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상류사회>의 메인 줄기는 최준기(성준)와 장윤하(유이)에게 집중되어 있다. 야망을 품은 가난한 남자 준기와 재벌로 태어났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여자 윤하가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한 갈등 관계가 부각되며 드라마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들은 드라마 전반의 스토리에 가담하고 있지만 주연으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는데 실패했다. 순수한 사랑보다는 지나치게 야망에 물든 남자 주인공이나 아무리 무시를 받고 자랐다지만 재벌 딸로서 살아가는데 대한 혜택을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는 답답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문제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만큼 흡입력이 없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 커플의 스토리가 아니라 유창수(박형식 분)와 이지이(임지연 분)의 러브라인이다. 이 러브라인이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유창수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에 비해 가볍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릭터 자체의 매력 보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유창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형식의 연기력에 있다. 유창수는 싸가지는 없지만 내 여자에게는 다정한 전형적인 재벌 2세다. 수없이 동어반복되어온 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박형식이다. 박형식은 자신만의 개성을 통해 이 배역의 매력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사나이>로 주목 받은 기회를 날려 버리지 않고 아이돌이라는 편견마저 지워버릴 만큼, 그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상반기 드라마에는 이렇게 유독 주연보다 눈에 띄는 조연들이 많았다. 주연만큼, 때로는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사랑을 받은 것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이끄는 있는 것은 작가와 연출의 힘이 크지만 주연 배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평범한 캐릭터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신스틸러가 될 수도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은 한정호(유준상)-최연희(유호정) 부부였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의 존재감은 주연으로써 손색이 없었지만 <풍문>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그들은 바로 비서나 가정부로 등장하는 조연들이다. 보통 비서나 가정부들은 드라마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부수적인 역할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들 하나하나에 캐릭터가 설정되었다. 철저히 감정을 숨기지만 사실상 푼수같은 매력이 있는 이비서(서정연)이나 한정호의 로펌에서 일하는 양비서(길해연), 그들의 비서로 일하면서도 칼을 꽂을 준비를 하고 있는 민주영(정소연)등은 이 드라마에서 각각의 개성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며 감초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어떤 장면에서는 주연급 배우들 보다 더한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앵그리 맘>의 고복동(지수 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였다. 그는 문제아지만 가슴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는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안동칠(김희원 분)의 말에 복종하며 그가 시키는 악행을 저지르지만 주인공 조강자(김희선 분)을 좋아하게 되며 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입체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주인공인 박노아(지현우 분)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수는 거의 대중앞에 처음으로 눈도장을 찍는 것이었음에도 불구, 주목할만한 신예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의 권재희(남궁민 분)역시, 이런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해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이코 패스 역할을 맡아 섬뜩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민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찬탄을 이끌었다. 어떤 면에서는 주인공 최무각(박유천)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궁민의 연기력만은 이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재평가되었고 그는 연기의 자신의 연기의 스팩트럼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이뿐이 아니다.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의 이주승(이주승 분)은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드라마의 미스터리 요소를 담당하며 확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주승은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고 연기함으로써 그에게 쏟아지는 주목도를 높였다. 그는 나중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그 비밀을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만큼,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역시 주연배우다. 그러나 때로는 주연배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극을 살리거나, 제 역할을 다한 주연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조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치며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다. 연기자는 연기를 잘 할 때, 가장 돋보인다는 진리다. 좋은 연기자가 좋은 캐릭터를 만날 때, 주연이든 조연이든 할 것 없이 시청자는 언제든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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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은 처음부터 블랙 코미디를 내세우며 독특한 분위기로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서 인간관계를 단순하게 선악구도나 갑을관계로 나누지 않고 그 관계의 전복과 속물근성을 제대로 꼬집어 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풍문>이 가진 힘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것은 캐릭터에 공감가기 힘든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문>이 초반에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한정호(유준상 분)과 최연희(유호정 분)로 대표되는 절대 갑의 세계를 뻔하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갑도 갑대로의 사정이 있고 그들 역시 인간적인 속물일 뿐이라는 묘사는 그동안 절대 갑을 절대 악과 동일 선상에 놓은 드라마들과는 명백히 차별화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절대갑에 대항하는 을들의 반란에 초점이 맞춰지며 이야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삐걱대는 이야기의 시발점은 한정호와 지영라(백지연 분)의 러브라인이었다. 지영라의 유혹에 넘어간 한정호의 이야기가 잘 나가던 드라마에 갑자기 등장한 불륜코드로 신선함보다는 식상한 설정에 가까웠다는 지점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이후 긴장감을 불어넣고 이야기의 전개를 비틀려는 의도만큼은 인정해 줄만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이후에 생겼다. 한정호의 아들은 한인상(이준 분)과 그이 며느리인 서봄(고아성 분)의 반란에 공감이 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평범하지 않고, 그래서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의 주제 역시 정의로운 ‘척’ 하는 갑과 그에 반항하는 을들의 모습 속에서 보이는 이율 배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을들은 갑이 제공하는 혜택은 모두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갑의 부당함에 반기를 들려고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 딱딱하고 삭막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모습 속에서 코믹함과 개연성을 모두 잡았던 처음 과는 달리, 이제는 아예 대놓고 결탁하는 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 혹은 월급을 받는 직장에서 쉽게 그 부당함을 주장하고 그 최고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 공격의 주체가 이제까지 모든 혜택을 입고 또 집에서 쫒겨나지는 않을까 걱정까지 하는 그 집안의 자제라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다.

 

 

 

정의로우려면 정의를 주장하는 만큼의 행동력이 있거나, 편안한 삶을 지향하려거든 그 정의로움을 어느정도는 꺾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물론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자신에게 그런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반기를 들고 공격을 감행한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갑의 횡포인가. 아니면 그 횡포를 응징하려는 을의 반란인가.  그러나 을의 반란은 전혀 통쾌하지도, 공감가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의 행동 역시 갑이 제공하는 편안하고 호화로운 생활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집안의 자제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꿈꿀 수도 없는 반란인 것이다. 한마디로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에 행해지는 반란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아니,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이야기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어서라기 보다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만한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풍문>은 을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래도 <풍문>이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인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행동 양상 때문이었다. 그들은 갑의 위치를 이용하고 싶어하면서도 자존심은 채우고 싶어했고, 그런 이중적인 마음은 바로 우리 안의 치부를 들키는 것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산 한인상과 권력의 맛에 심취해 가고 있는 서봄이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주체가 된다는 설정은 쉽게 공감하기 힘든 비현실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불륜코드와 유부남을 꼬시는 친구인 장현수(정유진 분), 그리고 장현수를 위해 서봄과 한인상을 이혼시킬 계획을 세우는 지영라의 모습은 베베꼬인 막장 공식으로 흐르는 느낌만 다분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어느새 코미디는 사라졌고 어둡고 음습한 블랙의 향기만 가득 남았다. 블랙 코미디는 어두운 느낌 속에서도 한 방의 웃음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초반의 <풍문>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이제 <풍문>속에서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등장인물의 행동 양상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관관계 뿐이다.

