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아까운 건 연기 뿐.”

 

 

 


죽기 전, 연합뉴스와 마지막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배우 김영애는 그렇게 말했다. 죽는 순간에도 연기자였던 김영애. 김영애라는 인간의 삶에는 여러 차례의 굴곡이 있었지만 그의 연기만큼은 굴곡없이 항상 인상적이었다. 한 배우에게 그런 굴곡없는 연기를 볼 수 있단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마지막 작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마칠 때까지 김영애는 자신이 맡은 바를 뛰어넘어,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이 대중의 뇌리에 남는 연기를 펼쳐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삶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변화하라.

 

 

 

 

 

 

 

"누구의 엄마보다는 배우 김영애로 보이는 역할이 많았고, 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이 많았죠. 그것이 사실 배우로서는 복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Osen인터뷰, 2009)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의 역할은 ‘누군가의 엄마’로 한정되기 쉽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들고 한정되는 것은 배우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김영애 역시 ‘엄마’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지만, 김영애라는 배우는 ‘국민 엄마’ 같은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 그룹 최대 주주인 철의 여인으로 분할 때도, <황진이>에서 최고의 춤꾼 백무로 분할 때도, 영화 <카트>에서 비정규직의 현실을 처절하게 보여줄 때도 김영애는 ‘엄마’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엄마로서가 아니라 그 곳에 꼿꼿이 선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거기 있다고 소리칠 줄 아는 배우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엄마이기도 했다. 영화 <애자>나 <변호인>에서 김영애는 철저히 엄마로서의 모성애를 보여준다. 그러나 누군가의 엄마여도 그 애처로움과 슬픔을 처절하게 표현해 낼 줄 아는, 김영애는 엄마도 인간이라는 진리를 깨우쳐주며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긴장감의 정점에 서 있었다. 백 편이 넘는 작품을 할 동안 김영애는 한 번도 규정된 적이 없었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완벽하게 표현해 낼 줄 아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철저한 갑에서부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밑바닥까지 포괄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의 다양한 이미지의 변화는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역할에 들어맞는 타고난 연기자였을 것 같지만 그에게도 캐스팅 논란은 있었다.

 

 

 


"시대극 '형제의 강'이 1996년 작품인데, 내가 도회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미스 캐스팅이란 소리가 나왔어요. 나한테는 연기의 폭을 넓힌 작품입니다. 어머니상을 구축한 작품이고요. 작품도 좋았고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연합뉴스 인터뷰)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김영애는 드라마 <형제의 강>에서 편견 섞인 시선에 직면했지만 드라마가 끝날 때 쯤엔 김영애는 가장 큰 감동을 준 배우 중 하나로 기억된다. ‘어머니’로서의 역할 역시 김영애에게 있어서는 나이듦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또다른 변신이었던 것이다.

 

 

 


정체되지 않고, 어느 역할이든, 어느 곳에서든 마다하지 않은 연기의 열정이 그를 귀부인으로, 춤꾼으로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국밥집 아줌마로, 또 엄마로 만들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배우의 메시지는, 우리에게도 정체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겸손하라.    

 

 

 

 

 

 

“배우는 이미 한번 만들어진 것에 옷을 입히는 역할이에요. 그런데 작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배우들은 겸손해야 합니다. 운 좋게 좋은 배역 만나서 명예를 얻는 거잖아요. 배우가 그리 잘났나? 아니에요. 좋은 배우, 좋은 역할은 모두가 같이 만드는 거에요. 그러니 늘 겸손해야 해요." (연합뉴스 인터뷰)

 

 

 


최고의 연기를 펼쳤던 작품 <황진이>에 대해 말하며 연기를 못할 까봐 두려웠다고 밝히며 김영애는 이렇게 말했다. 주인공 ‘황진이’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보였던 연기자가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아닌 두려움으로 출발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항상 새로운 대본을 받고, 이전에 했던 타성에 젖은 연기가 아니라 새로운 연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낮은 자리에서  노력하는 자세가 김영애의 완벽한 연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대배우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잘났다고 교만하지 않고 모두와의 조화를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놓은 김영애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주목 받는 연기를 펼친 것 조차 자신이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게’ 좋은 배역을 만나 명예를 얻은 것이라는 김영애. 성공을 거머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과 힘을 과신하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행운이 있었음을 잊지 않는 것. 그런 겸손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아라.

 

 

 

 

 

김영애가 마지막 작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찍을 당시에는 이미 췌장암이 재발하여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연기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김영애는 “연기만이 나를 살게 한다”고 말하며 <월계수> 출연을 강행했다. 사망 두달전인 2월까지도 촬영에 매진한 것이다.

