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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0 지루하게 멋부리는 [자명고], 처절한 실패


  물론 그렇다. 1회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우를 범하는 일일수 있다. 



 하지만 1회만 보고도 드라마의 이제 부터의 분위기를 예측하게  된다 하는 측면에 있어서 1회는 어느 회보다 힘을 쏟아야 함에 틀림이 없다. 



 어떤 분위기라도 상관없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가능성만으로 시청률 따위는 상관없이 명작이 될 수도 있다. 



 꼭 해외 촬영을 하고 돈을 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 이야기는 이제부터 보여줄 것이 더 많겠다'라는 그 가능성을 제시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명고]. 이후에 무슨일이 벌어질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SBS  자명고 홈페이지

 왕녀자명고 1회가 처절하게 실패인 이유

 일단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다양한 사건을 밑밥으로 던질 수도 있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시할 수도 있으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수도, 재미있는 유머로 사로잡을 수도, 독특한 캐릭터를 이용해 감정을 자극할 수도, 인물들간의 갈등을 첨예하게 대립시킬 수도 있다.

 이 중 [자명고]가 선택한 방식은 바로 '볼거리'와 '인물간의 감정선 대립'쯤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왕위를 놓고 호동왕자(정경호)와 그의 새어미인 송 매설수(성현아) 간의 갈등으로 인한 대립과 라희공주(박민영)과 자명공주(정려원)의 대립으로 긴장감을 높이려 한 것 같지만 긴장감은 커녕 오히려 지루하기만 했다.

 서로간에 날을 세우며 대립하는 모습이 첨예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며 진행됨에 따라 극의 활력을 전혀 주지 못했다.

 캐릭터들이 너무 진중하기만 한 것도 문제다. 분위기 전체가 무거운 마당에 숨을 돌릴 캐릭터들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활기차고 매력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멋부리는' 캐릭터들은 드라마의 톤을 한층 더 칙칙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두번째, 볼거리인 액션과 분명 공을 들였을 듯한 CG들도 여전히 스토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호동왕자가 낙랑공주 무덤에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많은 병사들을 한꺼번에 물리치는 장면은 차라리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멋있기 보다는 '말이 되냐?'는 생각이 먼저 들게 했다는 것은 그 전의 긴장감을 충분히 조성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호동이 난처한 상황을 좀 더 묘사하고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가까스로 빠져나가게 했어야 옳았다. 너무 쉽게 일당 몇십을 해치우는 그의 능력은 인간이 아니라 완벽한 신 같아서 긴장감이 하나도 없었다. 

 라희와 자명이 싸우는 모습도 지나치게 길었던 데다가 별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했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적절하게 끼워들기는 했으나 그 이상이 없었다. 둘 사이의 첨예한 감정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이야기일 뿐더러 왜 라희를 죽이는 것을 자명이 망설여야 하는지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 단지 호동과 삼각관계라는 것 뿐. 그 삼각관계의 감정선을 따라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구성은 시청자들의 머리만 이해시켰을 뿐, 감정을 동화시키지는 못했다.

 현재로 부터 과거로 회기하는 스토리 진행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이미 결과를 알고 보는 거나 마찬가지가 됨에 따라 그들의 비극적인 운명에 전혀 동조하지 못하게 해버렸다. 

 물론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스토리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그들에게 먼저 이유를 주고 그 이유에 따라 시청자들의 감정선도 따라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니라 일단 결론을 내고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득력 없이 보여줌에 따라 감정이 동할 이유따위는 없어져 버렸다. 

 일단 다음회 부터는 자명과 호동의 러브라인이 주가 될 듯 한데 그 것 만으로 이 스토리는 너무 빈약하다. 물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정치적 싸움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이지만 정치적 싸움이 이 1회와 같은 분위기라면 재밌기는 커녕 '칙칙하다.'

 이렇게 겉 멋이 든 채 매력적인 캐릭터도 설득력 있는 스토리도 없다는 것은 [ 자명고]가 실패를 부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퓨전 사극을 할 생각이었다면 좀 더 색다른 시도와 과감한 연출이 필요했다. 자신들의 운명에 아파하며 무게 잡을 줄 밖에 모르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들로, 지루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임팩트 있는 대립으로, 또한 결과가 궁금하지도 않은 화면 구성이 아니라 좀 더 호기심을 자극 시킬만한 다양한 사건들로 채웠어야 했던 것이다.

 일단 이야기 구성은 뜬금없이 진행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만한 그 무언가가 이 드라마에 있을까? 대답은 긍정적일 수 만은 없으니, [자명고]가 풀어야 할 숙제는 그리 쉽게 풀리지만은 않을 듯 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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