 

 

 

이것이 정말 초반의 <풍문>의 기획 의도였을까. 갑과 을의 관계의 전복속에서 공감을 이끌어 낸 초반의 스토리에 비해서 지금의 <풍문>에는 공감가는 상황 설정이 사라지고 있다. 그 공감대를 다시금 이끌어 내는 것이 <풍문>후반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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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에는 악역이 없다. 언뜻 악역처럼 보이는 한정호(유준상 분)-최연희(유호정 분) 커플도 알고 보면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귀족으로 살았기에 귀족의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에 공감된다는 것은, <풍문>이 단순한 ‘갑질 비판’이라거나 ‘서민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가 아님을 보여 준다.

 

 

 

오히려 <풍문>이 보여주는 것은 철저히 갑의 위치에 있는 재벌가에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면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 양상이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을의 입장에 있는 서봄(고아성 분)의 가족들은 갑에게 자존심은 세우고 싶지만, 이익은 포기하기 싫은 을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대놓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주는 것은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서민의 현실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갑보다 더 치사하고 치졸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그 옹졸함은 누구도 피해가기 힘든 우리 안의 속물근성이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구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해주지 않는 갑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서봄의 집안은 갑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에 씁쓸하면서도 섣불리 손가락질을 하기 힘든 이유다.

 

 

 

<풍문>에서 갑은 을과의 신분차이를 항상 강조한다. 이제 막 자신의 세계로 편입한 서봄과 그들도 철저히 분리시켜야 마음이 놓인다. 서봄은 그들의 기대에 점차 부응해 나가면서 그 신분 차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알력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용하는 서봄의 모습은 일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비서의 비밀연애사실을 빌미로 조근 조근한 말투로 협박 비슷한 발언을 한다든가 서봄의 재벌 세계 편입을 결혼을 서류 한장의 힘으로 폄하하며 뒷말을 하는 비서에게 "서류가 중요하긴 하다, 선생님과 결혼하면 사모님이라 부를것"이라며 일갈하는 모습은 도저히 20살의 어린 여성의 행동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고 영리하다.

 

 

 

서봄은 자신의 위치를 놀랄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상류 사회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상류사회를 이룬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발자취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위치에 서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사법고시만 붙는다면 완벽한 재벌가 사람으로 거듭날 상황이다.

 

 

 

여기서 걸림돌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이 아니다. 오히려 서봄처럼 현명하게 그 지위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봄의 가족들이다. 서봄을 미끼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서봄의 아빠와 서봄 처럼 되고 싶어서 재벌가 자제와의 하룻밤을 결정하는 서봄의 언니 서누리(공승연 분)의 모습은 갑의 횡포보다 어쩌면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모습이다.

 

 

 

서봄의 현명한 자기 위치 찾기의 과정조차 통쾌하기 보다는 영악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을들의 삐뚤어진 욕심이 부각되는 것은, 상류사회에 대한 비난과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마음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을에게 돈과 권력이 주어졌을 때, 일어나는 일은 어쩌면 갑보다 더한 횡포일 수 있다는 점을 서봄과 서봄의 가족들은 보여준다.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와 언제 이 권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힘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다.

 

 

 

서봄의 변화를 마음 놓고 응원하고 지지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봄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용하고 사람들을 조정함으로써 얻는 이익들은 너무나 세속적이고 속물적이다. 자신에게 쏟아진 불합리한 대우를 기억하면서도 어느새 다른 사람들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서봄의 모습 속에서 그 처절함과 동시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서봄이 재벌가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그들의 인정을 획득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제3자가 동경할 만한 판타지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너무도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저들의 세상에서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풍문>은 못가진자의 청렴함이나 고결함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갑과 을의 세계를 연결 짓는 고아성의 변화는 그리하여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닌 그의 어정쩡한 입장으로서 갑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불편한 마음에 되묻는다. 당신이라면 이런 기회를 져버릴 수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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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서의 ‘겸업’이나 ‘전업’은 이제 더 이상 희귀한 일이 아니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 가수는 물론이고 코미디언이나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도 드라마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호평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를 병행하거나 전업한 스타들의 상당수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거나 아예 존재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첫 정극 출연에 호평을 얻은 인물들이 있다. 바로 백지연과 리지다.

 

 

 

 

 

백지연과 리지는 각각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와 <앵그리 맘>에 출연중이다. 백지연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지하 경제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집안 딸인 ‘지영라’ 역을 맡았다. 태생부터 공주였던 최연희(유호정 분)에게는 은근한 경쟁심이 있으며 우아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때때로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최연희를 향한 열등감과 분노가 고개를 드는 인물이다.

 

 

 

백지연은 처음부터 지영라역할을 제 옷을 입은 것 마냥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나운서 출신 답게 정확한 발음과 억양은 물론, 우아하게 생김새까지 지영라 역할에 딱 어울리며 눈에 띄는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풍문>을 감독한 안판석 PD와의 친분으로 출연하게 되었다는 백지연은 이 역할을 맡을 때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판석 PD는 “재벌가 사모님의 모습이 있다”며 백지연의 연기 변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이 판단은 적중을 넘어서 의외의 재발견으로 다가왔다. 속물적이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우아해 보이고 싶은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해 냈다는 평이다.

 

 

 

<앵그리 맘>에 출연하고 있는 리지 역시 <몽땅 내사랑>등의 시트콤을 제외하면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앵그리 맘>은 리지의 첫 정극 고정출연임에도 호평을 받고 있다. 리지는 <앵그리 맘>에서 반을 주름 잡는 일진 역할이지만 조강자(김희선 분)이 신분을 속이고 학교에 들어오자 일진 자리를 내어주는 인물이다. 리지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진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앵그리 맘>속 역할에 적역이라는 평이다.