 

 

 


 

이후 김영애는 2015년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췌장암이 재발해 <부탁해요 엄마> 출연을 포기한 것도, 3~4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영애는 연기에 대한 집념과 열정으로 2년을 더 살아냈다. 이후에도 <닥터스> <마녀보감>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만 살아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던 그는, “몸부터 챙기라”는 주변의 걱정에도 “연기 안 할 때 아프고, 오히려 연기할 때는 몸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김영애의 후배 이정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애가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당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드라마 같진 않구나'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영애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현실과 이야기 속의 죽음이 같을 수는 없다. 김영애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한 연기를 되돌아 보았다.

 

 

 


이정은은 이어 "죽음을 앞에 두고도 선생님은 '내 연기가 부족했구나'라고 하셨다"며 김영애개 "죽는 순간까지도 연기를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죽는 순간까지 연기자로서 삶을 마감한 김영애. 안타까운 것은 연기뿐이라는 그의 말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불사르는 모습에 신도 감동해 그에게 2년이라는 삶을 선물로 준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삶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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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과 조윤희의 열애설이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바로 얼마 전까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월계수>)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기에 실제 커플로 이어진 상황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축하한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김없이 등장한 이름이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동건과 공개 연애를 이어갔던 그룹 티아라의 '지연'이었다.

 

 

 

 



지연과 이동건의 결별이 발표된지 약 두 달만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그 시기에 대한 설왕설래도 오고간다. 누가 누구와 헤어지자고 했느냐는 사안도 관심거리다. 이동건의 나이가 올해 38세로 결혼적령기를 넘어선 만큼, 결혼 가능성 또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혼을 위해 지연과 헤어지고 조윤희와 만난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돈다. 열애설 한 번에 과거 연애 경력부터 결혼 여부까지 대중의 관심이 확장된 것이다. 그동안 몇 번 공개연애를 했던 이동건이었기에 이런 반응은 더욱 과장되어있다. 어쩌면 연예인으로서 대중에게 공개된 사생활의 일부를 감당해야 하는 일면을 보여주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가 심해질 경우다. 대중의 추측으로 끝나지 않고 매체에서도 '지연과의 결별시기'에 관심을 보인다. 공개 연애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공개연애를 시작하면 출연하는 인터뷰나 예능에서 연인에 대한 질문을 필수적으로 받게 된다. 어디까지나 사생활인 영역임에도 그들이 답변을 거부하거나 언급을 피하기 힘들다. <월계수>가 한창 방영중인 지난해 10월 29일에 예능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이동건 역시 그런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런 관심의 중심에 놓여있다가 헤어지게 되는 것은 또 다른 관심을 촉발한다. 결별기사가 공식적으로 등장해야 하고 결별에 관한 대중의 평가에 직면해야 한다. 혹여나 이 과정에서 결별의 이유가 과장되면, 한쪽의 책임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연애는 둘만의 일이고 제 3자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공개된 연애는 그 속사정을 모르면서도 이야기하는 시선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결별 이후에도 그 사람의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걸스데이의 혜리와 친하다는 여성 게스트의 말에 토니의 당황한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옆에서 조세호는 "괜찮다"며 토니를 위로하고 토니는 "괜찮다고 하니까 더 이상하다."며 발끈한다. 작년 10월 방송된 프로그램 <예능인력소>의 한 장면이다. 연애가 공개된 후, 시간이 많이 흐르고 결별까지 발표되어도 여전히 전에 교제했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과거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재등장하고 다시 관심이 집중된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일일 진행자로 김종민이 등장했을 당시에도 "전에 탤런트랑 사귀지 않았냐."고 대놓고 묻는 엄마 출연자들의 질문에 당황하는 김종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분명 예능적인 재미가 어느정도 있는 장면이지만, 헤어지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언급되는 게 열애설이다. 그만큼 공개연애는 그 파장이 너무나도 길다. 

 

 

 



그렇다고 공개 연애를 안하기도 힘들다. 최근에는 파파라치 성격의 매체등이 늘어나고 연예인들의 연애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연예인들의 공개연애는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당당히 열애 사실을 공개하는 연예인들도 늘어나고 있고, 연애가 들켜서 공개되는 경우에도 열애설을 부인하기보단 인정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뻔한 사실을 아니라고 하는 것 보다 당당히 밝히는 것이 훨씬 더 '쿨'해 보이기도 한다.

