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원더걸스가 컴백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온라인 음원차트가 들썩거리고 있음은 물론, 이번 앨범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줄을 잇고 있다.
잘만하면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며, 국민 걸그룹의 위상을 다시 세울 호재가 될 듯 하다.
사실 원더걸스의 이번 컴백은 그리 전망이 밝지 못했다. 가요계 전반적인 분위기도 원걸의 컴백에 그리 호의적인 입장이 못되었고, 대중의 여론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오랜 미국생활로 인해 국내 팬베이스가 많이 무너진 상태에서 과연 원더걸스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텔미]-[소핫]-[노바디]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그대로 사장될 것이란 극단적 의견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원더걸스 컴백 이전, 이후로 각종 라이벌 걸그룹들의 노래가 쏟아져 나왔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소녀시대를 필두로 시크릿, 씨스타, 타이라 등이 줄줄이 컴백을 선언했다. '한물 간 스타' 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원더걸스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영원한 라이벌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소녀시대와의 맞대결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구도였을터다.
한 때 가요계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원더걸스였지만 오랜 미국생활은 그들의 팬베이스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공고했던 팬층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영원할 것만 같던 원걸 제국은 한 순간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를 틈타 소녀시대가 [Gee]를 시작으로 [소원을 말해봐][오][런 데빌 런][훗] 등을 연이어 메가히트 시키며 국내 최정상 걸그룹의 자리를 쟁취하자 원더걸스의 국내입지는 더더욱 초라해졌다.
원더걸스가 미국으로 떠난 이래 한일 양국에서 말 그대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던 소녀시대의 위상은 현재의 원더걸스가 감히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 되어 있었다. 여기에 [아브라카다브라] 신드롬으로 국민적 인기를 구가한 브라운 아이드 걸스, 신예 걸그룹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시크릿과 씨스타와의 대결 역시 원더걸스에게는 잘해봐야 본전, 밑지면 쪽박인 최악의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상황이 재밌게 돌아갔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식스센스]가 대중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주저 앉고, 소녀시대가 미국 진출을 위해 만든 [더 보이즈]를 들고 나와 예전과 달리 뜨뜻 미지근한 반응만을 얻고 만 것이다. 시크릿의 [사랑은 무브] 역시 대중의 큰 사랑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걸그룹들의 컴백이 줄줄이 '중박' 정도에 머무르면서 원더걸스의 컴백은 숨 쉴 틈이 생기게 됐다. 브아걸, 소녀시대, 시크릿 중 한 팀이라도 전작에 버금가는 '대박' 작품을 들고 나왔더라면 원더걸스의 컴백은 아마 큰 차질을 빚게 되었을터다. 허나 하늘이 도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처럼 오히려 이 세팀의 부진이 원더걸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고, 그녀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역전홈런의 기회를 쟁취한 셈이다.
결국 원더걸스는 7일 음원을 발표하며 '원걸천하'의 부활을 선포하고 나섰다. 거의 모든 차트를 '올킬' 하다시피한 그녀들의 컴백은 온라인 음원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며 국민 걸그룹의 위상이 허명이 아니었음을 증명시켰다. 특히 미국 진출로 인해 와해되었던 팬층이 다시 공고히 결집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1인자 걸그룹인 소녀시대와 전열을 가다듬고 '맞짱'을 뜰 만한 저력도 생기게 됐다. 흥미로운 구도가 아닐 수 없다.
타이틀 곡 [Be My Baby]는 원더걸스 특유의 복고 리듬을 탈피해 새로운 느낌과 형식을 담아낸 곡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이미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Me, In]과 [Nu shoes] 역시 폭발적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한다면 앨범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게 연예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추세를 지켜봐야겠지만 예상 외로 굉장한 '컴백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앨범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점령할 수 있다면 최근 몇 년간 철저하게 구겨지고 짓밟힌 원더걸스의 자존심도 제대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녀시대, 브아걸, 시크릿 등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명예로운 훈장까지 얻게 된다면 향후 그녀들의 활동이 훨씬 안정적이 될 것이란 것도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퀄리티 높은 앨범과 귀에 착 감기는 노래들로 중무장한 원더걸스는 "가수는 변신이 아니라 발전하는 것" 이라는 박진영의 말처럼 오랜만에 비장한 각오로 국내 무대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7일 컴백 하루만으로 이미 9회말 2아웃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들이 향후 활동을 통해 어떤 식으로 '국민 걸그룹'의 위상을 되찾아 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썩어도 준치, 역시 원더걸스는 원더걸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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