 

 

 

그들이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통해 호평을 얻은 것은 단순히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그들이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조연자리에서 시작했다. 비중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다. 유명세를 이용하여 처음부터 주연을 꿰차거나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반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그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서 녹아들 수 있었다.

 

 

 

둘째는 그들이 섣부른 ‘변신’을 하기 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백지연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쌓은 지적인 이미지와 우아한 이미지를 연기에서도 그대로 내보인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를 활용하여 속물적이고 열등감에 어쩔 줄 모르는 색다른 면도 표현한다. 리지 역시 에프터 스쿨과 오렌지 캬라멜 활동으로 쌓은 발랄하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역할에 녹여 냈다. 그런 이미지 위에 반을 주름잡는 일진이라는 이미지를 더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큰 키와 짙은 메이크업으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노는 고등학생’ 말투를 제대로 캐치하며 역할에 녹아든 것이다.

 

 

 

그들은 비중이 큰 역할을 맡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연기에 도전하는 다른 스타들 역시 눈여겨 볼만한 시도다. 그들이 하고 싶은 역할 보다는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고 너무 큰 역할을 덥석 맡기 보다는 작은 역할부터 출발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연기자로서의 변신 자체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시청자들과 타협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속에 녹아들고 있다. 그들의 연기자 변신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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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하<풍문>)>이 표면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절대 갑’의 세계다.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유준상 분)과 최연희(유호정 분)은 태생부터 왕자와 공주였고 자신들의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누군가에 의해 침해당하거나 어그러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일종의 강박증 환자들이다. 겉으로는 “요즘 세상에 귀족이 어디있겠냐.”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인간의 급을 나누고 그 급에 맞추어 남들을 조종하려는 성향이 다분한 것이다.

 

 

 

그들 세계에 들어온 이방인 서봄(고아성 분)은 그래서 그들에게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평균도 안 되는 집안 형편의 막되먹은 아가씨가 그들의 세상을 어그러뜨리려 하는 것을 눈 뜨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부터 서봄네 집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아들의 혼인신고 강행에 어쩔 수 없이 서봄을 받아들인 후에도 결코 그 집안과는 섞이지 않으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인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스토리다. 재벌가에 시집을 오게 된 여주인공과 그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그리고 그 둘을 반대하는 시댁. 그러나 <풍문>은 이 스토리를 평범하게 보아 넘기지 않는다. 재벌의 사연에 집중하는 한 편, 그들의 시선을 고깝고 강압적인 것으로만 그리지 않는 것이다.

 

 

 

‘절대 갑’ 위치에 있는 그들은 언제나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일은 그들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격식’과 ‘예의’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던 한정호가 밥상을 뒤엎는 장면은 그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한 편, 그들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극명하게 꼬집는다.

 

 

 

 

이상한 것은,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포인트가 이 절대 갑의 시선이라는 점이다. 주로 을의 입장에서 시청하게 되는 여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이 드라마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한정호와 최연희다. 그들은 위선적이지만 그렇다고 패악을 부리지는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 만든 굴레에 갇혀서 적나라한 말을 쏟아 내거나 속에 있는 화를 분출할 수 없는 그들의 입장은 갑들도 갑들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와중에 오히려 눈에 거슬리는 것은 ‘을’의 태도다. 서봄의 부모인 서형식(장현승 분)과 김진애(윤복인 분)는 철저한 을일 뿐이지만 더 잃을 것이 없기에 오히려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들은 갑의 위치에 있는 한인상(이준)의 부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은근히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생기고야 만다. “서봄의 교육을 책임지겠다” “큰 딸의 취직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 “빚을 갚아 주겠다”는 제안에 얼굴에 화색이 돌며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며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결국 속에 있는 속물 근성을 내보이고 만다.

 

 

 

그러나 “과수원을 운영하며 전원생활을 하라”는 제안에는 난색을 표한다. 그 말을 엿들은 서봄은 눈물까지 흘린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받기를 원하지만 그 원하는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흘러가 주기를 바란다. 갑의 입장은 생각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취하는 것만이 목표인 것이다. 물론 그들이 먼저 요구를 하거나 제안을 꺼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받을 것은 받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은 오히려 ‘을의 갑질’을 떠 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서봄이나 한인상이 아닌, 한정호다. 계획을 세우고 모든 일을 총괄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화가 난 나머지 밥상을 집어 던지고 난간을 넘어가다가 가랑이가 끼이는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그는 미워할 수 없는 '갑'이다. 존재감과 연기력은 물론, 코미디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의 활약에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바라보게 된다.

 

 

 

 

이 드라마가 무서운 것은 철저히 갑의 입장을 그리면서도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마냥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사정과 생각이 있고 그로인해 나타나는 행동들은 처절하리만큼 인간적이다. 그 인간적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이 발견하는 것은 자신 안의 속물근성이다. 어느 순간 시청자들은 ‘갑’이 주겠다고 한 수많은 이익들과 ‘을’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저울질을 시작한다. 현실적인 손해와 이익이 얼마만큼 계산기를 두드린 후, 오히려 을의 철없음을 개탄하게 된다.

 

 

 

이런 손익 계산 자체가 내 안의 속물근성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행동이다.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과 우리 모두 본질은 ‘인간’일 뿐이고 그 안의 위선도 속물근성도 모두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은 클리셰의 전복이다. 그 안에서 갑과 을의 관계도 전복된다. 이 모든 전복들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웃음들은 그만큼의 쾌감을 동반한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범상치 않은 드라마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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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이 보여주는 세상은 겉으로보면 단순하다. 드라마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재벌가의 아들과 평범한 집안의 여자주인공. 그들은 서로에게 아이가 생긴다. 여기서 특별한 점은 그들이 임신하는 시기가 아직 성인이 채 되기 전이라는 사실이다. 언뜻보면 평범한 소재에 막장 요소를 버무린 자극적인 드라마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풍문>이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미성년자의 임신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다.

 

 

 

 

<풍문>의 정성주 작가는 <아내의 자격>과 <밀회>를 통해 드라마의 소재보다 전개 방식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아내의 자격>에서 여주인공은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지만 그 과정에서 정성주 작가는 교육의 현실과 엄마라는 위치, 그리고 아내라는 위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단순히 바람을 피우는 유부녀의 막장 스토리에서 다른 곳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었다.