 

 

 

 


예전보다는 훨씬 연예인들의 연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대해 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열애설은 부담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사람을 사귀고 헤어지는 일은 잘못이 될 수 없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바람둥이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황정음의 경우, 열애가 발표되고 곧 결혼계획이 발표되자 10년간 사귀었던 김용준과의 열애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용준과 함께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여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던 황정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10년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유로 오고간 각종 추측은 정도를 지나쳤다. 이런 추측들은 김용준도 따로 열애를 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사그러들었다.

 

 

 


이처럼 공개연애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일반인의 경우 연애를 끝내고 다른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연예인의 경우는 수많은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일반인 조차 '잊혀질 권리'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될 정도다. 과거 인터넷에 올렸던 글의 흔적들이 한 사람을 평생 따라다니는 일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삶도 이정도라면 대중 노출도가 더 큰 연예인들의 삶은 그 강도가 더 심할 수 있다.

 

 

 

 


공개 연애를 시작하면 중간 중간 연애 상황을 TV앞에서 보고해야 하고, 결별할 때도 큰 관심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연애를 시작할 때조차 전 연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피할 수도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방송에서도 가끔씩 유머로 활용되는 상황도 있다. 유명인이라고 하여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때로는 너무 가혹하다. '예의'를 지켜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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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월계수>)의 네러티브를 책임지는 것은 주인공인 이동진(이동건 분)-나연실(조윤희 분) 커플이 아니다. 초반에는 코믹함을 담당한 복선녀(라미란 분)-배삼도(차인표 분) 커플이 드라마의 중심을 잡았고 중반 이후에는 테마곡의 제목을 따서 ‘아츄커플’이라는 애칭이라는 이름이 붙은 민효원(이세영 분)-강태양(현우 분)의 인기가 드라마를 견인하는 축이었다.

 

 

 


드라마 메인을 담당해야 할 커플인 이동진-나연실 커플의 이야기는 사실 시청자들에게 그리 궁금한 요소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나연실의 답답한 캐릭터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요소였다. 결혼식을 하던 도중 감옥에 잡혀 들어간 남편과는 아직 혼인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지만, 시어머니의 갖은 부당한 요구에 속수무책이었던 그는, 어쩐 일인지 자신을 도와주려는 이동진에게는 뻔뻔하게 할 말을 다하는 캐릭터였다. 정작 말을 해야 할 곳에서는 눈물만 뚝뚝 흘리는 답답한 모습을 보이다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날이 선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시작하지만 그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은 지나치게 진부하여 마치 90년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시대가 변했고,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답답함과 착함을 동일선상에 놓지 않는다. 오죽하면 ‘고구마’와 ‘사이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을까. 답답하고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출발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고구마’를 먹을 때처럼 꽉 막힌 느낌을 선사할 뿐이다. 이동진과 나연실 커플이 바로 그 ‘고구마 커플’이었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랑하게 되지만 그들의 사랑은 드라마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 드라마의 기둥인 주인공 커플 캐릭터의 붕괴다. 

 

 

 


그들의 자리를 대신 채우는 첫 번째 커플이 바로 복선녀-배삼도 커플이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이 커플의 캐릭터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양복점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배삼도와 그를 반대하다가 결국 그를 따라 나서는 복선녀라는 설정으로 갈등을 전개시키고, 이 과정에서 다소 억척스러운 복선녀와 그런 아내에게 쩔쩔매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못하는 배삼도라는 캐릭터를 활용하여 코믹하고 개성적인 커플을 완성시켰지만 후부가 되자 이동진-나연실 커플과 마찬가지로 ‘고구마 커플’이 되었다.

 

 

 


 

배삼도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첫사랑은 일단 배삼도의 캐릭터를 비호감으로 만들었다. 물론 실질적으로 바람을 피웠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아내를 두고 자신의 첫사랑의 일을 도와준다거나, 몰래 만난다거나 하는 행위는 치졸하고 비겁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복선녀에게 먼저 이혼서류를 건네는 배삼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아무리 진심이 아닌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아내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남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 커플에게서 더 이상 코믹함을 느낄 수 없었다.

