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JYP가 남다른 공을 들였던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백기’를 들었다.
2011년 말 미국 진출 확대를 위해 120만 달러(약 13억 9000만원)을 투자해 설립한 JYP Creative가 수익 악화를 이유로 1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방송 관계자들의 시선이 JYP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총체적 위기라는 극단적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체면 구긴 JYP의 미국 진출
흔히 SM, YG와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는 JYP는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꿈의 기획사’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명성과 달리 최근 JYP는 경영 실적 악화와 적자폭 확대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무리한 미국 진출은 JYP의 결정적 실책이었다. 들어간 돈은 많은데 정작 번 돈은 없는 전형적인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이다.
현재 JYP는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JYP 엔터’와 비상장사 ‘JYP’, 두 개의 그룹으로 운영되고 있다. JYP의 수장 박진영과 미스A 등이 JYP 엔터에 소속되어 있고 원더걸스, 2PM 등은 JYP에 소속되어 있는 형태다. 주력 그룹들이 대부분 JYP에 속해 있다보니 JYP 엔터는 매년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JYP는 미국 진출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엄청난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그간의 부진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JYP 그룹은 2009년 비상장사 JYP가 설립한 JYP USA를 시작으로, 2011년 말 JYP 엔터가 JYP Creative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고 안정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한식당 JYP Food에도 손을 뻗는다. 말 그대로 JYP 전체가 자존심을 걸고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건 셈이다. 그러나 JYP의 바람과 달리 이 세 개의 회사 모두 상당한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이 JYP Creative는 작년 한 해에만 17억 8천만원의 적자를 낸 채 문을 닫았고, JYP USA는 지난 3년간 무려 103억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한식당 운영을 위해 약 11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JYP FOOD 역시 작년에 14억 6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만큼 실망스런 성적표다.
게다가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야심차게 미국 진출을 선언한 원더걸스는 활동 3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고, 미국 데뷔를 준비했던 민과 임정희 또한 지금은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박진영이 5년 전부터 데뷔를 자신했던 지소울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큰돈을 들인 만큼 미국 진출의 교두보라도 마련했으면 좋았으련만 그 또한 허사가 된 셈이다.
욕심 버리고 내실부터 다질 때
더 심각한 것은 미국 시장에 신경을 쓰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대폭 약화됐다는 것이다. 주력 그룹인 2PM은 물론이고 원더걸스, Miss.A 등이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JYP 엔터는 지난해에만 영업손실 36억 6800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조권과 우영의 솔로 활동 또한 실패로 귀결되면서 근본적인 기획력 자체를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JYP가 믿을 사람은 수지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화 업계 진출을 위해 5억을 투자해 국내에 설립한 JYP 픽쳐스 역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인 영화 업계에서 JYP가 어느 정도의 실적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작년 12월 설립했기 때문에 성패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우세하다. 작년 7월, 박진영은 자신이 직접 주연을 맡은 영화 <500만 불의 사나이>에 3억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지만 예매율 0.3%라는 민망한 성적을 받아들며 큰 손해를 본 바 있기 때문이다.
JYP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막무가내 투자와 회사 설립, 이로 인한 경영 악화와 적자폭 확대가 계속 된다면 ‘국내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경쟁사인 SM은 작년 한 해 순이익만 605억(매출액 2400억)을 기록했고, YG 또한 순이익이 214억(매출액 1065억)에 달하고 있다. 주가는 JYP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적자를 내고 있는 JYP로선 SM, YG와 함께 거론된다는 자체만으로도 황송할 지경이 됐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무리한 확장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 내실부터 다시 다져나가야 한다. 2PM, Miss.A, 원더걸스 등 주력 그룹들의 인기를 끌어 올리고 박지민, 백아연 등 <K팝스타>로 인연을 맺은 가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영향력을 유지해야만 차후의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은 모험보다는 안정적 재무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박진영의 ‘영원한 꿈’인 미국 진출 또한 지금은 시기상조다. 그의 도전 자체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여태 쌓아올린 기반을 모두 무너뜨릴 만큼 미국 시장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원더걸스 같은 걸그룹이 과연 미국에서 먹힐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음악을 하지 말고 국내 팬들을 위한 음악이 필요하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왜 인기 있었는지를 곰곰이 되새겨 보길 바란다.
지금 JYP는 분명한 위기의 기로에 서 있다. 객관적인 경영 지표가 이것을 정확히 말해준다. 결국 이 위기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JYP의 미래 역시 결정될 것이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 기획으로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일을 밀어 부치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 위기의 JYP는 과연 박지윤, god, 비, 원더걸스 등을 거느렸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자못 이 기획사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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