 

 

 

 

<밀회>에서도 이런 필력은 빛이 났다. <밀회>는 무려 극 중 20살 차이가 나는 남자와 바람이 나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공감을 던졌다. 그 이유는 파격적인 설정 뒤에 숨은 권력과 갑과 을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행동양상이 섬세한 터치로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 너머에 인간에 대한 냉철하면서도 따듯한 시선을 놓치지 않은 탓에, 드라마는 공감을 얻으며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는 쾌거를 이뤄냈다.

 

 

 

 

<풍문>역시 아직 채 20살이 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의 성관계와 그로 인한 임신을 다뤘다. 소재만 보면 한국 브라운관에서 방영되기 아직은 낯설고 불편한 소재다. <풍문>이 방송된 이후 쏟아진 기사들 역시 그 장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자칫 막장이라는 말을 들을만한 전개였다.

 

 

 

 

그러나 정성주 작가에게는 이런 임신을 통해 단순히 자극을 뽑아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대한민국의 속물적인 상류층 생활을 통해 그 위선과 가식을 고발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을 <풍문>에서도 보여줄 것이라는 암시가 곳곳에 숨어있는 것이다.

 

 

 

<풍문>첫회에서 법률가 집안의 안주인인 최연희(유호정 분)은 재색을 겸비한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아들의 미래를 위해 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이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등장했고 한정호(유준상 분)역시 자신의 위신과 체면을 중시하는 로펌 대표로 등장했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집안의 자제인 한인상(이준 분)은 멋있고 박력있는 백마탄 왕자가 아니라 여자친구의 임신사실을 부모님께 말하지 못해 쩔쩔매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한강에 뛰어들며 쇼를 하는 찌질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결국 <풍문>은 뻔한 재벌가의 아들과 평범한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재벌은 단순히 남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속물 의식으로 똘똘 뭉쳐 사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자란 자녀 역시 건강하고 확고한 자아를 가진 인물은 아니다. 자신들의 특권을 이용해 덜 가진 자에게 상처를 주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함을 풍자하는 솜씨는 3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벌써부터 전개는 빠르게 흐르고 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속도도 빠르다. 2회부터는 이미 한인상의 집에 들어가 구박을 당하는 서봄(고아성 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재벌가에 들어가 고생하는 며느리라는 뻔한 공식에서 탈피해 그 재벌가의 모순과 속물근성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임신이라는 소재보다 묘하게 더 자극적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 시대와 어쩌면 자신에게도 있을지 모르는 감정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감을 자아낼 줄 아는 것. 그것이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PD가 만들어 내는 그림이다. 19세의 임신을 다룬 <풍문>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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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천사의 유혹] 이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혹자는 [천사의 유혹] 의 대성공을 의외라고 평가하긴 하지만 불륜과 복수라는 만고 불변의 흥행 소재를 사용해 실패한 드라마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구성은 너무나도 단편적이고, 불편하다. 고작 복수극을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하는걸까.


그래서 지금 [천사의 유혹] 이 보고 배워야 할 꽤나 괜찮은 '복수극' 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청춘의 덫 : 복수극의 명작


복수극의 원형을 말하라고 한다면 드라마 [청춘의 덫]을 빼놓을 수 없다. 1979년 이정길, 이효춘, 박근형, 김영애 주연으로 처음 TV에 방송됐던 이 드라마는 같은 해 박근형, 한진희, 유지인, 원미경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됐고 그 인기에 힘입어 소설로도 출간됐다. 20여년 동안 세간에 회자되어 오던 이 복수극이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고 다시 TV에 등장한 것은 1999년 [청춘의 덫] 리메이크 판을 통해서였다.


당시 [미술관 옆 동물원] 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심은하와 전광렬, 유호정, 이종원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999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옛 남자를 몰락시키기 위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청춘의 덫] 은 "당신 부숴버릴거야." 라는 심은하의 절규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79년 방영 이후, [청춘의 덫] 의 기본 얼개는 복수극의 전형이 된다.





에미 : 잔혹 복수극의 역사를 창조하다


1985년 극장에 걸렸던 영화 [에미] 는 지금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김수현이 시나리오를 쓰고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여배우 전혜성과 윤여정의 신 들린 듯한 연기로 그 해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전혜성은 파격적 연기 때문에 학교에서 제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내용의 줄거리는 인신매매 당한 딸(전혜성)을 찾아나선 한 어머니(윤여정)의 이야기로 딸을 유괴하여 죽인 인신매매범들을 어머니가 색출하여 차례차례 죽인다는 내용이다.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고, 염산을 뿌리며, 이불을 덮어씌우고 칼로 난자하는 등의 장면은 훗날 잔혹한 복수극의 원형을 마련하며 박찬욱 등에게 강한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적 완성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서슴없이 건드렸다는데 의의가 있는 복수극이라고 하겠다.



인어아가씨 : 막장 복수극의 시작


[보고 또 보고][하늘이시여] 의 히트 작가 임성한의 빅히트 드라마다. 장서희가 주연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한혜숙과 박근형이었다.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배우와 결혼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방송작가가 되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인어아가씨] 는 일일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스릴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드라마다.


연장에 관련해서 스스로 쌓은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워낙 인기가 좋았던 탓에 대만, 베트남 등지에도 수출되는 등 장서희를 한류스타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여주인공 '은아리영' 을 연기했던 장서희는 병을 깨고 자해를 하고, 아버지와 바람난 여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등 복수에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를 선보여 그해 MBC 연기대상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올드보이 :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최고 히트작


이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영화 [올드보이] 역시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악명과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다. 잔혹성도 잔혹성이지만 폐쇄적 공포와 인간의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는 듯한 박찬욱 특유의 연출력은 '복수' 로 얼룩져 있는 [올드보이] 의 처절함을 더욱 배가시켰다. [올드보이] 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복수극이 됐다.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친 최민식과 냉철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유지태의 연기 대결도 볼만했고, 근친상간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사용하여 복수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흥분과 스릴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올드보이] 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박찬욱 복수 3부작 중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린로즈 : 국내 스릴러 복수 드라마의 시작


[그린로즈] 는 여러모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제작 환경이 열악한 시점에 스타트를 끊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고수라는 건실한 배우의 열연과 이다해 특유의 청순미가 빛났던 이 작품은 [청춘의 덫] 류의 불륜 복수극에서 벗어나 스릴러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연출, 극본, 연기 3박자가 고루 들어 맞은 작품이라는 소리다.