 

 

 

 


복선녀의 캐릭터도 ‘불치병’ 설정을 너무 지나치게 끌어 답답함을 선사했다. 자신이 불치병이라 생각한 복선녀는 수회에 걸쳐 고민하고 방황하다 끝내 영정사진을 찍고 오열하고 만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 장면에서 복선녀를 불쌍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너무 지나치다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복선녀는 불치병 확진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아무리 자신에게 중증의 병이 의심된다 하여도 병원에서 검사도 제대로 받아보지 않은 성이 여성이 무턱대고 영정사진부터 찍는다는 설정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이는 작가가 불치병이라는 소재를 임신 등, 다른 방향으로 틀기 위해 쌓아두는 포석처럼 보인다. 다소 뻔한 설정을 하나의 해프닝이나 에피소드가 아닌, 몇회에 걸친 주요 사건으로 다루는 작가의 치밀하지 못한 전개 때문에 복선녀는 불쌍하기 보단 성급하고 궁상맞은 캐릭터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런 캐릭터의 붕괴 속에 그나마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아츄커플’이다. 그러나 이 커플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끊임없이 들이대는 민효원과 점잖기만한 강태양이라는 설정의 반복은 피해갈 수 없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느껴지는 피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력적이어야 할 캐릭터를 매력적이지 못하게 그리고, 매력적이던 캐릭터들 조차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월계수>의 후반부는 위태롭다.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들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해피’하기보다는 짜증스럽다면 그 이야기에 문제점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좋은 배우들과 캐릭터를 가지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야기의 흐름이 아쉽다.  그리고 끝으로 의문이 하나 남는다. 양복은 대체 언제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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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의 전성시대다.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가장 주목받는 감초 배우가 된 라미란은 씬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예능까지 도전한 라미란은 ‘만능 재주꾼’의 이미지까지 더하며 명실상부 조연계를 평정한 몇 안되는 40대 여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

 

 

 

 


라미란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후였다. 그 전에도 착실히 본인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으며 성장하는 배우로서 주목받았지만, <응팔>에서 ‘치타여사’의 캐릭터는 라미란의 '인생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이 넘치면서 쌍문동 여사들의 리더격으로서 등장인물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다해낸 라미란은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자연스러움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켰고, 이는 라미란의 배우로서의 주가가 폭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라미란은 <응팔>에 출연한 중견 배우들을 통틀어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올랐다.

 

 

 

 


 

현재 라미란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 <월계수>)과 <막돼먹은 영애씨>(이하<막영애>)에 동시에 출연하며 그 주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 초반부터 지금까지 <월계수>에서 가장 이야기의 주목도가 높은 인물이 바로 라미란과 차인표가 연기하는 복선녀-배삼도 커플이다. 그들은 메인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이동진(이동건 분)과 나연실(조윤희 분) 보다 훨씬 더 눈에 띄는 존재다. 일단 그들은 <월계수>에서 코미디를 담당하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예상이 가능하고 진부한 메인 커플 보다 훨씬 더 감각있게 진행된다. 양복점이나 임신을 둘러싼 그들의 갈등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동시에 이야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과정에서 라미란은 코믹한 모습부터 비굴한 모습, 분노와 눈물연기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해낸다. 감정의 진폭을 가장 극명하게 넘나드는 캐릭터를 표현해 내면서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가는 라미란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라미란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떠받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주인공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연기력과 개성을 보여준 예가 되기 때문이다. 조연을 맡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시청률이나 화제성에 대한 부담감은 적으면서도 자신이 맡은 역할의 존재감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역량을 선보인 것은, 그의 진가를 다시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 라미란이 <막영애>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라미란은 <막영애> 시즌 12에 처음 출연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상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영애>는 정극이라기 보다는 시트콤에 가까운 드라마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 역시 신인 혹은 주목도가 크게 높지 않은 배우들이 주를 이룬다. 더군다나 촬영 시기가 <월계수>와 겹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미란은 <막영애>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라미란은 오히려 <막영애> 제작 발표회에서 “주말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스케줄이 많긴 하다. 사실, 1년 계획에 '막영애'가 제일 우선순위다. 내가 짤리지 않는 한 하고 싶기 때문에 일정을 먼저 빼놓은다. 현재 다른 프로그램도 촬영 등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말하며 <막영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라미란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막영애>에서도 라미란은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범상치 않은 역할을 맡는다. 아줌마 특유의 화법으로 직장 동료에게 상처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진상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그를 덮어놓고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워킹맘으로서의 애환과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떠는 인간적인 모습이 복합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라미란은 실제 ‘워킹맘’으로서, 누구보다 공감가게 역할을 표현해내는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막영애>에서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라미란이 아니면 극중 ‘라미란’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배우는 없다.

 

 

 


라미란이 맡은 역할들에는 페이소스가 있다. 웃음이 넘치다가도 한 순간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진정성에 공감이 가게 만든다. 라미란은 코미디를 연기할 때도 넘치지 않는다.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그의 탁월한 재능이다. 그의 연기에 함께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것 또한 그의 자연스러운 표현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표현력에 라미란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문에 조연이면서도 주연보다 주목받는 ‘씬스틸러’ 라미란의 전성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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