

 

 

 

문근영은 안주대신 실험과 도전을 택했고, 그 실험과 도전은 시청률이나 화제성으로 보았을 때는 성공적이라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문근영에게 있어서는 배우로서 한 발작 나아가는 성장의 한 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도>에서도 비중이 적은 역할을 택했듯, <마을>에서도 문근영은 두드러지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커진 존재감은 문근영의 내공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의 시청률은 아쉽지만 문근영 같은 배우가 있기에 새로운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점에서 문근영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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