[그린로즈] 이 후에 한국 복수극은 [청춘의 덫] 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륜 복수극과 다른 종류의 스릴러 복수극이 여러 편 만들어 지면서 장르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린로즈]-[부활]-[마왕] 등으로 이어지는 스릴러 복수극이 바로 그 주류라 하겠다.




친절한 금자씨 : 21세기 에미


박찬욱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 역시 복수극을 거론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물론 호평과 혹평도 극명하게 엇갈렸던 영화였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이 영화가 85년도 제작됐던 영화 [에미] 의 전형성을 21세기 식으로 비꼬아 새로운 장르적 변주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박찬욱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당시 [대장금] 열풍으로 전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이영애가 '금자씨' 역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올드보이] 에서 열연한 최민식이 연기했다. 이 외에도 신하균, 강혜정 등 박찬욱 사단의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 : 누아르 복수극의 시작


배우 이준기는 [개와 늑대의 시간]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개늑시] 전의 이준기가 [왕의 남자] 에 갇힌 꽃미남 배우에 불과했다면 [개늑시] 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완성시키고 성장시킨 작품이다. 더 나아가 이 드라마는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누아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작품성 측면에서도 크나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이준기가 [개늑시] 를 만난 것은 운명이자 대단한 행운이다.


[개늑시] 는 비록 30~4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실험성과 도전의식으로만 평가해도 100점 만점에 100점을 넘고도 남는 작품이었다. [개늑시] 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간 날 때 찾아보기를.




태양의 여자 : 클리셰의 반란


[태양의 여자] 는 '뻔한'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 선악의 극명한 대립, 여기에 삼각관계까지. 아주 익숙한 설정들이 여러가지로 짬뽕됐다. 척 하면 삼천리, 안 봐도 비디오다. 악녀 김지수는 죗값을 치룰테고, 그녀에 의해 갖은 고생 다한 이하나는 꿋꿋하고도 행복하게 아주 잘 살거다. 마치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해서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적 플롯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온갖 '조악한 소재' 가 뒤범벅 된 이 드라마가 엽기가 아니라 은은한 향기를 뿜어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고 인간군상의 모난 대립 속에서 치열한 삶의 집착을 보여줬다. 자극적일 것만 같았던 소재들이 사실은 주제가 아니라 '군더더기' 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태양의 여자] 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리셰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법이다. [태양의 여자] 는 클리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90년대 감성을 2000년대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양의 여자] 만큼 우왕좌왕 하지 않고,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거침없이 끝을 향해 달려갔던 드라마도 드물었다. 적어도 [태양의 여자] 는 낡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세련됐고, 유려했다.


위에서 거론한 작품 뿐 아니라 부활, 마왕, 신의 저울, 복수는 나의 것, 세븐데이즈, 오로라 공주 등 [천사의 유혹]이 보고 배워야 할 복수극은 무궁무진하다. 매년 한 두편씩 TV와 스크린에 등장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복수극이 [천사의 유혹]처럼 싸이코 드라마로 전락하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식상하지 않은 고전적 장르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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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missalice BlogIcon 엘리스 2009.12.17 1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쉽게도 드라마 스페셜 "신화"가 빠졌네요.
    대장금과 선덕여왕의 작가로 유명하신 김영현 작가남의 초기작이었는데, 흥행면에서는 어땠는지 정확기 기억이 안납니다.
    전 앙코르 드라마로 아침에 해줄때 봐서...;;
    전 그때부터 김영현 작가님과 김지수씨한테 푹 빠져있었는데..;;
    전 신화 역시 한국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복수극계의 명작이라 믿습니다.
    아, 그리고 저 역시 청춘의 덫과 인어 아가씨도 역시 최고의 복수극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2. Favicon of http://cafe.daum.net/mookto BlogIcon 역사진실 2009.12.17 1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고맙게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꼭 알아야 하기에 실례하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여러분, 친일인명사전이 나왔죠.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친일파는

    지금도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국사,

    가짜라는 사실 아십니까,
    일제조선총독부가 만들것을

    해방후 친일파 사학자들이 이어받은것,
    위 제필명은 누르시면 바로 갑니다.



    노통을 죽인것도 결국 친일파입니다.

    이 명박의 친일 뉴라이트는

    김구선생을 테러리스트,

    일제시대는 한국근대화의 원천이라고 찬양합니다.



    그렇기에 중국서안에 대규모 고구려태왕릉/ 단군릉을
    놔두고도 국사책에는 없는거지요.(위 까페)

    그리고 아직도 거/북/선 실제모습 못 보신분 계십니까,
    역사사진방에 있어요.

    조선말기에 선교사가 전라도지방에서
    우연히 찍은 유일한 실제사진입니다.

  3. 말티페 2009.12.18 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수극의 이름을 주욱 나열하여 회상에 젖어보는 건 참 재밌었는데요..
    천사의 유혹이 복수극에서 배워야 할점이 무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시고, 언급한 복수극에서의 배울 점을 언급하시는 편이 더 제목과 맞았다고 보네요.
    이런 복수극이 있다~이상의 글은 아니었던 듯 한데 제목을 잘 못 지으신 듯.. 그리고 내용에서 배울 점을 언급하실거면 막장극의 시작이라는 인어 아가씨를 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게 복수극의 시대상 나열인지 아니면 배울 만한 복수극의 제목만 나열한 건지,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된 듯 하네요.
    저는 이 글이 다음에서 제목을 바꾼 건줄 알고 몇번이고 확인 했을 정도입니다. 목적을 갖고 글을 쓰시는 거면 그 목적에 맞는 글을 쓰는 게 읽는 독자로서도 편하답니다. 재밌는 글 잘 봤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 글을 남겼습니다. 더 멋진 블로거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4. 하지원 2010.06.07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딱히 요즘은 남성의류하면 스타일와우 <---여기뿐이생각안나네여 네이버검색해보세여433m




[내조의 여왕] 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8%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한 뒤, 26%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올렸으니 그야말로 '대박 중 대박' 이라 할만하다.


특히 '도시미인' 으로만 알려져 있던 김남주의 열연은 [내조의 여왕] 을 이끄는 1등 공신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줌마렐라' 최진실이다.




[내조의 여왕] 은 기본적으로 '줌마렐라' 신드롬에 기초한 드라마다. 코믹한 설정, 중산층 집안의 여성이 신데렐라로 거듭나는 과정은 '줌마렐라' 신드롬의 공식과 완벽히 일치한다. 김남주 역시 그러한 '줌마렐라' 의 공식에 충실하며 20년에 가까운 연예생활을 근간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셈이다.


그러나 김남주의 연기 변신은 사실상 '최진실' 을 근간으로 한 것이다. 날 때부터 스타였고, 영원히 대한민국의 스타로 남았던 최진실은 이혼 뒤 화려하게 '줌마렐라' 로 변신하며 최진실 신드롬의 실체를 대중에게 완벽히 확인시켰다. [장밋빛 인생] 은 최진실 복귀의 전초전이었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은 최진실 신드롬의 재탄생이었던 셈이다.


최진실은 4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를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였다. 김희애가 불륜녀로, 채시라가 사극의 여걸로 변신할 때 최진실은 20대 때나, 30대 때나, 40대 때나 끝까지 '트렌디 드라마' 의 완벽한 여주인공으로 남았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고, 트렌디 드라마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것이 배우 최진실이었고, 최진실 신드롬의 실체였다.


만약 최진실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더라면 [내조의 여왕] 의 캐스팅 1순위였을 것이다. 최진실은 이혼 뒤에 20대의 최진실과 40대의 최진실을 교묘히 혼합시켰다. 트렌디 드라마의 여왕이었으면서도 처참한 이미지 추락을 겪어야 했던 최진실은 '이혼' 과 '불륜' 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자신의 사생활과 작품에 완벽히 녹아들게 하며 배우 최진실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사생활과 작품을 교묘히 조화시키며 대중과 극적으로 화해한 최진실에게 대중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진실이 '국민적 배우' 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사생활에 얽힌 추문과 상관없이 그녀가 대단히 '영리' 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줌마렐라 신드롬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유호정, 오연수 등이 시작한 줌마렐라 공식이 최진실에 이르러서야 완성되었다는 것은 최진실이 얼마나 완벽하게, 그리고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의 작품을 관리했느냐를 의미한다.


20대에 [질투] 를, 30대에 [별은 내 가슴에] 를 탄생시켰던 이 트렌디의 여왕은 40대에 [내마스] 를 탄생시키는 것을 통해 트렌디 드라마와 중년의 스타가 20년의 세월을 관통해 극적으로 '조우'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내마스] 는 트렌디 드라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스타 최진실의 이미지와 연기력을 베이스로 깔고, 청춘의 로맨스를 중년의 그것으로 대체시킴으로써 익숙하지만 또한 신선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최진실이 구축해 놓은 '줌마렐라' 의 영역은 [내조의 여왕] 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김남주의 연기는 최진실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진실은 여전히 김남주 뿐 아니라 줌마렐라를 연기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최진실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야 말로 진정한 스타 '최진실' 의 진면목이다.


줌마렐라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최진실 법' 을 따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최진실은 죽는 그 순간까지 한국 드라마의 전형을 마련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내조의 여왕] 을 보면서 최진실을 떠올리고, 최진실의 연기를 미치도록 보고 싶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방어적 영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가능성이야 말로 최진실이 아니면 누구도 시도하지 못하는 여배우의 존재감이다.


최진실은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했던 과거 최진실의 장르적 선택에 2000년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최진실 표 '억척 주부' 를 혼합함으로써 '최진실 시대' 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고, [내마스] 는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트렌디 드라마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만약 최진실이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내마스 2]까지, 아니 적어도 [내조의 여왕] 이라도 찍었다면 한국 트렌디 드라마는 최진실과 함께 한층 더 진일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진실의 작품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트렌디 드라마의 희미한 잔상이고, 그 잔상이 [내마스] 와 함께 뚜렷해 졌을 때 한국 트렌디 드라마는 비로소 장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진실의 빈자리를 도시미인으로 소문난 김남주가 그럴 듯 하게 채워 나가는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 최진실의 빈자리는 여전히 크다. 문화 평론가 조지영의 말처럼, 그녀는 매니지먼트 기획사의 시대가 열리기 전에 나타난 마지막 신데렐라였다. 연기 경험도 일천하고, 미모 역시 뛰어나지 않았던 그녀는 그러나, 바로 그래서 시대의 히로인이 되었다.


극중에서 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대부분 예비된 해피엔딩을 위한 전주곡이었지만, 2008년 10월 2일 새벽, 최진실이 홀로 흘렸을 눈물은, 끔찍한 비극으로 끝났다. 최진실을 만인의 연인이라 칭송하던 이들은 다음 날이면 그녀를 둘러싼 험하고 흉흉한 루머를 쉽게 믿어버리고 수근거렸다.


그때 마다 천국과 지옥을 왕복하던 그 여자는, 피로한 왕복 주행을 스스로 중단시켜 버렸다. 그녀는 가고 추억만 남았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한 여자, 쉽게 사랑 받았고, 쉽게 버림도 받았던 여자, 눈물도 웃음도 많았던 그 여자가 떠났다. 우리는 요정으로 나타나 연인이었다가 누이이자 언니였고, 아내 혹은 며느리이자 엄마가 되어 주던 사람, 언제나 돌아보면 거기 있어줄 것 같았던, 대체 불가능한 한 시대의 아이콘을 그토록 허망하게 보내고 말았던 것이다.



최진실, 국민의 배우였던 최진실. [내조의 여왕] 을 보며 그녀가 '죽도록' 보고 싶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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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당 2009.05.13 1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세상이 최진실로 이뤄졌던가?
    로멘틱코메디는 최진실이 쓰고 최진실이 제작했던가?

    최진실이 없어도 세상이 돌아가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2. ghqkr 2009.05.13 2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랄 꼴깝싸고 앉앗네.

  3. oif-5212 2009.05.15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글을 누가 좋아한다고..고인도 김남주 불편한글을 왜쓰노

  4. 슬비맘 2009.05.15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메인에 뜬 기사를 읽고 다시 블로그 원본으로 와봤어요. 근데 기사랑 원본이랑 좀 다르군요. 원본대로 기사를 썼으면 좋을텐데...원본에서는 최진실씨를 더 추억하는것으로 되어있는데 ..기사에서는 중간에 좀 생략생략하고서 마치 최진실과 김남주를 비교하는 듯한 느낌이 좀 있어서요....저도 최진실씨 너무 그리워요...이런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그녀가 정말 보고 싶어요....그립습니다. 그리고 저도 내조 보면서 최진실을 떠올렸는데...기사의 댓글만 봐도 저같은 분들이 참 많으셨군요.

    • 아직도 그리운 2009.05.15 1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슬비맘님처럼 메인에 뜬글 보고 왔는데
      원문이 더 좋군여...
      기사는 생략도 많구..^^;;
      슬비맘님 글에 공감 100%입니다.
      저는 글의 마지막이 가장 와닿더군여.
      진실씨가....죽도록 보고싶다...는거.

      저도 참 오랜 세월이엇져.
      20년가까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던 진실씨가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다는거..
      아직도 믿어지지 않으니까..

      물론 저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거 알지만..

      아직도 진실씨를 그리워하는이가
      많다는거...
      하늘에 있는 진실씨가..
      알기 바랍니다..

      생전에는 몰랐자나여...
      진실씨를 생각하는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은....알겠져..
      진실씨가 항상 기억하기 바랍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랑은 존재한다는거.

  5. 시제이에스 2009.05.15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저도 최진실씨 많이 보고싶어요. 생전에 못해준것도 없었지만 잘해주지도 못한게 많이 후회도 되고요.

    악플달 자격도 없는 악플러들이 뭐라고 하던 최진실씨 정말 그리워요. 최진실씨 세상떠나기가 무섭게 일부 크레이지 기독교 광신도들이 기독교 인터넷 뉴스 사이트 게시판에 최진실씨 상대로 악플을 매우 심하게 달았죠.

    김남주씨도 재미있게 잘하고 있어요. 최진실씨 세상떠났을때 많이 슬퍼했던 김남주씨 내조의 여왕에서 잘나가는거 보면서 최진실씨도 많이 기뻐할 거에요.

    만일 최진실씨가 살아있으면 아마 지금쯤 내생애 마지막 스캔들 2 를 계획하고 있겠지요.

  6. 저기여 2009.05.16 0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 상당히 보기 불편하네요. 어떻게 이런 수준의 글이 블로거뉴스로 발행이 되었을까요?
    블로그 리뷰니 객관적이고 질 높은 비판은 힘들었겠죠. 지금 김남주씨가 내조의 여왕에서 얼마나 천지애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즐겁게 그 다음회를 매번 기다리는 드라마에 찬물을 끼얹으시나요?? 고 최진실씨는 외모로 보나 연기 스타일로 보나 소박한 똑순이 역할을 주로 맡아왔었는데, 저런 럭셔리하고 화려한 주부를 표현하기에는 확실히 안 어울렸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 분 연기스타일이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특히 30대 이후의 연기를 보면... 전 지금 김남주씨가 오랜 공백을 깨고 펼치는 농후하고 진솔한 연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남들이 재밌게 보는 드라마에 지극히 감상적인 글로 시청자들 기분 상하게 하지 마세요.. 이미 돌아가신 분의 이름을 기사 상에서 자꾸 언급하는 것도 유족들 입장에선 은근히 스트레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진실의 빈자리를 도시미인 김남주가 채워간다..? 특히 이 문장이 아주 거슬리네요. 둘의 자리는 애초에 달랐습니다. 김남주씨의 매력과 연기력은 대체될 수 없는 것이고요. 그건 최진실씨에게도 피차일반이구요. 괜히 열심히 하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매주 월화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려 애쓰는 김남주씨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 이 기사 정말 기분 나쁩니다

  7. BlogIcon 최경란 2009.05.16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그립고보고싶네요 최진실^^ 생각하면눈물이나요 많이울었는데도 *******

  8. 12356 2009.05.18 2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최진실이랑 겹쳐보이는건 나만이 아닌듯 싶네...

  9. 2009.05.20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 검은악마 2009.07.12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진실이 엄마가 좋아하시는 탤런트인데..

    마지막인 '내 생의 마지막 스캔들' 을 찍고 돌아가신게 정말 안타깝네요

    얼마나 슬플까요...

    하늘로 가셔서 행복하십시요 .

  11. 2009.09.09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하나 2009.09.09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싶네요

  13. Favicon of http://vitaminw113@nate.com BlogIcon 김미경 2010.01.01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 자신을 놓아버린 많은 스타들이 있고 특별히 그녀를 아낀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새록새록 시간이가면 갈수록 자꾸짙어져가는 보고픔 그리고 마음깊숙히 후벼파는 아픔 그녀가 최진실이고 또한 그의 아이들이고 그의 동생이다. 그냥 아프다. 마음 깊숙히...바보 지지배 보고싶은 얼굴

  14. 김나리 2011.05.04 18: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녀가 넘보고프다 언제나 명랑쾌활해보이던 그녀 아프다 그렇게 가다니




요즘 [아내의 유혹] 이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혹자는 [아내의 유혹] 의 대성공을 의외라고 평가하긴 하지만 불륜과 복수라는 만고 불변의 흥행 소재를 사용해 실패한 드라마는 거의 없다.


작년 시청률 40%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조강지처 클럽] 역시 넓은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 난 남편에서 복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복수극' 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그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청춘의 덫 : 복수극의 명작


복수극의 원형을 말하라고 한다면 드라마 [청춘의 덫]을 빼놓을 수 없다. 1979년 이정길, 이효춘, 박근형, 김영애 주연으로 처음 TV에 방송됐던 이 드라마는 같은 해 박근형, 한진희, 유지인, 원미경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됐고 그 인기에 힘입어 소설로도 출간됐다. 20여년 동안 세간에 회자되어 오던 이 복수극이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고 다시 TV에 등장한 것은 1999년 [청춘의 덫] 리메이크 판을 통해서였다.


당시 [미술관 옆 동물원] 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심은하와 전광렬, 유호정, 이종원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999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옛 남자를 몰락시키기 위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청춘의 덫] 은 "당신 부숴버릴거야." 라는 심은하의 절규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79년 방영 이후, [청춘의 덫] 의 기본 얼개는 복수극의 전형이 된다.



에미 : 잔혹 복수극의 역사를 창조하다


1985년 극장에 걸렸던 영화 [에미] 는 지금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김수현이 시나리오를 쓰고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여배우 전혜성과 윤여정의 신 들린 듯한 연기로 그 해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전혜성은 파격적 연기 때문에 학교에서 제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내용의 줄거리는 인신매매 당한 딸(전혜성)을 찾아나선 한 어머니(윤여정)의 이야기로 딸을 유괴하여 죽인 인신매매범들을 어머니가 색출하여 차례차례 죽인다는 내용이다.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고, 염산을 뿌리며, 이불을 덮어씌우고 칼로 난자하는 등의 장면은 훗날 잔혹한 복수극의 원형을 마련하며 박찬욱 등에게 강한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적 완성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서슴없이 건드렸다는데 의의가 있는 복수극이라고 하겠다.



인어아가씨 : 막장 복수극의 시작


[보고 또 보고][하늘이시여] 의 히트 작가 임성한의 빅히트 드라마다. 장서희가 주연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한혜숙과 박근형이었다.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배우와 결혼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방송작가가 되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인어아가씨] 는 일일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스릴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드라마다.


연장에 관련해서 스스로 쌓은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워낙 인기가 좋았던 탓에 대만, 베트남 등지에도 수출되는 등 장서희를 한류스타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여주인공 '은아리영' 을 연기했던 장서희는 병을 깨고 자해를 하고, 아버지와 바람난 여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등 복수에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를 선보여 그해 MBC 연기대상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올드보이 :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최고 히트작


이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영화 [올드보이] 역시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악명과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다. 잔혹성도 잔혹성이지만 폐쇄적 공포와 인간의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는 듯한 박찬욱 특유의 연출력은 '복수' 로 얼룩져 있는 [올드보이] 의 처절함을 더욱 배가시켰다. [올드보이] 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복수극이 됐다.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친 최민식과 냉철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유지태의 연기 대결도 볼만했고, 근친상간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사용하여 복수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흥분과 스릴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올드보이] 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박찬욱 복수 3부작 중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린로즈 : 국내 스릴러 복수 드라마의 시작


[그린로즈] 는 여러모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제작 환경이 열악한 시점에 스타트를 끊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고수라는 건실한 배우의 열연과 이다해 특유의 청순미가 빛났던 이 작품은 [청춘의 덫] 류의 불륜 복수극에서 벗어나 스릴러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연출, 극본, 연기 3박자가 고루 들어 맞은 작품이라는 소리다.


[그린로즈] 이 후에 한국 복수극은 [청춘의 덫] 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륜 복수극과 다른 종류의 스릴러 복수극이 여러 편 만들어 지면서 장르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린로즈]-[부활]-[마왕] 등으로 이어지는 스릴러 복수극이 바로 그 주류라 하겠다.



친절한 금자씨 : 21세기 에미


박찬욱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 역시 복수극을 거론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물론 호평과 혹평도 극명하게 엇갈렸던 영화였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이 영화가 85년도 제작됐던 영화 [에미] 의 전형성을 21세기 식으로 비꼬아 새로운 장르적 변주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박찬욱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당시 [대장금] 열풍으로 전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이영애가 '금자씨' 역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올드보이] 에서 열연한 최민식이 연기했다. 이 외에도 신하균, 강혜정 등 박찬욱 사단의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 : 누아르 복수극의 시작


배우 이준기는 [개와 늑대의 시간]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개늑시] 전의 이준기가 [왕의 남자] 에 갇힌 꽃미남 배우에 불과했다면 [개늑시] 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완성시키고 성장시킨 작품이다. 더 나아가 이 드라마는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누아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작품성 측면에서도 크나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이준기가 [개늑시] 를 만난 것은 운명이자 대단한 행운이다.


[개늑시] 는 비록 30~4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실험성과 도전의식으로만 평가해도 100점 만점에 100점을 넘고도 남는 작품이었다. [개늑시] 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간 날 때 찾아보기를.




태양의 여자 : 클리셰의 반란


[태양의 여자] 는 '뻔한'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 선악의 극명한 대립, 여기에 삼각관계까지. 아주 익숙한 설정들이 여러가지로 짬뽕됐다. 척 하면 삼천리, 안 봐도 비디오다. 악녀 김지수는 죗값을 치룰테고, 그녀에 의해 갖은 고생 다한 이하나는 꿋꿋하고도 행복하게 아주 잘 살거다. 마치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해서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적 플롯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온갖 '조악한 소재' 가 뒤범벅 된 이 드라마가 엽기가 아니라 은은한 향기를 뿜어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고 인간군상의 모난 대립 속에서 치열한 삶의 집착을 보여줬다. 자극적일 것만 같았던 소재들이 사실은 주제가 아니라 '군더더기' 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태양의 여자] 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리셰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법이다. [태양의 여자] 는 클리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90년대 감성을 2000년대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태양의 여자] 만큼 우왕좌왕 하지 않고,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거침없이 끝을 향해 달려갔던 드라마가 2008년에 과연 몇이나 되는가? 적어도 [태양의 여자] 는 낡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세련됐고, 유려했다.



아내의 유혹 : 고품격 명품 막장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 누리고 있는 인기는 소재의 덕이 가장 크다. 바로 '불륜' 과 '복수' 다.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불륜과 복수가 그려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춘의 덫] 이 그랬고, [내 남자의 여자] 가 그랬다. 그 소재의 진부성이야 말해 봤자 입만 아픈 것이지만 [아내의 유혹] 에서 불륜과 복수는 또 다른 차원에서 밀도감 있게 그려진다. 이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성질의 것이다.


복수라는 커다란 주제 의식 하에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조차 드라마틱하게 넘겨 내는 것은 [아내의 유혹] 의 큰 장점이다. 적어도 [아내의 유혹] 의 스토리 전개는 자극적이기는 해도, 황당하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색깔이 확연하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륜과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이 정도로 맛깔나게 바꿔 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이런 별명이 붙는다. '고품격 명품 막장드라마'.


위에서 거론한 작품 뿐 아니라 부활, 마왕, 신의 저울, 복수는 나의 것, 세븐데이즈, 오로라 공주 등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복수극은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매년 한 두편씩 TV와 스크린에 등장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복수극이 정체하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식상하지 않은 고전적 장르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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